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샤와 코기
타샤 튜더 지음, 김용지 옮김 / 아인스하우스 / 2010년 9월
품절


타샤 튜더 할머니의 책은 "타샤 튜더의 열두달"이라는 그림책을 통해 처음 만나게 되었다. 어릴적에 많이 접한 피터 래빗의 따뜻하고 귀여운 느낌이 나는 그런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셨고, 아이들과 동물들을 사랑하고, 시골 생활을 즐겼다는 할머니의 마음이 담긴 그런 책이라 짧지만 깊은 여운을 주는 책이었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이 나만 몰랐지, 타샤 튜더 할머니가 무척 유명한 분이라는 사실까지도..



그림책으로도 유명하지만 예쁜 그림을 많이 그리고 목가적 생활을 많이 하셔서인지 십자수, 퀼트 등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욱 유명한 분이셨던 것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분이시지만, 이 분에 대해 더욱 많은 것을 알았으면 하고 바래게 되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책 타샤와 코기.



척 보아도 귀여운 강아지 두 마리가 눈에 띄는 표지.

그래서 난 코기가 강아지 이름인줄만 알았다. 영국 왕실에서도 키운다는 영국의 강아지 종류중 하나라는 것은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끝 부분에 타샤의 아들이 쓴 이야기를 읽어보니, 그 이전에도 많은 강아지를 길러본 타샤 할머니셨지만, 코기와 만나고 난 후에는 반평생을 코기와 함께 할 정도로 (책에는 그녀가 키운 코기의 족보까지 하나하나 소중히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남다른 애정이 느껴졌다.) 코기에게 푹 빠졌다 했다.


피터 래빗의 작가를 동경한 나머지 영국을 방문하고자 했던 할머니의 바램이 이루어져 일년쯤 영국에 가게 되었을때 둘째 아들이 먼저 반한 스승의 애완견 코기를 통해, 할머니 가족에게도 영국에서부터 코기 한마리가 입양되는 첫 만남이 이뤄지게 되었다 한다. 이름을 브라운이라 붙여서 애칭이 미스터 b가 되어버린 첫 코기.




할머니는 코기들의 특성, 생김새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고, 기록하고 사진과 그림으로 남겼다.

그리고 귀여운 강아지들을 바라보는 할머니와 가족들의 따뜻한 시선은 우리에게도 정말 남다른 여운을 가져다주는 듯 했다. 강아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 자녀들이 모두 자라고 나자 코기가 진정으로 할머니의 자식이 되어 할머니 곁을 지키게 되었다는 것까지.. 스케치하고, 물감으로 그리고.. 모두 비슷한 강아지 그림 같은데 할머니는 언제 누구를 그린 것인지까지 기록을 해놓아 강아지들의 특징을 살려놓았던 것이다.




삼색의 털빛을 가진 코기 같은 경우(메건이 낳은 프레디)는 마스코트 인형으로 창조되어 또다른 새로운 생명을 갖게 되기도 하였고, 잠깐 키웠다 입양을 보낸 새끼들 마저도 모두 이름을 붙이고, 집에서 직접 키운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햄버거로 케익을 만들어준 후 생일파티까지 해주는 등 정말 이것이 사랑이다 싶은 그런 표본을 보여주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카메라에 담긴 강아지 모습들도 정말 사랑이 가득하다. 특히나 할머니가 마지막까지 같이 한 메기의 경우에는 카메라렌즈를 바라보는 그 갸우뚱한 시선마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모른다. 할머니의 눈길을 느끼기에 강아지도 그런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게 아니었을까?



배를 내놓고 누워서 잠은 오웬의 사진은 인터넷에서도 가끔 봤던 귀여운 다른 강아지들의 잠자는 모습과 겹치기도 했지만, 언제 다시 봐도 너무나 사랑스러운 그런 모습이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귀여운 아기보고서 강아지 우리 강아지 하는 이야기를 새삼 실감하듯, 사랑스러운 강아지들을 보고 있자니 정말 너무 예쁜 우리 아기가 생각날 정도였다.


