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동물을 잘 그려요 엄마 아빠와 함께 신나게 그리기 1
레이 깁슨 지음, 신형건 옮김, 아만다 발로우 그림 / 보물창고 / 2011년 1월
절판


"언니는 그림을 잘 그리니까 직접 아이에게 그림 그려주면서 놀아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

초등학교 선생님인 여동생의 말에 나는 사실 좀 부끄러워졌다. 그림을 잘 그린다니, 그게 언젯적 이야기던가 싶었다. 초등학생 때는 말을 무척 좋아해 열심히도 그렸고, 다른 동물들도 많이 그렸지만, 그 때 이후로는 그림을 그릴 일도 별로 없었거니와 자연히 안 그리다 보니 피아노를 안 치면 손이 굳는 현상처럼 그림도 안 그리면 못 그리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기엄마가 되어 아이가 그려달라는 동물들과 자동차 그림을 그리려다보니 강아지를 그렸는데 곰처럼 보인다거나, 다리 모양이 어색해 내 눈에도 마음에 들지 않는 그런 이상한 그림만 그려대게 되었다. 그래도 자꾸만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고, 자신도 따라 그려보려 노력하는 세살바기 귀여운 아들.

뭔가를 보고 따라 그리는 것은 그나마 할 수 있겠는데, 머릿속에 생각한 그림과 실제 결과로 나온 그림이 너무 달라 난감할때가 많았다.

아들을 위해 그림을 그리기는 하되 내 마음에도 안드는 이상한 그림 탓에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나뿐 아니라, 아빠, 친정 식구들 모두에게도 그림을 그려달라 해서 다들 열심히 그려주면서도 서로 이게 무슨 그림이야? 하면서 웃는 일이 많았다.

우리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해준 책. 고마운 그림책 "난 동물을 잘 그려요"를 만났다.


아이를 위해 꺼내들었는데, 친정어머니 (사실 친정어머니도 초등학교 선생님이시라, 아이와 놀아주기에 나보다도 더 열심이시다.)께서 아이 손을 붙들고 사자 그림부터 천천히 따라 그려보기 시작하셨다. 정말 한눈에도 쉽고 아이 눈에도 예쁜 그런 그림들. 아이도 신이 나서..페이지를 넘겨 가며 돌고래 그려달라, 거북이 그려달라, 물고기 그려달라 신이 났다.


아이는 선명하고 짙은 펜을 좋아하지만, 손에 뭍으면 잘 지워지지 않아 평소에 색연필로 그리게 하곤 했는데, 책에 나온 것처럼 크레파스로 그리고 마커펜으로 칠하거나 물감으로 칠해도 예쁠 것 같았다. 누가 그려도 예쁘고 잘 그린 그림이 되는 "난 동물을 잘 그려요" . 동화책 못지 않게 아이들, 부모에게 모두 꼭 필요한 그런 책이 아닌가 싶다. 따라 그리는 방법도 무척 쉽게 잘 나와 있고, 완성된 그림은 누구 눈에나 예쁠 그런 그림이어서 동물을 잘 그리고 싶은 엄마들에게 정말 유익한 보물창고같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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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뚝배기 하실래요? - 입맛 확~ 당기는 손맛 한 그릇
정경지.손유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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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SBS, YTN을 넘나들고, 각종 유명 여성지에서 칼럼을 진행하고 있는 인기 칼럼니스트이자, 이 책의 저자인 더 디쉬.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손맛과 탁월한 디자인 감각을 지닌 두 디쉬(알고 보면 시누와 올케 사이)가 뭉쳐 더 디쉬라는 블로그를 만들고 마음껏 요리를 하며 뜻을 펼쳤다 한다. 한식을 돋보이게 하는 정통 조리법과 양념을 고수하면서도 요즘 트렌드를 놓치지 않는 감각적인 노하우로 차별화된 레시피는 더 디쉬가 만든 요리들의 가장 큰 매력.

