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 -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여섯 남녀의 북유럽 캠핑카 여행기
배재문 글 사진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6월
절판


20인캐나다부터 시작해서, 나고의 아기 고양이들, 그리고 이 책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 북유럽에 갔다까지.. 부즈펌의 책들은 표지부터가 빼어나게 예뻐서 눈에 확 띄었다. 그리고 내용도 정말 요즘 사람들 취향에 딱! 이랄까?



대학 다닐때에는 방학때 시간이 있어도 <용기와 돈>이 부족해 유럽 배낭여행을 쉬 떠나지 못했다. 그래서 친구와 약속하기를 "직장 다니면서 돈을 모으고 과감히 퇴사하고, 같이 한달 유럽여행을 다녀오자."고 하였는데.. 내가 들어가는 직장마다 들어가기도 어렵고, 나오기는 더 어려운 (?) 그런 상황의 직장들이어서 친구와 일정을 맞춰 여행을 갈 수가 없었다. 결국 친구는 혼자 떠나기엔 숙박 예약도 그렇고 걸림돌이 많아서, 인터넷 여행 카페에서 만난 처음 보는 여학생과 함께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다녀와서 하는 말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결국엔 잠만 같이 자고, 일정을 따로 해서 각자 돌아다니다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처음 만난 여섯 남녀가..호텔 여행도 아니고 캠핑카로 과감히 북유럽(흔히 가는 서유럽도 아닌) 여행을 떠난다고 하였을때 내 눈길이 꽂혀버리고 말았다. 아니, 이 사람들 무슨 고생을 하려고? 하지만, 정말 부럽다. 그 과감한 결단이..



여행을 주최하고, 책을 저술한 B군 배재문님은 첫번째 유럽여행도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였고, 이번이 두번째 유럽여행이자, 북유럽 캠핑카 여행이었다 하였다. 무엇보다도 너무나 내성적인 성격이라 사람들 대하는게 두려운 성격인 그가 한달을 모르는 사람들과 캠핑 계획을 하였다는게 놀라웠다. 정말 그의 표현대로 여행을 통한 자기 성장 에세이가 되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여행 계획에서부터 남자셋 여자셋의 모집인원 중에 X와 Y의 인원이 자진 탈락하는 난국을 겪게 되었다. 출발 직전에 포기한 X덕에 모두의 진이 빠졌지만, 다행히 후보 지원자 중에 선뜻 달려오겠다는 K군이 있었고, Y대신 온 N양도 K군과 함께 활발한 성격이라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한다. 서머타임으로 비행기도 놓치고, 연달아 짐까지 늦게 오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김치를 잊고 있다가, 공항에서는 기내 반입금지로 못 사고 유럽의 한인 시장에서 사기도 하고, 우여곡절이 많은 여행의 시작이었다.


이번 여행만 해도 왜 남자 셋, 여자 셋으로 정했냐는 일행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너 같으면 남자끼리 여행 오고 싶겠니?"

단순히 재미를 떠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만들어가는 장점도 많다. 140p


쉽게 떠나기 힘든 북유럽. 다녀오면 너무나 멋진 곳이라고는 하지만, 물가는 무척 비싸다고 들었다.

다행히 그들은 캠핑카 여행이어서 마트에서 고기와 쌀 등을 사다가 해먹으니 식비는 많이 절감할 수 있었다 한다. 또 그와 더불어 비싸디비싼 숙박비까지 아낄 수 있어 비싼 물가의 북유럽에서의 캠핑카 여행을 여러모로 이득이 많은 여행이었다한다.



북유럽 물가에 대해 직접 느낀 바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버거킹 와퍼세트가 노르웨이는 무려 16000원 이상이다. 4개국 중에서도 특히 노르웨이는 물가가 극악무도하게 비싸다. 154p




한국에서 캠핑카 여행을 해도 설레고 즐거울 텐데..북유럽에서의 캠핑카 여행이라니..

