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화장실에서 똥 눌까?
안야 프뢸리히 지음, 게르겔리 키스 그림, 유혜자 옮김 / 소담주니어 / 2011년 4월
절판


아이들 그림책을 읽다보면 점잖은 척 단어 선택을 골라해야하는 어른 책과 달리 솔직하고 재미난 표현에 가슴까지 뻥 뚫리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어요.

똥을 누다니요. 어른 책에서 이런 말이 나오면 점잖지 않다라는 생각을 할텐데, 아이들 그림책이라 그 적나라한 표현조차도 정겹습니다.

이 책을 한창 읽을 유아기 아기들, 배변 훈련이 끝난 친구들도 있고, 우리 아이처럼 아직 배변 훈련이 되지 않은 아기도 있겠지요. 책을 읽기전에 제목만 보고서는, 아, 우리 아이도 이제 화장실에서 볼일볼수 있게 도움 줄 책이겠구나 생각했어요.

동물 친구들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다라니, 어떤 일이 일어날까 궁금도 했구요.


어느날 공원 관리인 아저씨가 트랙터로 파란색 집을 실어다주고 갔어요.

아무데나 볼일을 보는 동물들 때문에 공원 여기저기서 똥 냄새가 나고, 또 아저씨의 강아지 헥토르가 자꾸 발에 똥을 묻혀와서 곤란하다 생각해서 갖다 놓은 화장실이었지요. 애완동물도 아닌 야생 동물들에게 화장실이라니 참 재미난 발상이구나 생각했는데,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처음 보는 화장실에 동물들은 모두 호기심을 느끼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합니다.

용기있는 곰돌이 하르트가 가장 먼저 당당히 들어가 볼일에 도전하네요. 덩치가 너무 커서 화장실에 꼭 끼니, 집중해 똥을 누기가 힘이 든 하르트랍니다.

그래도 당당히 화장실에서 나와 성공한 듯이 다음 차례 입장을 외칩니다.


고슴도치 페터, 토끼 엘리노어, 여우, 사슴 아론, 부엉이 율리아나, 그리고 모두가 다 가고 난 이후에 멧돼지 그룬처 박사까지 모두 화장실에 도전을 합니다.

인간의 배변 습관과 인체 구조에 따라 설계된 화장실이 동물들의 배변 구조와 높이 등에 맞춰질리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그리고 모두가 솔직하게 인정을 하지를 않네요.

책을 읽고서 하나하나의 동물들에게 모두 이름을 붙여서 짧은 동화라도 애정을 담아냈다는게 우선 놀라웠구요. 왜 여우만 이름이 없을까도 궁금했어요.

동물들이 어울리지 않는 화장실에서 끙끙 힘을 주면서 노력하는 것도 안쓰러웠고, 무엇보다도 토끼가 똥을 누기 위해서는 엉덩이를 살랑살랑 간질일 풀이 필요하다는 발상 (물론 사실은 아닐 수 있겠지만, 사실일 것 같은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지기도 했답니다. 정말 하나같이 익숙한 각자의 배변 습관이 있는 법인데 관리인 아저씨가 동물들을 너무 인간의 틀에 맞춰 생각을 하였네요.) 이 인상적이었답니다.


아이와 함께 배워본 동물들의 용변 누기. 맨 끝 표지 뒷장에 나오는 각각 동물들의 비밀스러운 화장실 지도도 숨은 그림 찾기 하는 재미가 있어 신이 났네요.

아이들은 이렇게보너스처럼 주어진 선물을 더욱 즐기는 것 같아요 작은 그림이라 눈에 더 잘 띄나봅니다. 어른들보다 보물찾기에 더 뛰어난 눈을 지녔거든요.

