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마이클 셰이본 지음, 이선혜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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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든 것이 과장된 오늘 밤, 모든 것이 비정상적으로 확대되어 보이는 내 눈에는 그들이 마법의 힘을 발산하는 아서의 모습이나 그의 곁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너무 눈부셔서 보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39p

 

헤어진 여자친구, 갱 단원인 아버지, 그리고 피츠버그에 홀로 있는 나.

어느 여름. 마지막으로 갔던 학교 도서관에서 이름이 같은 아서라는 멋진 청년과 독특한 분위기지만 분명 아름다운 플록스를 만나게 된다. 분명한 것은 그 두 사람이 먼저 내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아서와 함께 그의 친구들을 만나게 될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거기에서 또 제인과 그의 애인 클리블랜드의 존재까지 알게 되었다. 악명 높은 클리블랜드는 보지는 않았으나 다들 당연한듯 입에 올리는 궁금한 인물이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제인 덕택에 클리블랜드에 대해 더욱 궁금해지기도 하였고. 

 

"아트 벡스타인이 쓴 '갱 단원의 아들'이라는 책을 찾고 있어." 82p

 

아트 벡스타인은 아르바이트 가게로 자신을 잡으러 온 어느 오토바이 족을 보고, 드디어 아버지에게 원한을 가진 자에게 목숨을 잃는다고 생각하였다. 장난끼로 똘똘뭉쳤던 그는 바로 클리블랜드였다.

 

20대의 피어오르는 젊음을 간직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소설.

아트가 수시로 마치 영화배우처럼 잘 차려입은 그와 그녀들(그해 여름 새로이 알게 된 플록스, 아서, 클리블랜드, 제인 모두)에게 감탄하며 그들의 친구임을 자랑스러워 할 정도로 아트는 그들에게 푹 빠져 있었다.

동성애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플록스와 아서 사이에서 방황하게 되는 것까지 말이다.

 

"넌 미친 여자친구를 버리고 또 다른 여자친구를 얻었어. 그녀도 하찮기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립스틱을 바르고 향수를 뿌리고 직업도 있지. 네 인생은 한마디로 '수표 고마워요, 아버지'야." 219p

 

25살에 논문으로 제출한 이 소설이 너무나 뛰어났던 까닭에 담당 교수님이 에이전트를 소개해주어 거액의 계약금을 받고 베스트 셀러에 오른 소설. 영화로도 만들어져 2009년에 미국에 개봉되기까지 한 작품이었다. 마이클 셰이본의 데뷔작인 이 소설 이후로도 그는 수많은 상을 수상한 작가로 거듭났다. 퓰리쳐상, 휴고상, 네뷸러 상 등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는 그의 능력은 작품 속에서 더욱 빛이 나는 듯 하였다.

 

갱 단원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힘든 나는 친구인 아서의 말 그대로 '수표 고마워요 아버지'였는지 모른다. 그런 나에게 사랑이라 부를 수 있는 두 사람이 나타났고, 두 남녀 사이에서 어떤 선택도 하지 못하고 방황하기도 하였다. 아들이 아버지의 뒤를 잇지 않고, 밝은 세상에 나아가길 바랬던 터라 아들이 사귀는 여자, 혹은 남자친구들까지도 아버지에게는 하나하나 걸러보고 평가해야 할 대상이었던 것이다.

 

사실 어느 부모님이나 마찬가지였겠지만, 힘을 가진 아버지의 권력은 더욱 막강했던 터였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젊은 날의 열정을 담고 있는 소설이었지만, 나또한 20대를 보내고, 어떤 이를 만난 적도 있었지만, 이들의 사랑처럼 눈먼 곡예를 하듯 완전하게 나를 잃는 사랑을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작가가 표현해낸 사랑이야기보다 나는 그의 하나하나의 상세한 묘사들이 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해하기 힘든 성적인 면들보다는 그저 아트가 살고 있는 집을 묘사하고, 제인의 아버지의 말투를 묘사하는 등의 색다른 표현 기법이 마음에 들었다고나 할까?

