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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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느낌의 책을 만났다.
원래는 다른 책들보다 훨씬 순위가 뒤에 있었는데, 먼저 읽게 되었다.
오랜만에 책 속에 빠져들어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 책은 책 전체가 이메일로 이루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메일 사랑 이야기!! 
휴대폰이나 인터넷이 발달된 현대 사회에서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소재이다.
예전에 <접속>이라는 영화가 나왔던 것처럼, 인터넷, 채팅, 이메일 등은 우리에게 새로운 만남을 주선해주는 매개체가 되곤한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 상대방의 실체를 알지 못한 채 주고받는 이야기는 공허한 메아리로 사라져버릴 수도 있고, 
눈에 보이지 않을 때의 환상이 실질적인 만남으로 깨지기도 한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는 예전에 흔히 접했던 이야기 정도로만 생각하고 읽었다.
이메일을 주고 받다가 사랑에 빠지고......등등
그런데 내가 생각하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메일만 주고 받으면서 이루어지는 소설!
그럼에도 산뜻하고 깔끔한 느낌을 받게 되는 마무리.

서로 얼굴도 모르고 만남도 갖지 않은 그 둘의 관계는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해야할까?
사랑일까? 환상일까?

하지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레오와 에미의 이야기가 마냥 부럽지는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두 명 모두의 마음을 흔들어 놓고 삶을 혼돈 속에 빠뜨릴만한 존재감을 서로에게 부여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닐 수밖에 없는 그들의 관계가 안타까워진다.

물리적으로 따지자면 그녀는 내가 날마다 메일로 그녀를 불러낼 때 쓰는 자판 키와 키 사이의 공기에 지나지 않았어요. 훅 하고 한번 불면 사라져버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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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을 말할 때
메리 페이 지음, 김경주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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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별’에 대해 생각해보는 책을 만났다.
깔끔한 구성과 각양각색의 그림을 보며 자연 속에서의 이별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이별이라는 것이 혹독하고 고독하고 마음 아프기만 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착을 버리고 놓아주었을 때, 새로운 봄의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느껴졌다.

책을 만나는 시기는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겨울이 시작하던 시기가 아니라 봄이 다가오는 시기에 이 책을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 
집착하던 낡은 시간을 버리고, 봄의 기운이 꿈틀거리는 새로움으로 나를 채울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되었다.
 
 
회자정리 (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 생자필멸(生者必滅) 이라고 했다.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기 마련이고
간 사람은 반드시 돌아올 것이고
태어난 것은 반드시 죽는다
 

‘이별’은 끝이 아니다.
이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 자연의 흐름에 따라 순행해가야 하는 현실이라는 것,
그리고 악착같이 쥐고 있으려고 버티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순리에 따라 놓아주면, 봄의 기운이 와서 내 마음 속에 들어올 공간이 생긴다는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계절의 변화처럼 만남과 이별도 자연스럽게 순환되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때로는 자연 속에서 삶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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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기적들 1 -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이야기
이타 핼버스탬, 주디스 레벤탈 지음, 김명렬 옮김 / 바움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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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묘하게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그렇다고 아주 즐겁거나 기적적인 일들이 일어나지는 않으며 평범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어쩌면 그것은 인생을 대하는 나의 자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 책을 만났다.

"인생이란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가 아니고 경험해야 하는 신비입니다."
책의 앞머리에 나온 말이다.
훌륭한 작가이자 스승이신 조셉 캠벨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말을 접하고 그동안 나의 인생관에 대해 반성해본다.

십년도 더 전에, 삶에 대해 생각해본 시간이 떠오른다.
삶이란 열심히 노력하는 자에게 좋은 결과를 주는 것인지, 아니면 운이 좋은 사람에게 좋은 결과를 주는 것인지에 대해서다.
그때 나는 ’운’에 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인생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던 것을 잊고 살았는데, 다시 정신이 들면서 기억이 떠오르고 있다.
내가 요즘 인생을 힘들다고 생각했던 것은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나 자신을 채찍질 하고 있고(물론 말로만...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만...) 인생을 어렵게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것 하나를 정답으로 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을 보는 자세가 달라지고, 자신의 시간을 채워가는 자세가 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작은 기적들’의 표지에서 보면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특별한 이야기라는 부제가 있다.
여기에 나온 글들은 간단하고 부담없는 길이에 강렬한 느낌을 주는 글 들이다.
충분히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내 주변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 모든 것이 기적이고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처음 <내 영혼의 닭고기 수프>를 읽을 때처럼 부담감은 없고, 감동은 많았던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작은 기적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독서로 새롭게 나 자신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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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 천년, 탄금 60년 - 가야금 명인 황병기의 남기고 싶은 이야기
황병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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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야금, 우륵, 미궁, 황병기......!!!
’가야금’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그 정도, 너무 단순하다.
가야금에 대해 너무 무지하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음악이란 것, 우리 일반인들에게는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듣고 느낌이 좋으면 그만이다.
서양음악이든 동양음악이든 상관없다.
느낌이 와닿는 음악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가야금, 거문고...그 차이점이 무엇인가?
줄의 갯수가 다르다는 것 정도가 전통음악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었다.
우리가 태어나서 어린 시절, 가야금보다는 피아노를 먼저 접하고, ’궁상각치우’ 보다는 ’도레미파솔라시도’를 먼저 배운다.
성인이 되어 혼례를 치룰 때에도 전통혼례보다는 궁전 모양의 예식장에서 웨딩드레스를 입고 서양악기의 연주에 박자를 맞춰 행진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울대학교에 국악과가 나중에 생겼다는 것을 보고 속상한 생각이 들면서도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그래도 남들이 의미를 두는 길보다는 자신이 의미를 두는 길로 긴 세월을 향하셨고, 앞으로도 향하실 것이 정말 존경스럽다.
남들과는 다른 예술인의 모습이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러웠다.
그 열정이 정말 부럽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리뷰에 쓸 말이 떠오르기 보다는 그저 생각에 잠겼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가면서 자신을 돌아보며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황병기 선생님이 부러웠다.
그 나이가 되면 나는 어떤 말을 할 수 있을 지 생각해보게 된다.

