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야기 하나로 세상을 희롱한 조선의 책 읽어주는 남자
이화경 지음 / 뿔(웅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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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천애고아가 된 운득은 어른이 되어 자신의 이름을 검은 놈, 김 흑이라 붙였다. 어릴적 모셨던 상전인 이결선생으로부터 글을 배우고, 이야기의 세계에 빠지게 되어 자라서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던 그. 김흑은 타고난 아름다움까지 갖춘, 요즘 말로 하면 비주얼까지 제대로 갖춘 연예인이었던 것이다.

 

그의 꿈은 그 자체로 마치 한편의 소설을 보는 듯 화려하였다. 사도세자의 뒤주에 갇힌 슬픈 장면을 목도하는 꿈을 꾼다거나 하는 등의 인상적인 꿈들이 그러하였다. 실제로 호랑이와 직면해 호랑이를 죽여 호랑이 간을 먹고, 어금니와 가죽을 취하는 등 범상치 않은 일을 겪은 그. 한낱 미천한 신분에 지나지 않는 그였지만, 그저 미천한 신분으로 끝나지만은 않을 그의 운명이 자꾸만 그를 한양으로 인도하였다. 그는 보다 많은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했고, 많은 책을 빌려 읽으며 좀더 멋지게 표현할 수 있도록 다부지게 노력하였다. 외모도 가꾸어 여인들의 규방에 자유로이 넘나들 수 있도록 하였다.

 

그가 그리워하던 상전인, 아버지로 삼고 싶었던..아름다운 세상에 다녀가신 이결선생은 소설체의 글을 썼다가, 정조의 눈밖에 나서 힘든 평생을 보낸 분이었다. 책의 주 흐름은 바로 정조와 김흑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전혀 닿지 않은 것 같은 엄청난 신분 차이의 두 사람.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에 대한 한을 가슴에 품고, 나라를 제대로 통치해야한다는 큰 뜻과 더불어 두 가지 양날에 가슴아파했던 나랏님이었다. 책을 오롯이 사랑하고, 소설체의 사사롭고, 하찮은 글같지도 않은 글에 많은 신하들과 백성들이 농락당함에 노여워하였던 분이었다. 그 분의 문체반정이 바로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고 있다.

 

그리고, 김흑. 그는 미천한 신분으로 태어나 이야기꾼이 된 사람으로.. 털붓이나 쇠붓 없이 자신의 세치 혀로 세상을 제압하게 되는 사람이었다. 소설을 사랑하고 이야기를 사랑한 규방 여인들의 마음 속에 파고 들어가 인기있는 "꾼"이 되었던 것이다.

 

짐승의 털붓도 쇠붓도 가질 수 없지만, 김흑은 털붓보다 쇠붓보다 더 강한 게 있다고 믿었다. 그건 바로 혀였다. ..이결 선생은 이야기꾼은 빈 데에 시렁을 쌓고 생각을 쌓아 올리고 뜻을 포개어 기이한 말을 지어내는 자이며, 무엇보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하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56.57p

 

요즘에도 드마라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악역을 맡은 조연 탤런트들을 마치 극 중 인물로 착각하여 비난하고 미워하는 일이 허다하다. 그 옛날 조선시대에도 마찬가지로.. 임경업장군의 이야기를 읽어주던 전기수의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었던 남자가 낫으로 전기수를 살해하는 사건마저 일어나고 말았다. 사대부들은 왕의 지척에서 몰래 명청 시대의 가벼운 소설에 빠져들고 말이다.

 

대체 소설이 무엇이관데 온 나라가 이리도 난리법석이란 말인가, 한갓 이야기가 나라의 습속을 이루게 되고 마치 경쟁하다시피 되어 세상길을 쇠약하게 만들어서 종묘와 사직까지 자빠뜨리는데 이르렀단 말인가. 164p

 

왕을 지척에서 모시고, 왕을 위해 노력했던 노옹.. 왕과 김흑의 중간에 본의아니게 놓인 노옹의 이야기도 전해진다. 그는 소설의 가벼움을 이해하지 못하고, 정조와 더불어 깊이있는 책의 세계에 심취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하나뿐인 막내 여식..눈에 넣어도 안 아플 유리를 위해서는 왕이 금한 소설도 마다않고 몰래 구해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 과년한 처녀였음에도 시집도 보내지 않고 품 속 자식으로만 키운 유리를 위해..

