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안 되겠어요 - 올바른 의사표현을 도와주는 책 차일드 커뮤니케이션 Child Communication
이상희 글, 노인경 그림 / 상상스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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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때마다 망설여지는 것이 성폭력, 유괴 예방에 대한 책들이었다. 특히나 아이에게 보여 줄 그림책으로 어쩐지 너무 무서운 사회 세태를 반영하는 그림책들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언제 어느때고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요즘이기에, 내 귀를 틀어막고 산다고 해서 만사가 형통되는 것은 아니므로, 예방, 또 조심만이 최선인지라, 어린 아이에게도 일찍부터 교육을 시켜야겠다는 마음으로 되돌아서게 되었다.




그렇게 만나게 된 그림책이 바로 "그건 안되겠어요" 다.

직접 지구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는 아이들에게 너무 공포감을 줄 수 있기에 초록별 지구가 아닌 보라별 친구들에게 일어나는 이야기로 우회적으로 돌려들려주고 있는게 특징적이다. 엄마 아빠짬짬이들이 일하러 가고, 아이 짬콩이들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는 것도 우리나라와 흡사하고, 어린 짬콩이들을 유괴해가는 나쁜 쫌쫌이들도 등장을 한다.




책을 읽으며 우선 놀랐던 점이 무서운 이야기라고 돌려가면서 이야기하는게 아니라 실제로 우리도 생각지 못했던 아주 구체적인 방법들이 소개가 되어, 주의점을 환기시켜준다는 것이다. 얼마전 tv에서 방영되기도 했던 내용을 어른들 책으로 만나보고 깜짝 놀랐던 내용이 많았는데, 아이 유괴에 대해 놀라운 그 이야기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이 그림책에 잘 소개가 되어 있어서 엄마로써도 무척 놀라면서도 아이들에게는 반드시 중요한 이야기가 되겠다 싶었다.


내가 어릴적에는 이렇게 무서운 일들이 많지 않았지만 나조차도 어려서 이런 일을 겪었다면 "착한 아이들은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을 도와야해요.어른을 공경해야해요."등의 착한 아이 되기 주입식 교육에 젖어서 하마터면 나쁜 사람들에게 끌려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겠다 싶으니 너무나 아찔하였다. 애완동물들을 사랑하고 노인들에게 친절한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어떤 일을 겪을지..아니 지금 당장도 어리다고 방심할 새가 없다. 얼마전엔가 마트에서 어떤 엄마가 잠깐 정신없는 틈을 타서 자기 아이를 누군가가 안고 나가는 바람에 너무 놀라 마트 방송을 하니 그 아저씨가 놀라서 아기를 안고 가다 두고 도망갔다는 이야기까지 듣지 않았던가. 너무 무서운 세상이다.



쫌쫌이들이 아이들을 데려다가 얼마나 고생을 시키는지 책에서는 당나귀를 만들어버린다고 나와 있다. 안 그래도 겁이 많은 우리 아들이 보면 (요즘 특히나 겁이 더 심해진 터라 ) 더 무서워하겠지만 그래도 사람들 조심시켜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보여주게 된다. 얼마전부터 나도 모르게 입버릇부터 강조한 것이 "엄마, 아빠 가족들이 아닌 다른 사람이 아무리 예쁘다고 해도 따라가면 안돼요."를 알려주었더니 아저씨만 보면 " 아저씨 따라가면 안돼요. "를 외쳐서 엄마를 민망케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기에게 잘 훈육시켰다 생각했는데 식당에 갔다가..식당 점원 아주머니께서 아기 예쁘다고 하시며 안아주려 하시길래 "낯을 많이 가려요 "하고 아기가 따라가지 않을 줄 알았더니 아주머니께서 "강아지 보러 가자" 하고 살살 꼬이시니 선뜻 손을 내밀어 안기는 아기를 보며 너무나 깜짝 놀랐다. 그 다음부터는 이책에 나온대로 강아지, 귀여운 동물을 보여준다해도 따라가면 안된다는 말까지 덧붙여야했다. 아직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겠지 라고 생각해도 방심은 금물이다.


한시도 눈에서 떼고 싶지 않다 해도 유치원에 다니면서도 조심해야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스스로가 자신을 지킬줄 아는 것이다.

그건 안되겠어요 라고 말할 줄 아는것.

