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엠 넘버 포 2 - 생명을 주관하는 소녀, 넘버 세븐 로리언레거시 시리즈 2
피타커스 로어 지음, 이수영 옮김 / 세계사 / 2011년 8월
품절


스토리가 무척이나 참신한 소설이었다.

얼마전 읽은 윙스 시리즈에서 트롤과 요정과의 대립구도를 보면서,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다 싶었는데, 아이 엠 넘버 포 1에서 느꼈던 감정의 데자뷔였다. 이 책에서는 트롤, 요정 등의 신비한 환타지 등장인물들이 나오지는 않지만, 초능력 외계인들이 등장하여 대립을 한다. 로리언과 모가도어, 두 행성의 외계인들의 대립이 바로 그것이다. 로리언을 보고 있으면 요정 세계가 생각나고, 모가도어의 잔인함과 데리고 다니는 괴물들까지 생각해보면 트롤에 딱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뭏든 이 책의 참신함은 사실 따로 있다. 대여섯살 정도의 어린 로리언의 아이들 (가드)아홉 명과 그들을 보살피고 가르칠 아홉명의 어른 (세판)이 지구에 도착했다. 그리고, 어린 가드들이 자라서 일정 나이가 되어야 자신만의 초능력인 레거시가 발현되어 그 막강한 힘들을 모아 모가도어로부터 로리언을 되찾고, 지구까지 구해낼 수 있는 막중한 임무가 너무나 어린 아이들의 어깨에 짐으로 주어진 것이었다. 그 전에 모가도어인들은 싹을 자르기 위해 방어력이 거의 없을때 뿔뿔이 흩어진 로리언들을 찾아 하나씩 죽인다. 넘버 원에서 나인까지.. 그들에게는 강력한 주문이 걸려 있어 순서대로 죽이지 않고서는 죽일 수 없는 그런 결계가 단단히 채워져 있었다. 억지로 로리언을 죽이려 하다가는 똑같은 복수를 모가도어인에게 겪게 되는 저주, 그러나 벌써 어린 로리언들이 하나 둘씩 죽어, 넘버 쓰리까지 죽었고, 넘버 포, 이 소설의 주인공 차례가 되었다.


자신이 살아남아야, 그 이후의 로리언 가드들 모두를 살릴 수 있다. 게다가 로리언 행성 전체의 존폐가 가드들에게 주어진 막중한 임무였던 것.

전혀 새로운 구도로 만났던 로리언 행성의 어린 가드들의 이야기, 1권에서 넘버 포와 식스가 만나게 되는 장면, 모가도어인들의 무지막지한 공격에 맞서 싸우다가 테러범으로 오해받아 지구인들에게도 쫓기는 신세가 된 것까지.. 1권의 대강의 줄거리가 그러했다 한다면..



2권에서는 보다 더 다양한 로리언 가드들이 등장한다. 특히 부제로도 등장한 세븐은 막강한 힘, 아픈 사람과 동물 등을 낫게 하는 치유력을 가졌고, 지나치게 현실적이 된 세판이 수녀로써의 삶에 안주하려 해서, 거의 버림받다시피 한 세월을 혼자 보내야했다. 불안과 고독, 그 많은 상처를 딛고 혼자서 레거시를 깨닫고, 수행도 하지 못한채 숨죽이며 살고 있는 세븐의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리고 1권에서 인간 세라와 사랑에 빠졌던 넘버 포에게 앞으로 로리언인과의 사랑이 암시된 구절이 있었는데, 로리언인들의 경우 한번 사랑을 하게 되면 평생 그 상대와의 인연만 지속된다는 암묵적인 협약 같은 것이 있었고, 넘버 포에게도 미래를 약속한 (물론 너무 어릴적이라 부모님들이) 상대가 있었다는 것이 암시되었다. 넘버 포의 새로운 상대로 등장한 로리언 가드, 그리고 포, 식스, 세븐 외에 나인, 텐까지.. 넘버 포가 드문드문 기억했던 기억 속에 어린 아기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텐이었다.



