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d 추적 하우스 오브 나이트 5
P. C. 캐스트.크리스틴 캐스트 지음, 이승숙 옮김 / 북에이드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두꺼우면서도 빨리 읽히기로 소문난 하우스 오브 나이트 시리즈를 만난지 꽤 시간이 흘러 어느 덧 5권을 만나게 되었다.

추적. 이 책은 여태 만난 시리즈 중 가장 두꺼운 책이었다. 두꺼웠지만 여전히 빠르게 읽혔고,  10대들의 마음을 쏙 빼앗을 , 이 소설은 교사인 엄마, 그리고 대학생인 딸의 공동 저술로 10대들의 마음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소설로 쓰여지고 있다.

 

뱀파이어 새내기인 조이, 그녀는 뱀파이어의 여신인 닉스님에게 특별히 선택된 예비 여사제이기에 다른 새내기와는 차별화된 양상을 띠고 그녀가 이룩하는 업적마다 독특한 문신이 몸에 새겨졌다. 뱀파이어 징후가 나타난 이후로 나이트 하우스라는 뱀파이어 학교에 들어가 수업을 받고, 뱀파이어들과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엄마처럼 믿고 의지했던 네페레트 최고 여사제가 사실은 가장 수상쩍은 존재였음이 드러나고, 급기야 4권 말미에서는 지하에 감금되었던 타락천사 카로나를 깨워내기까지 하여 조이와 새내기 뱀파이어들을 학교에서 도망치게 만들었다.

 

온 세상이 나를 짓누르듯 느껴지자 저절로 한숨이 토해졌다. 이 모든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특히 때로는 좋은 이들이 사악하게 보이고, 사악한 이들이 오히려 더...... 스타크와 카로나의 이미지가 마음 속을 훑고 지나가자 끔찍하게 혼란스럽고 스트레스가 쌓였다. 145p

 

 

4권의 파격이 꽤나 인상적인 내용이 많았기에 5권 추적은 무척이나 걱정되기도 하고, 또 궁금하기도 하였다.

카로나는 끊임없이 조이의 꿈에 나타나 환상적이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조이를 "아야"라 부르며 유혹하고, 로렌 교수와의 문제로 심한 마찰을 빚고 헤어졌던 뱀파이어 남자친구 에릭은 다시 조이의 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흔적을 새겼던 인간 남자친구 헤스와의 연결 고리가 다시 이어지고, 스티비를 쏘았던 스타크와의 재회까지 겹쳐서 조이는 정말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사실 조이의 그런 해결못하는 지나치게 복잡한 남자문제가 신경이 쓰이기도 하였다. 소설의 재미를 위한 장치인것은 알겠지만 뱀파이어 소설이라기보다 자꾸 로맨스로 흐르는 것 같아 아쉬워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어렸을적에 많이 봤던 이미나님의 인어공주를 위하여나 기타 만화등에서도 물론 등장하는 모든~ 남자들이 평.범.한. 한 여학생에 반하는 일들이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조이는 다르기를 바랬다. 어쩌면 학교 뿐 아니라 인류 전체를 구해야 할 그녀가 지나치게 남자 문제에 얽매이고, 또 한 사람의 남자를 선택하기 보다 되도록 여러 사람에 엮여있기를 바랬다는게 너무 아쉬웠다는 것. 음.. 내가 나이를 먹었다는 증거일까? 여러 사람에게 사랑받고픈 어린 여학생의 심리에 공감하지를 못하고 있으니..

 

그런 개인적인 문제가 흘러가는 와중에도 조이는 정말 심각한 치명상을 입고, 절대 돌아가고싶지 않은 무시무시한 학교로 되돌아가야 하는 운명에 처하였다.