 

수프와 샐러드를 먹는 동안, 내가 아기였을 적에 엄마와 함께 포브스 구장에 놀러갔던 잊지 못할 일요일 이야기를 아버지가 꺼내는 바람에 나는 계속해서 심장마비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내 팔에 온통 소름이 돋을 만큼 아주 오래되고 예쁘장한 이야기였다. 228p

 

내 팔에 온통 소름이 돋을 만큼 아주 오래 되고 예쁘장한 이야기라는 그 이야기에 나는 그대로 시선을 고정시킬 수 밖에 없었다. 맑은 물에 발을 담그고 누워서 그해 여름은 참 열에 들떴던 때였지. 하고 과거를 회상하듯. 어쩌면 피츠버그의 마지막 여름 이야기 또한 아트에게는 아주 오래되고 예쁘장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었던..기분이 들었다. 물론 아트가 표현한 바는 역설적인 표현이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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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다 보면 저절로 공부가 되는 엄마표 놀이 + 학습
연후맘 지음 / 미디어윌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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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번 달에 두돌 생일이 있는 우리 아들.

어제 처음으로 문화센터에 다녀왔답니다. 낯가림도 요즘 들어 더욱 심해지고, (가족들과만 있어 그런지 낯선 사람들을 보면 숨기 바쁘답니다.) 하필 어제따라 늦잠까지 자는 통에 선잠 깨자마자 들어간 문화센터에서 놀랐는지 울면서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답니다.

 

신종플루, 수족구 등만 아니었어도 돌때부터 문화센터를 다닐 예정이었는데 이런 저런 핑계로 늦어지다 보니 집에서 엄마와 가족들과만 있어서 아기가 심심해하는 것 같아 많이 미안하기도 했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었지요. 문화센터 뿐 아니라 집에서도 책읽기 이외의 새로운 놀이들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얼마 전에 읽은 공작도감도 무척 흥미로운 책이었는데, 아직 어린 우리 아기에게는 많이 어려운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만 되어도 직접 만들어볼 난이도의 작품이 많은데 우리 아기는 아무래도 엄마가 만들어줘야 할 것들이 많았거든요. 이 책을 보더니, 신랑이 우리 아기에게는 이 책이 딱 좋겠다 라고 말을 했답니다. 3세부터 8세까지 아이들을 위한 책이었으니깐요. 이제 3세인 우리 아기에게는 앞으로 5년간 재미나게 놀 수 있는 이야기거리들이 풍성하게 들어 있어 유익한 책이 될 것 같아요.

 

사실 엄마들 하는게 쉬워보여도 막상 집에서 아기와 놀아주려면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막막한 적이 많았답니다. 어느 책에서 본 물 웅덩이 설거지 놀이가 재미나 보여서 거실에 수건을 깔고 대야에 물을 받아 놀게 해주었더니 좋아는 하지만, 흘린 물에 아기가 미끄러지는 바람에 크게 다칠 뻔한 적도 있었답니다. 사실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하면서 놀아줘야하는 거겠지만, 우리 아이 단계에 맞으면서 좀더 상황에 맞게 적용할 방법들이 있겠다 싶었어요. 책에 나온 것 중에서도 취사 선택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것부터 조심스럽게 따라하기 라는 생각이 들었단 거죠.

 

각종 문화센터 등에서도 엄마들이 미처 챙겨주지 못하거나 하는 오감 발달, 혹은 다양한 신체 활동 등을 통해 엄마의 부담을 덜어주는 수업을 하는 것 같았답니다. 첫 수업만 듣고 와서 아직 많은 것은 모르지만, 블로그의 리뷰나 첫 수업에 대한 소감은 그랬지요. 사실 저처럼 게으른 엄마가 아니라 아기에게 정말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는 엄마들이라면 인터넷이나 이런 책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많이 습득해서 집에서도 충분히 아이의 발달을 위해 많은 것들을 해줄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책의 저자 연후맘 김복실님이 바로 그런 대표적인 엄마신것 같았어요. 벌써 창의 폭발 엄마표 미술놀이라는 책에 이어 이 책이 두권째 책이었구요. 각 놀이 학습 별로 나이 단계가 표시되어 있어서 우리 아이 연령에 맞는 놀이 법을 찾아 놀아줄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었답니다.

 

2~3세의 우리 아기의 경우에는 대, 소근육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로 공 던지고 받기와 끌고 다니는 장난감을 무척 좋아하는 시기라 하네요. 이 시기에는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놀이가 좋다고 합니다. 8p 이렇게 나이별로 어떤 자극이 필요한지 설명을 해주고, 저자분이 설명해주는 놀이도 같이 언급이 되어 있어 연령에 맞게 놀아주면 될것같아요.