혼수로 장만한 그릇 중에는 뚝배기는 딱 하나였다. 그 작은 뚝배기에 김치찌개며,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여내면, 다른 냄비에 끓일때보다 더 맛있게 느껴지고, 잔열이 남아 식탁 위에서도 보글보글 맛있게 끓고 있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따끈한 찌개를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뚝배기가 작아 자꾸 넘치길래 약간 큰 뚝배기를 하나 더 샀다고 했더니, 어머님께서 안 쓰고 모아둔 새 뚝배기가 있으시다고 몇개의 그릇을 더 챙겨주셨고, 모양이 각각 다른 뚝배기로 그때 그때 바꿔가며 요리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설렁탕집에서 쓰일 것 같은 뚝배기 그릇도 주셔서, 곰탕을 데워먹을 때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곤 했다.



닦을 때 일반 세제로 닦을 수 없고 (처음엔 몰라서 일반 세제로 닦았는데 숨을 쉬는 그릇이라 세제가 그릇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가열하면 도로 세제가 흘러나와 음식에 섞인다고 하였다. ) 베이킹 소다나 밀가루 등으로 닦는 것이 권장된다는 것이 좀 귀찮은 관리법이긴 했지만, 건강을 위해서는 꼭 지켜야 할 방법이었다. 그것도 귀찮을땐 (베이킹 소다 덕용 포장을 사둬서, 리필을 해야하는데 귀찮을땐 ) 뜨거운 물로 헹궈서 세척하기도 하였다.

뚝배기 요리로 가득 채워진 레시피.

처음에는 한식 뚝배기 요리와 더불어, 언젠가 레스토랑에서 먹었던 뚝배기 파스타가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제법 많은 파스타와 면요리들이 뚝배기 레시피에 가득 담겨 있었다. 면요리, 특히 파스타를 좋아하는 나는 찌개 등의 한식보다도 뚝배기 파스타가 가장 기대가 되었다. 책을 받자마자 제일 먼저 펼쳐든 곳도 바로 파스타 파트.

? 우리집에서 쓰던 그 뚝배기가 아닌 후라이팬 혹은 항아리 뚜껑처럼 생긴 그런 뚝배기가 존재하였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대부분의 볶음 요리, 파스타 요리들은 이런 팬 모양 뚝배기로 조리하는 것이었다. 그릇 욕심이 많긴 했지만, 사실 씽크대 빈자리도 마땅찮고 해서 자제하고 살아왔는데, 아직 마련 못한 그라탕기와 더불어 팬모양 뚝배기는 몹시나 사고 싶은 품목이 되어버렸다. 사실 뚝배기로도 그라탕기 대체가 된다고 하니 팬모양뚝배기 하나 제대로 장만하면 고민이 해결될것같기도 ...

생각해보니, 레스토랑의 뚝배기도 일반 뚝배기가 아닌 항아리 뚜껑처럼 넓적한 뚝배기였다. 그릇 먼저 장만해야겠구나.



뚝배기 사용법, 관리법 그리고 요리에 어울리는 뚝배기 고르기 , 기본 국물 만들기, 천연 조미료 만들기, 이탤리언 뚝배기를 위한 크림소스와 토마토 소스 만들기 , 그리고 생소한 식재료에 대한 구입 방법과 설명까지.. 조리에 들어가기전 알아둬야할 사항에 대해 꼼꼼하게 짚고 넘어가준다.




뚝배기로 할 수 있는 무한한 요리의 세상. 그 시작은 한식 뚝배기로 시작한다. 정말 손발 오그라들게 추운 이 겨울 뜨끈하게 넘길 수 있는 국물 요리서부터 반찬이 되는 일품요리와 영양 가득한 별미밥을 모두 뚝배기로 만들어낼 수 있다. 겨울만 되면, 따끈한 국물이 가장 필요하다는 신랑을 위해 (여름엔 뜨거운 국물이 또 싫다고 하고 ) 열심히 읽어봐야할 파트였다. 그저 우리가 알고 있는 메뉴를 뚝배기로 요리했다라는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레시피도 조금씩 독특하고, 따끈하게 먹으면 더 맛있을 그런 음식들이 많아서 뚝배기를 따로 씻을 번거로움따위 잊어버릴 수 있게 맛있는 음식의 세계가 눈 앞에 펼쳐졌다.


