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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카페여행 바이블 - 반짝 반짝 보석처럼 숨어 있는 도쿄 카페로 떠나는 시크릿 여행
조성림.박용준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품절

도쿄 + 카페 + 여행 + 바이블, 내가 좋아하는 단어로만 조합된 멋진 이름의 책.
책 한권 읽을 적마다 여행을 갔더라면 벌써 몇번, 아니 열번 이상은 다녀왔을 도쿄지만, 아쉽게도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꿈의 여행지.
그리고, 직장 다닐때도 그저 가끔 즐기던 커피가 임신하고, 입덧을 하면서 갑자기 땡겨서 하루 한 잔씩 (임신때 많은 카페인 섭취는 좋지 않다해서 자제한다고 한것이..) 정도로 제한해서 마시기 시작했던 커피가, 지금은 하루 한 잔 이상 꼭 마시지 않으면 어쩐지 너무 서운한 그런 벗이 되어버렸다.
또, 여행. 이런 저런 제약으로 많이 다니지 못했으나, 그저 근처 콧바람 한번 쐬는 것에도 너무나 행복한 사람이기에 여행이라는 설렘을 책을 통해 대리만족하고 있던 나.
그 모든 것의 조합의 완성인, 이 책과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일 수 밖에 없었다.
삶의 키워드가 음식, 여행, 카페, 언젠가는 음식, 여행 , 카페를 모토로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회사를 세우겠다는 당찬 꿈을 꾸는 그녀는 오늘도 여전히 벤치마킹중. -저자 조성림. 음식, 여행, 카페라니... 내 삶의 키워드 또한 여기에 책을 하나 더 추가했을뿐 그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아, 멋진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그녀의 빛나는 삶이 참 아름다워 보였달까?
2008년 1월 도쿄를 경유한 브리즈번 휴양지 여행 계획을 세운 적이 있었다. 시험 공부하는 남편 옆에서 거의 몇달을 혼자서 여행 계획을 짜가며, 랜덤의 도쿄 백배즐기기가 너덜너덜해질때까지 밑줄 긋고 읽고 또 읽었다. 인터넷 삼매경은 기본이었고, 여러 여행 카페에 가입해서 좋은 정보를 많이 얻어 스프링 노트 한권에 조심스레 일정을 담던 행복한 기록이 남아 있다. 항공권 티켓과 도쿄 호텔도 모두 취소하고, 무엇보다도 1등 상품으로 받았던 (다시는 오지 않을 행운의 )코란코브 무료 숙식박 여행권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게 만들었던 일대의 대 사건은.. 바로 지금 만 두돌쟁이가 된 우리 아기의 임신이었다. 첫 임신을 실패로 넘기고, 일년만에 얻은 소중한 행복이었기에, 나는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이 하나만 바라보게 되었다.
그 때 이후로 아기 키우고, 책 읽고 그냥 소소한 일상을 보내다보니, 도쿄는 한동안 꿈에만 그릴 뿐, 여행책을 읽으며 언젠가 가볼 희망만 품고 살고 있었다. 다만, 아기가 어느 정도 자라 아장아장 걷게 된 무렵부터 엄마는 가끔 동생과 아기와 함께 카페에 가서 아주 잠깐이라도 커피를 마시고 바깥 공기를 코끝에 묻히는 행복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런 행복이 가끔씩 진행되다 보니, 이제 28개월인 우리 아기, 제법 카페에서 자기 좋아하는 딸기 쥬스 마시고, 와플 먹을 줄 아는 카페를 즐기는 아기가 되었다.
아기도 어느 정도 자라고 나니, 다시 도쿄에 대한 설렘이 더욱 커지기 시작했다. 언젠가 꼭 아기 손을 붙잡고 행복한 여행을 다녀오고 싶은데..
아기엄마가 되니 이제 모든 것이 아기를 위한 시각이라, 빡빡한 일정도 싫었고, 여유있게 즐기는 여행이 좋아졌다. 카페를 테마로 한 도쿄 여행, 그래서 더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그렇게 읽어내려간 책에는 무수한 인덱스가 붙기 시작했고, 결국 인덱스 붙이는 것도 귀찮아져서 나중에는 아까운 책을 마구 접기 시작했다.