 

유난히 수다스러운 엄마가 유독 아기앞에만 서면 물건 이름만 가르쳐주고 자세히 설명할 줄을 몰라 당황하기 일쑤인 제 단점을 보완이라도 해주듯, 각각의 놀이법 중에는 엄마가 설명해줄 부분까지 콕 집어서 놀이 중간중간 아이의 두뇌를 자극해줄 그런 팁들이 섞여 있는게 마음에 들었네요. 두서없이 설명해주는 것 같고, 아직 어려운 설명 같아도 아이들이 스폰지같은 능력으로 마음껏 흡수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정말 많은 것을 알려주고 놀아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함에 항상 답답함을 느끼곤 했거든요.

 

뭐든 자주 만지고 재미나게 즐길줄 알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유난히 신중한 성격인 우리 아기는 처음 보는 것을 덥썩 만지기 보다는 오래 관찰하고 안전하다는 확신이 든 후에야 조심스레 손을 뻗어 만져보는 스타일이랍니다. 그래서 이번에 대천에 놀러가 바닷가에서 모래놀이를 하는 다른 또래 아기를 보고, 우리 아기도 모래를만지게 해주려고 하니까 쉽게 다가 오지 않더라구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 재미를 느끼기 시작하면 계속 놀려고 한다는데 아직은 그게 재미나다는걸 깨닫지 않은 것 같았어요. 엄마의 다양한 자극이 아쉬워졌던 순간이었답니다. 책에서는 즐거운 갯벌 체험을 찰흙으로 해보라고 알려준답니다. 처음 보는 바다에서 철퍼덕 앉아 놀라고 했으니 아기가 놀랄만도 했다 싶어서 집에서 찰흙이나 밀가루로 노는 방법을 먼저 알려줄까 하네요.

 

아기 철분제를 먹이면서 약병에 딸린 스포이트를 사용하곤 했는데, 아기가 스포이트로 색깔물을 빨아올려서 휴기에 떨어뜨리는 놀이를 하게 한다는 건 아직 생각지 못했었어요. 사실 놀이방법이 다양하여도 우리 아기에게 어떻게 놀게 하기 막막한게 많잖아요. 적절한 나이에 두뇌를 자극하고, 소근육, 대근육을 쓰게 하는 재미난 놀이들. 멀리서 찾지 않고 이런 책의 도움을 받아봄이 바쁜 엄마들에게 효과적인 시간관리가 될것같기도 하네요.

 

4세부터 할 수 있는 부글부글 거품이 솟아나요는 산과 염기의 격렬한 중화반응을 이용한 것으로 아이들이 신기해하면서도 재미나 할 수 있는 과학 놀이겠어요.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도 이 놀이가 있었는데, 사실 초등학교 다닐때도 무척 재미나게 했던 실험인지라 어린 아기들에게도 재미나게 느껴지는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도 싶었네요.

 

놀이 속에서 익히는 한글 놀이 같은 경우에는 나이 차이도 있지만, 아이들의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니 아이 단계에 알맞은 놀이를 선택하라고 되어 있었어요.그냥 읽고 쓰기보다 글자를 자석으로 낚시 놀이하기도 하고, 첫소리 자음을 찾아 그림 카드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바느질을 하면서 한글을 익히기도 하는 등 참신한 시도들이 돋보이는 대목이었어요. 일찍부터 한글을 가르치는 분들도 많지만, 조급함을 가지지 않으려 하는 저로서도 참고하고 싶은 방법이 많았답니다.

 

엄마표 교육을 통해 힘도 들고, 슬럼프도 겪어서 방문 교육을 해볼까 고민도 해봤다는 저자 연후맘님. 결국에는 아기가 좋아하는 엄마표 홈스쿨링을 계속하기로 마음먹고 조금씩 방법을 바꾸어 놀아주고 가르쳐주는 방식을 택했다고 하더라구요. 100% 홈스쿨링을 고집할지 방문 교육이나 어린이집 등의 시설 교육을 병행하게 될지 아직 완전한 계획을 세운 건 아니지만, 연후맘님의 재미나 보이는 많은 놀이 학습들이 우리 아기를 키우면서 앞으로 하게 될 엄마와의 많은 추억 시간들이 될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였답니다.

