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김인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3월
장바구니담기


소설을 쓰는 내내 소현의 고독이 내 몸속에 들어와 늘 어딘가가 아팠다. 336p 라는 작가 김인숙님의 말처럼 소현은 독자들에게도 가슴깊은 슬픔을 주는 소설이었다. 1년이 넘은 후에 다시 읽은 소현은 여전히 가슴 아픈 소설이었다.



비루함의 너머에 있는 것, 혹은 그 중심에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언젠가는 이루어져야만 할 꿈이었다.

'내가 저들의 세자이다.'

말 등위에서 세자가 속으로만 말했다. 208p



적장 앞에 무릎을 꿇는 아비의 굴욕을 보고, 왕세자의 신분으로 적국에 볼모로 끌려가는 수치의 세월을 살았다. 그동안 그가 나라를 등한시한것도 언행을 함부로 한 것도 아니었다. 그는 다만 속으로 삭여가면서 인내하고 또 인내하였을뿐.. 그 무서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임금은 자신의 아들을 버렸고, 더이상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참으로 가혹한 현실이었다. 역사에 기록된 사실은 마치 세자에게 문제가 있는 듯 기록되었으나, 인조가 세자비와 원손을 포함한 세자의 모든 아들들을 죽인 것을 보면 분명 세자의 죽음 또한 학질이 아닌 인조의 명을 받은 일일듯 싶었다.



흔에게는 그것이 모든 것이었다. 흔이 자신이나 아비의 영광보다도 더 세자의 영광을 꿈꾸었다.

..

헌데 이것이 세자의 보상이란 말인가. 이것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그 나라의 백성에게 주는 보상이란 말인가. 252p



볼모로 끌려간 소현세자와 그의 심복과도 같았던 심석경, 그리고 심석경의 연인이자 고관대작의 딸이었으나 적국에 끌려와 적국관리의 여자가 된 흔의 이야기까지 역사에 픽션을 가미한, 그러기에 생생히 펼쳐내질 수 있었던 과거의 이야기들이 우리 곁으로 살아돌아왔다. 잊고 있었던.. 아니 기억 못했던 역사의 슬픈 한자락을 이렇게 만나게 되었다. 작년에 읽을 적에도 굴욕적인 세자의 이야기가 진실로 가슴아팠으나 더욱 속상했던 것은 그런 세자의 고독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아비의 부덕이었다. 왕은 임금으로써 너무나 잔인했다. 유약했던 그가 유독 자신의 아들에게만은 관대하질 못했다. 물론 아들이 하나가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수 있겠지만, 왕의 자리가 그런 자리라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닐지라도 나는 왕의 자리에 오르고 싶지 않을 것이다. 내 아이의 목에 칼을 겨누는 자리에 어찌 오를 생각이 들겠는가. 소인배의 생각일 수 있겠지만 조선을 사랑한 세자를 저버린 왕의 마음이 참으로 간악하게만 느껴졌다.



세자가 석경을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불안이 아니고 노여움도 아니었다.

그것이 바로 슬픔이었다.

아비의 자식으로 태어났으나 아비에게버려졌고, 나라의 백성으로 태어났으나 나라에게 버려진 목숨이었다. 323p



세자와 석경, 그 둘은 다른 몸이나 같은 이야기를 흘려내는 듯 했다. 그래서 더 구슬펐다. 세자가 자식처럼 여기며 의지했던 석경과 칼을 맞고 의식이 흐려지는 순간에도 세자 저하를 외쳤던 석경의 이야기, 세자의 꿈이, 그가 원손과 함께 펼쳐내고팠던 조선을 향한 꿈이 펼쳐질 수 있었다면 우리 역사는 어떻게 또 바뀔 수 있지 않았을까..



강해져야한다는 것을, 약해지면 언제나 달려들 준비가 되어 있는 수많은 세력들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나라도, 나도 모두가 강해져야 함을..

