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턴 - 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민음사 모던 클래식 36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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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황혼에 대한 다섯 가지 이야기.

일본인이면서 여섯살에 영국으로 이주한 작가이기에 일본과 유럽의 정서를 모두 갖고 있다 평할 수 있는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자라온 배경이 달라서일까? 그의 글에서는 다른 일본 작가들의 글과는 다른 그런 느낌이 완연히 스며 있었다. 총 다섯편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있는데, 사실 음악을 배경으로 하고, 음악을 전공하거나 혹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긴 하지만, 그들의 연령대가 황혼에 접어있다는 것, 그래서 황혼의 사랑, 이별 등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이 다섯 이야기를 공통적으로 묶어 내었다.

 

황혼에도 충분히 아름다운 사랑이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젊었을땐 사랑했으나 수십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밋밋해져버린 부부, 어느 새 금이 가서 서로 이별의 흔적을 가늠하고 어떻게든 이어붙이려 하지만 사실 쉽지가 않다. 그런 글을 그는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어 ? 처음에 나왔던 그 부부의 이야기가 다시 나오네? 라던지, 아니면 첫 이야기의 주인공과 같은 직업의 사람이 다시 나오는 구나? 하는 식의 연결고리에 약간의 반가움마저 들기도 한다. 민음사 모던 클래식의 한 작품으로 소개되어 읽은 책이었고, 그래서인지 재미보다는 문학성을 더 중시해 읽어야할것같았다.

선데이 타임스의 로버트 맥팔레인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녹턴>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이런 밋밋함에 있다. 문장의 질감은 거의 두드러지지 않고, 구성은 의도적으로 단순하며, 다섯 개의 이야기 속에서 화자들의 목소리는 복제된 것처럼 비슷하다. 이런 밋밋함을 수놓는 '반복'이야 말로 작가의 전략으로 일단 이러한 되풀이가 의도적인 것임을 간파하고 나면 독자는 그 반복의 구조가 몹시 복잡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것을 기록하기 위해 오선지가 필요할 정도로. 256p

 

이야기가 밋밋하면서도 단순한 구성이라 읽는데 어려움이 없이 술술 읽혀 좋았다. 하지만, 옮긴이의 말대로 작가의 전략을 꿰뚫어볼 통찰력은 없었던지라, 그의 말을 들은 후에야 그런 것이었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이란 결코 눈부시지 않지만 너무 어둡지도 않아. 라는 표지의 말. 어딘가 기대감을 심어주는 그런 문구라 생각했는데..

황혼 무렵에 읽는 이 책의 느낌은 좀더 다르게 다가올까? 아직 30대인 내 나이가 문제인걸까? 황혼에 접어들어 이제는 퇴색되어가는 사랑을 붙잡고 싶은 엷은 부부의 바램이나 아름다울때 보내줘야겠다는 황혼 무렵의 크루너 가수의 세레나데까지.. 실패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많은 단편들에 적잖이 당황했고, 이왕이면 희망을 보고 싶었던 지라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난 너무 해피엔딩만을 좋아하는 편협한 시각을 갖고 있는 우물안 개구리 같은 독자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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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12-20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누굴 닮았나
이경국 지음 / 바이시클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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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신기한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가 안고 계시면 할아버지와 닮아보이고, 할머니가 안고 계시면 할머니와 닮아보인다.

아빠 옆에 누워 자고 있으면 아빠를 닮아보이고, 심지어 외삼촌이 안고 있어도 닮은 구석이 보인다.

나야 내가 안고 있는 모습을 거울로밖에 못 보니 잘 모르겠지만, 분명 아기는 나 또한 닮았으리라.


엄마 눈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우리 아들. 어여쁜 그 모습 속에서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는 건 또다른 신기함이다.

이 책은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2008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뽑힌 이경국 작가의 최신작이다.

우리 아이가 너무나 좋아하는 구멍책.


지금 만 26개월의 우리 아기.

