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팻 캐바나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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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영문학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이 책을 미처 읽어보진 못했지만 책을 좋아하는 이웃님들 사이에 꽤나 회자되었던 책이기에 책 제목과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게 각인되었다.

줄리언 반스.

 

그리고 그의 맨부커상 수상작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최고의 궁합, 최고의 인연이란 무엇일까.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잉꼬라 소문난 사람들이 있지만 꽤 알려진 셀레브리티들이 소문만 무성할뿐 몇년도 안되어 이내 갈라서는 모습들은 지나친 보여지기식이란 생각에서 이제는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일들이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유명한 사람들 사이의 부부 문제 연애 문제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법. 여기 최고의 작가와 영국을 대표한 최고 문학 에이전트의 커플이 있었다. 문학 에이전트의 중요성에 대해 미처 잘 알지 못했는데 줄리언 반스의 아내 팻 캐바나의 역할과 인지도는 우리가 상상하는 그것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나보다. '런던문단의 별이 지다'라는 말조차 식상하다는 그녀에 대한 표현. '외모부터 태도와 디테일에 대한 집중력까지 티끌 한 점 찾아볼 수 없었던 사람'-영국의 계관시인 앤드루 모션, '활력 그 자체'- 작가이자 문학비평가 마거릿 드래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걸물이자 패션의 조언가'- 작가 조애너 트롤로프.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문호의 죽음을 기릴 법한 이런 문구들이 바로 캣 카바나의 부고 앞에 따라왔다한다.

그런 여인을 아내로 두었던 줄리언 반스.

30년을 사랑하는 아내가 뇌종양 판정을 받은지 37일만에 사망을 했다. 그리고 반스는 침묵을 하였단다. 그의 맨부커상 수상작은 이후에 출간이 되었으나 그는 그의 단편집, 그리고 그 소설책에서조차 아내에 대한 흔적을, 또 언급을 굳이 남기지 않았다한다.

그 이후로 5년의 시간이 흐르고 비로소 내놓은 이 책. 이 책에서조차 식상하게 시작하지 않는다.

전혀 그 아내와 그의 이야기인줄 모르고 읽게 만들 정도로.

의외의 인물들의 이야기부터 시작을 한다.

책의 표지 그림에서처럼 광적으로 기구에 집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말이다.

 

원제가 Levels of life 였다는데, 이 세 편의 이야기들은 비상의 죄 (하늘) 평지에서 (땅) 깊이의 상실(지하) 이렇게 세 층위로 나뉘는 구성의 이야기들이 시작이 된다.

놀랍게도 같은 문장으로.

이제껏 하나인 적이 없었던 두 가지를 하나로 합쳐보라, 그러면 세상은 변한다. 사람들이 그 순간을 미처 깨닫지 못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럼에도 세상은 달라졌기 때문이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사진과 항공술을 하나로 합친 나다르의 이야기가 나온다. 기구로 높이 떠오른 하늘 위에서 지상을 찍는다는 것. 오늘날로써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겠지만 항공 사진의 시도와 성공이었다는 점은 정말 당대로서는 놀라운 결과가 아닐수 없었을 것이다. 나다르, 본명으로는 펠릭스 투르냐송인 그의 애처가였던 50여년간의 결혼 생활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이 되었다. 아내가 세상을 뜨자 견디지 못한 그가 1년후에 아내의 곁으로 따라갔다는 이야기까지도 곁들여져서 말이다.

 

평지에서의 이야기. 첫번째 이야기의 나다르와 그의 아들에게서만 사진을 찍게 했던 희대의 여배우 사라의 이야기.

사라와 프레드 버나비. 아쉽게도 난 이 둘을 모르는데 둘다 실존 인물이라 한다. 그리고 이 둘이 사랑으로 엮일뻔했다가 결혼에 종속되기 싫었던 사라의 거부로 프레드와 사라의 결혼이 어그러진 아쉬운 사랑의 이야기는 허구로 엮여진 이야기라 나와 있었다. 줄리언 반스의 소설만으로는 미처 몰랐다가 뒤의 해설을 읽고서야 알게 되었던 부분이지만 말이다. 이 두 사람 역시 기구에 몹시 매료가 되었던 사람들이었다. 기구와 사랑. 그리고 평지에서 맞이하는 죽음.

 

그리고 정확히 앞의 두 이야기를 합친 분량 만큼의 세번째 이야기가 시작이 된다. 바로 줄리언 반스와 팻 캐바나, 두 사람의 이야기가 말이다.