 

노옹은 서전을 꺼내 읽었다.. 풍요로우면서도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는 데로 빠지지않고, 웅장하고 날카로우면서도 거칠거나 사납지 않고, 맑고 둥글면서도 부박하거나 기교를 부리지 않고, 자세하면서도 잗다란 병통에 빠지지 않는 글이 얼음물에 띄운 매화 한 송이를 머금은 것처럼 이가 시원해지고 입안이 향기로 가득해졌다. 170p

 

김흑이 한양에 도달해 우연히 노옹의 귀한 딸 유리와 만나는 장면이 나온다. 둘은 눈빛이 엉기며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비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되어버렸다. 신분의 차이도 어마어마했고, 무엇보다도 그녀는 조선을 호령할 정도로 위대한 영의정 노옹의 보석같은 귀한 딸이 아니었던가.

 

보자기가 걷히는 순간에 처녀의 버들 같은 눈과 김흑의 별같은 눈동자 넷이 허공에서 부딪치며 엉겼다. 찌를듯한, 사로잡을 듯한 그녀의 눈빛을 본 순간, 무엇인가가 그의 심장을 뚫고 지나간 것 같았다. 그녀의 한 생애가 오롯이 그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은 묘한 기분에 그는 소스라쳤다. 175p

 

이야기는 허공에 의지해 그림자를 잡는 짓이고, 현실에 의지한 거울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야기가 무서운 것은 그 어떤 것보다 감염력이 강하다는 데 있었다. 감염력은 허구에서 나온다는 것을 김흑은 알게 되었다. 삶 밖의 삶, 현실 바깥의 세계, 사랑 너머의 사랑, 죽음 이후의 죽음은 바로 허구 그 자체지만, 사람들은 그 허구를 갈망하고 사랑했다. 그 허구에 대한 여인들의 다함없는 열망과 사랑이 있기에 그가 먹고 살 수 있었다. 199.200p

 

이야기로 먹고 살던 김흑, 그리고 김흑의 이야기에  가슴 속 응어리와 한을 풀어내고, 눈물을 쏟아내던 양반가 마님들..그들은 그의 이야기 뿐 아니라 김흑의 수려한 외모에도 취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이야기를 팔고 몸까지 팔았던 김흑이라는 이야기꾼의 인생과 말로는 책을 다 덮고 나서도 어지러이 내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유리와 이생에서는 결코 맺어질 수 없는 연이었기에 어쩌면 예정된 결말이었을수 밖에 없었지만,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의 사랑에 가슴이 저려왔다.

 

아랍 문화권에 하카와티라는 이야기꾼이 있단 것을 얼마전 동명의 책을 읽고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읽어주는 남자, 여자 등의 직업이 서양에 있음을 알았다. 우리 선조들의 문화에도 책 읽어주는 문화가 있었음은... 미처 알지 못한 사실이었다. 직접 책을 읽는것과 달리 심금을 울릴 재능을 갖춘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 전달이 사람들의 마음에 더 깊이 파고들었음이라..

김흑을 통해, 조선시대의 이야기꾼을 회상해볼 수 있었고.. 그의 이야기를 이렇게 생생하게 전달해준 이화경님이야 말로 이 시대 진정한 이야기꾼이 아니신가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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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의 아기고양이들 - 언제 어디서나 고양이 마을…나고 나고 시리즈 2
모리 아자미노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5월
절판


내 닉네임은 러브캣이다. 그래서 love cat으로 해석을 해서, 고양이를 사랑하는 애묘인으로 종종 오해를 받곤 하였다. 사실 난 고양이보다 강아지를 더 좋아한다. 러브캣이라는 닉네임은 처음에 네이버를 시작하면서 금속 하트가 매력적이던 모 패션 브랜드의 이름을 떠올려 지은 ,속성으로 지은 닉네임이었는데, 익숙해지니 바꾸기가 싫어서 그대로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그랬던 내가 표지와 맛뵈기로 본 아기 고양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이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그리고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작가의 고양이 사랑하는 마음이 마치 초능력을 발휘하듯 내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마리 한마리 사랑스러워 어쩔줄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그려낸 생후 3개월 남짓한 아기 고양이들의 몸짓과 특유의 표정들이 너무나 매력적으로 느껴졌던 것이다. 아, 고양이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존재였구나. 예전에도 가끔 너무 귀여운 고양이 사진들을 보긴 했어도 이 책 속의 일러스트와 내용 만큼 내 혼을 쏙 빼앗아가는 고양이들은 없었다.


