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꿈 맨발의 여행자 - 낯선 이름의 여행지 동티모르의 조금은 쓸쓸하고 조금은 달콤한 이야기
박성원 지음, 정일호 사진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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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어디선가 들어본듯 하나, 내 평생 단 한번도 못가보게 될 것 같은 어느 나라.사실 책을 읽기에 앞서 가장 궁금했던 것은, 동티모르에 작가가 왜 다녀왔을까? 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으면서도 그 계기를 찾지는 못했지만, 한달 동안 가이드와 함께 빼곡하게 동티모르를 담아오고 싶었다는 작가의 바램은 읽을 수 있었다.

 

 다만, 가이드라는 사람이 한달간의 긴 휴가를 떠났다가 왔는데, 애인보다 절절히 기다렸던 리토는 변호사이고, 성공한 동티모르인이었다.  리토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파견한 단체인 NGO소속이라 그녀 (위험한 지역인 동티모르로 떠난 이는 당연히 "그"인줄 알았는데, 글을 읽다가 "그녀"임을 알고 깜짝 놀랐다.) 가 한국에서 전해들은 것처럼 자유로이 한달간을 가이드 해줄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 그를 기다리며 오로지 그녀가 도착한 딜리 거리를 열심히 여행한 그녀로서는 맥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영어는 안 통하지만, 안심이 될만한 가이드의 형을 만나 친구 겸 가이드로 제대로 된 동티모르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카메라만 아니면, 동티모르의 젊은이들처럼 맨발로 뛰어다니며 비를 맞는 자유를 누리고 싶었다는 그녀. 영어는 안 통해도 손짓발짓으로 이야기하고, 그들의 속어 '지그지그'에 강하게 반발할 줄 알았던 그녀. 마치 시처럼, 일기처럼 짤막짤막한 단편단편의 글들이 그녀가 머무는 곳곳의 사진들과 함께 잔잔한 에세이집처럼 다가왔다. 거창한 여행사진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가난하고, 어려운 나라 동티모르에서 그녀가 발견한건..대단한 관광자원이 아닌 사람들의 소박한 마음과 꿈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나를 위해 밝히는 등불. 내 안의 나를 다독이는 손길. 내 마음을 깨우는 언어.

아주 멀리까지 왔지만 나에게는 조금 더 가까워져서

이 여행이 끝날때쯤에는 내 마음의 한가운데를 걷고 있기를 기도하면서..

126P

 



 


 

낡아빠진 기타를 연주하는 시늉만 하던 소녀의 기타를 건네받아

줄 맞춰준다고 깝죽대다가 줄을 끊어먹고 미안한 마음에 10달러짜리 지폐를 쥐어주었다.

소녀는 깜짝 놀란 얼굴로 돈을 받아들더니 수줍게 미소를 지어보인다.

기타줄이 맞거나 말거나 6줄 온전하게 걸린 기타를 가진 소녀의 행복을

 내가 순식간에 빼앗아버린것은 아닌지.

간섭하지 말고, 비교하지 말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라멜라우에서 큰 교훈 하나 얻어 내려간다.

130P



 

작가가 만난 많은 사람들, 스쳐 지나가는 인연, 혹은 대화라도 나눠본 사람들 , 여행기에는 어디어디를 가면 좋다더라 하는 서술이 아닌 그저 그녀가 다닌 곳에서 만난 사람, 풍경 등이 고스란히 그녀만의 간결한 필체로 담겨져있었다.

동티모르를 승리로 이끌었던 김신환 감독님의 유소년 축구팀 선수 상코를 만나고..

아르수라는 아저씨는 경찰 신분이어서 인도네시아 침공때 어머니를 잃고, 아내는 도망가고, 본인은 게릴라로 활동하다가 동생에게 얹혀사는 신세가 되었고..

사진기 모니터 속 자신 모습이 신기해 마냥 사진 찍어 달라던 순진한 마나뚜또의 아이들은 과거 우리나라의 어려웠던 시절의 모습을 연상케했다.