코기에 대한 사랑으로 숱한 그림을 그린 끝에 코기빌 마을 축제라는 대 베스트셀러를 내게 되기도 하였던 할머니, 코기들의 귀여운 상상 속 마을에서 그들은 서서 축제에 참가하고, 다른 동물들과 귀여운 교감도 나누고 그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에도 그 유명한 책의 맛보기가 들어 있어서 우리 아기에게도 꼭 그 책을 사서 보여줘야겠단 각오를 하게 만들었다.



워낙 강아지를 사랑하는 아가인지라, 이 책을 보고 멍멍이를 외치며 반겨했던 아들.

흰머리 쪽진 할머니를 가리키며, 할머니와 강아지 하며 이야기를 해주니, 우리 할머니는 흰머리도 없고, 주름도 없는 분이라며, 자신의 진짜 할머니를 가리키는 아가. (흰머리 할머니라면 나의 외할머니인 왕할머니밖에 못 봐서, 왕할머니 뵌 적도 아주 가끔인지라 많이 낯설어한다.)



강아지 그림책만 보는 것과는 또다른 재미를 선사해주는 책이었다. 엄마도 아가도 사랑스러운 강아지를 가득 만날 수 있었던 책. 타샤 할머니가 소개해주는 멋진 강아지와의 만남이 더욱 즐거운 독서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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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100배 즐기기 - 2011~2012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박진주.임서연.허보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9월
절판


2006년 12월. 쌍춘년의 마지막달에 (음력으로는 아니지만, 양력으로는..)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가자니 정말 많은 신혼부부들이 몰려서 신혼여행 예약하기도 정말 하늘의 별따기였던 기억이 난다.당시 유행처럼 번져 나가던게 몰디브 여행 아니면 풀빌라 여행이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나도 몰디브? 하고 생각을 했다가 다녀온 이들이 왕복 비행기 시간이 너무 걸린다는 말에 조금이라도 더 쉬고, 더 놀아보고 싶은 마음에 다른곳으로 행선지를 바꾸어 고민했다. 그러다가 발리 풀빌라로 고민이 낙찰되었다.




해외여행을 한번도 안가봤고, 무엇보다 너무나 바빴던 신랑이 내게 일임을 한 까닭에..신랑만큼 바빴지만, 신혼여행을 허투로 결정해서, 웨딩 플래너에게 맡기거나 아무데나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터라 (웨딩드레스에 대한 환상은 없었으되 허니문에 대한 환상은 지대하였다.) 욕조에서 바다가 보인다거나 (리츠칼튼 클리프), 아침에 일어나 바로 침대에서 바다가 보이는 (후아힌의 에바손 풀빌라?) 환상적인 허니문을 꿈꿨다. 결국 잠잘 시간을 쪼개가며 검색에 검색을 거듭하여 리츠칼튼 클리프 풀빌라로 낙첨을 봤다.



내 딴엔 조금이라도 더 둘러보고 여행을 좀더 하다오고픈 마음에 홍콩까지 경유해서 5박 6일 일정으로 예약을해서 다녀왔는데 여행을 다녀오고 나니 홍콩은 따로 자유여행 가는게 낫고, 직항으로 발리로 가서, 발리 숙소에서 더 묵다가 오는게 더 나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처음 간 풀빌라이자 발리였는데, 역시 허니무너들이 많이 오는 곳이라 그런지 우리 마음에 쏙 드는 그런 곳이었다. 다른 일정 하나도 않고 그저 넓다란 우리 숙소에서만 쉬고 싶은 그런 곳. 그래서 앞으로 5년후에 꼭 다시오자며 손가락까지 걸고 약속했었다.


그리고, 2010년. 햇수로만 하면 이제 결혼5년차에 접어든 우리 부부.

사실 다시 발리 신혼여행지로 가보고 싶은 마음이긴 하지만, 이제는 아기도 있고, 이름도 리츠칼튼에서 아야나로 바뀐 그 곳의 가격이 얼마나 비싼지..새삼 다시 깨닫게 되니 다시 가본다는게 쉬운 일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못가본곳이 천지인데 간데 또간다는것이 무슨 의미일까도 싶었고..일반 리조트도 호텔 수영장을 잘 이용하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마음도 들었고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놀라운 사실은 그때 아무 정보없이 인터넷으로만 검색했을때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잘 몰랐는데.. 발리 100배 즐기기를 통해 수많은 리조트와 풀빌라들을 접하게 되니 하나하나 매력적이고 너무나 아름다운 곳들 (정말 다 가보고 싶은, 가격만 생각않는다면..정말 매년 하나씩 둘러보고 싶은) 이 많음에 깜짝 놀랐다.



