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심리테스트 5 - 해피니스 마법의 심리테스트 5
나카지마 마스미 지음, 이희정 옮김 / 이젠미디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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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테스트라..

학창 시절에 나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심리테스트를 무척이나 좋아라했다. 대부분은 외워서 할 정도의 아주 간단한 것들이었지만, 미래를 점쳐보거나 간단히 심리를 테스트 하는 것들이 너무나 재미있어서 쉬는 시간마다 삼삼오오 모여서 심리테스트에 열을 올렸던 때가 있던게 기억난다. 오죽 좋아했으면, 별자리 심리테스트였나? 그런 관련된 책을 산 적도 있었는데, 초등학생들이 좋아할만한 만화 그림이 빼곡한, 마치 만화 잡지의 부록 같은 그런 책이었다. 그때가 중학교때던가 그래서, 유치한 그림이 다소 창피하긴 했지만, 친구들과 맞춰보는 건 여전히 재미난 경험이었다.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전갈자리에 태어난 사람은 사행심리가 높아서, 잡지를 보아도 별자리 운세를 먼저 살펴보고 친구들과 그런거 맞춰보기를좋아한다더니만,정말 내가 그러는 것 같았다. 사실 내 주위 전갈자리 친구 몇몇도 비슷한 성향을 보이다보니 그 말이 맞는게아닌가 하고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학창 시절에 이 책이 있었더라면 더 재미났을텐데 하는생각이 드는 그런 책을 만났다. 사실 보다보니, 지금 친구들을 만나거나 아니면 가족들과 함께 해봐도 재미날 그런 책인 것 같다. 사실 엄마도 어디 모임이나 세미나 등에 다녀오셔서 간단한 심리테스트 이야기를 듣고 오시면 집에 와서 식구들에게 질문해보시면서 재미를 느끼시곤 하시니, 심리테스트를 즐기는데 나이는 따로 상관이 없는 듯도 하다.

 

제목부터 마음에 쏙 드는 핸디북 "마법의 심리테스트"

이 책은 총 다섯권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각각을 독립적으로 읽어도 재미난 그런 책이다. 나는 이중에서 행복에 관련된 책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해피니스 편을 골라들었다.

 

간단한 그림으로 되어 있는 심리테스트도 있고, 잡지에서 보는 볼펜을 들고 적어내려가며 점수를 매겨 결과를 찾는 심리테스트도 있고, 방법도 다양하고 결과도 흥미로웠다.

게다가 재미로만 하는 심리테스트가 아니라 카툰을 통해 저자의 적절한 조언까지 곁들여진다. 성격이 마음에 안든다고 고민하는 이들을 위한 마법의 조언은 행복지수가 팍팍 올라가는 느낌이 드는 마법의 어드바이스였다.

 


 

왜냐하면 열등감은 우월감의 뒷면이기 때문이지.

'나는 이렇게 되고 싶다'

'남들보다 뛰어나고 싶다'는 적극적인 마음이 있기 때문에 드는 생각이니까.

 

사람들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열등감을 느끼지는 않는 법이거든.

당신이 열등감을 느낀다는 것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것,

재능과 매력이 당신 안에 깃들었다는 뜻이니까..

 82p



 

 

심리테스트를 할때는 나도 모르게 살짝 긴장이 되면서 초조한 감정도 든다. 정답이라는게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듣고 싶은 혹은 되고 싶은 그런 희망 답안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민끝에 선택한 결정이 정말 나의 성격이나 성향을 보여줄때 흠칫 놀라게 되는 건 심리테스트 연구가들의 고된 노력에 의한 산물이 아닐까도 싶고..나의 숨겨진 이면이나 아니면 알면서도 짐짓 덮어두고 모른체 했던 그런 성격들이 수면위로 떠오를때면, 이럴땐 이렇게 대응해봐야겠구나 하는 유연성도 갖출 수 있게 된다. 장점 뿐 아니라 단점까지 알고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사실 학창시절이든 직장 생활을 할때던 가장 관심이 가는 건 영원한 인생의 벗인 반려자를 만나는 일이었고, 또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영원히 우정을 지속할 친구와의 만남이었다.