나고 neargo 라는 마을이 처음에는 실제로 존재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나고의 화폐 단위가 나고이고, 지도 모양이 고양이 모습인데다 깃발까지 고양이라.. 그제서야 작가의 상상 속 마을임을 알게 되었다. 어쨌거나 책 속에서는 나고에 살고 있는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이 주인공이다. 총 70여 남짓한 아기 고양이들의 특징들이 잘 설명되어 있고, 그들의 깜찍한 모습에 일본 여성들이 "가와이 가와이"를 외치며 수선떠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했다. 내가 봐도 너무 깜찍하고 사랑스러워서..눈을 뗄 수가 없을 정도였으니,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극한..그리고 귀여운 동물을 보면 호들갑을 떠는 일본 여성들의 특성상.. 참을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는게 당연한 일 같았다. 이 책은 일본 작가 모리 아자미노의 책이다.



글과 그림도 너무너무 잘 어울리고 좋은데.. 한국어 번역된 글자체 또한 마치 예쁘장한 여고생이 색색 다양한 예쁜 필기구로 편지를 써내듯 또박또박 쓰여있는 것이 마치 하나의 그림처럼 예쁘게 잘 어울린다. 책 한권이 그냥 그 자체로 소장가치가 충분할 정도로 "예.쁘.게" 느껴진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아기자기하고 예쁜 것을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펼쳐보기를 권하고 싶고, 특히나 여중 여고생들의 아기자기한 수집품 목록에 꼭 어울릴법한 그런 책이다.



인간과 고양이가 마음 편하게 나이 먹을 수 있는 곳.

고양이와 인간의 행복한 공존을 위해 주민등록증처럼 고양이에게도 나고 등록증을 발급해주는 곳.

고양이는 그냥 하나의 동물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인간의 가족으로 대우받는 그런 나라인 것이다.

나고의 일원이 되고 싶은 애묘인들은 책 속에 있는 나고 등록증에 반려묘의 사진을 올리고 기록하면 된다. 원본 등록증이 실려있으니 말이다.


정말 나고를 제대로 여행할 수 있도록 각종 여행 패키지 설명과 나고 지도, 코스 설명 등이 이루어지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들의 한 컷 사진들도 첫머리부터 멋지게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하나하나의 고양이들의 특징에 들어가다보면 너무 귀여운 아기 냥이들과 그 가족들의 모습에 웃음도 나고, 인간과 같은 모습에 혀를 내두르기도 하고..



'사실은 저 고양이 말을 할 줄 알아요' 라는 모리 아자미노님의 말에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고양이말을 할 줄 모른다면 어떻게 이렇게 고양이들의 생각을 속속들이 읽어낼 수 있겠는가 말이다.

70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정보를 얻은 건지.. 이 많은 고양이들의 꼼꼼한 프로필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된다. 이름, 생일, 나이, 성별, 털색깔 , 품종, 눈동자색, 고양이 분류 등등 특징과 사진 등의 에피소드 뿐 아니라 고양이 한마리 한마리를 존중하고 대우해주려는 작가의 의도가 강하게 느껴지는 그런 대목들이기 때문이다.



유기견, 유기묘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의 현실에서 보면 이렇듯 반려동물을 사랑하고, 모든 이들이 아끼는 그런 마을, 나라가 정말로 있었으면 하고 진심으로 바라게 되었다. 사실 그렇지 않더라도 적어도 동물을 사물로 대하지 않고, 가족으로 대하고 받아들여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을 어떻게 홀대할 수 있겠느냔 말이다. '고양이들을 사랑합시다. 길 고양이들에게도 애정을 베풉시다' 하는 열마디 말보다 사랑스러운 고양이 이 책 한권이 훨씬 더 강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정말로 아기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기들. 생후 3개월이내의 귀여운 고양이들.

