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 2 - 미천왕, 다가오는 전쟁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1년 3월
구판절판


도대체 그가 어떻게 고구려의 왕으로 굳건히 일어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왕의 기운을 타고 났다고 해도 그가 헤쳐나가야 할 길은 너무나 멀고 험난해서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감히 상상조하 하기 힘들었다.

도망자가 되어버린 을불이 안국군과 자신의 마음의 고향이다시피한 숙신에 이르렀을때부터 2부의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의문의 전식에 대한 이야기로 궁금증을 자아내다가 그 정체가 밝혀지자 정말 그 끔찍함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었다.

고구려 상부의 명으로 궁지에 몰린 숙신의 운명은 너무나 가혹한 현실이었다. 더이상 제대로 먹고 살 수도 없었고, 풀 뿌리 등으로 연명해 살다보니 아이들이 갑자기 죽어나가기 일쑤였다. 전식.. 그 끔찍한 것에 대해 입에 담기조차 무서웠다. 어린 아들을 두고 있다보니, 글로 만나는 이야기는 더욱 끔찍하게만 느껴졌다.



군대를 기르기 위한 기반으로 철을 사들였던 을불은 숙신 국민들을 위해 철을 모두 내놓았다. 그러고도 모자라 남은 재산으로 (을불의 것이 아닌 저가의 것이었지만) 식량을 사 백성들의 배를 채워 주었다. 그는 진정한 군주의 면모를 타고 난 사람이었다. 그가 아무리 인덕이 높다고 해도, 그리고 왕이 되겠다는 마음을 진정으로 세웠다 해도, 상대는 상부, 현 고구려 왕이었다. 그의 무력과 권세 앞에 아무 힘 없는 을불이 백성들에게 마냥 베풀고 있는 모습이 영 마음에 걸려 걱정스럽기만 했다. 한치앞을 내다보기 힘든 나의 평범한 소견으로는 말이었다.



1부에서 궁금증을 자아냈던 인물들의 이야기도 이어진다.

낙랑의 최비가 아영과 그 가족의 재산을 압수하기 위해 잡아들이자 모용외가 낙랑을 쳐서 아영을 구하려 하였다. 모용외의 재사라 할 수 있는 원목중걸은 아영을 단순히 미모만 겸비한 여인이 아닌 천하의 재사 중 하나로, 어쩌면 가장 우위에 있을지 모를 여인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아영의 지나친 재기를 걱정하기에까지 이른다. 낙랑을 치기 위한 모용외와 그에 맞서는 최비의 전투는 모용외의 우세로 끝이날 듯 싶었으나 신기하게도 최비가 다시 기세를 잡는 등, 어느 한쪽에게만 치우치지 않는 그런 놀라운 전략과 전술을 과시한다. 전쟁이 과연 무술과 군사력으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재사의 지혜가 필요한 것임을 보여주는 장면들이었다. 전투 장면을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흥미진진해하면서 몰두해 읽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또한 1부의 끝에서 을불을 찾아 고구려로 향한 소청의 이야기도 나왔다. 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한참 진행된 거의 중후반부에 이르러서야 등장했는데, 을불을 낙랑 간세 다루로 알고 있던 소청은 배신자라 기억하면서도 그를 잊지 못해 다루를 찾아 나서 스스로 위험한 간세로 자청하기도 한다. 알듯 모를 듯 희미하고 막연한 인연으로 이어져있는 소청과 을불의 이야기는 3부에 이르러서야 다시금 재회로 이어질 것인가.



2부의 이야기가 워낙에 흥미진진해서, 사실상 이야기가 끝이 난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였다. 워낙 극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났으니 말이다. 그러나 아영과 모용외, 그리고 을불과 소청 그들의 관계와 최비와의 사건 등 앞으로 낙랑을 둘러싸고 일어날 수많은 이야기들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래서 3부를 읽기 전 숨을 고르는 지금은 더욱 기대감으로 높아져가고 있다.



김진명의 소설이 워낙에 재미가 있어서 기대가 많이 되었음에도 진작에 읽지를 못하고, 한참 신간으로 떠들썩했던 때를 어느 정도 놓쳐서 읽기는 하였으되 너무나 반가웠다. 페이퍼북이 워낙 손에 익어 이북이 손에 잘 안 붙을법한데, 거의 종이책과 흡사한 이 이북은 눈도 피로하지 않고 오랫동안 충전이 되어 중간에 끊김없이 몇권의 책을 읽을 수 있는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신기하게도 책장 넘기는 속도보다 이북 넘기는 속도가 더 빠른 듯 느껴졌다. 너무나 재미있으니 그 다음, 그다음으로 정신없이 넘기는 내 손길을 느꼈다고나 할까.