입체북이나 구멍북, 팝업북들을 돌전부터 지금까지 줄기차게 좋아해주고 있다. 사실 어른들이 봐도 재미난 책들이니 아이들의 관심을 더욱 잡아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일수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이 책은 재미나게도 그 구멍속 아기 표정이 어느 누구를 닮았는지 다음 장에서 연결이 되어 더 재미나게 느껴진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가족들이 하나둘 등장해 아이와의 공통점을 찾아간다.


게다가 다음장의 구멍으로는 마치 해설자처럼 등장하는 귀여운 강아지의 모습도 있다. 책을 보면, 강아지를 찾아 멍멍을 외쳐대었던 우리 아기가 그래서 더 반색했던 책



구멍에 얼굴을 내밀고 종알종알 이야기해주면 까르르까르르..눈이 다 감기게 웃는 우리 아기.

그게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은데 너무너무 좋아해주니 엄마도 다 기쁠 뿐이다.


게다가 책끝에 수록된 cd, 7곡의 동요가 수록되어있는데 참..따스하고 다정한 노래가 들을 수록 귀에 척척 감긴다.



playsongs, 누굴 닮았나? 닮은 우리들, 사랑해사랑해, 아빠는 사탕을 좋아해, 사랑해요, 우리의 이야기 등이 아이와 어른들의 목소리로 재미나게 어우러지며 흐른다. ㄷ노래를 틀어주니 아이의 눈빛도 반짝인다. 음악과 그림책의 조합, 참 잘 어울리는 멋진 궁합이다. 이 책만을 위해 만들어낸 재미난 동요들, 그래서 더 특별

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 이래서 좋았어요~]





1. 노래는 어린 아기가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부드러운 음색과 멜로디가 무척 매력적이다.



2. 꽤 큼직한 보드북이라.. 구멍에 대고 아기 얼굴, 엄마얼굴을 직접 대어 활용해 보기가 편해 좋았다.



3. 가족과 내가 닮았다는 그 느낌,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 어린 아기에게도 감성적으로 무척 좋을 듯 했다.



4. 보드북이 둥글게 처리되어 있어 아이들 다칠 염려가 적어 좋았다.



5. 아기가 좋아하는 강아지가 나와 안내를 해주는 장면이 정감있어 좋았다.



6. 책에 대한 아기의 반응이 사실 가장 중요한데, 무척이나 폭발적이었다. 어린 아기들도 노래와 더불어 구멍 놀이에 관심을 보일 대박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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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즐, 삶을 요리하다 - 슬로푸드를 찾아 떠난 유럽 미식기행
노민영 지음 / 리스컴 / 2010년 10월
절판


통계학을 전공한 저자가 미식에 매료가 되어 국제 슬로푸드협회에서 설립한 미식과학대학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자연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농업을 이끌며 사라져가는 다양한 음식문화를 지키려는 노력이 바로 슬로푸드 운동이다. 4p 그녀는 슬로푸드 운동의 핵심을 고수하는 신개념 미식가로 거듭나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유럽, 그 중에서도 그녀가 공부한 이탈리아의 슬로푸드와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의 슬로푸드에 대한 많은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배운 요리와 현지인들이 애용하는 소중한 맛집들이 수록된 책이다.



언젠가부터 내 이야기의 주된 소재가 음식이 되어버렸다. 맛집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높아지고, 다녀 온 후의 평가라던지 소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었다. 친구들과 이야기할땐 그 사실을 몰랐는데, 가족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아버지의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먹는 얘기 빼고 하는 이야기가 없냐" 하며 핀잔을 주셔서, 아, 내가 너무 먹는 이야기만 했나? 하는 반성이 들 정도였다. 그녀가 쓴 이 책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이 얼마나 음식을 중시하고, 실제 식탁에서도 음식 이야기가 주된 화제로 등장한다는 것을 들으며 사실 내가 받은 핀잔이 그 나라에 가면 당연한 화제였을 거란 생각에 아쉬움도 들었다.

할머니 세대부터 내려온 요리법과 어떤 와인이 좋다는 등의 이야기들은 어쩌면 평범한 소재일 수 있다. 하지만 맛의 즐거움이라는 슬로푸드의 궁극적 지향점이 얼마나 이탈리아의 생활 속에 묻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94p


한국에서도 요즘 흔하게 팔리고 있는 젤라토 아이스크림 전문점. 나는 그 젤라토라는 이름이 젤리처럼 끈적끈적하고 농축된 느낌이라는 뜻인줄로만 알았는데..