여행은 가서도 즐겁지만, 가기전 준비하는 과정도 그에 못지 않게 설레고 기쁜 과정이다.

그 즐거움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주는 것이 바로 발리 100배 즐기기였다. 다른 100배 즐기기 책들도 여러권 있었지만, 이 책에 더욱 빠져든 것은 허니문여행이나 가족 여행 모두를 만족시킬 아름다운 리조트, 풀빌라 정보가 한가득있어서 마치 고급 선물세트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랄까? 상상만해도 너무 행복해지는 그런 시간 말이다.



진작에 알았더라면 미스때도 친구들과 같이 이런 행복한 여행을 가끔씩 다니고 그랬을텐데..

이젠 허니무너가 아닌 아기가 있는 가족여행이다보니, 그저 아름답고 신비한 곳 말고도 다른 정보를 더 찾게 되었다는것이 달라졌다면 달라진 시선이다. 아기가 수영하기 좋은 얕은 풀이 있어야 할 것, 공항에서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좋고, (차나 비행기로 한참 더 들어가야한다면 아기에게는 더욱 힘든 시간이 될테니..동선이 짧은 곳이 좋다.) 아기와 함께 하니 가까운 시내 등이 있음 더 좋은 곳이 되겠다.




사실 책 앞부분에 소개된 가족여행지에 좋은 곳, 허니무너에게 인기있는 곳, 럭셔리 숙소로 손꼽히는 곳, 가격대비 만족도가 높은 곳등의 숙소들이 3위까지 실려 있어서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까유마니스 짐바란의 경우에는 까유마니스 중에 가장 나중에 신설되어 시설도 좋고 서비스도 정말 좋았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최근까지 아기 손님은 받지 않고 커플만 받았는데, 올해 4월부터는 모든 연령의 가족손님을 다 받는다는 사실. 풀빌라 내부도 다른 풀빌라의 두배 정도 크기에 프리 미니바, 무료 세탁 서비스, 24시간 버틀러 서비스 등 남다른 장점이 돋보이는 곳이었다.


또한 정말 가고 싶지만, 깊은 곳에 위치해 나중에 가봐야할것같아 아쉬웠던 명소로, 깎아지른 절벽처럼 튀어나온 곳에 수영장을 2층으로 지은 행인가든도 정말 놀라운 풀빌라였다. 바다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깊은 숲속에 정말 공중에 떠있는 수영장처럼 놀라운 건축물을 지어놔서 그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최고의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은 곳이었다.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아야나의 모습 또한 여전한 그 인기를 대변해주는 듯 했다. 3026호로 기억하는 우리 부부의 풀빌라. 다시 그곳에 가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다른 풀빌라나 아야나 리조트에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인생은 짧고, 가볼곳은 많으니 참~ 즐거운 고민이 된다.

근처의 포시즌 짐바란 풀빌라까지도 (우리 부부 말고 다른 커플은 포시즌에 묵어서, 그 커플과 같이 다니느라, 픽업 차량이 포시즌에 항상 주차하곤 했다.) 아기자기했던 아름다움을 여전히 과시하고 있었다.




그때먹었던 랍스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는 신랑의 말처럼, 짐바란의 씨푸드는 여전히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다시 여행가면 꼭 짐바란 씨푸드를 다시 먹으리라. 가이드와 같이 하는 패키지 여행도 있겠지만, 이번 코타키나발루처럼 자유여행을 가게 된다면 어떻게 가서 주문을 하면 좋을지, 몇 군데의 짐바란 씨푸드 레스토랑이 소개되어 있어서 100배즐기기를 믿고 가도 좋을 것 같았다.




보면 볼수록 설렘이 가득한 책.

아직도 못다한 신혼여행의 꿈이 남아있는 듯, 다시 나를 설레게 만드는 책.

