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글쓰기 교실 - 엄마와 아이를 바꾸는
이인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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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짓기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실천하기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어른들이 하기 귀찮고 어렵게 생각되는 일이지만, 내 아이만은 잘 했으면 좋겠고, 그런 마음으로 자꾸 아이를 가르치려 하니, 어려운걸 어렵다 말하는 아이와 어렵더라도 잘했으면 좋겠는 어른 사이의 갈등이 시작되는 것이다.

 

엄마와 아이가 같이 글쓰기를 하면 아이의 글 쓰기가 한결 나아진다는데..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하였다.

사실 나 자신이 글쓰기에는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습관의 문제인 것 같다.

어렸을 적에는 그럭저럭 글 쓰기 대회에서 몇번의 수상경력을 한 적이 있었고, 어른이 되어서는 독서도 글짓기도 가까이할 겨를이 없다가, 다시 시작한 독서로 인해, 그리고 처음 알게된 서평이라는 것을 시작하면서 어렵지만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를 시작했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내가 쓴 글을 나와 내가 아는 사람들이 아닌 모르는 사람들이 아무나 다 들어와서 볼 수 있는 블로그와 카페, 인터넷 서점 등의 인터넷 세상에 공개한다고? 그럴 만한 글발이 되지 않는다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이 와서 악플이라도 남기면 너무 속상할 것 같았다. 그래서 무척 창피한 느낌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쓰기가 아니었기에. 그게 지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라 생각하니 남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고 야단이라도 맞을 듯 화끈거리는 생각에 시작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의 독후감 쓰던 솜씨도 다 잊고 (어른이 되어서 쓰려면 사실 더 잘 써야만 할 것 같고, 그런 부담감과 스트레스 때문에 글쓰기까지 마음먹기가 무척 어려웠다.) 문장을 나누지도 않고, 그냥 막 이어서 쓰는 주먹구구식의 서평으로 시작하였다. 그랬는데, 한편 두편이 수십편이 되고, 수백편이 되고, 수천편이 되어가니 잘 쓰지는 못하더라도 서평 쓰는 일 자체를 쓰기 전부터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며칠전부터 스트레스 받는 그런 일로 느껴지지가 않는다. 책을 읽으면 으레히 쓰는 것이려니 하는 생각마저 들게 되었다. 자연스러움, 잘 쓰기 위함이 아닌 자연스러운 습관이 몸에 배인 것이다.

 

그런데 내 아이의 문제라면 또 달라진다. 이제 막 한글을 제대로 배우고, 글씨도 왼손잡이라 또박또박 쓰지 못하고 삐뚤빼뚤 쓰느라 이래저래 지적을 당하고 있는 내 아이의 문제라면 말이다. 엄마 마음 같아서는 아이 하고 싶은대로 쓰게 하고 싶은데, 자꾸 거울상으로 글씨를 잘못 쓰기도 하고, 무엇보다 왼손잡이들은 오른손잡이 위주의 학교 교육에서 자신감을 많이 잃고, 나중에 군대에 가면 총 쏘기도 힘들다는 등의 어른들의 걱정으로 인해 이제 막 글씨를 쓰려는 아이를 자꾸 바로 잡아주려니 아이는 글씨 쓰기를 더더욱 힘들어하고 싫어하려 하였다.

아직은 주말에 쓰는 일기가 전부지만 자신의 생각을 펼쳐내 글짓기를 해야한다면 그 일이 아이에게 쉽게만 느껴질거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나 역시 원고지를 앞에 두고 막막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있기에. 그 어려운 시간을 잘 넘기면 글 쓰기가 부담되지 않을텐데, 어렵다, 하기 싫다, 자꾸 시킨다의 악순환이 반복되면 그대로 글짓기와 인연이 멀어질까봐 첫 단추를 어떻게 끼워야 하나가 걱정인 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그 해답을 엄마가 먼저, 그 다음에 아이와 함께,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으로 소개하고 있다.

대부분의 엄마들이라면 막막할게 당연하였다. 직장에서 글을 쓸 일이 있는 엄마들이 많지 않을테고, 전업 주부거나 일을 하더라도 글짓기와는 큰 연관이 없는 일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글을 써야 한다고? 저자가 가르치는 것은 자신의 이야기, 에세이가 될 수도 있고,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독후감, 혹은 시가 될 수도 있었다. 강연을 주로 하는 분이라 그런지 나중에 강연에 대한 일정 등도 나와 있었는데, 책에서만 살펴 보자면 큼직하게 눈에 띄는 그런 방법들이 있었다.

 

막연하기는 하다. 직접 따라해본게 아니라 그냥 저자의 책을 읽고 있는 것이기에.

그런데 책도 엄마 아빠가 읽으면 아이들에게 읽으라 강권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아이들이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것처럼.