 

잘 모르면 책을 펼쳐놓고 차근차근 해보려구요.

하나하나 배우는 심정으로 아기와 함께 하다보면, 저도 응용력도 생기고 아기와 함께 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되지 않을까 싶거든요.

 

엄마표 놀이, 부족한 초보엄마에게 아기와의 소중한 시간을 되새기게 해주는 고마운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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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의 나라 백성의 나라 - 상 - 북리 군왕부 살인 사건
김용심 지음 / 보리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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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관 포청천을 너무나도 재미있게 보았다. 얼굴이 유난히 검고, 이마에 초승달 무늬가 있는 포청천의 명판결들도 인상적이었고, 개작두, 용작두 등의 tv에 나오는 용어 모든 것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때 tv시리즈를 보며 포청천만큼이나 기억에 남았던 사람이 바로 전조 하가경이었다. 포청천의 오른팔이자 뛰어난 무예와 수려한 용모를 자랑하던 전조는 아마도 많은 소녀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지 않았나 싶다. 포청천 이야기를 지금도 친구들과 나누다보면 전조 이야기를 한마디씩 빼놓지 않고 하는걸 보면 말이다.

 

바로 이 책 임금의 나라 백성의 나라는 포청천이 아닌 전조가 주인공인 소설이다. 그때는 그저 엑스트라나 조연에 지나지 않는다 여겼던 그가 주인공이 된소설. 게다가 너무나 인간적이고 멋진 주인공이라는 사실에 다시한번 그때의 추억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동생 친구 하나는 전조 역을 맡았던 하가경의 열혈팬이 되어 한때 집안에 하가경 포스터로 도배를 한 적도 있다고 하는데, 이런 책이 나온걸 알았다면 아마도 누구보다도 먼저 읽지 않았을까? 재미있는 이 소설을 동생 친구에게도 권해주고 싶었다.

 

사실 나보다도 먼저 이 책을 읽으셨던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제목은 내가 좋아하는 취향이 아니었는데, 책은 참 재미있더구나. 대부분의 책이 초반에는 지루하고,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곤 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재미있었어. 처음부터 사람을 확 끌어당기는 묘미가 있고, 끝까지 실망시키지 않는 그런 소설이었단다. 참 괜찮더구나."

라고 하셨다.

많은 책을 읽으시면서도 특별히 어떤 책이 재미있다는 말씀을 잘 안하시는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시라 읽기전부터 더욱 기대되는 책이었다. 그래? 어떤 내용일까? 포청천이 아닌 전조의 이야기는.. 하면서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5년전 천자의 나라로 나온 소설이 다시 제목을 바꿔 신간으로 나온 책이라 하였다. 그래서인지 갑자기 속지 제목과 작가 이름이 겉표지와 달라 당황하기도 하였지만 띠지의 설명을 보고 이해하기로 했다.

 

북송 제 4대 황제인 인종은 양양 왕이 일으킨 반란과 자신을 꾸짖는 말에 충격을 받고, 진정한 왕의 의미를 찾아 암행을 결심한다. 얼굴에 인피면구를 쓰고 전조와 함께 북리 군왕부에 동행하는 이정선생이라는 서생으로 따라나선것이다. 물론 수상쩍기는 해도 얼굴을 전혀 못 알아보게 된 황제를 전조가 알아볼리 만무했고, 뛰어난 인물보다 더 아름다운 강직한 마음과 굳은 절개를 지니고 있던 전조와 함께 하는 일정 속에 황제는 서서히 그에게 감화되어 갔다.

 

포청천의 문제해결능력이 정말 뛰어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얽히고 설킨 실타래를 풀어나가며 문제를 해결하는 전조의 기지 또한 포청천에 버금갈 뛰어난 능력이 아니었나 싶었다. 하나하나 풀리는 것을 보면서 반전 아닌 반전의 재미를 느꼈고, 역시 포청천의 오른팔이자 의붓아들 못지 않은 전조다 하는 생각을 했다. 뛰어난 무예와 강직한 성품을 지닌 전조에게 감화되는 사람이 비단 인종뿐이 아니라 목숨을 걸고 그와 의형제를 맺고 지키려하는 이들이 있음에 나 또한 눈시울이 붉어지며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여인이란, 그토록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건만 얼마나 용감하고 강한 존재인가.