 

친구들은 나의 적인 추락한 천사와 그의 고대 갈망이 만들어 낸 소름 끼치는 새 생명체에게 나를 남겨놓고 쫓겨났다. 그러고 나서 나는 태어나서 두번째로 기절을 했다.297p

 

조이와 친구들이 어떻게 나이트 하우스에 되돌아가.. 네페레트와 카로나의 무시무시한 능력으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을까? 여신의 비호를 받고 있으나, 그녀 스스로 판단해야 할 경우가 많아서 (배가 아프거나 해서 그릇된 판단일적에는 지적해주기도 하지만 ) 난관에 많이 봉착하지만, 수수께끼같은 예언시도 잘 해석해 내어 처음의 조이보다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도 많이 보이는 듯 했다.

 

어쩐지 끝이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결말이 애매하게 to be continued의 느낌으로 끝이 나고, 6권 유혹에 대한 예고가 나와있어 6권이 끝인가 하고 찾아보니,

원래는 5권이 마지막 권이었는데, 인기에 힘입어 5권이 추가로 더 쓰여졌다 한다. 우리나라의 인기 드라마와 같은 경우라고 해야할까? ^^ 작가분들도 힘입어 쓰는 이야기였으리라. 새롭게 쓰여질 6권부터의 내용은 어떻게 펼쳐질지, 조이의 힘이 네페레트에 밀리지 않게 더욱 강력해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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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조절구역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장점숙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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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의학의 발달로 인류의 평균 수명은 증가하고, 저출산이 이어지는 시대, 그래서 빠르게 초고속으로 고령화가 확산되다 보니, 노인인구의 문제가 사회문제로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을 일본의 어느 미래. 급기야 아주 무시무시한 정책을 결정하고 만다.

 



 

"나는 젊은 사람한테 신세 같은 거 안 지고 있어! 재산이 있다고."

 

"바로 그거죠! 그 재산을 노인이 계속 갖고 잇는 것도 젊은 애들을 고생시키는 원인인 거예요.

말하자면 이 제도의 근본 사상은 노인이 노인인것 그 자체가 죄라는 겁니다.

기한은 한달간, 이 날까지 서로 죽여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두 사람 이상이 살아남았을 경우에는 그 사람들 전원이 CJCK의 처형 담당관에 의해 처형되게 되어 있습니다."

37p

 


 

지정 구역의 70대 이상 거주 노인들이 서로를 죽여야 하는 상황, 지정 대상 외에는 죽여서도 안되고, 구역을 떠나거나 여행을 갈 수도 없다. 딱 한사람의 생존자만 천수를 누리게 해주겠다는 무시무시한 정책이 발표되고, 무기의 값은 천정부지로 솟았고, 타인을 죽이지 못하는 노인은 자살을 하거나, 아니면 죽임을 당해야했다.

서로 죽여야 하는 노인들은 언제 사살될지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여 때로는 미친 듯이 웃고, 때로는 포효하고, 집기를 파괴하며, 대소변을 지렸다. 62p

 

배틀 로얄이라는 영화의 줄거리를 대강 알고 있었으나 너무 잔인해 읽어볼 생각을 못했던 내가, 하필 실버 배틀을 읽게 될줄이야. 일본인들의 잔인한 상상력은 정말 그 끝이 어딜까 싶어졌다. 게다가 노인예우에 극상할, 노인 배틀이라니.. 거동하기도 힘든 노인까지 포함해서 서로를 죽고 죽여야 하며, 가족들은 그 사실을 묵인하고 함구해야하는 이상한 현실.

어떤 며느리는 시어머니의 협박을 듣고 얼른 자기 어머니를 죽이라며 배틀 대상 노인을 집으로 데려오기도 하고, 어떤 노인은 어린 손자들까지 (인원이 많으니 몇명쯤 죽어도 상관없다며)방패 삼아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려고 한다. 심지어 신부님은 단 하나 살아야한다면 자신이 살아야 한다며 사람들에게 자신을 죽이지 말아달라고 애원한다.  

