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 무서워 마음을 읽어주는 그림책
노경실 글, 김영곤 그림 / 씨즐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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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렸을 적에 읽었던 만화책 운세와 점 등의 이야기 중에 색깔에 대한 성격 분석이 있었어요.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이 노란색이었는데 노란색을 좋아하면 겁이 많다. 라는 것이었죠. 빨간색을 좋아하면 강한 것이고, 파란 색을 좋아하면 차분하고.. 지금 생각하면 그 정도는 나도 대려 맞춰서 이야기할 것 같다 싶긴 한데, 어릴 적에는 와, 정말 그런 것 같아. 하면서 이후로는 좋아하지도 않던 빨간색도 일부러 더 좋아한다 스스로 세뇌하려 하고 (여자인데도 왜 자꾸 강해지려 했던 것인지..)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센 척, 강한척 했지만 겁이 참 많은 편이었어요. 아이들 그림책인 공룡 유치원에 보면 뿔리라는 여자 친구가 그렇죠 (겉보기로는 남자같습니다. 목소리도 그렇구요. 내가 공주할거야. 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용감하고 친구들 사이에 강한 친구란 인상이 깊었는데 알고보니 물놀이를 무척 무서워하는 여린 데가 있었어요. 음, 어릴 적 제 모습을 좀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친구였죠.



특히 어릴 적에 제일 무서웠던 것은 바로 귀신이었어요. 전설의 고향이 너무너무 무서우면서도 또 어찌나 재미있는지 빼놓지 않고 보고서, 결국 밤에 잠을 자지 못하고 엄마 아빠 사이에 끼어 들어가 잠을 자지를 않나 호기심은 많은데 결과는 늘 불면으로 이어지는 그런 일이 참 많았던 기억이 나요. 그래도 무섭다고 울거나 그러진 않았었는데..




책 속의 주인공 훈이는 참 겁이 많아요.

사실 어린 아이 혼자 깜깜한 밤에 자려면 무섭긴 할 것 같아요. 우리 아들은 아직 엄마 아빠랑 같이 자는데.. 엄마 어릴적만 해도 사실 따로 방도 없었고 꽤 클때까지 엄마 아빠랑 다 같은 방에서 자고, 초등학생 되고 나서 따로 방을 쓸 적에도 동생이 있어서 혼자 잘 일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어려 보이는 훈이가 혼자 자려니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아직 아이 잠자리 독립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훈이의 입장을 생각해보고, 또 제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니 아이가 무서워할만하겠다고 공감이 되었답니다.




훈이는 사실 귀신만 무서운게 아니었어요. 하다못해 낮에는 징글징글 기어다니는 벌레도 무서웠구요. 자기 그림자에도 놀라 겁을 집어먹기도 해요. 엄마도 아이가 그렇게 겁이 많으면 좀 걱정이 될 만하겠어요.

저도 우리 아들이 남자답게 좀 강한 면을 보였으면 하는데, 어릴적부터 조용조용한 성격에 (지금은 제법 개구지게 되었지만요.) 겁이 많은 편이라 무서운 것, (귀신 유령을 몰랐던 때라 사자 등의 동물을 무서워했어요.)을 싫어해서, 영어 시간에 나오는 사자 모습에도 기겁을 하고 그랬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림책인데도 입 쩍 벌리고 있는 사자나 호랑이를 싫어하였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조금 컸다고 그래도 그렇게까지는 무서워하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다시 훈이 이야기로 되돌아와서요. 그래서 훈이가 그렇게 겁을 먹고 무서워하는데에 저도 관심이 더욱 갔어요.