이 책에서는 1장 내가 아는 나, 남이 아는 나, 2장 영원한 친구를 찾는 심리테스트, 3장 행복한 연애와 결혼을 위하여, 4장 행복한 자아찾기를 위한 심리테스트로 분류되어 있어서 자기에게 맞는 것을 금방 찾아서 시험해보기 좋게 잘 나와 있었다.

 

지금은 결혼도 하고, 아기도 생겨서 심리테스트가 그 전보다는 덜 재미있게 느껴질 것 같았는데..웬걸.

오랜만에 해보는 이 책의 심리테스트들은..내일은 누구에게 테스트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쏠쏠한 재미가 있는 책이었다. 친정에 들고 가볼까?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과 해봐도 좋겠지.

이야기를 풀어놔야 하는데 갑자기 어색해지는 그런 자리에서 가방에서 쏙 꺼내서 심리테스트를 해본다면..(상대방이 완전히 초면이라 나에 대해 어색하게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라도 웃음이 날테고. 그래도 너무 초면에는 실례가 될 수도 있으니 삼가는게 좋겠다.) 오랜만에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유쾌함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책이었다.

 

책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그런 책이 바로 이 마법의 심리 테스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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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섬길여행 - 도보여행가 유혜준 기자가 배낭에 담아온 섬 여행기
유혜준 지음 / 미래의창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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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하시는 아버지께서는 이번 여름 방학때 조용한 섬쪽을 여행하고 싶으시다 하셨고, 동생은 섬보다는 깨끗한 숙소가 있는 곳엘 다녀오고 싶어했다. 동해와 남해쪽을 비교해보시다가 동해쪽은 폭염이 심하다 해서, 남해쪽으로 결심을 굳히시고, 아기가 있는 나를 제외한 친정 식구 네분이 여행을 다녀오셨다. 바로 얼마 전에..어쩌다보니 아빠의 여행이 "남도 섬길 여행"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물론 저자처럼 도보여행을 하신 것은 아니셨지만..

 

사실 남도 섬길여행이라는 이 책을 읽기 전이라 여행 다녀오신 후에 책을 드렸더니 (나도 그전에는 이 책이 있는지도 몰랐기에..) 아, 여행 가기전에 읽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하며 아쉬워하셨다. 그리고, 이미 다녀온 곳들을 회상해보며 더욱 재미나게 읽으셨다. 다녀온 후라 아쉽긴 하지만, 이 에세이도 참 재미있다 하시면서..

 

 친정 식구들의 2박 3일의 여행동안, 따라가지 못했던 나는 심심하기도 했지만, 어린 아기와 함께 하루종일 차를 타는 일정이 힘들 것 같아서 어른들끼리 편하게 다녀오시는게 나을 것 같았다. 따라가진 못했지만, 대신에 이렇게 상세한 도보여행 책이 있으니 여행을 다녀온양 대리 만족을 할 수 있는게 아니겠는가?

현실 여건이 안된다면, 나중을 기약하며 이렇게 여행기로 만족하는 것도 괜찮은 자기만족 같다.

 

진도, 소록도, 거금도, 거문도, 청산도, 노화도, 보길도.. 그녀가 발이 아프도록 걷고 또 걸은 이야기들.

그리고 그 도보 여정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이야기들.

 

소치 허련 선생이 낙향하여 그림을 그렸다는 운림 산방이 있는 진도. 그 곳에서 직원 이재권씨의 도움으로 차를 얻어타고, 그가 직접 덖은 녹차 맛도 보고.. 그리고 어느 집에서는 맘씨 착한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숙식을 모두 해결하고, 괜찮다는 이에게 돈을 쥐어주고 나오기도 하고..처음 들른 절에서 염치 좋게 밥까지 얻어 먹고..

 

나라면 혼자 여행길을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기만 할텐데..유혜준님은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고 있는 듯 하였다.