동물들은 힘이 들어도 우리 아이에게는 , 또 엄마 아빠에게는 익숙한 장소 화장실. 동물들에게 필요한 장소가 있듯이 우리 사람에게도 꼭 맞는 화장실이 있다는 거. 우리 아기가 배울 수 있는 소중한 책이었답니다. 또한 친구와 내가 모든 것이 똑같을 수 없는데, 내 마음대로 강요할 수 없다는 사실도 배울 수 있었구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서서히 늘어가는 아이의 표현과 문장력에 놀라워하고 있는 나날이네요.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아이가 쓰는 말은 주로 엄마가 읽어주는 책과 엄마 아빠의 대화 등을 같이 듣고 보고 배우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러니까, 그 다음에, 등의 접속사 사용은 물론이고, 아이가 쓰지 않을 것 같은 문어체 문장도 구사해 어른들을 놀라게 하네요.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다양한 정보와 생생한 이야기들이담긴 재미난 책들을 읽어주는 것이 엄마의 역할이자 보람이 될 그런 순간 같아요.

앞으로도 우리 아이와 좋은 책과의 만남은 계속 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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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란다 시작했습니다
히라사와 마리코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1년 3월
품절


일본 여성들은 무척이나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귀여운 것을 선호하는 듯 하다. 마치 우리 여고생때의 모습이 그들에게는 20대, 30대를 넘어서까지 계속 지속되는 것 같다고나 할까? 친구 하나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실용성 보다 귀여움을 추구한 키티 라디오와 귀여운 살림살이들을 갖춰놓고 사는 것을 보고, 아, 딱 그 친구가 생각나는 책이었다.

이렇게 살고 싶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사실 생활을 하다보면 꿈과 낭만이 이뤄지는 삶이란 여간 부지런하지 않고서는 사실상 힘든 일이긴 하다.

코타키나발루에 가서, 휴양 리조트 안에 있던 등나무로 된 멋진 의자에 누워 창밖의 바다를 바라보며 신랑과 둘이서, 이런 등나무 의자 사다가 베란다 등에 두고 밖을 봤으면 하고 생각도 해봤지만.. 우리집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것은 흉칙한 맞은편 아파트 건물이기는 해서 아쉬운 전경이기는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란다에서 티타임을 즐기고, 작은 텃밭을 가꾸는 많은 이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들의 삶이 부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좁은 베란다를 즐기는 아이디어 노트라더니..정말 이 책은 노트처럼 작고 귀여운 책이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유명한 여성이 쓴 책이다보니 책 속에는 정말 예쁜 일러스트와 아기자기한 아이템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우리나라보다 더 비싼 땅값을 자랑하는 일본이기에 훨씬 좁은 평수의 아파트에서 살고들 있고, 그러기에 베란다는 우리보다도 더욱 아쉬운 그들만의 짜투리 공간이었을 것이다. 그보다는 조금 나은 실정이라고는 해도 빨래건조대, 화분 몇개, 그리고 각종 잡동사니로 채워진 베란다가 아쉬운 공간이기는 했다. 어떤 이들은 베란다에 시공을 해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 시키기도 했다는데, 나도 그렇게 해보고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우리집이 꽤 오래된 아파트이기에, 앞뒤 베란다가 너무 길고넓게 빠져서, 실 평수를 많이 잡아먹어 앞뒤 베란다 공간이 아쉬운 공간이기는 하다. 요즘은 베란다를 넓혀서 집을 넓히기도 한다지만, 그러면 집이 너무 추워진대서 그것도 약간 비추기는 하고, 기존의 베란다를 유지하면서도 앞뒤 중 한 군데라도 좀더 효율적으로 쓸수는 없는지 (지금은 지나치게 창고 용도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의 놀이 공간이 부족해, 자꾸만 아쉬운 눈길을 보내는 곳이 베란다였다.


작가분이 젊은 여성분이라 그런지 정말 여성 취향의 느낌이 물씬 나는 책인 것이 육아보다도 젊은 여성들의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사실 그래서 더 부럽기도 했다.

가장 꿈처럼 느껴졌던 부분이 베란다에 침낭을 두고 잠을 청했다는 것.

물론 우리집처럼 맞은 편이 아파트 외벽인 곳이 아니라, 바로 베란다 옆에 무성한 나무가 있어 사적인 공간이 보장되는 베란다를 갖고 있는 작가라 가능했는지 몰라도 상당히 운치있어 보이기는 했다.