엄마가 먼저 글을 쓰면 아이들에게 글을 쓰자~ 하고 말하는게 강요가 아닌 자연스러운 노출 환경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서로의 입장을 바꿔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환경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안되는데, 아이가 내가 낳은 생명이자, 하나하나 뭔가를 가르쳐줘야할 것 같은 그런 상황이 이어지고 나니, 자꾸만 부모는 아이를 가르치려 한다. 아이 스스로 터득할 수 있을 수도 있고 우리보다 더 나은 스승이 될 수도 있을텐데, 우선은 나보다 어린 아이니, 어른의 입장에서 지적하고 가르치려 하고, 고자세를 유지하게 된다. 어른인 우리가 어릴 적을 되돌아봤을때 어른의 고압적인 자세가 꼭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뭔가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할 것 같은 압박감으로 너는 어떻게 느꼈니? 이 책에서 뭘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하고

막연하게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경우는 드물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가 강의 도중에 이 책에서 어떤 교훈을 얻었느냐. 어떤 생각이 드느냐? 하고 질문을 하면 백이면 백, 엄마들이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눈을 떨구거나 눈길을 돌린다던데..

아이의 입장과 그런 엄마의 입장이 똑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느냐고 말이다. 정말 공감했다. 나도 잘 하기 힘든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뭘 써야할지 모르겠는 아이에게 독후감을 써라 일기를 써라, 그냥 닥달만하는 것은 위와같이 모호하게 질문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을 것이다.

 

아이에게 씨앗이 될 단어를 던져 주고,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그려나갈 수 있는 도움을 주어야한다.

엄마가 직접 글을 써봐야안다는 것은 그래야 아이에게 글쓰는 방법을 도와줄수있고 자신이 어려움을 겪어봐야 아이의 마음을 공감할 수 있고, 무엇보다 엄마의 글을 보고 자란 아이는 자신 역시 어떻게 글을 쓰면 좋을지라거나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거나 하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

 

그 무엇보다도 와 닿는 내용은 세명의 사람이 읽을 이야기를 쓰라는 저자의 설명이었다.

나 혼자만 읽는 이야기는 쓰지 말란다. 글을 쓰는데 마치 비밀 일기인듯, 혼자만 알아보는 이야기, 혹은 누군가와는 공유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 보다는 많은 사람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최소한 세 사람에게는 인정받을 수 있을, 세사람에게 보여주는 이야기를 써보라는 것.

하나와 둘을 넘어선 셋은 정말 전부인 백에 가까운 효과를 낸다 하였다. 세명의 사람이 하늘을 보고 있다는 이야기의 효과는 정말 압도적이었다. 정말 한눈에 그려지는 듯한 설명이었다.

 

내 아이에게 막연히 글 쓰기 숙제를 하라고 다그치기 보다, 아이가 자연스럽게 글 쓰고 싶은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

예를 들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경우, 앨리스와 동굴의 상관관계 등을 설명해주며, 아이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두려움보다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도전정신을 갖고, 아이가 어려운 환경을 헤쳐나갈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게 한다면, 엄마와 아이가 함께 글쓰기는 글쓰기 자체를 넘어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다친 마음을 힐링하는 과정을 보람있게 느끼는 승화된 글쓰기의 참맛을 느끼게 될 것이다.

 

대학생때 과외를 꽤 많이 해봐서, 내 아이 교육도 만만할 거라 생각했는데 사실 그건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어렵다고 느껴지면 노력하려는 열성이라도 보였어야했는데 그러지도 못했다. 공연히 밍기적대는 아이에게 화나 내고, 윽박이나 질러 마음의 상처를 입혔던 것 같다.

혼낼 상황이 아닌데도 자칼 언어를 사용하고, 아이를 배려하지 못했던 나한테 실망이 커졌다. 그러지 말아야겠다. 글쓰기뿐 아니라 나 자신의 요즘의 마음까지, 아이와의 잘못된 대화까지 되돌아보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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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카페 레시피
배민경 요리.사진 / 미호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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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도 손쉽게 커피나 차를 타마실 수 있지만 카페에서 마시는 차 한잔, 커피 한잔을 더 특별하게 해주는 것은 카페에서 즐기기 좋은 맛있는 케잌, 빵 등이 있고 분위기도 한 몫을 하는 것 같다. 사실 집에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캡슐커피 머신이 있다면 집에서라도 카페의 커피와 거의 흡사한 맛까지 즐길 수 있겠지만 지금 우리집에는 믹스 커피밖에 없으니 카페에 가고픈 욕망이 더 커지는 듯 하다.

예전엔 친구들과 만나 수다를 떨던 공간이 카페였는데 결혼하고 아기엄마가 된 요즘에는 친구 만나기가 더욱 뜸해졌고 (친구들은 대부분 서울에 살기에) 자주 카페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은 바로 근처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다. 카페에서 수다를 떨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냥 커피가 마시고 싶어서, 동생을 불러내고 동생도 나를 불러낸다. 집이 가까우니 근처에 후다닥 나가 만나기도 쉽고, 늦은 밤에라도 신랑과 부모님의 허락만 있다면 얼마든지 잠깐 만나고 들어 올 수있어 더욱 좋다. 어제만해도 아이가 낮에 사달라던 케잌을 사주마 하고 잊고 있다가, 밤늦은 시각에 케잌 사달라는 약속 지키라고 투정부리는 걸 어떻게 감당하나 했다가 동생에게 마침 카페 마실 가자는 연락이 와서 카페에 가서 조각 케잌을 사다주기도 하였다.