너무나 들떠서 밤새워 수다를 떨기도 하고, (물론 11시 이후에는 캠핑장에서는 조용히 해야함을 몰랐다고 하니.) 해먹는 요리에 들뜨기도 하고..그들의 여행기에 내 마음도 조금씩 들뜨기 시작했다. 마치 자전거 바퀴에 공기를 빵빵하게 넣듯이~



이 책의 재미는 6명의 얼굴을 캐릭터화하여 책 속에 넣음으로써, 이름을 몰라도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알기 좋게 되어 있었고, 중간 중간의 일러스트도 무척 재미있어서.. 문신을 넣은 우락부락한 아저씨가 유모차를 정겨이 밀며 "우쭈쭈쭈" 소리를 내며 아기를 달래는 귀여운 일러스트 등이 인상적이었다.


또, 각 여행지마다 여행수첩이 실려 있었는데, 한 사람의 정보가 아닌 여행지마다 다른 사람의 여행수첩이 들어 있어서 그 점도 새로웠다. 한 사람의 편협한 시각이 아닌, 여러 사람의 의견 중에 좋은 것을 골라 넣었을 것이기에..더 참고하기에 좋을 것 같았다.

첫 머리에 캠핑카 예약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북유럽에 가보면 좋을 곳들, 그리고 여행의 각종 팁들은 여행에세이의 재미와 더불어 실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참고서적으로 도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누군가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절대로 피해갈 수 없는 암초가 하나 있다. 바로 '어디로 가서, 무엇을 볼것이냐'를 두고 벌어지는 갈등이다. 평생을 같이 지내온 가족들과도 그런데 생판 처음 보는 낯선이들과의 여행에선 오죽할까. ..지난 유럽여행을 통해서 이런 문제를 잘 알고 있었기에 이번엔 일행들과 만나는 단계에서부터 한가지 당부를 했다. 모든 여행지에서 반드시 여섯 명 모두 뭉쳐서 다닐 게 아니라 불가피할 경우 각자 취향에 맞게 따로 다니는 방향으로 하자는 것이었다. 174p

동심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된 덴마크의 안데르센 박물관과 유서깊은 티볼리 놀이공원, 2010년 개장이라 그들이 미처 가보지 못한 스톡홀름의 아바 박물관. 그들을 따라 눈으로 여행하면서 나 또한 가보고 싶은 곳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페리에 차를 싣고 여행을 떠나는 코스도 부러웠다. 유람선은 아니더라도 맛있는 진미가 가득한 뷔페를 누리고, 바다 위에서 정말 영화를 찍듯 즐거운 일정을 누렸으니 말이다.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은 풍경이라며 진짜 녹음이 우거진 살아숨쉬는 숲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모습을 찍어보여준 것도 정말 멋졌다. 이 사람 내성적이라더니 표현 하나하나가 감칠맛이 난다. 사실 가장 보고 싶은 장면은 여행 중 최고 백미라 꼽는다는 노르웨이 국경을 넘던 순간의 풍경이다. 북유럽의 스위스라 할정도로 아름다운 곳이라 하니.. 북유럽 여행을 계획한다면 아무리 물가가 비싸더라도 노르웨이는 꼭 들러 보고 싶었다.



여섯 젊은이들의 여행을 읽으며 같이 흥분되고 같이 고조되었다. 요리 잘하고 운전 잘하는 에드워드 k(별명이다), 호방한 음주가무를 좋아해서 잘 어울린 S와 C, 그리고 3개월 새색시로 과감히 여행을 떠나와 모두를 놀라게 한 N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다 재미났다. 사실 B도 여자친구의 허락하에 남녀가 같이 떠나는 캠핑 여행에 왔으니 대단하기는 했다.



젊음이 있고, 생기가 있어 즐거웠던 그들의 호탕한 여행.

가보기 힘들기에 그들의 여행을 통한 대리만족이 더욱 가깝게 와 닿았는지 모르겠다.

