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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아트 앤 더 시티 - 예술가들이 미치도록 사랑한 도시
양은희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뉴욕의 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그 중에서도 뉴욕이라는 도시가 길러낸 현대미술(그 난해하다는)과, 그것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뻗어나간 뉴욕의 문화에 대해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12p
여행을 좋아하지만, 막상 실제로 떠날 기회를 많이 찾지 못하는 나는 여행에 대한 갈증을 주로 여행 관련 서적을 통해 해결하곤 했다. 요즘에는 유난히 여행 서적들이 다양하게 나와서 그 곳에 가보지 않고도 정말 꼼꼼이 알아보고 도움받을 수 있는 다양한 가이드 서적서부터 각각의 관심사에 포인트를 맞춘 여행 에세이 및 서적들까지 범주도 넓어져서 고르는 사람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뉴욕 걷기 여행( 뉴욕을 느긋이 즐기며 산책하는 여행에서 참고하기 좋은 책 http://melaney.blog.me/50091270164)
마이 스위트 뉴욕 (뉴욕의 다양한 맛집에 주안점을 둔 책 http://melaney.blog.me/50095116793 )
뉴욕에서 만난 175가지 행복이야기 (유학생활을 바탕으로 다양한 뉴욕 생활에 대한 팁과 정보를 소개한 책 http://melaney.blog.me/50100815472)
깐깐한 뉴욕쇼핑여행 ( 쇼퍼홀릭 박작가의 뉴욕 쇼핑을 샅샅이 파헤친 여성 쇼퍼들에게 좋을 그런 책 http://melaney.blog.me/50102018203 )
그리고, 지금 만난 이 책 뉴욕 , 아트 앤더 시티 . 이 책은 예술가들이 미치도록 사랑한 도시 뉴욕에서 우리가 예술 작품과 예술가들에 대해 좀더 해박한 지식을 갖고 바라볼 수 있도록 좀더 깊이있는 지식을 주는 그런 책이다. 뉴욕에서 미술사, 박물관학을 공부하고 뉴욕 시립대에서 미술사로 박사학위까지 받으며 11년간의 뉴욕 생활을 한 양은희님의 뉴욕 예술에 대한 깊은 지식이 빛을 발하는 책이랄까?
1971년 이곳에 새로이 예술가를 위한 소박한 식당 '푸드'가 문을 여는데 바로 고든 마타 클락이 그 주인이었다. 발레리나이며 사진작가였던 캐롤라인 구든과 함께 예술가가 많이 거주하며 작업하는 소호에 저렴하면서도 종종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일종의 공동 모임 장소인 식당 '푸드'를 차리게 된다. ..후에 마타 클락은 이 식당의 내부를 헐고 새로이 고치는 도중에 시험삼아 톱으로 벽에 가로로 구멍을 내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그의 유명한 건축물 자르기 작업의 시발점이 되었고, 그 후 폐기처분될 여러 건물에 기하학적, 입체적 자르기 놀이를 하면서 유명해졌다. 103p
가난하지만 젊고 꿈많았던 예술가들의 삶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뉴욕의 예술 문화, 그 안에는 예술가들이 찾는 그들만의 밥집 이야기도 있었고, (마치 우리나라의 예전 시인들이 자주 찾던 귀천이라는 카페나 학림다방의 느낌을 갖게 해주는 그런 소개글이었다.) 처음 듣지만, 분명 유명하고 작가의 설명을 한번 들음으로써, 눈여겨보지 못했을 많은 뉴욕예술작품들이 하나하나 의미를 부여해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대량 생산되는 소비 제품의 속성에 맞게 대량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실크스크린 기법을 사용해 마치 공장에서 상품을 만들듯이 이미지를 찍어낸 미술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워홀은 이런 생산 방식을 이용하는 자신의 작업실을 이스트 47가에 만들고 '공장'이라 불렀다. 그리고 사람들을 고용해서 대신 작품을 제작했다.
솔라나스는 왜 앤디 워홀을 죽이려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가 내 인생을 너무 심하게 컨트롤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상대에게 집착하는 사람은 그 대상에게서 관심을 얻는데 실패했을때 고통을 느끼고, 그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집착의 대상을 제거한다고 한다. 솔라나스가 총을 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을까? 솔라나스는 워홀을 통해 성공을 꿈꾸었지만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 워홀 때문에 고통스러웠을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절망을 해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153.154p
팝 아트의 대가로 불리는 앤디 워홀. 그가 그린 캠벨 수프, 코카콜라 등의 그림은 우리 눈에 무척 익숙했는데, 공장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해 대량생산하는 독창적인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나는 앤디워홀을 쐈다" 라는 영화 속에 나타난 앤디 워홀 저격 사건에 대한 후일담까지.. 백남준, 앤디 워홀 등의 나도 들어봤던 작가들의 숨겨진 이야기들도 전해듣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뉴요커에게, 그리고 예술가에게 비극은 항상 영감의 원천이다.
많은 뉴요커들이 우울증을 호소하고, 실제로 맨해튼을 떠나는 사람들이 속출하던 시기에 등장한 '빛의 조의'라는 작업은 예술이 가진 능력의 발현이었다.
2002년 3월 12일부터 약 32일간, 매일 밤 뉴요커들은 해가 진 다음 하늘로 떠오른 두개의 빛 기둥을 볼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창의력과 시민정신, 그리고 행정 지원이 결합될 때 예술이 얼마나 큰 위력을 가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 예였다. 174p
두개의 빛기둥의 찬란함은 9.11사태의 비극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뉴요커들을 토닥여 주는 큰 위안이었을 것이다. 비극 속에 피어나는 그들의 예술혼.
그리고, 거리, 건물 곳곳에 그려지는 낙서 같은 그림, 그래피티도 작가의 혼을 부여받아 예술로 승화되는 도시, 뉴욕.
파리나 런던 등 오래된 고풍스러운 유럽 도시에서 만난 예술 작품과 또다른 대중과 친숙하면서도 현대 예술이라 난해하기도 한 다양한 예술 장르를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인디애나의 작업 중에서도 '사랑'은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아왔다. 원래 '사랑'은 1964년 뉴욕 근대미술관이 크리스마스 카드용으로 주문한 이미지인데 반응이 좋아지자 그림 뿐 아니라 크고 작은 규모의 조각 작품으로 변형해서 제작했다. 필라델피아와 뉴욕 이외에도 도쿄, 타이베이, 라스베이거스 등에 그의 '사랑'이 뿌리를 내렸다. 234p
코스트코 건물에서 봤던가? 티브이 광고에서도 봤었고, 우리 눈에도 아주 흔하게 익숙했지만,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던 LOVE의 네 글자. 그 네글자를 이렇게 새로이 만들어내어 오랫동안 전세계인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그 이야기도 전해들을 수있었다. 보여줄 것이 넘쳐나는 뉴욕, 그 중에서도 뉴욕 현대 아트와 조금은 진하게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뉴욕, 아트 앤 더 시티.
내 생애 뉴욕에 가서 살게 되는 일은 없겠지만, 여행을 가보게 될일이 생겼을때 가보고 싶은 곳,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곳등은 책을 읽고 나서 더욱 많아졌음은 확실하다. 뉴욕에 가서 예술작품을 만나기 위해 화랑, 박물관 등에만 찾아갈 것이 아니라, 거리의 조각, 건축물 등을 둘러보면서도 충분히 감동받을 수 있고, 여운을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그 곳 뉴욕의 매력을 또 한 층 깨달은 시간이었기에 내겐 여행 우선순위가 밀렸던 뉴욕이 이제는 꽤나 높은 순위로 자꾸 올라감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