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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아스파라거스 스토킹 - 잡초를 요리하다
유엘 기번스 지음, 이순우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어린이들은 특히 들녘이나 샛길에서 먹을 거리를 채취한다는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어린이들의 자연에 대한 때 묻지 않은 경이감은 선조가 그랬던 것처럼 최소한 어느 정도는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고조된다. 나는 어린이들이 단순히 야생 먹을 거리를 채취하고 준비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잘못된 식습관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해왔다. 이와 같은 멋진 취미에 흥미를 느낀 가족이 한 계절 동안만이라도 함께 경험을 나눈다면 그 어린이는 교실에서 교과서로 몇 년동안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르침을 자연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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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에 나는 종이에 작은 사람들의 여행기를 그리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포장마차에 필요한 짐들을 모두 싣고, 이상향으로 떠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생활하는 그런 삶을 꿈꾸고 그려내었다. 필요한 가축들도 같이 그려넣고, 대부분의 먹거리는 나물 채취나 수렵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름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시간이었다.
넉넉한 재산을 갖고 돈으로 물건을 사는 그런 생활이 아니라 그저 사람들의 노동력만 갖고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이었다. 유난히 그 그림그리기가 즐거워서 매일매일 다른 것들을 더 그려넣었고, 한참을 그렇게 놀아도 결코 질리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나의 그런 즐거움이 인류에게 기본적으로 있는 생존본능에 의한 것이고, 실제로 그러한 상상을 체험으로 이어질수 있게 한 이 책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된 그 당시, 그리고 지금은 더욱 풍족해진 시대건만, 책이 온통 너덜거릴 정도로 많은 이들의 애독서가 된 책이라고 했다. 게다가 요즘에는 워낙 농약에 찌든 정형화된 먹거리에 식상한 많은 사람들이 웰빙을 외치며 오히려 더욱 건강먹거리를 찾는 운동이 거세지고 있는 편이라 이 책이 50년의 세월을 지나 우리나라에서 신간으로 출간이 되어도 어색함 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듯 하다. 우리 주위의 잡초들 속에서 진주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내고, 그 나물의 조리법까지 배울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재미나고 놀라운 경험이겠는가?
자그마치 50여년전에 쓰여진 이 책 아스파라거스 스토킹은 야외 생활가이자 자연 건강식의 원조 유엘 기번스의 책이다. 그의 책속에서 많은 잡초들이 유용한 먹기리인 나물로 거듭난다. 사실 나 또한 어려서 유일하게 구분하는 야생 나물은 쑥 한가지였다. 냉이나 곰취 같은 나물 들, 그 중에서도 냉이는 어려서부터 길가에서 흔히 본 잡초였는데, 어느 날 그 식물이 유명한 나물 중 하나인 냉이임을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참 아깝다라고 생각했다. 짬짬이 뜯어둘걸 하는 어린 마음과 함께 말이다.
곰취 또한 어른들이 알려주지 않으셨으면 그냥 지나쳤을 식물이었다. 곰취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머위와 비슷하게 생긴 넓적한 이파리를 뜯어서 생으로 밥을 싸먹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머위처럼 먹어도 향긋하고 무척 맛있는 나물이었다.
이 책은 미국의 작가가 쓴 책이다 보니 (작가의 사망시기도 1975년인지라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분의 작품이다.) 미국의 야생식물들과 요리법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뒤에 사진과 함께 붙어 있는 설명은 그 식물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한국의 현실에 맞게 재구성되어 충분히 참고할 수 있는 정보로 재탄생시켜 주고 있었다.
민들레 뿌리를 오븐에 넣고 천천히 돌려서 부러뜨리면 톡 끊어질 정도로 바싹 굽는다. 뿌리의 속살이 검은 갈색으로 변할때까지 약 4시간 동안 구운 다음 갈아서 커피처럼 사용한다. 다만 맛이 진하므로 한번에 사용하는 양을 커피보다 약간 줄이는게 좋다. 설탕이나 크림을 타서 마실 수도 있고 그냥 마실 수도 있다. 164p
놀라운 민들레커피 뿐 아니라 꽃이 피기 전의 민들레로 만들 수 있는 각종 샐러드와 볶음, 그리고 민들레술까지 다양한 요리법이 실려 있었다.
지금도 봄이면 뽕잎, 쑥, 곰취 등을 뜯으러 산이며 들이며 다니시는 우리 부모님. 부모님을 따라 뽕잎과 고사리, 쑥 등을 따러 가봤는데 사실 한자리에 계속 앉아 쑥을 뜯거나 고사리를 찾아 여기저기 헤메는 일은 내가 쉽게 흥미를 느낄 일은 아니었다. 어릴적에 상상했던 것만큼 재미나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직접 딴 나물을 말려서 밥상에 올릴때면 그 건강 먹거리와 함께 하는 밥상이 몹시 즐거운 시간이 되었고, 다음번에 또 따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건 아마 그런 행복을 다시 누리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바다를 가면 조개를 캐려 하시고, 산에 가면 나물을 뜯거나 도토리를 따고 싶어하시는 부모님.
어쩌면 나도 좀더 나이가 들면 부모님보다도 더 신명나게 나물을 캐러 다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재미나게 읽고 있는 이 책을 아버지께 보여드리면, 아마도 캘 나물 목록이 더욱 늘어나서 봄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실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아장아장 잘 걸을 우리 아기와 함께 산에 놀러가 나물을 알려주고, 직접 따는 재미도 느끼게 해주고픈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