그 이야기가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던 귀하신 분의 이야기, 소현 세자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해에서 살아남기 서바이벌 만화 과학상식 30
곰돌이 co. 글, 한현동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7월
장바구니담기


모험심 가득한 두 아이가 있어 더욱 빛이 나는 만화, 재미난 만화를 통해 심해 생물과 잠수정, 열수구 생태계 등 다양한 정보까지 습득할 수 있었던 재미난 책, 심해에서 살아남기를 읽었다.

영화 캐리비언의 해적을 본 사람들이라면 크라켄이라는 이름의 괴물, 엄청나게 큰 오징어 괴물을 기억할 것이다. 한동안 그 영화를 보고, 오징어를 먹지 못했던 때가 있었다. 크라켄은 그 영화속에서만 등장한게 아니라, 실제로 과거 사람들에게 전설속의 괴물로 기억되는 '무서운 바다 괴물'이었다 한다. 19세기 덴마크의 생물학자 스텐스트루프가 크라켄의 전설을 조사하고는 상상의 괴물이 아니라 거대한 오징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고 1874년 캐나다 해안에 실제로 거대한 오징어의 사체가 떠내려와 그 가설을 입증해주었다

책 속에는 우리가 미처 만나지 못한 다양한 심해 생물과 자원이 등장한다.

달나라보다도 가본 사람이 적다는 심해.

너무 컴컴해 빛도 존재하지 않고, 그러기에 먹이도 쉽게 발견할 수 없는 곳이라, 우선 먹이가 발견되면 먹고 봐야한다는 가혹한 심해 생태계의 이야기들까지 얕은 바다는 많이 봐왔지만, 깊은 바다는 그 푸르른 쪽빛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사진만으로도 물 속에 빨려들어갈 것 같은 공포가 일어서 잠시 어지러운 느낌마저도 드는데, 서바이벌 짱이라 할 수 있는 지오와 피피는 어디서든 살아남는 생존력과 모험정신으로 심해 잠수정에 겁없이 승차한 것이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동참, 그리고 하필 통신 케이블이 끊기고 부력장치가 고장이 나 공 박사와 지오, 피피 모두 다시 바다 위로 올라오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심해에서 살아남기라는 제목으로 만화를 읽기 시작했을 적에는 크라켄의 원류로 알려진 대왕오징어나 무서운 심해 생물들과의 대격돌이 주 위험이 되는 이야기일줄 알았는데,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무서운 수단인, 잠수함의 고장은 두 아이와 공박사가 어떻게 위기를 헤쳐나갈지 더욱 스릴 넘치는 상황으로 탈바꿈하게 해주었다.



날씬한 소녀 피피가 먹보 대장이라 독성을 가진 화려한 색상의 물고기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먹는다거나, 심해 생물들을 보고 군침을 흘리는 장면은 만화에 양념처럼 더해져 긴장감을 완화시켜주는 소재가 되기도 했다. 아이들 만화라 가벼운 느낌일줄 알았는데, 재미와 더불어 새로운 지식까지도 다양하게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시리즈라 무척 흥미로웠던 책이다.



배고픈 심해 생물들에게는 거대한 고래의 죽음이 거의 축제에 가깝다는 이야기와 고래 한 마리가 가라앉으면 수년에서 최대 수십년동안 근처 심해 생물들에게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이야기 등도 잔인하지만, 당연할 수 밖에 없는 생태계의 한 면을 소개해주는 대목이었다.