미천왕 을불의 이야기.

김진명의 고구려가 아니었으면 그의 업적을 교과서 몇줄 정도로만 기억하고 말았을텐데, 소금 장수에서 왕이 되기까지의 그 험준했던 과정이 너무나 잘 그려진 만큼, 21세기에 미천왕을 다시 살게 해준 김진명님께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수많은 고구려의 위대한 왕들의 이야기가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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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보관요리 - 미리 만들어 언제든 쉽게 꺼내 먹는
윤선혜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1년 9월
품절


그날 그날 바로 장보고 요리해서 다 먹어치우면 가장 좋겠지만 그러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매일 장을 보러 다니기도 힘들거니와 장을 봐와서 그때그때 재료 손질을 해서 상에 올리기까지의 과정이 무척이나 번거롭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어머님들은 그렇게 신선한 상을 차려주셨지만) 어릴적 저녁 무렵의 내 기억 속 한자락에는 아버지께서 마늘을 찧으시고, 어머니는 부엌에서 뭔가 부산히 준비를 하시는모습이 늘 한 편의 영상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그때는 마늘을 항상 먹을만큼만 신선하게 찧어 먹곤 했는데 건강에는 좋겠지만 번거로워서 매번 그렇게 하기가 쉽지가 않다. 요즘에는 많은 가정에서 믹서기 등으로 한번에 대량의 마늘을 다져서, 냉동밀폐용기나 지퍼백 등에 넣어 얼려서 그때그때 먹을 만큼 사용하는 가정이 많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삶에 익숙해지다보니 다진마늘은 당연히 냉동실에서 꺼내 쓰는것이 생활화가 되었다.

냉동고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
신선하게 오래 보관하고 싶어서 냉장고에 넣어도 사실 냉장고 속 유효기간은 그리 길지가 않다. 대부분 짧은 시간내에 상해버리기 일쑤이다.
나만 해도 고기는 웬만하면 얼리곤 했는데 사실 얼린 고기 해동하기가 귀찮아서, 햄버그 스테이크를 만들려고 샀던 갈은 돼지고기와 갈은 쇠고기가 있었는데, 간 쇠고기를 냉장보관상태로 며칠을 방치하니 결국 상해버려서 눈물을 머금고 버리고 말았다. 그나마 반은 미리 요리해먹어서 다행이다라면 자위했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아까웠다. 갈은 돼지고기는 오늘 당장 조리해서 식탁에 멋지게 올렸지만 말이다.
몇가지 품목 정도는 쉽게들 얼려서 보관하곤 하는데, 집집마다 보관하는 항목도 꽤 차이가 있고, 냉동 노하우를 잘만 이용하면 식생활이 한결더 쉽고 풍요로워질 수 있음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다. 바로 냉동보관요리가 그 책이다.

우리집에는 냉장고, 김치냉장고 외에 냉동고가 하나 더 자리하고 있다.
원래는 양가 부모님 사드리려고 하나씩 샀는데 시부모님께서 끝내 괜찮다, 놓을데 없다 사양하셔서 우리집에 두게 되었다.
아기까지 딱 세 식구 살림에 웬 가전이 이리 많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놀랍게도 그 큰 냉장고, 김치냉장고를 다 채우고도 어느새 냉동고까지 꽉꽉 차서 매번 냉장고를 들여다볼때마다 헉..뭐가 이렇게 많아 이런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밥상을 차리려면, 반찬이 없네 장을 봐야하나?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곤 하니 뭔가 시급한 대책이 필요했다.

사실 가끔 내가 하는 일이 냉동고, 냉장고 목록 정리였다. 한동안 그 일에 소홀했더니 어느 칸에 뭐가 있는지 모르는채 그대로 얼어가는 품목들이 너무 많았다. 그러니 꽉꽉 찬 냉동고 속사정도 모른채, 새로 장만 봐다 놓았지. 더이상 넣을데도, 찾기도 어려워서 어느 날 마음잡고 품목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메모를 하니 한결 알아보기 쉬워졌다. 다 떨어진 줄 알았던 명란젓도 두 팩이나 발견했고, 냉동 꽃게가 상당히 많이 있음도 알게 되었다. 국거리용 쇠고기는 너무 오래 얼려 있는게 아닌가도 싶었고 말이다. 냉동고 속사정을 알게 되니 요리할때 채소 등만 따로 사도 되어서 조금씩 줄어가는 냉장고, 냉동고를 바라보는 것이 즐거움이 되고 있다.