당장 내일 신랑 찌개로 무얼 해줄까 하고, 이 책을 들고 부엌에 들어서서 살펴보니, 뚝배기 명란젓찌개가 눈에 들어왔다. 무엇보다도 깊은 밤 쉽게 만들 수 있고, 재료도 두부를 제외하고 모두 집에 있는 재료였기에 선택한 메뉴였다. 보통은 멸치 육수나 명란젓 자체만으로 맛을 내곤 했는데, 뚝배기 명란젓 찌개는 쇠고기 육수를 쓴다는 것이 차별화된 점이었다. 다 만들고 나니 책처럼 깔끔하게 나오지는 못했지만 (얼었던 명란젓이 모두 터져서 골고루 국물에 스며들었달까?) 맛은 꽤 괜찮았다. 아침에 신랑이 뜨끈하게 맛있게 먹고 출근할 생각을 하니 기분까지 상큼해진다.


또 추운 겨울날 해물 어묵탕을 보글보글 끓여 술안주로 함께 해도 참 운치있고 좋을 것 같았다. 유명 음식점에서 먹었던 해물떡찜도 매콤하게 뚝배기로 만들어낼 수 있었고, 뚝배기로 담아낸 춘천 닭갈비도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면요리와 퓨전 , 이탈리아 요리가 뚝배기로 이어지는데, 모두 다 내가 좋아하는 (한식도 좋아하지만 보다 더 특별한 별미를 맛보는 것 같아 더 기대가 되는 파트였다.) 음식들이라 눈을 더욱 반짝이며 살펴보았다. 추운 겨울이다보니 국수 전골, 낙지가 퐁당 빠진 김치칼국수등의 칼칼하고 따끈한 국물 요리도 맛있을 것 같고, 볶음 쫄면과 쫄순이 (서울 어느 여고 앞 분식집에서 유명했던 쫄면과 순두부의 만남) 등 차가운 쫄면이 싫어지는 겨울에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새로운 쫄면 레시피들도 인상적이었다.

메인 요리로 손님상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근사한 뚝배기 요리들, 퓨전 오리엔탈 뚝배기의 요리는 닭고기 베트남 쌀국수, 문어 마늘 볶음 밥, 뚝배기 찹스테이크 등 금방 레스토랑 메뉴판에서 뽑아온듯한 그런 메뉴들이었다.




팬 모양 뚝배기를 사고야 말겠단 의지를 불태우게 한 볶음 요리와 퓨전 이탤리언 요리들, 쇠고기 안심 스파게티부터 정신줄 놓고 먹는다는 뚝배기 문어 스튜, 그리고 책속으로 들어가 먹고 싶은 치킨 도리아와 크림소스 라자냐 등의 다양한 메뉴들까지.. 동서양의 요리와 그 중간의 퓨전 요리까지.. 또 평소 먹는 반찬과 별미로 먹을 새로운 메뉴까지 모두 아우르고 있는 훌륭한 요리책이어서 그에 걸맞는 다양한 뚝배기에 대한 욕심이 생겨나게 하는 책이었다. 어쩐지 후라이팬으로 볶아 접시에 담으면 너무 아쉬울 것 같은, 뚝배기에 담았기에 그 맛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는 그런 요리들. 맛있고 멋있게 만들어, 입맛대로 즐기면서 올 겨울 따뜻하게 보내고 싶은 심정이다.


"한뚝배기 하실래요?"