 

먹어보니 된장에 박은 풋고추와 깍두기 두가지만 놓고도 맛있다고 드셨다는 스님들의 말이 맞다. 정말 맛있었다. 풋고추에 된장 간이 적당히 배어 아삭하면서도 상큼했던 것이다. 된장에 감자와 호박순을 넣어 끓인 국도 한 그릇 퍼주신다. 맛있네.

75p

 

정말 소박한 밥상이었을텐데, 글쓴이의 맛깔난 묘사에 나까지 침이 살짝 고인다.

관광지로만 정해진 곳들을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도보 여행을 하다보니, 숙소와 식당이 없는 일반 마을에도 들르게 되어 그녀의 숙식 해결방법은 여러 이야기를 낳는다.

 

같이 배를 탄 할머니의 집에 민박하게 되어 겪은 여러 이야기들도 있고, 남편과의 두번째 진도 도보여행이자 결혼기념일 여행에서, 부부를 한시간 이상이나 따라온 깜순이라는 유기견을 그네들이 묵은 펜션의 주인장에게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키워주겠다 하신이야기, 그리고 성탄 이브라 마을 교회 예배에 따라가 상까지 받은 이야기.

 

가보지 못한 남도의 아름다운 섬과 관광지 이야기는 기본이고, 그 외에 정말 여행을 하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를 행복하게 한다. 관광지, 그것도 정해진 숙소와 맛집을 전전하며 오는 나의 평범한 여행과는 다른 새로운 경험들이었기에..읽는 재미가 더욱 쏠쏠했던 것 같다.

 

 


 

요즘은 지도를 구하기가 참으로 쉽다. 여행지 지도가 필요하면 미리 그 자치단체에 신청을 하면 우편으로 보내주기도 하고, 현지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다. 어디든 마찬가지다.

면사무소나 시청, 군청에 가도 되고, 경찰서에 가도 된다.

여행을 할때 그 지역의 지도가 있으면 정말 든든하다.

 174p

 



 

실제로 아버지께서도 이번 여행에서 새로운 곳에 가시면 군청부터 들러서 지도를 확보하셨다 하셨다. 가족들도 그렇게 여행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와, 정말 편리하다고 세상 좋아졌다 생각했단다. 작가의 글을 보며 아버지의 여행이 자꾸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아기와 나를 두고 다녀오신 여행이라 괜찮다 생각하고 싶어도 사실 내심 서운했었는데, 찍어오신 사진들을 보았고, 또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마 이렇게 책으로 만나게 되니 기분이 참 묘하면서도 반가웠던 것이다.

 

걷고 또 걷는 이야기, 그리고 사람들을 만나 세상사를 듣는 이야기.

어느 가게 평상에 앉아 이야기를 듣다가 주인에게 라면을 끓여달라 했더니 생수한병까지 해서 1500원만 받는 넉넉한 인신부터 시작해서..

걷다보니 경찰이 차를 세워 말을 건네기도 한다. 도보여행이라는 말에 태워줄뻔했다며 그냥 지나쳤다.

그러다 빗줄기가 거세지니 되돌아와 그녀가 원하는 곳까지 태워다 준다고 하였다. 참 정겨운 사람들.

 


 

약간 이지러진 모양의 달은 밝게 빛났다. 쏟아지는 달빛이 펜션 마당을 가득 채웠다.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이 불어오고, 더불어 파도소리가 긴 여운을 남기면서 들려왔다.

