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리샤 공주는 아무도 못 말려! 생각하는 책이 좋아 8
로이스 로리 지음, 손영미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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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분한 공주 이야기는 가라~

 

어릴적부터 흔하게 읽어오고 만나왔던 공주는 예쁘고 착하게 살다가, 멋지고 잘생긴 왕자님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맺음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우리의 초등학교 고학년 어린이들이라면 더이상 식상한 공주 이야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교 고학년, 내 기억에도 초등학교 5~6학년때의 나는 "가장 내가 컸다고 느끼는 최초의 순간" 이었다. 오히려 어른이 되어서도 맛보기 힘들었던 그 특이한 성취감.. 아마 차곡차곡 올라간 초등학교의 상급생이 되었다는 그 우쭐함에 더이상 평면적인 스토리의 공주 이야기에는 매력을 느끼지 못했으리라.

 

여기, 영화 로마의 휴일의 통통 튀는 공주의 일탈을 엿볼 수 있는 현대판 사춘기 공주의 재미난 사랑이야기가 있다.

게다가 공주의 배우자로 선정된 세명의 후보, 아니 네명의 후보(?)는 우리가 동화에서 만났던 잘생기고 멋드러진 왕자가 아니라.. 세상에 이보다 추할 수 없을 것 같은 삼인방(혹은 사인방)의 집합이다. 그들을 흘낏 본 시녀들 조차 공주를 불쌍하게 여길 정도이니.

 

그들이 가진 부로도 그들의 단점을 커버하기는 힘이 들 것 같다.

 

며칠 후면 열여섯 생일이 되는 패트리샤 공주.

따분하고 심심한 공주는 어느 날 시녀에게서 마을 이야기를 전해듣고, "초라하고 가난한 평민"으로 분장해서 학교 수업을 받으러 간다.

도시락을 안 싸가서 친구들에게 사과 등을 받기도 하고, 다음날 준비해간 샌드위치에서는 친구들이 빵에 바를 돼지 비계는 어디 있냐는 말에 너무 놀라, 거절하면서 자신의 베이컨 (아마 친구들은 못 먹어봤을) 은 살짝 숨기는 재치를 발휘하기도 한다.

 

서민을 어떻게 흉내낼지 몰라 얼굴에 흙칠을 하고 수업에 들어가기도 하고, 엄마인지 아빠인지 혹은 멧돼지인지 다른 동물인지..스스로 지어낸 스토리를 자꾸 까먹어 선생님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 얼렁뚱땅 패트리샤 공주.

 

공주가 16살이면 왕비 나이도 얼마 안되었을 것 같은데, 거의 할머니 수준의 청력을 자랑하시는 우리 왕비님.

사람들의 말을 자꾸 엉뚱하게 알아들어 재미난 언어유희를 선사하시기도 한다.

 

패트리샤 공주는 "음악 music을 연주하겠죠" 라고 대답했다.

"뭐라고?" 왕비가 손을 귀에 갖다 대며 말했다.

"누가 아프냐고 sick? 아무도 안 아파. 정발 별 소리를 다 듣겠구나."

"음악이라고 했어요."

"그래, 진짜 오케스트라가 올거야. 거기다 바이올린도 몇개 더 넣고 바순을 연주하는 남장이도 부를거야. 그거 말고도 더 있는데?"

"연회음식banquet food를 먹겠죠."

"뭐라고? 줄지어 세우라고 bank? 몇명 a few 이나! 정말 이상한 소리를 하는구나."

42p

 

우리 때와 달리 일찌감치 영어 공부를 시작한 요즘의 초등학생들에게는 이 영어 단어 유희가 더 재미나게 느껴질지 모른다. 게다가 랜덤 시리즈가 워낙 영어 단행본 회사로 세계적으로 알려진 회사니 영어 원서로 찾아 읽어도 아이들이 더 재미나게 느낄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엄마는 이렇게 한국어 번역본이 더 재미나지만 말이다.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은 장난감과 선물도 모르고, 다섯살도 안된 아이가 고아가 되어 이 집 저집 떠돌며 품을 팔아 살기도 한다. 공주는 그들의 딱한 처지에 놀라면서도 친구들과 만나는 시간, 특히나 잘생기고 젊은 선생님의 미소가 너무나 마음에 든다.