나같은 건망증 주부들을 위해 책에서는 냉동할 수 있는 재료, 반조리 식품, 완조리 식품 등은 물론이고 냉동하는 요령 등에 대해서도 꼼꼼히 알려주고 있다. 이 많은 것을 전부 다 냉동할 수 있단 말이야? 정말 그럼 요리가 빠르고 수월해지겠군 싶은 항목이 많아, 단 시간내에 마법처럼 몇 가지의 요리를 후다닥 만들어내는 베테랑 주부들보다도 손이 느린 나같은 초짜 주부나 퇴근 후 피곤한 주부들에게 더욱 유용한 책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식구 수가 적다보니 장을 봐도 채소, 두부 등도 남아서 시들거나 변해서 버리기가 일쑤였는데 다양한 식재료들을 반조리, 혹은 손질해서 얼려 보관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버리는 식비지출을 많이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완조리 반찬들도 국, 찌개 등을 다 못 먹어 쉽게 버리고 너무 아까워했는데 신선할때 미리 소분해서 얼려두면 인스턴트 즉석 요리보다도 빠르게 조리가 되면서 건강에 좋은 나만의 요리가 완성되어서 편리한 식생활 영위에 도움이 될 일이었다.

코스트코에서 주로 사먹던 냉동 모듬 해물과 냉동 칵테일 새우도 집에서 직접 만들 수 있고, (특히나 새우의 경우 자숙 보관하는 요령이 눈에 띄었다.) 볶음밥 재료 등으로 마트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본 채소 믹스도 얼마든지 집에서 만들어놓을 수 있는 재료였다. 냉장실에서 한없이 흐물흐물해져가는 나의 채소들을 생각해보면 버리고 아까워할일이 아니라 손질해서 빠르게 식탁에 올릴 수 있도록 방법을 강구하면 해결될 문제였다.

또 얼리기 좋은 재료와 얼려서는 안되는 식재료 구분도 명확히 해주었다.
모짜렐라 치즈의 경우에는 코스트코에서 워낙 대량으로 구입을 해서, 덩어리져서 보관도 불편하고, 먹기에도 어려웠는데 한번이나 두세번 먹을만큼씩 지퍼백 또는 비닐 등에 넣어서 프리저락에 착착 얼려두니 모짜렐라 치즈를 이용한 요리 만들기가 한결 수월해졌다. 사실 아주 잠깐 습관만 바꾸면 될일인데, 그럴 생각을 못하고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기일쑤니 그게 내 주방생활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던게 아닌가 싶다.

시댁에서 보내주신 재운 불고기도 양이 넉넉해 한번에 다 먹기가 어려워 며칠째 냉장실에 있었는데, 내일 먹을 것만 빼놓고 얼리고 (예전에도 얼려왔는데 자꾸 까먹으니 말이다.) 자주 사놓는 채소 등도 모듬 믹스를 만들어 아이 식탁에 빠르게 올릴 수 있도록 해야겠다.
스파게티 삶아서 얼리는 것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작 해볼 생각을 못해봤었다. 제법 맛있어보이는 나폴리탄 스파게티를 뚝딱 만들어내기 위해서라도 다량의 스파게티를 삶았다고 한번에 꾸역꾸역 먹기위해 힘쓸것이 아니라 먹을만큼만 먹고 남은 것은 깔끔하게 보관해 얼려야겠다

우리가 손쉽게 떠올릴 수있는 것부터 이렇게도 얼릴 수 있어? 또 얼린 것을 이렇게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구나 하는 여러가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던 책, 예전에 냉동보관요리에 대한 다른 책을 읽어본적이 있는데 그 책도 상당히 유용하긴 했지만 일본인 저자의 책이라는 점이 요리에 있어 약간 차이가 있기에 아쉬움이 드는 부분이었는데, 이번 책은 그런 아쉬움을 상쇄시켜 주어 더욱 좋았다.