참으로 평화로운 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름다운 밤이에요, 하는말이 저절로 나온다.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섬에서 낯선 사람들을 만나 함께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201p

 



 

멋진 풍경과 여행지의 이야기가 더 와닿을 법한데 , 이 책에서 내 눈에 자꾸 들어오는 것은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래서,내 리뷰에도 자꾸만 사람들의 이야기만 담기는 것 같다. 민박집, 식당이 없어서 동네 사람들의 집에서 묵기도 하였는데, 돈도 안 받으시고 마음 가득 사랑만 담아주시는 분들이 있으니 그녀 기억에 남듯, 내 기억에도 각인되나 보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은 길 위에서 헤어지기 마련이지만 가끔은 돌아서는 걸음을 더디게 하는 사람이 있다. 할머니가 그런 분이다.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 언제고 꼭 다시 오겠다는 기약은 하지 않았다. 할머니가 간밤에 하신 이야기가 기억나서다. 어떤 청년을 재워준 적이 있는데, 군대 가기 전에 꼭 한번 다시 오겠다고 햇는데 제대하고도 남을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 오지 않았단다.

267p

 

난 이런 여행기가 좋아. 이렇게 쓰여진 책이 좋다니까.. 얼마전 읽었던 굿모닝 말레이시아를 읽고 나서 아버지께서 하셨던 그 드문 칭찬을.. 이 책을 읽으시고 또 하시었다. 여행기는 자고로 이런 책이 좋더라. 아, 정말 아쉽다. 여행 가기전에 읽었더라면 이렇게 찾아다녔으면 좋았을텐데..하시며 말이다.

 

물론 깔끔한 숙소, 아니 이왕이면 비싸더라도 안락한 숙소를 선호하고, 고된 여정보다는 아름다운 풍경을 선호하는 여동생이라면 손사래를 쳤을 일이었겠지만, 저자를 따라 동네 아낙들에게 잠자리와 식사를 청하는 따뜻한 이 여행기가 아버지 마음에 들어왔듯, 내 마음에도 깊이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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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출 소녀와의 동거 - 순도 100% 리얼궁상감동 스토리
먹물 지음 / 책마루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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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가 경험해 온 이 세상이 추악하고 병들었다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이들의 생활과 비교하면 진실로 성스럽고 때묻지 않은 느낌마저 받았다. ... 나의 태도가 소위 '먹물'에 속함을 알고 있었지만, 진짜로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는 걸 나는 아이들의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23p

 

서울대 출신의 30대 후반 소심쟁이 아저씨와 중학교 중퇴의 18세의 가출한 세 소녀들과의 동거 이야기. 믿기 힘든 이 모든 이야기가 대부분 실화라 이야기하는 자칭 먹물이라는 작가분의 이야기.

어느 날 야식으로 떡볶이를 먹기 위해 집밖에 나섰다가 짙은 화장의 앳된 소녀들이 말을 걸어왔다.

배고파 그러니 먹을 것 좀 달라는 이야기. 그래서 저자인 아저씨는 아이들에게 저녁을 사주겠다 하자, 정말로 아이들은 기뻐하였다. 그리고 그네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곳이 없다 고민하는 걸 듣고, 10년을 혼자 살았던 자신의 자취방을 기꺼이 내줄 생각까지 하였다.

 

정말 담대한 사람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소녀들도 본인도 또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도 걱정을 했을 것이다. 어린 소녀들과 혈기왕성한 젊은 남자와의 동거가 과연 불순하지 않은 의도로 가능하겠냐는 생각말이다. 소녀들 역시 같이 자자고 하면, 그럴 각오까지 한채 따라왔다고 나중에 작가는 듣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마음을 억누르고 어린 소녀들에게 정말 휴식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자신도 가난한 형편이었을지언정 말이다.

 

아무도 내가 나쁜 짓 안했다는 걸 믿어주지 않을거야.

너희도 안 믿을 걸. 너희 친구들한테 얘기하면 믿겠어? 51p

 

소녀들에게 훈계도 해보고, 나름 조언도 해주고 하여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우선 공부나 제대로 된 알바를 구하려 하지 않았고, 그저 막연하게 네일아트, 미용사, 검정고시를 보고 싶다는 이상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을뿐. 현실은 게임과 채팅 그리고 조건 만남과 연애 등으로 귀결될 뿐이었다.