무덥고 후덥지근한 이 여름.. 불쾌지수를 내려줄 소나기 같은 시원한 여행 에세이 한권에 마음까지 홀가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아..그러면서 그들의 용기와 패기, 젊음이 너무나도 부럽다..

나도 떠나고파라..

일상이여 안녕~ 이렇게 훌쩍 떠나버리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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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면역력 높이는 103가지 레시피 -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음식
이양지 지음 / 소풍 / 2010년 6월
절판


연애할때부터 신랑이 심심찮게 한 이야기 중의 하나가 "요즘 부잣집 냉장고에는 채소가 가득하다"라는 것이었다. 옛날 못 살던 시절에는 고기를 많이 먹어야 부유하고 잘 사는 집이었지만, 요즘에는 웰빙을 추구하느라 오히려 제철 채소와 과일 등을 챙겨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표현을 에둘러 한것이다. 워낙 고기를 좋아하고, 채소와 과일을 덜 먹었던 나로써는 "부자 아니면 어때서?" 라는 반응으로 일관하였는데, 결혼하고 나서 보니 신랑의 식습관이 워낙에 해산물과 채소 등을 좋아하는 식습관이라 나의 입맛만 고집할 수는 없었다.



채소와 과일, 그리고 해산물 등을 신랑 입맛에 맞게 요리조리 맛있게 내놓으면 좋으련만..

좋아하는 메뉴가 아니다보니 아무래도 입맛에 맞게 조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행히 내 솜씨를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터라 (워낙 주위에서 요즘 여성들이 요리에 서툴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는지 당연히 내가 요리를 못 하려니 했었단다.) 웬만해서는 다 맛있다고 먹어주었다.

그냥 맛을 위해 요리를 하던 나였지만, 아기도 낳고 나니 건강까지 고려해서 요리를 하면 더욱 금상첨화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에 마크로비오틱 아이밥상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그때 처음 들었던 마크로비오틱이 이제는 우리나라에서도 중요한 식습관 문화의 하나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듯 하다. 일본의 마크로비오틱 붐을 우리나라에 처음 들여온 분이 바로 이 책의 저자 이양지님이라 한다.



본인도 어려서부터 과체중으로 고생을 하고, 젊어서 일본의 제빵제과학교를 다니면서 단 것에 중독되니 성격도 날카로워지고 지극히 예민해졌는데.. 본인의 문제점이었던 식습관을 개선하고 나니 살도 자연스럽게 빠지고 건강도 되찾았다고 하였다. 20대 후반의 날씬한 체중을 40대까지도 그대로 유지할 정도로 말이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주 관심 분야인 요리쪽에 접목해서 가족의 건강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메뉴들을 소개하고 있는 책이었다.


요즘 요리 책은 단순히 레시피만 나와 있는게 아니라, 저자의 삶도 일부 엿볼 수 있고, 약간의 스토리도 들어 있다. 그래서 요리책만 읽어봐도 정보도 얻을 수 있고, 재미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 책도 처음부터 꼼꼼히 읽어봤는데, 다양한 노하우와 팁들이 들어 있어서 재료 손질하는 법부터, 맛있는 굴 등의 출하 시기 등의 식재료 제철 시기 등 알면 알수록 좋은 정보들을 얻어낼 수 있었다. 건강을 생각하는 책이다보니 요즘에 워낙 유명한 블루베리의 인기와 효능까지도 제대로 알 수 있는 그런 소개가 잘 나와 있었다. 블루베리속의 안토시아닌 성분이 시력을 높여주고 눈의 피로를 풀어주며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의 노화방지, 그리고 생활 습관병도 예방해준다고 한다.



게다가 한눈에 봐도 맛있어 보이는 이 요리가 특히나 손님상에 적합하고, 손님들도 모두 맛있어하는 요리라고 하니 제일 먼저 해보고 싶은 요리였다. 아니 맛보고 싶은 요리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구나.


