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좋은 슬픔 - 엉뚱발랄 과부 소피의 팍팍한 세상 건너기
롤리 윈스턴 지음, 송정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사랑하는 남편을 젊은 나이에 잃고서 어떻게 좋은 슬픔으로 승화를 시킬 수가 있을까? 하지만, 작가의 특유의 위트로 엉뚱 발랄 과부 소피가 탄생을 하였고, 그녀의 모습에서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브리짓을 만날 수가 있었다. 그리고, 딱 표지 속 소피의 모습이 브리짓의 모습과 같았다. 실연의 상처에도 꾸역꾸역 이겨내고, 멋지게 사랑받는 브리짓의 모습이 소피에게서 나타나기를 희망하였다. 그래서, 이 책이 어둠 속에서도 희망을 발견할 수 있는 그런 책이 되길 바랬다.
내 몸에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다. 여기 책임자는 누구야? 39p
사랑하는 에단과의 사이에 아이를 갖고 싶어했으나 끝내 갖지 못했고, 결국 그는 호지킨 병으로 3년 만에 소피를 젊은 미망인으로 만들어버렸다. 에단의 어머니는 맨손으로 거미를 탁 쳐서 잡는 일등급 미망인이었다. 그녀는 잭 다니엘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주류 맞다.) 같은 미망인이었고 말이다.
오랜 기다림끝에 얻은 사랑이 짧은 시간만에 추억과 상처만을 남긴채 떠나가버리자 그녀는 모든 것에 흥미를 잃어버렸다. 더이상 몸매 관리를 하지도 않았고, 아니 직장에 나가는 일도 잊어버렸다. 실리콘 밸리의 바쁜 그녀의 직장에서는 파자마와 슬리퍼 차림에 머리도 며칠 됐는지 모르게 새집 지은채 나타난 그녀(이게 표지 모습일까?)를 보고 3개월 무급 휴가, 말이 좋아 휴가지 말 그대로 그녀를 짤라 버렸다. 그가 죽고 난 이후에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는 일상에 그녀는 처절한 배신감을 느꼈다.
슬픔은 이미 시작되었다.
슬픔은 뜨거운 목을 감싸고 있던 부어오른 팔과 귀로 느껴지는
시큼한 숨과 함께 내가 일어나기만을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자, 칫솔 들어
슬픔이 내게 말했다.
91p
에단이 떠났다.
그럼 찾아야죠
난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 있으면 크리스마스인데..
93p
누군가를 만지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최근에 나를 만진건 치과 의사가 내 얼굴을 붙잡고 턱과 뺨을 붙잡은 것 뿐. 볼일로 들른 우체부 아저씨를 껴안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 일찍 돌아가신 엄마가 이럴때 정말 원망스럽기만 한 소피. 엄마만 살아계셨더라도.. 내가 아플때 아스피린 두알과 먹을거리를 챙겨들고와 같이 드라마를 보던 엄마만 살아계셨더라도..
슬픔이 더이상 넘쳐오르기 힘들 무렵..그녀는 에단을 떠올리게 하는 부부의 공동공간인 집을 팔고, 친구 루스의 아이를 봐줄겸 루스에게 떠났다.
그 곳에서 구직을 하다보니 자리가 없어 처음으로 웨이트리스 일을 하게 되었고, 어쩌다가 너무 멋진 배우 드루와 데이트를 하게 되고 다시 설레게 되었다. 그리고, 그녀도 아이를 돌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단체에 연락해 크리스털이라는 어려운 가정의 아이와 일주일에 한번 만남을 갖게 되었다. 슬픔을 치유하는 모임 (사랑하는 이를 죽음으로 잃은 사람들) 에 나가 마음을 바로잡고, 웨이트리스에서 샐러드걸로..다시 제빵사, 제빵장으로 진급한 그녀는 오히려 예전의 직업보다 제빵 자영업이 더 재능에 맞음을 깨닫는다. 그녀가 서서히 수면위로 행복하게 올라오는 이야기를 보고 싶었으나, 세상일은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완벽주의자였던 에단의 어머니 마리온이 치매에 걸림을 알게 되었고.. 대학때부터 친구가 알려줬던 '날 떠난 남자 떨쳐버리기 목록'은 다시 쓰고 싶지 않은 것이었으나 그녀를 유혹한 드루에게 다시 적용되는 일이었다.
사랑하는 에단의 죽음 이후에 너무나 슬퍼 집안의 그릇을 모조리 던져 깨트려버리고, 신랑 상사의 파티에 초청되어 갔음에도 그 집의 비상약통에서 신경안정제 자낙스를 찾는등 젊은 미망인으로써는 견디기 힘든 시간들을 보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로, 새로운 사랑으로 멋지게 도약하려하는데..일이 꼬이는 것 같다.
우리의 사랑스러운 그녀 소피.
그녀는 이 난국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544p의 두꺼운 소설이었음에도 잘 시간을 잊은채 나는 독서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이보다 더 힘들 수 있을까 싶은..사랑하는 이의 죽음, 그리고 실직, 모든 일들이 최악의 상황인데도 그녀는 조금씩 다시 떠오른다.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일어서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멋지다.
힘든 미망인의 슬픈 사연만은 아니었다. 적어도 이 책에는 유쾌함이 섞여 있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단어가 녹아 있다.
롤리 윈스턴의 첫번째 소설인 이 작품이 출간 즉시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일이.. 16개국으로 번역되어 팔리고, 유니버셜 영화사에 영화 판권까지 팔렸다는 일이....책을 다 읽고 나니 그럴 수 밖에 없을거란 믿음까지 들었다.
힘들고 슬픈 일이 있는가? 소피를 만나보자.
그리고, 그녀와 함께 자신있게 일어서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