 

지금 이 아이들에게 필요하고 내가 줄 수 있는 건, 그저 평온함 뿐이다. 조미료 없는 가정식과 시끄럽지 않은 잠자리가 내가 줄 수 있는 평온함의 전부며 최선이다. 52p

 

처음에 세 소녀를 며칠만 재워줘야지 했던 것이 점점 눌러앉아서 꽤 오래 묵더니, 다시 나갔다가 마치 여관처럼 드나드는 통에 그를 질리게 하고 말았다. 게다가 남자로서의 본능을 누르고 어리지만, 젊은 여성들을 대한다는게 쉬운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나는 나 개인의 무력감을 느꼈다. 만약 내가 '나'를 버릴 수 있다면, 이런 고민을 초월해 아이들을 도울 수 있었을 거다. 일종의 '자기희생'이다. 하지만, '자기희생'이란 개념까지 마음 속에서 없애지 못하는 이상, 그 말에서 느껴지는 한올의 만족감이 싫지 않은 이상 다시 지금의 고민은 되풀이되고, 무력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74p

 

사람들이 선입견을 갖고 있듯, 착한 우리의 작가 역시 선입견이 없을 순 없었겠다. 가출하고, 조건 만남까지 할 정도니 모든 것에 되바라졌을 줄 알았던 소녀들은 의외로 순진하고, 그리고 어린애에 지나지 않았다.

 

짙은 아이라인, 떡칠한 화장, 낡은 옷차림 하나하나가 유미, 은비, 나영이로 보인다. 철모르는 아이들,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지금의 생활이 어떤 회한으로 올지 모르는 아이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사회가 생까고 있는 아이들. 101.102p

 

나중에 혼자가 되어 갈 곳이 없어 다시 먹물 아저씨를 찾아 온 나영이와 본의아니게 둘이서만 몇달을 지내게 되었는데.. 세 소녀들이 똘똘 뭉쳤을 때와 달리 혼자 있을때는 오히려 아저씨의 훈계도 고분고분히 들었다. 집으로 연락해보라는 말에 (두 소녀가 부모의 이혼으로 집을 나와 방황중이었던 것.) 아버지와 연락을 하였다며 집에 갔다가, 새어머니와의 불화로 다시 돌아왔다.

 

집에서 쫓겨나는 ..갈곳없는 아이들, 시설에서도 짧은 시간동안만 머무를 수가 있고, 거리로 내몰린 소녀들은 배움의 기회도 없고, 그저 쉽게 몸을 내어주고 후회많을 그 삶을 영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들을 생까고있었다는 먹물의 지적. 그 지적에 방관자로써의 나 또한 갑자기 소름이 끼쳐버렸다.

이렇고 저렇고 말을 하지 말고, 그녀들에게 관심이라도 둘줄 알았던가? 조언이나 훈계를 해주라고 하지만, 요즘 10대들이 워낙에 무서운 까닭에 어른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지 않고 오히려 집단 폭력등으로 대응한대서 그저 모르는 척 지나치기 일쑤였다.

 

어쨌거나 그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며 소녀들에게 잠시라도, 아니 몇달이라도 휴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공간을 나누어 썼다. 그리고 진실로 그녀들은 잠깐이라도 그녀들을 이용하려 하는 사회에서 벗어나 "가정"비슷한 울타리 안에 머무를 수 있었던게 아닐까.

 

어린 소녀들이 가출을 해서 겪어야 하는 무서운 일들을 자신들끼리 주고 받는것을 여과하지 않고, 욕설과 함께 그대로 실어낸 책. 그래서 놀랍기도 하고, 어떻게 그녀들을 구제할 방법이 없을까 안타까웠던 책이었다.

평범하지 않은 작가의 사랑이 그네들에겐 가족의 사랑 이상이 되지 않았을까도 생각해보면서..

끝까지 소녀들의 행복을 기원하는 작가의 착한 바램대로 더 늦기 전에 그녀들의 꿈을 찾아 되돌아오기를..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지 않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래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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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이름은 비밀 비룡소 걸작선 57
익명의 보쉬 지음, 지혜연 옮김, 길버트 포드 그림 / 비룡소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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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 한사람으로는 부족하고 두 사람이면 딱이고, 세사람이면 넘치는 것은?
 