짜고 매운 요리보다 서양이나 일본의 요리를 응용한 듯 퓨전 느낌의 수프나 샐러드, 애피타이저로 좋을 그런 요리들이 많았다. 자극적이지 않은 요리들이라 아가와 같이 먹어도 좋을 것 같은 요리들 말이다. 물론 이 수프에는 커피가 들어가 아기에게는 먹이기 어려울 것 같지만..




초보자에게 가장 먼저 권한다는 간장 떡볶이.. 대부분 고기와 버섯류를 넣어 만드는 궁중 떡볶이에 다양한 근채류를 넣어서 식감까지 높이고 섬유소도 풍성하게 들어가 건강한 맛을 내주었다. 초보자도 쉽게 내는 맛, 내가 찾는 그런 요리다.


아무래도 눈에 띄는 블루베리로 만든 셰이크도 있었다.

그냥 냉동 블루베리와 우유 , 생크림, 꿀 등을 넣어 믹서기로 간단하게 갈 줄 알았는데 믹서기 없이 손으로 얼음을 부수어 만드는 새로운 방식이었다. 이것도 무척 맛있을 것 같았다. 요즘에 즐겨 가는 카페에서도 블루베리 메뉴가 추천 메뉴로 소개되어 있던데..집에서 직접 해먹는게 더 맛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고기의 단백질이 면역력을 높이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때문에 고기도 가끔씩 채소와 같이 얹어서 꼭 먹어주라고 되어 있다. 그래서 야채와 같이 구운 스테이크도 소개 되어 있고, 고구마를 넣어 부담을 줄인 햄버그 스테이크도 소개되어 있다. 닭가슴살은 주요한 요리 소재로 소개되어 있고 말이다.



색다른 요리가 먹고 싶을때 굳이 나가서 웰빙 식당을 찾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값도 무지 비싸고, 먹고 나서 웬지 아쉬운 그런 요리들보다..

집에서 직접 좋은 재료를 손질해서 만든 웰빙 식단으로 가족의 면역력을 제대로 높일 수 있다면 ..

가족의 건강도 챙기고 입맛도 살릴 수 있는 일석 이조의 기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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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의 책 읽어주는 남자
이화경 지음 / 뿔(웅진)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어려서 천애고아가 된 운득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이름을 검은 놈, 김 흑이라 붙였다. 어릴적 모셨던 상전인 이결선생으로부터 글을 배우고, 이야기의 세계에 빠지게 되어 자라서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던 그. 김흑은 타고난 아름다움까지 갖춘, 요즘 말로 하면 비주얼까지 제대로 갖춘 연예인이었던 것이다.

 

그의 꿈은 그 자체로 마치 한편의 소설을 보는 듯 화려하였다. 사도세자의 뒤주에 갇힌 슬픈 장면을 목도하는 꿈을 꾼다거나 하는 등의 인상적인 꿈들이 그러하였다. 실제로 호랑이와 직면해 호랑이를 죽여 호랑이 간을 먹고, 어금니와 가죽을 취하는 등 범상치 않은 일을 겪은 그. 한낱 미천한 신분에 지나지 않는 그였지만, 그저 미천한 신분으로 끝나지만은 않을 그의 운명이 자꾸만 그를 한양으로 인도하였다. 그는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했고, 많은 책을 빌려 읽으며 좀더 멋지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부지게 노력하였다. 외모도 가꾸어 여인들의 규방에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도록 하였다.

 

그가 그리워하던 상전인, 아버지로 삼고 싶었던..아름다운 세상에 다녀가신 이결선생은 소설체의 글을 썼다가, 정조의 눈밖에 나서 힘든 평생을 보낸 분이었다. 책의 주 흐름은 바로 정조와 김흑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전혀 닿지 않은 것 같은 엄청난 신분 차이의 두 사람.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한을 가슴에 품고, 나라를 제대로 통치해야한다는 큰 뜻과 더불어 두 가지 양날에 가슴아파했던 나랏님이었다. 책을 오롯이 사랑하고, 소설체의 사사롭고, 하찮은 글같지도 않은 글에 많은 신하들과 백성들이 농락당함에 노여워하였던 분이었다. 그 분의 문체반정이 바로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그리고, 김흑. 그는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이야기꾼이 된 사람으로.. 털붓이나 쇠붓 없이 자신의 세치 혀로 세상을 제압하게 되는 사람이었다. 소설을 사랑하고 이야기를 사랑한 규방 여인들의 마음 속에 파고 들어가 인기있는 "꾼"이 되었던 것이다.

