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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 온 더 로드 - 사랑을 찾아 길 위에 서다
대니 쉐인먼 지음, 이미선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갑자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간절하게 레오의 아기를 갖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세상을 꼬마 레오와 꼬마 엘레니로 가득 채우고 싶었다. 전에는 한번도 이런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사랑스러운 레오, 꿈꾸는 눈을 가진 사랑스러운 레오.26p
1992년 에콰도르
꿈결같이 사랑했던 연인 레오와 엘레니.
둘이서 행복하게 에콰도르를 여행중이었는데, 버스 사고로 엘레니를 잃고 레오는 일시적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 그러나 곧 구멍이 메워지듯 기억이 되돌아오면서 사랑하는 이를 잃은 죄책감과 슬픔에 헤어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녀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된 레오의 절망, 그리고 그들의 사랑으로 되돌아가면서 그가 얼마나 힘들어할지 그 슬픔이 전해져 오는 듯 하였다. 그렇게 둘의 이별에 가슴아파하고 있던 터에 결핵에 걸린 어느 아버지가 아들에게 들려주는 또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죽음을 거의 앞둔 듯, 가래를 뱉어내고 냄새를 풍기는 아버지는 젊어서 딱 한번 키스했던 여인 롯데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전쟁터에서도 살아남아야 했던 군인이었다.
삶의 아름다움은 죽음과 직면했을 때 선명하게 새겨지는 법이다. 삶이란 것이 얼마나 달콤한지 나는 내 몸의 모든 기공을 열고 온몸이 가득 채워질때까지 삶을 흠뻑 빨아들이고 싶었다.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겼던 모든 사소한 것들이 생각났다. 그 모든 것들이 이제는 너무나도 소중하게 보였다. 41p
1917년 러시아 포로수용소.
힘들고 무자비했던 전투를 겪고, 러시아 포로가 되었던 모리츠
우리는 그 곳이 동북부 몽고와 중국, 러시아가 삼각형 형태로 접경을 이루고 있는 치타 지방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곳은 모스크바에서 동족으로 약 7000킬로미터쯤 떨어져 있었다. 나는 롯데와 지구 반바퀴쯤 떨어지게 된 것이다. 223p
힘든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그는 탈출을 감행하고 감히 7000킬로미터를 걸어서 그녀를 향해 내딛을 생각을 하였다. 목숨을 건 탈출의 여정이었다. 붙이지도 못할 편지를 쓰고 또 쓰면서 모리츠는 롯데를 향해 걸었다. 그러다 중간의 광산에서의 심한 노동으로 폐결핵에 걸리게 되었고, 그가 힘들때마다 마치 천사들인양 아이들이 찾아와 그를 독려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자신의 후손들이라 하였다.
몸이 제일 안좋았던 순간 그 천사같은 아이들이 다시 날 찾아왔다. 그 애들은 나더러 주저앉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고 독려했다. "어서요. 지금 멈추면 안돼요. 일어서서 계속 가요. 걷고 또 걷고 또 걸어요. 우리를 포기하지 말아요." 그들이 재촉했다. 316.3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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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이 다르고, 세대가 다른 두 커플의 사랑 이야기.
전쟁을 뛰어 넘어 목숨을 걸고 지구 반바퀴를 수년간 걸려 돌아온 모리츠의 이야기나 사고로 죽은 연인을 잊지 못해 죽음 이후에도 그녀와의 지속적인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던 레오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분명한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고 생각한 거의 끝부분에서 나는 또다른 반전 속에서 더욱 큰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닥터 지바고와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잇는 장엄한 사랑의 대 서사시라고 하였던가?
유명한 두 작품들을 읽어보지 못했으나 (영화로도 보지 못했으나.. 나는 왜이리 못 본게 많은 건지..) 러브 온 더 로드의 숭고하고 아름다운 사랑은 '사랑이라는 의미가 퇴색되어 버렸다' 믿는 요즘의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강장제임이 틀림이 없을 것이다.
한권의 소설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나 가슴 벅찬 이야기였기에...그저 미흡한 말주변으로는 표현하기조차 힘들단 생각뿐이다. 이 웅장한 사랑의 대서사시의 가장 주축이 될 모리츠의 이야기가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는데 더욱 놀라웠고, 그래서 이토록 생생한 사랑의 감동이 전해질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깊은 밤, 너무나 아름다운 소설을 읽고 나니 이대로 잠이 들기가 아쉬워져버렸다. 사랑이란 이런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