그가 아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말하기보다 그저 미쳐버릴것같았을 그의 심경들이 드러난다. 과묵했을지언정 속마음은 정말 날이 설 정도로 예민해져 있었을 그의 모습.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많이 경험해보진 못했지만 어릴 적에 처음으로 맞아야했던 친할아버지의 죽음이라는 것은 내게는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었다.

친가 가까이에 살아서 늘상 주말마다 할아버지댁에 가고, 방학에도 늘상 방문하곤 했던 할아버지를 갑자기 잃었다는 것을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손녀였지만 내게는 정말 극도의 슬픔으로 다가왔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연이어 있을 내 소중한 다른 가족들과의 이별에 대한 두려움으로 한동안 몸서리처지게 무섭고 두려워졌었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엄마, 혹은 아빠를 잃는 꿈을 꾸고 땀으로 흠뻑 젖고 눈물로 얼룩져 소리지르다 혹은 엉엉 울다가 일어나기도 했다.

 

마음이 약한 편이라 연애 역시 쉽게 시작하고 쉽게 이별하고 하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누군가와 만나기보다 헤어지는게 두려워서 시작하기 싫었고, 첫사랑과 차라리 맘 편히 결혼을 했으면 좋겠다라고도 생각했지만 결혼이란 그렇게 만만하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다. 힘들었지만 이별이 지금의 나에게는 오히려 더 행복한 삶이 되는 계기가 되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연애의 이별이 아닌 결혼의 사별이라면 문제가 달라진다.

 

내 평생을 함께 할 사람, 내 아이의 아버지, 내 전부를 준 유일한 사랑인 이 사람을 잃는다면...? 이라는 가설은 너무너무 나를 힘들게 만든다.

하필 얼마전 같이 식사를 한 친구가 갑자기 아는 이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어서 밥이 어디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놀랐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하루에 몇시간씩 운전하며 출퇴근하는 신랑에게도 운전을 조심하기를 몇번이고 당부를 하였다. 신랑도 사실 아침에 나와 불화가 있거나 하면 운전할때도 영향이 있다해서 얼마나 놀랐는지.. 제발 신랑 속상하게 할 일을 만들지 말아야지 싶었다.

 

30년이나 사랑했잖아요.. 란 말은 앞으로 온 생애를 다바쳐 사랑을 해도 모자랄 부부들에게는 실례되는 말일 수 있다. 기간이 중요한건 아니겠지만 줄리언 반스는 우리 부부보다 더 오랜 결혼생활을 했구나 하며 비교하게 되고, 부러워하게 되었다 말을 한다. 그리고 어줍잖게 슬픔을 극복하라는 주위의 조언에 그는 불같이 화가 나는 마음이 되기도 한다. 어떻게 감히..

 

내 가장 소중한 사람이 세상을 떴음에도 세상은 멀쩡히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고, 사람들은 하하호호 웃고 그런 삶들이 정말 못견디게 힘들었을 것이다.

오죽하면 잠시 집을 떠나있으라며 그러는 동안 작가의 집은 자기네가 들어와 관리해주겠다며, 우리 강아지도 그걸 좋아할거에요 하고 뻔뻔스레 말한 지인이라는 사람에 대해서도 과감히 글쓸 생각을 다했을까. 얼마나 얄미웠을까. 마치 남의 불행을 즐기기라도 하듯,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사실.. 정말 소중한 사람이 아픈 일을 겪었을때 나 역시 뭐라고 위안할지를 몰라 통상적인 말로 위로하거나 할때도 있지만.

혹은.. 미처 뵙지 못해 잘 알지 못하는 분이라도 내 지인이 소중히 여기는 분이었을 경우 그 감정을 참지 못해 그냥 마냥 같이 울어주기도 했었다.

나이가 들수록 울음이 제때 잘 나와주지도 않지만 말이다.

 

사랑이란..

줄리언 반스의 아내에 대한 이런 감정과 절제된 표현, 하지만 무조건 참아내고 승화해버린 표현 그 이상으로.

자신의 힘든 감정과 경험에 대해 솔직히 적어낸 이야기들은 정말 깊이 와 닿았다.