 

짐승의 털붓도 쇠붓도 가질 수 없지만, 김흑은 털붓보다 쇠붓보다 더 강한 게 있다고 믿었다. 그건 바로 혀였다. ..이결 선생은 이야기꾼은 빈 데에 시렁을 쌓고 생각을 쌓아 올리고 뜻을 포개어 기이한 말을 지어내는 자이며,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56.57p

 

요즘에도 드마라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악역을 맡은 조연 탤런트들을 마치 극 중 인물로 착각하여 비난하고 미워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 옛날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임경업장군의 이야기를 읽어주던 전기수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던 남자가 낫으로 전기수를 살해하는 사건마저 일어나고 말았다. 사대부들은 왕의 지척에서 몰래 명청 시대의 가벼운 소설에 빠져들고 말이다.

 

대체 소설이 무엇이관데 온 나라가 이리도 난리법석이란 말인가, 한갓 이야기가 나라의 습속을 이루게 되고 마치 경쟁하다시피 되어 세상길을 쇠약하게 만들어서 종묘와 사직까지 자빠뜨리는데 이르렀단 말인가. 164p

 

왕을 지척에서 모시고, 왕을 위해 노력했던 노옹.. 왕과 김흑의 중간에 본의아니게 놓인 노옹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는 소설의 가벼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조와 더불어 깊이있는 책의 세계에 심취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하나뿐인 막내 여식..눈에 넣어도 안 아플 유리를 위해서는 왕이 금한 소설도 마다않고 몰래 구해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과년한 처녀였음에도 시집도 보내지 않고 품 속 자식으로만 키운 유리를 위해..

 

노옹은 서전을 꺼내 읽었다.. 풍요로우면서도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데로 빠지지않고, 웅장하고 날카로우면서도 거칠거나 사납지 않고, 맑고 둥글면서도 부박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자세하면서도 잗다란 병통에 빠지지 않는 글이 얼음물에 띄운 매화 한 송이를 머금은 것처럼 이가 시원해지고 입안이 향기로 가득해졌다. 170p

 

김흑이 한양에 도달해 우연히 노옹의 귀한 딸 유리와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둘은 눈빛이 엉기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비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버렸다. 신분의 차이도 어마어마했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조선을 호령할 정도로 위대한 영의정 노옹의 보석같은 귀한 딸이 아니었던가.

 

보자기가 걷히는 순간에 처녀의 버들 같은 눈과 김흑의 별같은 눈동자 넷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엉겼다. 찌를듯한, 사로잡을 듯한 그녀의 눈빛을 본 순간, 무엇인가가 그의 심장을 뚫고 지나간 것 같았다. 그녀의 한 생애가 오롯이 그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에 그는 소스라쳤다. 175p

 

이야기는 허공에 의지해 그림자를 잡는 짓이고, 현실에 의지한 거울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야기가 무서운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감염력이 강하다는 데 있었다. 감염력은 허구에서 나온다는 것을 김흑은 알게 되었다. 삶 밖의 삶, 현실 바깥의 세계, 사랑 너머의 사랑, 죽음 이후의 죽음은 바로 허구 그 자체지만, 사람들은 그 허구를 갈망하고 사랑했다. 그 허구에 대한 여인들의 다함없는 열망과 사랑이 있기에 그가 먹고 살 수 있었다. 199.200p

 

이야기로 먹고 살던 김흑, 그리고 김흑의 이야기에  가슴 속 응어리와 한을 풀어내고, 눈물을 쏟아내던 양반가 마님들..그들은 그의 이야기 뿐 아니라 김흑의 수려한 외모에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이야기를 팔고 몸까지 팔았던 김흑이라는 이야기꾼의 인생과 말로는 책을 다 덮고 나서도 어지러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유리와 이생에서는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연이었기에 어쩌면 예정된 결말이었을수 밖에 없었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사랑에 가슴이 저려왔다.