절대 보통 어른은 아이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부모들도 아이에게 다시한번 주지시켜야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모든 아이들에게 꼭 읽혔으면 하는 바램이 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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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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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배운 지식으로 억대 연봉 수입을 올리던 애널리스트가 그 좋은 직장을 박차고 나와 다섯달 동안 세계를 돌며 직접 물건을 사고 팔아 체험한 생생한 이야기.
딱딱한 경제서적은 선뜻 손이 가지 않지만, 여행이야기를 즐기고, 특히나 흥미로운 소재로 (표지의 잘 생긴 주인공 얼굴이 한 몫 더한다. 외모 지상주의자가 아닌데도 자꾸 눈길이 가는 얼굴이다.) 눈길을 끄는 이 책은 한번쯤 읽어봄직한 가치가 있어보였다. 그렇게 읽기 시작하였는데, 아기 밥먹이는 짬짬까지도 식탁에 두고 읽을 정도로 빠져들게 되었다.


마음이 약해서 스스로 연봉 협상 할적에도 무척 난감했었고, 혼수 준비를 하거나 신랑 사업 문제로 물건을 사러다닐적에도 물건 값 깎는것이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작가의 말대로라면 일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고객이라는데, 나같은 고객은 주로 판매자에게 휘둘리기 쉽상이다. 그렇게 물건을 구입하면 참으로 찜찜하고 속상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남들은 싸게 잘 산다던데 하면서 말이다. 작가는 스스로 구매자도 되었다가 판매자도 되었다가 한다. 아일랜드 출생의 그가 선진국들보다 되도록 개발 도상국을 돌면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나라 중심으로 (일본도 끼어 있기는 했지만 예외적이었고 대부분은) 세계 일주 코스를 잡은 다음, 평범한 사람은 생각도 못한 기상 천외한 (하지만 각 나라에서는 꼭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팔기 시작한다.

 

집까지 팔아서 손에 쥔 전재산 5000만원을 들고 여행을 떠나 돌아올적에는 1억원을 손에 들고 돌아오겠다는 꿈으로 출발하였다. 약간의 계획은 세웠지만, 그 이상의 계획은 아예 전무후무했고, 여행을 하면서 생긴 아이디어를 통해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기 일쑤였다. 아, 나라면 이렇게 전재산을 걸고 휙 떠날 수 있을까? 절대 아니오다. 절대적으로 무사 안일주의를 택하는 나로써는 그의 이런 괴짜같은 행동이 참으로 놀랍게만 느껴졌는데, 그래서 더욱 재미나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용기와 패기를 갖고 있는 그가 부러운 마음에 그의 좌충우돌, 사업 성공기를 따라 같이 한숨도 내쉬었다가, 기뻐했다가 책을 한권 읽는 내내 즐거운 세계 여행을 하게 되었다. 물론 평범하고 안전한 세계여행을 꿈꾸는 지라 고생스러운 그의 여행은 책 속 상상에서만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여행에 앞서 테스트 여행까지 거친 그. 그의 테스트 사업은 모로코의 카펫 판매로부터 시작된다. 말이 통하지 않아도 통역을 대동하고서 사업을 밀어부치는 그의 추진력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사실 가장 존경스러웠던 점은 선정하기 어려운 사업 아이템을 짧은 기간내에 파악해서 결정하고, 도움을 얻을 친구들을 물색해 좋은 정보를 빨리 얻어냈다는 점이다. 친구의 인맥을 이토록이나 적절히 사용할 수 있을까 싶게 그는 참 도움을 많이 얻었다. 인터넷 등에서는 누구나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흔하지만, 인맥을 통한 고급 정보는 정말 피가 되고 살이 될 좋은 정보가 무궁무진하다.