우리 아이를 더욱 공감하게 되고, 아이 본인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아, 나만 무서워하는게 아니었구나. 다른 친구들도 이렇게 무서워하네 하고 자신의 감정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 있게 되길 희망했거든요. 그리고 무서울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아이와 같이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안그래도 금요일에 크리스마스 캐롤이라는 뮤지컬을 유치원에서 보러 가기로 했는데 선생님이 간단히 줄거리를 설명해주자 거기에 유령이 나온다고 아이가 안 보러 가겠다고 며칠전부터 걱정을 했었어요. 제가 키마 스티커 붙이고 용기를 갖고 가볼까? 하고 아이 마음에 좀 용기를 심어주려 해봤는데, 그때 잠깐 공감했다가 다시 또 무섭다고 하곤 해서, 선생님께 살짝 미리 조언을 구했지요. 선생님도 잘 달래서 아이의 뮤지컬 공연관람이 잘 이뤄지도록 도와주셨는데 (아침에 바빠서 키마 스티컨 잊고 그냥 갔구요.) 다녀와서는 "엄마, 나 용감했지? 근데 그래도 유령은 좀 무섭긴 하더라 얼굴도 안 보이고." 하고 이야길 했네요. 겪고 보면 다 별거 아니라는 사실을 아이가 이해하면 좋을텐데..

사실 엄마인 저도 어릴적에 유령이랑 귀신이 어찌나 무섭던지..

그래서 무섭게 나오는 귀신 이야기는 되도록 안 보여주려 하는데 (똥떡이나 여우 누이라던지요.) 유령 이야기는 유치원에서 들었나보더라구요. 음, 하기는 아이 예전에 본 동화책에서도 유령이 나오긴 했네요.




공포라는 감정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본다는것. 무서울때 무섭다이야기하고, 화날때 화난다 이야기하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작가님의 말씀마따나 그런 감정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해서 공포를 느끼는 것일수 있다 하니, 아이가 무서워하는 것들에 대해 그게 왜 무섭지 않은지.. 무턱대고 두려워하기만 하는 아이에게 차분히 설명해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사자는 힘세? 사자는 무서워? 하는 아이에게 그럼, 사자는 동물의 제왕이니 무섭지. 하고 성의없게 대답했던 예전의 제 모습이 부끄러워졌어요. 철창에 갇혀있고 우리는 안전한거야. 하고 이야길 해주긴 했었지만 말입니다. 아이가 좀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차분히 설명해줄 수 있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갖추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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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앉는 자리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김선영 옮김 / 문학사상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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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츠지무라 미즈키의 <열쇠 없는 꿈을 꾸다> <오더메이드 살인 클럽> <물밑 페스티벌>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등을 읽어보았다.

아닌 책들도 있지만 많은 내용들이 청소년 성장기를 주로 다루는 내용들이 많았는데, 이번 책 역시 그런 내용의 책이었다. 1980년생의 작가로써의 그녀는 10대들, 특히 10대 여학생들의 마음을 꽤나 꿰뚫어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심하게 자극적이진 않지만 (심지어 제목을 살인 클럽이라고 달아놓은 책 역시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선정적인 책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 10대들의 고민이 그대로 담겨 있는 그녀만의 감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고, 재미 또한 떨어지지 않아서 츠지무라 미즈키의 책이라면 이제 덮어놓고 읽고 있는 중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0년째 반창회를 해오고 있는 친구들.

친구들의 주된 화제는 역시나 티브이에서 자주 얼굴을 비추는 스타 '교코'에 대한 것이었다.

학창 시절에 교코보다 더 예쁘단 말을 들어왔지만 현실은 작은 회사의 사무직인 사토미, 몸매도 퉁퉁하고, 외모도 뛰어나지 못해서 친구들 사이에 주목을 받지 못해 늘 예쁜 친구 들러리만 서야 했던 사에코, 세련된 옷차림으로 친구들 앞에 허세 작렬인 잘나가는 패션 업계의 이름난 디자이너라 속인 유키, 그리고 유일하게 남자의 시점으로 등장하는 지방 은행에 다니며 쭉 유키만을 좋아해온 시마즈, 그리고 지방 아나운서로 근무 중인 다카마까지..총 다섯명의 시점에서 교코를 둘러싼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이 외에도 마사키, 기요세, 기에 등의 친구들이 등장을 한다.

