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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 눈
미야베 미유키 지음, 정태원 옮김 / 태동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일본의 카파 노블스라는 출판사의 창간 50주년을 기념해서 현재 주목받는 작가부터 거장들까지 개성 강하고 뛰어난 미스터리 작가들이 총출동하여 9명의 작가들의 단편이 실린 모음집, 50 . 이 책은 미야베 미유키의 도박눈을 비롯하여 모두 "50"이라는 단어 하나를 주제로 파생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있었다.
50번의 칼질로 시체를 50조각낸, 즉 시체는 50조각인데, 어찌해서 49번이 아니라 50번의 칼질이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기괴한 사건 "절단" , 눈이 내리던 평온한 어느 결혼 50주년 기념일에 일어난 동서의 의문의 죽음, "눈과 금혼식" , 호텔 50층에서 기다리라는 연락을 받은 "드래곤" 후계자로의 놀라운 지명, "50층에서 기다려라" IQ50의 청년의 눈물겨운 인생역전기 '영국 셰필드' 등등 50이라는 숫자를 두고 작가들은 각자 다양한 상상을 하여 미스터리 소설로 우리를 안내한다.
"응, 방금 죽었다. 고로 씨, 그것이 우리 집에 왔다. "
고로베의 얼굴이 방금 새로 바른 문종이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그 모습을 보고 남은 사람들은 또 놀랐다.
"확실합니까? 주인님?"
"확실하다. 지금 여기에서 느꼈다."
겐이치는 손으로 심장 위를 두드려 보인 다음 꿀꺽 침을 삼켰다.
..."원래 나로 결정된 것을, 마사기치 형이 대신했던 거야."
241.2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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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편의 다양한 개성을 지닌 단편들 가운데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바로 미야베 미유키의 "도박 눈"이었다. '50'개의 괴이한 눈알에 얽힌 에도 괴담이라니..도대체 어떤 내용이란 말인가? 게다가 평온한 집에 어느 날 들이닥친 무서운 존재, 주인과 직원들 얼굴까지 새하얗게 만드는 그것이란.. 형이 대신 맞이하고 동생이 맞아들여야 하는 그것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그들이 준비해둔 3번 창고로 날아들어왔다. 50개의 눈알이 박힌 이불..
미야베 미유키의 상상력은 에도 괴담이 실제로 전해지는 것인지 아니면 50이라는 숫자에 기인해 아예 처음부터 없던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인지는 몰라도 무척이나 놀랍고 새로운 것임에는 분명했다. 미스터리 물이지만, 다른 단편들은 그다지 무섭거나 충격적이지는 않았기에 깊은 밤 새벽이 다 넘도록 아무 두려움 없이 읽고 있었는데, 도박 눈은 무섭기도 하지만 그 섬뜩함에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을 주었다. 바로 그때 전등 불이 퍽~ 하고 나가는 바람에 새벽 서너시는 되었을 그 시간에 세상이 깜깜해져서 너무나 무서웠다. "앗, 진짜 놀랬잖아." 하면서 남은 이갸기가 궁금해 스탠드를 켜고 남은 이야기를 마저 다 읽고 잠이 드니, 그 시각이 새벽 다섯시 반이었다.
괴담이라도 이렇게 가슴까지 서늘해지는 것은 참말이지 일본이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싶다.라면 지독한 편견이려나? 설마 우리나라에도 이런 종류의 괴담이 전해지는건 아니겠지? 어쨌거나 잔인하고 놀랍지만, 분명 가장 관심이 가는 이야기기는 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재미있는 단편이었고 말이다.
50이라는 주제가 주어졌을때 이렇게 다양한 상상력을 펼칠 수 있다는게 작가들만의 놀라운 솜씨가 아니었나 싶다. 물론 개중에는, 아니 한참 진행될 것 같은데 갑자기 딱 끝나버리는 작품도 있어서,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말이다. 단편이라고 해서 매듭을 짓지 않고 그냥 제출해버리는 숙제마냥 내버리면 안되는 건데, 아니면 작가는 분명 완결을 지은 작품인데, 내 안의 이해회로가 이해를 하다말고, 아,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더 결과물이 있을 것입니다 라고 결론을 낸 것일 수도.. 아마도 후자가 정확할 것이다.
어쨌거나 아홉편의 단편들은 모두 새로운 내용으로 진행이 되어있고, 미스터리물이라고만 국한되기 보다는 다양한 단편이구나 싶은 작품들이 많았다. 감동적인 소설같은 "여름의 빛"도 있고, 우리나라 여곡성이라는 자손 저주의 내용을 담은 영화를 연상케하는 오래된 우물이라는 단편도 있었고, 연관성이 없어보이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하나의 사건으로 귀결되는 하늘이 보낸 고양이라는 작품도 탄탄하게 흘러나왔다. 미래의 꽃이라는 소설은 마치 앞의 모든 소설들을 설명하는 듯한 마무리의 느낌으로 실제로 출판사의 이야기까지 넌지시 비추며 마무리하는 50세 검시관의 놀라운 통찰력에 대한 작품이었다. 미래의 꽃
각각의 느낌과 색채가 모두 달라 읽는 이들에게 느껴지는 감동과 교훈도 모두 다 다르리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가장 공통적으로 손꼽는 작품은 도박눈이 아닐까 싶다. 한 출판사의 의뢰에서 시작된 아이디어가 재미난 단편들의 모음집을 만들어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크호스처럼 성장하고 있는 재미난 소설들로 유명한 출판사들이 많은데, 이렇게 50년, 100년을 이어가 참신한 주제로 작가들과 함께 독자와 함께한 세월, 그리고 앞으로 할 세월을 같이 기념하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