 

카페의 조각 케잌이 꽤 비쌌던것으로 기억하는데 프랜차이즈 카페였던 어제 그곳의 케잌들 가격은 정말 오천원은 제일 저렴한 축에 속하고 6500원을 훌쩍 넘기기도 해서, 입이 벌어졌던 기억이 난다. 맛은 꽤 있다지만 그래도 조각 케잌 가격 치곤 너무 비싸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처럼 차나 커피 한잔, 그리고 1인당 조각 케잌 하나씩이라도 먹을라치면 1인당 드는 후식 비용이 12000원~15000원 정도 드는데, 여기가 가로수길도 아니고 그냥 동네 프랜차이즈 커피숍인데 말이다.

 

 

어제의 경험을 하고 나서 이 책을 보니 좀 귀찮더라도 집에서 해먹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홈카페는 늘 나의 로망이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집을 좀 카페처럼 예쁘게 꾸미기는 커녕 귀찮다고 어질러 놓기까지 한게 가장 큰 복병이지만. 또 신랑도 같이 커피를 좋아하는 취향이면 커피 기구들을 마음껏 살텐데 절대 커피도 차도 잘 안마시는 사람인지라 나 한 사람 먹자고 비싼 기계나 기구를 사들인다는게 내키지 않기도 하다. 그럼에도 쉽게 타마실수있는 차나 커피를 보면 나도 모르게 구입을 하게 된다. 그리고 뭔가 색다른 디저트를 곁들여 나만의 티타임을 즐기고 싶어지기도 한다. 담소를 나눌 친구가 있으면 더 좋을 시간이겠고 말이다.

 

어제 사왔던 모 카페의 치즈 케잌서부터 우리 아들이 천사다방에서 제일 좋아하는 생크림 얹은 메이플 초코 브레드 (책에는 허니 버터 브레드 시리즈가 쭈욱 나왔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크렌베리 닭가슴살 샌드위치 등등 카페에서 만났던 참으로 다양한, 아니 내가 미처 못 먹어본 메뉴들까지 잔뜩 레시피로 수록되어 있어서, 가보기 힘든 서울의 카페 소개글보다 오히려 더 반가운 카페 레시피 북이었다. 그래, 가보기 힘들면 지방에서, 내 집에서 해먹으면 되지. 물론 베이킹을 거의 안해봐서 베이킹을 해야하는 부분은 큰 자신은 없지만 말이다.

 

 

참 싫어하는 것도 많은 우리 아들, 야채를 대부분 싫어하는데 그중에서도 당근은 참 안 먹으려고 한다. 당근을 갈아서 만든 당근 케이크. 당근 싫어하는 아이들도 잘 먹는다니, 베이킹이 귀찮아도 이런 케이크는 한번 도전해봄직하지 않나 싶어졌다. 아들을 사랑한다면 이쯤은 만들어줘야지 않겠나 싶은 의무감이 샘솟았달까.

만들지는 못하고 주로 사주었던 수제 초코칩 쿠키 만드는 법도 나와 있었고, 정말 부드럽게 떠먹기 좋은 티라미수 레시피도 눈길을 끌었다. 깔루아로는 깔루아 밀크라는 칵테일만 만들어먹는 줄 알았더니 티라미수도 만들수 있구나. 예전에 나물이님 레시피보고 내가 만들었던 티라미수와는 좀 달라보였다. 이번 기회에 깔루아를 한번 사볼까?

 

 

보기만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지만 칼로리를 걱정하면 주문하기 어려운 허니 버터 브레드 시리즈.

사실 내가 허니 버터 브레드를 처음 만난것은 강남역의 기린비어 페스타라는 호프집에서였다. 따끈한 식빵위에 꿀을 얹고 한스쿱 얹은 버터를 직원이 포크로 마구 휘저어 빵이랑 섞어주면 그게 어찌나 맛있던지. 요즘의 카페에서 나오는 허니 버터 브레드는 사실 그 정도로 빵을 따끈하게 데우질 않아서 그냥 생크림을 빵에 발라먹는 수준일때가 많아 아쉬울때가 많았다. 레시피를 보니 무척 쉽고 간단한데 (사실 레시피를 보지 않아도 맛만 봐도 따라는 할 수 있을 레시피였지만 귀찮으니 무조건 사먹었던 것이다.) 카페에서는 정말 오천원을 훌쩍 넘긴 심지어 만원 가까이 하기도 하는 꽤나 비싼 가격으로 한덩이가 제공되는 것을 생각하면 다양한 허니 브레드를 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허니 버터 브레드, 갈릭 버터 브레드, 바나나 땅콩 버터 브레드, 메이플 고구마 브레드 헤이즐넛 초코 브레드 (이것이야말로 악마의 초코잼까지 들어가니 진정한 칼로리 대박이리라.), 라즈베리 브레드, 체더치즈 브레드 등을 두루 섭렵하고 싶어졌는데 이후에 일어날 나의 체중 증가는 명약관화한 일이라 사실 무작정 따라하기는 살짝 겁나기도 한다.

