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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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요즘 되도록 공포물들은 피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공포물이 섞인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읽어버리고 말았다. 분명 뒷표지에 판타지, 멜로, 호러, 미스터리, 로맨스가 결합된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소설집이라는 말이 있었건만..나는 그 호러의 존재를 너무 무심하게 넘겨버린 탓이다.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무렵, 마침 여행을 다녀온 후 후기를 올렸더니 지인분들이 놀라워하며 리플을 달아주셨다.
이름도 생소했던 코타키나발루.. 게다가 수트라 하버 리조트와 마누칸 섬까지.. 모두 책에 나왔던 그대로인데, 그 곳으로 여행을 다녀오셨다니 정말 신기한 느낌이예요. 아, 그래요? 저도 그 소설 꼭 읽어보고 싶네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카시오페아 공주는 처음에는 희극처럼 시작되었으나 아내의 죽음 앞에서 무너지는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자꾸만 그 장면이 리플레이 되어 머릿속에 영상처럼 
떠오르는 바람에 소름이 끼치기도 하였다.
 
약사라는 안정된 직업도 있는데 굳이 위험한 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는 이유가 뭡니까?
강해지기 위해서요. 나쁜 놈들을 혼내줄만큼 강해지고 싶어서요.26p
 
처음에는 이 남자 참 독특한 캐릭터구나 싶었지만, 홀아비가 되었다길래, 아내와 이혼한건지 어떻게 상처한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그의 앞에 나타난 아이의 유치원 선생님 미쉘.
 
그녀의 분위기는 참으로 독특하였다.사실 그녀 스스로 카시오페아에서 온 외계인이라 하였고, 믿기지는 않았지만 놀랍게도 말하지 않은 마음 속 생각들을 모두 읽어내는 재주를 지니고 있는 여자였다. 예쁘면서도 아주 몽환적인 표지의 그림, 웬지 그녀가 카시오페아 공주인 것 같아서 자꾸만 표지의 여자를 떠올리면서 읽어내려갔다.
이 책의 속도감은 정말 최고이다. 재미가 있으면서도 정말 빠르게 장이 넘어간다. 심지어 너무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조차 페이지는 빨리 넘어간다. 그렇게 읽어버렸다.
 
"첫번째 초이스, 마음 속의 증오를 용서로 푸는 거예요. 대신 제가 떠나지 않고 곁에 있을게요."
역시, 넌 외계인이 아니었어.
"두번째는?"
"저한테 비밀을 듣는 거죠. 대신 전 오빠 곁에 머물 수 없어요." 98p
 
 원한과 증오를 가슴에 품고 사는 남자, 그리고 외계인이라 자칭하며 나타나 그와 아이와 함께 코타키나발루 수트라하버 리조트로 여행을 다녀온 여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그들 사이에 묘한 분위기의 사랑이 싹트는데 곧 ufo를 타야한다는 그녀. 그와 그녀 앞에는 어떤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쩐지 너무 아련한 느낌으로 하지만, 재미있게는 읽었던 카시오페아 공주 다음의 이야기들은.(.아, 이 책은 여러 편의 단편으로 이어진 단편소설집이다.)깊은 밤 읽기에는 부적절한 이야기였다. 섬집 아기의 으스스한 느낌을 마치자마자 바로 잠을 자야할 시간이라서, 악몽을 꿀까 두려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야했다.
사실, 섬집아기라는 동요에 사실은 자장가로 불리기에는 부적합한 슬픈 내용이 바탕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기를 업고 불러주던 이 노래가 으스스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노래를 부르려 애쓴 적이 있었다. 그 노래를 연상케하는 이야기. 그리고 무섭기 이전에 소름부터 돋는, 이른바 현대의 괴담 같은 그런 이야기랄까?
 
부유한 아내, 그리고 성공한 남편, 그들에게는 자폐증을 앓는 아이가 있다. 그리고 어느 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친구가 나타나 동거를 종용한다. 천박한 눈빛으로 아내를 훑어내리는 사내의 눈길, 아내는 그와 함께 살길 거부하지만, 나에게는 그를 밀어낼 수 없는 비밀이 있다. 그를 전과자로 만든건 나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면서 공소시효 전에 주인공의 아내를 갖게 해달라고 (상당히 저속한 표현이 나온다.)조르고, 미쳤다고 펄쩍 뛰던 남편은 결국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승락한다. 이들 사이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내가 진짜 무서운 얘기 해줄까?
돌아삐린 동네 머슴아들이
하나같이 죽기 전에 모라캤는지 아나?
얼라 귀신을 봤단기라.
자고 있는데 얼라가 올라탔다는 놈도 있고,
화장실에서 봤다는 놈도 있고
돌잡이 정도 된 얼란데
눈에 피눈물을 흘리면서 그래 울더란다.
아기 귀신 봤다는 놈들 얼마 안돼서 다 죽었다. 116p
 
사실 끔찍하고 징그럽다고 생각했는데, 아기귀신에 얽힌 사연을 듣자 너무 가슴이 아파왔다. 어쩔수 없는 나도 아기엄마였으니..
예전에 김동리의 을화를 읽을 적에도 점을 치기 위해 어린 아기를 죽여 새끼손가락에 무얼 감는다고 하였던가? 암튼 아기가 한맺혀 죽어야만 신통한 점을 칠 수 있다며 그런 잔인한 이야기가 나왔었는데, 그와는 다르기는 했지만 분명 너무 가슴아픈 이야기긴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레몬, 좋은사람, 중독자의 키스..
 