"국물이 끝내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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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연의 도쿄 집밥
박계연 지음 / 삼성출판사 / 2010년 11월
절판


결혼전에는 명란젓은 그저 무쳐 먹는 반찬으로만 알았는데, 결혼 후 신랑의 식성대로 명란젓에 두부를 넣어 국을 끓이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친정 아버지께도 해드렸더니 시원하고 깔끔해 맛있다고 하셔서..친정에서도 종종 해먹는 국메뉴가 되었다. 몇십년씩 서로 먹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터라, 같은 한국인임에도 반찬이나 입맛이 미묘하게 다른데, 하물며 한국인 아내와 일본인 남편의 만남이었으니 오죽했을까? 바쁜 직장 생활로 여느 싱글들처럼 요리를 많이 해보지 않았던 초보 주부 저자가 일본으로 건너가 남편의 바램대로 일본 요리책을 들고 같이 요리를 하기 시작하기까지.. 서로의 입맛이 달라 갈등도 많았을테고, 웃지 못할 해프닝도 많았을 것이다.



일본 요리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버리고, 열심히 살림에 응했던 그녀, 새댁 경력 몇달만에 2~3시간 걸리던 식사 준비시간이 30분 만에 여러 반찬의 식탁을 뚝딱 차려낼 정도가 되었고, 이제 일본 생활 7년차에 접어들어 그녀의 일본 집밥 요리 경력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손쉽고 간단하면서, 보편적인 일본의 집밥 메뉴 레시피를 당당히 소개해주는 경지에 이르렀다.


일본 가정요리 102가지 레시피와 음식에 얽힌 여러 에세이들이 지루한 요리책이 아닌, 즐기는 요리책으로 만들어주어 정말 손에 잡자마자 후다닥 읽어내리게 만드는 글재주를 지니고 있었다. 기자 출신의 그녀, 글솜씨 또한 예사롭지 않게 맛깔나기 때문이었다.




어렸을 적에는 일본 요리 하면, 달고 짜고 정도의 선입견을 갖고 있었는데 딱 한번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그때 맛본 음식들이 거의 다 입에 잘 맞았고, 한국에서 팔고 있는 많은 일본 요리들 또한 입에 잘 맞아 일본 요리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게다가 인터넷이 활성화되어 여행 후기를 속속 올려주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일본의 맛있는 맛집, 혹은 맛있는 요리에 대한 후기가 가득해서 읽을때마다 입에 침이 고이곤했다.



식당 뿐 아니라, 일본 친구를 사귀지 않는 한 절대 맛볼 수 없을 일본 가정식의 맛은 어떠할까? 또 어떤 메뉴가 나올까?

한때 붐이 일었던 일본 드라마의 열풍 속에서 그들이 먹던 나베 요리서부터 커다란 꼬치 구이(영화 비밀에서 히로스에 료코가, 성장기 학생은 잘 먹어야 한다면서 무지막지하게 큰 고기 꼬치를 뚝딱 해치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 등을 볼 수 있었고, 파는 메뉴를 집에서 만들 수도 있겠구나 혹은 집에서만 만드는 정갈한 반찬들은 뭘까 궁금해지기도 하는 등.. 일본의 가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직접 한국에서 해볼 수 있다면 하는 기대감을 해결해주는 그런 책을 일본 생활 7년차 주부 박계연님이 해결해주신 것이다.

그리고, 30분 내 뚝딱이라는 뒷 표지 말처럼 정말 뚝딱 뚝딱 간단한 레시피가 많아, 손이 많이 가는 그런 요리들에 비해 당장 해보고 싶은 자신감을 심어준다.