답: 비밀
 
49p
 
아주 색다른 책을 만났다. 책의 이름도 비밀이고, 저자의 이름도 익명의 보쉬이다. 그리고 심지어 책의 내용인 제 1장도 xxxx로 가득차 있다. 작가는 끔찍하고 무서운 비밀로 가득찬 이 이야기를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사실은 시작하기 싫다며 독자인 우리에게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를 어떡할 것인가?
어쨌거나 이 독특한 책을 이미 펼쳐 들었고, 게다가 나는 어른이다. 나중에 책 중간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나이가 열한살인걸 보면, 아이들도 읽을 수 있는 책이건만, 작가는 심오하게 경고하고 있다. 아마도 아이독자들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정말 이 비밀을 털어놓아야 할것인지 많이 망설이고 고뇌하는 부분이 엿보인다.
 
그래도 잘 숙성된 브리 치즈를 좋아하고, 카카오가 많이 들어간 고급 초컬릿을 좋아하는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작가에 대해 밝혀진 것은 그게 전부다. 아, 아니다 마요네즈를 싫어한다는 것도 한가지 더 밝혀진 사실이다.) 중간에 바뀌었던 마음도 바로잡고, 우리에게 비밀에 대해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한다. 담력이 대단한 독자들을 위해 말이다.
 
아니, 첫 시작부터 뭐가 이리 장황해? 하면서 난감해하거나, 사설이 길다며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난 이런 시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대신에 내용까지 어영부영이면, 그건 정말 용서 못할 것 같았는데.. 그녀가 호언장담했듯이.. 음.. 평범할 줄 알았던 일상이 놀라운 모험으로 바뀌어 버렸다.
 
 독자인 우리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하기 위해 저자는 최선을 다해 배려하려 하였다. 마을 이름도 숨기고, 아이의 특징도 설명하지 않으려 했는데, 이런.. 자기도 모르게 아니 극의 설명상 어쩔수없이 묘사가 되었다.
언제고 사건이 발생할거라 믿고 사는 주인공 카산드라, 줄여서 카스라 불리는 열한살 난 여학생은 뾰족하고 이상하게 생긴 귀를 갖고 있다. 모험에 대비하여 그녀의 가방안에는 각종 생존 도구로 가득차 있다.
또 3장에 등장하는 맥스-어니스트는 태어나면서부터 그의 이름을 부모님들이 각자의 아버지 이름을 붙이겠다고 고수하며 싸우는 바람에 둘다 이름으로 사용하게 된 비운을 타고 태어났다. 게다가 그 일로 부모님이 이혼까지 하고, 맥스 어니스트를 잘 키우기 위해서 두집이자 한집 살림을 하는 아주 독특한 집을 지어 가운데에아들의 방을 만들어 놓고 각각의 독립된 공간에서 생활하고 계셨다. 그리고 맥스는 무척이나 말이 많아 치료를 받으러 다닐 정도였고 말이다.
 
이 두 주인공의 만남, 그리고 향기의 심포니라는 이상한 상자에서부터 그들의 모험은 솔솔 향기를 피워올리기 시작했다. 죽은 마법사의 집에서 발견된 향기의 심포니라는 상자에는 수십개의 약병과 각각의 향기들이 들어 있었다. 그 상자를 분석하다가 HELP라는 암호를 풀게 되고 마법사를 구하기 위해 그의 집을 무작정 찾아나선 두 아이는 웬 낡은 노트 한권을 찾게 되고, 때마침 집을 보러온 모비스 부인과 엘박사라는 너무나 잘생긴 부부의 등장에 아이들은 자기도 모르게 도망을 가게 된다. 그들은 바로 두 아이가 찾은 노트를 찾기 위해 그 집을 방문한 것이었다.
 