레몬과 중독자의 키스는 카시오페아 공주와는 약간 다르지만, 그래도 좀 따스한 느낌이 묻어나는 그런 이야기였다.
하지만, 좋은 사람.. 뉴스에 간혹 등장하는 믿기 힘든 이야기들, 그 중에서도 가장 최악일 것 같은.. 마치 일본 괴기 만화의 어느 한 구석을 들여다 본 것 같은 음습함과 끔찍함.. 처음엔 그런 내용인지 몰랐는데, 갈수록 알게 된다. 이 이야기가 얼마나 놀랍고 끔찍한 내용인지.. 너무 무서웠지만, 그만큼 잘 만든 이야기기도 하였다. 생각하기도 무서운 스토리였지만.. 말이다.
 
어릴적 유괴되어 죽은 쌍둥이 동생이 자꾸 보이는 언니. 그 언니 역시 손목에 자살 흔적을 가지고 상처를 지닌채 살아가고 있다. 부모님도 죽은 동생을 잊지 못하고 내게 더이상 휴식처가 되어주지 못했다. 그런 어느 날, 원치 않는 소개팅 자리에 나가 기분이 나쁜 남자를 소개받았다. 내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느낌을 제대로 짚어내는 그에게는 불쾌한 마음만 쌓여가는데, 내 손목의 자살 상처를 보더니 오히려 반색하며 자신 역시 상처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 말에 더 기겁을 하고, 박종삼이라는 인물을 피하게 되는데..
스토커처럼 무서운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고, 여자는 정신병원 상담을 받고, 피하기만 하던 선배 기자의 데이트 신청도 받아들인다. 계속 이어지는 악몽, 그리고 박종삼의 끈질긴 괴롭힘 등 자꾸만 그녀를 벼랑으로 몰아가는 일들이 일어난다..
 
쌍둥이의 그림, 그리고 핏빛 소개팅의 기억이라는 무서운 문장, 무엇보다도 정신이 온전하지 못한 듯한 박종삼이라는 남자의 집착. 그 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기자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흘러갔던 이야기. 카시오페아 공주는 중간쯤 예상을 했었는데, 이 소설은 정말 허를 찔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범죄의 끔찍함에 치가 다 떨릴 정도였다.
 
몽환적인 사랑 이야기로 모두 다 채워져 있을 줄 알았다.
그렇다고 무서운 이야기에 실망만 했다는 것은 아니다. 언제는 무서운 이야기만 골라서 볼 정도로 재미나 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이야기는 그저 무섭기만 한게 아니라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는 그런이야기였다.
아무리 귀신이 나오고, 드라큘라가 나와도 정작은 인간이 벌이는 일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는 것을...
 
못 읽었으면 후회할만한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어렸을 적에 봤던 무서운 영화도 생각나고, 미국 드라마의 어느 범죄 스릴러도 조금 생각나고.. 여러 생각이 교묘하게 교차되는 그런 느낌을 주는 소설.
이 소설을 현재 인기 라디오 방송 프로인 두시탈출 컬투쇼의 pd분이 썼다는게 또 놀라운 사실이었다. 다양한 재주를 가진 분이시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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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식 원장의 자연치유
조병식 지음 / 왕의서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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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도 아닌 서양의학을 공부한 사람이 대체의학에 관심을 갖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주위 친구 하나도 약대 재학시절, 갑자기 약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휴학을 하고, 대체의학, 자연요법 등에 빠져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다시 약국 관리약사로 근무중인 걸 보니 그 속에서 이 책의 저자분과 같은 진리를 터득하지는 못했나보다. 저자 역시 같은 동료의사들이 자신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지랄하고 있네"라는 식으로 폄하하는것을 깨닫고 있다. 그만큼 의학이라는 부분이 배타적이기는 하다. 작가는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말기 암 병동을 돌다가 현대의학의 한계를 깨닫고, 더이상 약을 쓸 수 없는 환자들에 대한 애달픔으로 다른 돌파구를 찾아 산으로 들어간다.
 
가정 한의학에 대한 책은 두어 권 읽어봤지만, 대체의학, 자연요법에 대한 구체적인 책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게다가 환자를 치료하다보면 어쩔수없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상인데 그것을 극복하고자 다른 방안을 찾아 노력했다는 작가의 의지가 대단해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문제는 대체의학, 자연요법이 작가처럼 서양의학 등 전문적인 지식 위에 세워진 것이기에 환자 치료에 좀더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지, 대체의학이 좋다고 해서 인터넷 등의 정보나 카더라 통신만을 믿고 환자나 보호자 스스로 자기 병을 고쳐보겠노라 노력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은 중요한 것이다. 아프기 전에 내 몸의 건강을 돌봐야하는 것인데 우리는 이 가장 중요한 것을 잃은 이후에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는다.
나또한 가족이 잦은 입원과 병치레를 하게 되어 더욱 건강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조심스러운 부분은 병원치료에 의존하면서도 어디에 뭐가 좋다더라 하시면서 여기저기 얻은 정보로 생약 등을 섭취해 드실때 약물과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나지는 않을런지 검증되지 않은 요법이라 걱정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몸에 좋다고 집에 있는 식물 뿌리를 함부로 캐어먹고 약물 중독으로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도 보아왔기에 (우리 가족의 일은 아니었지만) 건강관리와 질병 치료등은 아주 심각하고 중대한 사안이 아닐 수 없었다. 
   