 

인절미를 와플기에 넣고 구운 모플이라는 것을 본적은 있는데 이 책에서는 특이하게도 빵 사이에 넣어 구워서 인절미 토스트를 해먹는게 나왔다. 오, 치즈같이 이용을 할 수도 있구나, 모플, 인절미 치즈 스틱 만큼이나 이것도 아이디어 레시피인걸?

 

 

 

카페  디저트와 차, 커피 등의 레시피에 대한 여러 책을 만나봤는데 이 책은 진솔하게 레시피에 충실한 책이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정말 하나같이 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들이라, 이것도 해먹고 싶고 저것도 해먹고 싶고.

오펜하겐이라는 마성의 디저트가 존재하는가 하면 밀크 빙수, 망고 빙수, 홍시 요거트 등의 얼음을 사랑하는 내가 좋아하는 빙수류도 눈에 띄었다. 달달하고 살짝 느끼할 수도 있는, 그러나 그 부드러움으로 모든 걸 용서할 수 있는 설탕과 푸딩의 만남, 크렘 브륄레도 서울의 모 카페에서 무척 맛있게 먹었던 디저트였다. 책에는 파리지엥의 대표적인 디저트라고 나와있다. 진한 커피와 먹으면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는데 느끼한거 잘먹는나는 그냥 먹어도 맛있을 듯 하다. 안 그래도 푸딩 위의 설탕은 어떻게 익혔나 했더니 토치를 사용했단다.

 

 

 

 언제 먹어도 든든하고 맛있었던 크랜베리 닭가슴살 샌드위치 또한 이렇게 쉬워도 되는가 싶을 정도의 레시피로 소개되어 있었다. 재료만 마련된다면 정말 크게 고민할 것 없이 든든하고 예쁘기까지 한 샌드위치가 완성되는 것이다.

 

 

 

아, 보는 내내 주린 배를 움켜쥐게 했던 달콤한 카페 레시피. 달콤하다 해서, 달다구리 디저트들만 있을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카페에서 고급스럽게 즐길 수 있는 여러 색다른 음료들서부터, 커피로 즐길 수 있는 색다른 큐브 라떼 (물을 얼리는게 아니라 커피를 얼려 우유에 타먹는 것이다. 예전에 다른 책에서도 본 레시피였는데 요건 나도 꼭 해먹고 싶다. 해먹은 적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등의 음료 코너도 마련되어 있고, 샐러드, 밥류, 샌드위치 등의 식사류도 풍성하다. 정말 카페에서 해먹을 수 있는, 만날 수 있는 메뉴 등을 어지간한 것들을 모두 망라해서 만나는 그런 요리책이 아니었나 싶다. 원래는 카페를 하는 친구에게 선물해줄까 하고 본 책이었는데, 그냥 내가 따라하고 싶은 요리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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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와 길을 걷다 -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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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려 마음 먹었던 까닭은 작가가 내가 좋아하는 오소희 작가님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들이 어릴때부터 단둘이 세계 여러 나라 (편안한 여행보다 오지 등을 찾아다니며)를 오랫동안 여행하고 기록한 여행 에세이를 벌써 몇권째 써냈는데 그 전권은 아니지만 몇권을 읽고 정말 그녀의 글재주와 용기, 그 여행의 생생함을 전해주는 감동에 단단히 반하고 말았다. 그녀의 아직 못 읽어본 여행기들조차, 나처럼 그녀의 글솜씨에 반한 아빠를 위해 사드렸다. 시간이 날때 나도 읽어봐야지.

그랬는데 이번에 그녀가 낸 책은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동화, 어린 왕자와 길을 걷다란다.

아이가 어린 이유로, 아니 덕분에 아이와 함께 많은 그림책을 보고 있는 나로써는 어른이 되어 다시 읽는 그림책의 진정한 재미들에 흠뻑 빠져있는 때라 작가의 그림책 다시 읽기는 어떤 내용일까도 궁금하였다.

 

 

작가의 글은 서평이나 독후감이라기보다 책과 관련된 또다른 그녀의 에세이라 할 수 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다시 말하자면, 글을..책을 읽고 싶은데 어른 책에 쉽게 도전이 안된다는 엄마들이 참 주위에 많다. 읽고 싶은 욕구는 있는데 시간도 없고, 읽으려 해도 잘 읽히지 않는다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내가 책을 무척 많이 읽는것을 부러워하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다. 그럴때 나는 사실 부끄러워진다. 지금 난 이렇게 책을 읽을때가 아닌데. 정작 그녀들처럼 자신의 아이에게 가장 소중히 대하고, 집중해야할 때인데 작가도 그 무엇도 아닌 내가 왜 이리 책에 집착을 하고 있는 건지. 거의 병적인 이 편집증을 내려놔야하는게 아닌가 싶어 반성이 되고 울적한 심정마저 든다. 다만 그녀들에게 내 이야기를 해주자면 나 역시 어릴 적엔 책을 무척 좋아했지만 어른이 되면서 내려놨던 책 읽기는 (아니 사실은 중고등학교때 책을 얼마 읽지 못했다. 교과서가 아닌 책은 공부가 아니라는 이야기에 책을 마음껏 볼  기회를 박탈당했다고나 할까.) 그러고나니 대학생이 되어 다시 책을 재미나게 읽기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무협지 몇편이나 보고 말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베스트셀러라는 책들을 간혹 읽었지만 쉬 몰입이 되지 않았다. 그토록 좋아했던 책인데 앞 몇장을 넘기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그런데 책도 버릇인것 같다. 그 처음의 지루함? 혹은 처음의 몰입이 힘든 그 상황을 견뎌내고 나면, 정말 진정한 책의 재미에 금새 빠져들게 된다. 뭐랄까 책 읽기도 익숙해지고 버릇이 되고 나니 이제는 몰두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는다. 어디서고 책을 펼치면 바로 그 세상에 빠져들고 만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소설 장르에 한해서 말이다.