 

첫 시작은 다소 섬뜩하면서도 말 그대로 미스터리한 느낌의 프롤로그로 시작을 하였다.

한 여학생이 농구를 하고 있는데, 다른 여학생 교코가 와서 무어라 말을 하면서 스스로를 창고에 가둔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태양은 어디에 있어도 빛나." 10년전 학창시절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책을 읽으며 내내 이상하게 느꼈던 점은 344p를 읽으며 (반드시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야한다.) 이해가 되지 않아, 읽고 또 읽고 나서 비로소 모든 의문이 풀리게 되었다. 아,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았던 이야기들이 비로소 다시 읽히기 시작했다.

정말 재미나게 읽었는데, 이런 반전을 숨겨뒀을 줄이야. 신선한 반전때문에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런 이야기였구나.

그런데, 내가 의문을 가지게 된 그 점들은 모두 복선이 되는 부분이었던 것이기에, 눈치가 빠른 미스터리 매니아라면 혹시? 하며 이미 앞뒤를 다 짜 맞췄을지도 모르겠다. 복선을 무수히 깔아놨음에도 나처럼 전혀 예상 못하고 있다가 탕 ! 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는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던 여학생이 오로지 '사랑' 하나 때문에 이 학교를 선택했다. 교코 스스로 친구들에게 풀어놓고 다닌 이 이야기는 그녀를 더더욱 여왕의 지위에 올려놓은 계기가 되었다. 얼굴도 예쁘고 모든걸 다 잘하고 거기에 상냥하기까지. 그런 그녀가 한눈에 반한 남자 기요세는 워낙 유명한 그녀의 짝사랑 이야기로 아무도 감히 넘보지 못할 그런 남학생이 되고 말았다.

유키는 자신이 갖지 못한 세상에 대한 동경으로, 모두의 주목을 받는 여왕의 들러리가 되고 싶어하고 그런 존재가 되었다.

사에코는 어릴적부터 친구가 없이 외로운 신세였는데 유독 착한 기에만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여주면서 기에와 단짝이 되었고, 나중에 기에를 좋아하는 남자친구 마사키와 셋이서 마치 3인조처럼 어울려 다니는 친구들이 되었다. 시마즈는 아무 생각 없이 뽑아든 우산으로 야구를 하다가, 우산을 좀 휘게 하고 말았는데 그게 나중에 힘세기로 소문난 남자친구를 둔 유키의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난 이후 유키에게 관심을 지속적으로 두게 되었다. 사토미는 얼굴이 빼어나게 예뻐 주목을 받았지만 교코 무리와 따로 어울리는 아이는 아니었다.

 

그때 그 시절의 친구들, 한 남학생에 대해 전교생이 떠들썩하게 알 정도로 애정을 드러낸 여학생, 그 여학생이 여왕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유명했다는 것, 그 여왕이 남학생과 잘 되지 않으면서 서서히 나락으로 떨어져갔다는 그 이야기들이 서서히 베일을 벗고 드러나는 그런 이야기였다. 사실 그다지 무서울 것도 큰 화제가 될 것도 없을 것 같은 이야기인데, 꽤나 흥미진진하게 몰입하게 만들었다.

 

나 유명인 누구 알아, 그럼 나랑 어떤 사이지. 하고 허세를 떨고 다니는 사람 치고 정작 그 유명인을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친한 사람이면, 그렇게 자랑하지 않아도 될 것을 알고 있을테지, 그렇지 않기에 더욱 그렇게 허세를 부리고 다니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어맞게 말이다.