처음엔 된장을 밥에 발라 먹는다는게 너무 이상해서 남편이 먹고 싶다고 해도 만들지 않았던 구운 된장 주먹밥. 이자카야에서 한번 먹어보고 그 맛에 반해 색다른 감동을 느꼈다 한다. 구운 된장 주먹밥은 한꺼번에 만들어서 냉동 보관했다가 먹기 전에 바로 구워먹거나, 오차쓰케를 만들어먹기도 한다고 한다. 62p



외국의 양념이 우리나라 양념 맛을 못 따라오듯이, 일식을 만드는 레시피의 기준은 일본 된장, 일본 간장에 맞추어져 있어서 일본 간장보다 더 짠 우리나라 간장, 일본 된장보다 덜 짠 우리나라 된장으로 요리하면 아무래도 저자가 만드는 맛과 다른 묘한 맛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짠 정도가 다름을 감안해서, 약간 줄이거나 더 넣거나, 혹은 일본 요리를 위한 일본 간장을 구비해 요리에 임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일본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양념이라는 간장, 그 간장의 종류와 쓰임새도 정말 무궁무진했다.


더블피의 뚝딱쿠킹이라는 인터넷 만화에서 본 것 같은 돼지고기 생강 구이를 또 만나 반가웠다. 마늘보다 생강에 익숙한 일본인들, 간장과 생강으로 양념한 이 음식은 또 어떤 맛일까? 일본 남자들이 특히나 좋아하는 일본 정식의 가장 대표적인 메뉴로 스태미나를 위한 요리라고 하면서 또한 맛도 좋다고 (더블피님 블로그에서 본 것 같다.) 기억을 한다. 게다가 반드시 채썬 양배추를 곁들여야 하는데 집에서 채썬 양배추를 곁들이지 않으면 남편이 슬픈 목소리로 "양배추가 없는 돼지고기는 안돼"라고 말한다 89p하니 일본인들에게 반드시, 꼭 이라는 음식 궁합이 존재함을 배우는 순간이었다.


일본 밥상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배추 유자절임, 우리나라의 김치와도 같은 역할을 하면서, 집에서 담그거나 친정에서 얻어먹거나 슈퍼에서 사다먹는 등 그 문화도 비슷하다 하였다. 방법도 정말 간단해서, 매운 것을 못 먹는 아기를 위해 백김치 비슷하게 담가줘도 좋을 메뉴 같았다.



된장주먹밥 못지않게 나의 관심을 끌었던 양파구이. 전자렌지로 돌리면 오케이인 이 요리는 정말 너무너무 손쉬워 봄에 햇 양파 나올때 꼭 해보려고 찜해둔 메뉴다.

봄에 나오는 양파는 단맛이 강해 통째로 구워먹곤 한다. 양파의 단맛과 간장의 짠맛, 가쓰오부시의 생선 맛 등이 조화를 이루어 일본 술에 잘 어울리는 안주다. 자연의 맛이라고 할까? 이렇게 맛있는 요리를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 싶을 정도로 감탄이 나온다. 145p



우리나라에서 손쉽게 부침개를 부쳐내듯, 야채가 많이 남으면 손쉽게 튀겨 버리고, 튀김이 남으면 다음날 튀김 우동이나 튀김 메밀 국수, 또는 텐동 (튀김 덮밥)을 해먹는 일본인들. 우리나라에서는 튀김이 번거로운 요리인데 일본에서는 남녀 누구나 손쉽게 하는 요리이자, 아이들 친구가 오면 흔히 해주는 메뉴라고 하였다. 또 튀김과 후라이를 명확히 구분해, 빵가루를 입혀 튀긴 돈까스 같은 후라이는 절대 튀김에 넣지 않는다 하였다. 일본의 기본적인 식생활 상식 등도 소개해주어 새로 알게되는 사실들이 무척 많았다. 공부하고자 해서 얻는 정보가 아니라,흥미로운 요리책을 읽으며 얻게 되는 상식들이 유쾌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무의 아래부분은 매운맛이 강하고, 윗부분은 단맛이 강한 성질을 이용해 요리에도 다르게 이용한다 하였다. 나도 어디선가 무의 어디가 맵고 어떻고 이야길 들었는데, 매번 잊어버리고 그냥 무 전체를 똑같이 사용하곤 했는데, 기억하면 좋을 부분 같았다. 매운 부분은 수분이 적어 갈아서 기름진 생선이나 튀김에 곁들여 먹고 윗부분은 수분이 많아 어묵전골이나 무조림에 적당하다. 219p 간 무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그들의 식습관 상, 매일 무를 갈아야했던 그녀 또한 팔이 아파 화가 나기도 했지만, 무를 먹으면 건강해진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고, 또한 간무, 무 등으로 요리한 음식도 소화도 잘되고 맛도 좋아서 그녀 역시 간 무를 얹은 함바그 스테이크를 즐기게 되었다 하였다.