이탈리아어로 '젤라토'는 '얼은'이라는 뜻이다. 53p 역시 제대로 알지 못한 엉성한 생각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게다가 이탈리아인들의 젤라토 사랑은 감히 아이스크림에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 만드는 온도도 다르고, 질감, 식감까지 다른 젤라토. 내가 생각한 끈적끈적한 고농축의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그들이 만들어낸 젤라토는 좋은 원료로 최고의 맛을 지향하는 그들만의 소중한 음식이었던 것. 씨즐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저자의 안내를 통해 젤라토에 대한 바른 지식을 갖게 되어 고맙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탈리아의 많은 숨은 맛집들을 발로 뛰며 발굴해서 소개해주는 고마운 정보까지.. 어디를 가건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현지의 맛집이 최고라는 그녀의 지론이 나의 맛집에 대한 지론과 일치하는 터라, 이탈리아에 자유여행을 가게 된다면 그녀의 조언대로 찾아가고픈 맛집들이 제법 많이 챙겨진 느낌이었다.


8월이 끝나갈 무렵이면 이탈리아는 토마토가 한창이다. 이맘때면 이탈리아 가정은 연중행사로 토마토 소스를 만들며 막바지여름을 마무리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년에 한번, 한해동안 먹을 김치를 담그듯, 이탈리아에서도 다음 여름까지 먹을 토마토 소스를 담는다. 103p 우리나라 마트에도 흔하게 들어와 있는 토마토 소스들, 미국이나 기타 다른 나라에서도 삶은 파스타 면에 병에 든 소스를 부어 휘리릭 끓이는 간편한 파스타가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김치를 사먹는 가정이 늘듯이 이탈리아에서도 병 소스를 간편하게 사서 먹는 집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던데, 저자는 다행히 친구 맥스네 집에 초대되어 그들의 토마토 소스 담그는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하였다. 아, 김장과 같은 문화였다니 정말 새롭고 놀라웠다. 1년치 토마토 소스라.. 80kg 정도의 토마토를 공수해와서 (우리나라에서도 배추를 몇십포기씩 사다가 담그는 것처럼) 다듬어 끓이고 분쇄기로 갈아서 약간의 간을 하는 것. 그리고 병에 넣고 삶아서 살균처리하는 것이 토마토 소스 만들기 끝.

김장 담그는 날 겉절이에 밥 한그릇 뚝딱 하듯, 그들도 새로 만든 토마토 소스로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하였다.




씨즐의 비밀 레시피라고 해서, 그녀가 배운 정보뿐 아니라 소중한 에세이들에 어울릴 법한 귀한 요리법들을 공개한 레시피도 돋보였다. 토마토 소스 만드는날엔 맥스엄마께 배워온 사프란 리조토 레시피를 공개해주었다. 또한 마요네즈보다 훨씬 맛있는 알리올리 소스에 감자튀김을 찍어먹을 수 있게 레시피를 올려준것도 인상적이었다. 마늘로 만든 소스, 꼭 한번 나도 해보고 싶은 기대되는 맛이었달까?




재료의 산지를 직접 방문해보고, 만들어지는 과정서부터 완제품으로 시식을 하기까지의 과정까지.. 그녀가 소개해주는 모든 치즈, 살라미, 하몽 등의 다양한 식재료에 대한 정보들은 생소하기도 하고 인상적이기도 하였다. 그녀가 소개해준 재료 중에 내가 먹어본 것은 다 대량으로 생산된 기계가 만들어낸 대중화된 식재료들이라 그녀의 평가는 절하되어 있는 그런 제품들이었다. 바릴라 스파게티 면이라던지, 크래프트사의 파마산 치즈라던지.. 이탈리아에서 제대로 만든 파르미자노 레자노와는 전혀 맛이 다른 저렴한 가격과 저렴한 맛으로 치부되어 버리는.. 그런 것들.



