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르부크 부인의 초상 샘터 외국소설선 4
제프리 포드 지음, 박슬라 옮김 / 샘터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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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절대로 나를 보지 않을 것, 그게 유일한 조건이에요. 48p

 

당대 최고의 화가인 피암보는 어느날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그가 받은 그 어떤 급여를 모두 합친것보다도 더 많은 액수를 제안하며,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화를 그리라는 것이었다. 단, 절대 그녀를 보아서는 안되고, 다만 그녀에게 외모 외의 질문을 던지며, 그녀를 상상해서 그리되 꼭 그녀와 닮게 그려야 한다는 황상한 제안이었다. 실물과 다른 초상화들, 의뢰인의 입맛에 맞게 각색하듯, 새로이 창조된 초상화를 그려주던 피암보는 예술적 한계에 부딪힌 평범한 날들에 좌절하다가, 묘한 제안을 받고 망설이던 끝에 수락하게 되었다.

 

도무지 감이 오지 않는 그녀.

병풍 뒤에 숨어서 그가 묻는 질문에 대답하는 그녀의 이야기는 어릴적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그녀의 일생.

 점성술사라고도 할 수 있는 그녀 아버지의 직업은 눈의 결정을 보고 미래를 예언하는 직업이었다. 그리고 절대로 사실이라고 믿기 힘든 그런 일들이 그녀 주위에 일어났고, 그녀 또한 쌍둥이 눈 결정체의 힘으로 무녀가 되었다는 이야기까지 듣게 되었다. 병풍 뒤에서 다른 사람의 질문에 미래를 보며 점을 칠 수 있는 능력을 얻어 엄청난 부를 쌓게 되었다는 것이다.

 

들으면 들을수록 묘연하기만 한 그녀.

이야기만으로 인물을 형상화한다는게 가능한 일일까?

나 또한 그런 엄청난 액수의 제안을 받으면 어떤 생각이 들까? 소설이기에 위험한 일이 기다리고 있는게 아닐까 싶으면서도 이런 악마의 유혹같은 제안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없을 거라는.. 게다가 뛰어난 실력을 가진 화가라면 본인의 한계와 능력을 시험해보고자 하는 또다른 욕구로 그 제안을 거절하기 힘들었겠다란 생각마저 들었다.

 

그제야 나는 내 성적 욕구가, 다시 말해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터무니 없는 기대가 샤르부크 부인의 본연의 모습을 그리지 못하게 가로막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진짜 샤르부크 부인이 아니라 내가 꿈꾸는 환상의 여인을, 그녀가 아니라 나 자신을 그리게 될 터였다.

"명심해라. 피암보, 초상화란 어느 정도 그리는 사람의 자화상이란다. 모든 자화상이 초상화인것처럼 말이다."112p

 

병풍 뒤의 자신의 모습을 그리라는 샤르부크 부인의 황당한 제안에 미친듯이 고민하던 피암보는 그가 상상한 숱한 여인들이 모두 그가 생각한 최고의 미인들이었음을 깨닫는다. 아마도 그런 황당한 제안을 자신있게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녀의 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졌던게 아닐까도 싶었고.. 남성들의 미녀에 대한 일반적인 환상을 지워버릴 수가 없다는 한계에 부딪혔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녀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으며 어떻게든 실마리를 마련하기 위해 그녀의 과거에 관련된 사람들을 수소문해보기도 하지만, 그녀가 말한 황당한 이야기들이 진실임을 입증해준 그런 이야기들일뿐. 어릴 적 그녀 모습을 그저 병풍뒤의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야길 듣기도 하였다. 게다가 병풍 뒤에만 있을 줄 알았던 그녀는 심지어 피암보의 뒷조사까지 직접 다니기까지 했다. 내가 스쳐지나가는 여인 중에서도 내가 간과했던 사람들 가운데서도 샤르부크 부인이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를 심하게 옥죄어 오는 작품에 대한 갈망.

 

나는 여자로서 엄청난 힘을 얻었어요. 외모는 비밀에 싸여있지만 남성들이 원하는 힘, 즉 그들의 운명과 미래에 관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죠. 나는 내 외적 형상과 내적 자아가 서로 동등하게, 하나로 받아들여질때까지 세상에 나가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난 기다리고 있는 거예요. 393p

 

병풍 뒤의 삶에 대해 그렇게 말을 한 샤르부크 부인.