맛있고 손쉬운 레시피가 가득하고, 새로운 요리가 많아 배우는 재미가 있었던 책, 거기에 일본 요리에 대한 각종 상식은 양념처럼 더해지고, 남편과의 에피소드는 한편의 일기를 읽는 듯 재미를 더해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머릿속에 떠오르는 메뉴들이 너무 많아 무엇부터 해먹어야 할지 망설여진다. 치킨 가라아게의 고소한 맛도 즐겨보고 싶고, 우리집에 있는 쓰유로 간단히 만들어먹을 수 있을 미역 우동과 바삭바삭한 새우 튀김을 얹은 텐동도 끌리는 메뉴이다.



여행의 꽤 큰 비중을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데 있다고 보는 나로써는 여러 제약이 많아 당장 여행을 떠나지 못하더라도, 집에서 이렇게 일본 가정집에 초대받은 것처럼 정갈한 한상을 차려서 가족들과 맛있는 식사를 즐겨보고픈 바램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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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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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트렁커 : 멀쩡한 집 놔두고 트렁크에서 자는 사람

 

이 책을 처음 접했을때, 기우가 심한 나로써는 두 편의 영화를 떠올렸다.

영화 주홍글씨와 외화 택시. 두 편의 영화에서 트렁크는 사람들이 있어선 안될 곳에 들어갔다가 봉변을 당하는 곳으로도 등장하고, 또다른 영화에서는 돈이 없어 숙박을 트렁크에서 해결하는 일그러진 한국인 유학생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의심이 많고 걱정이 많았던 나는 미리 걱정을 했다. 잘못하면 질식해서 죽을 수도 있을텐데.. 왜 그런 엉뚱한 일들을 할까?

 

엉뚱한 일을 자초하는 두 명의 주인공은 사실 범상치 않은 아픔을 간직한 이들이다. 까칠한 사차원 걸 온두는 자신의 과거를 밝히지 않는, 사실은 기억 못하고 사는 과거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사는 여자이다. 그리고 그녀의 트렁크 이웃 름은 아픈 과거를 발단 전개도 없이 바로 위기부터 고백하는 생뚱함을 갖고 있는 자상한 남자이다. 그 둘의 만남, 그리고 까칠하지만 인간적인 면이 있는 온두의 일상과 생각, 대화 등을 읽고 보면서 처음에는 한참 재미나게 웃고 공감하였다. 다소 과격한 표현들, 하지만 그 표현들이 싫지 않고 오히려 정감있게 느껴질 정도였다. 사나워보이지만, 사실은 사납지 않은 그녀. 경사가 가파른 오림여고의 등교길이야기를 들을 적에는 정말 너무나 가파른 경사를 갖고 있던 중학교 학창 시절이 떠올랐고, F자, ㅂ자, ㅇ자로 나동그라지는 아이들을 상상하며 갑자기 웃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세상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하지만, 그 시니컬이 어쩌면 정곡을 꿰뚫고 있는지 모르는 그 모습들이 참 유쾌하게 그려졌다. 그렇게 소설 속 곳곳에 웃음의 장치가 참 많앗다.

 



 

"너를 보면 김유정 소설에 나오는 점순이 있잖니. 그 점순이가 생각난다. "

나는 동백꽃의 점순이인지 봄봄의 점순이인지 말해달라고 했다.