 

평범하게, 아니 남보다 풍족하게 살 수 있는 그가 버라이어티 1박 2일보다 심해보이는 고생을 해가면서(가끔 1박 2일을 보면 나는 즐거우나, 고액 연봉의 저 출연진들은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래도 인기와 연봉 덕에 그들은 힘을 내는 것이겠지만..) 여러 나라를 도는 것을 보면 아, 눈으로 보는 것만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낙타를 사고 팔겠다는 생각으로 상식과 계획이 절대로 통하지 않는 수단에서부터 좌절을 겪고, 아프리카에서 커피를 사고 팔고, 칠리소스를 사서 인도에서 팔겠다는 계획은 심지어 에스키모인에게 얼음을 팔겠다는 우스갯소리와 연관되기도 한다. 하지만, 좌절을 겪을 지언정 그는 질 좋은 커피를 좋은 값에 구입하고 여러 우여 곡절끝에 잘 팔아치우고, 칠리 소스 또한 스토리가 있는 코끼리 페퍼 소스는 구매에 실패하지만 재료가 출중하게 좋은 부시맨칠리 소스를 구매해 좋은 값에 판매하기에 이르른다.

 

사업을 하다보면 성공할때도 있고 실패할때도 있는데, 그의 여행일정은 한 나라당 지나치게 짧은 일정이어서 사업을 하기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핸디캡을 극복하고, 여러 경제 이론을 접목시켜가면서 협상의 달인처럼 성공하는 모습을 보인다. 가장 비싸게 말을 사서 가장 헐값에 말을 판매하는 우를 범하는 것은 또다른 경험을 그에게 안겨준다. 엄청난 시장을 자랑하는 중국에서 아프리카 와인 판매에 성공해 으쓱해지기도 한다. 타이완의 옥 거래에서 실패하고, 타이완에서 사 온 우롱차 역시 일본 판매에서 좌절을 겪고 나자 힘이 빠져버린다.  그는 48시간 동안 일본 어부와 함께 전갱이 잡이에 나서서..딸랑 150엔을 건졌음에도 흑자라며 드디어 다시 행운의 여신이 자기 편이라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많은 사람들에게 역시나 꽤나 흥미로운 주제였는지 그의 TV 다큐멘터리 80일간의 거래일주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연상케하는)는 영국을 열광시키는 프로가 되었고, 책도 큰 인기를 끌고,  많은 곳에서 강연이 쇄도하여 애널리스트 때보다 더 많은 수입을 벌어들이고 있다 한다. 역시 용기가 있고 창의적인 사람이 돈과 명예를 손에 쥐는게 아닌가 싶다. 그처럼 큰 꿈을 벌이지는 못하더라도 지금의 내 삶이 보다 더 안정적이 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하고 실행해야하는 것인가 잠깐 고민도 해보았다.

 

다양한 생각을 하고, 또 거래에 있어 (굳이 멀리 가지 않고 한국땅에서 하는 거래를 하더라도 ) 어떤 마인드로 상대를 대해야하는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책이었다. 각 나라별 특산물과 특징, 그리고 재미난 나라별 일화등을 읽는 것은 덤으로 얻은 재미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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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상상력 키우기 마음껏 그려 보자 2
앤드루 파인더 지음,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5월
절판


요즘 우리 아이는 연습장과 크레용 혹은 색연필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재미난 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이가 좋아하는 너클크레인과 포크레인, 트럭만 그려대서아쉽다는 정도? 가끔 우주선도 그리기는 하지만, 언제 사람을 그리게 될까 궁금하기만 하다. 엄마 아빠더러는 거북이 아저씨 (거북이 아저씨가 무얼까? 무천대사 할아버지 같은 그림을 아빠가 그려주니, 거북이 아저씨라면서 아이가 무척이나 좋아했다.), 포크레인 운전수 아저씨, 소방관 아저씨 등을 그려달라고 한다. 물론 처음에는 한참 그려달라고만 하다가 나중에 보니 따라 그리기 시작하였지만 말이다. 아뭏든 얼른 사람도 그리고 동물도 그리고 했으면 좋겠다.

지난번에 그림으로 똑똑한 아이 키우기로 아이와 재미난 시간을 보냈는데, 이번에 또 보물창고에서 그림으로 상상력 키우기가 나왔다. 엄마들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그림으로 키우기 시리즈가 나오고 있는 듯 하다. 매번 백지에 그림을 그리던 아이가 신기하게도 이 그림책을 보면 대충 그에 맞는 그림을 그려내놓고 (물론 내 생각에 그렇다는 말이지. 타인 눈에는 이게 뭘까? 하는 그림일 수 있다. 우리 아이가 32개월밖에 되지 않아 그림이 완전한 형태를 띤다고 보기 어렵기때문이다.) "엄마~엄마" 하면서 자기 그림 좀 봐달라 부르는게 여간 귀여운게 아니었다.