 


우선 이 책에는 책의 앞뒤 부분에 실제 환자들의 수기가 실려 있고, 중간중간의 내용에도 조자인 조병식원장님이 말하는 환자들의 실제 치료 성공담이 실려 있다. 사실 믿고 싶은 부분은 바로 이점들이었다. 이게 이렇게 좋아요 하고 말만 하기보다 실제로 난치병인 말기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높이고, 너무 어려 골수 이식조차 힘든 생후 10개월인 어린 아기의 백혈병 치료에 노력을 기울이는 저자의 이야기들에 눈길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믿기 힘든 그런 일들이 정말 일어났다. 직장의 20cm이상을 절제해야한다는 진단이 나온 장호씨의 경우에 자연 요법을 선택한 이후에 퇴원 열흘 전 검사를 한 결과 깨끗하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 그중 한 예였다. 암환자들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겠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이 방법이 적용이 될 것인가?
 
대개, 암을 억제할 정도의 인체 항상성, 자연치유력을 만드는데는 6개월 정도 걸린다. 여섯달은 자연건강법을 열심히 실천해야하는데, 스스로 식사와 산책이 가능하지 않을 정도로 체력이 안되는 분은 자연치유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51p
 
조병식 원장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내 몸의 면역력을 높이면 고치지 못할 병은 없다인 듯 싶다.
 
호전된 모든 분들의 사례는 자연생활과 자연식, 운동, 마음이 어우러진 결과다. 284p
 
자연치유 자체가 신체가 스스로 치유한다는 자기 몸안의 자연치유력으로 치료하는 것이고, 암을 비롯한 만성질환은 관리하는 병이기 때문이다.
치유법을 보면 다 스스로 하는 것이다. 마음도 스스로 다스리는 것이고, 식이와 운동도 스스로 하는 것이다.
치유의 승패는 스스로 얼마나 신념을 가지고, 정성을 들이고, 실천하는가에 달려 있다. 285p 
   

 


조병식 원장의 자연치유법은 5가지로 자연요법, 정신요법, 해독요법, 식이요법, 면역요법으로 크게 나뉜다.
사실 직접 자연의원에 들어가 전문가의 관리를 받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책에 나온 방법을 자신의 생활에 접목하여 따라하는 것도 도움이 되리라 본다.
그가 말하는 난치병 극복방법들과 건강 되찾기 방법들은 사실 암환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류마티스, 자율신경실조증, 간경화, 아토피 등의 현대의학이 해결하기 힘들다 하는 난치병 모두에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첫 부분에 그가 말했던 불건강에 나도 사실 해당되는 듯 했다. 지금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언제 어느때 어떤 질환이 발병될지 모르는 시한폭탄같은 상태. 서구식  식단을 좋아하는 식이요법서부터 등산 등의 기초적인 운동을 싫어하는 내 생활 패턴은 언제고 성인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껴안고 있었다. 그래서 조병식 원장의 이 책이 더욱 와닿았는지 모른다. 아픈 사람도 낫게 하는 방법으로 아프지 않더라도 건강하지 않은 이 몸의 상태를 건강한 상태로 되돌릴 수 있도록 자연치유력을 높이는 것.
 
그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나는 이 책을 곰곰히 읽고 또 읽는다. 자연요법의 예중에 소개하고 싶은 약간의 팁을 설명하자면 아래와 같은 부분들이 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이 외에도 참고하면 좋을 그런 내용들이 쏠쏠하게 있었다.
 
1. 자연요법에서 강조하는 산소 치유법 중에서 산소 수면법이라는게 있는데 바로 창문을 열고 자서 저온 수면을 하는 것, 찬 공기가 폐포를 열어 주기 때문에 자면서 산소 호흡을 충분히 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단, 몸이 찬 체질이나 영양이 부족하고 기력이 저하된 사람에게는 맞지 않다. 또, 폐암환자에게도 이 방법은 맞지 않다.
 
2. 암환자들은 죽염을 먹는 것이 좋다. 음식조리용으로 나온 생활 죽염은 3번 구운 것이고, 9번 구운 것이 치료 효과가 높다.
 
사실 식이요법 부분이 가장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는데, 가공 식품과 육류를 유난히 좋아하는 식습관을 지니고 있어서 어느 책을 보든 고치라고 나와 있는터라 쉽게 고쳐지지 않는 내 식습관이 많이 걱정이 되었다. 이 책의 식이요법 파트에서는 완전 곡류와 채소 위주의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을 권유하고, 암세포가 좋아하는 육고기, 정제 설탕, 정제 곡류, 조미료, 참기름 등을 피하라고 권장하고 있다. 소화 잘하기 방법도 나와 있었고, 책의 끝 부분에는 암과 난치병을 이기는 제철 밥상이 계절별로 레시피와 함께 영양과 효능까지 상세한 설명으로 잘 나와 있었다. 어떻게 먹으라는 것을 자연의원식 식단으로 잘 보여주는 것이었다.  