^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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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에쿠니 가오리.가쿠타 미츠요.이노우에 아레노.모리 에토 지음, 임희선 옮김 / 시드페이퍼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가쿠타 미츠요, 이노우에 아레노, 모리 에토, 에쿠니 가오리
4인의 나오키상 수상작가가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포르투칼을 무대로 쓴 요리와 사랑, 치유에 관한 이야기.

에쿠니 가오리의 은근한 팬이 되어버린 나는 주저않고 이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요리와 여행 등을 즐기는 내게는 정말 더욱 잘 어울리는 주제의 소설이 아닐 수 없었다.

1960년대생이고 모두 여성이라는 공통점 외에도 나오키상 수상작가에 최고의 여성 작가들이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붙은 그녀들의 작품.

우리나라에서도 가끔 비슷한 주제로 에세이집이 엮어진 책을 읽은 적이 있었고, 일본 책의 경우 50이라는 주제로 미스터리 소설이 쓰인 책을 읽은 적도 있었다. 최고의 작가들에게 주어진 하나의 과제, 유럽 어느 여행지를 직접 여행하고 (그게 참 궁금했는데 소설을 다 읽고 찾아보니 그녀들은 직접 그곳을 여행하고 소설을 써내려간 것이 분명했다.) 요리와 사랑, 치유라는 공통 주제로 자기만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서로에게는 많은 부담이 되었을 수도 있을텐데 엮어진 소설들을 읽어보니 하나같이 과제로 해낸 숙제라 치기에는 그 하나하나가 너무나 괜찮은 소설들이었다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아이들은 따뜻한 음식이 담긴 그릇을 건네줘도 무표정하게 멍하니 쳐다보기만 하는 경우도 있지. 그게 맛있는 것이고, 먹을 것이고, 배부르게 해주는 음식이라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거야. 그런 기억이 전혀 없으니까 알 수가 없는 거지. 그러다가 점점 날이 갈수록 그런 아이들의 얼굴하고 눈에 표정이 생겨나. 가족끼리 나무 밑에 둥그렇게 모여 앉아서, 아직 어린 아이가 자기보다 더 어린 아이를 안고서 우리가 만든 음식을 먹는 거야. 56.57p 신의 정원, 가쿠타 미츠요

 

처음엔.. 그녀들이 일본인 여성들이니 당연히 주인공도 일본인 여성이 아닐까 싶었다. 읽을수록 그 생각은 철저히 부숴질 수 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출신을 벗어던지고 관광객이었던 소설가는 철저하게 유럽인들의 삶으로 침투해들어갔다. 아마도 저자의 이름이 소개되지 않았더라면 있는 그래도 유럽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다소 감성적인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이구나 정도로 받아들여졌을지 모른다.

 

유럽의 대도시의 이야기가 아닌 보수적인 시골 출신들의 이야기. 아마도 작가들은 여행 도중에 만난 사람들, 혹은 숙소의 주인들을 통해 철저히 그들을 분석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다. 신의 정원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아이노아 또한 그런 이야기를 풀어낸다. 자신도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반드시 소속된 클럽에 모여 식구들의 이야기,특히나 축하할 것이 있을 경우에 소집된 대가족이 만찬을 즐기고 그 이야기를 화제로 삼는 그들만의 방식. 아이노아는 어느 날, 그 모임에서 어머니의 말기 암 선고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한 만찬이라는 생각에 가족들에게 특히 아버지에게 정나미가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다시는 가족의 모임에 참석하지 않고, 혼자서 객지를 떠돌다 신의 재능을 타고난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의 평범한 요리솜씨를 물려받아 국경 없는 쉐프회의 일원으로 활동하게 되는데 이는 난민 캠피 등에서 한시적으로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 그런 일을 하는 곳에 소솟ㄱ되게 된다. 사실 아이노아의 이야기에는 공감이 많이 갔다. 가족 모임에 크게 반발했을 때에도, 국경 없는 셰프회에 대해 그녀가 비관적으로 생각하던 것도 모두가 충분히 공감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가 어떻게 다시 가족의 이야기로 옮겨올 수 있을까. 아주 자연스레 이야기는 흘러간다.

 

이노우에 아레노의 이유는 남편 카를로를 사랑하게 된 이유에 대한 그녀의 답변으로 시작하게 된다.