사내란. 아령의 말처럼 세상을 뒤집는다 큰소리쳐도 정작 제 입성 하나 추스르지 못한다.

북리운천이 서부를 지배하는 열혈지왕이라 자처하면서도 자신의 딸조차 거두지 못한 것처럼.

그러나 여인이란, 세상을 뒤집을 생각 따위 갖지 않아도 누구보다 용감하게 운명과 싸운다.

하권 88p

 

책을 읽은 사람들은 알수 있겠지만 북리운천의 무서운 음모와 망나니같았던 북리현의 대립 또한 하권에서 그 베일이 벗겨지며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랬던 거였구나 하면서 전조의 눈을 통해 우리에게 진실이 전해져 온것이다.

 


 

그 검조차 없는 세상, 그 검을 녹여 낫과 호미를 만드는 세상.

황제마저 잊혀져 백성들이 저마다 평화로이 살고,

그래서 누구나 다 똑같은 하늘의 자식으로 저 하늘이 내려주는 햇빛과 바람, 빗물과 솜눈을 함께 받으며 평화로이 사는 세상,

진정한 천자의 나라.......

그 꿈을 자네가 보여 주었네.

내가 이제 그것을 지키려 하네.

그것만으로 용서해주면 안되겠나?

하권 239p

 



 

암행을 나온 황제가 황제의 명으로 처형을 당할 뻔한 기괴한 상황은 정말 그의 암행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일이었는지 오싹하게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길가에서 정말 비명횡사했을 수 있는 무서운 상황들, 전조라는 뛰어난 인물이 없었더라면 살아남기조차 힘들었을 연약한 하나의 인간.

 

하늘같았던 천자 황제는 그렇게 전조와 가까운 이가 되었고, 전조를 통해 성숙한 황제가 될 수 있었다.

 

이 책을 말로 어찌 다 설명할 수 있을까?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친구를 구하고, 의형제를 구하고, 황제를 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 중심에 전조가 있음을.. 중세를 근세로 바꿀, 진정한 천자의 나라로 만드는데 전조라는 한 인간이 있었음을 기억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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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amed 야성 하우스 오브 나이트 4
P. C. 캐스트.크리스틴 캐스트 지음, 이승숙 옮김 / 북에이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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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들이 인간을 학살하자 곧바로 인간들이 뱀파이어를 죽이는 모습을 보았어.

폭력과 증오와 암흑으로 가득 찬 세상도 보았고.

그리고 어둠 속에서 뭔지 알 수 없는 끔찍한 생물체를 보았어.

 

네가 죽기 때문에 그 일이 모두 일어나는 걸 봤어.

조이, 네 죽음 때문에 그 일이 일어났어. 62p

 



 

뱀파이어 소설 중 재미나게 읽고 있는 시리즈 중 하나가 바로 하우스 오브 나이트이다. 나이트하우스라는 뱀파이어 학교의 새내기 뱀파이어 조이 레드버드와 그 친구들, 그리고 학교의 최고 여사제인 네페레트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시리즈인데, 이번에 4편 야성이 나왔다. 1권 상징서부터 한편도 빠짐없이 봐왔던 지라, 신간이 번역되어 나오길 기다리는시간이 유독 길게 느껴지고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번역본을 읽는게 원서 읽는 속도보다 빠른지라 꾸욱 참고 기다려야했던 아쉬움..

 

이제 만난 야성은 일반 책 두권 두께의 두툼한 책이었고, 그 두툼한 책 역시 질리지 않게 금방 읽어내릴수 있는 내용이었다. 사실 초반부에는 약간 중복되다시피, 전편들에 대한 설명이 들어가기 때문에 책 간격이 조금 벌어져 있어도 전편의 내용을 쉽게 떠올리며 연결해서 읽을 수 있었다.

 

세번째 권인 선택에서 충격적인 일들이 연속해 일어났기 때문에 4권이 더욱 기다려졌다.

멋진 남자친구 에릭에 이어 뱀파이어 최고의 인기 매력남 로렌 교수까지 조이에게 접근해왔는데, 그 모든 남자친구들과 거리가 멀어질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게다가 조이를 따르던 친구들로부터도 냉대를 받게 되어 혼자가 되고 만 조이. 게다가 3권에서 인간이 되어버린 아프로디테가 4권에서 다시 이마에 상징이 나타났고, 단짝인 언데드 신세의 스티비가 다시 무언가 또다른 존재로 되살아난 듯 하였다. 모든 일이 뒤죽박죽 되어버린것일까?

