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하 놀이공원을 구해 줘 동글이의 엽기 코믹 상상여행 7
야다마 시로 지음, 오세웅 옮김 / 노란우산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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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때 나의 모습은, 나의 생각은 어떠했을까? 갑자기 궁금해지면서 어릴적 썼던 일기라도 남아있으면 정말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5~6학년때썼던 일기는 아마 친정집을 잘 찾아보면 나올것같기도 한데, 그 훨씬 전에 썼던 일기는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어른이 되어 어릴 적의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즐거울 거란 생각에 아이들이 귀찮아 하는 일기도 사실은 어느 누구도 되돌리지 못할 멋진 타임머신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고 싶다. 아직은 너무 어려 글도 그림도 어설픈 우리 아기지만, 나중에 일기를 쓰게 되면, 그 일기의 소중함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것.
 

잘은 기억나지 않는 몇몇 일화로만 남아있는 나의 3학년 시절..

이 책은 얼굴이 동그래 별명이 오백원인 초등학생, 동글이의 이야기이다. 3학년 3반인 동글이는 어느 날 아버지가 가져오신 놀이공원 초대권을 받아 혼자서만 버스를 타고 공원에 가게 되었다. 어른은 입장이 불가능한 곳이었기에..

 

그곳에서는 돼지가 안내를 하고, 흐물말랑 연필이 일일 가이드로 따라다니며, 동글이가 생각해낸 표현으로 시를 완성해주고, 그 시가 놀랍게도 바로 즉석에서 연극 공연으로 되살아나는 그런 곳이었다. 아이들의 웃음이 사라져, 아하하 공원의 많은 풀과 소 등, 생명체들이 생기를 잃어갔는데 아이들의 웃음만 있으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것. 마음껏 웃고 지수가 100이 되면 놀라운 불꽃놀이쇼까지 볼 수 있다고 하였다.

 

그림만 독특한 것이 아니라, 내용까지 정말 상상 속 세상 그 자체였다. 현실에는 없는 놀라운 상상의 세계. 그런 공간을 꿈꾸기를 좋아했고, 또 그런 책을 읽기를 좋아했다. 다른 사람이 펼쳐놓은 그 상상의 공간에 들어가 바라보는 것, 그것 또한 새로운 재미난 세상이었기에 말이다. 어릴적의 나는 그렇게 재미난 이야기책들을 좋아했고, 상상 가득한 새로운 세계를 동경했다. 동글이가 다녀온 아하하 놀이공원은 공주, 요정 등이 나오는 공간은 아니었지만, 머리에서 상상해내는 그 모든 것을 즉석에서 볼 수 있는 놀라운 세상이었다.

 

발이 네개 달린 말이 다리가 뒤엉켜 쓰러지는 장면에서 백개의 다리를 지네처럼 달고 뛰어가는 다소 징그럽지만, 놀라운 말의 등장까지..

아하하 공원에서는 안되는 일이 없었다. 그래, 이렇게 어른이 되어 상상의 세계를 많이 갉아먹고, 이제 남아있는 거라곤, 안된다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초라한 모습뿐이었는데 동글이와 함께 다녀온 세상 속에서는 여전히 아이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었다. 정해진 규칙과 정의에 따라 살아야 하는 세상, 어른의 눈으로 아이를 제한하지 않도록 마음먹고 싶다. 아기가 자라 이 책을 읽을 무렵에 너무나 편협한 시각으로 정해진대로만 가르치는 재미없는 엄마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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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림무정 2
김탁환 지음 / 다산책방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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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한권을 완성하기 위해 작가가 카이스트 교수직까지 내놓고 집필에 전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대단한 이야기일까 내심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이웃분 들 중에 책을 좋아하시는 상당수의 님들이 올해 최고의 책, 읽고 또 읽은 책, 너무나 감명깊었다라는 내용들을 언급하심을 보고, 읽기 전부터 정말 대작은 대작이겠구나 생각이 되었다. 그렇게 많은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한 밀림무정. 책을 붙잡자마자 나는 날이 새는 줄도 모르고 새벽 다섯시까지 책을 읽어내렸다.


갑자기 날씨가 무척이나 추워졌지만, 산과 흰머리의 격전이 펼쳐지는 그 개마고원의 겨울 추위에는 비할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그 추위와 두려움.