그리고 다가오는 생일, 배우자를 맞아 2세를 낳아야 하고, 왕국의 정해진 법도대로 살아야하는 자신의 처지가 오히려 더 비관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생일 당일날, 우리의 멋진 패트리샤 공주는 세명의 배우자 후보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거울도 안 보고 사는 사마귀 멧돼지 데스몬드 대공? 친엄마를 감옥에 가두고, 몇년째 자기애에 빠져있는 삐뚫어진 왕자 퍼시발 왕자? 허리 윗 부분부터 둘로 나뉘어진 샴쌍둥이 콜린과 커스버트 백작. 사이좋게 지내도 모자랄판에 하도 싸워대느라, 가던 길도 제대로 못가게 만드는 두 백작이자 한몸인 그들까지..

 

이 세 배우자 후보와 대면하게 되는 패트리샤 공주.

그녀의 현명한 선택이 얼마나 유쾌하게 펼쳐질지..

아이들 동화라 더 재미나고 간결하게 느껴져 기분 좋았던 순간이었다.

어른들처럼 복잡할 것도 없고 꼬여있을 내용도 없었다.

 

뉴베리 아너상을 두차례나 수상한 작가 로이스 로리님의 글이라 역시 읽는 맛이 남달랐다.

어른들 소설을 읽다보면 꼬이고 어두운 부분이 많이 나와야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이라, 읽으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끼기 일쑤였는데.. 역시 난 이렇게 밝은 동화가 너무나 좋다. 아이와 함께 이런 동화를 더욱 자주 읽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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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ce 2007, 당신의 알라딘 머그컵을 자랑해주세요!

 

 

아, 이런 머그컵 진짜 좋아하거든요. ^ㅡ^ 12월에 책 여러권 사신 분들은 머그컵 여러개 받았다 자랑하셨는데..저는 신간을 안사서 그랬는지 선물을 못 받았답니다. 

 

그랬다가 행복하게도 알라딘에서 서재의 달인으로 뽑아주셔서.. 머그컵..그것도 안에 예쁜 오렌지 칼라의 세련된 머그컵을 받게 되었네요. 

 

 

 

네이버 블로그랑, 여기저기 북까페랑 동네 방네 자랑하고 다녔어요. 

 

알라딘 가입하시겠다는 분. 

애용하는 서점 갈아타시겠다는 분들.. 

 

인기도 많고 리플도 많이 달리는 글이었답니다. 

 

네이버 주목받는글에 떠 있어서 탑에 오를까 기대해봤는데..-.-;; 

 

음..그냥 주목받는 글에서 끝나서 아쉬웠어용 ^ㅡ^ 

 

좋은 선물 감사드립니다. 

 

상품권과 예쁜 탁상용 캘린더까지 감사히 잘 받았습니다. 

 

http://melaney.blog.me/50102529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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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지 마 뛰지 마 날아오를 거야 - 행복을 유예한 우리 시대 청춘들에게
안주용 지음 / 컬처그라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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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학고 여자 기숙사생 세명이 수박 서리를 감행하였다. 그리고, 다시 사회 초년병으로 나선 여자 셋은 새로운 서리, 지구 서리에 도전한다. 세계 일주를 하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포항공대에서 생물을 전공하고 극지연구소 바이오센터 연구원으로 일하던 저자는 직장도 모든 것도 훌훌 털어버리고, 찰스 다윈에 대한 오마주라는 동기로 갈라파고스 군도부터 인도의 라다크에 이르는 여행일정을 짜고 석달의 여행을 시작하였다.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 종착지였던 인도 라다크에서 운명과도 같은 사랑 믹을 만난다.