최고의 맛과 품질을 자랑하는 그들의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어보지 못한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파마산 치즈로 간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쩐지 그녀처럼 올리브 오일에 버무린 파스타를 오늘 산 치즈 덩어리(파르미자노 레자노)를 갈아 솔솔 뿌려낸 초간단 스파게티는 정말 맛이 있을 것 같았다. 최고의 식재료가 만들어내는 단순하고 명확한 맛. 그 맛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패스트 푸드에 길들여진 입맛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단 생각이 들었다.



슬로 푸드하면 보편적으로 떠오른 집에서 만드는 우리나라 가정식의 모든 것들. 하지만, 그녀를 통해 서구의 슬로푸드에 대해 새로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만든 그 음식들을 나도 한번 먹어보고싶단 생각이 들었다. 대량생산된 재료가 아닌 자연에 가까운, 그리고 자연을 존중해 만들어진 신선한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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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 장수 문순득, 조선을 깨우다 - 조선 최초의 세계인 문순득 표류기
서미경 지음 / 북스토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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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25세의 홍어장수가 바다에 나간지 3년하고도 석달이 지난 다음에야 돌아왔다. 그는 류큐 (일본 오키나와), 여송 (필리핀), 중국 등에서 머물다 돌아왔으며, 그의 표류기간동안 현지의 언어를 익히고, 현지 문화 문물을 습득하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비록 상인이어서 문자를 알거나 기록할 형편이 되지 않았으나 놀라운 기억력으로 그가 풀어낸 이야기들은 마침 우이도에 귀양왔던 정약전에 의해 책으로 편찬되었다.

 

조선시대에는 당시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나라들은 전부 오랑캐로 보고, 그들의 문화와 언어 등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한다. 그런데, 그때에도 여러 나라에서 표류되어온 사람들이 있었고, 조선인 또한 다른 나라로 표류한 이력들이 많았다 한다. 기록되어 있는 증거도 여럿 있었고, 기록되지 않은 사실은 아마 더 많으리라. 그 중에서 실제로 문헌으로까지 남은 이가 있었으니 장장 3년이 넘는 시간동안 여러 나라의 풍습을 제대로 경험하고 온 홍어장수 문순득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정약전은 문순득의 경험담을 실학자답게 날짜별, 나라별, 주제별로 구분해서 깔끔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뒤쪽에는 문순득이 류큐와 여송에서 배워 왔다는 신기한 외국어들을 한글 해석까지 달아서 적었다.

그렇게 마무리한 다음 표지에 "표해시말"이라고 적었다.

표류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고 나서 정약전은 문순득에게 천초 라는 자를 지어 준다.

이는 우리나라 개벽 이래로 해외 오랑캐 나라를 이 사람이 최초로 보았다는 뜻이었다. 249p

 



 

소중화사상에 젖어 꽉 막힌 양반들이 표류를 했다면 (그러기도 힘들겠지만) 그 나라의 풍습과 문물을 배우려 들지 않았겠지만, 홍어장수 문순득은 달랐다. 기꺼이 그들의 생활상에 스며들었고, 배울 수 있는 언어는 충분히 배워왔다. 그리고 여송에서는 실제로 노끈을 꼬아 내다 팔며 생활을 하기도 하였다. 류큐에서는 조선인에 대한 대접이 후해서 생활에 곤란을 겪지 않았으나 여송에서는 표류인에 대한 후한 대접이 없어서 스스로 살아남아야했던 것이다. 게다가 조선과 여송의 교류가 전혀 없기에 기존에 정착민들이 있는 중국과 달리 그가 겪었을 소외감은 훨씬 컸을 것이다. 그렇게 배워온 여송어가 아주 유용하게 쓰일일이 생겼다.

 

조선 땅 제주에 표류해온 정체불명의 세 사람의 통역을해주게 된것이었다.그 표류민들은 전혀 말이 통하지 않았으나 막가외 막가외만 외쳐댔고, 말이전혀 통하지 않는 조선땅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설움의 세월을 견뎌왔다. 그러던 차에 말이 통하는 문순득을 대하자 울며 웃다가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바닷길을 건너는 일은 크게 항해와 표류로 나눌 수 있다.