 

"노인을 돌봅시다"에서 싹 바뀌어 이번에는 "노해군. 노해야" 란다. 그래서 배틀을 하게 해서 노인 인구를 줄이려고 하게 된 것이다. 198p

 

노인들만 살았던 실버 센터에서의 잔인한 배틀, 그리고 주인공 구이치로가 살고 있는 미야와키초의 배틀, 원래는 예외 대상이나 갑자기 인구 수가 8배로 불어나는 바람에 배틀 대상에 포함이 된 시골 지역의 배틀, 그리고 오사카의 배틀까지.. 이어지는 배틀들이 모두 제각각이고, 또 그 안의 사람들의 사연이나 죽고 죽이는 양상 또한 제각각이다. 거의 한국돈으로 1억원 넘게 올라버린 권총의 가격, 그래서 소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노인들이 총 한자루 없이 식칼, 단도 등의 손에 잡히는 무기서부터 농부들의 경우에는 삽까지 동원해가며 무서운 살생을 감행한다.

 

오사카의 경우에는 너무나 잔인하게도 하루동안 '할아버지 할머니 실버 배틀 숭자 결정전'이 벌어져 서로 죽고 죽이는 시합은 마치 투우 시합을 하듯, 한 장소에서 행하면서 관람료를 받아 자손들에게 남기겠다는 정말 특이한 발상으로 시작되었다. 스포츠 중계하듯 생생하게, 심지어 재미있다고 웃어가면서 노인들의 죽음을 생중계하던 아나운서는 결국에 관람하던 모두와 함께 눈물을 흘리며 마무리하는 것으로 중계를 끝맺었다. 그 눈물조차 가식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잔인한 이들이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의 주축으로 활동하는 구이치로. 그는 약자들이 연합을 해서 집중 공격대상이 될 정도로 배틀 우승 후보로 지목되는 인물이었다. 그의 지구에는 퇴역 자위대 지휘관 고레카타, 백발마귀로 통하는 괴짜 교수 쓰하다 도모히토 등의 막강한 경쟁자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그는 용의주도하게 대상인물들을 재력, 무력, 지력 세부문의 점수를 매겨 위험한 정도를 매겨두어 배틀에 임하는 꼼꼼함을 보이기도 한다.

 

일본인 작가 츠츠이 야스타카조차도 막상 이 소설을 구상은 하였으되 실제 펼쳐내기까지는 용기가 필요했나보다. 그래서 그는 실제 자신의 나이가 70이 넘었을무렵부터 이 소설을 연재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실제 자신의 연령이 그 나이에 해당되는 그 순간부터 말이다. sf작가이고 나이가 있어 실제로 많은 비난의 대상은 되지 않았다고 하니, 그 역시 구이치로처럼 주도면밀함을 가진 사람이리라.

 

내가 살고 있던 안락한 집과 동네가 전쟁터가 되고, 안면있고 인사하며 지내온, 아니 심지어 어려서부터 소꿉친구로 자라온 친구를 죽여야 하는 무서운 사태, 게다가 힘 하나 못 쓰는 노인들까지 겨냥해야하는 끔찍한 배틀, 배틀의 승자 또한 나는 행운아군, 하는 심정이 아니라, 도대체 이 이상한 제도는 누가 만들었고 우리를 왜 이렇게까지 내몰았느냐 하는 원통한 마음을 지닐 수 밖에 없었을 그런 상황.

 

 복잡하고 꽤나 많은 사람들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일본인 이름이라 기억에도 잘 남지 않는데도 말이다) 금새 아, 어느 지역의 누구! 하고 매칭이 잘 될 정도로 소설은 잘 쓰여졌다. 게다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한 서술은 그 끔찍한 살생의 악령들이 눈앞에 펼쳐질듯 자세하여 꿈에 나올까 무섭기도 했다. 사실 눈을 감으니 거의 반야, 나찰처럼 변해버린 시노하라 노파의 얼굴, 그리고 고레카타가 잔인하게 죽인 노인의 악령이 떠올라 소름이 끼쳐오기도 했다.

 

늙는다는 것은 나쁜 것일까? 나이먹는 것이 남에게 폐끼치는 일일까?