한국에는 그녀를 기다리는 남자친구도 있었고, 모범생으로 자란 그녀를 믿고 사랑한 가족들도 있었다. 편안한 집을 버리고 그녀는 현대 유목민의 삶을 선택하였다.

단순한 여행에세이 그 이상의 것, 재미있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 선택에 호기심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빠져들게 되었던 것은 여행 그 이상의 인생 에세이가 담긴 그녀의 독백이자, 자아성찰과 같은 책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유를 갈망하는 여자라기 보다는 아이의 엄마로 현재의 삶에 안주하고, 오히려 틀이 없는 삶에 놓이게 됨을 두려워하는 보수적인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한 그녀.

 

 책을 읽는 도중에 동생에게 몇몇 이야기를 전해주자, 동생이 "이제 언니는 엄마의 관점에서 보게 되는 구나"라는 말을 전해주었다. 사춘기 소녀, 그리고 성숙한 숙녀로써의 삶이 아닌 엄마를 이해하는 삶, 아직도 완벽한 엄마는 되지 못했지만, 타지에서 고생스러운 삶을 살것같은 딸을 걱정하는 그녀 엄마의 마음을 백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아기인 내 아이가 자라서 보도 듣도 못한 머나먼 곳에서 고생길 훤한 삶을 살겠다 한다면 나 역시 어떻게든 그 마음을 돌리려 애쓸 것이기에..

 

그저 담담히, 평범하지만, 깨기 힘들었던 그녀의 알 껍질. 지각 한번 하고서 대성통곡을 했던 전교 1등의 삶부터 3년 연애기간동안 고이 지켰던 순결에 대한 이야기까지.. 그리고 듣는 사람이 놀랄 정도로 솔직하게 그녀의 성에 대해 언급하는 부분들까지도..

정말 솔직한, 비밀 일기장에서 쓰였을 법한 이야기들은 이제는 당당하게 펼쳐내는 그녀 모습에 너무 놀라기도 하였다.

 

끝도 없이 펼쳐진 히말라야 산중 평원에 서너 평 남짓한 천막을 치고 사는 유목민 가족과 초고밀도 메가도시인 대한민국 서울 특별시 도심 한복판 100평짜리 헨트하우스에 사는 부부 중 과연 누가 더 넓은 곳에서 사는 것일까. 유목민이 되는 상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97p

나와 함께 걷고 있는 이사람, 이 척박하고 낯선 땅을 내게 꿈처럼 고향처럼 바꿔 놓은 이 사람과 함께라면 이 세상 어디라도 기꺼이 찾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내 가슴 속에는 그때 이미 자라고 있었던 것 같다. 98p

 

관광객들이 예수님 닮았다 말한 믹을, 그녀는 처음 본 순간 어린 왕자의 느낌으로, 그의 뒤에 비치는 후광까지 같이 발견하였다 한다. 그리고 그의 눈에도 그녀가 오롯이 자리하였고, 독일의 잘 나가던 직장인이었던 그가 15년 이상 여행객으로 살아가고 있던 그 삶에 그녀 또한 발을 딛게 된것이었다.

이 책은 정말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니다. 그녀의 삶의 기록, 그녀가 천생연분이라 믿는 믹을 만나 변화하게 된 이야기, 사랑이 사람을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을지에 대한 마법같은 이야기라고 할 수있다. 가족에게는 또 그녀의 전 남자친구에게는 고통이 되었을 시간이었음에도 그녀는 오히려 그 삶이 더 행복하게 느껴지고 소중하게 느껴졌을.. 그런 순간이었으리라.

 

죽도록 일만하고 성냥갑같은 서울의 아파트에서 숨막히게 살아가는 평범한 삶이 별난 거라 말한 그녀. 먹고 살만큼 일하고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만나면서 살고 싶다는 엄마와의 대화 속에서 그녀는 진정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다 믿고 싶었다.