피암보는 그녀의 꼭두각시가 된 느낌을 지울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과감히 그녀의 작품을 포기하겠다는 말도 나오지 않는다.

 

피암보는 과연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화를 완성시킬 수 있을까? 보지도 않고 그녀를 그려낸다는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 나름대로 많은 구상 끝에 그림을 그려나가려고 하는 찰나마다 수시로 나타나 그를 괴롭히는 샤르부크. 바로 그녀의 남편까지도 그녀 이야기 속에서는 죽은 사람이었다.

 

눈의 결정이 예언하는 미래의 일과 똥 속에서 얻어진 결과물이 예언한 것이 일치하는 무서운 점지력이 보이기도 하고,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죽어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 도시가 점점 공포에 쌓이기도 한다.

처음엔 거액의 돈에 대한 집착으로 시작되었던 일이 갈수록 그를 힘들게도 만들었다가 결국엔 완성시키겠단 강한 의지로 귀결되게 만드는데..

 

기묘하고 두렵지만, 마냥 무섭지만은 않으면서도 충분히 재미있었던..

멋드러진 소설 샤르부크 부인의 초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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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링 calling - 빅마마 이지영 터키 소나타
이지영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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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노래 잘 부르는 가수가 드문 요즘 (컥!) , 빅마마는 내가 무척 좋아하는 노래 잘하는 가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빅마마의 이지영님이 터키 여행을 다녀온 후에 쓴 에세이
 
좋아하는 가수의 여행 에세이이자, 가고 싶었던 나라인 터키에 대한 이야기인지라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다. 사실 아직 못 가본 곳이라 그런지 많은 이야기가 실려있었으면 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내 예상과는 달리 그저 그녀의 감성을 살짝 표현해내는 마치 시 같은 그런 함축적인 표현들과 그리고 그녀가 여행지의 감흥에서 또 글을 쓰며 떠올린 노래들. 정말 그녀의 표현대로 그녀가 추천해준대로 노래를 옆에 틀어놓고, 같이 여유있게 읽어보면 더 좋을 그런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살아가는 직장인처럼 쉼없이 달려가다가 공원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면 정말 가슴이 갑자기 뻥 뚫리는 심정이 되지 않는가? 활자가 빼곡히 적힌 그런 책들만 읽다가 사진이 더 많은 이 책을 읽으며 처음엔 좀 당황했다가 나중엔 여유를 찾게 되었다.
 
그래, 좀 쉬어가자.
 
이제 발을 뗀 격이지만, 부르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으니 내일이 설렌다. 44p
 
역마살이 있다는 그녀, 이집트도 다녀오고 유럽도 다녀왔댄다. 그녀가 적어내린 이 말. 정말 가슴에 와닿았다. 부르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이 없으니 내일이 설렌다는 그말. 나또한 다녀본 곳이 별로 없으니 앞으로 언젠가는 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설렘에 하루하루가 더 즐거운지도..
 
 터키 사람들은
눈을 마주치고 말을 걸어 인사를 나누면, 십중팔구 차를 권한다.
그리고 차를 다 마실 때까지 여행자의 곁에서 말동물르 해준다.
차만 내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시간까지 내준다.
차와 함께 여유와 마음을 따라준다. 75p
 
몇년전부터인가? 터키의 한국전 참전과 더불어 많은 끈끈한 감정들이 인터넷을 통해 전해지면서, 터키라는 나라에 대해 더욱 큰 환상을 갖게 되었다. 동서양의 문화가 합쳐져 문화유산으로도 볼거리가 충분하지만 자연적 요소로도 볼거리가 충분하다는.. 그래서 유럽을 다녀온 사람들이 그 다음으로 터키를 많이 선택하고..또 다녀온 많은 이들이 모두 마음에 들었다 강추해서 더욱 가고 싶어진 나라 터키.
게다가 터키 사람들이 한국인에 우호적이라고 하니 더욱 애정이 갔다.
 
이지영님은 터키 사람들이 차를 권하고 시간과 마음까지 내어준다고 하였다.
앞으로 내가 간다면 패키지로 갈 확률이 높으니 자유여행에서 만날 그 행복을 누리긴 힘들겠지만.. 어쩐지 가슴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사람 못지않게 따뜻한 사람들이구나.하면서 말이다.
 