본능적으로 만화를 좋아하는 아이들, 나 또한 어렸을적에 티브이에 나오는 온갖 만화들을 빠짐없이 보았고, 어떤 내용이든 만화로 만들어지면 무척이나 재미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다. 나 뿐 아니라 신랑 또한 지금까지도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웹툰을 즐길 정도로 만화와 가까운 삶을 즐기고 있다. 아이가 만화를 좋아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생각되지만, 어른들이 아이들 만화를 반대하는 것은 만화라는 수단이 다양한 학습 효과보다는 아이들에게 유해하거나 도움되지 않은 잔재미만으로 채워진 내용이 많아 반대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아이의 흥미와 어른들의 학습에 대한 관심 모두를 만족시키는 이런 만화는 아이도 재미나게 읽고, 동시에 새로운 세계까지도 만나게 되는 책이라 우리 아이가 자라면서 만화를 읽고 싶어한다면 이런 책으로 다양하게 유도해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야기하며 우리 동네 만들기 종이접기 + 만들기 10
올챙이 지음, 정승 그림 / 아이즐북스 / 2011년 6월
절판


뚝딱뚝딱 엄마와 아이가 함께 무엇을 만들며 행복해할 시간을 주는 책, 이야기하며 우리 동네 만들기입니다.

사실 아직 세돌이 안된 우리 아기는 열심히 참여를 하려고 하지만 자꾸 종이를 찢고 엉뚱한 데에 붙이거나 엄마가 만들면 금방 고장내는 등, 같이 만들때 도움보다는 일을 만드는게 더 많지만, 그래도 아이가 직접 참여해야 더 재미나는 그런 만들기 시간이 아닌가 싶어요.

예쁘게 모두 만들어내어, 우리 동네를 완성해놓으면 보기도 너무 멋지고 재미나게 갖고 놀기도 좋겠지만, 초등학생 이상 어느 정도 큰 아이가 아니고서는 만들기 전에 이미 몇개는 부서져있거나 할 수 밖에 없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들부터 초등학생들, 심지어 어른인 엄마까지도 어릴적 종이인형을 떠올리며 재미나게 만들어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칠수 있는 즐거운 이야기책, 이야기하며 우리 동네 만들기랍니다.




처음에 아이가 책을 보자마자 너무 좋아해서, 당장 뜯어달라 하더라구요.

유아의자에 앉아 얼마나 집중을 하고 보던지요. 엄마는 만들기도 전에 찢어질까봐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아들은 얼른 (엄마를 도와?) 만들고 싶은 마음에 벌써 뜯고 붙이고 신이 났답니다

일부는 완성되기도 전에 엉망이 되었지만, 마음을 좀 비우기로 했어요. 아이가 즐거운게 최고 중요한 것이니까요. 멋진 마을 하나 완성하는 것도 좋겠지만, 갖고 놀 아이가 가장 만족해야 그 책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하는게 아닌가 생각했답니다. 친구도 그러더라구요. 블럭 만들기를 하는데 신랑이 설명서대로 헬리콥터 만들기에 열중하고 아이와는 전혀 교감하지 않아 아쉬웠다라고요. 다 만들어서 손에 쥐어주면, 그건 더이상 블록이 아니라 장난감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블록 아저씨께 이야길 들었다나요. 그 이야길 듣고 저도 좀 반성했답니다. 저도 뭔가 만들것이 있으면, 아들에게 만지지말라, 기다려라 소리지르며 혼자 열중하기 바빴는데..이제는 좀 마음을 여유롭게 먹기로 했어요.


이야기하며 우리동네 만들기에는 자그마치 13개의 만들기 시리즈가 들어있어요토끼네 집부터 시작해서 샌드위치 가게, 유치원, 스낵카, 생선 수레, 아이스크림 차, 장난감 가게, 옷 가게. 책방 등등으로요. 바퀴달린 것들을 무척 사랑해주시는 우리 아들, 당장 스낵카 버스부터 만들어달라고 하고, 자신은 아이스크림차 만든다고 했다가 아이스크림 차는 엉망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뭐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니 그걸로 만족입니다

처음에 책을 읽지 않고 바로 뜯어서 (아이가 책 읽을 짬을 주지 않았지요. 앞부분만 조금 읽고 바로 만들기 돌입, 남아라 그런지 진짜 좋아하네요) 공작법을 몰라 그냥 대충 눈대중으로 토끼네 집과 스낵카를 만들었는데, 천원이의 여행이라는 책 속 책에 보면, 끝 부분에 우리동네 만드는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공작의 난이도가 3단계로 나뉘어 있어서 쉬운것, 어려운 것들을 구분하기 쉽게 되어 있네요.