 

나와 다른 삶, 가치관을 갖고 있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이 느끼는 행복 지수겠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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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아트 앤 더 시티 - 예술가들이 미치도록 사랑한 도시
양은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뉴욕의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 중에서도 뉴욕이라는 도시가 길러낸 현대미술(그 난해하다는)과, 그것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뻗어나간 뉴욕의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12p

 

여행을 좋아하지만, 막상 실제로 떠날 기회를 많이 찾지 못하는 나는 여행에 대한 갈증을 주로 여행 관련 서적을 통해 해결하곤 했다. 요즘에는 유난히 여행 서적들이 다양하게 나와서 그 곳에 가보지 않고도 정말 꼼꼼이 알아보고 도움받을 수 있는 다양한 가이드 서적서부터 각각의 관심사에 포인트를 맞춘 여행 에세이 및 서적들까지 범주도 넓어져서 고르는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뉴욕 걷기 여행( 뉴욕을 느긋이 즐기며 산책하는 여행에서 참고하기 좋은 책 http://melaney.blog.me/50091270164

마이 스위트 뉴욕 (뉴욕의 다양한 맛집에 주안점을 둔 책  http://melaney.blog.me/50095116793 )

뉴욕에서 만난 175가지 행복이야기 (유학생활을 바탕으로 다양한 뉴욕 생활에 대한 팁과 정보를 소개한 책 http://melaney.blog.me/50100815472)

깐깐한 뉴욕쇼핑여행 ( 쇼퍼홀릭 박작가의 뉴욕 쇼핑을 샅샅이 파헤친 여성 쇼퍼들에게 좋을 그런 책 http://melaney.blog.me/50102018203 )

그리고, 지금 만난 이 책 뉴욕 , 아트 앤더 시티 . 이 책은 예술가들이 미치도록 사랑한 도시 뉴욕에서 우리가 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에 대해 좀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바라볼 수 있도록 좀더 깊이있는 지식을 주는 그런 책이다. 뉴욕에서 미술사, 박물관학을 공부하고 뉴욕 시립대에서 미술사로 박사학위까지 받으며 11년간의 뉴욕 생활을 한 양은희님의 뉴욕 예술에 대한 깊은 지식이 빛을 발하는 책이랄까?

 

1971년 이곳에 새로이 예술가를 위한 소박한 식당 '푸드'가 문을 여는데 바로 고든 마타 클락이 그 주인이었다. 발레리나이며 사진작가였던 캐롤라인 구든과 함께 예술가가 많이 거주하며 작업하는 소호에 저렴하면서도 종종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일종의 공동 모임 장소인 식당 '푸드'를 차리게 된다. ..후에 마타 클락은 이 식당의 내부를 헐고 새로이 고치는 도중에 시험삼아 톱으로 벽에 가로로 구멍을 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그의 유명한 건축물 자르기 작업의 시발점이 되었고, 그 후 폐기처분될 여러 건물에 기하학적, 입체적 자르기 놀이를 하면서 유명해졌다. 103p

 

가난하지만 젊고 꿈많았던 예술가들의 삶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뉴욕의 예술 문화, 그 안에는 예술가들이 찾는 그들만의 밥집 이야기도 있었고, (마치 우리나라의 예전 시인들이 자주 찾던 귀천이라는 카페나 학림다방의 느낌을 갖게 해주는 그런 소개글이었다.) 처음 듣지만, 분명 유명하고 작가의 설명을 한번 들음으로써, 눈여겨보지 못했을 많은 뉴욕예술작품들이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대량 생산되는 소비 제품의 속성에 맞게 대량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해 마치 공장에서 상품을 만들듯이 이미지를 찍어낸 미술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워홀은 이런 생산 방식을 이용하는 자신의 작업실을 이스트 47가에 만들고 '공장'이라 불렀다. 그리고 사람들을 고용해서 대신 작품을 제작했다.