인구 조절 구역은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늙음의 문제를 액션과 풍자, 발군의 블랙유머로 포장하여 제시하는 장편 엔터테인먼트 작품이다. 386p 역자후기

 

지금의 내가 있기 위해, 지금의 젊은이들이 있기 위해 이땅의 노인분들이 존재하심을 깨달아야한다. 그분들의 지금의 모습이 곧 내 미래이자, 내 아이들의 미래가 될 것을 생각하고, 내 부모를 대하는 마음으로 공경하는 마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혈육을 떠안은 짐처럼 여겨서는 절대 안될 일이라고 본다. 그리하여 노인 복지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으로 이렇게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이 책 한권으로 끝이 나기를 바란다.

 

노인 복지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독특한 상상, 츠츠이 야스타카의 70대에 발표된 이 소설은 그의 상상력의 한계는 과연 거침이 없는 무한대임을 알게 해주었고, 또한  읽는 이들을 몰입시키는 재주 또한 시들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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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겨울 여행
박정배 지음 / 북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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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고, 글을 쓰며 살아간다는 박정배님의 책, 일본, 겨울, 여행을 만났다. 출판사 지인분이 정말 혼자서만 갖고 싶은 보물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하기 아깝다고 (정말 소중한 나만의 것을 만났을 적에는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 하셔서, 처음에는 웃었지만, 읽으면서 아, 정말 그 말씀에 공감하게 되었다.

 

표지의 작고 평범해보이는 글자, 그리고 눈으로 가득한 어느 곳인가를 혼자 걷고 있는 남자의 모습.

수십번의 일본 겨울 여행. 그리고 올해 2월 다시 한 달 동안 떠돌아다닌 여행이 내 몸속을 돌다 손끝에서 글로 흘러나왔다. 12p 

 

몇번을 다시 본 영화 러브레터를 통해 흰눈으로 가득한 그 세상, 일본의 혹한기를 꿈꾸기도 하였으나, 역시 너무 추울 것 같았다. 그래도 꼭 홋카이도, 삿포로에 가보고 시다는 동생이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일본 겨울의 참맛을 알게 하는 순간들이 많았다. 세계 곳곳을 누비다 파일럿과 결혼한 전직 스튜어디스인 내 친구도 그 많은 명소들을 다 놔두고, 신혼여행도 일본 료칸, 그리고 강추하는 여행지도 일본의 료칸이었다.

 

많은 이들이 일본의 겨울을 꿈꾸고, 료칸에 몸 담그길 희망하는 까닭을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되었다.

일본의 겨울은 우리가 눈에 대해 상상하는 모든 낭만과 그 이상의 것들이 가득한 '영원한 설국'이다. 그래서 겨울이면 나는 일본을 떠돈다.-표지

 

 



 

눈을 보다가 일본 최고의 료칸 중의 하나인 류곤이 떠올랐다.

칠년 전 니가타의 사케를 취재하기 위해 나는 니가타 현 사람들과 니가타를 돌아다녔다.

그들이 추천한 최고의 료칸이 바로 류곤이었다.

 

삼백년이 넘은 무사의 집을 그대로 료칸으로 고친 류곤은 일본은 좀 안다던 그때까지의 내 상식을 완전하게 바꾸어놓았다.

가마를 타고 마당의 땅을 밟지 않는다는 고급 무사들의 집 답게 안에는 가마를 내리는 장소까지 남아있는 호하스런 주택은 인공으로 지어진 연못을 따라 구불구불하고 좁은 복도가 깊게 이어져 있다.

 

그 료칸의 방, 창문을 여니 개인 온천장이 마련된 별실이다.

 

..하늘에서 눈이 내렸고 온천에서 나온 증기가 하늘로 올라갔다.

71p

 


최고의 료칸, 일본인들조차 평상시에 누리기 힘든 호사라는 그 곳을 다녀오고 나서, 그 역만 지나쳐도 황홀했던 그 밤이 다시 생각난다 하였다. 여행지에서의 아름다운 기억, 이런 료칸이라면 일생에 한번이라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가고픈 심정이다.