나라도 그럴 것이기에.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이 책이 잊혀질 무렵에 그런 일이 오더라도. (사실 오지않기를.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군가의 부재는 겪고 싶지 않은 마음이기에. 지금도 사실 내 가족 중 하나라도 잃게된다는 가정 따위는 하고 싶지 않아 힘들기만 하다. 배우자건 부모님이건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구를 잃는다는 것은 그냥 내가 무너지는 일밖에 남지않을 것 같다.) 나 역시 절제하기 힘들 그런 감정들일 것이기에.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줄리언 반스의 그 글들에 깊이 공감이 되었다.

그렇게 사랑한다. 내 가족을..

그리고 줄리언 반스와 팻 캐바나의 아름다운 사랑 앞에 다시한번 깊이 고개가 숙여지고 마음이 끌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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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나타났다 -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모던 이솝우화 베틀북 생각상자 1
크리스토발 조아논 글, 아가타 락신스카 그림, 김유진 옮김 / 베틀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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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달리하게 만드는,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모던 이솝 우화

아이들 동화버전이라 심각하게 꼬여있지는 않습니다. 실제 이야기와 비슷하면서 다만,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거죠.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동영상 중에 레고 파워 마이너의 락 몬스터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크리스탈을 캐러 광산에 들어가보니 락 몬스터들이 크리스탈을 먹으며 사람들의 광산 채굴을 방해했지요.

그러자 사람들이 여러 기계를 동원해서 락 몬스터들을 응징한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락 몬스터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지요.

원래 락 몬스터들의 것이었던 먹이를 빼앗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반갑지 않은게 당연하고 그들에게 괴물 취급을 받으며 죽임까지 당해야하는건 좀 잔인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아이 아빠는 아이가 우리 편만 착한 편 이렇게 편을 갈라 이야기하고, 락 몬스터를 공격하고 하는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아이에게 사실대로 설명을 해주더라구요. 락몬스터에게는 크리스탈이 원래 그들의 먹이였으니 당연히 먹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거라고 말입니다.

꿀벌의 꿀 역시 사람들에게 빼앗기는 것이지 벌들이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노동하고 그러는게 아닌것처럼 말이지요.

사람들의 잣대로 해석하는 것, 그렇기에 승자의 기록인 서구 열강들은 자신들을 미화시키고, 자신들이 무수히 잡아 죽이고 없앤 잉카문명이나 인디언들에 대해서는 야만인처럼 기록을 하였겠지요. 같은 사람들끼리도 이렇게 잔인할진대 다른 대상에 대해서는 얼마나 다른 잣대를 들이댈런지.

어른이 되고서야 이런 이중성을 깨닫고 많이 흥분하기도 했습니다.

 

모던 이솝우화는 한 가지 방향으로만 해석하기 보다 다르게 아이 스스로 판단할 수도 있게 도와주는 생각상자 책 일탄입니다.

 

물에 빠진 부자가 다급히 전재산을 걸어 기도를 드리자 다른 친구가 그럴 시간에 차라리 헤엄을 치라고 조언해줍니다.

이야기가 이러이러하게 웃기니 이럴때 어떻게 하면 좋겠다~ 라고 결말과 교훈까지 이야기해주는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서 이 책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죠. 부자는 기도를 해야할까요? 헤엄을 쳐야할까요? 라고 말입니다.

 

사자의 대답 편도 재미났어요. 이런 이야기도 이솝 우화에 있었나 싶게 말입니다.

개가 찾아와서 자신은 새끼를 이렇게나 많이 낳았다고, 한마리밖에 못 낳은 사자 앞에서 우쭐댑니다. 그러자 사자는 한마디로 대답하죠. 내 새끼는 사자인데?

아, 정말 강아지 열마리보다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가 낫겠다~라고 혼자 판단한 순간 질문 앞에서 잠시 망설여집니다.

강아지들은 과연 아기사자를 부러워했을까요?

형제가 많아서 좋은게 아니라 강아지들은 강아지 그 자체라 행복했을 수도 있지요. 사자는 사자의 인생이 있는거고 강아지는 강아지 그 자체의 인생이 있는건데 모두 꼭 우두머리가 될 필요는 없잖아요. 생각의 기준을 달리해볼 필요가 있겠다 싶었어요.

 

우리 아이가 요즘 좋아하고 관심있어하는 동물 이야기 지렁이의 이야기도 나옵니다.

뱀을 보고 너무나 멋져보였던 지렁이는 자신의 몸을 한껏 늘려보려 합니다.

아, 이거 그 황소를 닮고 싶은 그 개구리 우화가 생각나는 이야기였어요.