읽는 내내 정말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너무 재미있어서 신랑에게도 마구 자랑을 했더니, 자신은 넘버 포 영화를 재미없게 봤단다. 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넘버 포 1도 재미있었지만 2는 좀더 긴장감있게 진행되어 무척이나 흥미진진했고, 영화 상으로는 어떻게 흘러갈지도 궁금해졌는데 말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영화로 만나기보다 책으로 만날 3권에 더욱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갈수록 강력해지는 로리언 가드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에 막강하게 맞설 수 있는 모가도어인들의 수장도 등장했기 때문이다.

2부에서 살짝 아쉬웠던 점은 주인공인 포가 사사로운 정때문에 친구들과 자신들의 임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는 것이었다. 한번도 아니라 두번씩이나.. 물론 그에게는 그 나름대로의 변명거리가 있긴 했지만, 어느게 더 중요한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십대의 로리언 가드가 다소 안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주인공이 무조건 강력하고 완벽하다면 소설의 재미가 떨어질테니, 약간의 허점도 갖춘 인물로 아니면, 인간적인 인물로 비추어서 극의 재미를 높이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아이 엠 넘버 포 !

3권에서는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고 있는 파이브, 에잇의 행방과 그들의 레거시가 어떤 것인지가 밝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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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대한민국 365일 사진여행
조계준 지음, 황중기 사진 / 성안당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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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유난히 현실적이었던 나는 물놀이를 하지 않는 바다는 갈 필요조차 없다 생각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물놀이를 하지 않아도 바라만 봐도 좋은 그런 바다 여행을 즐기고 있다. 바다 뿐 아니라 여행 자체도 마찬가지다. 직접 다녀야 제대로 된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여행이, 사실은 시간과 금전적 제약으로 마음먹은대로 항상 여행만 다니며 살기엔 어려움이 많이 따른다. 그럴때 여행 관련 책들, 에세이, 가이드북 등의 다양한 책들을 통해 마치 내가 여행을 간 듯한 느낌을 어느 정도는 대리만족으로 채울 수 있다. 예전엔 떠나지 못하는 여행, 남들이 다녀온 여행, 배만 아프지 싶었던 내가, 어릴적 들어가지않은 바다를 지금은 사랑하듯, 책 또한 여행책을 통해 가보지 못한, 아니 언제 가게 될지 모를 그 수많은 곳들을 대신 만나며 즐거움을 누리는 일에 기꺼이 뛰어들고 있다.

특히나 여행책의 묘미는 뛰어난 풍광이나 볼거리를 재현해내는 사진에 있다. 여행에세이를 읽을 적에도 사진에 큰 기대를 하게 되는데, 순전히 글로만 거의 빼곡한 여행책을 받아들면 약간은 아쉬운 마음마저 든다. 여행책을 통해 여행지를 선택할 적에도 열마디 글보다, 하나의 뛰어난 사진이 여행지를 정하게 할 수도 있다. 그만큼 사진의 힘은 강력하다.

얼마전 읽은 춘우의 아름다운 우리나라 라는 책에서 정말 사진집을 보는 듯한 우리나라 풍경의 아름다움에 그대로 빠져들었다면, 사진의 비중이 워낙 커서 여행지 소개는 좀 많이 약화된게 아쉽기는 했다. 이 책은 두 사진 작가가 쓴 책으로, 사진 뿐 아니라 여행 시기, 숙소, 맛집, 주변 관광명소, 축제, 교통 지도 등 여행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줄 여행책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게다가 더 마음에 들었던 점은 수도권 위주의 여행지 소개가 아니라 전국 여러 곳에 펼쳐진 여행지들 중에 내 고장에서 가까이 갈만한 곳들이 제법 많이 소개되어 실제 여행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았다는 점이었다. 눈으로도 즐겁고, 실제 여행 계획 수립에도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책.

목차를 보면, 매 달 가볼만한 여행 추천지대로 소개가 되어 있어, 매달 여행 계획을 수립할때 참고하기 좋게 짜여있다.