노트의 비밀, 그리고 노트를 찾아 나선 몹시 잘생기고 예쁘지만 나쁜 기분이 드는 무서운 두 남녀.
본격적인 이야기는 이제 시작된 것이다.
작가가 계속 망설이는 와중에도 이야기는 계속 흘러간다. 대체, 어떤 내용이 진행될까? 재미있으면서도 궁금한 와중이라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었다.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이 난관을 해결할까 싶은 그 와중에도 서로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서먹서먹했던 두 소년소녀의 우정이 응집되어 나중에는 모험을 해결하는 가장 큰 실마리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결말은 무지 노트로 되어 있다. 바로 우리에게 적어보라는 것이었다. 아, 뭐라고 어떤 결론을 내릴까 싶은데..이미 많이 약아진 어른인 나는 바로 그 다음장 다음장을 넘기고 말았다.
 
그리고, 에피소드처럼 각각의 이야기가 다시 흘러나온다. 사건 종결 후에도 그 비하인드 스토리처럼 궁금했던 부분들이 해소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가 끝이 아님을...계속 진행되는 이야기임을 암시해준다. 아니, 암시라기 보다 아예 말해준다. 그래, 이 한권으로 끝난다면 너무 아쉬울 뻔했다. 작가의 입담이 이대로 끝난다면 말이다. 작가의 시크릿, 비밀 시리즈는 아직도 진행중이라 하니, 다음 권 그 또 다음권에서 우리의 주인공들이 어떤 활약을 또 펼쳐낼지 기대를 해본다.
 
이 책을 못 읽었더라면 너무나 아쉬울 뻔했다.
아이들 책이지만, 무척이나 재미났기에..
2편, 3편에서는 더 큰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거라 기대해보면서..겉으로는 관심없는듯 무심하게 기다려봐야겠다.
 
작가 보쉬님도 아마 내가 매달리면 더 안알려주려고 버티시지 않을까 싶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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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느리고 빠른 비니 아빠랑 소리 내어 읽는 동화책 6
아네트 헤르조그 지음, 에블린 다비디 그림, 최용주 옮김 / 큰나(시와시학사) / 2010년 8월
절판


아빠가 직접 큰 소리로 읽어주면 좋을텐데, 아직까지는 엄마가 주로 읽어줬네요.
가끔은 (아빠는 아마 자주라고 생각하겠지만) 아빠가 책을 읽어주며 놀아주기도 하니, 그때 이 책을 내밀며 꼭 이 책은 아빠가 읽어주는 거예요 하고 말을 해봐야겠어요.

아빠랑 소리내어 읽는 동화책, 가장 느리고 빠른 비니를 소개합니다.

녹색의 싱그러운 표지에 익숙한 친구가 눈에 띄네요.
네..바로 느림보 달팽이예요.
이름은 비니라네요.

이 친구가 가장 느린건 알겠는데, 어째서 가장 빠르기도 하다는 걸까요? 느림보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가 떠오르는 제목을 생각해보면서 동화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어요.

엄마가 먼저 읽고, 아가와 처음 읽기는 아가 데리고 유모차 태워 나가는 외출 시간에 보여줬답니다.
새로운 책이다 보니 새로운 환경에서 접하게 해주면 더욱 적응을 잘하는 것 같아요.
보통은 기존의 책들을 좋아하는데 외출해서는 처음 만나는 책에 금새 빠져들더라구요. 게다가 한번 마음에 들기 시작한 책은 그 이후로도 대박북이 되구요. ^ㅡ^

아기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니 엄마에게도 이런 저런 요령이 생기는 것 같아요.
외출할때 장난감보다도 항상 책이 먼저 생각나고, 여행 갈적에도 책 몇권은 반드시 챙겨가고 말입니다. 그럴때 좋아하는 책 한두권과 새로운 책 한두권을 적절히 섞어서 가져가보심이 어떨까 싶어요.


자자, 얼른 달팽이 친구 이야기를 들려달라구요? ^ㅡ^

이 친구의 이름은 비니예요.
비니는 아네트 헤르조그라는 독일 출신 작가가 만들어낸 귀여운 달팽이랍니다.