 한국인으로 동티모르까지 봉사활동을 온 예원씨. 중학교 다닐때부터 고아들을 돌봐왔다는 한국인 대학생 예원씨는 농사법을 가르치고 화장실 등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내 평생 단 한번이나 가볼까 말까 한 그곳에 어린 나이의 한국인 아가씨가 봉사활동을 하며 밝게 웃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들이 죽은 후 동티모르의 여인들을 위해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삐에라 아줌마와 고령에 오지까지 부임해 온 신부님까지..

 

영어를 못하는 가이드 에디와 함께 한 동티모르의 여행.

그녀가 담아온 동티모르의 이야기는 내 안에 잔잔한 울림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그녀가 누구보다 행복한 여행자였노라고 믿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책을 읽은 나 또한 마음의 평안을 얻은 행복한 독자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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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 - 다시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옛이야기
이강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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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옛날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곳이 주로 책이었다. 그래도 누군가의 입에서 전해들은 옛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것은 어쩔수 없었다. 아홉살 무렵에던가? 어느 밤 옛날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자 엄마가 해주신 옛 이야기가 바로 에밀레 종 이야기였다. 어느 가난한 집의 부모가 자신의 어린 아기를 시주하여, 종을 만드는데 그 아기를 넣고 만들었더니 비로소 종이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라는 어린 나이에 듣기에 너무나 끔찍한 이야기였다. 종은 마치 아기가 엄마를 부르듯.."에밀레..에밀레.."하며 소릴 낸다고 하였다. 엄마가 그 이야길 들려주시는데, 너무 슬프고 도저히 믿겨지지가 않아서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반문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엄마는 자식을 위해 모든걸 다 해주시는 분인줄 알았는데, 그 엄마는 왜 그러셨을까 어린 나이에도 몹시 궁금하기도 하였다. 끝으로는 시주받았다고 아기를 살리지 못하고 고지식하게 끓는 쇠솥에 아기를 넣은 끔찍한 스님들이 가장 무서웠고 말이다.

 

어른이 되니 누가 옛 이야기를 들려줄 일이 많지는 않지만, 어릴때보다도 더 다양한 책을 접하게 되자 새로운 소설을 더 많이 읽게 되고 어려서 읽었던 재미난 옛 이야기들은 이제는 가물가물한 기억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 그 옛 이야기들을 반추하여 어른들에게 다시금 인생의 교훈을 얻게 해주시는 교수님의 글이 있어서 소개를 해볼까 한다.

 

"어이 촌인들! 원산호가 내근산하야 아지부를 호식거했으니 지총자는 지총래하고 지봉자는 지봉래하시사" 114p

이게 무슨 소리람? 이는 호랑이가 장인을 물고 가자 한 문자 쓴다는 사위가 나와서 마을 사람들에게 알린 사실이다.

"잠을 자던 중에 어디선가 무슨 소리가 나기에 나와 보았지요. 그랬더니 워워워워 워워워워워, 이런 소리만 들리고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다시 들어가 잤습니다." 114p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알아듣기는 "워워워워"로만 들린 것이다. 사또는 오히려 쓸데없이 문자쓰는 버릇을 고쳐주기 위해 사위를 옥에 가두었다. 사위가 풀려나는 날 사또가 이르기를 "앞으로는 남들 모르는 문자를 쓰지말라"하였는데 사위의 대답인즉 "예, 갱불 문자 하겠습니다" 115p하고 하더라.

 

소통할 수 없는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라 하였다. 그래서 배운 사람이 오히려 낭패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작가는 지식인 스스로 소통 가능한 통로를 찾아내는 것 못지 않게 주변에서 그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도 중요한 것이라라고 말하였다. 이렇듯 이 책에서는 옛 이야기에 대한 화두를 먼저 던져두고, 옛 이야기를 들려 준 후 다시 작가의 고찰이 이어져서 우리로 하여금 옛 이야기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에서 그 안에서 교훈을 얻는 방법을 좀더 쉽게 가르쳐주고 있다.

 

책에는 우리가 어려서 읽었던 많은 옛 이야기들과, 미처 읽어본 적 없는 새로운 (아마 유명한 이야기임에도 내가 못 읽었던 까닭이었겠지만.) 이야기들이 혼합되어 옛 이야기를 읽는 재미와 동시에 작가가 쉽게 풀어 설명해준 덕에 옛 이야기의 교훈을 벗 삼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 미래지향적 사람이 되도록 이끌어주고 있다.