발리 100배 즐기기는 내게 행복한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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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들은 올레로 갔다
고영탁 외 지음 / 낭만북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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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제주올레에 대한 책만 다섯권째 읽게 되었다. 사실 제주도 하면 마음부터 설레고, 기분부터 좋아지기도 하지만, 막상 올레길에는 발을 올려본적이 없어서 더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나보다.
올레길 이사장인 서명숙님부터 시작해서 많은 글쟁이, 사진쟁이 등 뛰어난 쟁이(비하하는 말이 아닌 진심으로 전문인이라는 뜻으로 붙인) 분들이 모여 제주 올레를 걸어보고, 또 그 감흥을 잊을 수 없어 책을 내게 되신게 아닌가 싶다. 사실 무엇보다도 멋진 풍광을 바라보며 몇시간씩 걷다보면, 혼자 걸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둘 셋이 걷다보면 대화가 이어지니, 재미난 이야기들이 많이 생겨나는 것이 바로 제주 올레 책이 많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인것 같다.
 
퇴사를 하고 치유의 여행으로 직장 선배가 좋아하던 올레길을 걸어본 고영탁님이 절친 셋을 더 영입해서 좋은 사람들과 멋진 제주올레를 소개하는 책을 만들기로 한 것이 그들의 올레프로젝트가 되었다. 혼자 걷는 길도 좋지만, 걷다 보니 친구들이 생각났고,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더 많이 소중한 것을 나누고픈 마음에 같이 걷는 길을 선택했다는 절친들.
 
나 또한 혼자서 어딜 가면 뭔가 어색함에 빠져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누군가를 찾아 대화라도 나누려 한다. 이런 쑥맥이니, 아마도 제주 올레를 혼자 걷는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리라. 절친,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그동안 일상에서 못 다 나눈 이야기를 나누며 올레길을 걷는 것이 내게 맞는 이상적인 올레여행이 되리라.
 
두명의 영화 프로듀서, 사진가, 음악 평론가가 만나 13코스의 올레를 완주하고, 전문 사진가가 담아낸 멋진 올레코스 사진이 담긴 코스 일주여행기부터 올레송 추천, 영화이야기, 그리고 가장 관심가는 맛집 이야기까지.... 별점까지 꼬박꼬박 챙겨가며 자세한 안내가 실린 올레 이야기를 읽으니, 그들이 올레로 가서 내가 이렇게 꼼꼼한 올레 리뷰를 읽을수 있어 고맙단 생각이 들었다.
 
당장 떠나고 싶어도 떠나기 힘든 아기엄마.
그래서 보통은 렌터카로 제주를 여행하며 해비치 호텔에서 묵곤 했는데, 그때마다 해비치 주변에는 맛집을 찾기힘들어서 (일반 제주 여행카페에서는 해비치에서 가까운 맛집 추천이 거의 없었다.) 멀리까지 차 타고 나가서 먹고 오는게 고역이었는데, 올레꾼이 된 그들이 추천해주는 맛집이 의외로 가까운 곳에 여러 곳 있어서 다음 여행에서는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올레 여행을 하며 딱딱하게 고생만 하는게 아니라 아카시아 향같은 달콤한 귤꽃 향기에 취하기도 하고, 3코스 통오름 아래에서는 자장면을 시켜 먹을 수 있는 운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중국집 전화번호를 안알아갔던 터에 고생했던 그들이 친절하게도 상호명과 전화번호까지 책에 실어주었다. 한시간 올레를 힘겹게 걷고, 자연에서 맛보는 배달 자장면의 맛이라니.. 집에서 밥 다 먹고 책을 읽는 지금 이순간에도 갑자기 그 상황을 상상하며 군침이 돌기 시작했다.
 
음악 평론가 고영탁님이 추천해준 올레에 어울리는 노래들로 김동률의 출발서부터, 성기완의 마흔이끼,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때, 앵콜요청금지의 브로콜리너마저, 루시드폴의 알고 있어요 등등..사실 노래 가사와 제목을 연결을 못 시키는 음악에 관한한 유난히 저질 기억력을 소유한 내 탓도 있지만, 생소한 노래 제목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가 추천해주는 노래들의 설명을 읽어보니 어쩐지 발라드를 좋아하는 내 감성코드와도 딱 맞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책 속에서 그 선율이 음악이 되어 흐르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제주 올레에 가서 정말 이 음악들을 모아모아 들으면서 걸으면 더욱 행복하리라.
 
