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리에이티브 테라피 - 크리에이티브는 뇌로하는 섹스다
윤수정 지음 / 상상마당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영화 <품행제로>의 모범시대 불량영웅, 이정재, 이범수 주연의 영화 <오 브라더스>의 카피, 형, 어디가? 너, 버리러!,< 하이, 서울 페스티벌>의 슬로건, 서울의 봄, 궁에서 피다, 이병헌이 광고한 던킨 도넛의 메인 카피, 한입의 행복, <고양이를 부탁해> 라는 영화의 카피, 스무 살, 섹스 말고도 궁금한 건 많다. 영화 <스승의 은혜>의 카피, 선생님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등등.
윤수정, 그녀를 대표할 만한 멋진 카피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녀는 우리나라의 첫 영화 전문 카피라이터이다.
한국 영화 80여편과 외국 영화 70여편의 카피를 작업했고, 서울 예대 광고창작학과와 콘텐츠 진흥원 아카데미에서 광고와 크리에이티브를 강의한다. 상상마당 아카데미에서 "크리에이티브 테라피"라는 동명의 강좌를 열고 있으며, 2년동안 매회 조기 마감의 성황을 이루고 있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서는 광고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가장 유용한 책일 거라 생각했다. 혹자에게는 자기계발서가 될 수도 있고, 혹자에게는 저자의 에세이처럼 읽힐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접했다. 어떤 내용일까? 책에 대한 호기심이 급증하는 순간이었다.
크리에이티브라는 단어가 요즘 사회의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한다. 마치 다른 나라 이야기인양 하는 것은 결혼과 동시에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전업 주부를 하고 있는 내게는 다소 생소한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창의력이 중시되는 세상인 것 같기는 한데, 사회적으로 그렇게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까지는 미처 몰랐으니.. 사회라는 틀 밖으로 너무 벗어나 있던게 아닌가 싶어 아쉬운 마음이 가득해졌다.
크리에이티브, 누구도 쉽게 정의할 수없다는 이 단어를 그녀는 자기 방식대로 해석하고,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그녀의 삶과 경험을 녹여내어 풍부한 일화와 함께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었다. 매회 매진된다는 상상마당의 강좌가 이런 것일까?
그녀의 책은 새롭다. 재미있다. 진취적이다.
인문서적의 딱딱함과 지루함을 넘어서 그녀의 직업대로 어쩌면 그녀가 갖고 있는 그 크리에이티브한 뇌근육이 발달해서인지 그녀의 말발, 글발은 남다르다.
소설을 좋아해서 인문 서적 읽기를 등한시 했던 나마저 재미나게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그개는 무엇을 보았나? 이후로 오랜만에 재미나게 읽은 비소설이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상해낸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소설을 쓰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작곡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겉에서 보기엔 참 재미있어 보이는게 한눈에 쏙 들어오는 인상적인 카피를 쓰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형, 어디가? 너, 버리러! 같은 쇼킹한 영화 시안을 낼 수 있는 그녀라니.. 부럽기도 하고, 정말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책 뒷표지에 그런 말이 있다. 그녀의 밥벌이 노하우가 모두 공개되는 컨셉, 카피, 제목 짓기의 비법전수까지..모두 들어있는 실속있는 책이라고 말이다.
그동안 딱딱하게 굳어 활용하지 못했던 뇌 근육을 그녀의 교육대로 다시 말랑말랑하게 탱탱빵빵 살아나게 해보자.
크리에이티브를 멋진 꿈을 꾸는 스토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그녀. 주입식 교육에 길들여져, 획일적인 정답만을 모색하며 살아왔던 우리에게 참신한 쇼크를 주는 그녀의 발상대로 따라하다보면 정말 나까지 탱탱한 뇌세포를 갖게 되는게 아닐까 하는 자심감이 든다.
1장에서는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워밍업, 정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진실을 깨우쳐주면서 뇌를 워밍업하도록 유도해준다.
2장에서는 마치 한방에서 사상의학으로 체질을 나누듯이 크리에이티브 체질을 분석하고, 표양, 표음, 발양, 발음으로 구분한 자신의 장점과 단점 극복 방안을 짚어 본다.
3장에서는 이 책의 카피대로, 크리에이티브는 뇌로 하는 섹스다라는 그녀의 충격적 정의가 실려있다. 미래의 인재상은 크리에이티브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텔러임을 강조하였다.
4장에서는 크리에이티브의 실무에 대한 내용이다.
5장에서는 크리에이티브의 공식에 대한 언급.
그리고 6장에서는 이 모든 것을 읽고도 핵심을 못 짚어내는 사람들을 위한 충실한 써머리까지. (써! 머리. 머리좀 쓰고 살란다.)
그녀가 말하고 싶은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모든 것. 그것들이 정말 머리에 쏙쏙 들어오도록 그녀만의 방식으로 책에서 표현된다.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큰 활자로 표현이 되고, (갑자기 잠이 확 깨듯, 독창적인 그 문구들이 눈에 쏙쏙 들어온다.) 광고계에서는 유명하겠지만 우리는 잘 모르고 있던 해외의 유명 카피와 일례들까지 예로 들어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이해력을 높여준다. 인기 강사의 비결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듯, 그녀가 갖고 있는 발랄함이 활자화되어 그녀의 목소리가 내 귀에 그대로 전해지는 듯 하였다.
틀에 갇혀 지내던 내게 새로운 길을 뚫어주는 그녀의 말, 자유, 크리에이티브를 키우는 주문편은 내게는 파격적으로 다가왔다.
나를 가둬두는 틀, 불편한 이야기는 듣기를 외면하고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던 것, 부모님을 성과 연결시켜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편견이라고 표현했던 그녀의 예.
Saturday night live라는 저스킨 팀버레이크의 뮤직비디오에서 여자친구에게 자신의 성기를 상자로 포장해 선물한다거나, 외로운 어머니들을 위해 친구가 상대방 어머니의 연인이 된다는 황당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한 내용들을 수업시간에 보여주니 수강생들이 불편해했다고 한다.
분명 보수적인 나조차도 그랬겠지.
재미있는 것은 우리가 무시하고 싶어하는 불편함들이 크리에이티브에 영감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일상의 불편함이 여러 발명품들을 만들어내고, 정서적 불편함이 걸작 콘텐트들을 만들어낸다. 116p음, 나의 한계를 극복하라는 것인가? 아, 불편함을 외면하고 살아온 나에게 그녀는 많은 충고를 곁들이고 있다.
tip:당신의 자유를 막고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찾아보자. 그것이 당신을 자유롭게 할지니.. 119p
미래를 주도하고 싶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책. 그리고 강의.
수정, 수정, 또 수정,.. 계속되는 카피의 거부로 이름을 확정으로 바꾸라는 농담까지 들었다는 그녀가 이제는 영화 카피업계의 1인자가 되었다.
미래를 이끌 수 있는 것이 이제는 전문직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한 스토리를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좀더 진취적인 미래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녀에게 크리에이티브한 뇌 활성법을 제대로 배워보는게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