천원이의 여행, 어떤 이야기일까요?

천원이는 지폐 천원이랍니다. 토끼네 집에서부터 시작된 천원이의 여행, 토끼 엄마의 생일 케이크를 사기 위해 빵집으로 간 천원이가 돌고 돌아 다시 토끼네 집으로 오기까지의 여정이 그려집니다. 각 가게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들도 살펴볼 수 있구요.

물건도 여행을 해요, 가게에 가요라는 2-2 슬기로운 생활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응용한 초등학생들에게도 무척 재미나고 도움이 될 그런 책이었지요.


몇개는 만들어보고, 아직 남은 것들은 만들지 않았는데, 신기하게 아이가 샌드위치 가게를 기억하고, 샌드위치 가게 만들자고 조르더라구요.

내일 아이가 일어나면 같이 샌드위치 가게도 만들어보고, 은행도 만들어볼까 합니다. 은행에 자주 가다보니, 아이 입에서 은행 가요 소리도 나오고요, 하나하나 가게를 인식해가는 아이 모습이 참 재미나기도 하더라구요.


실은요 얼마전부터 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자고 강력히 주장하고는 하는데, 이모가 잘 사주니 어느 날 이모에게 이런 말을 해서 모두 깜짝 놀랐어요. "이모, 카드 있어요? 아이스크림 사려면 카드 있어야하는데.." 라구요. 그 이후로 뭐 사주려 하면 항상 카드 있어요?를 물어서 모두를 웃게 하는 아들입니다. 가게 놀이를 하면 더욱 재미나게 아이가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유아들도 어설프게나마 재미난공작을 즐길 수 있고,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교과 단원에 맞추어 나온 재미난 만들기를 하면서, 다 만들고 나서는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고, 물건을 사는 등의 재미난 가게놀이를 실제로 즐겨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엄마들 어릴적에 하던 종이인형 놀이가, 이제는 입체 집들까지 멋지게 받쳐주는 입체 종이인형 세트로 되살아나 직접 손으로 만들고 붙이고 난 성취감을 느끼고, 다시 재미난 가게놀이를 통해 수 개념도 확립하게 될 즐거운 시간이 되는 책이었답니다.



이야기하며 우리 동네 만들기, 책 속 책인 천원이의 여행과 함께 재미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예쁜 책이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가 미모자를 그렸나 - 손미나의 로드 무비 fiction
손미나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7월
구판절판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참으로 부럽다. 아나운서로서도 상당히 명성을 쌓았던 손미나님이 돌연 아나운서를 사퇴하고 책을 내기 시작했다 들었을때는 그 책을 읽기 전이라, 여행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쓰고 싶어하는 여행 에세이라 쉽게 도전했던게 아닌가 생각을 했다. 그분의 책을 읽고는 싶었으나 여태 읽어보지 못했고, 먼저 읽어본 사람들에 따르면 여행에세이 또한 참으로 재미나게 쓰는 분이라고, 그래서 그녀가 소설을 내놨을때 어떤 느낌일지 더욱 기대가 된다는 이야길 들었다. 아나운서, 공인이라 생각했기에 글솜씨까지 탁월할줄은 몰랐던 그녀.



그녀는 고려대 서어서문학과 출신이다. 전공이 탄탄하게 받쳐줘서인지 그녀의 소설은 다소 멋스러우면서도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탄탄한 솜씨로 배경부터 상세히 묘사되기 시작한다. 멋있게 쓰기 위해 억지로 지어내는 글과 실제로 멋을 알고 쓰는 글은 분명 다르다. 책을 좋아하지만, 나 자신이 책을 쓸 용기는 없는 것은 바로 그런 기본적인 것이 부족하게 느껴져서이다. 자신의 에세이도 아닌 소설이라는 전혀 새로운 그런 것을 쓰는 것은 글쓰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궁극적인 그런 목표와도 같을 텐데, 공인, 연예인과 같은 독자들의 선입견을 이 책 한권으로 가볍게 날려버리면서 그녀의 아름다운 연애소설은 시작되었다.