 

사람들을 좋아하지만, 막상 여행지에서는 혼자 하는 여행의 진정한 고독을 즐긴다는 저자, 그래서 취재를 위한 동행여행에서도 짬짬이 자신만의 기차 여행을 이어나간다. 취재단은 먼저 목적지에 가 있고, 저자는 한달여의 여행을 기차로 고수해가면서 일본 겨울 여행의 지치지 않는 낭만을 만끽하는것이다. 그래서인지 떠들썩하게 왁자한 여행의 느낌이 아니라, 료칸과 흰 눈에 딱 맞을 담담한 독백같으면서도 가끔 문학작품의 맛까지 느낄수 있게 해주는 놀라운 표현들을 보고 있자면, 그와 함께 하는 일본 겨울 여행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다자와코

 

마치 땅에서 눈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눈이 빠르게 쌓인다. 142p

 

 

너무 깊고 맑아 아무리 추워도 얼지 않는다는 다자와코와 일본에서 최고의 노천온천으로 손꼽히는 쓰루노유 온천이 유명하다.

 어느 것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143p

 

드라마나 사진에서 본 것들이 실제로 보면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다.

여행지를 다닐때 가장 곤혹스러운 것들 중 하나가 이런 경우인데, 이곳은 반대다.

 

입구의 작은 가마쿠라에서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노란빛과 눈들 그리고 검은색 나무 온천장과 그 사이로 난 눈길,

증기가 피어나는 아이보리색 노천온천과 그 온천장을 비추는 호롱불, 군데군데 연꽃처럼 들어앉은 사람들과 검은 산,

그리고 그 위로 내린 짙푸른 하늘, 눈송이들.

 

온천장 이외에 인공의 것은 아무것도 없는 이 공간에 사람들 소리만이 맑게 퍼진다.

누구도 이곳에서는 행복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어 보인다.

146p

 


 

 

드라마 아이리스의 촬영지로 한국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졌으나, 워낙에도 유명했다는 쓰루노유 온천. 요즘은 드라마 유명세 덕에 더욱 예약하기 힘들어진 곳이라 한다. 가보고 진정으로 다시 반하게 되었다는 쓰루노유 온천의 운치와 감동, 일본 겨울을 샅샅이, 곳곳이 여행한 저자가 반하고, 새로이 감동한 곳들에 나 또한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드라마의 첫 장면에서 눈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었던 일본의 촬영, 그 묘미가 가득한 명소가 소개되고 있었다.

 

자오, 이 낭만적인 이름은 겨울의 대명사처럼 일본인들에게 각인되어 있다.

 스노파우더 같은 눈으로 유명한 스키장과 얼음기둥 그리고 온천, 자오 주변의 깊은 산은 온천의 산이다.

 이곳을 지나는 신칸센은 보통 기차처럼 천천히 달리고 '온천 신칸센'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173p

 

일본에서도 또다시 유명하다는 자오, 아름다운 이름만큼이나 그 곳에서 또하나의 최고의 명품 료칸과 가이세키 요리를 접하게 된다. 마치 이야기 속 명소 같은 고풍스러운 료칸에서 대접받은 호사, 나 또한 너무 맛있어서 슬프다는 그 호사를 누리고 싶어졌다. 료칸 뿐 아니라 일본 겨울 여행의 진미를 맛 볼 수 있는 각 여행지에서의 먹거리 또한 풍성히 소개가 된다. 차가워 맛있다는 일본의 맥주과 따뜻한 사케에 대한 이야기는 덤으로 곁들여진다. 홋카이도에 게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먹거리로 유명한지는 몰랐다.

 



 

다카미야 료칸에서 나는 일본 여행 최고의 이자카야와 만났다.

왕의 만찬을 받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온전히 나만을 위한 작고 화려한 방으로 가이세키 요리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세심한 덴푸라 튀김, 떡으로 만든 모치, 사시미. 부드럽고 감칠맛이 길게 남는다.