 

많은 이야기들을 여덟 물결로 크게 분류하고, 각 물결마다 6~8개 가량의 각각의 이야기와 해석들을 곁들여 마치 그가 예전에 썼다는 좋은 생각의 하루 귀절들처럼 전철 속에서 짤막하게 혹은 바쁜 일상중에서 간단하게 읽기 좋게 구성되어 있는 것이었다. 짧지만 강한 교훈을 주는 옛 이야기의 매력! 여기서 읽은 이야기들을 짤막하게 아이들에게 들려줘도 좋아할터이고, 친구들과 잠깐 이야기하기에도 재미있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옛 이야기들이 제법 많았는데, 그 중에서 또다른 이야기를 추려보자면..이 세상과 저 세상이라는 이야기가 새롭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였다.어느 고승이 스님을 박대하는 부잣집 여인에게 "백세 장수하십시오"라 하였고, 가난해도 남편이 먹을 점심을 나눠준 여인에게는 "일찍 세상을 뜨십시오"라고 하였다. 누가 봐도 이상한 그의 조언은 몇십년이 지나 힘을 발하였다.

거지꼴로 땅바닥에 떨어진 감을 주워먹고 있는 비루한 늙은 할멈은 처음의 부잣집 여인이었고, 가마를 타고 멋드러지게 지나간 귀부인이 일찍 환생을 한 가난한 여인이었던 것이다.

 

새로 접한 이야기기도 하였고, 이게 무슨 뜻일까? 그냥 이야기만 들었으면 난감했을 이 이야기에 작가는 이렇게 평을 하고 있다. 여기에 인과응보니 권선징악이니 하는 말을 덧보태면 너무 상투적인 틀에 갇혀버린다. 장자에 나오는' 오래살면 욕되는 일이 많다'처럼 누구나 오래 살기를 바라지만 이 이야기와 같이 그로 인해 욕을 보는 일이 왕왕 있는 것이다. 또 이 세상이 결코 끝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세가 아니어도 이 세상 이쪽에서의 파멸이 저 세상 저쪽에서의 비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일러준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낙담하지 말고, 이쪽에서 저쪽으로 넘어가길 꿈꾸는 순간부터 희망은 다시 피어오른다.. 75p

 

늦깎이 서당학생이 된 남편이 스승이 가르쳐준대로 '삼인위덕-세번을 참는 것이 덕이 된다'을 배워 아내의 정부인줄 알았던, 그래서 살인할뻔한 중이 사실은 아내의 사촌 여동생이었음을 깨닫고 가슴을 쓸어내렸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분노로 가득한 때는 악인 줄만 알았던 것이 진짜 악이 아니라 잠깐의 착각에 불과한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212p

 

옛 이야기에 담긴 많은 교훈들을.. 그저 흥미로만 매듭짓고, 또 권선징악인가? 하고서 넘겨짚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작가는 꼼꼼이 우리에게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는 정말 어느 배우의 말처럼 "잘 차려진 밥상을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된다." 세상은 책이라는 좋은 것을 통해 우리가 세상 살아가는 방법을 조금 더 쉽게 터득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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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알드 달의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
로알드 달 지음, 퀀틴 블레이크 그림, 정회성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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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내용일지 정말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 로알드 달은 바로 조니 뎁이 주연해 유명한 영화였던 "찰리와 초컬릿 공장"이라는 재미난 동화를 쓴 작가이기 때문이다. 그의 어릴적부터 20세무렵까지의 진솔한 이야기가 담긴 책, 발칙하고 유쾌한 학교를 만나보았다.
 
재미없는 자서전이나 일대기는 쓰지 않겠다. 다만, 환갑이 넘은 지금에까지 생생한 어릴 적의 일들, 학교에서의 사건들이 잊혀지지 않아 이 책을 쓰게 되었노라고 이야기를 한다. 전부 실화라는 부연설명과 함께.
 