네 남녀의 사랑, 한국 여자 두명과 프랑스 남자 두명의 사랑이야기.

첫 시작은 국내 최고 그룹 CEO의 딸이자, 대학교수기도 했던 최정희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녀의 인생에 대한 책을 쓰려다보니, 그녀가 열정적으로 사랑했다는 프랑스 남자 테오의 이야기가 부족하다면서 테오를 만나 최정희의 알려지지 않은 스캔들에 대해 밝혀오라는 것이 또다른 여주인공 장미가 프랑스로 보내진 이유였다.



장미, 그녀는 또다른 한국인 여성이다. 자신의 책을 쓰고 싶었지만, 김선배의 꼬임에 넘어가 대필 작가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번에도 역시 최정희의 대필 작품을 써야하는 자신의 신세가 못내 처량하다. (대필 작가의 이야기는 여러 책을 통해 만나게 되었는데, 꽤 문제가 심각한 모양이다. 수많은 연예인들, CEO의 책들을 읽으며 대필은 생각도 못하고,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누군가 편집 정도는 해주겠지 했지만 다들 매끄럽게 너무나 글을 잘 써서 놀라워했었는데, 그게 알려지지않은 대필 작가의 솜씨라는 글을 접하고 얼마나 실망감이 컸던지..) 장미가 테오와 레아 (최정희)에 대한 정보가 가득 든 여행가방을 들고 프랑스로 떠났다가, 프랑스 의사 로베르의 가방과 바뀌어 그와 우연으로 만났으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되는, 테오와 레오의 사랑 못지 않은 또 다른 이국적인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책에서는 장미와 테오의 시선으로 (처음에는 목차만 보고 장미와 테오의 사랑이야기인줄 알았다. 마치 냉정과 열정 사이의 준세이와 아오이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야기가 교차적으로 진행이 된다. 처음 쓰는 소설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신선한 시도를 한 것이 돋보였고, 교차적인 그들의 시선을 통해 이야기가 진행이 되다가 장미와 테오의 이야기가 한데 묶여 진행되는 것까지, 책을 읽는 내내 손미나 작가의 (아, 이제는 아주 자연스럽게 작가라는 말이 흘러 나온다. 그녀는 정말 천상 작가였다.) 능수능란한 기교 속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조각같은 외모에 순수한 영혼을 간직한, 미술 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았어도 미술작품을 대할때는 어린아이와도 같은 순수함으로 제3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테오와 대기업 총수의 딸이지만, 부로 도배된 삶보다 운명과도 같은 사랑을 받아들이는데 더욱 충실했던 그녀 레아와의 사랑, 그들의 사랑이 레아의 아버지 덕에 순탄치 않을거라 생각은 했지만, 레아의 돌연 교통사는 지나친 비극이기는 했다.



결말 부분이 더욱 마음에 들었던 소설,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지만, 읽다보면 중반부에서 결말을 조금은 짐작케도 되었지만, 그래도 너무나 마음에 드는 결말이었다. 난 이런 결말이 좋으니까..

이 여잔 소설가가 될수밖에 없는 영혼이다라고 손미나작가를 평한 김탁환 (밀림무정의 작가)작가님의 평이 인상깊었는데, 전 공인 출신 소설가에게는 너무 후한 평이 아닐까 싶었는데, 책을 다 덮고, 새로운 손 작가님의 신작을 기대하는 나를 보면서 김탁환님의 평이 후한것만은 아님을 깨달았다.



달콤한 꽃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히는 것 같은, 아름다운 네 연인의 이야기.