 

솔라나스는 왜 앤디 워홀을 죽이려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가 내 인생을 너무 심하게 컨트롤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상대에게 집착하는 사람은 그 대상에게서 관심을 얻는데 실패했을때 고통을 느끼고,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집착의 대상을 제거한다고 한다. 솔라나스가 총을 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솔라나스는 워홀을 통해 성공을 꿈꾸었지만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 워홀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절망을 해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153.154p

 

팝 아트의 대가로 불리는 앤디 워홀. 그가 그린 캠벨 수프, 코카콜라 등의 그림은 우리 눈에 무척 익숙했는데, 공장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대량생산하는 독창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앤디워홀을 쐈다" 라는 영화 속에 나타난 앤디 워홀 저격 사건에 대한 후일담까지.. 백남준, 앤디 워홀 등의 나도 들어봤던 작가들의 숨겨진 이야기들도 전해듣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뉴요커에게, 그리고 예술가에게 비극은 항상 영감의 원천이다.

많은 뉴요커들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실제로 맨해튼을 떠나는 사람들이 속출하던 시기에 등장한 '빛의 조의'라는 작업은 예술이 가진 능력의 발현이었다.

2002년 3월 12일부터 약 32일간, 매일 밤 뉴요커들은 해가 진 다음 하늘로 떠오른 두개의 빛 기둥을 볼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창의력과 시민정신, 그리고 행정 지원이 결합될 때 예술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예였다. 174p

 

두개의 빛기둥의 찬란함은 9.11사태의 비극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뉴요커들을 토닥여 주는 큰 위안이었을 것이다. 비극 속에 피어나는 그들의 예술혼.

그리고, 거리, 건물 곳곳에 그려지는 낙서 같은 그림, 그래피티도 작가의 혼을 부여받아 예술로 승화되는 도시, 뉴욕.

파리나 런던 등 오래된 고풍스러운 유럽 도시에서 만난 예술 작품과 또다른 대중과 친숙하면서도 현대 예술이라 난해하기도 한 다양한 예술 장르를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인디애나의 작업 중에서도 '사랑'은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원래 '사랑'은 1964년 뉴욕 근대미술관이 크리스마스 카드용으로 주문한 이미지인데 반응이 좋아지자 그림 뿐 아니라 크고 작은 규모의 조각 작품으로 변형해서 제작했다. 필라델피아와 뉴욕 이외에도 도쿄, 타이베이, 라스베이거스 등에 그의 '사랑'이 뿌리를 내렸다. 234p

 

코스트코 건물에서 봤던가? 티브이 광고에서도 봤었고, 우리 눈에도 아주 흔하게 익숙했지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LOVE의 네 글자. 그 네글자를 이렇게 새로이 만들어내어 오랫동안 전세계인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 이야기도 전해들을 수있었다. 보여줄 것이 넘쳐나는 뉴욕, 그 중에서도 뉴욕 현대 아트와 조금은 진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뉴욕, 아트 앤 더 시티.

 

내 생애 뉴욕에 가서 살게 되는 일은 없겠지만, 여행을 가보게 될일이 생겼을때 가보고 싶은 곳,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곳등은 책을 읽고 나서 더욱 많아졌음은 확실하다. 뉴욕에 가서 예술작품을 만나기 위해 화랑, 박물관 등에만 찾아갈 것이 아니라, 거리의 조각, 건축물 등을 둘러보면서도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고, 여운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그 곳 뉴욕의 매력을 또 한 층 깨달은 시간이었기에 내겐 여행 우선순위가 밀렸던 뉴욕이 이제는 꽤나 높은 순위로 자꾸 올라감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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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따뜻해야 몸이산다
마츠이케 츠네오 지음, 박재현 옮김 / 한문화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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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부터 일본 의사들이 건강에 대해 쓴 여러 책들을 읽어보면, 서양의학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한방까지 두루 섭렵하거나 혹은 한방에 더 많은 부분을 할애한 건강 지식들을 다루고 있는 경우가 흔하게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양한방이 엄격하게 구분되어, 서로의 경계를 넘나들지 않게 날카롭게 대립하고 있는 반면, 일본에는 양의만존재하고 한의가 따로 없어 양의가 한방까지 공부하고, 경계를 넘나드는 경우가 제법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일까? 대장질환전문의인 일본 마츠이케 츠네오 박사의 이 책에도 역시나 한방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치료법이 권장되고 있다.