눈은 조용히 그들의 머리와 어깨, 온몸 구석구석을 감쌌다. 부드럽게 충분히 스며든 뒤,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것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걷몰고 죄어치고 볶아치고 또 되몰아쳤다. 스며들며 녹았던 눈들이 단숨에 얼며 서걱서걱 피부를 긁어댔고 죽음의 냉기를 차고 넘치게 구멍이란 구멍으로 불어넣었다. 22p

호랑이라 하면 동물원에서나 보고, 티브이, 이야기책에서나 봐왔던 나였기에 호랑이를 직접 맞닥뜨렸던 그 옛날 조상들의 느낌을 이토록 생생하게 전달받을 줄은 몰랐다. 마치 책 말미에, 이 글은 조선시대 마지막 명포수인 "@@@"님의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라는 말이 덧붙을 듯한 그런 생생함이었다. 작가의 허구가 이토록 치밀하게 펼쳐질 줄이야. 그래서 사람들이 읽고 또 읽었다며 추천을 해주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는 일제 치하, 조선 최고의 명포수였던 웅은 개마고원의 왕대, 흰머리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상을 치른 3일 후 흰머리는 웅의 집에 내려와 둘째 아들 수의 팔을 찢어 물고 큰 아들 산을 노려보며 경고하듯 떠나갔다. 그렇게 산과 흰머리의 악연은 시작되었다. 산은 자신의 타고난 감각으로 오로지 흰머리 사냥을 위해 인생을 걸었다. 아비를 죽이고, 동생의 팔을 뜯어 앞날을 망친 그 호랑이에 대해..


천하만물을 용서해도 단 하나 용서할 수 없는 너와의 악연을 오늘 끝내리라.
내 탄환이 향할 곳은 폐나 심장이나 척추가 아니다.
호랑이는 뇌가 작고 두개골이 단단하여 직접 머리를 겨냥하는 법이 아니라고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단숨에 놈의 이마를 "왕"의 중심을 뚫을 때다. 마침 바람이 불어와서 산의 가슴에서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열망들을 식혔다. 흰머리의 머리가 더욱 희고 거대하게 보였다.
바로 지금이었다. 162p


호랑이와 한 사나이의 일생을 건 대 격돌. 하얀 백호가 개마고원을 호령하고, 그 당당한 위용에 일반 사냥꾼은 감히 나설 생각조차 못했다.
한번의 패배가 있었어도 산은 또다시 흰머리를 파악하고, 흰머리를 추격했다. 호랑이에 대한 모든 것. 특히 씨가 말라버린 조선 호랑이에 대한 모든 것을 이 책을 통해 배우게 되는 느낌이었다. 산신령, 산주라 불리기도 하는 그 영험한 존재, 그 중에서도 왕대라 일컬어지는 그래서 아무나 건드릴 수 없는, 건드렸다가는 천벌을 받을 그 존재와 맞닥뜨리는 한 인간의 무서운 집념.

야성이 펄떡펄떡 살아숨쉬는 듯한 글 속에는 험한 욕지기 등으로 헛꾸미지않아도 되는 충분할 멋이 있었다. 호랑이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결국 호랑이의 혼을 지니게 된 사내.

시작하지마 사랑하는 모든 것을 잃고 말 가련한 인생. 발버둥 칠수록 더 참혹해지지. 나랑 머무르겠다면, 시작하지 않겠다면..., 받아줄게. 84p

무당의 예언대로 산은 호랑이를 보호하려는 주홍과 이뤄지기 힘든, 그러나 너무나 활활 타오르는 운명과 같은 사랑을 피워올리고 말았다. 그러기에 더욱 해수격멸대 대장 히데오의 적수로 낙인찍히게 되었지만, 그는 결국 두 연인의 뒤에 선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고 말뿐이었다.

2권은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게 되었지만, 1권에서의 산과 흰머리의 추격과 대결은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장면들이 많았다. 강한 호랑이가 약해졌을때 그 틈을 치고 들어가 공격하는 비열한 짓은 결코 하지 않는 산의 당당함, 현대시대에도 그렇게 고지식한 사람을, 그러면서도 용맹한 사람은 볼 수 없다 할 그런 인물이었다.
과거, 그리고 맹수와 사냥꾼의 이야기였지만, 그 속에는 현대 사회를 꼬집는 이야기들도 엿보이는 듯 했다. 작가가 그렇게 말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느껴지는..