황병기 선생님의 곡들을 찾아서 다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책 한 권의 이야기로 그 분의 삶을 살펴보았다면,  음악으로 그 분의 삶을 더 깊이 있게 느낄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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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시에인션 러브>를 리뷰해주세요.
이니시에이션 러브
이누이 구루미 지음, 서수지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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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 표지부터 이목을 끈다.

오래전 LP판처럼.. A면과 B면까지 있고... 노래 제목같은 것이 적혀 있기까지 하다.

언뜻 봐서는 수채화처럼, 음악처럼 아름다운.. 지고지순한 사랑이 담겨 있겠구나... 생각할 수도 있겠다. 띠지에조차 “ 첫사랑의 아련한 향수, 그 악의가 온다 ” 이렇게 적혀 있다. ‘

첫사랑’ ‘아련한’...... 그렇지... 분명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일 것인데...

어? 근데 “ 악의” 라고?

 책을 읽는 내내 무언가 어긋난 느낌... 미묘한 어떤 것을 느꼈다. 대체 뭐지?

뭔가가 어긋나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 집어내지 못하고 결국 마지막까지 가버린다.

그것은...

 

 

 이 이야기가 ‘사랑이야기’라는 탈을 뒤집어쓴 늑대였기 때문이다.

‘스즈키’라는 사람의 연애담을 쫓아가다보면 마지막.. 반전이라면 반전이랄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고 마니까.

오~~ 책을 읽으며 절대 알아차릴 수 없었다.

작가는 분명히 군데군데 복선을 깔아놓았다고 하니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 건 내 탓이다. 
 

이야기는 ‘스즈키’와 미팅에서 만난 ‘마유코’가 주축이 된 연애이야기다.

전혀 계산되지 않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며, 함께 바닷가에 놀러가고, 테니스를 치고, 사랑이 진행되는 방식이나 그런 것이 조금은 통속적이고 느리다 싶더니, 아니나다를까 소설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것은 1980년대라고 한다. 어쩐지... 대화 속에서 ‘국철, 아니 JR’ 이라고 정정하는 부분이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시대 배경이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모든 면에서 나는 착각을 하고 있었기에 알 수 없는 어긋난 느낌이 무엇인지 발견하지 못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라 생각된다.

 마지막... 친절하게도 ‘해설서’가 있다. 이 책을 더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이다.

그리고 반전의 의미까지 조목조목 알려준다. ‘앗! 이거였구나..’ 하고 깨달아보지만 이미 늦었다. 왠지 작가는 나의 뒤에서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속았지?’하며 나를 놀릴 것 같다.

아~~! 차라리 처음부터 ‘이 책엔 트릭이 숨어 있어! 어디 한번 찾아내봐!’ 하고 나를 도발시켰더라면... 왠지 더 안타까워진다.   

 

 

* 책속 한마디
 

“이니시에이션이라... 통과의례라는 뜻? ”
 

“ 맞아요. 아이가 어른이 되기 위한 의식.

처음 연애를 할 때는 누구나 그 사랑이 절대적이라 믿는다고.

절대라는 말을 쓴다고.

그렇지만 인간에게는-이 세상에는 절대란건 없다고.

언젠가 알게 될 때가 올 거라고. 그것을 알게 되면 비로소 어른이라고 해도 좋다.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연애를 그는 이니시에이션이라는 단어로 표현했죠 ” ( p 216 )

 

 

* 권하고 싶은 대상

1980년대를 일본에서 보냈거나 그 시절의 정서를 잘 알고 있는 사람

책과 한번 두뇌 싸움을 하고 싶은 사람. (속일테면 속여 봐!! 내가 다 밝혀주지! 뭐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

 

 

* 서평도서와 맥락을 같이하는 한핏줄 도서

‘게임의 이름은 유괴’ 반전을 전혀 상상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 서평도서의 좋은점

책을 읽어보고 싶게끔 흥미를 유발시키는데 능하다는 점.

철저히 ‘나는 사랑이야기에요..’ 하다가 배신한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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