이유가 수없이 많다는 말은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말하고 똑같지 않을까 하고. 66p 이유, 이노우에 아레노

처음부터 확실히 주인공의 이야기가전개된다기보다, 하나하나 수수께끼를 풀어가듯 이야기 속에서 상황을 짐작하게 된다.

뇌출혈로 쓰러진 남편을 매일같이 간병을 가는 젊은 아내, 그녀는 남편이 좋아하던 미네스트로네를 끓여 의식도 없이 누워있는 남편에게 매일같이 들고 간다.

 

모리 에토의 블레누아는 지나치게 미신에 집착하던 어머니와 친척들에게 진저리를 치며 고향을 등지게 된 어느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양 사람들이 개방적이라 생각하는 것은 성에 대한 부분때문에 일어난 편견으로 심한 부분은 그들이 극단적으로 더욱 폐쇄적일 수도 있다는 그런 것들을 (특히 대도시가 아닌 시골에 사는 사람들의 경우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 소설을 통해 여기저기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장수하기 위해 또래 소년의 장례식에 참석해 시체의 이마에 입을 갖다대어야했던 어린 시절의 주인공은 그로 인해 어머니와 고향에 대한 깊은 반항심이 생겨나고 말았다.

청년이 어떻게 또 요리와 관련이 되어 갈까.

청년네 마을 브르타뉴 지방에서는 음식을 미각을 위해서가 아닌 살아가기 위한 것으로 생각하였다.크레이프도 달아서는 안되고, 짭짤한 토속적인 것이어야 했다. 크레이프를 만드는 기구는 여성의 신성한 영역으로 아무나 손댈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큰 어머니의 빌릭은 자신의 어머니도 손을 대지 못하는 신성한 것이었다. 청년은 완벽함을 추구하는 마을의 성향이 자기도 모르게 뿌리깊게 박혀 마을을 떠났음에도 완벽주의를 자랑하는 쉐프가 되고야 말았다. 자신과 너무나 닮은 여인을 사랑하게 되어 같이 마을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녀 또한 알고 보니 브루타뉴 지방 출신이었다.

절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던 어머니를 어느 날 갑자기 진실을 알고 깊이 이해하고 후회하게 되는 그 과정. 길고 긴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이야기였다.

 

내 생각에 같은 음식을 같이 먹는다는 것은 의미있는 행위다. 아무리 섹스하는 사이라도 별개의 인격이라는 사실을 바꾸지 못하는 두 사람이, 매일같이 똑같은 음식을 똑같이 몸속으로 집어넣는다는 행위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206p 알렌테주, 에쿠니 가오리

사실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를 생각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다른 작품들 또한 하나같이 괜찮아서, 단편집치고 참 괜찮은 책이었다란 생각이 깊이 들었다. 그리고 사실 반전처럼 느껴진것이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읽으며 당연히 주인공이 여자일거라, 아니 왜? 워낙에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단정함이 깃들여 있어서랄까? 생각했는데 갑자기 "넌 남자애가 뭘 그렇게 불안한 표정을 짓고 그래." 하고 이야기가 나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니 그럼 내가 반대로 알고 있었나? 바람피우고 활달한 마누엘이 여자였단 말인가? 읽다보니 그것도 아니다. 놀랍게도 (아니 이게 왜 놀라워?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지만, 나의 편견상 당연히 그들이 이성일거라 착각했다.) 연인인 게이 남성들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바람을 잘 피우는 성향의 마누엘때문에 미식여행으로 기분전환을 하기로 한 그들, 그들이 묵은 숙소는 허름해보이지만 디너만큼은 소박하면서도 꽤 괜찮은 그런 맛을 갖고 있었다. 주인집 딸인 엘레네가 자신네 디너에 자부심을 가질 정도로 말이다. 그들은 그 곳에서 같은 음식을 먹다 너무나 설탕 맛이 강한 당밀과자를 먹고 같이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멀고도 먼 유럽의 어느 시골 이야기.

한번도 가본적도 없는 유럽이라 멀게 느껴지는데 그러면서도 푸근했던 것은 바로 음식이야기가 녹아있어서 그랬나보다.

언젠가부터 나도 모르게 입밖에서 내놓는 화제가 상당부분 음식 이야기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로 인해 아버지께 꾸지람을 들을정도로 음식을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고, 어쩌면 내 전공과목을 이 쪽으로 정했어야 했는지 모른다 생각할 정도로 요리와 미식은 알면 알수록 참 기분좋은 그런 세계가 아닐 수 없다.