황소처럼 커보이겠다고 무조건 몸집을 부풀리다가 그만 뻥~ 하고 터져버린 분수를 모르는 개구리의 이야기 기억나시죠?

여기서는 뱀과 지렁이의이야기로 나온답니다.

 

재미난 이솝우화와 그 안의 교훈을 스스로 되새기고 되생각해보게 만드는 동화.

현대식으로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모던 이솝우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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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샌드위치, 도도

 

샌드위치를 만들기 쉽게 여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샐러드 드레싱과 마찬가지로 난 참 어렵다.

그래서 늘 레시피를 보고 참고하곤 하는데 그때그때 레시피에 따라 달라지는 샌드위치의 맛~

사먹는것도 해먹는것도 좋아하는지라 새로운 샌드위치를 만나보고 싶다.

 

 

  하루미의 일본 가정식요리, 시그마북스

 

일본 여행은 한동안 못 갈 것 같지만 일본 요리에 대해서는.

특히 가정식에 대해서는 집에서 배워보고픈 생각이다.

요리를 책으로 배워보는 나인지라, 이번 책을 통해서도 좋은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1인분레시피, 경향bp

 

부부에 아직 어린 유아, 이렇게 세 가족이 알콩달콩 살다보니 너무 많은 요리를 하면 남기기 일쑤였다. 그래서 1인이나 2인 기준의 간단한 요리를 만들어 후딱 먹고 치우고 싶은데 그럴때 참고하기 딱 좋을 책 같아서 읽고 싶은 신간으로 넣어보았다.

 

 

 

 

 

  찬국수, 그린홈

 

우와, 여름이라 뜨거운게 별로 땡기지 않는데.

차가운 면 요리를 이렇게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내다니

면요리좋아하고 찬 국물 좋아하는 우리 부부에게 딱 적합할 책이 아닌가 싶다. 이 책 꼭 읽어봐야겠다.

 

 

 

 

 

신는 양말로 노는 인형 만들기, 혜지원

 

우와, 신던 양말로 이렇게 예쁜 인형이 만들어진다니.

알록달록한 양말의 색감을 이용해 손쉬운 인형을 만들어보고픈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이웃언니에게 손뜨개 인형 선물받기로 해서 기대중인데 나 역시 이런 인형 만들어 보답할 수 있으면..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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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즈 안데르스 데 라 모테 3부작
안데르스 데 라 모테 지음, 전은경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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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스 데 라 모테의 3부작 소설 중 2부에 해당하는 버즈, 1편 게임을 읽지 않고 읽어서 1편을 읽은 사람보다는 이해 속도가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재미나게 읽은 책이었다. 버즈를 읽고 추측한 결과 1부 게임에서 페테르손은 폰을 통한 게임이라는 가상과 실제가 섞인 스릴 넘치는 세계에서 뛰어난 우승자였으나 게임 회사의 돈을 횡령하고, 달아나 쫓기는 신세가 된 듯 하였다. 돈은 흥청망청 쓸 수 있지만 가족들을 만날 수도 없고, 고국에 돌아갈 수도 없이 그저 휴양지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신세. 한때는 그것도 즐겁다 생각되었으나 게임이라는 것의 스릴이 얼마만큼인지 몰라도 그 스릴을 이길 수 없음에 현재의 여유롭고 풍족한 생활은 그저 삶을 밋밋하게 만들 따름이었다.

헷갈렸던 것은 마치 한 이야기인양 앞뒤가 맞아 떨어지게 이어져가는.
하지만 알고 보면 전혀 다른 두 사람의 이야기. 페테르손과 레베카의 이야기가 중복되어서 계속 이어진다. 그 다음 장면에서 바로 다음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가고, 그런데 또 그게 맞물리게 적어놓은 것이 참 신기할 정도. 알고 보니 두 사람은 남매였다. 아마 1부에서는 그게 나와있었겠지만 도대체 이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떤 사이인거야? 하고 아무 정보도 없이 읽었던 나는 중반부터 아하~ 하고 뒤늦은 이해를 해가며 읽게 되었다.