짧지만, 그래서 더 소중하고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게 될 아기들 말이다.

주인이랑만 있어서 낯을 심하게 가리는 삭스는 마치 턱시도를 입은 듯한 털무늬가 인상적이다. 아기 냥이 포지가 사라지면 깜짝 놀라 찾아나서는 아빠 냥이 앤디의 모습은 정말 고양이를 넘어서 인간 아빠의 모습을 보는 듯 했다. 고양이들의 귀여운 모습 사이사이로..나고 등록증, 나고 기금 등의 작가가 준비해둔 탄탄한 상상의 장치들을 살펴보면 정말 꼼꼼하게 준비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교하게 기틀이 마련되어 있다. 고양이를 위해 이런 나라를 만들어주고 싶어. 이런게 필요하겠지? 아니, 이건 어떨까? 하며 머리를 짜낸 그런 거 말이다.


플로라라는 귀여운 2개월생 고양이의 소개편에서는 아이리스, 은방울꽃, 튤립, 크로커스가 고양이가 잘못 먹으면 중독을 일으킨다는 정보를 주기도 한다. 귀여운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드리의 매혹적인 곁눈질'에 끌리지 않았는데, 오드리의 주인은 완전히 홀딱 빠져들었단다. 그래서 무뚝뚝하고, 코까지 고는 못생겨보이는 오드리를 주인은 너무나 귀여워하고 사랑한다. 하루 세번 밥줄때만 비싸게 웃어주는 센스를 발휘하는 오드리를 말이다. 젖을 일찍 뗀 로제타는 아폴로 토끼를 엄마처럼 생각하고 부비부비하며 빙글빙글 돌고..또 아기 고양이 메이플이 맛있게 먹은 케이크는 대박을 터뜨리게 된 사연까지..

아기 고양이들의 귀여운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막판까지 웃음이 난다.



작가는 사랑하는 고양이 레이니를 아기때부터 기르면서 얻은 영감으로 이 책을 쓸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때 제 손에 전해지는 레이니의 작은 숨결과 체온을 느꼈을때 이 작은 생명을 계속 소중하게 지켜가겠다는 책임감 같은 걸 느꼈조. .. 그런 레이니와의 추억을 짜내려가는 동안에 나고에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아가개월수' 얘기도 써보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됐죠. 고양이들의 평생 중에서 정말 아주 조금---. 이젠 되돌이킬수 없는 아주 소중한 시간을요..200.201p



아기 고양이에 대한 작가의 사랑이 오롯이 드러나는 책.

나도 무언가를 이렇게 열렬히 사랑하고 빠져들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게하는 멋진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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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생활놀이 - 아이의 머리를 깨우는
강다연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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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1개월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우리 아들.

하지만, 정작 엄마인 나는 21개월 동안 뭘했나 싶을 정도로 아이와 놀아주는데 서툴다. 잘 모르면 문화센터 등에라도 데리고 다니며 놀아주면 좋았을 것을 이런 저런 사정으로 한번도 문화센터에 데려가본 적도 없고, 그저 책이나 좀 읽어주고, dvd나 틀어주는 수준에 그치는게 실내 활동의 전부였다.

그나마 다행인것은 친정 부모님과 여동생이 초등학교 선생님이라 아이와 색다르게 놀아주시려고 나보다는 좀더 노력하신다는 것이었다. 동생이 누누이 강조하는게 지금이 아기 두뇌가 폭발적으로 개발중인 때이기때문에 엄마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는데, 정작 나는 걱정만 늘어놓고 하루하루를 보내는게 전부였다.

 

이 책을 보고서는 바로 날 위한 책이구나 싶어서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이 읽어내려갔는데.. 좀 큰 아이들을 위한 게 아닌가 싶은게 처음의 내 생각이었다. 어려워 보이기도 하고, 촛농이나 작은 도구를 이용한 것들은 우리 아들에게는 좀 이른 감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진 속 저자의 아가 모습도 좀 큰 연령대 같았고 말이다. 그랬는데..책을 다 읽고 뒤늦게 다시 살펴본 저자의 약력을 보니..