7월의 추천지로 나온 대천 해수욕장은 때마침 적절하게 잘 다녀왔고, 8월의 여행 추천지는 태안반도, 비응도와 새만금 간척지, 태백 고원 생태 식물원, 영덕 풍력발전단지였다. 8월의 여행을 제주도와 부산으로 계획하고 있어 책의 일정과는 좀 엇갈리게 되었지만, 책을 읽기전부터 계획했던일정이라 우선은 그냥 진행하려 한다.

10월에 너무나 아름답다는 대둔산 도립공원의 단풍은 사실 며칠전에 다녀왔다. 여름이라 단풍은 못 봤지만 말이다. 친정오빠 휴가에 맞춰 가까운 어딘가로 드라이브를 가자고 나섰다가 대둔산 케이블카나 타자 하고 떠났는데, 아기가 아직 어려 케이블카에서 내려 구름다리등을 건너 정상까지 올라갈 수는 없었고, 말 그대로 케이블카만 타고 갔다 매점에서 잠시 휴식 후 다시 내려왔다. 잠깐의 휴식 동안 아이스크림을 먹은 기억이 무척이나 행복했는지 아기가 며칠째 계속 케이블카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어서 (사실은 너 대둔산 케이블카 두번째란다. 생후 8개월에 낮밤이 일주일째 바뀌어서, 죽을 고생을 하다가 그때도 외삼촌과 엄마가 널 데리고 케이블카 타러 가서, 계속 낮에 재우지 않고 강행군을 하니,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그때 이후로는 밤에 잘 자더구나. 라고 이야길 해주고 싶었지만 아직은 어려 말해줘도 이해하긴 힘들것같았다.) 다시금 또 가봐야지 싶은 곳이다. 단풍이 멋지다니 가을에 또 가게 되면 좋을 것 같다.

사진을 찍으며 전국의 아름다운 명소들을 훑고 다닌 끝에 멋진 사진들과 함께 이렇게 남들 앞에 소개할 수 있는 여행집까지 낼 수 있는 작가들의 능력이 참으로 부러웠다. 아주 가까운 곳이면서도, 그리고 최근 몇년간 신랑의 직장이 있던 곳이라 자주 놀러갔던 옥천에서 보고 온것은 봄철에 피는 벚꽃이 전부였는데, 대한민국 지도 모양의 지형이 있는 멋드러진 곳이 바로 옥천이라는 사실은 이 책에도 소개가 되지만, 최근 읽은 여러 책에서 접한 정보라 가까운 시일내에 가봐야겠다 마음 먹게 되는 여행지였다. 그곳에 갈적마다 즐겨 찾는 별미 올갱이의 올갱이 국밥도 맛집으로 소개되어 있어서 내가 가본 맛집이 소개가 되어 있는 걸 보며 맛집 정통성에 믿음도 쌓이는 것 같았다. 그냥 그냥 식당을 올렸다기 보다 제대로 된 맛집도 같이 끼여있으니 말이다.

대학 동기의 고향이라 다녀왔던 봉평도 다시 만나 반가운 여행지였다. 비록 소금처럼 하얗게 펼쳐진 흐드러진 메밀꽃밭은 보지 못하고 왔지만 이효석 생가에서 마셨던 메밀커피와 정취는 아직도 잊을 수없는 여운으로 남아있다. 친구들과의 모처럼만의 여행이라 더 멋지기도 했고 말이다. 대부분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이제는 언제 다시 모여 여행을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하다면 또 가보고 싶은 곳이 바로 봉평이었다.

가본 곳, 가보지 못한 곳, 33곳의 여행지 속에는 참 많은 이야기와 추억을 끼워가며 읽을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보고 또 볼수록, 같은 풍경을 봐도 이런 색감으로 멋드러지게 사진을 찍어낸다는 것은 손떨림이 심한 나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적어도 그 어느 곳엔가는 나도 다녀왔고, 또 가보지 못한 곳들은 다음에 가봐야지 하고 마음먹게 하는 힘이 있는 책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마지막 책장을 덮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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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 : 권력을 희롱하다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1
김종년.이미옥 지음, 이은주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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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읽는 토끼전의 느낌은 또 달랐다. 사실 아이때는 순수한 마음으로 토끼와 자라에 초점을 맞추어 읽느라, 목숨을 구하기 위한 토끼의 재치에 놀라기도 했지만, 참 영악한 토끼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토끼란 동물이 얼마나 약한 동물인가를 생각해보니, 힘없는 백성에 비유된다는 이야기가 맞다는 생각이 든다.