"고추장 갖고 동물 학대하는 애 말이다. 남자애한테 추파 던지는. 걔가 보통 당돌한 애냐. 너도 그런 느낌이 든다고. "

그는 학생들 하나하나에게 소설 속 주인공과 닮았다고 했다. 그의 이상하고 불쾌한 취미 때문에 울음을 터뜨리는 애도 있었다.

어떤 애한테는 <감자>에 나오는 복녀를 닮았다고 해서 대성통곡하게 만들었다.

그 전날 '아다다'였던 아이가 울고 있는 친구를 위로했다. 51P

 


 

그저 엉뚱 발랄 유쾌할 줄 알았던 이야기가 중반부터 우울하고,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일들로  흐르면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과거를 잊을 수 밖에 없는 것,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 감출 수 밖에 없던 진실 앞에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의도대로 따라 웃으면서 그들에게 너무나 미안했기에..

그들은 왜 트렁크에 들어가게 되었을까. 좀처럼 공감하기 힘든 상처와 아픔을 게임하듯 발랄하게 고백하는 이들의 이야기 앞에서 우리는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다. 그저 애잔하다. 조연정 (문학평론가)

 

나를 가졌을 때 엄마는 누군가를 증오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하며 열달을 보냈다. 나는 태아일때의 내 모습을 떠올렸다. 나는 몹시 분해했고, 슬퍼했고, 괴로워했다. ..그 후 나에게 최대의 위기가 찾아왔다. 나는 기름을 뒤집어 쓰고 2도 전신화상을 입었다. 그때의 기억을 다 잊은줄 알았던 작가가 최근에 갑자기 화상을 입었을 때의 끔찍했던 기억을 꿈꾸고 놀라 일어났다고 하였다.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더 큰 트라우마와의 정면 승부뿐이다. 잊고 싶은 기억과 대면하고자 하는 노력만이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온두와 름과 같은 세상의 많은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악수를 건네고 싶다는 작가의 글. 그 글에 이 글의 진심을 깨달았다.

 

무척 재미나면서도 범상치않고, 잔인했던 과거에 놀라웠던 글. 그리고 책을 다 덮고, 쉽게 다른 책을 금새 펼칠 수 없게 만든 그 저력은 작가의 그 진심어린 마음이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정말 재미나다. 하지만, 그냥 웃고 넘길 수 만은 없다. 그들이 진실 게임, 치킨 차차차를 통해 서로에게 풀어놓는, 혹은 온두의 경우에는 스스로에게 열쇠를 여는 과거의 기억들이 우리에게는 충격이자, 그들에게는 치유로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상처를 보듬어 안는 방법. 평범하지 않는 트렁커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

작가가 전해주는 트렁커는 정말 황당해보이면서도 침대에서 잘 수없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운 이들을 감싸안는..따뜻한 결말로 가는 소중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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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불로문의 진실 - 다시 만난 기억 에세이 작가총서 331
박희선 지음 / 에세이퍼블리싱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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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여행을 갔을 적에 서불과차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진시황때 불로초를 캐러 보낸 서복이 바로 제주도에 들러 남긴 글씨라는 이야기였다. 불로초가 우리 제주도에 과연 존재했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잊고 있던 기억을 다시 되살려주는 소설을 만났다.

 

창덕궁 불로문의 진실.

창덕궁에 가본 적이 있었던가? 서울에 살면서도 막상 궁궐과는 거리를 멀리 하고 살았던 서민(?)이었던 지라, 가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같기도 하고..

연못이 있는 어느 궁에 가본 것 같은데 그곳이 창덕궁이었는지는 가물거린다. 게다가 불로문이라니.. 불로초를 연상케하는 그런 문이 있는지도 몰랐던, 아주 우매한 사람이었다.