 

아랍 문화권에 하카와티라는 이야기꾼이 있단 것을 얼마전 동명의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읽어주는 남자, 여자 등의 직업이 서양에 있음을 알았다. 우리 선조들의 문화에도 책 읽어주는 문화가 있었음은...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이었다. 직접 책을 읽는것과 달리 심금을 울릴 재능을 갖춘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 전달이 사람들의 마음에 더 깊이 파고들었음이라..

김흑을 통해, 조선시대의 이야기꾼을 회상해볼 수 있었고.. 그의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전달해준 이화경님이야 말로 이 시대 진정한 이야기꾼이 아니신가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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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의 아기고양이들 -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 마을…나고 나고 시리즈 2
모리 아자미노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5월
절판


내 닉네임은 러브캣이다. 그래서 love cat으로 해석을 해서, 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인으로 종종 오해를 받곤 하였다. 사실 난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 좋아한다. 러브캣이라는 닉네임은 처음에 네이버를 시작하면서 금속 하트가 매력적이던 모 패션 브랜드의 이름을 떠올려 지은 ,속성으로 지은 닉네임이었는데, 익숙해지니 바꾸기가 싫어서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그랬던 내가 표지와 맛뵈기로 본 아기 고양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작가의 고양이 사랑하는 마음이 마치 초능력을 발휘하듯 내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마리 한마리 사랑스러워 어쩔줄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그려낸 생후 3개월 남짓한 아기 고양이들의 몸짓과 특유의 표정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아, 고양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였구나. 예전에도 가끔 너무 귀여운 고양이 사진들을 보긴 했어도 이 책 속의 일러스트와 내용 만큼 내 혼을 쏙 빼앗아가는 고양이들은 없었다.


나고 neargo 라는 마을이 처음에는 실제로 존재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나고의 화폐 단위가 나고이고, 지도 모양이 고양이 모습인데다 깃발까지 고양이라.. 그제서야 작가의 상상 속 마을임을 알게 되었다. 어쨌거나 책 속에서는 나고에 살고 있는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이 주인공이다. 총 70여 남짓한 아기 고양이들의 특징들이 잘 설명되어 있고, 그들의 깜찍한 모습에 일본 여성들이 "가와이 가와이"를 외치며 수선떠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내가 봐도 너무 깜찍하고 사랑스러워서..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그리고 귀여운 동물을 보면 호들갑을 떠는 일본 여성들의 특성상..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게 당연한 일 같았다. 이 책은 일본 작가 모리 아자미노의 책이다.



글과 그림도 너무너무 잘 어울리고 좋은데.. 한국어 번역된 글자체 또한 마치 예쁘장한 여고생이 색색 다양한 예쁜 필기구로 편지를 써내듯 또박또박 쓰여있는 것이 마치 하나의 그림처럼 예쁘게 잘 어울린다. 책 한권이 그냥 그 자체로 소장가치가 충분할 정도로 "예.쁘.게" 느껴진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펼쳐보기를 권하고 싶고, 특히나 여중 여고생들의 아기자기한 수집품 목록에 꼭 어울릴법한 그런 책이다.



인간과 고양이가 마음 편하게 나이 먹을 수 있는 곳.

고양이와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주민등록증처럼 고양이에게도 나고 등록증을 발급해주는 곳.

고양이는 그냥 하나의 동물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의 가족으로 대우받는 그런 나라인 것이다.

나고의 일원이 되고 싶은 애묘인들은 책 속에 있는 나고 등록증에 반려묘의 사진을 올리고 기록하면 된다. 원본 등록증이 실려있으니 말이다.