 

재료를 살리는 기술의 완숙함.

 

고수다.

너무 맛있어서 조금 슬퍼졌다.

 

 한무 속에 생야채를 넣은 한무야채와 버섯과 보리, 완두콩을 넣은 스이모노 (국),

 깊고 깊은 맛이 재료 속에서 스며나온다.

 

저녁을 먹고 좁은 계단을 내려와 1700년 전에 지어진 이곳의 온천을 어슬렁거리다 인형의 집을 보았다.

176p

 


 

책을 다 덮을 무렵, 흰 눈이 만들어낼 수 있는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음에 놀랐다.

아름다운 설경의 사진들이 담기고, 그 안에 고혹하게 자리잡은 오래된 료칸의 교교한모습이 인상깊게 뇌리에 박혔다.

차가운 눈을 맞으며 온천을 즐길 수도 있고, 달리는 기차 안에서 설경을 만끽할 수도 있고..

심지어 눈밭을 달리는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는 설렘까지도 전해준다. 홋카이도 지역의 시레토코샤리에서 증기기관차가 운행되는 시베차까지는 일반 기차가 운행된다. 디젤 기관차 기하는 투박하고 단단하고 추위에 강하다. 겨울에만 운행하는 'SL 겨울의 습원'의 출발역답게 역은 활기가 넘친다. 사람들과 증기기관차, 기관사 모습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에 아이들이 서로 얼굴을 내민다. 253P

 

겨울이면 추워서 집밖에 나가기도 귀찮아 하던 게으른 나를 일본 겨울로 초대해주는 이보다 더 멋진 초대장은 없을 것 같다.

아직도 못 읽어본, 소설 설국은 이 책을 통해 더욱 만나고픈 책이 되었다. 설국을 읽고 나면, 일본 겨울여행에 대해 더욱 지독한 그리움의 몸살을 앓을까 두렵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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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러멜과 초콜릿으로 만든 과자 다카코의 달콤한 디저트 이야기 1
이나다 다카코 지음, 은수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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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교과서에서였나? 캐러멜 소스 만드는 법이 설탕:물을 1:1로 넣어 갈색이 될때까지 끓이는 것이라 배운 적이 있었다. 막상 내가 하려니 용기가 나지 않았고, (다 태워먹을 것만 같았고, 만들어도 맛이 나지 않을 것이란 강한 믿음이 있었다. ) 그 후 캐러멜 시럽을 넣어야 하는 각종 요리 레시피들을 보면서 시판 캐러멜 시럽을 사서 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사실상 찜닭 등에도 쓰이는 캐러멜 시럽은 파는재료는 그닥 좋은 원료가 아니라고 들었으니 직접 만들어 쓰는게 좋기는 좋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먹는 달콤한 캐러멜 과자. 네모난 밀크 캐러멜이 길쭉하게 배열되어 종이에 쌓여진 포장도 있었지만, 상자에 들어있던 캐러멜이 참 인상적이었다.

약간 황토색의 네모난 캐러멜,성냥갑 보다 큰 밀어넣는 상자에 들어있는, 종이로 쌓여진 캐러멜에 대한 기억이 유독 생생한 것은 캐러멜 상자속 천사들을 동화책에서 만나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동화책에서 내가 먹는 과자를 만난다는것이 마치 티브이에 아는 사람이 나오는 것마냥 그때는 참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캐러멜은 사먹는거라고만 생각해왔고, 가끔 캐러멜 시럽이라고 나와도 그 캐러멜과 이건 별게야 라고 애써 구분지었던 나의 편견을 뒤엎는 책.

직접 만든 캐러멜로 만든 각종 과자들과 행복한 디저트 들. 게다가 캐러멜과 느낌이 조금 다른 초컬릿을 넣어 같은 레시피, 다른 맛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책이 나와 달콤함을 즐기려 읽게 되었다.