 

혹자는 그저 불로 장생을 바라는 뜻에서 그런 문을 지어 그 문을 통과하면서 불로장생을 염원했다고 한다.. 라는 책 속 문구처럼 아마 내가 그 문을 알았더라도 그런 연유겠지 생각했을 것이다. 신비한 불로초가 과연 실제로 존재했다고 믿기는 어려웠기에 그런 이야기는 손쉽게 전설로 혹은 그저 바람으로만 묻어버렸던 것. 불로문과 불로지, 모르고 있던 역사적 사실을 꺼내어 새로운 소설로 만들어 낸 이가 존재하였다.

 

생생한 역사적 증언인 것처럼 그의 소설 속에는 책 밖으로 바로 튀어나올 것 같은 생생한 현장의 사진들까지 같이 담겨져있다. 그저 환상으로만 끝난, 억지 주장으로만 끝나는게 아니라. 정말 그랬을 수도 있다는 것을 뒷받침이라도 해주듯 말이다.

 

2000년 전 진시황이 보낸 서복의 제주 탐사기부터, 조선 시대 숙종의 불로문 이야기, 그리고 다시 한참을 지나 일제 시대의 경성 제국 대학 학생과 비밀 결사단이자 독립 단체 천수당의 이야기까지.. 총 세편의 이야기가 불로초로라는 주제로 엮여 톱니바퀴를 형성하며 흘러간다.

 

일제 시대 730 부대로부터 천수당원들이 목숨을 걸고 빼앗은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식물 뿌리 같은 표본과 책 한 권 그리고 탁본 한가지였다.

일제는 다시 그 물건을 되찾기 위해 혈안이 되고, 천수당에서는 목숨을 걸고 구해 낸 물건의 정체가 뜻밖의 물건임에 실망이 커, 중요한 물건인지도 모른채 우연히 배달책으로 엮인 경성제국대학 학생 시형에게 물건을 되돌려 주었다. 시형은 그 물건이 범상치 않을 거라는 직감에 일본인이지만, 독립 운동가들을 위해 도움을 주는 마쓰다 교수에게 몰래 의뢰해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다.

 

그 물건으로 인해 흘러가는 서복의 이야기서부터 숙종 시대의 이야기까지..

범상치 않았던 물건의 진실.

 

이 책의 놀라운 점은 잊고 있던 역사를 끄집어 낸것 뿐 아니라 상상 속에 그쳤을 이야기를 새로운 이야기로 재 창조해낸 팩션이 마치 다빈치 코드의 놀라움과 같은 재미를 주었다는데 있다. 물론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은 것이 좀더 치열하게 혹은 생생하게 전해졌으면 좋았을 일본군과 천수당원들과의 대결 등이 간단한 서술로 끝나버리고,  사건의 진행도 좀 빠르게 흘러가기 위해 좀더 재미난 장치가 많이 들어갔으면 좋았을 부분들이 생략되어 아쉬움이 있었고..소재의 참신함과 결말의 대반전 등 눈에 띄는 요소들이 무척 많아 좀더 다듬어지면 너무나 재미났을 그런 소설이라 안타까웠다는 것.

 

하지만, 분명 놀라운 것은 나처럼 그 존재도 몰랐을 불로문에 대해 파고 들어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해내고, 정말 그러지 않았을까? 싶은 불로지에 대한 상상을 해내었다는게 놀랍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유주얼 서스펙트를 연상케 하는 결말의 대 반전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음, 반전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임에도 이 책의 반전은 더 재미나게 느껴졌다는 것.

 

간과하고 넘어갔던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아니 생각할수록 놀라운 새로운 세상을 펼쳐내는 이런 역사적 팩션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이기에 흥미롭게 읽기 시작한 소설이었다. 새롭게 만난 불로문의 진실은 성경, 지구 종말 등 다양한 코드로 재 해석되고 있는 세계 속 놀라운 이야기들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를 통해서도 충분히 재미난 소설이 나올 수 있는 그 가능성을 열어주는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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