저자가 귀여운 것을 너무 좋아해서 기치조지의 카렐 차펙 스위츠에 가서, 설레는 마음에 마구 셔터를 누르다보니 저장된 사진만 백장에 이르렀다고 했는데, 나도 그에 못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소개하고픈 사진을 찍어대다보니 사실 한장 한장의 사진이 다 놓칠 수 없는 멋진 사진들이어서 수십여장의 사진을 찍어대고 말았다.
일본의 많은 카페, 특히나 그녀와 공동저자인 또다른 여행작가 박용준님이 소개해주는 그런 유명한 카페들은 의외로 카페 같지 않은 그런 곳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첫 방문에 여기가 정말 맞을까? 싶은 작가의 말들이 정말 많이 실려오고, 간판 하나 없는 일반 주택 가옥부터 복층 아파트를 개조한 곳, 그리고 너무 허름해보이는 곳까지..다양한 카페들이 소개되었다. 카페가 곧 일상이 되어버리는 일본, 그 안에서 진정한 삶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는 고즈넉함. 나무의 향기가 물씬 느껴지는 그런 곳들이 무척 많아 보는 즐거움이 더욱 배가 되었다.
시부야 속의 숨겨진 명소 아틱 룸도 대표적인 그런 곳이었다. 너무 허름하고 낡아 실망스러웠으나 들어가 보니 카페의 인기석이라는 다락방이 숨겨져있어 100% 연인들을 위한 비밀스러운 설렘가득한 추억을 준다는 곳. 사실 이층 침대에 대한 로망이 있던 터라 학생 시절에는 무척이나 갈망했으나 정작 대학 기숙사에 들어가서 높다란 이층 침대에 배정되었을때는 정말 너무 괴로웠었다. 예쁘장한 침대가 아닌 정말 고소공포증이 느껴지는 침대여서 어찌나 힘이 들던지.. 잠을 험하게 자던 나는 자다가 이불을 아래로 낙하시키고 추워서 비몽사몽간에 사다리타고 내려왔다 다시 올라가는 곡예도 감수해야했던 아픔이 있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다락방이라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우왓~ 비밀 아지트같은 그런 곳에서 편안히 쉴 수 있다니..얼마나 멋진 일인가?
또, 저자가 도쿄, 아니 일본 전체를 통틀어 가장 사랑한다는 치쿠테 카페도 빼놓을 수 없다.
너무 좋아하는 곳이라 이곳에 관한 글을 쓰며 원고를 몇번이나 통째로 뒤엎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 도쿄, 아니 일본을 통틀어 내가 가장 좋아하고 그리워하는 장소가 바로 여기다. 세련된 분위기,솔직 담백한 빵맛, 아기자기한 소품등 치쿠테 카페가 가진 매력들도 작용을 했겠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이유는 지금 떠올려도 가슴 뭉클한 비밀스러운 추억이 고스란히 밴 곳이기 때문. 74P
복층아파트가 개조된 카페 오더네어 (일본발음 카훼 오-디네-루)
각 카페의 이름이 영어, 혹은 일본어, 한자를 있는 그대로 표기하고 일본식 발음을 함께 달아 실제 도쿄를 방문했을때 카페 이름을 말하고 듣는데 도움이 되도록 한 배려가 돋보인다. 사실 우리가 우리 식으로 읽고 쓴다고 해도, 일본에 가서 물어보거나 찾는데 어려움이 있으면 안되지 않는가.
카페와 여행 못지 않게 책 또한 사랑하는 나조차 부러웠던 카페 오더네어, 그 진하고 맛있는 커피 맛을 나도 즐기고 싶었다.
부드럽고 진하게 혀끝에 감치는 그 맛은 커피 맛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그 차이를 느낄 수 있을만큼 좋았다.