산의 동생 수의 망가져버린 인생과 맹수의 약한 틈을 골라서라도 사살해야 한다는 히데오의 모습처럼..
조선시대의 명장과도 같았던 위풍당당한 산과 흰머리의 대결은 이제 이 시대에서는 다시는 볼 수 없는 일인지.. 아쉽기만 할 따름이었다.
김탁환 작가님의 책은 처음 읽었지만, 정말 읽는 맛이 남다른 책이었다. 그래서 술술 훑어 읽을 수 없고, 그의 정성을 생각하며 한줄 한줄 음미하며 맛을 보며 읽어내려가 읽는데 시간은 좀 오래 걸렸다. 그가 이 글을 준비하며 호랑이를 연구한 그 몇년의 시간이 정말 남달리 고맙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로 인해 멸종되어 버린 백두산 호랑이의 위용을 실감할 수 있었기에 말이다. 그리고 그가 생각이 막힐때면 몇번이고 산에 올라가 돌멩이라도 차가며 생각했다던 구상 그대로 생생하게 들어있는 산의 표현들은 정말 소설을 더욱 빛내주는 감칠맛나는 요소로 자리하였던 듯 하다. 역시 무엇이든 정성이 가득해야 그 맛이 살아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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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말놀이 그림책 1 - 끌끌편 맛있는 말놀이 그림책 1
노경실 지음, 김영곤 그림 / 아울북 / 2010년 10월
구판절판


이제 만 26개월인 우리 아들.

같은 개월수인 동네 다른 아기는 벌써 문장으로도 인사를 잘하고 표현하곤 한다는데 ( 그 아기는 둘째라 그런가 보다. 또 다른 아기는 딸이라 그런가 보다. 그냥 그렇게 위안삼기도 하고 태평하게 있었네요.) 아직 문장까지는 아니고, 한 두 마디 정도의 말을 하곤 하네요. 보통 자기가 원하는 대로 금방금방 다 들어주고 하니, 의외로 말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건지.. 어쨌거나 걷는 것이 좀 많이 느렸는데 말도 그닥 빨리 하는 편이 아니었답니다. 엄마가 아, 우리 아들 어째 어째 하고서 발을 동동 구를 수도 있었겠지만, 워낙 그런데는 낙천적이기도 하거니와 지금 말 좀 느리다고 크게 걱정할 일 없을 것같아서.. 아이의 속도에 맞춰 기다려주고 있었지요.



늦게 걸으면, 걷자마자 뛸 테고.. 늦게 말하면..말하자마자 문장으로 말할 거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으니깐요. 나중에 말문만 터지면, 어느 누구보다도 수다쟁이가 된다는 선배맘들의 조언도 들었답니다. 뭐 한가지만 해도 너무너무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 말하지 않아도 그게 뭔지는 빼꼼히 다 알고 우리집 뿐 아니라 외가, 친가에 가서도 어디에 무엇이 있나 다 알아서 필요할때마다 갖다가 놀거나 쓰던 아기라 더 걱정을 안했던 것 같아요. 말만 안하지 그게 뭔지는 다 알고 있으니까.. 그러면 됐다. 생각했죠. 어떤 아이 교육 책에 그런게 있었거든요. 내면 언어라고 하던가? 암튼 사물의 정의를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런 문장이 기억이 났어요. 언제고 그 이름을 입밖에 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고요. 아이가 알고 있다는 것, 매칭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는 말을 하는 거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



요즘 갑자기 어른들 말을 따라하고, 새로운 어휘 습득이 놀라운 속도로 늘고 있는 우리 아들. 그 중에서도 의성어 따라하기를 제일 좋아하네요.

오늘 따라 한 말은 펑펑과 지하. 지하 주차장에 가서, 어두운 이곳은 지하야.지하 했더니.."지하. 지하.. 지하..지하.." 하면서 계속 따라하네요.


맛있는 말놀이 그림책. 이 책을 쓴 노경실 선생님은 6살이 되어서야 "엄마, 아버니. 바둑아. 친구야 놀자" 라고 말하게 되었다 합니다. 그 전에는 발음이 아주 안좋아 그랬다네요. 지금은 말도 잘하고 강연도 많이 하고 동화, 그림책, 소설책도 많이 펴내시는 분이 되셨대요. 놀라운 비밀의 열쇠는 무엇일까요? 바로 책이랍니다. 엄마와 함께 날마다 소리내어 책을 읽었더니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게 되었대요. 작가의 소개가 남다른 책이라 더욱 와닿았던 책입니다.