 

4부의 시작은 이런 조이에게  아프로디테가 네가 죽는 예언을 두가지나 보았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는 것으로 시작이 된다. 다른 사람도 아닌 주인공의 죽음이라니.. 조이는 10대다운 발상으로 이 끔찍한 상황이 두렵기도 하고, 모든 이들을 구하는 중심에 자기가 있는 것이 몹시 부담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녀는 평범한 여학생이 아닌 미국 인디언 할머니의 후손이자 닉스님의 은총을 받은 예비 여사제가 아니었던가?

 

난 여기서 지내며 계속 새내기인 척 해야해. 조이 혼자 두지 않을 거야. 92p

 

게다가 못된 마녀였던 아프로디테는 여전히 독설을 내뱉지만, 조이의 곁을 지키는 벗으로 남겠다고까지 하고..

뱀파이어 새내기이자 최고 여사제가 될 운명을 지닌 조이이기에 주위의 시샘과 부러움을 모두 받아내고 감당해야하지만, 가장 큰 부담은 바로 모두가 존경하는 여사제 네페레트의 음모를 혼자서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무서운 존재들을 양산하며 그녀를 경계하는 네페레트의 강력한 힘에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넌 이해하지 못할 거야.

난 항상 과녁을 맞히는데, 과녁이 언제나 내가 맞히려는게 아니라는 뜻이야. 166p

 

비범한 재능을 지닌 스타크, 그의 재능은 사실 사람들, 아니 뱀파이어들을 두렵게 할 그런 재능이기도 하였다.

새로운 전학생 스타크까지 오게 되면서 남자친구를 딱~! 끊기로 했던 우리 조이는 또다시 설렘의 감정을 갖게 되었다. 게다가 헤어진 남자친구 에릭은 다시 드라마 교수가 되어 그녀를 가르치는 교수로 되돌아오기까지 하고..

 

사랑과 우정의 이야기로 가슴이 설레지만, 하지만 그에 맞서 죽음과 전쟁을 경험해야 하는 무서운 이야기까지 전해지는..

얼마전 읽은 허쉬허쉬에 나오는 타락천사 이야기까지 가미된 이번 편 야성! 뒷장으로 넘어갈수록 더욱 그 흥미진진함에 몰입하게 되어 아, 가장 재미있을 무렵에 또 딱 끝났구나 하는 아쉬움까지 들었다.

 

어느때보다도 더욱 흥미진진한 하우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 중 하나였다. 진정한 전쟁은 이제 시작된 것인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 네페레트의 음모가 5권에서는 어떻게 펼쳐질지 힘이 커질수록 몸의 문신이 번져 나가는 우리 조이의 모습은 어떤 모습으로 완성이 될지 기대해보는 재미가 더욱 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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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아스파라거스 스토킹 - 잡초를 요리하다
유엘 기번스 지음, 이순우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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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특히 들녘이나 샛길에서 먹을 거리를 채취한다는 것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 어린이들의 자연에 대한 때 묻지 않은 경이감은 선조가 그랬던 것처럼 최소한 어느 정도는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면서 고조된다. 나는 어린이들이 단순히 야생 먹을 거리를 채취하고 준비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는 것만으로도 잘못된 식습관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해왔다. 이와 같은 멋진 취미에 흥미를 느낀 가족이 한 계절 동안만이라도 함께 경험을 나눈다면 그 어린이는 교실에서 교과서로 몇 년동안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가르침을 자연으로부터 배울 수 있다. 25p
 

 
 
어렸을적에 나는 종이에 작은 사람들의 여행기를 그리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포장마차에 필요한 짐들을 모두 싣고, 이상향으로 떠나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생활하는 그런 삶을 꿈꾸고 그려내었다. 필요한 가축들도 같이 그려넣고, 대부분의 먹거리는 나물 채취나 수렵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나름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시간이었다.
 