 부모님께 보여드리면 참 좋아하실 그런 책 같았다. 나 또한 이 책만큼은 다른 책이나 다른 정보처럼 막연한 대체요법으로 불안한 마음이 드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던 지라 얼마든지 읽어보시고 참고하시라고 권해드리고픈 마음이 들었다. 연세가 있으신 부모님들의 건강도 걱정이 되고, 이제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 또한 젊다는 나이만 믿고 허송세월로 건강을 좀먹기엔 너무나 아까운 인생이기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방법을 찾아 제철 식단과 함께 자연치유법을 높이는 방법으로 내 안의 건강을 되찾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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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 : 입문로드맵 잠수네 아이들
이신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0월
절판


아직 어린 아기를 두고있는 엄마지만, 영어에 대한 한은 많아서 일찍부터 영어공부에 대한 욕심이 많았다. 그래서 한참 이른 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잠수네의 소문난 영어공부법 입문 로드맵이 나왔다고 하자 얼른 펼쳐들게 되었다. 요즘은 워낙 일찌감치 영어공부를 시키는지라 지금 이 시기부터 시키면 좋을게 있을까 싶은 마음에 펼쳐든 것이었다. 친구네 아기만 해도 같은 3살인데도 6개월 빠르다고 한국말도 능숙하게 잘하고, 영어 교재를 반복해서 보여주고 들려주니, "엄마, 나 저 사자때문에 앵그리해.."하는 식의 약간의 영어 표현을 쓰게 되었다는 것이다. 또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라는 세살바기 아기와 단둘이 터키 여행을 다녀온 어느 엄마의 에세이를 읽다보니, 세살 짜리 아기가 "Mommy, is it christmas eve today?"라는 유창한 영어를 구사했다고 해서 책을 펼치자마자 주눅부터 들었던 것. 아, 물론 아기들마다 개인차가 있고, 이 책의 저자님 같은 경우에는 엄마가 워낙 영어에 능숙해서 어려서부터 아기와 한국어, 영어로 동시에 대화를 많이 했다고 하니 그럴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마음만 앞설뿐, 영어 공부에 대해서 (사실 영어공부뿐 아니라 우리나라 말이라던지, 다른 기타 놀이에 대해 엄마가 참 많이 무심했다.) 거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엄마로써 (최근에 영어 전집이나 하나 사줘야 하나 고민중이었음) 반성이 많이 되는 부분들이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위안을 얻은 것은, 영유아 엄마들의 경우에는 우선 한국어에 익숙해지도록 더 치중해달라고 부탁하였다는 것. 책의 앞뒤 표지에 나온 글들은 대부분의 학부형이라면 눈이 동그랗게 커질 그런 내용들이 가득하다. 주로 실제 회원들의 경험담이 실려져 있었는데, 잠수네 학습법만으로도 외국에 다녀왔냐는 이야길 듣고, 외국 유학을 보내지 않고도 외국유학을 2년 다녀와 1억이나 소비하고 온 집 아이와 똑같은 레벨의 점수를 받았다하니 말이다. 우리집만 해도 남편이 결혼 전부터 자기는 기러기 아빠가 제일 싫다며, 정말 연애도 아닌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를 해서, 나는 기러기 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엄마인 나도 아이와 단둘이 외국에 나가 생활할 자신도 없었지만, 남들이 다 그렇게 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생각이 들까? 하는 마음에 불안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잠수네 이책은 분명히 말한다. 영어 못하는 엄마들이 집에서 살짝 지도했는데 (음, 책을 읽다보면 살짝은 아닌듯) 각종 경시대회에서 1등을 휩쓸어오고 척척 알아서 영어로 말하고 영어 일기까지 쓰는 아이들로 만들 수 있다고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영어 못하는 나라로 손꼽힌다는 우리나라와 일본, 일제시대 영어 교육의 잔재가 남아 그렇다는데, 나의 학창 시절 영어 교육 또한 문법과 독해에 치중한 영어였기에 그때는 영어를 좋아하는 과목이었음에도 막상 어른이 되어 실생활에 접목하려니 인풋, 아웃풋의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리는 겉돌기 영어가 되어버렸다. 우리 아이만큼은 일찌감치 영어 공부를 시켜서 원어민 같은 영어를 구사하게 하고 싶었는데 (나중에 생으로 고생하는 영어를 정말 시키기가 싫었다.) 언제부터가 효과적일지 정말 남들처럼 비싼 영어 유치원, 영어 사교육에 열을 올리지 않으면 방법은 없는지 궁금했던 것이다. 잠수네 라는 사이트가 유료 사이트임에도 불구하고 엄마들 사이의 입소문으로 현재 6000여명의 아이들이 잠수네 학습법을 따라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영어가 유명하지만, 영어만 있는게 아니라 대부분의 학습과정이 다 있어서 수학 같은 경우에도 많은 엄마들이 좋은 정보를 참고하고 있다고 하였다. 아직 만 두돌된 아이를 두고, 학습 사이트를 찾아다닐 정도는 아니었던 지라 (우리 아기와 얼마 차이 안나는 아이들 뒀음에도 불구하고 내주위 친구들 중에는 학습 사이트 들에 가입한 친구들이있지만..) 책까페 등에서 봤던지..어디선가 잠수네를 어렴풋이 듣기는 하였지만,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사실 처음에는 잠수네라는 이름에는 익숙치 않아서 오히려 "랜덤"이라는 출판사 이름을 보고 선택한 책이었는데, 아, 정말 읽으면 읽을 수록 보석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사이트에 들어가 헤메지 않도록 안내서를 만든 책이 바로 이 입문 로드맵이라 하였다. 여행을 좋아하고, 책을 좋아해서 카페 여러곳에 가입을 했는데, 정보가 너무 많은 곳은 오히려 한번에 찾기가 힘들어서 한참 헤멘 기억이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맥락의 책인 것이다. 이 책만으로도 잠수네에 가입하지 않고도 따라하기 노하우가 바탕이 되겠지만, 그래도 좀더 치밀하게 잠수네를 파헤치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먼저 읽고 잠수네에 빠져들면 될 것 같다.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할적에 놀랐던 것이 강남의 전업주부 엄마들이 엄청난 정보력을 바탕으로 직장인 엄마들에게는 그 노하우를 전수해주지 않고, 자신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문화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사실 그것이 서울만의 문제는 아니었던 것이 지방에 내려와서도 그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울리는 엄마들끼리만 정보를 공유하고, 다른 엄마들은 그 정보를 접하지 못해 전전긍긍한다고 말이다. 잠수네에서는 이 이야기가 딴나라 이야기인듯 무색하게 느껴진다. 100가지 노하우를 내놓으면 다른 사람의 100가지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그런 상부상조 문화가 전파되어 서로가 서로의 아이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그런 풍토가 조성되었다는 것.