이야기를 하고 나면 더욱 스포를 하고 있는 것 같아서, 그만 말을 접을까 한다. 하고 싶은 말은 참 많은데.. 미리 알면 재미가 없으니 말이다. 모르고 읽어야 더 재미있는 소설,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허세 가득한 군상 속에 우리가 알던 친구들의 어떤 모습들이 숨어있는지 찾아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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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한가 불야성 시리즈 3
하세 세이슈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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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세 세이슈의 불야성 시리즈에 대해, 난 왜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것일까? 꽤 책을 좋아한다고 해도 사실 편독이 심한 편이라 좋아하는 장르, 좋아하는 작가 위주로 책을 읽기에 다른 작가의 책에 눈길을 돌릴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이 책. 일본 작가의 이름이 분명한데 미스터리물도 아니고, 느와르 물이란다. 하드보일드 느와르. 느와르라는 말은 어릴 적에 봤던 홍콩 영화 등에서나 접하던 단어였는데, 일본 소설에서 만나는 느와르 물이라니.. 게다가 이 책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한 일미즐 카페에서 많은 사람들이 불야성 시리즈를 재미난 책으로 손꼽을 정도로 인기가 높은 편이라, 도대체 어떤 시리즈길래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원래는 불야성, 진혼가, 장한가로 완결이 되는 책인데, 앞서 두권을 미처 읽지 못한 상태에서 3권인 이 책을 읽었는데? 웬걸 한권만으로도 충분히 읽을 만한 재미가 있었다. 거의 600페이지 가까이 달하는 꽤 두꺼운 두께였는데 엄청난 몰입도로 읽혀서, 새벽에 잠이 안와서 깨었다가 뒤척뒤척하다 집어 들었는데 그 자리에서 두시간 반 만에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앞선 두권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장한가보다 더 재미나다네? 오. 이런 괜찮은 시리지를 만났단 생각에 앞선 두권도 순서는 뒤바뀌었을지언정 얼른 읽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불야성, 진혼가를 내리 읽었으면 어떤 사람이 주역인지 감이 오는데 아무런 정보 없이 백지상태에서 시작해 읽다보니 그냥 책이 주는 느낌 그대로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한때 가부키초를 주름잡았던 양 웨이민이 자신이 거둬들였던 류젠이의 측근에게 결국 살해당하는 것부터 시작을 한다. 양웨이민 역시 반격을 가하려 했으나 너무 쉽게 당하고 말았다. 그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뒀어야했는데.. 처음엔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읽다가 나중에 찾아보니 아! 싶었다. 시리즈를 처음부터 안 읽으니 (나 스스로)이런 허점을 보이게 된다.

 

일본에 건너가 살고 싶었기에 가짜 족보를 사들여, 반은 일본인인것으로 (잔류고아인것으로) 위장을 하고, 일본에 넘어온 리지, 일본 이름으로는 타케 모토히로. 일반 회사에 취직해 평범하게 잘 지내다가, 회사가 도산하면서 결국 가부키초로 흘러들어와 중국어와 일본어를 다 잘 쓰는 잇점을 활용해 어둠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말았다. 거짓 일본인이라는 사실을 마약 단속반인 야지마에게 꼬리잡혀서 그의 끄나풀로 목숨을 건 정보원으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가 숨기고 싶은 과거, 그는 철저히 일본인으로 살고 싶었지만 일본 속에서도 중국을 떠나 살 수가 없었다. 중국 출신 조직들에서는 그런 리지를 보물처럼 여기다 시피 하였다. 일본어가 아주 능숙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일본인이나 다를바가 없으면서도 중국어도 자유롭게 통하니 일본에서 활동하는 중국 조직원들에게는 그야말로 보물 같은 존재가 아닐수 없었을듯.

그러나 정작 본인은 이 바닥을 떠나고 싶어서 전전긍긍하는 처지였다.