넉넉한 재산을 갖고 돈으로 물건을 사는 그런 생활이 아니라 그저 사람들의 노동력만 갖고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어린 시절이었다. 유난히 그 그림그리기가 즐거워서 매일매일 다른 것들을 더 그려넣었고, 한참을 그렇게 놀아도 결코 질리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나의 그런 즐거움이 인류에게 기본적으로 있는 생존본능에 의한 것이고, 실제로 그러한 상상을 체험으로 이어질수 있게 한 이 책은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게 된 그 당시, 그리고 지금은 더욱 풍족해진 시대건만, 책이 온통 너덜거릴 정도로 많은 이들의 애독서가 된 책이라고 했다. 게다가 요즘에는 워낙 농약에 찌든 정형화된 먹거리에 식상한 많은 사람들이 웰빙을 외치며 오히려 더욱 건강먹거리를 찾는 운동이 거세지고 있는 편이라 이 책이 50년의 세월을 지나 우리나라에서 신간으로 출간이 되어도 어색함 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듯 하다. 우리 주위의 잡초들 속에서 진주같이 반짝반짝 빛나는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내고, 그 나물의 조리법까지 배울 수 있다면 이 얼마나 재미나고 놀라운 경험이겠는가?
 
 자그마치 50여년전에 쓰여진 이 책 아스파라거스 스토킹은 야외 생활가이자 자연 건강식의 원조 유엘 기번스의 책이다. 그의 책속에서 많은 잡초들이 유용한 먹기리인 나물로 거듭난다. 사실 나 또한 어려서 유일하게 구분하는 야생 나물은 쑥 한가지였다. 냉이나 곰취 같은 나물 들, 그 중에서도 냉이는 어려서부터 길가에서 흔히 본 잡초였는데, 어느 날 그 식물이 유명한 나물 중 하나인 냉이임을 알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참 아깝다라고 생각했다. 짬짬이 뜯어둘걸 하는 어린 마음과 함께 말이다.
 
곰취 또한 어른들이 알려주지 않으셨으면 그냥 지나쳤을 식물이었다. 곰취도 최근에 알게 되었는데 머위와 비슷하게 생긴 넓적한 이파리를 뜯어서 생으로 밥을 싸먹거나,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머위처럼 먹어도 향긋하고 무척 맛있는 나물이었다.
 
이 책은 미국의 작가가 쓴 책이다 보니 (작가의 사망시기도 1975년인지라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돌아가신 분의 작품이다.) 미국의 야생식물들과 요리법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뒤에 사진과 함께 붙어 있는 설명은 그 식물이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한국의 현실에 맞게 재구성되어 충분히 참고할 수 있는 정보로 재탄생시켜 주고 있었다.
 
민들레 뿌리를 오븐에 넣고 천천히 돌려서 부러뜨리면 톡 끊어질 정도로 바싹 굽는다. 뿌리의 속살이 검은 갈색으로 변할때까지 약 4시간 동안 구운 다음 갈아서 커피처럼 사용한다. 다만 맛이 진하므로 한번에 사용하는 양을 커피보다 약간 줄이는게 좋다. 설탕이나 크림을 타서 마실 수도 있고 그냥 마실 수도 있다. 164p
 
놀라운 민들레커피 뿐 아니라 꽃이 피기 전의 민들레로 만들 수 있는 각종 샐러드와 볶음, 그리고 민들레술까지 다양한 요리법이 실려 있었다.
 
 지금도 봄이면 뽕잎, 쑥, 곰취 등을 뜯으러 산이며 들이며 다니시는 우리 부모님. 부모님을 따라 뽕잎과 고사리, 쑥 등을 따러 가봤는데 사실 한자리에 계속 앉아 쑥을 뜯거나 고사리를 찾아 여기저기 헤메는 일은 내가 쉽게 흥미를 느낄 일은 아니었다. 어릴적에 상상했던 것만큼 재미나진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직접 딴 나물을 말려서 밥상에 올릴때면 그 건강 먹거리와 함께 하는 밥상이 몹시 즐거운 시간이 되었고, 다음번에 또 따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건 아마 그런 행복을 다시 누리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
 
바다를 가면 조개를 캐려 하시고, 산에 가면 나물을 뜯거나 도토리를 따고 싶어하시는 부모님.
어쩌면 나도 좀더 나이가 들면 부모님보다도 더 신명나게 나물을 캐러 다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 재미나게 읽고 있는 이 책을 아버지께 보여드리면, 아마도 캘 나물 목록이 더욱 늘어나서 봄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실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아장아장 잘 걸을 우리 아기와 함께 산에 놀러가 나물을 알려주고, 직접 따는 재미도 느끼게 해주고픈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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