만성질환의 근본이 되기 쉬운 냉증을 치료하여 변비도 치료하고, 냉증과 변비가 일으킬 더 심각한 질환들을 예방하는데 주안점을 두고자 하는 것이다.

원인을 알기 힘든 냉증 치료, 몸을 자연스럽게 따뜻하게 만들어 치료하기 힘든 변비까지 해소시키고, 장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방법을 소개하는 책이다.

 

냉증과 변비, 많은 여성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이 질환에 대해 사실 부끄럽게 여기고 입밖에 내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냉증은 그냥 불편함으로 여기고, 변비는 손쉽게 변비약을 구입해서 해결을 하려 한다. 하지만, 임시방편으로만 쓰여야할 변비약의 상용화가 장에 얼마나 안 좋은 영향을 주는지 이 책에서는 분명히 밝히고 있다.

 

변비의 주된 원인으로 냉증이 깊이 관련되어 있다. 손발이 차가워 흔히 냉증을 자각하는 사람 외에도 자신은 냉증이 전혀 아니라 믿었던 이들 중에도 냉증 환자가 제법 있음을 알아야한다.

추운 겨울날 자신은 열이 많아 오히려 얼굴이 후끈거린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은 전형적인 냉증에 의한 증상이다. 몸의 열이 말초신경까지 전해지지 못하고, 상반신으로 올라와 얼굴에는 열이 나는데 손발은 차갑다. 이 같은 경우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면 얼굴로 올라오는 열기를 금방 내릴 수 있다. 45p

 그래서 냉증을 체크하는 간단한 리스트도 소개되어 있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보면 연동운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다. 장운동이 너무 둔해서 마치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사람. 나는 이처럼 연동운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장을 '스트레스 장'이라고 부른다. 냉증 환자 중에 스트레스 장 환자가 많았고, 이들 대부분이 변비로 고생했으며 심한 경우에는 대장암까지 발병할 수 있었다. 그러기에 스트레스 장을 개선하여 장을 건강하게 회복하는 방법이 만병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이다. 

 

우리 몸의 체온을 조절하는 자율신경이 과감한 노출 패션이나 스트레스, 다이어트 등으로 그 기능이 무너져 일어나는 문제가 바로 냉증이다. 바로 이 냉증을 해결하기 위해 저자는 장내 리셋 식이요법설명하고, 1주일간 손쉽게 자기 치료를 하여 가벼운 변비환자는 장건강을 회복할 수 있고 변비나 변비약 과잉으로 피폐해진 장을 가진 사람은 완전히 새로운 장으로 리셋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 이 프로그램 진행후에도 장을 따뜻하게 하는 음식을 일상에서 꾸준히 섭취하면 차츰 냉증이 개선된다.  또한 보조 요법으로 아로마 테라피와 족욕법, 운동법 등을 소개해 식이요법과 더불어 장 따뜻하게 만드는 치료법을 더욱 강화해주고 있다.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계피 생강차로 보해주고, 그리고 우리는 몰랐지만 카레 또한 장을 따뜻하게 해줄 건강 식단이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던 상식으로는 변비에 좋다고 알았던 생야채 샐러드는 정작 변을 딱딱하게 만들어 오히려 변비를 악화시킬 수 있기에 주의해야한다고 하였다. 또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매크로비오틱 식단의 경우에도 장을 따뜻하게 해주는 음식과의 병용이 중요한 포인트가 되었다. 그렇지 않고 그냥 현미만 마냥 복용하다가 상행결장에 소화되지 않은 현미가 정체되어 있는 사람이 상당수 있었다고 하니 말이다.

 

차와 음식 등으로 장을 보하고, 변비를 치료할 수 있는 건강한 습관을 소개해주는 책, 약만이 능사가 아님을 알려주고, 속시원히 해결하지 못했던 만성 질환인 변비와 냉증을 잡아줄 고마운 치료법을 알게 되어 유익한 독서시간이었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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