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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1월
품절

1996년 우리를 눈물바다로 이끌었던 소설 [아버지]의 작가 김정현.
그가 다시 소설 [아버지의 눈물]로 우리 곁에 돌아왔다.
어려서부터 항상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찾는 사람이 엄마가 되어 있었다. 집에 전화를 하거나 들어오거나 먼저 엄마부터 찾았다. 무슨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집= 엄마 라는 공식이 어느덧 자리를 잡고 있었나보다. 그런데, 자라고 나니 그 자리가 아버지께 몹시 서운하게 느껴지셨나보다.
"넌 항상 엄마만 찾냐?"
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에.. 번뜩 정신이 들어..그다음부터는 전화를 해서 아버지께서 받으시면 아빠와 이야기를 해보려고 노력하였다. 엄마와는 노력하지 않아도 편하게 이야기가 되는데, 웬지 아빠 앞에서는 이야기가 뚝뚝 끊어지는 느낌이었고, 뭘 이야기하지? 하며 고민하게 만들었다. 내가 딸이라서 그런가? 싶었지만, 아들인 오빠라고 더 낫지는 않았다.
항상 엄격한 선비같으시던 우리 아버지께 어려운 마음만 갖고 있다가, 아버지의 환한 웃음과 무한한 사랑을 구체적으로 느낄 수 있게 된 것은..바로 우리 아기의 탄생이었다. 첫 손주 앞에서 아빠는 정말 너무나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셨다. 그렇게 무뚝뚝하시고, 위엄을 지킬것 같으시던 분이, 서툴러도 누구보다도 열심히 아기를 안고 얼르셨고, 처음에는 젖이 모자라 그랬는지 잠도 잘 못 자고, 많이 보채던 아기가 희한하게 할아버지한테만 가면 가만히 안고 얼러만 주셔도 소르르 잠이 들었다.
그리고, 처음 백일간은 낮에 천기저귀를 썼었는데 아버지께서 아기가 싼 똥기저귀를 손수 손으로 빨래하시는걸 보고 나도, 엄마도 무척 놀랐다. 지금도 아버지께서는 우리 아기를 무척이나 예뻐하신다. 아기만 보고 있으면 세상 근심걱정이 다 사라지신다면서 너무 좋아하신다. 아기 또한 예전에 오로지 할아버지였을때보다 지금은 할머니 어부바에 익숙해져서 할머니를 좀더 좋아하긴 하지만, 여전히 아기도 할아버지하면 함박 웃음을 지으며, 양손을 머리에 올려 "사랑해"라는 몸짓을 보여드린다.
아버지.
사랑하는 부모님이지만, 항상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역할에 서셨던 우리의 아버지.
김정현의 소설 "아버지의 눈물" 속 아버지는 김흥기와 그의 친구들이었다.
남들 보기에 번드르해보였던 연구소 연구원이라는 김흥기는 사실상 지방대 정치학과를 나와, 백박사의 정치 입문에 같이 뛰다가, 결국 그의 연구소 사무실 자리나 지키게 된 집사나 마찬가지인 허울뿐인 자리의 주인공이었다. 대우도 당연히 박했고, 언제 내쳐질지 모르는 신세에 그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하였다. 그런 그에게 "첫사랑"으로 핸드폰에 입력된 맏아들 상인. 복학한다고 받아간 천만원을 받아가더니 복학은 않겠다면서, 그저 미안하다는 말만 한채 연락 두절이 된 아들이다. 둘째 아들 상우는 상인처럼 지방대가 아닌 y대를 다니면서 고시 준비를 하는 수재였고, 아내는 상인보다 상우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아내 앞에서도, 두 아들 앞에서도 넉넉히 가져오는 월급봉투가 없었던 차에 항상 주눅들어 있었던 흥기, 그의 모습은 어느덧 자신의 무능했던 아버지를 닮아있는듯해서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본인의 공부도 마다한채 중학교 졸업후 공장에 취직해 자신만을 뒷바라지 하다가, 자기를 장가보내고 나서야 시집간 누나가 있었다. 만나면 항상 밥은 먹고 다니냐는 누나.
그리고, 흥기의 친구들.
다들 신세는 비슷하였다. 친구들을 만난 술자리에서 친구들이 골프 운운하자, 흥기는 말단 주제에 하면서 비웃는다. 친구들의 허세가 짜증이 나서였으리라. 그리고, 흥기를 주식의 열풍으로 끌어들여 결국은 온갖 빚더미에 올라앉게 만들었던 친구. 그 친구의 갑작스러운 자살 소식에 흥기는 본인도 돈을 막을 길이 없어 자살을 모색한다.
이야기는 그렇게 슬프게만 흘러갔다. 소설의 말미에서도 다행히 흥기의 죽음이 있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앞으로 이렇게 하여 잘살게 되었습니다 라는 결말도 아니다. 단지, 암시는 있을 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붕괴될듯 위태위태해보였던 흥기네 가족이 다시 뭉쳐졌다는 것. 그 중심에 가장인 흥기가 다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우리 아버지들을 이렇게 자꾸 외롭고 힘들게 몰고 간 것일까?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해도, 일하는 기계처럼, 돈 버는 기계처럼 전락된 듯, 굳이 기러기 아빠가 되지 않아도 집안의 기러기가 되어가는 듯 고립되어가는 우리네 아버지들이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것은 다..가족들..아내와 자식을 위한 사랑이었는데 말이다. 그것이 돈과 돈의 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사랑의 사슬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식인 우리가 깨닫고, 우리 자녀에게도 느끼게 해줘야할것이다.
41년간을 정말 젊음을 불태워가며 열심히 살아오신 우리 아버지 또한 올해 정년퇴임하셔서 많이 외롭고 허탈하신 듯 하였다. 아버지의 그 허전한 느낌에 이제는 일이 아닌, 직장이 아닌 가족이 채워드려야할것같다. 내일은 아버지, 어머니를 모시고 아가와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 날이다.
진작 다녀왔어야 했는데, 아기가 어려서 또 부모님이 시간내시기가 어려워서 같이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비가 온다고는 하지만, 한달동안 집에서 많이 쓸쓸하셨을 아버지와 다녀올 여행 생각에 벌써부터 마음이 들뜬다.
그리고, 앞으로 아버지의 사랑에 보답하는 마음으로 더욱 잘해드려야겠단 생각뿐이다.
사랑해요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