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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송 2 - 최후의 기도
로버트 매캐먼 지음, 서계인 옮김 / 검은숲 / 2011년 6월
품절
처음에는 두께로, 그 다음에는 책의 내용으로 나를 놀라게 했던 스완송, 1부를 다 읽고 2부를 읽기 시작했을땐 정말 재미있지만 언제 다 읽을까 하는 생각도 앞섰다. 그런 걱정도 잠시, 2부는 1부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술술 읽히기 시작했다. 잠깐이라도 책을 덮으면 그 다음 내용이 너무 궁금해, 졸린 눈을 비비며 (주로 나는 잠을 쪼개어 책을 보곤 한다) 잠을 쫓아가며 책을 읽었더니 7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이틀 안에 금새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책만 읽었다면 더 일찍 읽었겠지만, 이런 저런 집안 사정도 있는 관계로..
소련, 미국 강대국간의 대결에 의해 핵 전쟁이 발발하고, 미국은 전체가 아수라장이 되어버린다. 더이상 해도 비치지 않고, 생명력이 남아있는 식물을 볼수도 없고, 동물들은 방사능에 노출되어 머리가 두개 달린 괴수라던지, 하는 끔찍한 괴물들만 살아남았다. 생존한 사람들에게도 일부이긴 하나 심각한 종양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바로 얼굴과 목 부분에.. 1부에서 중심인물로 부각된 이들도 모두 얼굴에 그 종양이 자라나 뒤덮어버렸다. 종양이 없는 사람들은 그들을 나병 환자 내지는 카인의 낙인이라 부르며 혐오하였기에 가족들에게 쫓겨나거나, 최정예부대로 불리우는 매클린 부대 소속에서는 종양으로 뒤덮인 사람들을 모조리 죽이는 참극을 일으키기도 했다. 본인과 롤링거 역시 종양으로 고생하면서도 둘은 화상을 입었다거나 하는 식으로 둘러대면서 깨끗한 피부를 가진 사람들만 자꾸만 끌어모았다. 나중에는 얼굴 전체를 뒤덮어버린 재앙과도 같았던 고통, 사람들은 나중에 그것을 욥의 가면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1부에서 조시가 목숨을 다해 지켜내기로 결심한 스완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종양을 앓고 있었다. 극심한 고통 끝에 그녀가 죽는게 아닐까 싶었던 어느 날, 가면은 놀랍게도 갈라져서, 그 밑에 전혀 새로운 얼굴의 스완을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제의 모습으로 그녀를 재탄생시켜주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단다. 알겠니? 바깥쪽 얼굴과 안쪽 얼굴, 바깥쪽 얼굴이란 남들이 보는 네 얼굴이야 그리고 안쪽 얼굴이란 네 진짜 얼굴이지. 네 진짜 얼굴, 그게 겉으로 드러나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될 거야." 346p
실제 자신의 얼굴로 되돌아온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티끌하나없는 깨끗한 피부와 더 아름다워진 그런 모습으로 태어났다.
반면, 악행을 일삼던 사람들은 더이상 인간이라 부르기 힘들 정도의 구역질나는 모습으로, 그 안의 잔인한 악마의 본성이 살아있는 모습 그대로가 바로 얼굴로 되살아난 것이다.
유리 고리가 보여주는 스완의 영상을 좇아 7년의 세월 동안 스완을 찾아 먼 길을 온 시스터와 폴, 그리고 스완을 보살피던 조시와 러스티, 스완을 몰랐으나 유리 고리의 신비한 능력을 보고, 파괴 본능이 되살아난 악마의 추격까지.. 그들 세 무리는 결국 한 마을에서 만나게 되었다. 정작 가장 악행을 일삼는 매클린 부대는 지구 종말 후의 생존자들을 추스릴 생각은 커녕, 전쟁을 위해 태어난 죽음의 전사들 마냥 살생을 일삼으며 다른 사람을 죽이고, 그들의 물건을 약탈해 가며 미국을 재건할 수 있다는 거창한 목표를 세우기도 했다. 매클린 부대와 스완과의 필연적인 만남은 후에 이어진다. 모든 악을 대변하는 이와 선을 대변하는 이는 만날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으니까..
"너는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태어났어. 그리고 가르치기 위해!" 512p
어려서부터 생명의 소리를 알아듣고, 식물을 가꾸기를 좋아했던 스완, 그녀가갖고 있는 능력은 한 소녀의 작은 초능력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죽어가던 대지를 살릴 수 있는 능력, 사람들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는 그 모든 것이 소녀의 어깨에 드리워져 있었다.
변화무쌍한 악의 힘에 비해 선은 참으로 조용하게 파고드는 연약해보이는 섬세함을 지니고 있었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던 무모한 대결, 그리고 그들이 끌려간 신을 만날 수 있다는 곳까지.. 신이라는 노인 앞에 일말의 희망을 갖고 있던 나는 그의 정체가 밝혀지자 허탈해지기까지 했다. 금새 눈치채는 분들이 계실까봐 차마 스포로 공개할 수는 없었지만, 그 부분은 약간 코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인류의 종말과 대단한 성배 전설을 눈앞에 두고, 이 무슨 희극적인 이야기란 말인가 싶은..
핵 전쟁 발발 후 신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기적도 없을 테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더이상 생존하기 힘든 그런 상황만 지속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그에 맞추어 어떻게든 살아남는 신인류가 남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책 속의 종말에 대한 이야기는 좀더 달랐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욥의 가면과 스완의 신비, 그리고 악마의 정체 등 세기말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전혀 한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일들이 자꾸만 일어난다.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그 세상 속에서 사람들이 목숨을 바쳐가면서 재건하고자 하는 하나의 구심축이 생겨나고,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그들은 살아남을 자격을 충분히 갖고 있는 증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