아뭏든 쓸데없이 내 이야기를 늘어놓은 까닭은 책을 읽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아이와 함께 읽던 그림책부터 시작해도 좋고, 아니면 이 책처럼 그림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에세이를 접해봐도 좋겠다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이엄마의 이야기기에 공감하기가 더 좋다. 아이엄마면서 세계 여러나라를 여행한 그녀의 이야기가, 동화를 이야기하면서 살짝 살짝 드러난다. 그렇게 그녀의 하고 싶었던,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재미난 동화와 연계해 들으니 또 색달랐다.

 

 

그녀가 들려준 동화들은 동화의 일면에 지나기 않는다. 고로 먼저 동화를 읽어보고 그녀의 이야기를 접해보면 더욱 좋을것이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얼굴 빨개 지는 아이, 어린 왕자, 안녕 나의 별, 강아지똥, 마당을 나온 암탉, 100만 번 산 고양이, 나무를 심은 사람, 눈사람 아저씨, 좀머 씨 이야기, 작은 집 이야기, 행복한 청소부, 꾸뻬 씨의 행복한 여행, 창가의 토토, 마지막 거인, 이기적인 거인, 나는 달랄이야, 너는 ? 등의 책이 소개가 되었다. 이중 귀에 익은 제목의 책이 대부분이었으나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는 어릴 적에 만화로 조금 보다 말았고,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얼굴빨개지는 아이, 강아지똥, 마당을 나온 암탉, 100만번 산 고양이, 작은 집 이야기 등만 읽어보았다. 읽어보지 않은 다른 책들은 저자분이 소개해주었기에 또 미처 읽어보지 못했으나 관심이 있던 책들이었기에 찾아서라도 읽어볼 생각이다.

 

 

책읽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친구와 수다를 떨듯 자연스러운 일이 될 수 있다. 책 읽기란 이래야 해. 내가 읽는 책이 쉬워보여서 남들이 뭐라고 하진 않을까? 등을 의식할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책을 읽고, 즐기고 자기 것으로 만들면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그래서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권해주고픈 생각이 들었다. 참 예쁜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책도 책속의 이야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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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2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2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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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에서 역사 e를 방영할 적에 제대로 본 적이 거의 없지만, 책으로 만난 역사 e는 미처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을 가감없이 전해주어 충격과 재미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외면해서는 안될 진실들, 꼭 알고 넘어가야할 것들, 그러나 교과서에고 어디에서고 못 만나봤던 그런 이야기들. 요즘 역사 교과서 문제로 참 시끌시끌한 때라 그런지, 더욱 역사 e가 와닿는다. 역사란 너무나 중요한 사실인데도 왜곡된 역사를 배운다면 그것이 진실인줄 알고 배운 학생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관을 갖게 되어 문제가 커질 것이다. 일반 책도 아니고 교과서는 철저히 검증된, 사실에 의한 것만 배운다고 생각했는데 그 안에 누군가의 의도가 숨어있을 수 있다 생각하니 두려운 생각마저 든다. 어린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란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선택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 나온 역사 e를 읽었다. 짧고 굵게 방송되었던 내용이 임팩트있게 소개되고, 연이어 그에 대한 상세한 소개글이 덧붙여져서, 꼼꼼히 알아야할 사실들에 대한 호기심을 키워준다. 아무리 중요한 사실이라도 일반 다큐멘터리처럼 줄줄줄 이야기해주는 것보다 임팩트있게 호기심을 키우고, 다시 부연설명을 해줘서, 더욱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해주는 역사e 방송 방식이 책에도 연계가 되니, 책으로 만나도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것은 주로 양반들, 집권층의 기록이 주를 이룬다. 맨처음 등장한 책쾌에도 소개되었지만 집권층은 지식을 다른 계층과 나누려 하지 않았다. 아주 드물게 양반이 아닌 출신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예도 나오지만 정말 드문 경우이고, 이번에 소개된 천재 시인의 이야기는 정말로 금시초문의 이야기였다. 김홍도에게 영감을 주고 정약용, 박제가도 울고갈 천재라 하였던 이.

