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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자비의 시간 1~2 세트 - 전2권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5월
평점 :


불행한 작은 집은... 이라고 시작하는 이 책의 서두는 처음부터 불안한 기운을 감지하게 해주었다.
보안관인 의붓 아버지 코퍼가 엄마를 심하게 폭행하고, 아직 어린 (우리 나이로 중학생 정도일) 16살의 아들 드루도 폭행하고, 14살의 딸은 생각하기도 힘든 일을 겪게 하였다. 가족들이 두려움에 떨며 경찰에 신고를 해도, 같은 경찰인 남성의 편을 들었기에 아무도 그 불쌍한 가족을 폭력으로부터 지켜줄 사람들이 없었다.
엄마가 새아버지에게 맞아서 죽었다라는 생각이 들었을때 아이들은 얼마나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을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방에 숨어서 새아버지의 폭력을 피하려던 아이들은 새아버지가 잠든 것 같았을때 몰래 내려와, 엄마의 죽음(인줄 알았으나 죽음은 아니었다.)을 확인하고, 두려움에 떨며 경찰에 신고를 하였지만, 바로 오지를 않았다. 경찰은 같은 경찰의 편이었기에
새아버지는 밖에서는, 사회적으로는 일을 아주 잘하고 평이 좋은 능력있는 보안관이었기에 가정사의 폭력같은 것은 같은 경찰들 입장에서는 눈감아줄 정도였던 것이다.
체격이 작고 절대 거구의 성인 남성과 맞서 싸울 수 없었던 아들은 동생과 자신을 지키기 위해 술취한 새아버지가 잠들었을때 총을 겨눴다.
미국에서도 경찰을 살해한 사건은 더욱 중죄로 다뤄진다는데, 그것도 의붓 아들이 새아버지를 죽인 사건이었기에 가난하고 불쌍한 아들과 그 가족을 도와 변호해주려는 사람은 없었다.
타임 투 킬에서 두명의 백인으로부터 끔찍한 성폭행을 당한 딸 아이때문에 아버지가 그 백인들에게 복수를 하고, 법정에 섰던 일을 정말 극적으로 무죄로 이끌어냈던 제이크 말고는 말이다. 제이크는 변호사로써 정말 정의로운 일을 해내었지만, 결과는 그 이후로도 여전한 가난과 힘든 생활 뿐이었다. 돈이 되는 사건은 그에게 의뢰가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너무 어려워서 그가 자신의 사비로 도와줘야하는 피의자의 사건만 들어오는 것도 안쓰럽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법정 영화 등을 보면 (물론 현실이 더 영화같겠지만) 아무리 중죄를 지은 사람들이라도 돈만 많으면 최고의 변호사를 선임해서 요리조리 법의 심판을 피해 가는 일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수임료를 받고 일하는 변호사들이라 어쩔수 없다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돈 앞에 정의는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 영화 뿐 아니라 이런 현실이 갑갑해지기도 하였다. 이 책의 사건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대결 구도는 아니었지만, 사람들을 보호해야할 경찰이 집안에서 몹쓸짓을 저질렀는데 가해자가 경찰이기에 그 가정폭력과 성폭력으로부터 지켜질 수 없었던 불행한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다.
돈이 되지 않는 일인데, 사회적으로도 아무도 그를 도와주긴 커녕, 오히려 정말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심한 구타를 당하기도 한 변호사의 이야기. 비슷한 미드를 보면서 소름이 끼친 적이 있기에 이 작품이 마치 눈 앞에 미드로 생생히 그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존 그리샴 작가의 필력 덕분에 마치 드라마를 보듯 생생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 재판과 달리 배심원 제도가 판결에 크게 작용하는 미국의 재판 상황을 세세히 알 수 있는 그런 느낌?
변호사라는 직업과 재판에서의 하는 일, 스트레스 등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기 좋았던 소설이기에 현실에서 보기 힘든 의로운 변호사의 이야기긴 하였지만, 변호사의 꿈을 갖고 있는 아이들이 읽어두면 좋을 그런 소설이란 생각도 들었다.
변호사 출신이기에 법정 스릴러를 생동감있게 묘사해낼 수 있는 작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인 존 그리샴의 제이크 브리건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자비의 시간 1,2를 읽었다. 첫 장편 소설 <타임 투 킬 > 이후 50권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고 전 세계적으로 3억부 이상 판매한 작가의 책이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도 작가의 펠리칸 브리프를 인상깊게 읽었었기에 새로운 신간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읽기 시작한 책이었는데 2권이라는 두툼한 분량이었지만, 정말 숨가쁘게 다음장, 다음장을 넘겨가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아이들에게 직접적인 가해를 가한 의붓아버지가 제일 나쁜 놈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어린 아이들을 그런 상황에 처하게 한 엄마에 대해서도 화가 치밀기도 했다. (나자신도 아이 엄마가 되다보니, 내 아이를 위한 우산은 반드시 내가 되어야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기에.) 성인인 자신이 겪는 폭력도 무서웠겠지만 아이들이 얼마나 몹쓸짓을 당하고 살았는지,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더 화가 났다. 가난하니까 집이 없으니까 누군가에게 의존을 하겠다란 생각보다 자신이 일을 해서 어떻게든 아이들과 살아나갔어야했던 것인데 말이다.
자비의 시간도 매튜 매커니히 주연의 HBO 시리즈 미드로 제작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전에 매튜 매커너히가 변호사로 나왔던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를 재미있게 봤던 터라, 존 그리샴 작품이자 매튜 매커너히가 역시 변호사 제이크로 나오는 타임 투킬을 먼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흥미진진한 법정드라마를 책으로 먼저 생생하게 만난 느낌.
역시 존 그리샴의 필력은 대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