 

결혼전에는 주로 사먹거나 엄마가 해주시는요리를 먹기만 했는데 결혼후 내가 요리를 하게 되니 서툴더라도 내 솜씨를 조금씩 맛보게 되었고, 옮긴이가 말하는 "얘야, 남자의 심장은 위장 바로 옆에 있단다."라고 어디선가 들었다는 그런 이야기에도 크게 공감하게 되었다. 내가 식순이로 결혼했나? 가끔 그런 착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남편은 내가 해주는 요리, 특히나 맛있는 요리가 상에 오르면 크게 기뻐하며 같이 즐겨 준다. 내가 좋아서 결혼한게 아니라 음식이 좋아서 했어? 하는 말도 안되는 투정도 부려보지만 (결혼 전 한번도 요리를 해준적이 없어 요리를 잘할거라 기대도 안했던 신랑이었다. 친구 와이프가 낙지볶음 한다고 부엌에 들어가서 세시간만에 나오는 것을 보고, 나도 밥이나 앉힐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다고 한다.) 맛있게 기쁘게 먹어주는 신랑을 보면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음식과 함께 가족의 사랑, 혹은 연인과 부부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흘러가고, 그리고 그 안의 뭉쳤던 문제가 한올한올 풀려가는 그런 인생 이야기였다.참으로 잘 끓인 스프 같은 이야기였달까? 제목도 참 잘 붙였고말이다.

미네스트로네를 먹어본 적은 없지만, 책을 읽으며 나도 미네스트로네를 먹고, 건강한 우유 과자도 즐겨보고픈 그런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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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꾼과 선녀 비룡소 전래동화 18
오정희 지음, 장선환 그림 / 비룡소 / 2011년 9월
품절


항상 선녀와 나무꾼이라고 기억을 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나무꾼과 선녀였네요 제목을 적으려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이제 슬슬 전래동화 옛 이야기를 들려줄까 하던 차에 재미난 고전 중 하나인 나무꾼과 선녀를 읽게 되었지요. 나무꾼과 선녀는 우리나라만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면 중국, 일본 , 유럽 등 많은 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옛 이야기라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만도 결말이 상당히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내용도 나무꾼이 선녀와 함께 하늘로 올라가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이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의 결말은 좀 달랐어요. 플레이쉐입스 교구로 수탉을 만들어 표현해봤는데, 바로 그 수탉이 힌트랍니다

저는 처음 듣는 결말이었는데 가장 많이 알려진 결말이라고 하네요. 아, 새삼 우물안개구리였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면 선녀와 나무꾼이 너무 유명해서, 더이상 새로운 선녀와 나무꾼 결말까지 듣지 않으려 했던 제 보수적 생각탓일 수도 있겠구요.

결말도 참신했지만, 그림이 무척 독특해 신선했어요. 수묵화도 아니고, 흑백의 느낌이 잘 살아있는 이 그림이 무슨 그림일까? 했는데 목탄화라고 합니다.

그림 작가 선생님인 장선환님이 나뭇잎의 색, 달의 이동, 주변 동물의 변화 등으로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표현했고, 인물의 감정 역시 배경에 담기도록 고심하여 그린 작품이라네요. 3과 4의 의미도 살짝 동물들을 통해 표현해놨다고 했는데, 뒷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아하 이런 장치가 있었구나 뒤늦게 깨닫게 되었지요.그림책의 묘미란 이런것 같아요. 단순히 배경, 그림만으로 끝나던 시기가 아닌 글의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고, 더욱 와닿게 받쳐주기 위한 멋진 설정이 되는 것이지요. 특히나 글에 익숙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그림이라는 도구가 더욱 소중한 소통의 수단이 될 수 있으니 그림의 위치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겠네요.



표지의 더벅머리 총각 나무꾼의 모습과 아리따운 선녀들의 목욕장면에서 좀 놀라기도 했어요.

항상 아이들 그림책으로 만난 선녀와 나무꾼은 어른이라는 느낌보다 만화같기도 하고, 인형같기도 한, 살아있는 느낌은 좀 가라앉은 철저한 평면의 느낌이었는데, 나무꾼의 수염부터 시작해서, 선녀들의 목 부분만 잠긴 목욕씬이 아닌 다소곳한 목욕 장면은 리얼리티가 살아있다고 해야할까요? 아기는 보면서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았겠지만 어려서부터 보수적인 그림책만 봐왔던 엄마에게는 일종의 파격으로 느껴졌답니다.