그리고, 처음에 이 책을 읽을 적에는 베란다 텃밭 정도를 예상하고 읽어내려갔는데, 이 책은 작은 책 치고는 꽤나 많은 정보가 담긴, 베란다의 모든 것이 담긴 책이었다. 되도록 예쁘고, 아기자기한 공간을 갖출 수 있는 곳. 그녀만의 카페 같은 곳으로 베란다를 완성시켰다. 아, 정말 집안에서 차 한잔 할때 식탁 앞이 아닌 화초의 싱그러운 향기를 만끽하고, 자연 바람을 느끼는 베란다에 앉아 브런치도 즐기고 차도 한잔 할 수 있고, 작가처럼 영화도 보고 음악까지 듣는다면.. 그곳이 정말 나만의 카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부럽고 또 부러운 삶이었지만, 내가 또 언제 그렇게 꾸미게 될런지..

지금의 하루하루를 허덕허덕 보내는 삶을 되돌아보자면, 참 거창한 꿈처럼 느껴지는 베란다의 황홀한 변신이었다.

작가처럼 이렇게 꾸미고 나만의 카페를 꾸며보고 싶은 것. 작은 소망 하나가 내게 추가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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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엄마 엄마 - 자살을 결심한 엄마와 그 시간을 함께한 세 딸이 전하는 이야기
조 피츠제럴드 카터 지음, 정경옥 옮김 / 뜰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처음에 책 소개글만 읽고 적잖이 당황하였고, 그 다음은 화가 났다. 이 세상 어떤 엄마가 어린 세딸을 두고, 자살을 결심하고 게다가 실행한단 말인가.

아이들이 받게 될 충격은 어떠하겠는가 등등에 분개하는 마음이 되었는데, 책을 읽다보니 엄마가 이기적인 마음으로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표지의 세 딸은.. 아이들이 어릴 적의 모습이었다. 지금은 모두 장성하여 결혼 후 자녀를 두게 되었고, 엄마는 어느 덧 70대 중반이 되었고, 50대 중반부터 앓아온 파킨슨 질환으로 인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끊임없는 투약으로 이미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게다가 그 외의 질환도 무수하게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를 사랑하는 딸, 그 중에서도 엄마가 가장 의지하고, 엄마를 가장 믿는 막내딸이자 이 글의 작가는 엄마의 자살을 믿을 수가 없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셔도 엄마는 평생 내 곁에 계셔야 한다는 믿음과 소망. 그것은 비단 작가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노인이 나이가 들어 죽고 싶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것. 그런 속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분명 있나 보다. 이 책은 실화이고, 책 속의 어머니는 실제로 너무 많은 고통으로 더이상 참기 힘든 상태가 되어 버렸다.

 

어머님께서도 친정 어머니 생전에 ICU에서 오래 고생하시지 않게 해드렸어야 하는건가 후회를 하셨다 하시었다. 조금이라도 더 사실 수 있다면 생명을 연장케 해드리는게 자식의 도리라 생각했는데, 괴롭게 살다가 병원의 하얀 벽만 보다가 돌아가시는게 고인의 뜻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부모님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까지나 나의 곁에 계셔야한다는 이기적인 믿음이 팽배한 나이기에..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었다.

 

죽음을 선택한다는 것.

질병으로 인한 고통으로 내 삶의 끝을 내가 결정한다는 것.

그것은 너무나 무서운 일이었고, 죽음 이후의 생, 남겨진 사람들의 생을 생각하기에 너무나 끔찍한 일이 될 터여서 나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아주 가끔 부모님과의 이별 등의 꿈을 꾸면 꿈속에서라도 진땀을 흘리고 눈물을 흘리며 깰 정도로 너무나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부모님이기에 효도하며 공경하며 모셔야 하거늘, 평소에는 그러지도 못하고 여전히 응석받이로 지내면서도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부모님이 이대로 옆에서 내 곁을 지켜주실거라는 철딱서니같은 믿음이 있었나보다.

 

엄마의 자살 계획, 그 계획을 들어야 하는 딸, 그리고 그때 곁을 지켜달라는 엄마의 소망 등에 딸들은 경악하지만, 곧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차츰차츰 먼저 돌아가신 아버지부터, 자신들의 어릴 적 생애, 그리고 엄마와의 추억 등을 떠올리며 서서히 엄마를 보낼 준비를 하게 된다.

엄마와의 이별을 한다는 것.

