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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생 최고의 쇼
마이크 레너드 지음, 노진선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미국 사람들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의아했던 점이 남보다 못한 가족관계가 많이 등장한다는 것이었다. 부모님인데도 마치 낯선 동네 할머니인양 대우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으니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상상하기 힘든 그런 상실된 유대감이랄까? 사실 지금 우리나라도 가족 관계가 많이 붕괴되어가고 있고, 예전처럼 끈끈한 결속력을 기대하기는 많이 힘들어졌다. 갈수록 핵가족화되면서 부모와 자녀 간의 최소한의 가정을 유지하고,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공경심이 줄어들어 아이들과 조부모님과의 만남자체가 줄어들다보니 관계가 소원해져 가는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더 급속하게 소원한 가족관계를 지니고 있는 미국에서 3대의 대가족이 미국 전역을 캠핑투어를 하며 끈끈한 가족애를 과시한 실화가 NBC투데이 쇼에 4부작으로 방영되어 화제를 끌었고, 그 이야기가 이제 책으로 나와 우리 곁으로까지 소개되었다. 바로 NBC 투데이쇼의 리포터인 마이크 레너드 가족의 미국 여행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만큼이나 가족의 결속력이 단단한 아일랜드 가문 출신인 마이크 레너드의 가문이었기에 어쩌면 이런 무모한 대규모 가족 여행이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일은 크게 벌어져 버렸고, 레너드는 좌충우돌 가족들과 함께 (특히 그의 유난스런 부모님과 함께 ) 이 여행을 이끌어나갔다.
사실 여행의 주축이자 동기가 되는 분들은 마이크의 부모님이었다. 워낙 비관적이면서도 걸쭉한 욕설을 입에 달고 사시는 어머니 마지, 그리고 낙관적이지만, 쉴새없는 이야기들로 사람들을 질리게 만들 준비가 되어 있는 아버지 잭. 두 분과의 마지막 노년 여행을 위해 과감히 한달을 투자하여 아들, 딸, 며느리까지 총 동원하여 한달간의 캠핑 여행을 떠난 것이다.
캠핑카 여행은 여기가 어떻고 저떻고 하는 지루함의 연속이 아니다. 재미있는 마이크의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마이크의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부모님의 이야기까지 쉴새없이 이어지는 그들의 인생사가 곧 여행기와 맞물려 우리에게 전달되었으니 말이다.
부모님의 좌충우돌 대화와 또한 그분들의 독특함은 우리에게 계속 끊임없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사실 여행의 백미이자, 소설의 백미 또한 두 분의 존재와 등장이었을 것이다.
"잭, 당신이 침대에 오줌을 싸다니 믿을 수가 없어요."
"그러게 말이야. 나도 그런 일은 처음이야."
살면서 영화 사이코의 배경음악인 그 날카로운 바이올린 소리가 들린 적이 있었는가?
내게는 지금이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
두분의 목소리는 이야기의 주제에 비해 너무도 평온하고 느긋했다.
2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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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빌트모어 대저택의 마케팅 담당자인 엘리자베스와의 친분 덕택에 그 저택에서 머물수있게 되었는데, 우리의 잭 할아버지~ 그만 실례를 하고 마신 것이다. 그것도 저택을 떠나고서 아주 여유로이 두분이 농담따먹기처럼 대화를 나누시고, 담당자와 친한 주인공은 머릿속이 하얘져버린다.
이 책을 읽는 내내 유쾌한 기분이었다는 분들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사실 나 또한 책을 펼쳐들어 덮는 그 순간까지 입가에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부모님을 위한 특별한 여행은 마이크의 첫 손주의 탄생에 맞추어 , 아기의 탄생을 지켜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한달이나 몸무게가 그대로라 혹시나 마이크의 누나 앤처럼 손주를 잃을지 모르는 두려움을 뒤로 한채.. 그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리고 기다린다.
그리고, 맞이하는 첫 손녀 딸..
이제 막 생의 마지막길에 선 부모님은 증손녀 딸을 보시고 감격해하시고, 모든 가족이 그 감격의 기쁨을 같이 누리며 한달의 인생 여행이 드디어 마무리 된다.
제게 나폴레옹은 아무 의미도 없어요. 그 사람이 저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죠. '내가 이세상에 얼마나 가치 있는 존재일까?'라고 자문해본다면 사실 별로 크게 가치 있는 존재는 되지 못할 거예요. 그러니까 주위 사람들과 우리가 아끼는 사람들에게 가치 있는 존재가 되는게 낫죠.
...
솔직히 전 할아버지야말로 제가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을 대하는 할아버지의 태도나 열린 마음을 보면 말이예요. 제게는 그게 이번 여행을 통한 발견인 것 같아요.
우리 할아버지가 얼마나 친절한 사람인지 깨닫게 된거요.
브랜던이 말하는 동안 나는 허리를 숙여 구두끈을 다시 맸다.
56년을 살고도 여전히 아무때나 튀어나오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서.
325~3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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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레너드 가족의 여행은 마무리 되었다. 그리고, 과감히 부모님을 위해 여행을 떠난 마이크에게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부모님을 모시고 사는것이 현명하다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의 방법 또한 자녀들의 애정까지 이끌어낼 정도로 훌륭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나도 부모님을 모시고, 사실 양가 부모님 모두 모시고, 혹은 친정이나 시부모님을 따로 모시고라도 여행을 다녀오고픈 생각을 하곤 한다. 아직은 아기가 어리고, 부모님들도 자꾸 우리끼리 가라고 떠미시면서 괜찮다고만 하시지만..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은 나에게는 영원한 바램이자 꼭 실천할 목표이다. 어디든 부모님과 함께 하고 싶은게 내 마음인데 아직 부모님들은 그게 어려우신가 보다. 우리가 혹시라도 힘들까봐 편하게 다녀오라고 사양하시는걸 알지만, 그래도 같이 모시고 좋은 곳에 가서 구경도 시켜드리고 아가 재롱도 보여드리고 싶은게 내 마음이다.
물론 마음이 잘 맞는 동생, 혹은 남편과만 떠나는 여행도 가서 이것저것 문제가 많이 발생하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 인생 최고의 쇼에서 보듯.. 가족들과의 여행은 좋은 일 안좋은일, 사건, 사고가 겹쳐도 언제나 즐거이 마무리 되는 것이다. 사실 생각하기 나름일수도 있고..
어쨌거나 아이가 좀더 자라서라도 꼬옥 자주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을 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노력하고 싶다. 어렵지만 큰 결심을 하여 부모님을 더욱 사랑하게 된 마이크 레너드의 우리인생 최고의 쇼는 정말 가족의 사랑을 재발견하게 해주는 멋진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