구전설화인 전래동화라 읽기도 편하게 구어체랍니다.

나무꾼 아들이 나무를 해다 팔아 근근이 먹고 살았지. 이렇게 말입니다.

나이 많은 어머니와 늙은 총각이었던 나무꾼의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네요.



나무꾼이 어느 날 사냥꾼에게 쫓기던 노루를 숨겨주게 되었어요.

그러자 노루는 나무꾼에게 작은 보답을 하나 하고 싶다고 묻지요. 나무꾼은 "예쁜 색시가 있으면 좋겠지만 나같은 나무꾼한테 누가 시집을 오겠니?" 라며 작게 고백합니다. 놀랍게도 노루는 하늘나라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곳을 일러주고 날개옷을 하나 숨기라고 알려주지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도 늘 궁금하던건데 어쩜 노루가 이렇게 현명할 수가 있을까요.



첨벙첨벙, 스윽스윽, 어푸어푸, 까르르까르르.

선녀들은 재미난 물놀이에 시간가는줄 몰랐어.


막내 선녀의 날개옷을 숨겨 막내선녀를 집으로 데려온 나무꾼은 아이 셋을 낳고 행복하게 지내게 됩니다.

선녀는 고운 손이 거칠어지고 흰 얼굴이 검게 그을린 산골 아낙네가 되어 갔어.

마치 요즘 도시 처자들이 시골에 가서, 얼굴이 그을렸다고 말하는 것처럼 하늘나라 사람인 선녀가 땅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묘사해놨네요

그러고보니 저 어릴적 읽은 동화에서는 아이 셋을 낳을때까지 날개옷을 보이지 말라 하였는데, 이 책에서는 넷이라고 합니다.

아이 셋을 안고 올라가는 방법이 있던 게지요. 둘은 손을 잡고, 하나는 업고 올라가는 것이었어요. 나무꾼은 참으로 주책맞게도 자신의 날개옷 숨긴 것을 자랑하고 맙니다.



책을 읽으며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을 떠올리고 말았어요.

어릴 적 나무꾼은 하늘나라로 올라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결말이었는데 그러면 외로운 그의 늙은 어머니는 어떻게 지내게 되는 걸까요. 보여주는 데까지만 읽다보니 그 부분을 미처 생각지 못했는데, 책에는 허리가 구부정한 나무꾼의 어머니가 홀로 남아 아들과 며느리, 손주들 생각에 눈물로 나날을 보내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박고지죽을 좋아하던 아들을 떠올리며

"이 박을 타서 누굴 먹일꼬. 아들아. 아들아. 이 어미를 영영 잊었느냐."하는 대목으로 말이지요. 허리가 구부정한채 땔감을 주워 들어가는 어머니의 뒷모습이 참 가슴아파 보였어요.



그래서였을까요. 이 책의 결말은 그 후의 이야기까지 이어진답니다.

황당할 수 있는 전래동화지만, 그래도 보다 더 사실적으로 이야기 전개가 흘러간 것 같았어요. 그냥 무조건 해피엔딩이었다 하는 이야기보다 말이지요. 색감이 화려하지 않은 목탄화 기법이라 우리네 옛 이야기와 참으로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그림체도 그랬구요. 억지로 꾸며낸 화려한 그림이 아닌 소박한 멋이 살아있는 인물묘사랄까요.

그림책을 볼때 그림까지도 꼼꼼히 마음에 드는 그림을 좋아하는 저로써는 무척이나 마음에 드는 책이 아닐 수 없었답니다.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

네살 아들에게 읽어주니 좀 길게 느껴지는 듯 했지만 그래도 노루를 숨겨주는 대목이나, 선녀가 하늘나라로 올라가는 대목들을 유심히 보고 물어보고 하더라구요. 지금은 다를 이해하지는 못해도 좀더 크면 더 재미나게 이해할 수 있겠지요? 나무꾼과 선녀, 엄마도 오랜만에 재미나게 본 그런 전래동화 그림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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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피토, 뭐하니? - 2012 책둥이 추천도서, 2011 (사)한국유치원총연합회 우수선정도서 책 읽는 우리 집 1
엘리사 아마도 지음, 노경실 옮김, 마누엘 몬로이 그림 / 북스토리아이 / 2011년 10월
절판