사실 제 친구 중에서도 무척 똑똑한 친구임에도 대학 때 자기가 어려서 아주 늦게까지 말을 안해서 식구들을 걱정 시킨적 있다고 했거든요. 지금 우리 아들보다 4개월 빠른 친구 딸도 아직 우리 아들보다도 말을 덜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자기가 그랬으니까 별 걱정은 안한답니다. 주위 친구들도 그렇고, 실제 괜찮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엄마는 더 느긋했어요. 사설이 참 길었네요. 책을 통해 누구보다도 더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게 된 노경실 선생님의 아이들을 위한 '맛있는 말놀이 그림책'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의성어, 의태어가 도드라지게 표현되고, 그에 맞는 행동으로 아이가 재미나게 노는 하루 일과가 인상적인 그림책이예요.

첫 시작은



뭐하고 놀까? 엄마! 나랑 놀아요 엄마 손잡고 뱅글뱅글.

좀더 빨리 빙글빙글.

참 재밌어! 랍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의성어, 의태어가 반복적으로 리듬감있게 나오니 아이가 마치 노래를 듣는 기분으로 첫 만남부터 즐겁게 보기 시작하더라구요.

그리고 책에 나온 대로 아이 손을 붙잡고 뱅글뱅글 돌아보니 더 재미있어 했구요. 차마 그림처럼 팔을 잡고 붕붕 날게 해주지는 못했지만요 엄마는 아들 팔 빠질까봐 겁나는 행동은 따라서 못하겠더라구요.



또 아빠랑 놀때는 어떻구요. 몸으로 열심히 놀아주는 아빠와 함께 비행기를.. 우와 책 속 아이 아빠 힘도 세네요. 정말 아이가 하늘을 나는 기분이 들게 들어주었어요.


바둑이랑도 재미나게 물놀이 하고, 배가 고프니 엄마랑 시장에도 갑니다. 과일 가게, 생선 가게에 들러 집에 와서 엄마와 함께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는데 편식한다고 할머니께서 혀를 끌끌 차시네요. 냠냠, 짭짭 잘 먹었습니다. 내배는 볼록, 아빠배는 불룩. 놀이터에 가서 친구들과 놀고, 팽이치기도 하고, 정말 재미나게 계속 놀다가 해님도 집에 갈 시간에 집에 갑니다.



하루 일과가 이렇게 재미날 수 있네요.

아이가 어떻게 노는지, 책 읽어주는 엄마도 새로이 배웠어요. 우리 아이랑도 이렇게 놀아주면 좋아하겠네. 평범한 놀이 같아도 엄마는 너무 집안에만 있었나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요. 송골송골, 오글쪼글,와글와글 바글바글, 매끈매끈. 시끌시끌..우리나라의 참 예쁜 의성어, 의태어들이 아직도 귓가에 맴을 돕니다.


우리 아들도 책속 아이가 고등어를 매끈매끈하게 만지는 것을 보더니 자기도 좋아하는 물고기를 가져와 물고기라며 반가워하더라구요.

구운 굴비를 반찬으로도 좋아하고, 낚시놀이 장난감 물고기도 좋아하는 지라 물고기만 보면 반색을 하거든요. 아이와 함께 언제고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구요. 페이지를 넘기며 리뷰를 다시 하다보니 내용도 상당히 알차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루의 일과 속에 녹아들어간 재미난 의성어 공부. 아이들의 호기심까지 자극하게 만드는 재미난 그림들까지 정말 아이눈 높이에 맞춰 만들어진 책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무엇보다도 아이가 좋아하는게 제일 중요하니깐요.



노경실 선생님처럼 우리 아이들도 책을 많이 읽고, 누구보다도 글도 말도 잘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느낌이 와닿는 책, 즐거운 그림책과의 만남으로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이 더욱 즐거워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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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 꿈결 비단결 우리 그림책
이철환 글, 장호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1월
품절


자장면, 어려서부터 가장 맛있는 음식으로 떠올랐던 음식 중의 하나.