많은 이들이 제주 올레에 발을 디디고, 음악을 떠올리고 글을 쓰게 되는 것은 공통된 귀결인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같은 평범한 독자들은 골라주는 멋진 곡들과 미리 보는 풍경들에 미리 감탄할 수 있다는 감사함..
 
읽으면 읽을수록 빠져드는 제주 올레에 대한 이야기. 절친들이 같이 있어 더 행복했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그들은 올레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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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 1 안데르센 동화집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빌헬름 페데르센 외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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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안데르센의 일생에 대한 짧은 그림책을 읽은 적이 있었다. 그의 재미있는 동화책들만 읽고 알아왔던 나로써는 안데르센의 일생이 사실은 미운 오리새끼의 그것만큼이나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시간이었다. 단지, 그의 일생만이 언급된 그림책이라 잠깐 잠깐 소개되는 그가 쓴 동화 제목들을 보면서, 다시 안데르센 동화를 읽게 되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일이었다.

 

어려서 안데르센 동화 몇편씩을 읽지 않고 자란 어린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된 너무나 유명한 인어공주서부터, 엄지아가씨, 들판의 공주(열한마리 백조와 공주이야기), 완두콩 위에서 잔 공주 등 그가 이야기해주는 재미있는 동화들은 정말 무궁무진했다. 그토록 재미나게 읽은 책이건만 어른이 되고 나니 집에 남아있는 그림책이 따로 없었다. 엄마 아빠가 읽고 자란 그림책을 보관하고 있다가 아기에게도 물려주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집처럼 우리집에서도 어릴적 내 동화책을 따로 보관하지는 않았기에..

 

어른이 다시 되어 만난 안데르센 동화책은 완역본이라 하였다.

그래서 더욱 기대되는 책.

게다가 몇편은 어렸을적에도 미처 못 읽어봤던 글들이라 새로운 재미가 있었다. 이미 읽어본 동화들도 다시 읽으니 여전히 재미있었고 말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읽을 수 있게 글씨도 적당히 큼직하고, 내용은 여전히 재미가 있다. 동화란 이런 것이다를 새삼 다시 느끼게 해줄 정도로.. 언제든 동심으로 돌려줄 그런 동화랄까?

사실은 몇 동화같은 경우에는 아이들이 읽기에 이런 내용이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충격적인 것도 있었다.

 

어른인 지금 읽기엔 재미있지만, "길동무"의 경우에 착한 요하네스가 아버지의 죽음 이후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여행을 떠났다가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는데, 그 결과에서는 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실상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동화들이 이처럼 완역본에서는 성인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내용들이 있다고 했는데 그래서 그런걸까? 어렸을 적에는 공주의 부모를 죽였다던가 하는 내용은 없고 그저 두루뭉술하게 행복한 결말로만 넘어갔던 것같은데 말이다.

 

안데르센 본인은 어려운 집안 환경과 정신병을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덕분에 혼자 놀고 공상해야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정규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으면서도 그의 누구보다도 뛰어난 상상력으로 아무나 만들지 못했을 뛰어난 어린이 명작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동화들은 지금도 고전 중의 고전이 되어 우리와 우리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니 그를 진정한 동화의 임금이라 할만하지 않을까?

 

아이가 있다는 이유로 아이와 함께 많은 동화들을 읽어왔지만, 역시 안데르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정말 즐거운 동화 속 환상 세계로 빠져들었으니, 안데르센에게 다시 고마움을 느끼게 되었다.

2권도 있다고 하니 꼭 읽어보고 싶다. 2권에도 내가 못 읽어본 동화들이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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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닥꼬닥 걸어가는 이 길처럼 - 길 내는 여자 서명숙의 올레 스피릿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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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제주 할망들은 서둘러 달려오다가 넘어지는 손주들에게 말하곤 했다.

"재기재기 와리지 말앙 꼬닥꼬닥 걸으라게(빨리빨리 서둘지 말고 천천히 걸어라.)'