그는 노비의 신분으로 최고의 한시를 쓴 정봉, 정초부였다. 정초부는 정씨성의 나무꾼이라는 뜻이고, 실제 이름인 봉은 많이 알려져있지 않다 하였다. 노비가 감히 한자를 알기도 힘든 사회였거니와 귀동냥으로 익혔던 한자 실력으로 한시를 능수능란하게 써낸 그의 재주로, 그의 주인이었던 여춘영은 그의 노비 문서를 없애고 양인으로 만들어주었다. 부잣집 노비의 신세가 오히려 밥을 굶지않기엔 더 나은 상황이었으나 그는 가난할 지언정 나무를 하고 한시를 쓰며 살았다. 기록에 남은 아주 드문 예이지만, 기록에 남지 못한 세상에 기억되지 못할, 신분의 벽에 가로막힌 천재들이 또 얼마나 많았을까.

 

 

 

당나귀를 타고 진료를 보러갔던 조선인 최초의 여의사 박 에스더의 이야기도 눈에 들어왔다. 구순구개열을 치료받고, 정상인의 입술로 돌아온 것을 목격하고 의학도가 될 꿈을 꾸었다는 그녀. 그녀를 위해 남편인 박유산은 미국 유학 도중 아내의 뒷바라지를 위해 닥치는 대로 막일을 해가며 아내의 학업을 돕다가 일찌감치 생을 마감했다 한다. 그녀 역시도 조선에 돌아와 수많은 여성 환자들을 치료하고, 목숨을 구했지만 정작 그녀는 남편과 비슷한 30대의 나이에 폐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유학의 길이 다양하게 열려있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미국을 드나들며 자유로워진 오늘날의 세계와 달리 조선 시대에 미국까지 유학을 가서, 최초의 여의사가 된다는 것은 정말 구한말이라 해도 놀라운 일대 사건이 아닐수 없었을진대, 그녀는 정말 오늘에 비해 몇십배 몇백배는 어려웠을 그 길을 단호한 의지로 남편과 함께 견뎌내고, 조선을 위한 의사가 되었다. 누군가가 다져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은 정말 너무나 쉬운 일이겠구나 싶은 안도와 함께 감사함, 그리고 죄송한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세자의 유모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자신이 키운 세자가 왕이 되면 육조판서보다도 높은 벼슬인 종 1품을 수여받기도 했다는 유모.

사대부 가문에서 유모를 구하려 했으나 사실 어려운 문제였기에 천민 출신 중에서 건강하고, 마음까지 유순하고 고운 사람을 골라 세자의 유모로 삼았다 한다. 유모와 아기가 맺는 관계란 참으로 끈끈한 관계이기에 세자가 유모에 대해 어머니와 비슷한 감정을 갖는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수 없을 것이다. 어릴 적에 불우한 일을 많이 겪은 왕일수록 유모에 대한 애착이 더욱 깊었다고도 한다.

 

 

 

파락호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의 다른 책에서 읽었기에 다시한번 되짚은 기억으로 남게되었고 새로이 놀랐던 것은 옛 우리 선조들은 장애를 가진 이에 대해 편견을 두지 않고 고르게 등용을 시켰다는 점이었다. 계급사회는 존재했을 지언정, 양반 중에서 장애를 문제삼기보다, 그가 가진 능력을 더 높이 샀다 하니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에 더욱 관심이 생겼다. 조선 초기에 우의정과 좌의정을 맡았던 척추 장애인 허조,  중종때 우의정을 지낸 간질장애인 권균, 광해군때 좌의정을 지낸 지체 장애인 심희수, 영조때 대제학과 형조판서에 오른 청각장애인 이덕수, 영정조때의 명재상 체제공은 시각장애인, 기형아로 태어나 생육신이 된 권절 등 . 흥미로운 것은 조선왕조 실록에서 장애인 관료들의 신체 결함을 언급하는 내용을 전혀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120p

장애인에 대한 구분을 짓고, 공정하지 않은 처우가 시작된 것은 근대 이후라 하니 아쉬움을 금할 수 없는 대목이었다.

 

 

 

늘 뉴스에 오르락거렸던 야스쿠니 신사. 일본의 전쟁 망령등이 위패로 모셔진(?) 곳이라 들었는데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와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하는 , 혹은 하지 않는 일본 지배층의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그들 또한 정치적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그 곳을 왜 우리나라 사람들이 나서서 구경을 가고, 생각없이 참배하기도 하는 것인지. 야스쿠니 신사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아니기에 도리가 아닌 행동을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소설 등의 재미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이 이야기에는 사건 뿐 아니라 사연이 제대로 담겨있는 책이었기에 역사 이야기임에도 무척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역사e였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의 이야기처럼, 우리는 제대로 된 역사를 배우고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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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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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의 에세이를 묶은 울지 않는 아이를 선보인지 5년만에 다시 우는 어른이라는 에세이를 내놓게 된 에쿠니 가오리.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권의 책이 동시에 출간이 되었다. 짝을 이루어 같이 읽어야할 책처럼 말이다.