거리의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고
사람이 먹고 남은 빵을 접시에 높이 쌓아 공원 벤치에 놔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말 못하는 동물도 감정은 느낀다.
그래서인지 거리의 동물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덕분에 공원에서 쉬어 가는 여행자의 눈과 마음이 즐겁다. 93p
 
그저 평범하게만 살아와서 그런지 스타는 더욱 멀게만 느껴진다. 요즘 그런 스타들이 내어놓은 많은 여행 에세이들을 읽으며, 마치 그들이 내 주위 사람인양 친근감을 갖게 되는데, 이 느낌이 그리 싫지는 않다. 그냥 거리에서 만나도 낯이 익어 어쩐지 아는 사람 같이 혼자서 반가운데, 그런 느낌에 플러스하는 것 같달까?
어쨌거나 그 에세이를 읽으면서도 어쩐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을 것 같은 지영님의 마음이 조금씩.아주 조금씩 보인 것 같아 그냥 그게 반가웠다.
 
 

 
오히려 제가 잠시 방황하는 시간에 썼다는 것이
당신 앞에 솔직한 고백입니다.
 
누구나 같은 크기의 마음의 공간이 주어집니다.
오늘 그 안에 무엇을 챙겨넣으셨나요.
어떤 생각으로 마음을 가득 채우셨나요.
 
당신과 내 마음의 공간이 여유롭길
그리하여 참 아름다운 것을 만났을때
망설임없이 마음에 담아 취할 수 있길 기대합니다.
 
241p

 
 그녀가 솔로음반 준비중이라는 말이 프로필에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슬럼프와 방황기라는 말들이 들어간 것일까? 사람에게 상처받고, 힘들어하다라는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어쩐지 가서 위로해주고 싶은 오지랖이 생긴다. 따로 배워 본 적은 없지만, 그래서 자유로이 그리는게 더 행복하고 나중에는 스케치북이 아닌 정말 걸작을 그려보고 싶다는 그녀. 아티스트로서의 지금의 삶이 정말 위안이 된다는 그녀.
 
이지영님이 추천해주는 음반들을 찾아 다시 이 책을 읽어보면 더욱 감흥이 클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음악가답게 그녀의 책 역시 차례를 다시 들여다보니, 음반 순서처럼 정열이 되어 있었다.
그래, 언제 음악과 함께 이 책을 다시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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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소통법 - 신화의 나라, 이집트에서 터득한 대화의 기술 51가지
이정숙 지음, 조창연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국내 최고의 대화 전문가 이정숙님이 아들 내외와 함께 이집트 여행을 다녀 온 후에 내놓은 그녀만의 참신한 여행기이다. 이집트라는 접하기 어려운 여행지의 에세이라는 데서도 매료가 되었지만,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이 책은 평범한 여행 에세이만도 아닌, 대화의 기술을 다루고 있는 이야기인것이다. 저자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현지 사람 혹은 같은 관광객들을 통해 얻어진 생각을 기반으로 해서, 대화의 기술 51가지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평소에 아무리 말이 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낯선 사람과의 대화, 혹은 비즈니스 자리에서의 대화 등에 능숙하다고 자신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만해도 친한 가족, 친구들과의 대화에는 자신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앞에서 하는 연설이나 혹은 낯선 사람과 처음 만나 하는 대화에는 무척 서툰 편이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할때 그런 대화 능력이 얼마나 중시되는지 처절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대화의 기술에 대한 책을 읽어보고픈 생각들이 있었지만, 그런 대화들이 실상 좀 딱딱하게 씌여져 있어서 읽을때 머릿속에 쏙쏙 남는다는 인상이 남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미난 책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우선 딱딱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스트레스가 먼저 자리했던 것 같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흥미를 갖는 여행 에세이에 기반을 둔 책이라 두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자신의 주효 분야를 이렇게 재미난 여행 에세이에 풀어내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독창적으로 느껴졌다.
 

 
화자 입장에서 상대방의 마음 열기부터 언어 해석 일치까지 화자가 책임진다는 마인드부터 세팅해야 한다. 이 장에서는 소통에 필요한 마인드 세팅방법을 소개할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부담없이 소통 마인드 세팅 방법을 깨닫기를 희망한다.
 