..표류는 돌발상황에 의한 것으로, 늘 있는 것이 아니라 어쩌다 우연히 발생하는것이다.

.표류의 역할은 먼저 새로운 항로의 발견이다.

.. 또한 국제 교류의 매개역할을 했다. ... 68.69p

 

놀라운 모험을 하고 돌아온 문순득의 이야기. 그 표류의 여정으로 새로운 항로가 개척될 수도 있고, 새로운 문호가 트일 수도 있는 일이었다. 정약전 등의 실학자들은 이 점을 아주 높이 사고, 표해시말을 한글로 적어내며, 문순득의 이야기에 깊이 매료되어갔다.

 



 

글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3년간이나 표류하면서 그 많은 것을 기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수도 있지만, 대개 글을 모르는 사람이 오히려 기억력이 좋습니다. .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주민들과 격리된 표류민 신분으로 류큐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그렇게 깊이 들어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가 이야기한 류큐 사람들의 생활이나 의복, 음식에 대한 기록들은 민속학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그리고 류큐의 장례식은 가족이나 가까운 친지들끼리만 지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보고 무덤도 보고, 그 속까지도 봤다는 것은 실로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게다가 오키나와의 전통 장례식 기록으로는 문순득의 표해시말이 가장 오래된 자료일 것입니다. 153.154p

 



 

표해시말을 일본어로 옮긴 히로시마대 다와타 교수의 평가이다.

본의아니게 세계 여러 곳을 누비게 되었던 문순득이라는 한 상인의 이야기가 한글로 쓰인 책으로 나왔고, 일본에까지 번역이 되어 귀중한 자료로 선정이 되고 있다.

문자를 배우지 못했으나 그는 총명한 머리와 비상한 기억력으로 보통 사람이 보지 못하는 세세한 풍습까지 꼼꼼이 정약전에게 전달을 해주었다.

그가 필리핀 등지에서 보고 배워온 화폐에 대한 조언은 당시 상평통보 하나만을 사용하고 있던 우리나라 화폐 개혁을 위한 좋은 조언이 되었으나 아쉽게도 그 의견은 묵살되고 말았다. 일찌감치 세상을 보고 배워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조선시대 양반들에게도 깊은 감화 (물론 실학자들은 그 유용함을 일찍 깨달았으나 )를 주고 영향을 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그들은 중화사상 이외의 문물에는 눈과 마음을 닫아버렸기에 문순득이 보고 배워온 많은 것들이 사장되고 말았다.

 

나 또한 뒤늦게 알게 된 표해시말.

문순득과 함께 한 그 놀라운 여정에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비행기를 타고 몇시간만에 만날 수 있는 현대의 여행과는 다른 감명이 있었다.

나라의 비호 없이 한 개인이 타국에서 겪었을 설움과 한이 서려 있기도 했으나, 그가 얼마나 강인한 사람이었는지는 타국에서 외국어를 익히고,  생활하여 건강히 조선으로 돌아온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는 조선 최초의 민간 외교관이자 통역관으로 바뀔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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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아이에게 꼭 해줘야 할 49가지 :13~24개월 - 세 살 엄마, 수다쟁이가 되어라
중앙M&B 편집부 엮음 / 중앙M&B / 2010년 9월
품절


돌전만 해도 매일매일 육아일기를 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하루 이틀 빼먹기 시작하니 사이트에 접속해 육아일기를 쓰는 일이 힘들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기 두돌이 지나도록 육아일기에 손을 못 대고 있는 불량엄마가 되었다. 매일 매일이 새로운 아가, 새로운 행동, 새로운 말로 엄마를 기쁘게 해주는 아이의 "첫" 시리즈를 더이상 기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엄마의 직무 유기가 아닌가 싶다.

만 두돌, 세살인 우리 아기, 우리 아기에게 꼭 엄마가 해주어야 할 이 시기의 중요한 일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기의 연령에 맞는 적절한 조언들을 담은 책들을 보면, 웬지 놓치면 안될것같은 마음이 들어 우선적으로 집어들게 된다. 세살난 우리 아기, 한창 두뇌가 발달할 엄청 중요한 이 시기에 내가 미처 놓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게으른 엄마도 불안하기는 한가보다.