책의 처음 부분을 읽으며, 용왕이 탈이 나게 된 계기도 그러하고, 토끼의 간을 구하러 뭍으로 나가기 싫어, 점잔만 빼며 서로를 헐뜯고, 책임을 전가하는 가신들의 행태도 참으로 볼쌍사나웠다. 너무 흥청망청 많이 차린 음식과 술에 취하다보니, 그 욕심이 과해서 생긴 병이 용왕의 병이었고, 가신들 또한 실제 높으신 분들의 잇속 다툼을 보듯, 참으로 흉한 몰골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릴 적이라면 눈에 안 들어왔을 그 모든 이야기들이 이렇게 낱낱이 까발려진 이야기일 줄이야. 다시 읽은 토끼전, 권력을 희롱하다 라는 제목에 비할 만 하였다.



"그럼 올챙이는? 볼록한 뱃속에 보고 들은 것도 많이 들었으니 올챙이를 보내면 어떠할꼬?"

"일단 뭍에 오르면 언제 돌아올지 알 수없습니다. 한두달안에 돌아오지 못하면 올챙이는 개구리가 될 터인데 그때 가서 올챙이때 일을 기억이나 하겠습니까? "33p



고전 토끼전을 읽으면서 빵빵 터지는 큰 웃음을 웃게 될줄 미처 몰랐다. 현대에 다시 읽어도 재치 넘치는 풍자와 해학, 그 모든 것이 담겨있는 토끼전 이야기, 다시 읽어볼 가치가 충분한 재미난 고전이었다.

어른의 시각으로 봐도 이해가 가능한 그런 해석, 아이들 눈으로 미처 발견하지 못했을 그런 부분까지 세세히 짚어 다시 읽기가 가능한 휴이넘의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시리즈 중 한권이다. 심청전 역시 토끼전과 마찬가지로 무척 잘 알려진 고전임에도 휴이넘의 다시 읽기로 읽어보니, 내가 알고 있는 그 이상의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었고, 이 책 토끼전에서도 역시나 예전에 몰랐던 이야기들까지도 속속들이 알게 되는 재미가 있었다.



실제로 토끼는 약하기 그지없습니다. 하지만 토끼전의 토끼는 권력의 상징인 용왕의 목숨을 구할 수도 있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권력의 진정한 근본은 토끼로 상징되는 백성인 것이지요. 이는 무너져 가는 조선을 되살릴 수 있는 힘이 토끼 같은 백성에게 있다는 자신감과 희망으로 이어집니다. 나라를 지탱하는 근본적인 힘이 백성에게 있다는 연야한 토끼의 위대한 반란, 이제부터 시작합니다. 11p



그동안 작고 힘이 없어 얼마나 설움을 겪었던가! 산 속 짐승들은 툭하면 토끼를 업신여기고 하찮게 여기며 모욕을 주기 일쑤였다. 그런데 오늘에야 비로소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는 이를 만났으니, 이 아니 반가울쏘냐? 그러나 토끼는 일단 점잔을 빼기로 했다. 80p



별주부의 토끼 유혹하는 솜씨는 정말 고단수급이었다. 괄시받던 토끼를 한껏 추켜세움으로써, 의기양양하게 만든 것, 그는 시커먼 속내를 숨기고, 토끼를 용궁으로 데려가기 위한 차근차근한 작전에 돌입하였다. 달콤한 꼬임에 쉽게 넘어가는 토끼. 하지만, 그는 위기 속에서 구사일생으로 자신의 목숨을 구해내기도 한다.