 

그가 망을 보는 사이에 그가 임시로 몸담았던 조직의 보스가 살해당하고, 거래중이던 상대편 야쿠자 조직 역시 살해당하였다. 거의 몰살에 가까웠는데 그는 운좋게 빠져나왔으나 양쪽 조직 모두에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캐묻기 위해서라도 리지를 찾느라 난리일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로써 한건 크게 무는게 아닐까 싶은 야지마 역시 리지를 또다른 조직에 넣어 좀더 고급 정보를 캐내기 위해 노력을 하고, 리지는 여기저기 정말 상처투성이로 물리고 뜯기는 비참해보이는 신세가 됨에도, 참 여러모로 운 좋게 살아남는다. 어쩌면 머리가 좋으니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르지만.

 

승진 야욕에 불타는 야지마의 협박과 보스의 복수를 하려는 한하오 조직 부하원들, 그리고 토메이카이의 무라카미 이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서 한하오와 그 무리를 죽인 사람들을 수소문해가기 시작하는데, 이 바닥 최고의 정보원이라는 류 켄이치를 만나게 된다.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지는. 그를 아는 아니 그의 소문을 들은 모든 이들이 악마라 일컫는 그 류 켄이치와 엮이면서 어둠의 모든 일을 다 꿰뚫고 있는 그의 시선과 정보력에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게 된다. 나의 덧칠된 과거, 야지마만 알고 있던 그 약점까지 알고 있는건 아닌지 불안해진다. 류 켄이치에게 의뢰금을 내고, 정보를 얻어가면서 사건을 이중 삼중 자기 나름대로 수소문해가는 리지. 단독으로 활동하는 사람 치고 꽤나 영리하게 (물론 그게 다 그물망에 걸려들게 되는 결과지만) 처신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사실 보통 사람 같았으면 그 정도 여기저기 치이고, 이용되었으면 아마 갈갈이 마음이며 몸이 찢긴 상태가 되었을텐데..리지는 참으로 용케 살아남는다 싶은 사람이었다.

 

그러던 그가 삶의 이유를 찾기 시작하였다.

고향에 두고 왔던 여인을 술집에서 만난 것이었다. 일을 하기 위해 갔던 그 곳에서 자신과 어릴적 소꿉친구였던, 그래서 일본으로 가도 꼭 데리러 가마 했던 그녀를 만나고 이제 그녀가 리지의 삶의 이유가 되었다. 미안한 마음에서라지만, 그동안 외면하고 살았던 고향에 대한 미안함에 그랬다 하지만 무모할 정도로 그녀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리지가 왜 갑자기 그렇게까지 되었을까 싶은..

잊고 살았던 여인이라면 아무리 깊은 정을 주었던 사람이라도 그렇게 모든 걸 다 걸 필요까진 없었을텐데 싶었던 이해 안가는 구석도 있었지만..그럼에도 책의 가독성은 끝까지 훌륭하였다.

 사실 리지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 류 켄이치긴 했지만 말이다.

 

 새벽에 일어나 이 두꺼운 책을 두시간 좀 남짓하게 다 읽어버리고.

나도 모르게 그 옛날 홍콩 영화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마도 첩혈쌍웅이나 천장지구쯤 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야기를 다시 곱씹고 있었다.

정말 딱 그 영화들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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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쉬운 그림영어사전
이주혜 옮김 / 베이직북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마음 잡고 아이 영어 공부 시킨다 해놓고, 정작 영어 dvd 몇편씩 보여준 것 외에는 아직 이렇다할 진도를 나가지않고 있었네요.

어제는 아이에게 영어 책을 읽어주면서, 워낙 잘 따라하지 않는 아이에게 엄마가 읽은 문장 따라 읽어봐~ 하고 시키다보니, 문장이 그러기엔 처음부터 좀 길어서 아이가 힘겨워하였어요. 게다가 과거형 단어가 나와서 자꾸 그 단어를 몰아세우듯 따라하라 하니, 아, 이렇게 억지로 시키면 아이가 싫어할텐데 싶으면서도 왜 이걸 금새 못 따라해? 하면서 저도 모르게 짜증을 내고.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지요.

아이에게 영어 사전을 언제 사주면 좋을지.

