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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ㅣ 어른이 읽는 동화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동화의 방법으로 사랑을 이해하기 위하여 쓴 책입니다. -작가의 말
어른을 위한 시인 정호승님의 동화 "의자"는 아름다운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동화 26편이 수록된 작품집이었다.
동물, 돌멩이, 들판, 손 등에 생명을 부여하고, 그 마음과 생각까지도 읽어내는 정호승님의 아름다운 상상력. 그 상상력이 빚어내는 아름다운 세상 속에서 한참을 빠져 있다가 나왔다.
그건 아빠가 늘 엄마 곁에 있기 때문이란다. 우리는 외눈이기 때문에 늘 함께 다녀야 헤엄을 칠 수 있단다. 아빠도 엄마가 늘 옆에 있기 때문에 헤엄을 칠수 있는 거고. 그래서 사람들은 우리는 비목어라고 한단다. 16p
비목어. 눈이 하나뿐이라 혼자서는 헤엄을 칠 수 없는 물고기. 하지만, 사랑하는 두 마리가 되면 비로소 완성되는 물고기의 이야기는 정말로 인상적이었다. 읽는 순간 류시화님의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이 생각이 났다. 거기에 나왔던 비목이 맞는 것 같았다. 비목어에 대해 잘 몰라 찾아보니 당나라 노조린의 시에 나오는 물고기의 이야기를 찾을 수 있었다. 정호승시인님이 들려주는 동화 속 비목어도 그와 같은 맥락을 하는 듯 하였다. 반쪽이 만나 비로소 하나로 완성되는 사랑. 정말로 아름다운 사랑이었다. 금슬 좋은 부부, 참된 부부를 가리키는 비목어의 사랑.
상대방의 눈동자에 네모습이 아주 맑게 비치면 그건 상대방이 너를 사랑하기 때문이야. 21p
아기 비목어가 자신의 짝이자 사랑을 찾아 연어의 도움을 찾아 세상을 나설때, 사랑을 만나게 되는 방법을 묻자 들은 대답이었다. 순간 신랑의 눈동자에 내 얼굴이 맑게 비치는지 궁금해졌다. 동화 속,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랑이야기일지라도 어린아이처럼 다 따라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망아지, 강아지, 돌멩이, 주춧돌 등의 사물과 동물 이야기도 나오지만, 비목어, 우제어, 기파조 등 새로운 상상 속의 동물 들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동물과 사물의 생각을 읽는 것도 재미났지만, 전혀 새로운 동물을 알게 되는 재미도 새로웠다. 상상 속 동물이라면 그저 뿔과 날개가 달린 말인 유니콘, 고대 중국의 상상 속 동물인 기린(요즘의 기린과 모습이 조금 다르다.), 용 등을 쉽게 떠올리고는 했는데, 사실 비목어, 기파조 등의 이름은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외눈박이 물고기라고 했으면 기억했을지 몰라도 비목어라고 하니 정말 다르게 느껴졌다.
결국 인간도 우제어처럼 사는게 아니겠느냐.그래서 덧없는 인간의 존재를 가리킬때 우제어를 예로 든단다. 저 우제어를 보고 깊이 깨달으라고 말이다. 141p
엄마 송사리가 아기 송사리들을 두고 떠나온 개울을 그리며 소 발자국에 생겨난 웅덩이에 갇혀 지내는 것을 보고, 인간이 했던 말이다. 우제어도 처음 들었던 나는 동화를 읽으며 새로운 단어를 계속 배우는 느낌이었다. 아, 그래서 더 재미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를 모란의 눈과 귀로 다시 걸러서 듣게 되고, 빈 들판의 넓은 어머니와 같은 사랑을 안쓰럽게 지켜보기도 하고, 떡갈나무가 한번 스친 인연인 소녀를 기다리며 아픔을 견뎌내는 모습 등이 다양한 사랑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전체적인 주제는 사랑이지만, 그 속에는 전부 사랑 이야기만 담겨 있는 것은 아니었다.
어른을 위한 동화는 그저 정채봉님의 동화만 읽어보았을 뿐이었는데 시인 정호승님의 동화는 슬퍼보이는 표정의 표지와 달리 이색적인 느낌의 동화였다.
사랑이 주는 교훈을 동화를 통해 들려주고 싶었다는 시인의 말씀처럼 아등바등하게 살아온 인생을 조금은 쉬어 가라는 뜻으로 해석하고픈 그런 동화들이었다.
재미나고 아름답게 느껴진 소설은 비목어를 꼽을 수 있었고, 읽고서 한동안 마음 언저리가 아팠던 것은 못자국이었다.
금슬 좋은 부부가 금지옥엽 같은 아들 하나를 잃고 남편이 아내를 구박하고 미워하면서 아내의 마음에 못이 박히기 시작한 이야기. 감나무에 수십개의 못이 박히는 동안 아내의 마음에는 정말 참기 힘든 대못이 박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에 대해 구구절절이 말을 하고팠던 정호승님의 많은 이야기를 동화로 만나 휴식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과 그리고 아끼고 싶은 많은 이들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대해야겠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중간 중간 그의 이야기에 걸맞는 예쁜 삽화들이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더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느낌으로 만들어주는 듯 하였다. 이야기에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머리를 한 새의 모습도 역시 상상 속 동물이었을 테고, 그림 속 인물이었으나 눈빛이 살아 있는 스님의 모습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림 하나하나에도 정성이 들어있는 정호승님의 동화를 읽으며 소설과 어우러지는 예쁜 그림들이 더욱 동화를 인상적으로 만들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