초컬릿처럼 재료를 사서 쓰는게 아니라, 캐러멜 크림은 정말 말 그대로 설탕, 물에 생크림만 더하는 세 가지 원료로 만들어지는 마법과 같은 재료였다.

물론 농도와 볶는 정도에 따라서 캐러멜의 쓴맛 정도가 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니 자신만의 레시피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잘 만들어 밀봉해 보관하면 1개월이나 냉장보관이 가능하다는 캐러멜 크림. 어느 집에나 있는 설탕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캐러멜 크림을 보면서, 이 크림으로 어떤 디저트를 만들어내게 될지 너무 궁금해졌다.




아이스크림에 멋드러지게 얹어먹어도 좋고 (아, 이게 캐러멜 크립이었구나) , 생크림 50ml에 캐러멜 크림 1작은술을 가득 담아 섞어 거품을 내면, 쿠키에 발라먹어도 환상적이라 한다. 어떤 맛일지 무척 기대되는 캐러멜 스프레드.


게다가 어릴적 환상적인 맛으로 기억했던 그 밀크 캐러멜을 만드는 방법도 나와 있었다. 큐브 캐러멜이라는 이름으로.. 단맛이 진한 작은 큐브 캐러멜 하나를 입에 넣고 천천히 녹이면 사르르 퍼지는 맛과 동시에 행복한 기분마저 듭니다. 지친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도 달래주는 맛이예요. 16p 처음에 저자이신 다카코님이 말씀하신대로 캐러멜, 초컬릿 등의 수제 과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건 사실 발렌타인데이 선물을 하고 싶던 사춘기 시절이었다. 누군가 좋아하는 이에게 파는게 아닌 직접 만든걸 선물하고 싶다는 마음. 막상 결혼하고 평생의 연이 된 신랑은 단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발렌타인데이도 결혼 첫해만 챙기고, 그 이후에는 오히려 내가 선물받아서 혼자 먹는 상황이 되고 말아서 로망이 사라진 느낌이다. 어쨌거나 달콤함과 연결되어 생각되는 행복한 사랑의 선물이라는 느낌.



이 큐브 캐러멜을 보면서도 예쁜 유산지 등으로 포장해서, 아이 친구들 선물이나 소중한 벗에게 선물해도 참 좋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에서 본 살림 잘하고, 베이킹 잘 굽는 와이브로거 분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면서 그렇게 예쁘게 사는 삶이 어찌나 부럽던지..

언젠가 나도 욕심내어서 수제 양갱을 만들어본적이 있었는데 포장하는 시간이 더 걸렸던, 하지만 선물하고서는 무척 기분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아침창의 김창완 아저씨께도 보내드렸었다. 그땐 라디오를 무척 많이 들을 때라..간혹 내 이름의 사연을 말씀해주시던 김창완님이 삼촌 만큼이나 친근하고 감사히 느껴졌었다.)

그밖에도 캐러멜 크림을 넣은 각종 레시피들, 저자의 단골 아이템이라는 캐러멜을 넣은 버터 케이크와 푸딩, 와플, 파운드 케이크, 캐러멜 크림만 있으면 디저트가 그저 뚝딱 완성되는 놀라운 레시피들. 그리고 달콤함의 대명사 캐러멜 밀크 젤라토는 내 눈을 또 한번 이끌어주었다. 아무래도 베이킹을 한번밖에 안해본지라, 베이킹 이외에 간단해보이는 레시피가 더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 같다. 캐러멜 크림만 있으면 우유, 생크림, 꿀만으로 쌉싸래한 맛이 진한 젤라토를 후다닥 만들수 있다고 하니, 이거 참 효자 디저트가 아닐 수 없다.



또 시판 캐러멜을 소개하는 재미도 있다. 그 중 호주에서 초코파이 수준으로 유명하다는 국민과자 팀탐도 하도 말을 많이 들어서 나 또한 사먹어본 기억이 있는데, 캐러멜 과자인줄은 여기에서 처음 알았다. 캐러멜 크림이 들어있는 바삭한 비스킷이 밀크 초콜릿으로 코팅된 과자라한다. 내가 알기론 커피나 우유에 과자를 찍어서, 과자를 통해 커피나 우유를 흡수해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꼭 다 이렇게 먹는것은 아니겠지. (어느 외국인이 그렇게 먹는다고 소개한 웹 글을 본기억이 난다.)