 


 
엄마표 놀이를 시작한 후 아이는 빠르게 정서적 안정을 찾았고, 놀라운 인지적 발달까지 이루었다. 그래서 3세에 한글을, 4세에 영어 파닉스를 사교육 없이 터득했고, 예술의 전당 미술영재 아카데미 오디션에 합격하기도 했다. ...실제로 아이와 함께 했던 놀이들을 <깡지의 보물창고> 블로그에서 공유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http://blog.naver.com/jykang73  

 


 

컥. 3세면 바로 지금 우리 아들 나이 아닌가. 저자의 놀이 설명을 보면 8가지 챕터로 구분되어 있는데 그 중 7번째 챕터가 바로 한글놀이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 아기에게 해당되는 일인지 정말 몰랐다. 한글은 머나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3세에 (만 3세일까? )한글을 터득했다니..음..내가 너무 안이하게 살고 있었던 것인가?

 

그래서, 책을 다시 꼼꼼이 몇번 더 정독하려 한다.

작가가 직접 만들어주는 장난감들은 정말 놀라운 것들이 많았다. 아이들이 보기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엄마 최고를 연발할 수 있는 깜짝 선물도 있었고, 우리집 우체통은 정말 집밖에 당장 내놔도 될 정도로 멋진 프로방스풍 우체통이었다. 아이의 안전을 이유로 여러 재미있어 보이는 놀이들을 향후 미래의 일로 미뤄두며 읽었는데, 다시 잘 찾아 읽어가면서 지금 당장부터 시행할 수 있는 놀이들은 시작해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아들 너무 심심해 보여서 미안해죽겠으니 말이다.

나처럼 엄마표 놀이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적어도 이 책 한권으로도 충분히 자신감을 얻으리라 본다. 물론 너무 잘해내고 있는 저자의 놀이방법들에 주눅이 들기도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암담한 사람들에게는 적어도 따라하는 것으로도 엄마표 놀이의 시작을 알릴 수 있을테니 말이다.

 

난이도에 따라 별 한개부터 다섯개까지로 분류가 되어 있었는데 나는 그 난이도의 용도도 궁금했다. 아이들 수준에 따른 난이돈지, 엄마가 만들어줄수 있는 난이도인지 말이다. 물론 전자일 가능성이 컸지만..

거창하지 않은 재료들로 크나큰 수확을 얻을 수 있는 아기와 놀아주기 방법~

게다가 내가 아직 접해보지 못한 수많은 동화책들과 참고서적들까지 언급되어 있어서.. 엄마표 놀이를 진행하면서..또한 우리 아기 앞으로 단행본을 사주는데 있어서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직장맘으로써 하루 한번 아이에게 웃음을 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는 엄마표 놀이.

그 무궁무진한 창의력의 세계에 다시한번 놀랐고, 그녀가 교육학이나 유아교육 전공이 아니란 사실에 또 한번 놀라며 (좌절했다.) 정말 엄마의 능력은 무한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 이 책으로 시작하자!

아들!!! 우리도 재미나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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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만찬 - 두 가지 재료로 만드는 147가지 레시피
문인영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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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요리책도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 서점 뿐 아니라 얼마 전 들른 마트에서도 다양한 사이즈의 요리책들이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었다. 미니 포켓북 사이즈부터, 많은 내용을 담은 두꺼운 백과사전식 요리책까지.. 이제는 그 두께와 사이즈를 넘어서서 대상 독자들도 세분화하여 싱글, 그리고 신혼 부부 등을 위한 독창적인 요리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읽은 한접시 요리의 개념도 그러했는데, 이 책도 싱글을 겨냥한 제법 맛있어 보이는 새로운 레시피로 가득한 신선한 책이었다.
 

싱글은 아니지만, 요즘 나의 밥상을 보면 싱글 못지않게 부실한 밥상을 자랑한다. 그래서 간단하고 빠르게 해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보니 이런 요리책들이 눈에 쏙쏙 들어오기 시작했다.