상황을 대충 설명해줘도 되지만, 대강 아이가 페이지를 넘겨보고서는 공터에 어울릴, 자기만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칭찬해달라고 엄마를 부른다.


우리 아이처럼 한창 그리기에 빠져있는 유아서부터, 상상력이 무한대로 발전하고 그리고 싶은게 무궁무진할,...더 큰 아이들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참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에게 활용도가 높을 책이다. 사실은 엄마도 같이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가 그리기 시작하면, "엄마가 해줘요. 그려줘요." 하고 쉽게 내게 크레용을 넘기고 자기는 구경만 하려 하기때문에 웬만해서는 손을 대지 않고 아이가 그림을 그리도록 바라보고 곁에 있어 주었다. (잠깐 엄마가 딴짓을 해도 아이는 한참 책을 갖고 놀았다.)



그냥 아이에게 이 책으로 그리자 하고 꺼내준게 아니라 아이 책상에 살짝 얹어만 뒀는데도.. 표지를 보고 "기차가 있어요. 너클크레인이 있어요 "하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그림을 찾아 반가움을 표시하더니, 스스로 책장을 넘겨 엄마의 얼굴을 바라봤다. 이번 책은 글이 아닌 그림을..그것도 아이의 그림으로 채워져야할 책이었기에 엄마도 간단히, 이 공간에는 우주에 사는 강아지의 집을 그려줘볼까? 하면서 씌여있는 문구로 간단한 제시만 해주었을뿐이었다. 한참 재미나게 갖고 노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해서 옆에서 마구 사진을 찍어댔다. 요즘에는 어지간해서는 사진 잘 못 찍게 하는데 한참 집중해있느라 엄마가 찍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다.



사자가 무엇을 사냥하려는걸까?



다음 페이지에는 무엇이 사자들을 사냥하려는걸까? 하고 공백의 그림이 나온다.



무엇을 그려넣으면 좋을까?


아이가 너무너무 좋아하는 트럭그림 그리기도 있다. 바퀴 두개가 떡하니 그려져있고, 무지막지한 트럭을 그리는 것은 아이의 몫이다. 설레는지 "엄마가 해줘요." 하였지만 "와..우리 아기가 잘하는 거다~ 트럭이야 트럭~ 할 수 있어. 해봐요 한번" 하면서 뒤로 슬쩍 물러났다. 그랬더니 뭔가를 그려보기 시작한다.


오토바이가 공중을 날아오르며 뛰어넘는게 무얼까? 라는 장면에 아이는 뭔가를 그려넣었다. 이게 뭐냐니깐..로더란다.

침대 밑에 커다랗게 숨어 있는 건..포클레인이란다. 마침 우리 아파트 놀이터에 포크레인이 와서 공사중이었는데.. (추운데 아기가 베란다 나가자고 할까봐 말을 안했는데..)어디선가 우웅~하는 공사소리가 들리니 그림 그리던 아이 눈이 똥그래졌다.

우주에 사는 외계인의 강아지집은 어떻게 생겼을까? 아이는 아직 우주라는 개념은 명확치 않을텐데도 강아지집을 그려본다.

알록달록 여러 색으로도 그려보고..

우리 아이의 그림이 좀 한정적인게 아쉽긴 하지만 모든 트럭과 포크레인 등의 공사차량이 공사장 밖에서도 얼마든지 발견될 수 있다는 아이의 상상력에는 공감한다.



책에 참 다양한 주제, 다양한 소재가 등장해서 아이의 상상력 자극에 무척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았는데 활용을 많이 하지 않은게 좀 아쉬웠지만,

앞으로는 좀더 다양한 생각, 다양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도록 아이의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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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멍멍곰! 마음이 커지는 그림책 10
애덤 스토어 지음, 고수미 옮김 / 을파소 / 2011년 3월
절판


제목에서부터 눈치빠른 엄마들은 예상했겠지만,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고 나니 유쾌하기 짝이없는 그림책, 안녕 멍멍곰이다.



사랑스러운 그림에 재치있는 말투들, 그림책이니까 가능한 설정 등이 조화롭게 어울려 어른도 아이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완성되었다.


