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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 속 남은 재료로 만드는 97가지 요리
김지현 지음 / 경향미디어 / 2011년 5월
품절
요리를 잘하는 주부들이라면 매번, 다양한 재료, 혹은 있는 재료만으로도 근사한 메뉴를 뚝딱 하고 만들어내겠지만, 주부 경력 5년차가 되어도 살림이 손에 익지 않는 나로써는 매 끼니때마다 무얼 만들어 내놓아야할지가 무척 고민이 되곤 한다. 일요일 아침, 장봐둔것도 없고, 따로 해놓은 반찬도 없는데 아이와 신랑의 아점을 금새 만들어내야했다. 급하게 이 책을 찾아 (상황이 다급하다보니, 다른 요리책에 눈길이 가지 않고 바로 이 책으로 손이 갔다. ) 촤라라락 찰나의 순간으로 메뉴를 고민하다가 확 눈에 들어온 게 있었다. 칵테일 새우 달걀 볶음밥.
냉동실에 꽁꽁 언 알새우가 있었고, 대파와 계란도 넉넉히 있으니 재료도 간단하고 만들기도 쉬운 그러면서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는 이 메뉴에 눈이 꽂힐 수 밖에 없던 것. 사실 33개월 아이가 볶음밥, 새우 등을 좋아해 종종 새우 볶음밥을 해주곤 했는데 하다보면 의욕만 앞서고 기름을 적게 쓰고 채소 많이 넣고 이런 저런 고민을 하다보면 아이 밥인데도 일부 태워먹기도 해서 엉망인 채로 내놓을때가 많았다. 또 어느 정도 비싼 중국집에 가서 아이를 위한 새우볶음밥을 주문했을때 딱 이런 메뉴로 나왔던 기억도 났다. 새우 몇 조각, 그리고 계란과 파만 듬뿍 들어가고 다른 야채가 하나도 없어 놀랐던 기억이 있는 것
평범해보이지만 방법이 어떤가 싶어서 책을 보고 만들었는데 정말 손쉽고 맛도 좋아서 대만족이었다. 아이도 잘 먹고 신랑도 잘 먹고..
제가 만들어 상에 올려놓은 음식을 맛 본 저의 남편은 미숙한 솜씨에도 아낌없는 찬사와 응원을 보내주고,
그 응원에 큰 용기를 얻은 저는 더 맛있고 멋있는 음식을 만들어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저에게 있어 요리는, 매일의 양식을 제공하는 일 뿐만 아니라, 그 음식을 함께 대하며 이야기하고 키워온 행복 그 자체입니다.
-머리말
나도 신혼 1년간은 정말 열심히 요리하고 신랑의 격려와 칭찬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얼마전 결혼한 친구는 그때 내가 미니홈피에 열심히 올리는 요리사진과 과정들을 보면서, 지금쯤은 아주 프로주부가 되어 있겠구나 싶었다고 말하여서 새삼 반성이 되었다. 임신하고 입덧이 심해 주방일을 소홀히 하게 되고 아이 낳고 몸조리한다고 또 멀어지게 되고, 이래저래 예전의 초심을 잃고 너무나 안이한 삶을 살아온 백수 주부나 마찬가지였다. 이유식 만드는데도 처음에는 열성이었으나 갈수록 소홀해져서 지금은 아이와 남편 모두에게 미안한 엄마가 되고 말았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케이님처럼 음식으로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행복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주부가 되는 것.
조금씩 내가 변화해야할 그런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는 요즘이다.
이 책의 처음에는 많은 페이지는 아니지만, 냉장고 정리법, 요리 재료 고르는 법, 재료보관, 재료 손질, 양념장 만들기 등이 각 한페이지에 빼곡히 소개되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팁을 소개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기, 해산물-건어물, 채소, 양념 등으로 구분된 레시피들은 장장 97가지의 요리레시피들을 충실하게 수록하고 있다.
코스트코에서 세일한다고 왕창 사둔 닭가슴살이 냉동고에서 꽁꽁 얼어가고 있는데, 기존 요리법으로 조리를 하면 닭다리살에 비해 퍽퍽하다고 좋아하질 않아 어떤 메뉴를 할지 고민만 하면서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었다. 이 책에는 감자 닭가슴살 조림, 부추 닭가슴살 냉채, 닭가슴살채소 냉채, 닭가슴살 김치 볶음밥 등 네가지나 되는 레시피, 그것도 여태 시도 안해본 새로운 레시피들이 소개되어 드디어 냉동실의 닭가슴살을 꺼낼 수 있겠구나 하는 각오를 다지게 한다.
또 언젠가 요리책에서 필요하다고 해서 사둔 레몬즙이 개봉도 안한채 냉장고에서 묵어가고 있었는데, 레몬즙과 약간의 야채만 있으면 집에 있는 재료로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샐러드, 레몬 간장 드레싱 채소 샐러드도 눈에 띄었다. 정말 냉장고 속 재료들이 하나하나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유부는 또 어떠한가? 조미 유부가 편해서 항상 조미유부로 초밥을 만들었더니 아이들 건강에는 안좋단 이야기가 있어 조미 안된 냉동 유부를 사다 두었는데 (양도 무지 많다.) 아이를 위한 요리책을 보고 만든 유부 초밥은 유부 조림장 양을 내가 조절을 잘못한건지 모르겠지만 너무 짜게 되어서 그대로 다 버리고, 그 다음부터는 시도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 책에 나오는 채소 유부초밥은 조림장 자체가 부담없이 느껴져 유부를 태우지 않고도 맛있게 조릴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심어준다.
어디 우리집 냉장고 뿐이랴. 가정마다 자신의 집에서 골칫거리로 여겨지던 그런 양념, 채소 짜투리, 고기 등을 맛있게 요리로 둔갑시켜낼 소중한 책이 바로 이 책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