요리할때마다 다리에 달라붙어, 심지어 최근에는 설거지하는 엄마 엉덩이까지 물고 시위하는 아기를 두고 있는 터라 근사한 요리를 위해 장을 보고, 많은 시간을 들여 한상 떡 벌어지게 차려내는 것은 과거의 일이자, 먼 미래의 일이 되어버렸다. 친정이나 시댁에서 가져온 밑반찬이나 국으로 대신하거나 아니면 정말 아기가 자고 있는 동안, 혹은 남편이 아기를 봐주는동안(하지만 대개 남편이 오기전에 차려야하므로 사실상은 불가능하다.) 차려야했기에 최소한의 시간으로 맛있는 요리를 해내는게 나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두가지 재료로 147가지 레시피를 만들어보이겠다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인 문인영님의 바램대로 요리들은 간결하다. 그리고, 마치 소박한 일본 가정식을 보는 듯 깔끔하고 정갈한 느낌의 식단이 펼쳐진다.

레시피만 기대했는데, 앞서 설명하기 시작하는 각종 팁들은 몇년 살림 해봤다는 (물론 아직도 초보 수준이지만) 주부의 눈에도 새로운 이야기들이 제법 실려 있었다.

예를 들자면, 계란을 사용하기 직전에 물로 씻어서 쓰라는 것이다. 껍질에 붙어 있는 이물질이 깨트리면서 따라 들어갈 수 있기때문에 반드시 씻어서 쓰라고 되어 있다. 단, 씻어서 보관은 금물이다.

또 요리의 기본인 4가지 기술이 나왔는데, 그 중 처음인 양념의 기술을 보면.. 희한하게 레시피 그대로 요리했는데 맛이 별로다. 계량도 확실했는데 맛이 없다면 이유는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번째로는 양념 자체의 맛이 덜 할 수 있다. 두번째로 순서가 틀렸기 때문이다.  제일 처음으로는 단맛을 내는 성분을 넣고, 그다음이 짠맛, 그 다음이 식초나 첨가물을 넣는 것이다. 24p

 

사실 레시피 그대로 요리했는데도 제 맛을 못 내어 실패한 적이 여러번 있었기때문에 레시피 탓을 하며,맛있게 느껴지는 레시피의 책을 선호하곤 했었다. 문제는 사실 나에게 있었던 것인데 말이다. 요령있게 콕콕 집어 설명해주는 방식이 참 마음에 들었다. 한동안 열심히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여가며, 식자재를 검토하곤 하다가 요즘엔 시들해지는 바람에 버리는 식자재가 늘어나고 있었다. 나같은 게으른 사람들을 위해 아예 영수증을 붙이라는 권고도 해주고 있었다. 아, 그래 영수증을 붙여놓으면 보기도 편하고 적을 필요도 없겠구나.

정말 바쁜 일상의 싱글들을 위한 세심한 배려와 노하우에 나같은 아기엄마들도 참고하기 좋은 것들이 많았다.

 

여러 팁들을 섭렵하고 나면 본 요리에 들어간다.

정말 두가지 재료들로 국과 반찬, 찌개와 반찬, 혹은 일품 요리들이 한상 차려진다. 거기에 기본 김치만 추가되면 정말 그럴듯하게 말이다. 새롭게 접하는 요리들이 많아 해보고 싶은 레시피들이 무척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파스타 레시피들도 제법 많았고, 남편이 좋아할만한 한식 레시피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어쨌거나 조화로운 레시피랄까? 두가지 재료로 뚝딱 만들어내니 버릴 재료도 확 줄어들고 장 볼때마다 뭐 한가지가 더 빠졌다고 우울해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알뜰하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해먹을 수 있는 신개념 레시피 책이었다. 틈틈이 네모난 박스에 싱글의 팁이라고 해서 요리 노하우들이 적혀 있어서 새롭게 배워나가는 재미도 있었고 말이다.