이 책을 읽을까 다른 엄마 책을 볼까 고민하던 차였는데, 아, 정말 안 봤으면 후회했을 책이었다. 언젠가 어떤 엄마가 4살 아기와 엄마가 모두 재미나게 볼 그림책 추천해달라는 말에 고민도 않고 이 책을 추천해주었다. 누구라도 재미나게 볼 수 있기에..다만 좀 어린 아가들은 바른 걸 바르다고 이야기해야 하기에 이 책의 아이러니를 이해하는게 약간 어려울 수 있다.



아이들 그림책을 읽어주다보면 공감은 하지만, 어른 눈높이에는 재미가 없는 책도 많았는데, 이 책은 드물게 어른들마저도 너무나 큰 웃음 터뜨릴 유머가 가득한 책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인 동생도 이 책 보다가, 물을 뿜을 뻔 했고, 신랑 또한 너무나 재미나게 보았다. 32개월 아가눈에는 아직은 어리둥절한 모양이지만, 그래도 조금 더 크면 이 책의 진정한 재미 속에 푹 빠져들리라.



그래서 아닌 걸 아니라고 하는게 아기 눈에는 영 불편하고 이상한가 보다.



어느 날 아침, 릴리는 마당에서 아주 멋진것을 보았어요.



몸집이 커다랗고 갈색털이 북슬북슬한

다리가 네개고, 꼬리도 있고 촉촉하고 큼지막한 코까지..

바로 릴리가 늘 갖고 싶어하던.....



긴장되는 순간이 지나가고, 다음 장에는 바로 그 동물이 나타난다!


주인공 릴리가 " 멍멍이다" 하는 장면에서 우리 아이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곰이야!!!" 하는 장면이 엄마에게는 더욱 웃겼다.



어쨌거나 주인공은 곰을 멍멍이인줄 알고 열심히 데리고 다니고 재미난 하루를 보낸다.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며, 키우고 싶었던 강아지가 제발로 정원에 들어온 것에 환호성을 지를 뿐이다.




곰은 스스로를 곰이라 하지만 (예를 들어 크르릉 하고 으르렁 거리며 아이를 겁주려 한다) 릴리눈엔 성질 사나운 개일 따름이었다. 목도리로 줄을 만들어 개목걸이까지 채워주고.. 곰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따라나선다. 아하하... 심지어 머리 위에 앙증맞은 리본까지 단 모습을 보고 여동생은 배꼽을 잡고 쓰러져버렸다.


게으른 멍멍이는 공원은 좋아하지만 걷기도 싫어하고 재주 부릴줄도 모르면서 긁어주는 것만 좋아한다. 하지만 엄마는 아마 주인이 있는 개일거라며 (엄마는 멍멍이를 안보신걸까? 참 궁금하다.) 주인을 찾아주어야 한다 말씀하신다. 릴리는 축처진 어깨로 포스터를 붙이고 돌아온다.



어른들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세상.

위험하고 무서운 동물인 곰이 아이의 강아지로 무사히 어울릴 수 있는 세상. 모두가 둥글게 둥글게 살아가는 세상은 그림책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지 모른다.

어린 아이와 사나운 곰을 같이 두는건 너무나 위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어른이 되니 벌써 이렇게 생각의 문이 막혀버렸다. 그래도 그림책속에서 마음껏 유쾌하게 릴리와 함께 하루를 즐겨보는 것도 즐거운 시간이 되는 듯 하다. 게다가 아이들 머릿속 상상 세계에 한번 더 들어갔다 나올 수 있고 말이다.



꽉 막힌 어른들 기준으로 글을 쓴다면 이런 상상도 나오지 않았으리라.

귀여운 멍멍곰, 그리고 멍멍곰이 떠난 후에 만난 또 하나의 귀여운 동물, 즉 끝나지 않은반전까지..



책은 끝까지 유쾌하고 재미가 났다. 아마 우리 아이가 이 넌센스를 이해할때쯤이면 배꼽잡고 쓰러지며, 또또 읽어달라고 할 그런 대박북이 되리라.