여주인공들이 한국인이기에 막연한 로맨스에 대한 환상을 품어 주게 될 수도 있겠지만, 싱글인 여성들이 읽으면 분명 봄레 미모자와 파리에 가고픈 강한 유혹을, 그곳에서 마치 운명과도 같은 연인을 단박에 만날것같은 그런 기대감을 심어줄 그런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장바구니담기


롤러코스터를 탄듯한 흥분이라는 표현이 딱 걸맞을 책, 헤드 헌터를 읽었다.

아기와 갑작스레 출발한 여행인 대둔산 케이블카를 타러가는 동안에도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책 한권, 헤드헌터가 바로 그 책이었다. 지난밤 잠이 부족해 머릿속이 흐리멍텅한 상황이었는데도 정말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 그런 책이었다.



작은 키가 핸디캡인 업계 최고의 헤드 헌터 로게르 브론, 그의 헤드 헌터 일상을 들여다보면, 미처 몰랐던 헤드 헌터 세계의 놀라운 승부수들이 능수능란하게 펼쳐진다. 그는 그 중에서도 단연코 최고봉이었다. 그가 추천해준 사람은 단 한번도 임용에서 제외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에게는 일본 만화책에 나올법한 완벽한 외모의 아내 디아나가 있고, 그녀에게 아이 대신 값비싼 갤러리를 선물하고 아름다운 저택에서 살게 할 정도로 호사스러운 삶을 누리고 있다. 잘 나가는 헤드헌터라고 해도 그가 감당하기에 다소 무리가 되는 지출이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에게는 직업 사냥꾼 외에 그림 사냥꾼이라는 알려지지않은 직업이 하나 더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가 가장 바라는 것이 아이라면 그 소원을 들어주면 될 것을, 그는 그러질 못했고..그 공백을 돈으로 채우기 위해 너무 많은 출혈을 감당해야 했다. 그는 아내를 너무나 사랑했다.


그런 그 앞에 거의 화랑 업계에서는 전설과도 같은 루벤스의 잃어버린 명작이 나타나고, 그는 그 그림을 훔치는 것으로 인생의 한방을 노린다.



이제 그녀를 임신시켜도 된다는 것 말이다. 마침내 나는 육지에, 안전한 땅에 오른 것이다. 이제 아이가 태어나도 내 자리를 가로챌 수 없다. 루벤스만 손에 넣으면 나는 비로소 디아나가 말한 사자, 맹수의 제왕이 될 것이다. 114p


줄타기처럼 아슬아슬했던 그의 삶에 치명적인 위기가 찾아오고, 그것은 자신의 목숨 뿐 아니라 목숨보다 소중한 아내의 배신까지 초래한 위험한 것이었다. 불법적인 미술품 도난조차 아내를 너무나 사랑하기에 감행한 모든 것이었는데, 아내는 그를 보기 좋게 저버리고 말았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괴로움, 그리고 자신의 모든 인생이 헝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그는 아주 놀랍게 변신하게 된다.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것 같았던 덫에서 그는 아주 현명한 선택을 하게 되고, 그의 선택은 놀라운 반전으로 우리 앞에 등장하게 된다. 아니, 나만 놀란 것일수도 있겠지만, 결말은 참으로 신선했다. 잘 나가는 헤드헌터였지만, 사람을 죽여본적도 없었던 평범한 사람에서 사람 사냥꾼의 위협으로부터 위기를 모면해나가는 장면은 (헤드 헌터의 면접 장면에서 등장하는 완벽한 판단이 돋보이는 주인공의 성향을 제대로 반영해주는 그런 장면이었기에 )정말 짜릿한 스릴을 잔뜩 맛보게 해주었다.


제2의 스티그 라르손으로 불리운다는 요 네스뵈의 놀라운 작품, 2008년 노르웨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로 했다는 <헤드 헌터>는 읽어본 사람들이 왜 그리 강추를 하게 되는지, 다 읽고 나서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나 또한 올해의 재미난 소설 중 하나로 단연코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