더불어 카페에 가득 퍼지는 커피의 향이란 정말!
자기 마음에 쏙 드는 카페가 필요해 살던 아파트를 카페로 개조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커피, 책, 음악으로 가득 메운 공간을 갖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매력적인 일이란 말인가! 88P
큼지막하게 구워낸 레몬 머핀을 들어 크게 한 입 베어무니 상큼한 레몬 향이 입안 가득 감돌았다. 눈이 찡긋 감길 정도로 신맛은 아니었지만 적당히 상큼한 맛이 달콤함과 균형을 이뤄 쌉싸래한 아이스티와도 잘 어우러졌다. 나의 도쿄, 시모키타자와의 토요일 아침과 같은 상큼한 맛. 나는 집으로 돌아가면 상큼한 레몬 필을 가득 넣어 레몬 머핀을 구워봐야겠다고 다짐하며 다시 거리로 나섰다. 94P 델리 앤드 베이킹
어쩐지 놓치면 아쉬운 최고라는 단어. 도쿄 최고의 빵맛을 자랑한다는 산겐자야의 시니피앙 시니피에도 그래서 놓칠 수가 없었다.
무화과빵에 꼭 와인을 곁들이라는 친구의 조언대로 모닝 와인을 마셔야했던 저자.
'휘그 앤 휘그'라는 이름의 무화과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호밀로 만든 담백한 빵에 과즙이 살아 있는 흑 무화과와 백 무화과, 향이 진한 헤이즐넛이 함께 어우러져 씹히는 그 맛이란! 한 입 맛을 보니 왜 친구 녀석이 그렇게도 꼭 와인과 함께 먹어야 하다고 신신당부를 했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146P
카페에 대한 멋드러진 소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정보들이 언급된다. 주소, 실제 가는 법, 전화, 오픈 시간, 폐장 시간 그리고 점수를 매겨서 분위기, 맛, 서비스, 친구와 함께, 연인과 함께, 혼자만의 여행 등에 별점이 매겨져있어 많은 카페 중에 꼭 가보고 싶은 카페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준다.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가서 시켜보면 좋을 메뉴들까지 일본어 표기와 발음, 가격까지 명시되어 있어 가기 전에 가격을 몰라 걱정하거나 하는 두려움을 없애준다. 또 포인트라고 팁을 적어주어, 카페에서 참고하면 좋을 점등이 눈에 쏙 들어오게 되어 있는 것도 이 책의 멋진 카페와 음식 사진들 못지 않은 강점이 아닌가 싶다.
호랑이 네 마리가 나무 주변을 뱅글뱅글 돌다가 노오란 버터가 되어 그 버터로 노릇한 팬케이크를 구워 먹는 동화 < 꼬마 검둥이 삼보> 속 한 장면. 나처럼 동화 속 팬케이크에 환상을 가지고 팬케이크에 몰두하는 사람이 또 있다는 사실이 어찌나 신기하고 반가웠는지 모른다. 169P 아, 어떻게 호랑이가 버터가 될 수 있을까 나 또한 궁금증을 안고 읽었던 동화였는데, 아는 이야기가 나오니 또 반가운 사람이 되었다. 귀여운 추억의 팬케이크는 보이보이라는 이름이 찍힌채 천국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별미였다 하였다. 아, 정말이지 읽을수록 배가 고프게 하는 그런 책.
카페라면 그저 커피와 스위츠(달콤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는게 아니라, 일본에서는 카페에서 간단한 식사나 술을 함께 판매하는 곳도 제법 많다. 그래서 말이 카페 여행이지, 사실은 근사한 맛집 탐방의 일환일 수도 있었다. 여행 가서 디저트만 먹고 올 수는 없으니 멋진 카페에서 여유있는 식사를 하며, 여행자로써의 행복을 만끽하는 여유를 누리고 오면 얼마나 좋을까? 브런치로 유명한 선데이 브런치부터 나카메구로의 인기 프랑스 레스토랑 카페 위트까지.. 특히나 반짝반짝하게 멋있던 위크의 모습은 정말 내 눈을 그대로 고정시켜버렸다. 작가 또한 애인과 같이 오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는 명소들이 제법 있었으나, 이 곳이 가장 더 아쉬움을 남게 했던 곳이 아닌가 싶다.