두바이에서 만난 아름다운 여인이 또다른 게이머인줄 의심했으나, 그녀가 곧 살해된 채 발견되고, 그 중심선상의 용의자로 페테르손이 몰리기 시작했다. 두바이 형사들에게 어마어마한 고문을 받기도 했지만 정말 천운으로 숨겨둔 금 라이터로 인해 자신의 누명을 벗게 된 페테르손. 스웨덴으로 돌아와 자의건 타의건 간에 자신과 아주 잠깐 관계를 맺었던, 죽은 여인 안나의 뒤를 캐보고 그녀가 세웠다는 회사에 몰래 잠입을 하게 되었다. 어떤 회사인지 자세히도 모르고 들어갔으나 이내 그 회사의 일들이 자신의 천성에 너무나 잘 맞는 천직임을 알고 놀라면서,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픈 욕망을 갖게 된다. 게임을 잊고 그냥 넉넉한 수입을 벌고 아름다운 여자와 행복하게 살아가는 인생을 꿈꾸지만.. 자신을 몰래 미행하는 누군가를 깨달으며 게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잘 나가는 경찰이었던 레베카는 갈수록 꼬이는 상황에 놓여 결국 억울한 정직 처분을 받고 말았다. 게다가 인터넷 상에 그녀에 대해 악의적인 정보를 유출하는 누군가의 글에 심한 타격을 받는다.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지나치게 잘 알고 있고 게다가 악의적이기까지 한 그 인터넷 게시글로 수 많은 사람들의 마녀사냥의 표적이 되고 그 용의자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다.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페테르손과 레베카의 궤적을 쫓아가며 무척이나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던 것은 바로 인터넷 블로그, sns등을 조작하고 관리하는 회사의 정체였다.
그런 것이 존재할 수 있다 라는 생각은 했었는데.. 예전에 우리가 전적으로 믿었던 대중매체, 언론 역시 조작된 통제 하의 기사라는데 실망하고 분노했듯이.
우리가 접하는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들 또한 은근히 조작된 내용들이 많다는 이야긴 많이 들어왔는데 그런 이야기가 실제 어느 기업 등의 체계화된 관리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데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순진하게 블로그에 일상 이야기나 올리던 시대가 아닌, 파워블로그 뿐 아니라 일반 블로거들조처 "순수함"을 잃고 상업적으로 흘러간다거나 아니면 정말 누군가의 (정부, 기업, 그 어떤 큰 손이건간에) 의도하에 단체로 움직일 수도 있다는 그런 이야기들을.. 그런 관리가 타인이 대신 블로그를 운영해주고 글을 써주고 하면서 그 사람을 인기블로거로 만들고 티브이 출연까지하게 한다거나 하는 식의 가짜의 아바타의 생산 등이 참으로 희한하게 느껴지면서도 소설이 아닌 실제 상황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나왔듯.
사람들이 그토록 인터넷에 미쳐 있는 것은 "인정받기 위함"이라 하였다. 정말 공감하게 되는 문구였다.
나 역시 인터넷 중독자 중의 하나였으니. 실제 오프라인에 전념하는 사람들 눈에는 정말 초라하게 보일 인터넷 폐인들의 모습이 인터넷 속에서는 참으로 화려하게 과시되어 보인다. 그러기에 더욱 인터넷에 중독되고, 과장된 모습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닐런지. 나조차도 그러고 있으면서도 한발자국 떨어져서 바라보면 그런 사람들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지만은 않는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블로그까지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스웨덴 경찰 출신이자 it전문가로 오랜세월 근무한 경력의 작가의 책이라 그런지 경찰 세계 못지 않게 인터넷의 희비에 대해서 무척이나 세세하게 잘 알고 까발린 작품이라 놀라웠다.

예전에 읽었던 무시무시한 사건을 다룬 소설 중에 우리가 무심코 버리는 영수증이나 우리의 정보 들이 잘게 잘게 찢겨지는 것 같아도 그 쓰레기들을 모아모아 정보로 취합해서 사람들의 목숨과 숨통을 되려 옥죄는 그룹으로 승화(?)시킨, 정보화 시대의 기밀 누출의 실태에 대한 소설도 무척 흥미진진했었는데 블로그와 인터넷 소문 조작 등에 대한 이번 소설 역시 마찬가지로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 우리가 접하고 있는 이 이야기들.
구글 뿐 아니라 네이버 역시 우리가 알게 모르게 "조종의 손"이 작용을 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로직으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지 모르니 말이다.
굳이 기업이 아니더라도, 그 로직의 기술을 터득한 이들에 의해 우리는 쉽게 조종받고 상처받고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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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게 뭐야 2 알 게 뭐야 2
김재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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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작가가 그린 그림이고, 남자가 주인공이라 아무래도 여자에 대한 시선이 좀 남다르게 처리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그림체가 거칠지 않고 예쁘고 깔끔한 순정만화 같은 타입이라 관심이 가게 되는 책. 무엇보다도 1권을 읽고서 그 이후의 내용이 너무 궁금해 바로 현재진행중인 네이버 웹툰에 들어가 이후의 이야기들을 찾아볼 정도였다.