아직 네 살 밖에 안된 우리 아들, 다행히 책읽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어릴 적부터 책을 읽어주려 노력해오긴 했지만 늘 책을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한 때는 읽어준다고 해도 도리도리 하던 아이였는데 그러던 아이가 최근 들어 부쩍 책을 좋아해서 특히나 자기가 좋아하는 책 위주로 몇권씩 들고와 읽어달라고 할때 웬만하면 읽어주려 하는데, 집안일을 하거나 이런 저런 일이 생길적에 못 읽어줄때는 아이의 독서열을 꺼뜨리는 것 같아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책을 읽어준다고 하면 여전히 반색을 하기에 늘 고맙다.

체피토 뭐하니? 책을 펼쳐들고 열심히 보고 있는 귀여운 아이의 모습이 표지에 자리하고 있다.
체피토는 이제 초등학교에 막 입학해야하는 아이. 그런데 학교에 가기 싫은 마음이 한가득이다. 아마 한참 뛰어놀고 싶은 그런 때여서, 학교의 틀에 얽매이는게 싫었나보다.

그런 체피토가 밖에 나갔다가 다양한 책을 읽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신문을 읽는 아저씨, 만화책 보는 여자아이, 관광안내서를 읽는 아가씨, 자동차 설계도를 보는 정비사 아저씨, 잡지를 찾아보는 이모, 돌기둥에 새겨진 옛날 글자를 읽는 고고학자, 아이들에게 읽을 책을 고르고 계신 선생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돌아온 체피토는 갑자기 가방에서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정말 열심히.

책을 좋아하는 것은 아마도 운동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만큼이나 주관적일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필요한 지식을 얻을 수 있고 지혜로워질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기호로 끝나길 바라지 않고 어느 아이나 책을 즐겨 읽고 바르게 자라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부모의 뜻대로 아이가 자라주기만 하지는 않는다. 특히나 부모가 강요하는 책읽기라면 더더욱 아이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할 수도 있다. 재미있는 책읽기가 아닌, 읽어야하는 책읽기는 학교 공부와 다를 바가 없을테니 말이다.

동화책에서 체피토는 스스로 그 답을 알게 되었다. 책읽기의 진정한 재미를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질문하고 답한 것으로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글자도 아직 모르는 체피토가 책을 읽겠다며 진지하게 빠져드는 모습이 참으로 귀여웠다.
나도 지금은 책을 무척이나 즐겨 읽지만, 꽤 오랫동안 책을 읽지 않고 지낸 적이 있었다. 그때는 한달에 한권이 다 무엇일까? 직장 생활을 할 적에는 필요에 의한 책이 아니고서는 거의 펼쳐볼 생각을 하지 않기도 했다. 어렸을 때는 책을 제법 좋아했는데 하는 생각으로 오랜만에 책을 펼쳐들려니 인터넷 등의 짧은 글에 익숙해진 터라 다소 긴 호흡처럼 느껴지는 책 읽기의 첫 시작의 운을 떼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 순간만 넘어가면 아주 쭉쭉 읽어나가게 되는 책이었는데 말이다.

나의 독서는 아이 돌이 지나고 나서 다시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렸을 때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책 사랑에 빠져들었다.
지금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 것은 엄마가 책 보는 모습을 보고 따라 좋아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기가 읽기에도 한참 재미나게 느껴지는 때라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엄마가 책을 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바람직할거라 느껴지기는 한다. 조금 그 양을 줄이기만 한다면 아이가 더더욱 좋아하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책읽는 우리집 시리즈의 1탄으로 시작된 책이었는데 독후활동을 즐길 수 있는 워크북이 같이 들어 있어서 어떤 독후활동을 할까 고민스러운 엄마들에게 더욱 인기만점이 될 책이었다. 아기엄마가 된 후 독후활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인터넷에서 종종 접했는데 엄마 어릴적에는 독후감만 써봤기 때문에 독후활동이라는것이 참 생소하게 느껴졌었다. 미술활동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책 읽은 후의 감상을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기록, 표현하는 것들이었다. 엄마들이 이런 저런 묘안을 짜내기도 하고, 여러 북까페들을 통해 방법을 공유하기도 하는 것 같았는데 이렇게 워크북이나 워크시트가 제공되는 경우에는 그 고민이 한시름 덜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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