 
그 방법 중에는 이미 알고 있으나 실천하지 않고 있는 방법에서부터 다시 새겨 들을 만한 것들, 혹은 몰랐던 것을 새로이 알게되는 것들 등 다양한 방법들이 기술되어 있었다. 그녀 말대로 여행 에세이와 맛있게 버무려져 지루함 없이 읽을 수 있는게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란 사실 인도 숫자이기 때문에 정작 이집트에서는 아라비아 숫자가 아닌 처음 보는 숫자를 쓰고 있었다 한다. 그래서, 이집트 언어를 몰라도 하다못해 숫자라도 읽을줄 알면 기차 자리도 찾고, 정거장에서 필요한 간단한 업무를 할 수 있는데, 숫자를 읽을 줄도 모르고, 말과 글이 통하지 않으니 절대적인 문맹의 상태에 놓였다 하였다.
 
알렉산드리아에서 경험한 절대 문맹의 순간에 얻은 것이 많았어. 말과 글의 소중함, 그것을 갈고 닦아야한다는 자각까지도. 결핍의 경험은 귀한 줄 모르고 지나치던 귀한 것의 가치를 깨닫게 해줘. 말과 글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를 가지면 더 깊은 생각과 사려 깊게 말할 수 있는 태도를 갖게 해주지. 031p
 
게다가 인터넷, 그중에서도 블로그, 그리고 휴대폰까지는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었으나 최근에 나온 트위터, u-tube, ucc, 페이스북 등에 대해서는 뭔지도 모르겠고, 자꾸 외면하고 사용하지 않아온 내게 일침을 가하는 내용도 있었다.
 
전화와 인터넷이 세상에 나온 다음 그것을 먼저 사용한 사람들은 남들보다 먼저 자신의 존재를 널리 전파하고 자기 아이디어대로 세상을 이끌 힘을 만들 수 있었어. 반면에 이 도구를 사용하길 꺼리던 사람들은 대부분 뒤쳐졌지. 당신이 정말로 성공하고 싶다면 새로운 소통 수단을 남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할걸? 053p
 
게다가 깎아내림이 미덕이라 생각해온 나에게 자극을 준 말도 있었다. 사실 나도 기존에 느껴는 왔으나 대범하게 실행하지 못했던 것들. 말이란 듣는 순간 내용대로 형상화되는 것이야. 내가 나를 비하해서 묘사하면 나를 유능하게 평가할 수 있는 사람도 무능한 나의 이미지가 형성화되어 나를 무능하게 평가하게 되는 것이지. 겸손한 태도를 버리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을 불필요하게 낯춰 묘사하지 말라는 말이야. 065p
정말 말은 그 즉시 형상화되는 듯 하였다. 실제로 직장생활을 하거나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나를 지극히 하수로 낮춘다고 해서 겸손한 사람일세 하는 평가를 받았던 것보다는 그저 만만한 사람, 부리기 쉬운 사람 등으로 오인받기 쉬웠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그녀가 이집트 여행지에서 만난 상인들을 통해 철저한 식민지 패자의식이 뿌리박힌 아픔에 대해서도 전해들을 수 있었다. 혹은 영국인, 프랑스인, 이탈리아인 등으로 국민의식이 구분되는 관광객들의 전형적인 관람 형태도 인상적이었다. 아직은 유럽 사람들과 흔히 접할 일이 없었던 터라, 그들이 어떻게 관람하는지 잘 몰랐지만, 근처일본이나 홍콩, 동남아 등지에 여행갔을때 만난 일본, 중국인들의 관광 형태도 국민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던 걸 생각하면 그녀가 하는 말에 백배 공감이 되었다.
 
저자는 타인과 나의 차이를 인정하고, 대화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역시 다른 민족을 만났을때도 그 차이를 인정해야 그들과의 대화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한 여행기에서 벗어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또 기본적인 이집트 전설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던 재미난 책. 여행 소통법으로 나는 두마리 토끼를 잡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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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개가 달라졌어요 - 하룻강아지를 명견으로 바꾸는 눈높이 트레이닝!
후지이 사토시 지음, 오경화 옮김 / 이미지앤노블(코리아하우스콘텐츠)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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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신랑을 닮아 아직 아기인 우리 아들도 무척이나 강아지를 좋아한다. 할줄 아는 몇 안되는 단어 중에 멍멍이가 있는 걸 봐도 그렇고, 무서워 보이는 개를 보고서도 흥미를 잃지 않기 때문이다. 시댁에서도 9년된 진돗개 진우를 기르고 계시는데, 진우가 워낙 낯가람이 심한 개라 시부모님, 신랑까지만 가족으로 인정하고 나를 보면 잡아먹을 듯 덤벼들어서 사실 진우를 길들일거라 예상하며 이 책을 읽기는 힘들었다.