사실 엄마때는 중학교때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하였기에 글밥 가득한 영어 사전을 끼고 공부하는게 당연했어요.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유아기때부터 영어를 시작하고 초등학교때 본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니 우리때 공부했던 깨알같은 글씨 가득한 영어 사전보다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그림책으로 된 영어 사전이 더 잘 맞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만나게 된 세상에서 가장 쉬운 그림 영어 사전

벌리츠 키즈라고 위에 씌여있어서, 이건 외국 출판사명인가? 하고 찾아보니 영어 어학원, 교육 기관 명이었던 것 같아요. 그쪽 교재로 개발되었다는 건지 아니면 실제 활용중인 영영 사전을 그대로 우리나라말로 번역해놨다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한글이든 영어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보면 그 단어의 뜻에 대해 묻게 되는 일이 발생하죠. 아직까지는 아이에게 사전을 찾아 일러준 적은 없고 그냥 엄마 아빠가 대답해주곤 했는데 영어의 경우 이렇게 간단한 그림과 함께 연상 작용으로 기억하게 하는 마인드 맵 형식으로 기억해두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게다가 너무 좋은 점이 실제 예문 역시 실려 있어서, 예문으로 통째 기억하기에 더더욱 좋을 수 있었구요.

다만 발음 기호는 실려 있지 않다는 것이 다른 사전과 차별화된 점이었어요. 실제 원어민 발음을 들어보기 위해서는 웹하드에 들어가 MP3 파일을 다운받아서 들어볼 수 있게 되어 있었어요.




참 책의 크기는 작은 사전 크기가 아니라, A4 정도의 일반 그림책 사이즈랍니다. 두께도 그 정도 되구요. 페이퍼북이라 다소 두툼하지만요. A에서 Z까지의 알파벳순서로 배열되어 있고, 알파벳 색인 형태라 찾기가 더 편하게 되어 있었어요. 맨 끝에는 동물, 옷, 운동경기, 곤충, 수와 색, 신체, 운송 수단, 인삿말 등을 한장의 그림에서 단어로 만나볼 수 있게 정리되어 있어 좋았어요. 그 뒤에는 각 단어를 금새 찾아볼수있는 WORD LIST가 실려 있었고 말입니다.




Let him go



어제 아이에게 읽어준 책 중에서 그를 놔줘, 하는 문장이 있었는데 let이 소개되면서 그 문장이 첨부되어 반가웠네요.

토끼의 꼬리가 왜 짧아졌나? 그에 관련된 설화 같은 책이었는데 말썽꾸러기 형제 rabbit이 늘 사고를 치고 다녀서 Hare가 다 수습하고 다니는 이야기였거든요. 큰 곰에게, 콘돌에게 잡혀있는 Rabbit을 놔달라고 할때 let him go!라고 외치곤 했죠.



사실 아이에게 강제로 읽게 하고 하기 싫은거 하게 하면 울 아들은 유난히 튕겨나가더라구요. 그렇게 하지 말아야지 자연스럽게 해야지 하면서도 잘 못해주어서 늘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제는 차 타고 가는 길에, 엄마 슐슐 (음..발음을 따라하기가 힘이듬)이 뭐야?

뭔가 아이가 보고 들은데서 묻는거다 싶어서, 어디에 나온건데? 부터 물어보니, 토끼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바로 이 책이었어요 rabbit과 hare의 이야기. 그래서 어느 장면에 나온건데? 하고 계속 물어보니 동굴 앞에서 곰과의 일 이후에 나온 이야기래요.

전 책 줄거리가 완벽히 생각나지 않았는데 아이는 그냥 엄마가 읽어주는거 들은 건데도 통째로 문장을 기억하고 있었나보더라구요. 앞뒤 문맥상, 발음도 그렇고 혹시 sure sure가 아닐까? 그랬는데.. 아니나다를까 집에 돌아와 그 부분 찾아보니 맞더라구요.