내 가장 취약했던 영어 공부가 바로 듣기 파트였는데, 이 책에서도 듣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왕창 듣기라고 말을 해준다. 중학교때의 선생님또한 내게 영어는 그저 듣기밖에 없다. 귀가 뚫릴때까지 한 테입이 늘어날때까지 그저 듣고 또 들어라 하셨는데, 몇번 해보려다가 제풀에 지쳐 그만두고 말았다. 이 책에서는 아이가 영어를 포기하는게 아니라 부모가 학습을 포기하는 것밖에 없다고 이야기한다. 아이의 공부의 반은 부모의 몫이라는 것. 이민 간 아이들이 말문이 트이기까지는 초등학교 저학년 기준으로 대략 6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영어 소리 환경에 노출되는 시간을 8시간으로 잡으면 1400시간, 12시간으로 잡으면 무려 2000시간동안 영어 소리를 듣고서야 말문이 트이는 것이지요. 매일 3시간씩 영어 소리를 듣는다면 만 2년, 2시간씩 듣는다면 3년이 걸리는 셈입니다. 잠수네 영어학습을 시작하는 분들께 하루 3시간 영어환경을 만들어주라고 이야기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습니다. 54p

듣기의 경우에는 흘려듣기와 집중 듣기 코스로 나뉘어 각각의 경험담이 설명되어 있고, 각 코스의 노하우들이 수록되어 있었다.읽기의 경우에는 좀더 눈이 커질수밖에 없다. 영어책 천권 읽기라니.. 엄마인 나도 영어책을 천권은 커녕 100권이나 읽었을까 싶은데..(그나마도 대개는 원서로 된 대학 전공서적이었다.) 듣기를 먼저 하고 그 다음에 읽기를 강조한다. 여기서 1000권이란 100권의 책을 10번 읽는 것도 1000권이 될 수 있고,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것도 포함이 되니 1000권을 모두 살 생각에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리고 말하기 쓰기는 그 다음 코스이다. 이렇게 네가지 주요단계를 짚어주고 난 후에 (이 책이 두꺼운 이유를 알았다. 잠수네 사이트의 대표이신 이신애님이 영어 교육 노하우에 대해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까닭이다.) 프리스쿨 유아의 영어 교육에서부터 아이들 연령별에 따른 영어 교육 방법으로 넘어가 설명이 된다.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린 유아니 프리스쿨 편을 읽으면서 좀더 집중하게 되었다.영어유치원 2년 6개월,초등 1년 6개월 합이 4년 6개월 동안 영어 사교육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인 아기엄마의 경우 아이가 오히려 영어에 신물을 내는 바람에 엄마도 아이도 지친 마음이 되었다가 잠수네를 통해 꿋꿋이 책 영어 책 읽기에 도전중이라는 후기도 인상적이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부형의 경우에는 좀더 실질적이고 도움이 되는 그런 정보를 많이 얻으리란 생각이 든다.특별부록으로 수록된 영어교재목록 역시 알차다. 그저 몇 페이지 짤막한 그런 리스트 언급이 아니라 흘려듣기, 집중듣기, 읽기 추천 교재들로 나뉘고, 영어 교재 구입처까지 꼼꼼한 설명이 99페이지에 걸쳐 방대하게 실려 있는 것이었다. 이만하면 책 값 아깝단 소리는 안나올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들 아직 어려서 그렇지. 이제 영어 시작해야지 하는 마음이 들면, 실천 로드맵도 사고, 잠수네 사이트에도 가입을 해봐야겠단 생각까지 들었으니 이 책 한권으로 이미 엄마는 용기 백배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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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를 죽이려고
이제하 지음 / 뿔(웅진)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이상문학상, 한국일보 문학상, 동리문학상 수상작가 이제하님의  3년만의 신작 장편소설, 마초를 죽이려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 처음 만나는 작가분들이 많았다. 이제하님도 마초를 죽이려고로 처음 만나는 작가분이었다. 대중성이나 상업성보다는 문학성에 더 높은 점수를 받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 이유는 굳이 띠지에 써져 있어서가 아니라, 책을 읽으면서 든 느낌이 어려서 가끔 읽어보던 아버지의 서재에 꽂힌 책 같다는 느낌이 다분해서였다. 이야기책을 좋아하는 지라 내 책을 다 읽고, 심심한 마음에 아버지 책을 기웃거려 읽어보면 분명 이야기책(소설)임에도 어린 내가 이해하기엔 난해하고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것은 작가가 출판사와의 인터뷰에서 이야기하는 끝 부분의 이야기에서도 나타나 있다.