표지때문이었는지, 제목때문이었는지 조그만 악동이 벌이는 귀여운 사건 사고만을 떠올리며 읽었다가, 물론 그런 사건들도 있었지만, 순진하고 마음 착한 소년이 겪게 된 불운한 체벌과 학교 폭력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제법 많아서 놀랍기도 하였다. 어두워 보이는 영국 기숙학교의 실상을 사실 그는 유쾌한 사람이라 그런지 그렇게 어둡게만 그려내질 않았다. 물론 구타 장면은 정말 내가 매를 맞고 있는 양 생생하게 그려냈지만 말이다.
 
나 어릴적에도 잘못을 하면 학교에서 선생님께 '사랑의 매'를 맞는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일이었다. 다행인 것은 억울하게 매를 맞거나 강압적인 분위기에서 공부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작가도 인정할 수 있을만한 체벌이면 아파도 수긍이 되었을텐데.. 정말 아무 잘못도 없이, 혹은 정말 못된 선생님인 하드캐슬 대위나 사감선생의 억지에 의해 억울한 매를 맞게 되었던 일들은 그 아팠던 기억과 더불어 마음의 상처로 남았을 것이다.
 
1916년생인 로알드 달의 이야기인지라 우리보다도 한참 전인 수십년전의 영국의 이야기가 나온다.
예를 들어 처음으로 드라이브를 하게 되었는데 운전면허를 따기는 커녕 자동차를 배달해준 사람에게 삼십분간 두번만 교습을 받아도 드라이버가 될 수 있는 세상에 그는 살았다. 그런 정말 "초보"운전자인 누나가 운전하는 차로 첫 드라이브를 나갔다가 사고를 당해 작가만 코가 완전히 떨어져나갈 정도의 부상을 입었다. 다행히 이때는 마취를 하고 수술을 받았지만, 더 어려서 받았던 아데노이드 비대증 수술은 마취제도 없이 그대로 칼이 입안에 들어와 살덩이를 떼어내고 그대로 걸어서 집에 돌아가기도 하였단다.
 
잔인하게 아이를 때리는 교장선생님들(한 학교가 아니라 그가 다닌 모든 학교의 교장선생님들이 그러했다. ) 중에 랩턴의 교장선생님은 나중에 주교에 오르고, 캔터베리 대주교에까지 이르러 엘리자베스 2세의 머리에 왕관을 씌우기까지 하였단다. 작가가 종교에 회의를 갖게 된것은 바로 아이를 심하게 대하고도 죄의식을 갖지 않는 사람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부름을 받는 등의 상식 밖의 일들이 일어나서였다고 한다.
 
사탕을 좋아하던 어린 시절, 너무너무 꼬질꼬질한 사탕가게 주인할머니를 놀리기 위해 죽은 쥐를 사탕 병에 넣었다가 교장 선생님께 심한 매를 맞고,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영국 기숙학교에 들어가 심한 향수병에 걸리기도 하고..고작 9세의 어린 나이에 말도 안되는 누명으로 또 교장선생님께 모진 매를 맞고.. 누나의 약혼자의 거들먹거림이 얄미워 작은 장난을 쳐서 그를 놀래키기도 하고, 상급학교인 렙턴에 들어가서는 선생님 뿐 아니라 선배들에게도 무수히 혼쭐이 나 선배들의 똘마니로 살아야 해서.. 때로는 변기를 데우는 따뜻한 엉덩이 똘마니로 고정 활용되기도 하였던 그의 학창시절.
 
나이가 든 지금에 이르러서도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딱딱한 의자에만 앉으면 그때의 그 매맞던 일들이 생각나 경직되게 된다는 슬픈 추억을 간직한 로알드 달.
아픈 추억인데도, 어쩜 그는 이렇게 솔직하면서도 유쾌하게 적어낼 수 있었을까.
역시 로알드 달이라 달랐단 생각이 들었다.
 
정말 자서전을 읽은 느낌이 아니라, 그분의 일기장을 살짝 들춰본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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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엄마가 알았더라면 - 우리 시대 부모 14인이 젊은 날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
안정숙 외 지음 / 글담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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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엄마, 아빠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조언.