 

내일은 어느 재료를 두가지 사다가 뚝딱 새로운 메뉴를 만들어볼까 궁리하는 재미가 쏠쏠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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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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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처음 만나봤지만 밝은 세상 출판사에서 나온 기욤 뮈소의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는 중이고, 또한 프랑스가 열광하는 미국 작가의 글이라는 것도 묘한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어 이 책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이란 없겠지만 배고픈 예술가의 길과 현실적인 전문직 변호사 등의 직업 사이에서 방황하는 사람은 비단 주인공 벤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사진을 전공하고, 업으로 삼고 싶었지만, 자식이 로스쿨을 마치고 잘나가는 변호사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한 바램 탓에 (성공가도를 달리는 그 길이 아니면 생활비 조차 조달해주지 않았으므로 ) 여러번의 반항 끝에 결국은 아버지의 원조를 받아 공부를 하는 쪽으로 편안한 길을 선택하고 만 주인공, 돈을 벌어서 나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카메라도 사고 사진가의 길을 충분히 걸을 수 있을거라 믿었지만, 부유한 현실 생활과 달리 값비싼 카메라를 사들인다고 해도 실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그저 그는 안정적인 삶을 영위하게 된 대신에 꿈과는 자꾸만 멀어져갔다. 그의 아름다운 아내 역시 소설가 지망생이었으나 현실은 잘 풀리지 않아 그저 부유한 변호사의 아내로 두 아이의 엄마로 적응해가야하는 현실에 좌절하게 되었다. 그녀 같은 경우엔 어머니가 잘 나가는 커리어 우먼에서 자신을 임신함으로써 중산층 주부로 전락(?)하게 된 현실을 비관하여 결국은 암이라는 병으로 세상을 뜨게 되었다는 그 전철을 다시 밟고 있다는 충격이 더 크게 작용하여 결혼 생활에 불만을 품게 되었던 것이다.

같은 여자의 입장임에도 가족보다는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그녀의 마음과 남편에게 대하는 입닥쳐라는 등의 말투에는 경악하게 되었다. 게다가 바람이라니.. 남편과 어긋나가는 현실에 좌절한다고 해도 아이들을 두고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자신의 꿈은 저버렸던 벤은 결국 우발적으로 아내의 불륜남을 죽이게 되고 그의 이름, 게리라는 인물로 새 인생을 살게 된다. 그리고 이제는 변호사가 아닌 진정한 자기 꿈을 찾아 사진가로서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진정한 꿈으로 성공까지 하게 되는 삶, 그것이 자신의 본래의 삶이었으면 좋았으련만.. 세상일이란게 참 힘들고 고달프게 진행되어 가는 듯 하다.

 

어려서 그림 그리기나 글 쓰기를 좋아했던 나였지만, 배고픈 직업이라는 말을 듣고 너무나 쉽게 꿈을 포기하였다. 그저 나중에 취미생활로 선택할 일이지 현실적인 직업을 선택해야한다는 조언에 그렇게 해야한다고 믿어왔다. 벤처럼 반항을 해보거나 일탈을 꿈꿀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 그만큼 보수적인 나였던 지라 벤도 그렇지만, 벤보다 심하게 거부반응을 보이는 아내 베스의 반응과 바람을 이해할 수 없었나보다. 끝까지 이기적인 베스가 미워보였으니 말이다. 살인을 저질렀어도 벤에게는 어쩔 수 없었잖아? 하며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아마 그렇게 쓰여진 상황이었기 때문이겠지만..

꽤나 길고 긴 소설이었음에도 정말 쉴새 없이 몰입되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막판 반전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책을 읽는 내내 여러 상황을 상상했는데, 내가 상상했던 그 이상의 또 다른 기막힌 반전이 일어났다. 그래서 더 놀라웠던 소설.. 그리고 벤을 생각하면 참 슬픈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꿈을 이루거나 이루지 않거나.. 대부분 꿈을 이루지 못하고 살아가는 현대 소시민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기에..

중산층이 아니라고 해도 각박하게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의 바쁜 이야기였기에..

책속이기에 가능한 살인과 도피가 그럴듯하게 느껴졌는지 모르겠다.

 

 

자신의 삶을 살고 싶었던 남자, 가족이라는 "덫"에 빠져들어 꿈을 버렸던 남자 벤의 이야기.

기막히게 재미난 소설 속으로 같이 빠져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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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07-03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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