그나마 책을 읽는 세대라고는 하지만 이들은 언어 표현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이나 소양 없이 만화와 영상과 생략 기호로만 곧바로 문학을 접하는 세대 아닌가요.294p
책이나 그림 등의 작품을 접하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기도 좋아하지만, 모두 다 이해하기보다는 내가 이해하는 범위 안에서 이해하고 즐기는 편이기도 하였다. 그래도 기초적인 인식 소양이 부족하다고 하신건 좀 서운한데? 하는 느낌이 들다가도,  그의 냉철한 한마디 한마디는 오프라인의 두터운 지식으로 무장된 독자층이 아닌, 네티즌들의 가벼움을 꼬집고 있었다. 아, 이 책은 아버지가 좋아하실 만한 책이야. 하고 느꼈던 것도 작가가 말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려나? 아니나 다를까. 이 책을 읽고 있던 나를 보고, 아버지는 큰 관심을 표명하셨다. 그 책은 어떤 책이냐? 무슨 내용이냐? 하시면서 말이다.    

 마음 속에 스승을 지니지 못한 자, 만세에 아수라 길을 걸어.. 하는 그 누구의 잠언이 뇌리를 어지럽혔는지 어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선생님 댁 문이 열리기만 하면 이 아수라 같은 세상에서 한 가닥 길이라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일념 하나만은 분명했던 것 같다. 나는 울고 싶은 기분에 휩싸여 있었다. 10p
 
주인공인 지헌이 아버지가 사업 빚으로 돌아가시고, 집 나간 어머니가 돌아오시는 등, 집안의 큰 일들을 겪고 난 후에 열번째 인생의 스승을 찾아 최화백의 집 앞에서 주구장창 기다린다. 몇날 며칠이고 아무 말 없이 기다리다가, 들어오라는 사모님의 이야기에 드디어 힘을 입어 발을 내딛었다. 그 만남을 시작으로 지헌은 그 집의 부르심을 받아 제자가 아닌 비서로 먼저 일을 하기 시작한다. 비서래봤자, 운전수 노릇이나 하고 집에서 기거하면서 도울 일이 없나 살피는 것이었고, 그러면서 최화백 가족에 얽힌 가족간의 문제나 갈등 등에도 접하게 된다. 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최화백의 수족처럼 자상했던 혜수 사모님, 그리고 최화백의 한국화에는 필요없는 모델이자 젊음이라는 뮤즈로 대변되는 40살 이상 차이나는 어린 연인 서채리, 파출부같은 외모의 수양딸 테레사, 사모님 같은 외양의 파출부 등이 주요 가족이나 가족같은 멤버였고, 그 외에도 전처 소생의 다큰 자식들이 여럿 있었다.
 
은유와 비유를 써서 그런다고 했던 걸까? 휘휘 돌아서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헌이 그동안 섬긴 스승이라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쭉 나오지만, 자신의 의지로 마지막 스승을 찾아 나선 것이 그의 애인인 지은이의 꿈에 최화백이 상징처럼 등장했다는 것 외에도 자신의 인생을 다 걸어 그렇게 스승에 목을 매단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였다. 최화백이 그의 스승이 될 만한 성품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주로는 그와 그의 가족사, 그러니까 젊은 서채리를 연인으로 들이게 도와준 혜수 부인과의 독특한 공생관계 같은 것에 초점이 맞춰져서.. 마초가 중심이라는 소설의 틀보다는 어쩐지 여성들의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으니 말이다.
 
책의 처음 부분에서도 지헌의 어머니 이야기가 돋보인다. 아니,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일수도.
구두가 필요한 사람은 지나가는 길에 다른 사람들의 신발만 보이고, 머리를 하고 싶은 사람은 지나가는 사람들 머리만 보인다고 하듯. 나 또한 여성인 내 이야기가 더 눈에 들어왔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께서 읽으시면 나와는 또다른 감성으로 대하시겠지만..
 
