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작품은 인간의 욕망과 욕구, 절망과 슬픔이라는 근원적 질문에 맞서며, 침묵과 고통이라는 방식으로 응답해왔다.
인간 존재의 복잡성과 어긋남을 대면하게 만들면서도, 책은 결코 판단하지 않는다. 이 책의 미덕은 바로 그 점이다. 애써 결론을 내리기보다, 질문을 남긴다. 그 질문은 독자 각자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또한 『봄에는 기쁘다』는 한강을 읽는 또 다른 방식을 제안한다. 문학을 해석하는 틀에 갇히기보다, 문장 하나에서 비롯된 생각의 가지들을 따라가며 독자의 세계를 확장시키는 읽기다.
이 책은 감정과 문장이 만나는 접점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거기엔 함부로 위로하지 않으면서도 곁에 있어주는 태도가 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한강의 책을 다시 읽고 싶어진다. 하지만 이번엔 예전과는 다르게 읽게 될 것이다.
이제는 그녀의 문장을 곁에 둔 또 다른 한 사람의 시선을 통해, 좀 더 가까이, 좀 더 깊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한강의 문장을 따라 걷는 이 여정은 끝나지 않는다. 『봄에는 기쁘다』는 한 권으로 끝나는 책이 아니라, 다시 책장을 열게 만드는 저력이 있는 책이다.
어떤 문장은 잊히지 않고, 어떤 문장은 살아남는다. 이 책은 그런 문장들을 기억하는 법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