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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사람들 ㅣ NFF (New Face of Fiction)
톰 래크먼 지음, 박찬원 옮김 / 시공사 / 2011년 6월
절판

언제나 내 인생에서는 내가 주인공이지만, 타인의 삶에서는 내가 조연이거나 엑스트라, 혹은 등장하지도 않는 존재일 수 있다.
여기 11명의 인생이 펼쳐진다. 각각의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로마의 영자 신문사와 연관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신문사에 관련된 각종 직종의 인물들, 파리 특파원 로이드, 부고 담당 아서, 경제부 기자 하디, 교정 교열 편집장 허먼, 수석 편집장 캐슬린, 카이로 통신원 윈스턴, 교정 교열 편집자 루비, 뉴스 편집장 멘지스, 독자 몬데레키, 자금관리 이사 애비 피놀라, 발행인 오트 11명의 인생 이야기 사이사이에 신문의 흥망성쇠가 담긴 이야기가 또다른 이야기로 끼워져 있다.
이 소설은 편집자, 기자 등 다양한 언론인 생활을 했던 톰 래크먼의 데뷔작으로 신문사 사람들에 얽힌 그의 뛰어난 관찰력과 상상력이 총 동원된 소설이라 할 수 있다.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선정되고 아마존 독자와 에디터 선정의 베스트책에도 선정되었으며 브래드 피트의 영화 제작사인 플랜 B에 의해 영화화 예정이 된 작품이기도 하다.
단편도 장편도 모두 다 각각의 재미가 있어 가리지 않고 읽는다. 여느 단편과 달리 옴니버스식 구성은 하나하나의 단편이 또다른 장편처럼 공통점으로 어울려 새로운 조화를 이루는 맛이 있다. 또 이 책만의 특징으로 각각의 단편이 모두 깜찍한 반전을 다루고 있다는 것도 있었다. 사실 아주 놀랍다기 보다 때로는 예측할 수도 있는 그런 반전도 존재했지만, 인생의 쓴 맛을 느끼게 하는 그런 안타까움이 담겨있는 이야기들이 있어서, 달콤한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나로써는 좀 아쉬운 감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이 어디 해피엔딩으로만 존재하는가? 매 순간순간 이 책 불완전한 사람들처럼 완벽을 추구하지만 그렇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허점과 단점이 노출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게 진정한 인생이겠지 싶다.
몇번의 결혼 이후 노년기에 결국 자식들로부터 버림받다 시피 한 로이드의 이야기부터가 그랬다.
지금은 한물간 특파원, 더이상 기사감도 인기가 없고, 자신의 네번째 처는 맞은편에 사는 애인에게 가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다.
엄마가 다른 딸들은 그에게 쌀쌀맞게 굴고, 아들 제롬 하나만 따뜻하게 대해주지만, 외무부 소속인 아들에게는 비밀이 너무나 많다. 그는 자신의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곤란해하는 아들로부터 억지로 기사감을 짜내려한다. 한심해보이는 로이드였지만 그에게 측은지심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제롬의 문제 앞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아, 어쩌면 좋을까. 로이드는 그의 삶을 비로소 반성하게 된다.
오늘날까지, 그녀가 아는 한, 그녀를 존중하는 유일한 사람은 보스턴에 사는 아버지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녀가 영리하게 굴거나, 거하게 요리를 해야했다. 아버지의 애정만이 무조건적인 것이다. 118P
마흔을 바라보는 경제부 기자 하디, 그녀는 아파트를 도둑맞은 후 같은 도둑에게 당한 20대 아일랜드 청년 로리와 사귀게 되었다.
이 책의 편집자가 가상 영화 캐스팅을 할 적에 하디 역으로 르네 젤위거를 꼽았다. 무척이나 개성 강하고 매력적인 여배우지만,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 약간은 주책맞은 노처녀 연기가 아주 일품이어서 아마 그렇게 선정했나보다. 하디 편을 읽으며 나도 자연스럽게 르네를 떠올렸다.
그녀는 너무나 주위 사람들에게 이용당하는 처지였다. 심지어 로리의 취직까지 도와주지만, 그는 공개석상에서 그녀를 화제거리로 삼으며 철저하게 조롱을 하였다. 그녀의 친구가 듣고 비분강개하지만, 하디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버지의 소중한 선물까지 훼손해가면서 로리를 지켜내려 한다. 아, 정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처럼 다소 환상같기는 하지만, 멋진 남자친구가 나타나 로리쯤은 뻥 차 줄 수 있는 하디가 되면 오죽 좋을까나. 워낙 브리짓처럼 엉뚱발랄한 캐릭터를 사랑하다보니 가장 비분강개하며 읽었던 인생사였다.
어렸을적에는 꽤 많은 집에서 종이신문을 정기적으로 구독해 보곤 했는데 요즘은 종이신문을 보는 가정이 많이 줄었다. 아니, 거의 보기 힘들지 싶다. 대부분 인터넷뉴스를 통해 웬만한 헤드라인 소식을 종이신문보다 더 빨리 접할 수 있고, 더욱 많은 양의 기사와 정보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기에 꼼꼼히 종이신문을 읽으며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이 아닌가 싶다.
종이신문의 창간에서부터 폐간까지..
신문사의 인생사와 함께 펼쳐지는 11명의 인생 이야기. 그 속에서 보다 큰 희망을 발견하고 싶었지만, 거창한 희망보다는 약간의 우울함이 섞인 회색빛 희망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독창적인 방식으로 소설을 써내고, 조화롭게 구성해냈다는데는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평범하게 나열되는 소설에 비해 분명 새로운 느낌이 가득한 소설이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