어른이란 소리가 너무 막연하다면 윗사람, 그것도 막연하다면 조언을 받고 따라야 할 대선배 같은 것이라 해도 좋다. 요컨대 그것으로 뭔가를 배우고 가치척도를 삼아야할 아버지 같은 기둥이나 뿌리가 내게는 필요했던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불만이나 원망이 결국은 그 보상심리로 선생님을 찾게 했을 것이다. 나는 대빵이 자식들에게 자상한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기 전에 찢어지게 가난할 망정, 높은 자존심과 의연한 성품으로 굳건히 서서 저절로 존경이 갈 수 밖에 없는 그런 사람이기를 바랐을지 모른다. 131p
 
아내를 사랑하고 존경했지만, 그런 아내가 처녀가 아님을 깨닫고 둘 사이에 자식이 여럿이었음에도 아내를 내쫓았던 대빵. 그리고 자수성가해서 성공한 똑똑한 어머니는 다시 모든 생활을 접고 자식들에게 돌아와 남편이 남긴 빚을 갚고 자식들을 온전히 세우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안에 최 화백이라는 사람의 제자, 혹은 비서가 되기 위해 집에 들어가겠다는 아들을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졌던 어머니였지만, 아들의 선택이니 믿고 존중하면서, 오히려 아들에게 충분한 의지와 버팀목으로 자리하게 된다. 아들 지헌은 그가 해결해야하는 어려운 일이 직면할때마다 어머니에게 손을 벌려 도움을 받고, 어머니는 놀랍게도 그 모든 것을 현명하게 해결해주시는 것이었다. 마초로 대변되는 최화백의 생활조차, 혜수부인 살아생전에는 그녀가 많이 보살피고 도와주는 울타리 안에서 꽃피우던 것이 아니었던가 싶다.
 
아내의 죽음 이후 뜰을 거닐며 죽은 아내와 대화를 나누는 마초의 모습. 젊고 발랄하지만, 너무나 통통 튀어 최화백과 어울리지 않는 듯한 서채리.
젊은 연인, 젊은 아내의 등장은 어쩐지 불륜으로 치닫을 것 같은 가상의 시나리오를 연상케 했으나 그녀는 한결같이 최화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 뿐이었다.
 
문제는 초식동물과 육식 동물의 패턴이 뒤엉겨 있는 것이 정말의 생태라는 사실이다. 한집, 한 울타리안에서 그나마 유지되던 평화가 바깥 세상과 뒤엉길 때도 여전히 평화로울 수 있는가.... 주위에서 선생님을 쓰러트리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모님의 접때 얘기는 그 비슷한 비유로도 설명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 비서라는 직함으로 내가 해야할일은 그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의 패턴을 가려내고 중화시키려는 노력이다. 147p
 
무언가 많은 일을 해내고, 최화백에게 도움이 되려고 노력을 했지만, 사실상은 그저 그 집안에 존재하는 젊은 남자라는 지지대 역할만 하였던 지헌.
그래도 최화백의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무너진 사제 지간을 대변하는 최화백의 제자라는 무리들의 무뢰배같은 행동에 스승을 보호하려 노력하는 모습을보였다는 것이 그의 마음 속 노력의 발로라면 발로랄까? 
 
사람이 사람을 믿는것은 그 재능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던셈일까. 목줄기로 눈물이 기어 올라오는 것을 느끼고 나는 외면했다. 227p
 
비서로 열심히 일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자로 받아들여달라는 황당한(?) 제안을 한 지헌을 최화백은 놀라움의 눈길로 바라보다가, 같이 선을 그어보자고 한다.
그 선을 긋고 또 긋고, 큰 종이를 가득 메우고 최화백의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대작업 이후에야 그들의 선으로 하는 대화는 끝이 났다. 그리고 그는 지헌을 제자라 불렀다.
 
음, 그러고보니 이 책은 처음 읽고 났을때의 느낌보다 읽은 내용을 곱씹을 수록 씹는 맛이 우러나는 그런 책 같기도 하다.
아, 이런 내용이 있었구나. 여기는 이랬지..참 하는 그런 느낌.
바삭한 누룽지가 입에는 달지 않아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정겹게 감기는 것처럼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내 느낌이 다 표현이 되려나?
 
마초를 죽이려고 라는 제목과 이 시대 진정한 스승을 찾는다는 그 소절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소설을 있는 그대로 즐긴다는 내 평소모습과는 다른 느낌으로 접했던 책이었다. 문학시간에 작품을 분석하듯 읽으려니 피곤했던 것. 소설은 그냥 있는 그대로 읽히는 맛이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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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언니들 - 까탈스럽지만 사랑스럽고 제멋대로지만 매혹적이며 열정적이고도 우아한
레일라 드메 외 지음, 이소영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파리지엥하면 센 강 옆 멋있는 카페에 앉아 한잔의 커피를 즐기는 아름다운 아가씨의 모습이나, 긴 머플러 휘날리며 자전거를 타고, 바구니 앞에는 종이봉투에 넣은 바게트를 넣고 달리는 연약해보이는 여인이 떠오른다. 사실 파리지엥에 대한 환상(?)은 나만 갖고 있던 것이 아니었나보다. 이 책 빠리언니들을 읽어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언니로 번역을 하면서 웬지 고상하게 자리하고픈 그들의 위치가 평범하게 느껴지는.. 사실상 과격하고 치열한 면이 있는 그네들의 일상에 딱 맞는 이미지를 심어주었다. 누가 붙였는지 정말 제목 잘 붙였다라는 생각.) 미국여자들조차 파리에서 왔다는 여자들의 소개를 들으면 부럽다는 눈이 된다고 하니 말이다.