떠나보내는 방법 등이 사실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졌지만, 죽음에 대처하는 엄마의 결연한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읽는 독자인 나로서도 당황스럽기는 하였다.

 

그 곁을 계속 지켜야 하는 딸의 기분은 어땠을까.

가장 가까운 남편과 아이들 또한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수시로 불려가는 딸 덕분에 가정이 붕괴될지도 모르는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가 사랑으로 엄마를 기다리게 되고 엄마이자 딸인 작가 자신 또한 불안한 마음이 듦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부르신다면 언제고 달려가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런게 사랑이겠지.

나의 생활이 더 먼저라는 마음이 아니라, 작가는 엄마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한다. 그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다.

 

그리고 엄마와의 이별 앞에서 엄마를 서서히 이해하게 되는 그 극적인 순간도 정말 인상적이었다.

엄마와의 이별, 나는 도저히 생각할 수가 없다. 이 글을 읽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자꾸 외면하게 된다.

아주 잠깐, 엄마가 편찮으셨을 때, 정말 너무나 펑펑 울어서 그 고통을 참기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엄마께 또 의존적인 딸이 되고 말았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가 그런 말을 들려주었다. 지인 한분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말았는데, 지인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더란다.

"나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는 세상 같았는데 모두가 다 착각이었습니다. 지금 제가 세상에서 가장 부러운 사람들은 부모님이 모두 살아계신 사람들입니다."라고 말이다.

 

사랑하는 엄마. 이토록이나 사랑하건만 자꾸만 잊고 엄마께 짜증과 응석만을 부리고 있다. 나이는 헛 먹었나보다. 그래도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마음을 앞으로 더욱 표현해야겠다는 마음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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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 패밀리즈
아즈마 히로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자식이 없는 한 남자에게 미래의 딸이 보낸 메일이 도착하고, 딸을 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이후에 전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는 또다른 자기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의 중심이자 내 눈길을 확 이끌어버린 띠지의 문구였다. 쌍둥이가 아닌 또 다른 나에 대한 갈망, 게다가 지금 이 세계가 아닌 엇갈린 또 다른 평행 세계가 있다는 , 그래서 마치 시간 여행을 하듯 새로운 세계의 나나 가족과 조우하게 되는 놀라운 이야기. 이 책의 흥미로운 주제는 나를 책앞으로 바짝 끌어당겼고,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를 떠올렸다. 처음 그 책을 읽을 당시에, 세상에 없을 또 다른 세상이 존재한다는 그 이야기가 무척이나 충격적이었고, 어려서부터 내가 막연하게 생각해온 공상과 어딘가 닮아있어 더욱 매료되었던 책이었다. 이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 책과 더불어 꽤나 많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름이 언급이 된다. 남주인공인 유키토가 이름붙인 35세이론부터 시작해서 말이다.

 

35세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나이도, 그리고 소설 속 남자주인공의 나이도 모두 35세였다. 그때에 그 일이 시작되었다. 미래의 딸로부터의 편지. 있지도 않은 딸. 게다가 그녀의 나이는 29세였다. 자신의 정신분열 증세라 믿으면서도 너무나 놀라운 미래의 이야기들. 그리고 딸조차 몰랐던 또 다른 아들의 등장까지..양자 가족 (퀀텀 패밀리즈)의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우리를 미궁 속으로 빠트린다.

 

사실 좀 환상적인 이야기를 기대했던 터라, 초반부의 다소 난해한 과학 용어들의 총체적인 집합은 책으로의 몰입을 잠시 떨어뜨리기도 했다. 소설가인 주인공에 비해 아들과 딸은 과학자로, 게다가 무척이나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놀라운 , 게다가 과감하기까지 한 평행세계의 아버지와의 교신을 시도할 정도의 무모함과 용기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초반부의 그 거침없는 설명들은 평범하게 살아 온 어느 주부 (바로 나)의 머릿속을 마구 헝클어 뜨린다.

 

슈뢰딩거의 방정식을 어떤 형태로 해석하면, 실제는 모두 확률적인 가상이며

이 세계 옆에는 저 세계가, 그리고 그 옆에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다세계구조야말로 우주의 본질이라는 결론에 다다릅니다.