어릴 적에는 엄마를 한참 졸라야 아주 가끔 먹을 수 있던 그 메뉴가 어른이 되고 나니 내가 먹고 싶을때 언제고 먹을 수 있는 만만한 메뉴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나 어릴적, 아주 오랫동안 자장면 가격이 오백원으로 유지되었던 기억이 있는데, 한번 오르기 시작하니 껑충껑충 참 빨리도 뛰는 통에 (그만큼 물가가 엄청나게 올라버렸기도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하였다. 나보다 다섯살 많은 신랑도 자장면을 직접 사먹은 기억은 없는지 오백원이라는 기억은 하지 못하는데, 오빠가 백원짜리 몇개를 모아 자장면을 사먹는 걸 부러워했던 기억이 나는지라 자장면 오백원 시대가 오래 진행되었음이 아직도 선명히 기억이 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은 언제 먹은 자장면일까? 아무리 맛있는 곳에 가서 먹어도 어릴적, 마음껏 사먹지 못하던 그때 먹던 자장면 맛에 비할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은 뭐든 너무 넘쳐난다. 그리고, 반면 아직도 많은 곳에서 아이들이 배고픔에 허덕이고, 나 어릴적처럼 자장면 한 그릇 먹어보는게 바램인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360만 독자를 울린 이철환 선생님의 베스트셀러 연탄길의 이야기를 입소문으로만 전해듣고 미처 읽어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기 전에 어쩐지 일본의 "우동"이야기가 생각이 나 비슷한 감동을 주지 않을까 생각을 하였다. 그림도 참 서정적이다. 2009년 볼로냐 아동도서전의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를 수상한 장호선생님의 작품이라는데 정말 생생하게 살아있는 그림이 정말 책속 아이의 기쁨을 그대로 전해주는 것 같았다.




가만히 들어보면 저희끼리 속삭이며 풍금을 연주합니다.

함박눈이 풍금을 연주하는 듯 아름답게 내리는 어느날 저녁, 한 소녀가 동생 둘을 데리고 자장면 집으로 들어서고 주인아저씨가 다가서자 가장 큰 아이가 쭈뼛 거리며 자장면 두 그릇을 주문한다. 엄마 아빠 없이 아이들끼리만 낯설게 온 풍경. 아이들도 그것을 느끼는지 다른 테이블의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을 부럽게 바라보고..



주인집 아주머니는 갑자기 "인혜야 혹시 인혜 아니니?" 하며 낯설어하는 아이에게, 엄마 예전 친구였다고, 반갑게 맞이하고 아이들에게 자장면 세그릇에 탕수육까지 마음껏 먹고 가라고 내어준다. 그리고 앞으로 먹고 싶을땐 언제고 찾아오라는 따뜻한 말과 함께...

처음에 소녀가 두 동생과 자장면 집에 들어섰을때부터 걱정이 되었다. 분명 자장면 두그릇의 돈은 있었겠지만, 자신도 어린 소녀면서 어린 두 동생과 함께 다른 가족을 부럽게 바라보는 그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자장면집 주인 아주머니. ..짐작을 할 수 있지만, 짐작을 하는게 더 가슴아팠던 그런 감동적인 이야기.




그림과 함께 어우러지는 글의 내용이 더욱 와닿는 이야기.

소녀가, 어린 두 동생이 그 날 얼마나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까 싶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였다.

연탄길은 어떤 내용일까. 이 책을 읽으니 거꾸로 연탄길이 읽고 싶어졌다. 참.. 가슴 따뜻한 곳을 되짚어 주는 그런 이야기였기에..


어린 아이들의 힘겨워하는 모습은 보는 나조차도 힘들게 만든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내 아기가 자꾸 생각이 나서..

부모없이 크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보면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그들도 똑같이 사랑받고 따뜻하게 자라야 할 소중한 생명들인데, 왜 그런 시련이 주어졌는지..

세상에 정말 자장면 아주머니처럼 따뜻한 분들이 많았으면 한다. 나 또한 아이들 앞에 서서 언제라도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도록 가슴에 새기고 새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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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창고 살인사건
알프레드 코마렉 지음, 진일상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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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취에 공기보다 무겁지만, 한번 코를 그 안에 들이밀면 그때는 이미 늦어요. 아주 빠르고 아름답게 죽을 수 있죠.
하지만 하안 씨는 그렇게 죽을 가치도 없는 인간인데." 55p
 
텅빈 자신의 와이너리에서 발효가스에 의해 질식사한 알베르트 하안의 이야기로 이 소설은 시작되었다. 죽은 사람이 이토록 모든 사람의 증오를 받고 있을 줄이야...
 