당신과 나의 반짝반짝 빛나는 추억. 우리가 더욱 행복해지는 로맨틱한 공간 카페 위트. 222P
책에는 핵심적인 도쿄의 10개 지역, 그 중에서도 저자가 하나하나 취재하며 찾아낸 50여곳의 카페들에 대한 실제적인 가이드와 분위기, 여유, 달콤한 맛이 멋드러지게 조화된 그야말로 카페여행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정보가 수록되어 있다.
10 곳의 명소들 중에서도 특히나 냉정과 열정사이의 시모키타자와를 빼놓을 수 없었고, 이노카시라 공원의 매력으로 도쿄인들이 가장 살고 싶은 곳 1위로 선정된 기치조지, 카페의 카페에 의한 카페를 위한 지역이라는 기치조지, 여자들이 행복해지는 자유의 언덕 지유가오카를 지나 온전한 휴식을 위한 산겐자야를 지나고 도쿄의 일상 니시오기쿠보의 분홍 코끼리의 매력에 빠지다보면 어느새 천천히 거닐고 싶은 고엔지에 다다른다. 사실 카페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가볼 만한 도쿄의 명소가 새로이 더 늘게 되었다. 예전에 미처 몰랐던 그런 지역들이 많이 소개되었으니 말이다. 알면 알수록 신비한 카페의 세계. 한 번의 여행으로 다 만나볼 수 없는 곳들이겠지만, 여행갈 적마다 꼭 몇군데씩은 들려보고 싶은 바램이 생겼다.
고엔지의 해프티넷의 너무나 동화스러운 예쁜 아기자기함. 카페가 이렇게 다양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도쿄의 문화였다.
앞머리를 내린 귀여운 소녀가 그려진 카페라테와 하얀 생크림 얼굴이 몽실몽실 웃고 있는 구운 초콜릿 케이크!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드는 귀여운 모습들이다. 이렇게 귀여운 디저트라면 맛이 그저 그래도 용서가 될 법한데
진하디 진한 생초콜릿 케이크는 신선한 생크림과 어우러져 칼로리 따위는 잠시 잊게 될 정도로 맛있었고 라테 역시 수준급의 맛이었다.
이 곳의 인기는 단지 동심을 자극하는 분위기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귀엽고도 맛있는 디저트의 공도 크다! 344P
책을 읽으며 너무 맛보고 싶었던 수많은 메뉴들. 그 중에서도 정말 눈에 밟히는 몇 메뉴들이 있어 더 괴로웠는데, 행복한 것은 이 음식들을 도쿄에 가보지 않고도 맛 볼 수 있게 행복한 꿈의 레시피가 실려 있다는 것이었다.
델리앤드 베이킹의 레몬 머핀, 베이스 카페의 콩이 들어간 키나코 라테, 저자가 나만의 심야식당이라 부른 라이온 식당의 버터 간장밥 등의 메뉴가 포함된 20가지의 레시피. 오호..사진을 다시 봐도 침이 꼴깍 넘어간다. 비록 부족한 솜씨일지라도 당장 떠나지 못하는 한국 땅에서 직접 만들어볼 용의가 충분히 있었다.
카페가 이토록 다양하고 멋진 곳들이 많은데, 아쉽게도 내가 사는 지역에는 이렇다할만한 멋진 곳을 발견치 못해서, 언제나 프랜차이즈 카페들만 다녀보게되었다. 서울에 살적에는 그래도 제법 괜찮은 곳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한채 언젠가 도쿄 여행을 가서는 이렇게 눈으로 즐겼던 카페 중 몇 곳의 행복을 직접 아기와 함께 누리다 오고 싶다.
행복했던 눈의 여행, 도쿄 카페 여행은 내게 또 하나의 희망을 심어준 책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