54p

 

five star stories 라는 만화에서, 차근차근한 시간의 개념이 아닌, 과거와 미래가 마구 혼재되어있고, 주인공 역시 남자에서 여자로 혹은 중성인지 모르는 모습으로 변하기도 하는 등 놀라움이 마구 뿜어져 나오던 스토리에 사실 머리가 많이 아프기도 했지만, 그 특유의 기법에 읽으면 읽을수록 놓쳤던 부분을 새로 찾는 재미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이 책 역시 읽을수록 놀라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그만큼 복잡해지는 구성에 나중에는 머리가 아플 지경이 되었다. 사실 이 책 하나만 붙잡고 있어도 그래, 이렇게된건가? 그래, 여기서 이렇게 꼬였고 말이야. 이러면서 나름 체계를 세웠을텐데.. 아기 재우다, 중간에 밥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중간에 맥이 끊기니, 복잡한 머릿속이 체계적으로 정리되기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자기가 아닌 자기의 인생이 머릿속으로 들어온다. 기억이 혼란해서 내가 누구인지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302p

검색성 정체장애. 유리카의 뇌에는 이제 200개 이상의 서로 다른 삶들이 중첩되어 있었다. 306p

 

소설가이자 아내와의 권태기로 힘든 날을 보내고 있는 아시후네 유키토. 그의 아내 유리카, 그리고 둘 사이의 딸 후코와 아들 리키

그들 양자 가족은 놀랍게도 평행세계 어디에서든 부부관계를 유지했고, 또 어떤 식으로든 서로 연결이 되어 돌아가는 벗어날수 없는 드라마 같은 구조를 갖고 있었다. 티브이 드라마를 보면 한정된 탤런트와 환경 안에서 스토리를 꾸려가다보니, 서로가 얽히고 설켜서 모두가 관련있는 묘한 구조를 띠고 있다. 보면서 어쩔수없는 미디어의 한계지 하고 웃었었는데, 이 소설에서의 양자 가족들은 마치 전생의 연결고리인양, 한 세계에서 맺고 끊어지는 가족이 아닌 언제 어느 때고 서로가 가족으로 이어져있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중간 중간 끼어들어 나를 혼란케 했던 또다른 이름 시오코라는 존재. 왜 자꾸 후코를 시오코라 부르는지 자꾸만 헷갈리고 그랬는데 중간 부분에서 명확해지는 시오코의 등장을 알게 된다. 그리고 놀라운 결말로 우리를 이끌어준다.

 

또다른 나, 또다른 내 가족에 대한 판타지. 하지만 이 책은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그린 동화가 아니기에 아름다운 상상에 그치지 않고, 만나서 안될 사람들의 연결과 개입이 어떤 혼란과 혼선을 초래하는지만을 명백히 보여주는 성인들의 복잡 다단한 심정을 대변해주는 소설이었다. 4월에 읽을 책 중 가장 흥미로운 주제를 갖고 있는 소설이었고,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흥미 위주의 다른 소설처럼 정말 신나게 흥분되었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는 뛰어난 책이라고는 말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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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살림법 - 담양댁의
박지현 지음 / 수작걸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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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생활의 멋스러움을 제대로 표현한 분으로 담양댁님을 꼽고 싶다. 책 소개글을 읽을적부터 무척이나 끌리는 책이었는데, 읽으면서도 그녀의 맛깔나는 살림솜씨, 요리 솜씨, 글 솜씨들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4계절을 두루두루 나는 여러 방법. 레시피 한가지에 치중하는 것이 아닌 시골 생활의 해당 월마다의 일과가 꼼꼼하게 적혀 있다. 봄이 오는지 여름이 오는지 대강대강 살고 있는 게으른 도시 주부인 내 삶과는 전혀 다른.. 마치 테트리스 터뜨리듯 연달아 청소를 하고, 집안일 힘들게 한다 여기지 않고 되도록 재미나게 느끼려 했던 그녀 담양댁의 이야기.
 

읽다보면 정말 빠져든다는 것이 무언지를 실감나게 해 준다.