"난 기쁩니다." 목사는 말을 끝맺고 있었다. 65p
 
심지어 그의 추모식에서 기도를 하는 목사님마저도 기쁘다는, 자신의 의견을 잠시 피력하기도 하였다. 알베르트 하안, 그는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자연사한 것으로 보이나, 와이너리에 아무 와인도 없었다는 것은 이웃의 와이너리에서 발효가스가 넘어온 것으로 추정이 되고 살인일수도 있는 짙은 의혹이 불거진다. 그도 그럴수밖에, 그는 거의 모든 사람들의 증오와 원한을 사고 있는 인물이었다.
심지어 그의 아내에게조차도..
 
"시골에서는 소식이 금방 퍼진답니다. 특히 좋은 소식은요." 25p
바로 죽은 남자의 아내가 한 말이었다.
 
샤힝어의 아들. 알베르트의 버찌를 따다가 잡혔던 어린 아이가 알베르트의 창고에 끌려가 몹쓸짓을 당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없었으나 아이는 어떠한 질문에도 침묵하며, 악몽을 꾸며 매일밤 소리를 지르고 아버지가 안아주려하면 놀라서 몸을 뺐다고 한다. 또다른 이웃인 쿠르츠바허는 알베르트가 뜻밖의 목돈을 빌려주어 담보를 맡기고 돈을 다 갚았으나, 알베르트는 돈을 갚았다는 사실을 무효화하고 그와 적대적인 관계에 놓여버렸다. 법적으로만 떳떳한 그가 사실상 등쳐먹은 노인들의 숫자는 참으로 많았다. 자신의 아내에게는 모진 매를 가하여 자신의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하였고 말이다.
 
폴트 경위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는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특히 그들의 와이너리에 초대되어 가는 날이면, 공무든 어떤 이유에서든 신선한 와인을 마음껏 마실 수 있었고 그는 자신의 그러한 삶에 만족하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너무 접대를 밝혀서 사리분별력이 떨어지거나 또 지나치게 냉정한 사람도 아니었다. 다만, 그는 진실을 밝히고 싶었을뿐이었으나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이 범인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심지어 그의 부인조차도 자신이 사주했을 수도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그의 유일한 친구였던 두 사람 스보보다와 팔렌 역시 알고보면 하안에게 종속되다시피한 불쌍한 인생들이었다.
 
도대체 누가 그 사람을 죽였을까? 자연사라고 하기엔 너무나 맞지 않고, 그렇다고 죽인 범인을 색출하기엔 경위가 나날이 취하는 날만 늘어갈따름이었다.
와인향기가 가득한 마을, 그 와인의 발효가스로 쉽게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최근에만 네번째 발효사였다고 하니 조심해야할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없었다. 자연사를 가장한 사고사, 그리고 와이너리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죽음, 아름다운 죽음에 걸맞지 않는 추악한 인간의 종말.
 
그들의 이야기와 식사는 항상 와인을 곁들이며 진행된다. 진지한 대화든 가벼운 대화든 대화를 할 장소마다 신선한 와인을 곁들이는 것은 그들의 일상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기본이었다. 와인에 무척이나 문외한이었던 나, 게다가 와인 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술이 싫었던 나조차도 그들의 와인에 얽힌 대화를 듣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한잔 곁들이면서 소설을 읽고픈 마음까지 들기도 하였다. 어쩐지 너무나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말이다. 죽음, 그리고 살인 사건 분명 어두운 사건을 다루고 있었음에도 경위마저도 순박해보이는 이들에게는 죽은 사람 외에는 살인자조차도 나빠보이지 않는 아이러니함을 가득 갖추고 있었다.얼마전 읽었던 "미스터 버터플라이"라는 소설도 우아한 스릴러라는 별칭이 어울릴 정도로 정적이면서 특이한 장르의 비액션 소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분명 표지에 나온 조지 클루니와 권총은 웬지 액션 영화일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데 소설은 무척이나 잔잔하고 정적으로 흘러갔다. ) 이 책 역시, 어둠과 살인사건, 음모 등이 서려 있을 줄 알았는데 조용히 아주 조용히 그들만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 같아 색다른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이 밤 오랜만에 와인 한잔 하면서 이 책을 덮고 싶은데.. 와인 싫다던 신랑이 와인 두병 있던 걸 마저 다 마셔버려서 집에 없음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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