유명인인 미스코리아출신 하버드생 금나나의 어머니, 마술사 이은결의 어머니 등의 유명인사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에서도 특별한 사연이 있는 엄마들의 과거의 힘들었던 자신에게 미리 말해주고 싶은 조언들을 편지로 담아낸 사연 모음집. 초보 엄마이기에 겪을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들이 많을 텐데..그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앞서 경험한 선배맘들에게서 좋은 정보를 얻고 싶은게 엄마들의 공통된 바램일 것이다.

 

이 책에는 총 14명의 어머니(혹은 아버지)들의 젊은 날의 자신에게 쓴 편지와 사랑하는 아이에게 쓴 편지로 각각 두통의 편지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표지부터가 정말 눈에 확 들어왔던 게 낡은 편지 묶음인것처럼 예쁘게 디자인된 표지였고, 안의 편지들도 부모의 편지지는 낡은 편지인양 누런 색으로 되어 있었고,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지는 하얀 색 바탕이라 최근의 느낌이 물씬나게 되어 있어 편지의 과거와 현재를 느껴가며 더욱 실감나게 몰입할 수 있었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써서 만든 책이라는 느낌. 그래서 더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겸허한 마음으로 선배맘들의 조언을 듣기 위해 정성껏 읽어내려간 책.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의 엄마가 알았더라면..이다.

 

장애인 국가대표 수영선수 김진호의 어머니 유현경님은 지금 나와 같은 나이인 과거의 자신에게 편지를 썼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40일만에 퇴학을 당했을때의 엄마의 절망감에 대해서 말이다.  9년동안 최선을 다해 아이를 뒷바라지한 엄마의 마음이 한순간에 절망으로 변해버렸을 순간이었다. 같은 나이에 아직 20개월의 어린 아들을 두고 있는 나로서는 나이가 같기에 우선 그녀의 글에 더 관심을 갖고 읽어내렸던 것 같다.

 


 

세상 그 누구도 그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알 수 없다 할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이끌 수 있는건

바로 너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라.

아무도 할 수 없는, 오직 이 우주에 너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라는 사실을 말이야.

그러기에 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도.

 

42p



 

어려운 시기를 당당히 이겨낸 엄마, 아빠.

하지만, 아이의 성공이 있은 현재에서는 꼭대기에서 과거를 돌아보게 되어 마음의 여유가 생기겠지만, 아직 그 절정기까지 올라가지 못한 초보 엄마들로서는 분명 중간에 거칠 수많은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막막하기만 할것이다.

여기에 생생하게 그때 견뎌냈던 그 마음들, 그리고 그 이후의 행적들을 기록한 엄마들의 편지가 있어 우리를 다독여줄 수 있는 것이다.

 

유명인들의 이야기보다 더 기억에 남는건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딸 셋을 데리고 과감히 전세금을 빼내 세계일주를 감행한 아버지 조영호님의 사연, 중학교를 그만두고 대안학교에 들어간 딸을 둔 송정희님의 사연, 그리고 아이들의 조기유학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 김희경님의 사연.

 

특히나 김희경님의 사연 같은 경우에는 조기유학의 장점만 언급된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얻은 득과 실..특히나 실 부분에 초점이 맞춰진 설명이어서 기러기 부부의 폐단에 대해서도 충분히 검토해볼 수 있었다. 처자식을 해외에 보내놓고 전화통화를 통해 울어버린 아버지의 슬픔, 그리고 영어는 얻어졌되, 미국을 떠올리기조차 싫을 정도로 심하게 마음의 상처를 입은 어린 두 아들들.. 솔직한 그녀의 이야기에 그저 달콤한 유학길이 아님을 간접적으로나마 알아볼 수 있었다.

 

또 싱글맘과 워킹맘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준석이 엄마 박소원님, 첫째를 낳고 이어 7남 2녀를 가슴으로 낳은 한연희님.

 

사실 책의 순서대로가 아니라 각각이 독립된 이야기들이어서 가장 먼저 읽은 사연이 한연희님의 사연이었다. 보육원에서 만난 희곤이의 꿈이 군인이었는데, 고아는 군인이 될 수 없기에 이뤄지지 못할 꿈을 가진 희곤이가 가슴 아팠다. 그래서 결국 일곱 살 희곤이를 입양했는데, 친자식보다 더한 애정으로 키우기 위해 너무 집중하다보니 지나치면 모자란 만 못하다고 오히려 둘다 지치고 말았다.