 

다만, 예전에 주택 살때 친정에서 길렀던 귀여웠던 강아지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었더라면 우리 강아지들에게 이렇게 저렇게 제대로 적용해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책에도 나왔듯이 애완견에 대해 가족들의 일관적인 대응과 관심이 중요하다고 한다. 보통은 직장 나갔다 돌아오는 아버지는 무조건 예뻐만 하고, 엄마는 주로 혼을 내고, 아이들은 무관심하다 보면 개는 그 각각 다른 틈바구니 속에서 혼란을 겪게 된다고 한다. 사실 나도 예전 친정에 있던 강아지들에게 특별하게 대해주지는 못하고 그저 가끔 예뻐하기만 했을뿐 지속적인 애정과 관심을 보이지는 못했다. 물론 이 책에서 말하는 일관성이란 지속적인 애정만 말하는 것이 아니라 훈육 방법조차 일관적으로 대처해야 강아지가 혼란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강아지 눈높이 트레이닝에 대한 이 책을 읽고 나니 강아지에 대해 내가 모르고 있는게 참 많았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조용하게 트레이닝을 하는 것의 의미는 개로 하여금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을 찬찬히 생각하게 하는 데에 있습니다. 사람이 공부할때 tv나 라디오가 시끄러우면 모처럼 공부한 것이 제대로 습득이 되지 않듯이 개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르쳐준 동작, 행동을 개가 열심히 이해하려 하고 있는데 주인이 깽깽거리며 짖는것처럼 지시를 여러번 내리거나 화려한 액션으로 칭찬한다면 학습을 저해하게 됩니다. 개를 집중시키기 위해서라도 트레이닝은 더욱 조용하게 차분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3p

 

그리고, 개를 꾸짖을 때 어떻게 꾸짖는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예상답안을 내놓기도 했다.

1.눈과 눈을 마주보며 위협한다

2. 큰소리로 성을 낸다.

3. 때리는 등 체벌로 꾸짖는다.

 

이 중에 어떤 정답을 선택할 수 있을까? 강아지를 꾸짖어 본적은 없지만, 분명 애완견으로 키우다보면 꾸짖을 날이 올 것이다. (지금처럼 강아지를 좋아하는 신랑과 아들을 생각하다보면 나중 언젠가는 강아지를 직접 키우게 될 것이기에) ..놀랍게도 이 중에는 어떤 것도 정답이 아니었다. 정답은..꾸짖지 않는다.

 

마치 칭찬으로 아기를 키우라는 육아서의 대답같은 답변이었다.

특히나 눈과 눈을 마주보며 위협하는 것은 개에게 있어 싸움에 임하는 대결 사인이라고 하니 몰랐던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 실제로 어떤 가정에서 개에게 하수로 여겨지던 (본인은 몰랐지만) 아버지가 개를 꾸짖다가 눈을 마주보며 꾸짖자, 개가 달려들어 아버지를 여러번이나 물어뜯어 응급실로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하니 정말 위험천만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 꾸짖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새로 시작하기와 천벌(사실 이 천벌이 너무 재미나고 특이했다.) 이 있다 한다. 천벌이란 주인이 혼을 내지 않는 것처럼 스리슬쩍 강아지에게 보이지 않는 손으로 천벌을 가장해 개를 어리둥절하게 만들면 성공이라는 것. 이거라면 주인에 대한 불신감도 공포심도 싹트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몰랐던 부분이 너무 많아 새로워서 더욱 꼼꼼히 읽어볼 필요성을 느꼈던 책인데..

개에게 집안 전체에서 놀게 하는 것보다 외출을 나갈때에도 개는 개집에서 쉬게 하고, 평소에도 대부분의 생활을 좁은 밀폐된 공간인 개집에서 지내게 한다는 것도 정작은 개를 위한 것이라고 해서 놀라웠다.