 

1권 리뷰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가수 김원준의 성장기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실제 김원준의 이야기가 아닌 가상의 김원준의 이야기이다.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모델이 꿈인 친구 따라 응모하러 갔다가 그만 자기만 덜컥 모델에 뽑히고..

드디어 자신의 사진이 잡지에 실린 날, 갑자기 소녀떼가 찾아와 사인을 요청한다. 아, 이 장면 보고 얼마나 웃었던가.

수줍어 하지만 자신있게 사인을 요청하는 가운데 소녀와 양 옆에서 조용히 존잘존잘 (아마도 무지하게 잘생겼다의 의미인듯 요즘 아이들 용어는 도대체 알아들을 수가 없어) 그리고 셋중 가장 못생긴 아이는 참으로 무례하게도 수줍은 표정으로 사진을 찰칵찰칵 찍어댄다. 음, 대놓고 그렇게 사진을 찍는 경우가 어디 있니. 그 표정들이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은 듯.

 

2화에서는 모델이 된 원준이와 그 매니저로 나선 정필이의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늘 정필이를 때리고 구박하던 이사장아들은 모델로 나선 원준이에게 시비를 걸려 하고, 늘상 당하던 정필이었지만 그래도 나서서 친구를 구하려다가 그만 이사장 아들과 그 패거리에게 무참히 구타당하고 말았다. 원준이는 이런 체계에 분노하고, 이사장 아들에게 의자를 집어던지며 한판 뜨자고 말을 한다. 그리고 멋지게 이겼습니다....는 아니고 정필이처럼 무참히 맞고 깨지는 바람에 얼굴이 생명인 모델 활동을 더이상 하지 못하고 계약 파기를 당하고 만다.

 

모델 회사 인턴직원이었던 어렸을 적 이웃집 누나였던 이는 원준이를 좋아했던 누나였고, 그렇게 인연이 되어 사귀는 것처럼 되어버렸다.

정작 원준이 짝사랑하고 좋아했던 은하율은 모델 응시후 당연히 뽑힐줄 알았는데 그 자리에 나오지 않았고, 그냥 그렇게 우연히 만났던 것이 꿈같이 느껴지던 날.

혼자 꿀꿀한 기분으로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정말 기적처럼 은하율이 나타나는 바람에 그만 원준이는 "실제세요?" 라고 묻기까지 한다.

음.. 영화 속 인터넷 속에서나 있을 것 같은 일이 벌어지고.. 실제의 은하율은 원준에게 같이 음악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리고 나름 파격적인 외모의 정필은 마음만은 정말 착한데 하율의 친구 갸루상?과 사귀게 된다.

 

1권의 처음에서 결말이 조금 비춰지면서 갑자기 과거로 돌아간 이야기였기에 그 결말이 아주아주 궁금한 그런 이야기로 시작되었는데 아직까지는 원준에게는 핑크빛 미래가 행복하게 펼쳐지는 듯 하다. 다만 1권의 처음이 몹시나 생뚱맞기도 하고..비극일것도 같기에 그러지 말길 바라는 진지한 마음으로 원준이의 슈퍼스타 성장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그 안에 사랑도 있고, 어설프지만 배워가는 그런 음악에 대한 애정도 있고 말이다.

 

이야기의 끝 부분에 작가의 고뇌(?)에 찬 이야기들이 나왔다. 여기저기서 사진을 찍은? 찍힌 모습들 하며 (아마 이건 웹툰에는 안나왔을 것 같은 장면들인데..)

전체 큰 줄거리를, 이미 결말을 다 결정한 상태에서 그리고 있는 그림인지라 세부 사항들을 구상해가며 그리고 있는 그림이라고 말이다. 그려가면서 결말까지도 변화할 수 있는 그런 연재에 비해 색다른, 그리고 나름 더 탄탄할 수 있는 구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 우선 시간가는줄 모르고 빠져들게 된다. 그렇게 재미나게 읽었던 알게 뭐야. 그 끝이 궁금하지만 일찍 끝나면 아쉬울 것 같은 그런 만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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