음. 사실 엄마가 조급해하지만 않으면 아이 스스로 깨닫게 되는 알게 되는 그런 것들이 많을텐데. 읽어주는 것만으론 부족한 것 같아서 자꾸 아이를 다그치니 아이가 힘겨워하는게 아닌가 싶었어요. 음, 다른 엄마들처럼 체계적으로 안 시켜서 한번 시킬때 막 화를 내는 제 나쁜 습관에도 문제가 있음이 분명했구요.





아뭏든 아이와 영어 그림책을 읽으면서 아이도 궁금한 단어들이 마구 늘어나고 있어요.

이럴때 그림과 함께 이해하기 쉬운 이 책을 수시로 찾아 아이와 펼쳐보는 습관을 들여볼까 싶어요.

아, 이 단어가 그런 뜻이구나. 그림으로보면 더욱 쉽게 기억에 남을테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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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브 데이즈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빅 픽처>로 처음 만났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이후 그가 내놓는 작품들은 되도록 빼놓지 않고 읽으려 노력하는 작가가 되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그는 분명 남자인것 같은데, 그가 다루는 소설 속의 여성의 마음을 어찌나 잘 헤아리고 있는지.. 여자가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들 그런 내면의 이야기까지 세세히 짚어내고 있어서, 몹시 놀라워하며 읽게 되는 책들이 많았다. <빅 픽처> 이후에 읽은 그의 책으로는 <템테이션> < 더 잡 ><위험한관계> 등이 있고, <모멘트> <파리 5구의 여인> <리빙 더 월드 > <행복의 추구> 등도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둔 책들이다. 나온 책들은 대부분 다 구비를 하였는데 읽은건 사실 절반밖에 되지 않았구나.

 

파이브 데이즈는 고등학생인 딸, 대학생인 아들을 하나씩 두고 있는 방사선과 기사인 여성의 권태로운 일상, 아니 탈출하고싶었던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이랄까? 그런 것을 다룬 이야기였다.

 

결혼 전이나 후 모두 결혼 생활을 잘 유지하고, 절대 한눈팔지 않고 배우자에게만 충실한 삶을 살아야한다고 생각해 온 나의 가치관에서 사실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이야기들에서 불륜이나 이혼 등이 너무나 빈번히 등장하는 일들은 사실 좀 거북한 일이긴 하였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사실 그렇게 말하면 좀 그렇지만, 불륜을 하게 되고 (그녀 입장에서는 나중에 만난 그 사랑이야 말로 진정한 사랑이었다.) 이혼까지 하게 되는 여성의 사건이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그녀의 불륜과 이혼을 정당화하는데 일조하였단 생각이 들었다. 불륜이지만, 그녀는 그럴 수 밖에 없었어. 세상에 이혼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녀는 그럴수 밖에 없었어. 하고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만드는 그런 필력을 갖추었다. 헉.

 

매일 환자들의 ct를 촬영하며 암 유무를 관찰해야하는 방사선사인 여주인공, 그녀는 꽤 경력이 쌓여서 이제 의사가 판독하기 전 그녀도 어느 정도 판독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지만 의사가 환자에게 이야기하기 전에 미리 언질을 주는 것이 불법이었기에 환자 보호자들이 아무리 짜증을 내거나 애원을 해도 알려줄 수 없는 처지에 이르렀다. 누군가의 불행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은 그녀 자신에게도 너무나 큰 스트레스가 되는 일이었다.

 

그녀의 집에는 벌써 몇개월째 실직 상태인 남편이 있었다.