동시에 나오니 또 동시에 읽게 된다. 그리고, 그녀의 성장일기 같지만, 성장일기 느낌과 또 다른 그런 에세이 속에서 소설 속 그녀가 아닌 실존하는 그녀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때로 소설이나 에세이 등에서 결혼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건 아닌가, 너무 속박으로 여기고 있는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기도 했는데, 나의 예상과 달리 그녀는 참 "잘 살고 "있는 듯 하였다. 엄마의 말 중에 "넌 개나 남자나 너무 받들어서 탈이라니까" 12p라는 대목이라거나 일상의 잡다한 일에 관해 "나는 없는 사람이라고 쳐"하고 등을 돌리는 남편에게 최대한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100p 등의 말 등을 보면 , 결혼 생활이 꽤나 귀찮은 굴레인듯 언급했던 그녀의 냉철한 이야기와 달리 남편에게 무척 잘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분명 잘 살고 있는 분들일텐데, 왜 난 걱정하고 있었던 걸까. 어찌 됐건 괜찮아 보이니 다행이라며, 오지랖 넓은 기우를 접어두었다.

 

 

또다른 그녀의 에세이에서 하이디의 검은 빵 흰 빵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었는데 나 역시 어릴적에 본질적인 이야기 외에 그 하얀 빵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동안 목말라있던 적이 있었기에 에쿠니 가오리가 그 이야기를 해서 무척이나 공감을 한 적이 있었다.

하루 세 끼 맛있는 것만 골라 먹는다는 그녀의 이야기를 접하며 (물론 그녀는 나와 달리 무척 호리호리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지만) 먹는 다는 행위 자체를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고 하나의 인생의 큰 기쁨으로 여기는 그녀의 태도에 무척 호의적이 되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에세이에서 먹는 것에 대한 묘사와 구체적인 언급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런데 레이즌 버터라니?

호사스러운 덩어리라며 버터를 무척 좋아하는 자신의 식습관을 이야기했는데 버터를 얼마나 좋아하냐면 어릴 적에 레스토랑에 가서 식사를 할때도 버터를 만나는 것을 행복해했고, 지금도 빵에 버터를 바르는게 아니라 얹어서 먹는다는 것이다. 버터를 좋아하는 친구와 레스토랑에 갈 적에는 버터가 맛있는 식당을 고른단다. (치즈에 빠진 친구는 봤어도 버터에 빠진 친구는 아직 본 적이 없어서, 참으로 생소하였다.) 그리고 책 속에 인용된 사진이 네모난 버터 사진이라서, 레이즌 버터라는게 순수한 버터 덩어리인가? 싶었다. 그런데 술안주로 레이즌 버터를? 빵에 발라먹는다는건 이해가 되지만 또 와인에 치즈가 궁합이 잘 맞는다며 먹는 사람들도 봐왔지만 술안주로 버터라니, 그냥 버터라니.. 믿기지가 않았다. (하긴 일본사람들 식습관 은근히 특이한 면이 많았다. 술안주로 우리나라 나물 밑반찬 같은 것을 먹지를 않나, 그냥 우리식으로 입맛없을때 대충 떼우고 마는 밥에 물말아 먹기를 오차즈께라 하며 대단한 고급요리인양, 중역들이 그렇게 드라마 속에서 분위기 있게 차려먹고 서양 영화 속에서도 따라하는 걸 보면 참 미화하기 나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너무 궁금하기에 인터넷에 찾아보니 레이즌 버터로 나오는 게 없었다. 다만 레이즌이 건포도라는 것은 알게 되었다. 건포도가 박힌 버터려나? 하고 생각하다가 아주 우연히 어느 블로그에서 그 사진을 보았는데 실제로 건포도가 박힌 버터를 안주로 먹는 예가 있단다. 다른 책 어디에서고 보지 못한 이야기였기에 정말 특이하게 느껴졌다. 나 또한 어릴 적에는 맹맛 같았던 버터를 좋아하지 않다가, 어른이 되어 빵에 바를 버터가 살짝 녹았을때의 그 부드러움에 단단히 반하고 말았는데 엄청나게 살찔것을 생각해 즐겨 먹진 않는데..그냥 덩어리로 술안주로 먹다니. 게다가 에쿠니는 칼로리가 살짝 부담되지만 뼈가 단단해진다 생각하고 즐긴단다. 아마 많이 먹지는 않나보다.

 

공기가 맑은 시골에 가면 정말 색감이 청량하고 뚜렷하게 보인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녀가 다녀왔던 야마가타의 느낌을 바로 그렇게 표현하고 있었다. 마치 현실에 없는 곳인양 묘사가 되어 있었다. 자기 색이 무척 강한 작가라, 그녀가 기억하는 머릿속의 지도는 인상깊은 먹을 것으로 대표되는 어디, 혹은 사랑하는 친구 누구가 살고 있는 어디 이런 식으로 아주 강렬한 기억으로만 남아 있다하였다. 극히 주관적으로 말이다. 야마가타에서 그녀가 발견한 이상한 것은 동그란 곤약과 빨간 벌레. 포장마차에서 산 동그란 곤약은 사준 지인이 겨자를 너무 많이 발라 매운 맛으로만 기억을 하고 있었단다. 그리고 돌 위에 앉았다 일어날때 옷에 붙어있던 현실감 잊은 깨끗하고 밝은 빨간색의 벌레에 대한 기억과 묘사도 아주 인상이 깊었다. 어느 지역에 대해 이렇게 아주 색다른 견해로 묘사하고 기록하는 작가도 아주 드물 것이다. 가보지 못한 야마가타지만 나 또한 그녀의 이야기에 푹 빠져 버렸다.