언제나 꼴찌인 비니가 아침 일찍 길을 떠나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오늘은 자동차를 탈 생각이니 비니가 생각을 잘 했네요. 바구니에 맛있는 도시락과 예쁜 접시도 책였구요. 자동차까지 가는 길에 개구리, 두더지, 딱따구리 등의 친구를 만나 같이 자동차를 타고 바닷가에 놀러가기로했네요.

비니의 여행길이 부러웠는지 다들 하던 일을 멈추고 따라오기 시작했어요. 염소와 생쥐도 비니 일행에 끼워줬어요. 어느덧 모임이 커져버리고 말았어요.

모두들 앞으로 달려가는데 비니가 뒤에서 소리쳤어요.
"얘들아 너무 빨리 가지마! 나는 너희들처럼 빨리 갈 수 없어."

하지만, 아무도 비니의 말을 듣지 않았어요.
모두들 먼저 자동차에 타려고 했지요.

여행의 설레임이 친구들을 이기적으로 만들었나봅니다. 처음의 주체 멤버였던 비니를 놔두고 휑하니 떠나버린 친구들. 떠나버린 자동차를 슬프게 바라보고 있는 힘을 다해 뒤따라가보아도 절대 따라갈수가 없는 비니.
비니의 모습이 너무 서글퍼 보였어요.

이를 어쩌죠? 우리 친구들이 가서 비니를 위로해주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다음 장을 읽기가 겁이 났어요. 비니가 앙앙 울고 있으면 어떡하죠? 못된 친구들 같으니라고..

어, 그런데? 엄마 생각이랑 좀 달랐어요.
우리 씩씩하고 활발한 비니는 울지 않았어요.

오히려 친구들이 가고 나자 시간이 많아졌다며 천천히 혼자만의 소풍을 즐기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하늘에서 비까지 내려와줘서, 작은 웅덩이가 생겨서 비니만의 작은 수영장까지 마련되었네요.

"바닷가가 따로 없구나. 와, 정말 기분 좋아."

비니가 큰소리로 말할때, 친구들이 돌아왔어요.
비니를 태우기 위해 돌아온건가? 생각했는데, 이런..

바닷가 여행이 친구들에게 맞지 않아서 서둘러 돌아온 것이었네요. 게다가 천둥 번개까지 쳐서 서둘러들 집에 가느라 비니에게 인사할 생각도 못했네요.

우리 친구 비니는 어떠냐구요? 비니도 집에 가야지요.

머리를 쏘옥..

비니는 집을 등에 지고 다녀서 언제나 가장 빨리 집에 갈 수 있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비니!

느리지만, 넉넉한 마음씨로 안정된 삶을 살고 있는 비니친구를 만나봤어요.

우리 아기는 조금 늦게 기고, 걷기 시작했어요. 손잡고 걷는것은 그래도 한참 되었지만, 혼자서는 영 걸어보려 하지 않더라구요. 워낙에 엄마, 아빠가 운동신경이 둔한 편이라 그럴수 있겠지 하고 느긋이 기다려보았지만, 나중에는 슬슬 걱정도 되더라구요. ^ㅡ^

그래도 믿고 기다려줬더니 우리 아기 늦었지만 혼자서도 잘 걸어다니고, 거의 뛰다시피 하네요.
비니처럼 느린게 있으면 빠른게 있듯이, 우리 아기도 여느 아기들처럼 장단점을 골고루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엄마 눈에는 장점만 보이지만 말입니다.

엄마를 닮아 사교성이 좋다는 (주위 어른들 말씀입니다..)우리 아들, 앞으로 비니처럼 예쁜 성격으로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나 행복한 어린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엄마의 바램대로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구요 ^ㅡ^

아기와 함께 읽는 독서시간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비니처럼 예쁜 그림친구를 만날때는 더 그렇구요.

앞으로도 아기와 함께 하는 좋은 그림책들 더욱 많이 만나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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