-들어가며



제주를 여행한지 여러번, 여러해가 되어가지만 올레길에 발을 올려본적은 아직 한 번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최근의 나의 여행은 임신했을때의 태교 여행, 그리고 아기가 6개월, 16개월 정도 되었을때의 여행이었던지라 되도록 쉬는 여행을 하자는 취지로 렌터카를 빌려 그저 숙소에서 쉬고 해안도로를 드라이브하고 오는 여행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몇해동안 제주도를 오가면서 올레길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실제로도 제주도에 가서도 올레에 대한 플랭카드가 나부끼는 것을 보기도 하였다.


가장 올레에 대해 많이 접하고, 변화를 느낀 것은 바로 책을 통해서였다. 올해 들어 내가 읽은 제주 올레책만 해도 이 책 이전에도 벌써 세권에 달하고, 이 책 이후에 읽을 책까지 하면 내가 가진 제주 올레책만 5권에 이른다. 모두 제주 올레만 다룬 책으로, 전국 걷기 여행이나 제주도 100배 즐기기에 실린 제주 올레 코스편을 고려한다면 소장한 책은 몇권 더 늘어가는 셈이 된다.



가보지도 못하고 어느 덧 일상이 되어버린듯 귀에 익은 올레.

책을 통해 여러 코스 소개를 받고, 멋진 코스 설명과 코스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하지만, 정작 올레의 핵심 이야기는 빗겨나간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던차에 만나게 된 이 책.

바로 올레길을 최초로 기획하고, 이 모든 붐의 선구자격인 놀라운 여성 제주 올레 이사장 서명숙님의 이야기인 것이었다. 비록 그분이 낸 제주 올레책은 이전에도 제주 걷기여행이라는 이름으로 한번 더 있었다 했지만, 내가 읽은 그녀의 제주 올레 책은 이번편이 처음이었다.





"와, 지중해는 왜 가니?" "제주도가 이렇게 아름다웠어?" 서로 과격하게 감탄사를 주고 받았다.

서귀포시에서 몇년전 큰 돈을 들여 조성한 돔베낭길에서 시작된 탄성은,

제주올레 첫 탐사대원 수봉이가 삽과 곡괭이로만 만든 '수봉로'와 공무해안에서는

아예 신음소리로 바뀌었다.

"이 길이 훨씬 마음에 드는데요. 이게 진짜 올레길인가보죠?"



현대카드 정태영사장과의 올레길 27p









돔베낭길, 수봉로 .. 마치 키치조지, 다이칸야마 등의 도쿄 지명이 가보지도 않고 내 머릿속에 입력된 것처럼 (역시나 도쿄 여행준비를 하다말고 포기한적이 있어서 치밀하게 준비했던 기억으로 머릿속에 지명이 입력되어 버린 것이다.)제주 올레의 여러 지명들도 내 머릿속에 여러 군데 입력이 되어 있었다. 여러 책을 읽다보니 비슷한 지명 이야기들이 나오면, 다녀온 곳인듯 반갑기까지 하였다. 제주도에서 올레를 만나 감탄하고 흥에겨워 하는 무릇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 담겨져있는 이 책.


이제 그만 자요! 우리 근무시간이 넘 길어요. 눈 뜨면 출근, 눈 감으면 퇴근이란 말예요." 55p



인덕이 많은 것인지 안정되고 보장된 직장을 버리고, 제주에 내려와 그녀 곁에 머무는 일꾼들, 그 중심에 있는 세 여성들과 같이 합숙하며 매일 제주 올레에 대한이야기로 꽃을 피우자 종이인형이라는 별명을 지닌 막내 민정씨가 한말이었다.

그 어떤 직장에서 정말 눈떠 있는 모든 시간을 직장을 위해 투자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즐거워 하고 기꺼이 하는 일이기에 가능하다는. 그래서 대기업의 서포트도 거부하고, 정부의 얼마 안되는 찬조금과 이사장의 책 인세 등에 의존한 적은 돈으로 운영될지언정 소중하고 따뜻한 제주 올레 만들기를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그런 따뜻한 이야기들이 채워져 있었다.