권력을 희롱하는 토끼의 모습은 참으로 발칙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약자라고 해서 언제나 우롱당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과거 조선시대에는 백성은 한낱 이용가치가 있는 대상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였을지라도 민초에게도 생각이 있었을 것이고 꿈이 있었을 것이다. 토끼를 통해 대변되는 민초들의 의지, 그 꿈과 용기가 바로 토끼전에 잘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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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 : 효의 길을 묻다 역사로 통하는 고전문학 2
이민아.박선희 지음, 조예정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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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하기도 해라 우리 아가. 네가 좀 더 일찍 태어났거나 내가 좀더 오래 살거나 했으면 이렇게 서럽지는 않을텐데, 어쩌다 너를 낳자마자 병이 들어 헤어지게 되었단 말이냐? 아이고, 불쌍한 것. 내 마지막 젖이라도 먹고 건강하게 자라거라.
곽씨부인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고 말았다. 32p



워낙 유명한 심청전은 짧은 아이들 동화책부터 시작해서, 교과서에도 여럿 실리고 하도 많이 들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부분 그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그런 고전 중의 고전이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내가 눈물까지 흘리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다 낯이 익음에도 불구하고 판각본의 완판본을 기본으로 삼고 어려운 문체는 쉽게 풀어낸 책이어서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그 깊이 있는 내용은 예전에 읽었던 여느 심청전의 내용보다도 훨씬 훌륭했다.


특히 생략되기 쉬웠던 심청이의 엄마 곽씨부인의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는 나 또한 아기를 낳아 키우는 엄마가 되고 보니, 마흔 넘어 낳은 너무 귀한 아기를 두고 젖도 제대로 못 물리고 세상을 떠나야 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애닲았을까 싶어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말았다. 청이라는 이름이 눈망울 청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아버지가 일을 할 수 없는 맹인이라 아이와 부인이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절절히 나오는 대목이 많아 더욱 가슴이 아팠다.



사실 책 사이사이 나오는 예전의 배경에 대한 설명들을 읽어보면, 처음부터 맹인이 홀대를 받은 것은 아니라 한다. 맹인이어도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었고, 맹인이 홀대를 받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후기 성리학의 영향이었다 한다. 효를 중시하는 것은 좋으나 자식의 목숨까지 바쳐가며 효를 맹세해야 했던 효 중심의 이야기, 이 속에는 진정한 효가 무엇인지 아비의 가슴을 뚫는 그 효가 무슨 가치가 있을 것이냐에 대한 현대적인 비판도 서슴없이 드러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많이 우리나라의 효 사상이 많이 약화되어 부모에게 천륜을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불효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고전이기도 하다.



닭아 닭아 울지 마라

제발 울지 마라

날이 새면 나 죽는다.

나 죽는 거야 슬프지 않지만

앞 못 보는 우리 아버지는 이제 누구에게 의지하며 사실까?

홀로 계실 아버지를 어찌 두고 떠날까?

닭아 닭아 울지 마라

제발 울지 마라 68.69p



교과서인지, 문제집에서인지, 분명 이 대목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나 죽기는 섧지 않으나 눈먼 아비를 걱정하는 절절한 청이의 걱정과 슬픔이 드러나는 글.

예전에 완판본을 읽기전에는 알 수 없었던 간략화된 심청전에 대한 궁금증도 이 책을 통해 대부분 해결이 되었다.



"기왕 주시는 김에 신이라도 한 켤레 주시면 좋겠습니다."

심 봉사의 너스레에 태수는 신도 마련해주었다.

"봇짐도 잃어버려 담뱃대도 없소이다."

태수는 기가 막혀 물었다.

"대체 그걸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그러자 심봉사는 기왕 이렇게 된 김에 체면이고 뭐고 없다 싶어 또 요구했다.

"담뱃대만 있으면 뭐 합니까? 담배도 한대 맛보면 좋을텐데.."

"그 놈 참 웃기는 놈일세"

태수는 어이가없었지만 오죽하면 저럴까 싶어 담배까지 주고 길을 떠났다. 126.127p


심청전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너무 어려서 아직 읽어보지 않은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글을 아는 아이들서부터 앞으로 몇십번 이상을 반복해 듣게 될 이야기이다. 그래서 다시 줄거리를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 심봉사, 심청이의 아버지의 너스레는 정말 다시 읽어도 참 얄미울 수 밖에 없었다. 딸아이를 그렇게 보내고도 뺑덕어미와 살림을 차리는가 하면, 옷을 잃고 맹인잔치에 올라가는 형편에 지나가는 태수에게 필수품이 아닌 기호품까지 챙겨달라는 뻔뻔함을 보인다. 태수의 어이없음도 글 속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다.