 

양서류 키우는 기분이었다며 엄마가 딸을 시집보내며 안도할 정도로,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고 몇시간이고 목욕을 즐기는 에쿠니의 독특한 습관에 대해서도 나온다. 집을 고를때도 남편과 함께 목욕탕을 가장 중시하며 골랐다 하니, 목욕 문화가 발달한 일본 내에서도 특히나 그 문화에 더 빠져있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특히 그녀는 욕조에 두시간 이상 머물며 추리소설 읽기를 좋아한단다. 욕조에서 책을 읽는 일도 있다고 들었지만 책이 젖을까봐 식겁하게 되는 나로써는 아마도 실천하기 힘든 호사가 아닐까 싶었다.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고, 이야기를 더 하기 싫다며 등돌리고 잠들어버리는 남편을 두고 도저히 그대로 잠이 들지 않을때면 무작정 집을 나선다는 에쿠니 가오리. 사실 나도 처음에 부부싸움을 했을때 분이 안풀려 그대로 집을 나섰는데 막상 갈 곳도 없고, 어딘가 카페라도 가서 책이나 읽을까도 싶었지만 사실 신혼 초에 그렇게 무작정 집을 뛰쳐나오는 것도 무척 안좋은 습관인 것 같아서, 결국 신랑 전화 기다리며 고민만 하다가 소심하게 신랑 먹을 초밥을 사다가 집에 돌아왔던 기억이 있었다. 마조앤 새디던가? 남자 만화가가 집에서 살림을 겸하다가, 부부싸움을 하고 한밤중에 갈데가 없어서 새벽 마트에 가서 장 보고 온거랑 비슷한 상황이랄까.  그런데 에쿠니 가오리는 새벽에 집을 나가서도 아예 어디선가 밤을 지새우고 마음이 다 풀려야 돌아온다니 나보다는 좀더 용기가 많은 편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그런 때가 꽤나 왕왕 있는가보다. 호텔에 가려했지만 아무때나 간다고 재워주지 않는 걸 알고, 처음엔 패밀리 레스토랑 몇곳에 가서 시간을 보내다가 이제는 커다란 북센터에 가서 밤새 시간을 보낸단다. 그녀와 함께 3대 여류 작가로 손꼽히는 야마다 에이미를 몰래 본 적도 있고 (북센터에서), 나름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가장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는 것. 나 역시 그런 공간이 있다면 시간을 보내다 오고 싶지만, 아이가 있으니 아이와 신랑을 두고 팩~ 하고 집을 나가버리는 것은 좋지 않을 듯 하다. 참, 신랑이 그때 내가 집을 나가도 걱정하지 않았던 것은 친정이 바로 옆이라 당연히 친정 간 줄 알았다고.

 

우는 어른 이야기 중에서는 남성 친구 라는 생소한 단어에 대해 많이 언급이 되고 있었다. 남성친구라 함은 남자친구와는 좀 다른 느낌이라는데, 남자면서 친구인 뭐 그런 단계가 아닐까 싶었다. 그녀에게는 그런 부담없는(?) 친구들이 제법 있단다. 결혼을 하면 이성 친구를 만나는 일조차 안된다 생각했던 나와는 무척 다른 개방적인 사고 방식. 내가 좀 딱딱한 것일까. 친하게 지내는 여자친구들에게는 쉽사리 부탁을 할 수 없는 일조차 남성 친구 (그녀도 그 친구도 각자 배우자가 있다.)에게는 얼마든지 부담없이(?) 부탁을 하게 된단다. 여자들은 하나를 부탁하면 그 일이 확대해석되기도 하고, 확대해서 갚아야할 우려가 있는데, 남자에게는 하나를 부탁하면 하나만 갚으면 된다니 음, 참 예리한 관찰이다 싶었다. 사실 나도 여자이고, 남자를 잘 모르지만 남자와 여자는 분명 다르고 오해의 소지는 분명 여자친구 간에도 큰 골로 자리한다. 그녀가 지적한 부분은 분명 일리있는 부분이 있었다. 확대 해석의 여지가 있는 부분을 남겨둘 필요는 없겠지.

 

두껍지도 않은 그녀의 에세이 한편을 읽고 또 많은 이야기를 중얼거려 버리고 말았다. 에쿠니 가오리는 참 내게 말을 많이 하게 한다. 그녀의 문체는 참으로 간결하고 깔끔한데, 난 주저리주저리 참으로 말이 많아진다. 나도 그녀처럼 간결하고 청아한 문체로 말해보고 싶은데 닮지도 못하면서 말은 참 길어지니. 그것 참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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