정말 나고를 제대로 여행할 수 있도록 각종 여행 패키지 설명과 나고 지도, 코스 설명 등이 이루어지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의 한 컷 사진들도 첫머리부터 멋지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고양이들의 특징에 들어가다보면 너무 귀여운 아기 냥이들과 그 가족들의 모습에 웃음도 나고, 인간과 같은 모습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고..



'사실은 저 고양이 말을 할 줄 알아요' 라는 모리 아자미노님의 말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고양이말을 할 줄 모른다면 어떻게 이렇게 고양이들의 생각을 속속들이 읽어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70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정보를 얻은 건지.. 이 많은 고양이들의 꼼꼼한 프로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름, 생일, 나이, 성별, 털색깔 , 품종, 눈동자색, 고양이 분류 등등 특징과 사진 등의 에피소드 뿐 아니라 고양이 한마리 한마리를 존중하고 대우해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그런 대목들이기 때문이다.



유기견, 유기묘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의 현실에서 보면 이렇듯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모든 이들이 아끼는 그런 마을, 나라가 정말로 있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사실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동물을 사물로 대하지 않고, 가족으로 대하고 받아들여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어떻게 홀대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고양이들을 사랑합시다. 길 고양이들에게도 애정을 베풉시다' 하는 열마디 말보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이 책 한권이 훨씬 더 강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정말로 아기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기들. 생후 3개월이내의 귀여운 고양이들.

짧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고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게 될 아기들 말이다.

주인이랑만 있어서 낯을 심하게 가리는 삭스는 마치 턱시도를 입은 듯한 털무늬가 인상적이다. 아기 냥이 포지가 사라지면 깜짝 놀라 찾아나서는 아빠 냥이 앤디의 모습은 정말 고양이를 넘어서 인간 아빠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고양이들의 귀여운 모습 사이사이로..나고 등록증, 나고 기금 등의 작가가 준비해둔 탄탄한 상상의 장치들을 살펴보면 정말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기틀이 마련되어 있다. 고양이를 위해 이런 나라를 만들어주고 싶어. 이런게 필요하겠지? 아니, 이건 어떨까? 하며 머리를 짜낸 그런 거 말이다.


플로라라는 귀여운 2개월생 고양이의 소개편에서는 아이리스, 은방울꽃, 튤립, 크로커스가 고양이가 잘못 먹으면 중독을 일으킨다는 정보를 주기도 한다. 귀여운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드리의 매혹적인 곁눈질'에 끌리지 않았는데, 오드리의 주인은 완전히 홀딱 빠져들었단다. 그래서 무뚝뚝하고, 코까지 고는 못생겨보이는 오드리를 주인은 너무나 귀여워하고 사랑한다. 하루 세번 밥줄때만 비싸게 웃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오드리를 말이다. 젖을 일찍 뗀 로제타는 아폴로 토끼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부비부비하며 빙글빙글 돌고..또 아기 고양이 메이플이 맛있게 먹은 케이크는 대박을 터뜨리게 된 사연까지..

아기 고양이들의 귀여운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막판까지 웃음이 난다.



작가는 사랑하는 고양이 레이니를 아기때부터 기르면서 얻은 영감으로 이 책을 쓸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때 제 손에 전해지는 레이니의 작은 숨결과 체온을 느꼈을때 이 작은 생명을 계속 소중하게 지켜가겠다는 책임감 같은 걸 느꼈조. .. 그런 레이니와의 추억을 짜내려가는 동안에 나고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아가개월수' 얘기도 써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죠. 고양이들의 평생 중에서 정말 아주 조금---. 이젠 되돌이킬수 없는 아주 소중한 시간을요..200.201p



아기 고양이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오롯이 드러나는 책.

나도 무언가를 이렇게 열렬히 사랑하고 빠져들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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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생활놀이 - 아이의 머리를 깨우는
강다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만 21개월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우리 아들.