초컬릿과자, 우선 시판 초컬릿을 사용해도 되지만, 제과제빵용 초컬릿을 따로 소개해주는 란이 있어서 배워보는 시간이 되었다. 카카오파우더, 카카오, 초코칩, 초코 소스와 시럽, 초코 리큐어, 장식용 초콜릿 등 참으로 다양한 제과 재료 초컬릿을 만나는 자리라 제빵에 아직 입문하지 않은 초보자로서는 새로이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과자 재료로 쓰이는 퓨어 카카오파우더로 핫초코를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었고, 시판 초콜릿 시럽으로 카페에서 마시는 것과 같은 초코 마시멜로 커피를 간단히 만드는 방법도 나와 있었다. 카페 음료를 사랑하다보니, 그 비싼 음료를 집에서 이렇게 만들어먹을 수 있다는 방법이 소개되면 눈이 다 번쩍 뜨인다.

눈과 입이 다 행복해지는 각종 초컬릿 레시피들,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쇼콜라 빵들이 눈을 유혹해주었다. 담백한 느낌의 라이트 쇼콜라, 선물용 과자로 좋은 리치 쇼콜라, 머랭을 듬뿍 넣어 폭신폭신한 사랑스러운 초콜릿 케이크, 소프트 쇼콜라, 그리고 화이트 초코 커버춰를 넣어 초코 케익인지 몰랐던 화이트 쇼콜라. 진한 초코의 느낌이 물씬 나는 초콜릿 파이, 식어도 맛있는 초콜릿 스콘까지. 눈으로만 훑어도 너무 즐거운 시간이었다. 밀크 초콜릿 푸딩과 값비싼 모 브랜드 아이스크림을 떠올리게 만드는 초코 민트 아이스크림의 등장에는 아, 당장이라도 만들어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들어주었다. 민트 맛이 어릴적에 치약맛 같아 싫었다는 저자님 말씀대로 나 또한 그랬는데 지금은 그 맛이 되려 상큼하게 느껴지니, 이제 나도 어른이 되긴 했나보다.


캐러멜과 초컬릿을 각각 소개해준 다음에는 그 둘을 섞어서 만드는 환상적인 디저트를 소개해주었다. 그중 선물용으로도 너무 좋을 사르르 녹는 생초콜릿은, 발렌타인 데이 최고의 메뉴가 아닐까 싶다. 코스트코에서 생초콜릿을 두박스씩 묶음으로 팔길래 사다가 냉장고에 넣고 두고두고 먹었던 기억이 나는데, 이 직접 만든 생초콜릿에 비할 맛은 아닐 듯 싶다.



플러스 레시피는~ 피칸 파이, 밀크 바바로아 등의 새로운 메뉴를 캐러멜과 초컬릿을 썼을때의 두 가지 다른 맛을 느끼도록 한 레시피, 하나의 방법 & 두가지 맛의 새로운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었다. 책이 얇아 보여도 그 안은 무척이나 달콤함으로 중무장되었던 34가지 방법들, 손쉬운 재료가 많은 캐러멜 크림부터 도전해보고 싶었고, 초컬릿을 구입해서, 시판 케익보다 맛있는 초코 케익을 구워 올 겨울 따끈한 커피 한잔과 함께 집에서 커피 타임을 가져 보고 싶어졌다.



친구가 선물해준 초컬릿 한상자를 며칠만에 뚝딱 해치워서 아쉬움이 많았는데, 이 책이 있으니 나의 달콤한 겨울은 쭈욱~ 계속 될 것 같아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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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신 - 6집 Gift Part. 2
박효신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동생선물로 구입했는데 너무너무 좋아해 저도 기쁘네요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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