알레르기 천식 등이 있어서 화장도 제대로 하기 힘들고 또 아토피가 있는 딸 덕분에라도 깨끗한 공기 마시고 좋은 먹거리를 먹을 수 있는 시골 생활을 추구하게 되었단다. 살면서 아이들이 느끼는 다양한 경험과 시골 삶의 묘미는 덤인 것처럼 참 맛깔나게 글을 쓰는 그녀의 본 직업은 바로 글 쓰는 직업. 작가다. 다큐멘터리 작가로도 꽤 오래 활동한 그녀는 글은 몰래 써도 밥상은 당당히 내놓는다 할 정도로 시골 살이를 하면서 살림에 더 관심이 많아지고, 가족들 앞에 더욱 사랑받는 주부가 되었다.

 

신혼때 한창 요리하는 재미에 푹 빠져서 각종 요리책을 섭렵하면서 밥상에 한가지라도 맛있는 메뉴를 올리려 했던 내가 입덧을 시작하면서 요리와 점점 멀어지더니 갈수록 게으름을 피우는 본성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가족을 위한 건강 밥상. 나 또한 추구하는 바이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책을 더 읽고 싶어하고, 살림을 소홀히하는 바람에 신랑 눈총도 여러번 받고, 아기가 내 책을 밀어버리는 일까지 생기지 않았던가. 작가의 가정을 생각하는 마음에 사실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워졌다. 그러면서도 닮고 싶었던 그녀의 바지런함과 깔끔한 솜씨들..

 

매 월령별로 계절에 맞는 살림살이 노하우들이 돋보인다. 깨끗이 집을 청소하고, 그릇을 끓는 물에 끓여 말리고 하는 등의 부차적인업무 추가 외에도 그녀는 무척이나 창의적인 요리 솜씨를 발휘하여 또 한번 나를 놀라게 했다. 갑자기 손님들이 왔는데, 냉장고는 텅 비고, 자질구레하게 남은 국물만 몇가지가 있더랜다. 그 세가지 국물로 죽을 만들고, 각각의 죽에 멋스럽게 나물을 얹어내니, 손님들이 너무나 좋아하더랜다. 냉동실이 꽉꽉 차 있어도 오늘 뭐해 먹을지 몰라 난감해하는 나와 너무도 다른 그녀의 요리 방식이었다. 들에서 잡초를 뜯어보고 직접 먹어 본후에, 아, 이걸로 샐러드를 만들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먹어봐야겠다 하는 새로운 창작 요리를 선보이는 그녀의 요리는 요리책 범주를 벗어난것이었다.

 

시골 생활이라고 해서 마냥 부러워하기에만 끝이 나지 않는다. 도시에서 따라잡기라는 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소개되어 시골의 정취와 풍류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의 소박한 소망을 채워줄 틈을 마련해주고 있다. 가끔 티브이에서 나오는 시골 생활 이야기들을 접하고는 했지만 (인간극장 등의 다큐 방송) 그녀의 이야기는 한층 더 재미나 보이고 부러워보이는 삶이었다.

 

옆집에서 얻어다 마신 포도주가 제대로 맛있어서, 직접 하우스와인을 담기도 하고, 친정에서 얻어먹는 것 외에 직접 담글줄 몰랐던 된장도 그녀는 직접 담가 1년치 먹거리를 준비한다. 아이가 그린 그림으로 아이방 커튼을 직접 만들어주는 것은 (마치 잡지 책 인테리어에 나오는 것보다 더 감각적이고 예뻤다.) 아이의 기까지 세워주는 인테리어였고, 화장실에 열권정도 꽂혀있는 책방은 엄마아빠 뿐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도 원하는 책을 가져다 꽂아둔 자발적 책방이었다.

 

그녀의 책 속에는 요리, 인테리어, 리빙, 육아 모든 것들이 담겨 있다더니 아이엄마라 그런지 육아에 대한 팁들도 새록새록 눈에 들어왔다.

 



 

Tip 책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길

 

 1. 책읽으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2. 책이 많은 환경을 만들어준다.

 

3.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책을 사준다.

 

4. 아이 책을 함께 읽는다. 

 


 

 

 

팍팍한 도시 생활에 싱그러움을 전해주는 그녀의 시골 참살이.

건강한 기운이 그대로 전해지는 그녀의 살림 노하우를 전해듣고 있노라니 받고만 있어 참 미안하단 기분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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