개는 늑대때부터의 습성이 남아있어서 좁은 굴에서 안락하게 지낼 수 있는 본성이 있어서 오히려 넓은 방안이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생각과 개의 습성이 충분히 다른 면이 많았기에 우리의 생각으로만 너무 치중해서 개의 행복을 저해할 일이 없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냐오냐 하고 받아주는 것보다도 오히려 개와 사람간의 어느 정도의 규율을 지켜 그 안에서 서로 행복해야 만이 오래도록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길이라는 것도 새삼 다시 깨달은 것이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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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의 시대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이원경 옮김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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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본 느낌이었다. 이름이 어쩐지 낯익었던 유명한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 그는 쥬라기 공원의 작가이자,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쓰고, 대부분의 베스트셀러가 영화화된 유명한 작가였다. 이 작품은 마이클 크라이튼의 유고작품으로, 사후 그의 컴퓨터를 정리하던 과정에서 발견된 작품이자, 그의 첫 모험 소설, 그것도 시도하기 힘들다는 해양 모험소설이라 더욱 주목을 받은 작품이었다. 한편의 작품이 이토록 흥미진진하게 읽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워하며, 정말 박진감 넘치는 영화 한편을 보았구나 하고 느끼는 순간,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하기로 했다는 근사한 소식까지 접하게 되니 더욱 기대감을 감출 수 없게되었다.
 

소설 속 생생한 묘사들은 정말 예전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나왔던 잔인한 전투씬을 연상케 하였다. 폭탄에 잘려나갔던 군인의 다리가 영상으로 잡혀 충격을 먹었던 영화, 이 영화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한 충격을 줄 것같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카살라의 잔인한 살인 취미를 듣는것만으로도 오싹한 기분이 들었는데, 실제로 헌터가 보물선을 끌고가는 과정에서 겪는 각종 모험 등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겪는 고난은 스크린에 펼쳐진다면 19금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들이 몇 등장했으니 말이다.

 

1665년 영국령인 자메이카 총독 제임스 앨먼트 경의 아침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소설에서는 해적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감춰지고, 사략선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등장을 한다.

사략선이란 승무원은 민간인이지만 교전국 정부로부터 적군을 공격하고 나포할 권리를 인정받은 무장 민간 선박을 말한다. 사실상 포트 로열의 주 경제 수입원이 사략선의 포획물이다보니 국가와 사략선 선장들간의 암묵적 거래는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 있었다.

 

신사의 나라 영국이 그다지 신사답지 않음은 알고 있었지만, 또다른 식민통치국인 스페인의 배들을 공격하여 얻은 포획물을 공공연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이라고해야하나. 스페인의 보물선들을 보호하도록 만들어진 천혜의 요새 마탄세로스. 그 곳에서 카살라에게 살아남아 돌아온 이가 거의 없을 정도로 적군들에게는 최악의 명성이 붙어 있는 곳이었음에도 보물선들이 주는 매력은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였다. 그리고, 그 보물선을 찾기위해 영국인 선장 헌터는 제임스 앨먼트 경과 손을 잡고 몇 안되는 선원들과 함께 당당히 나선 것이다. 이토록 생생하게 전달해준 작가님께 다시금 감사드려야 할 정도로 정말 눈에 보이는 듯 헌터의 활약이 진행되었다.

 

절대로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잔인한 스페인의 카살라만이 최종 목표라 생각했는데, 헌터의 활약은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중반쯤에 벌써 카살라를 만나게 되어 어떻게 진행이 될지 궁금했는데, 결말로 갈수록 이야기의 흐름이 느슨해지기는 커녕 더욱 탄탄히 조여지는 바람에 끝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다. 영화로 만들어져도 막판 힘이 보장되는 것은 바로 이 탄탄한 원작의 힘에 의해서리라.

 

많은 영화를 보면서도 막상 결말이 허전하게 풀어져버리는 바람에 아쉬웠던 작품들이 많았는데, 이 작품만큼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과감히 탐냈을 정도로 재미난 작품이 될거라 확신까지 들었다. 그만큼 재미나게 읽었던 모험 소설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은 영문학, 인류학, 의학을 전공했던 (그것도 하버드대에서) 저자가 전공과 전혀 무관한 고전 선박의 배치나 구성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자랑해서 정말 그가 선원생활을 해본적 없이 어떻게 이토록 생생한 묘사와 전투씬을 그려낼 수 있었나 하는 점이었다.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는것으로는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구체적인 묘사라 느껴졌기에 나또한 해양 정보에 둔감한 사람이기는 해도 생생한 느낌을 받으며 바다 위 모험에 동참할 수가 있었다.

 

진정한 바다 사나이들의 시대. 모험과 음모, 반역과 배신 등이 난무하나 그래도 헌터는 당당히 맞설 수 있었다. 저자가 살아있었다면, 그 후속편마저 기대되었을 이 멋진 소설이 한편으로 마무리되었음에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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