지금은 엄마가 읽고 보고 또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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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 내가 있다 - CNN 앵커, 앤더슨 쿠퍼의 전쟁, 재난, 그리고 생존의 기억
앤더슨 쿠퍼 지음, 채인택.중앙일보 국제부 옮김 / 고려원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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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나는 나의 삶을 스스로 제어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 감정을 통제하고 싶었다. 형이 죽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면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예상되는 충격을 방지하고, 흔들리는 감정과 오장 육부를 쥐어짜는 메스꺼움의 물결을 막기 위해 한발 뒤로 물러섰다. 64P

 

부유한 가문에서 태어나 평탄한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스스로 고통스러운 참사 현장 취재를 나선 이가 있었다. 열살때의 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하나뿐인 형의 자살등으로 입어버린,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뿜어져나오는 그 견디기 힘든 고통을 외부의 고통과 연결시키고 싶었던 이. 그는 바로 CNN 앵커이자, 재난 전문 취재 특파원으로 15년을 세계의 참사 현장을 누빈 저널리스트 앤더슨 쿠퍼였다. 

 

나의 내면에서 느끼는 고통과 일치하는 바깥 세상이 있다면 그곳에 머물고 싶었다. 내게는 마음의 평정이 필요했다. 얻을 수만 있다면 그 비슷한 것이라도 좋았다. 나는 살아남고 싶었으며 다른 이들로부터 무언가를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전쟁'은 나의 유일한 선택처럼 보였다. 70P

 

특종을 따라다니는 기자로써가 아닌 그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기 위해 그 현장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특파원이 되기 위해 가짜 기자 신분증과 홈비디오 카메라 하나를 들고 태국으로 홀로 가 미얀마에서 넘어온 정권에 반대하는 난민의 모습을 담아 처음으로 그의 재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많은 재난 현장을 다니다보니 더욱 고통스럽고, 더욱 자극적인 기사와 사진을 실어야 특종이 되고, 기사감이 될 수 있기에 갈수록 무뎌지는 상황 속에 스스로가 극한에 다다랐음을 깨닫고 반성하고 온전히 되돌아오기로 결심하기도 하는 그였다.

 

쓰나미로 가족을 세명이나 잃은 승객 앞에서 심심한 조의를 표하며, 면세품을 권하는 승무원을 보고 기가 찰 수 밖에 없었다. 기자인 그가 본 아이러니한 광경들, 한 구석에서는 시체가 속출하는데 또 고급호텔의 한 라운지에서는 여흥을 즐기는 관광객 무리가 그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타인의 고통을 눈감고 있는 이가 비단 그들뿐이겠느냔 생각에 그는 말문이 막히기도 한다. 나 또한 할말이 없었다.

지구 반대편에서는 흥청망청한 삶이 진행되고,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으나 그 반대편에서는 먹을거리가 없어 사람들이 나뭇잎을 먹고 수천명의 아이가 기아로 죽어가는 소말리아가 있었다.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처참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션과 정혜영 부부가 충분히 행복하게 살 수 있음에도 여전히 전세를 면하지 못하면서도 사비를 털어서 기아에 허덕이는 많은 아이들의 양육비를 대고 있다는 기사글을 종종 접하고, 티브이에서 보기도 했다. 하루하루 살기 팍팍하다고 애써 외면하며 살아온 나에게는 그 아이들의 고통을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준 앤더슨 특파원의 이야기는 더더욱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 아이와 같은 나이의, 아니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 기아로 죽어가고 있다. 세 자녀를 앞서 보내고 마지막 남은 자신 하나마저 시신을 수습해야하는 부모가 그 땅에는 있었다.

 

비단 소말리아뿐 아니라, 쓰나미가 일어난 최근의 일본에도 엄청난 자연 재앙 앞에 속수무책인 사람들이 있었다.

고통의 끝, 세상의 끝이라 느껴지는 그 순간. 누구나 벗어나고픈 그 현장에 달려가 목숨을 걸고 취재를 하는 기자들. 특종을 물기 위한 기자도 있겠지만, 자신의 상처를 스스로 이겨낼 수 없기에 끊임없이 고통의 현장 속에서 형과 아버지를 떠올리려 하는 앤더슨 기자가 있기에 우리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하는 세상 밖 소식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사라예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총알 아래에 살아요. 105p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그 전쟁터에 휘말린 청춘들은 그렇게 언제 총알받이가 될지 모를 무서운 세상 속에 남겨져 있었다.

앤더슨의 눈을 통해 본 세상. 그가 들려주는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세상의 고통스러운 현장들은 내게도 충분히 충격적이었고, 잊고 싶어 감았던 눈을 다시 뜨게 만들어주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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