 

뉴욕에서 우리 아이들이 제일 먼저 배운 말이 '택시'였다면 파리에서는 '개똥'이었다. 한번은 우리 '다 큰 애'가 볼일은 급한데 공중화장실이 보이지 않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괜찮아요. 길에다 쌀 거예요." 이 말에 깜짝 놀란 우리가 절대로 안된다고 딱 잘라 말하자 아이는 "아니, 말도 안돼요. 멍멍이들은 되는데 왜 난 안된단 말이에요?" 라고 따지고 들었다. 여기서는 강아지 '메도르'가 꼬마 파리지앵보다 더 많은 특권을 누린다. 54p

 

파리에 가보지 않은 나는 미처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하지만, 다녀온 이들은 꽤 많이들 수긍하는 내용이리라. 우리나라에서도 겪지 않은 개똥 천국이라..

그 곳이 내가 너무나도 가고 싶어하는 매력적인 도시 파리란 말인가? 읽을수록 머릿속의 환상은 처참히 깨어지기 시작했지만, 어쩐지 고고하게 느껴지던 빠리지앵들의 실생활이 낱낱이 공개되는 듯한 느낌에 우리나라 케이블 티브이 리얼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이제서야 비로소 친근감이 드는 듯도 하였다.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매력적인 도시 전체가 하나의 미술관이나 다름없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곳은 걸레가 완전히 분해될때까지 방치하고 개들이 인도에 똥을 눠도 내버려두는 이상한 미술관이기도 하다. 57p

 

"미안해. 점심 약속 취소해야겠어. 엄-청나게 급한 일이 생겼거든. 이자벨 마랑 프레스 세일이 시작된 거 있지."

71.72p

아주 세련된 분위기의 서른 두살의 마틸드를 일년에 두번 프레스 세일 기간에는 넝마주이 아마존 여전사로 돌변시키는 파리. 패션의 메카라 할 수 있는 파리에 살고 있는 그녀들은 일년에 한 두번씩 있는 프레스 세일을 적절히 활용하여, (아니 심지어 사이즈 맞지 않는 신발과 옷까지도 산다. 왜? 싸니까. 왜? 파리지앵이니까.) 저렴한 쇼핑을 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명품 세일이 진행되는 날은 거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한다. 적은 돈으로 명품이나 예쁜 옷을 사기 위한 파리지앵들의 엄청난 사투, 마치 고고히 헤엄치는 백조의 평온한 모습 아래에는 수면 아래로 쉴새 없이 발을 젓는 생존본능이 있기에 가능한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했다.

 

"아빠 뭐해요?" 자전거를 수리하고 있는 아빠한테 두 살 반 된 딸아이가 물었다. 뉴욕의 아빠라면 딸아이를 무릎에 앉히고 자전거를 이루는 각 부분의 이름을 노래 부르듯이 읊어줄 것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파리지앵인 내 남편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보면 몰라? 당근 껍질 깎고 있잖아." 194p

 

두살 반 된 어린 아이에게도 적나라하게 적용되는 파리지앵들의 유머와 빈정거림, 갓 두돌 된 아들을 둔 엄마로써 정말 폭소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아니, 어떻게 그 어린 아기에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농담을.. 하지만, 그게 통하는 게 파리이고, 또 그에 적응해야하는게 파리지앵들이라니.. 잠깐 관광갔다가 이해하기 힘들다고 투덜거리기 보다 그들의 내면부터 속속들이 알고 다시 바라보면 더 재미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

 

깍쟁이도 이런 깍쟁이들이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도 서울깍쟁이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의 서울 깍쟁이는 시크한 파리지앵들에 비하면 너무나 얌전한 축에 속하는게 아닐까 싶다. 남을 전혀 배려하지 않고, 길거리에서도 체면 불구하고 큰 소리로 불만을 토로하는 무서운 파리지앵에서부터, 쇼핑땐 치열한 여전사가 되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아이를 키울때도 남다르게 키운다. 빠리언니들의 본 모습은 더욱 무궁무진하다. 초컬릿 포장같은 붉은 표지로 우리를 압도하며 시작된 빠리언니들에 대한 이야기는 그들의 우아한 외양에 감춰진 실제적인 성격을 있는 그대로 다 보여주는 듯 했다.

 

빠리 언니들이여. 안녕~

내가 빠리에 갈때까지 거기 있어줘요. 물론 나는 빠리언니들의 독설을 감당하기는 힘들어요. 하지만, 만약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어도 무시무시하게 느끼기 보다, 아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구나 하고 인정할께요. 동경하던 빠리에 대한 아주 색다른 책을 만나서 독특한 체험을 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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