게다가 생후 6개월된 하선이를 예뻐할때 희곤이가 했던 말.

"엄마, 형도 이만할때 이랬어?"

엄마는 커다란 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다.

보통은 "나 어릴때도 저랬어?"여야 하는 질문이었는데..

그날 밤 엄마는 밤새 울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에 나도 역시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로 아이를 사랑하는 분이시구나.

입양이란 어려운 일을 하면서도 일이 아닌 핏줄 이상으로 사랑하는 가족을 만들어낸 분이시구나 하고 말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적인 내용도 많고, 이처럼 감동적인 내용도 많았다.

아이를 키워낸 많은 선배부모님들의 이야기.

힘들었던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낸 이 편지 모음집으로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키움에 있어서 조언도 얻고, 휴식도 얻을 시간이 되길 바라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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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정말 그래요! - 이보다 더 귀여운 것은 없을 거에요 걸음동무 그림책 5
아르멜 바르니에 지음, 박은영 옮김, 바네사 이에 그림 / 걸음동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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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그림도 글도 눈에 확 띄는 그런 책을 만났어요.

이번에 새로 나온 신간인줄 알았는데, 초판은 2007년도에 나왔다네요. 새로 나오면서 제목과 표지가 바뀌어 나왔다는 글도 나중에 읽었어요.

 

잠든 아가 침대 위로 데굴데굴거리며 잠든 귀여운 강아지.

강아지만 보면 "멍멍"이라며 너무너무 좋아하는 우리 아기도 정말 좋아한 책이랍니다.



강아지, 코끼리, 기린을 무척 좋아하는 우리 아들, 자동차도 또한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자동차도 많이 나오네요. 아기가 책을 넘겨가며 마치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아무리 작은 그림이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찾아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옹알옹알 뭐라고 이야기를 하곤 하는데, 바로 그런 재미가 쏠쏠한 책이랍니다. 표지부터 급 관심이 가는 사랑스러운 책이 되겠네요.

 



 

거인이 벗어놓은 신발보다

전등을 갈아끼우시는 아빠보다

빨간 소방차에 업힌 사다리보다

물고기도 지쳐서 빠져버리는 태평양보다도

세상에 이보다 더 큰 것은 없을 거예요

 

그래요, 정말 그래요!

하이에나 똥 옆에 싸놓은 코끼리 똥보다

세상에서 그보다 더 큰 것은 없는 거지요.

 



 

 

~보다~보다 하는 반복적인 조사와 "그래요, 정말 그래요"가 반복된 문장이 들어가 동시같은 운율감을 살려주네요. 마무리도 항상 세상에서 그보다 더 ~한 것은 없는 거지요로 끝나구요.

아이들도 엄마가 노래를 하듯이 읽어주는 책의 재미에 풍덩 빠져들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읽는 엄마들조차 그 이미지를 하나하나 떠올리는 기분이 새롭습니다.

세상에서 이보다 <더 아름다운 것, 더 무서운 것, 더 가까운 것, 더 뜨거운 것, 더 추운 것, 더 큰 것, 더 작은 것, 더 빠른 것 , 더 느린 것, 더 뚱뚱한 것, 더 세련된 것, 더 심술궂은 것, 더 귀여운 것더 아름다운 것>  은 없는..많은 이야기들이 펼쳐집니다. 예쁜 그림과 함께요~

 

과연 어떤 재미난 그림과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는 걸까요?

 

여러분도 한번 상상해보세요. 아이들의 상상, 우리의 상상, 작가의 상상이 다 다르겠지만..

꼭 그것이 최고는 아니더라도 작가의 상상에 동의해보는 이미지를 떠올려보는 것도 즐거운 독후활동이 될 것 같아요. 하이에나 똥 옆에 싸놓은 코끼리 똥이라니..정말 생각만해도 우스꽝스럽지 않나요? 아이들은 아마도 이런 작은 표현 하나하나에 즐거워하고 함박 웃고 그렇게 될 것 같네요. 천진한 아이들의 마음을 백분 잘 이해한 책.. 그래요, 정말 그래요를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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