완판본이 이래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략되지 않은 글들의 소중함, 대부분의 큰 줄거리를 훑어낸다고 해도 생략된 이야기 속의 궁금증이 글 어딘가에 남겨져 언제나 찜찜함을 주곤 했는데, 이번 심청전으로 인해 그 궁금증이 묵은 체증 내려가듯 깨끗이 내려가 너무나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읽어도,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나도 무릎을 치게 만드는 책 심청전, 부모님 뿐 아니라 노인 공경 의식도 아주 희박해지고 있는 요즘의 씁쓸한 현실을 되돌아보며 (전철 등에서 노인에게 함부로 대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었지만) 고전을 아이들 뿐 아니라어른들도 다시 읽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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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읽고 싶었던 책입니다. 

직장 다닐때 휴가를 거의 내지 않고도 비수기에 다녀올수있는 금토일 여행지를 얼마나 검색했는지 몰라요. 홍콩도 그렇게 다녀왔구요. 물론 토요일도 근무하는 회사라 휴가를 내긴 냈지만 그래도 무척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즐거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금토일 여행의 팁이 실려있는 이 책, 아기엄마가 되어서도 꼭 만나보고픈 그런 책이네요. 가까이 갈 수 있는 많은 나라 정보들이 수록되어 있거든요. 

 

 

 

 

  어렸을적에는 하와이 하면 최고의 휴양지라고 알고 있었습니다. 그땐 해외여행을 꿈꾸기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말입니다. 어른이 되어서는 하와이가 아니더라도 동남아 휴양지에서도 충분히 근사한 휴식을 보낼수있다고 (사실 가까워서 다녀온이유가 크지만) 믿어왔습니다. 이제는 하와이의 인기가 많이 식었다 생각했는데, 여행을 무척 즐기는 스튜어디스 출신 친구 (남편은 항공사 기장입니다)만 해도 하와이를 가고 또 가고 싶은 곳으로 꼽고, 얼마전 읽은 김정민님의 아내 루미코님의 책에서도 하와이가 최고의 여행지로 소개되었더군요. 가고 또 가도 또 가고 싶은 곳이라고요. 하와이, 그 이야기를 이 책에서 만나고 싶어집니다.

 

 

 유럽 배낭여행사에서 근무한 여행전문가들의 10년간 축적된 여행정보와 노하우가 담긴 여행 지침서라는말에 정말 혹하게 되네요. 경비와 코스 등 값비싼 유럽 여행에 대한 막연한 고민을 현실이 되게 도와줄 능력있는 책이 아닐까 기대됩니다.

 

 

 

 

 

 

 

   우리 아이가 잘 안먹는 콩, 채소, 견과류 등 그 모든 것들이 아이 두뇌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를 잘 알려주고, 맛있는 레시피를 통해 아이들이 두뇌에 좋은 식재료를 부담없이 섭취할 수 있도록 생생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되네요. 

 

 

 

 

 

  세돌도 안된 아기가 벌써 아이스크림의 달고 시원한 맛에 푸욱 빠져버렸네요. 매일 밤 산책하러 나가자면서 배스킨라빈스를 바라봅니다. 업고 가도 목이 어찌나 그쪽으로 굽어지는지.. 또 하다못해 슈퍼라도 들러서 아이스크림을 사가길 갈망합니다. 오늘도 그래서 카페베네에서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고 돌아왔네요. 

사랑하는 아이에게 너무 달지 않은, 천연재료로 만들고, 당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홈메이드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아이스크림 기계까지는 사지 않았어도 엄마가 두시간마다 냉동실에서 꺼내어 포크로 마구 저어주는 수고로움을 감당하더라도 아이에게 좋은 원료의 깊은 맛을 전해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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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0-2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