하지만, 정작 엄마인 나는 21개월 동안 뭘했나 싶을 정도로 아이와 놀아주는데 서툴다. 잘 모르면 문화센터 등에라도 데리고 다니며 놀아주면 좋았을 것을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한번도 문화센터에 데려가본 적도 없고, 그저 책이나 좀 읽어주고, dvd나 틀어주는 수준에 그치는게 실내 활동의 전부였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친정 부모님과 여동생이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아이와 색다르게 놀아주시려고 나보다는 좀더 노력하신다는 것이었다. 동생이 누누이 강조하는게 지금이 아기 두뇌가 폭발적으로 개발중인 때이기때문에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는데, 정작 나는 걱정만 늘어놓고 하루하루를 보내는게 전부였다.

 

이 책을 보고서는 바로 날 위한 책이구나 싶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이 읽어내려갔는데.. 좀 큰 아이들을 위한 게 아닌가 싶은게 처음의 내 생각이었다. 어려워 보이기도 하고, 촛농이나 작은 도구를 이용한 것들은 우리 아들에게는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진 속 저자의 아가 모습도 좀 큰 연령대 같았고 말이다. 그랬는데..책을 다 읽고 뒤늦게 다시 살펴본 저자의 약력을 보니..

 


 
엄마표 놀이를 시작한 후 아이는 빠르게 정서적 안정을 찾았고, 놀라운 인지적 발달까지 이루었다. 그래서 3세에 한글을, 4세에 영어 파닉스를 사교육 없이 터득했고, 예술의 전당 미술영재 아카데미 오디션에 합격하기도 했다. ...실제로 아이와 함께 했던 놀이들을 <깡지의 보물창고> 블로그에서 공유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http://blog.naver.com/jykang73  

 


 

컥. 3세면 바로 지금 우리 아들 나이 아닌가. 저자의 놀이 설명을 보면 8가지 챕터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 중 7번째 챕터가 바로 한글놀이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 아기에게 해당되는 일인지 정말 몰랐다. 한글은 머나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3세에 (만 3세일까? )한글을 터득했다니..음..내가 너무 안이하게 살고 있었던 것인가?

 

그래서, 책을 다시 꼼꼼이 몇번 더 정독하려 한다.

작가가 직접 만들어주는 장난감들은 정말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보기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엄마 최고를 연발할 수 있는 깜짝 선물도 있었고, 우리집 우체통은 정말 집밖에 당장 내놔도 될 정도로 멋진 프로방스풍 우체통이었다. 아이의 안전을 이유로 여러 재미있어 보이는 놀이들을 향후 미래의 일로 미뤄두며 읽었는데, 다시 잘 찾아 읽어가면서 지금 당장부터 시행할 수 있는 놀이들은 시작해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아들 너무 심심해 보여서 미안해죽겠으니 말이다.

나처럼 엄마표 놀이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 책 한권으로도 충분히 자신감을 얻으리라 본다. 물론 너무 잘해내고 있는 저자의 놀이방법들에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암담한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따라하는 것으로도 엄마표 놀이의 시작을 알릴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난이도에 따라 별 한개부터 다섯개까지로 분류가 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 난이도의 용도도 궁금했다. 아이들 수준에 따른 난이돈지, 엄마가 만들어줄수 있는 난이도인지 말이다. 물론 전자일 가능성이 컸지만..

거창하지 않은 재료들로 크나큰 수확을 얻을 수 있는 아기와 놀아주기 방법~

게다가 내가 아직 접해보지 못한 수많은 동화책들과 참고서적들까지 언급되어 있어서.. 엄마표 놀이를 진행하면서..또한 우리 아기 앞으로 단행본을 사주는데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직장맘으로써 하루 한번 아이에게 웃음을 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엄마표 놀이.

그 무궁무진한 창의력의 세계에 다시한번 놀랐고, 그녀가 교육학이나 유아교육 전공이 아니란 사실에 또 한번 놀라며 (좌절했다.) 정말 엄마의 능력은 무한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 이 책으로 시작하자!

아들!!! 우리도 재미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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