지역 화가로 제법 소질을 보이고 있는 아들 벤, 그리고 학구적이었던 그녀와 달리 그녀가 다소 경멸해마지않던 치어리더가 되어있는 딸 샐리, 그렇게 네 사람이 한 가정을 이루고 있었다. 벤은 엄마와는 늘상 의논했지만, 사실 아빠에게 인정 받고 싶어했지만 아빠는 자신과 비교해 잘 나가고 있는 아들을 격려하고 기대하기는 커녕, 자기보다 잘 나가는 아들을 질투하는 다소 추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릴적부터도 아들과 아빠는 잘 맞지 않았다. 그나마 아빠가 잘 맞추고 좋아했던 딸은 부모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부잣집 아들과 사귀는데만 혈안이 되어 있었다. 실직 상태가 되기 전에는 그래도 착했던 남편이 실직이 길어지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져, 한달에 두번 정도 아내에게 가시 돋힌 화풀이를 하기도 하였다. 여주인공은 그런 집안이 갑갑해져왔다. 그리고 남편과의 관계가 제발 회복되기만을 간절히 바랬다.

 

그런 그녀가 학회 참석을 위해 집을 며칠 떠나 있을 기회가 생겼다.

일이 목적이었지만 잠깐이나마 숨통이 트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곳에서 보험 일을 하는 한 남성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가 조금만 어려운 단어를 써도 배배 꼬인 상태에서 잘난척 한다며 쏘아붙이던 남편과 달리, 그 남성과의 대화는 너무나 잘 통하는데가 있었다. 겉으론 유식하지 않은 척 겸손해했으나 그가 읽은 책이 상당한 수준임을 이내 짐작할 수 있었고, 그녀 또한 그와의 그런 지적인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즐거운 일임을 아주 오랜만에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와 이런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실 그녀는 처음 몇번은 그녀가 유부녀이기에 다른 남자와 식사를 한다거나 차를 마시는 일 자체도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거부하곤 하였는데 우연에 우연을 거듭해서 그를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레 만남이 지속되었던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녀안에 숨겨져있던, 잊혀졌던 꿈과 생기를 되찾기 시작하였다.

그 또한 자기와 너무나 맞지 않은 (그에게는 자신의 아들 벤과 같은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버지보다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음에도 아버지의 아들에 대한 질투로 자신의 능력을 꽃피우지 못한 사람이었다. 평생 아버지를 싫어했으나 그런 아버지의 힘에 눌려 기를 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사랑하는 여자도 포기하고, 아버지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여자를 정해주자 그녀와 결혼해 살 정도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기에 현실에는 불만족하면서 서로의 내면에는 너무나 깊이 끌리는 그런 열정적인 사랑에 두 사람이 빠져들고 말았던 것이다.

 

두 사람 다 더 낳은 미래를 선택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고, 거기에는 둘다 사랑이 치명적인 이유로 좌절되었다는 공통점까지 갖고 있었다. 의사가 될뻔했던 여주인공과 작가가 될 뻔했던 현재의 보험 설계사인 남자, 이 길이 아니었다면, 이 결혼이 아니었다면이라는 몇십년째 회피해왔던 고민, 그러나 늘상 어려움이 닥칠때마다 꼬리를 물고 들었던 그 고민이 있었기에 그들의 결혼 생활은 더욱 불만족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각자의 결혼생활에 충실하려고 노력은 한다 하였지만.. 

 

이젠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할수있어. 그런 믿음이 정말 너무나 쉽게 실현되는 듯 하였는데..

그러진 않았다.

다만 그녀는 잊고 있던 자기 자신을 확실히 되찾긴 하게 되었다.

남편을 떠나는 것 만이 최선의 길은 아니었겠지만, 꽤 오랫동안 남편을 기다리고 그에게 시간을 주었는데, 그가 자신을 돌보는데 너무 힘이 들어서 아내가 힘들어하는 것에 신경을 덜 쓴 것은 사실이었다. 뒤늦게 관계를 회복해보려 하긴 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돌이키기에 너무 늦은 시간이기도 하였다.

 

파이브 데이즈는 내가 공감하기 힘든 그런 소재를 갖춘 이야기였으나, 그런 나도 억지로 일부로라도 공감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래도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나는 가정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겠지만 말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역시 덮어놓고 읽어도 후회되지 않는 작품이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또 한권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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