엄마, 아빠가 체육을 유난히 못하기는 하였지만, 걸음마를 늦게 떼었다거나 말이 늦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하루 이틀 기다려봐도 우리 아기의 걸음마와 말은.. (사실 언어는 걸음마에 밀려 그닥 걱정거리도 아니었다. ) 아뭏든 아이의 걸음마가 다른 아가들에 비해 한참 늦어서 (손잡고 걷는것은 그래도 시작했는데 혼자 서서 걷는 것을 제법 늦게 시작했다.) 느긋한 성격의 엄마마저도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책이나 인터넷 육아 사이트 등에 들어가보면, 발달 장애니 소아과를 방문하라느니 하는 말들이 나와 있어서.. 멀쩡하고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우리 아이를 치료 받아야 할 아이로 만들어버릴까봐 두렵고 혼란스러웠다.


조금 늦을 뿐 아이는 천천히 다 진행을 하였다. 사실 혼자 걷던 날이 뛰던 날이었고, 말도 좀 느렸다고는 하나 (엄마, 아빠는 일찍 시작해서 한참을 엄마, 아빠, 좋아 등의 말만 하였다. ) 요즘 들어 그동안 안했던 새로운 단어들을 따라 하고, 말해주지 않아도 책을 가리키며, 뱀, 배 등 자신이 생각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아기가 대견스럽게 느껴졌다. 지금 우리 아기는 만 26개월이다.

이 책에서도 말이 느린 아기에 대한 조언이 잘 나와 있었다. 특히나 세살 아기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엄마가 수다쟁이가 되어야한다는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언어발달에 대한 세살시기는 무척 중요한 것 같았다. 나 또한 무척이나 수다스러운 엄마임에도 이상하게 아기 앞에만 서면 별 말이 없어지고, 친구, 가족들 앞에서야만 비로소 말문이 봇물 터지듯 터지는 듯 했다. 우리 아이가 말이 느린게 엄마 탓도 있었으리라. 열심히 반응해주고 대꾸해줘야 하는데, 그냥 축 늘어진듯 별 반응 없는 엄마. 그러니 아이는 재미나게 말하고 싶어도 말문이 자주 막혔으리라. 생각해보면 정말 미안하다.

엄마들이 직접 올린 각종 육아 고민 리스트를 각 자문위원들에게 보내고, 다시 엄마들 육아사이트에 의뢰하여 핵심 고민과 해답을 찾아낸 책.
0~1세부터 초등학교 1학년까지의 각 연령별 엄마의 고민에 맞는 책들이 세부적으로 나와 우리 아이 연령에 맞는 세살 책을 찾아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더욱 유익하게 도움을 얻게 되었다.

대소변을 가릴 때가 된것같고, 아이도 구분을 해서 신호를 보냄에도 불구하고 소변 가리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자꾸 싫다고 고개짓을 하는 우리 아들, 그리고 두돌까지 먹여야지 했던 모유 수유가 아직도 끊지 않아 이어지고 있는 것. 사실 이 두가지만 해도 나는 세살에 해결해야할 숙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데, 책 속의 차근차근한 설명대로 배변 훈련은 시작해볼 생각이고, 모유 수유는 갑자기 끊지 말고 아이와의 대화로 차분히 해결해나가야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얻었다.

또한 아이 책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는데, 참고하면 좋을단행본 리스트들을 추천해주어서 미처 갖고 있지 않은 책은 새로 구입할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였고, 그림책을 읽어주는 방법, 또 아이의 발달에 맞추어 놀아주는 방법 등이 소개되어 나처럼 서툰 초보엄마들이 참고하기에 좋은 서적으로 느껴졌다.

이제 곧 세돌, 네살을 향해 하루하루 커 나가는 우리 아들, 아들의 발달에 궁금증이 생길때마다 우리 아이 꼭 시리즈가 생각날 것 같다. 내년에는 네살 편을 사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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