믿어지십니까? 저희 부자가 지난 일주일 동안 나눈 이야기가

십칠년동안 한집에서 살면서 나눈 이야기보다 더 많다는거. 129p



이제 갓 두돌을 넘긴 우리 아기, 우리 아기도 사춘기가 될때까지 우리와 한 이야기가 이토로 적다면 어떡하지? 제주 올레꾼의 어느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아기와 더욱 많은 이야기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실 부모자식사이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권태기가 올 수 있는 부부사이에도 올레는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그저 덤덤하게 올레길을 걷다가 나누기 시작한 대화가 더욱 부부 사이를 단단하게 엮어주고, 하는 일까지 잘되게 했다는 횟집 부부의 사연서부터, 올레길 혼인지에서 최초로 결혼한 부부의 이야기까지.. 올레에서는 정말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줄줄이 흘러나온다.



"비싼 비행기 타고 제주까지 걸으러 오겠어?" 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내가 진짜 미친 짓을 벌이는 건 아닐까. 회의와 함께 지독한 외로움에 시달리던 차에

'사람이 사람답게 걸을 수 있는 길'을 열망하는 이가 있기에 그이가 시대를 꿰뚫는 혜안을 가진 대작가이기에 (조정래 선생님) 큰 위안을 느꼈다.

선생의 칼럼은 전의를 상실하고 비틀거리는 내게 흔들어준 응원의 깃발이었다.

161p



올레가 뭔지도 잘 모르고 있던 내가, 노란 색, 파란색 화살표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감을 잡아갈 무렵, 올레에 대한 모든 것을 확실히 정리해주는 듯한 올레 총사전 격인 이 책을 읽으며 없던 길을 내고, 잊혀진 길을 찾아 무보수로 헤멘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일인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침체되었던 제주도 서귀포를 더욱 살려놓았던 고향의 애국자가 된 서명숙님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도시에서 각박하게 살아온 당신, 인생 무대에서 잠시 공연을 쉬어보는 건 어떠신지. 놀멍 쉬멍 걸으멍. 200p



너무 많은 정보가 오히려 당신에게 독이 되거나 장애물이 될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타인의 시선' 타인의 취향' 이기 때문이다.선입견을 갖지 말고, 당신의 느낌과 당신의 감각을 따르기를. 그날 하늘이 당신에게 허락한 날씨를 최대한 즐기기를.



결론은 이것저것 자료만 뒤적이거나 모든 동선을 치밀하게 계산한 뒤에 떠나려고 하지 말라는 것. 최소한의 생존장비와 설레는 마음만 있으면 되는 곳이 올레길이라는 것. 떠난 자만이 목적지에 이를 수 있다는 걸 명심하시길. 207p



여전히 지금도 책을 찾아 정보를 얻고 있는 내게 일침을 가하는 듯한 말이었다. 사실 나도 올레길에 발부터 척하니 올려놓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아직 어린 아기와 올레길을 횡단한다는게 사실 아직 두렵기는 하다. 하지만 책에 나온 것처럼 초등학교 입학전의 아이도 우비를 입고 할아버지 손을 붙잡고 올레길을 아장아장 걷고 있듯이, 등산을 사랑하고, 걷는 것을 좋아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면 꼭 올레길에 발을 올려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숨어있는 길, 잊혀진 길을 찾아내면 대형 특종을 건진 것처럼 엔도르핀이 팍팍 솟는걸 어쩌랴. 그 맛에 나는 토목공화국 토목 특별자치도에서 오늘도 길쟁이로 살아간다. 252p




올레꾼들은 말한다.

길에서 행복했노라고, 누군가 자신을 위로해주는 것 같았노라고,

몸과 마음의 상처가 치유 받은 느낌이라고.



나는 대답한다.

자연속에 깃든 여성적인 에너지가

당신의 아픔을, 고통을, 서러움을, 고단함을, 외로움을

위로하고 토닥거리고 껴안아주었기에 절로 몸과 마음이 나았을 거라고.



285p







읽기만 해도 그 아름다움이 절로 전해지는 듯한 올레에 대한 그리움.

사실 올레길에 발을 올려놓고 자연이 주는 그 푸근함을 제대로 만끽하기 전까지는 내가 상상하는 것은 어느 정도는 그저 환영에 지나지 않을런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아주 잘 찍어놓은 사진과 글쟁이들이 멋지게 써놓은 글들로 잔뜩 고무받고 있는 지금이지만..



올레를 진정 사랑하는 최고의 올레꾼 서명숙 이사장님의 글을 읽고 나니..

더욱 올레에 대한 그리움은 커져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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