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살려! - 우리문화 이야기 - 마을과 집안을 지키는 신 노란돼지 창작그림책 12
무돌 글.그림 / 노란돼지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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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하면 엄마 어릴적에 봤던 머리에 뿔 나고, 험상궂게 생긴 아저씨 모습에 산적같은 호피가죽 옷을 걸치고, 도깨비 방망이 하나쯤 갖고 있는 그런 도깨비만 떠올렸어요. 책 속 도깨비는 누구지? 하고 표지를 보니 엄마가 기억한 그런 도깨비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질 않더라구요.

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어느 옛 마을의 지도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어느 집안의 구석구석까지 잘 보여주는 그런 지도인데, 주인공 도깨비의 행로가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는 지도였네요.

도깨비가 되기까지, 어느 버려진 낡은 사기 그릇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버려진지 100년이 지나자 눈이 생기고 털과 입과 귀가 생기고 계속해서 몸이 만들어지더니 그만 도깨비가 완성이 되었답니다. 아, 이런 모습의 도깨비는 정말 처음이었어요. 그렇게 무섭지는 않네요.
오래 된 물건이 이렇게 바뀐단 이야기를 그러고보니 어렴풋이 들어본 것도 같아요.

노란돼지의 우리문화 이야기에서는 전통문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유아서부터 초등생에 이르기까지 눈 높이에 맞춰 재미나게 읽을 수 있도록 그림으로 손쉽게 이애하게 그리고 써낸 그런 시리즈가 다뤄지고 있어요. 큰일났어요 산신령 할아버지도 화려하고 큼직한 그림이 무척 눈에 잘 들어오는 책이었는데 이번 도깨비 살려는 엄마도 몰랐던 다양한 민속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배울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답니다.

도깨비가 구수한 메밀묵 냄새에 이끌려 마을에 들어가려다가 당산나무 할머니의 부름을 받습니다. 할머니가 만류하는데도 불구하고 심술쟁이 도깨비는 얼른 마을로 내려갔지요. 국사 책에서나 배웠던 새 모양의 솟대도 나오네요. 마을을 지켜주는 장승과 더불어 경계, 수호의 의미로 세워졌다는데 사람들에게 안 좋은 도깨비가 내려오니 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귀기 시작합니다. 솟대도 사진, 모형으로만 보다가 이렇게 그림책에서 살아서 행동하는 솟대의 모습을 보니 아이들에게도 더욱 와닿을 것 같았어요.

장승과 씨름을 하여 지고 만 도깨비가 풀이 죽어 낮에는 사기그릇으로 돌아가있는데 그만 지나가던 귀여운 여자아이가 몰래 집어들고 집에 가져가고 말았어요. 할머니가 안된다고 말을 했는데도 말이지요.
"안돼. 사람 손을 떠난 낡은 물건은 도깨비가 된단다."
깜짝 놀랐던 여자 아이는 다시 "할머니께서 날 겁주려고 거짓말하시는 걸 거야."하면서 몰래 숨겨들어온 사기그릇을 소꿉놀이하기 위해 부엌에 숨겨놓았지요.

그리고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였던 각종 신들이 익숙한 인간의 모습으로 재탄생하여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집안을 지키는 신이 이렇게 많은지 처음 알았네요.
아이가 태어났을때 흔히 이야기하는 삼신 할머니도 나오구요. 터줏대감은 일반 대화에도 흔히 회자될만큼 잘 알려져있었는데 집의 건물을 지키는 신이 성주신이라면 터줏대감은 집의 터, 땅을 지키는 신이라고 해요. 하나하나의 세심한 차이까지 맨 뒤에 다시 설명을 해주어서, 그림과 그림책 내용으로 손쉽게 아이들과 만난 다음, 뒤의 자세한 설명을 찾아 읽으며 다시 배울 수 있고 짚어갈 수 있어 기억 저장고에 쉽게 저장할 수 있는 그런 구성이었답니다.

엄마도 어릴적 우리 전통문화에 익숙했던 세대가 아니라 그런지 어렴풋이 들어본 신들이 그 외에도 조왕신 정도만 있었고, 측신, 업신, 철융, 우마신, 수문신 등은 처음 들었답니다. 사실 측신은 얼마전 읽었던 똥떡이라는 책에서 뒷간귀신으로 만났던 그 까만 얼굴의 무서운 할머니 귀신이었는데 그림책에서는 좀 신경질적이긴 하지만 어여쁜 젊은 색시의 모습으로 재탄생하였네요. 변소 각시라고도 불리는 측신은 조왕신 (불의 신으로 부엌을 맡고 있는 신)과 원수 사이라 부엌과 측간 (변소)는 멀리 짓고 측간의 돌멩이 하나도 부엌으로 가져가지 않는 습관이 생겼다고 하네요. 요즘 다시 생각해보면 위생관념을 중요시하기 위해 자연스레 만들어진 그런 문화가 아닐까 싶었어요.

하여간 운좋게 집안에 들어온 도깨비는 여기저기서 무섭게 등장하는 어른 신들 앞에서 그만 혼비백산하고 맙니다.
몇번이나 혼쭐을 나고도 도깨비 자존심이 상했다면서 복수를 결심했다가 더 무서운 신들을 만나 결국 꼼짝없이 당하고 말거든요.
그렇게 만나게 되는 신들이 하나도 무섭지 않고, 사람의 모습이라 친근하기만 하네요. 우리 사람들을 지켜주는 그런 신들이라 그런가봅니다.
사람들을 아프게 하고 각종 심술을 부리는 도깨비와 잡신 등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주는 믿음직한 수호신들을 보니 무척이나 든든했네요.
우리 조상들의 지킴이 신앙에는 어려움을 이겨 내고자 하는 삶의 지혜와 항상 바른 몸가짐을 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습니다.
무서울줄 알았던 이야기를 도깨비 살려를 통해 재미나게 만나고나니 우리 조상들의 민속 신앙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었어요.
초등학교 1~2학년이 읽기에 딱 적기라는 책이었지만, 비슷한 분류 중에 <내사과 누가 먹었지.> (글밥이 아이에게 무척 많았던 세살때부터 읽어줬는데도 너무나 좋아하며 즐기는 책이 되었답니다.) <이럴땐 고마워요 하는거야>. <밤에도 놀면 안돼>. <큰일났어요 산신령 할아버지>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었어요. 그래도 4살인 우리 아이가 모두 잘 보는 책이었거든요. 이번 책도 도깨비와 신들이 전혀 무섭지 않게 등장해 우리 아이도 눈을 말똥거리며 재미나게 본 그런 책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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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선물 세트 (특별판)
버나뎃 로제티 슈스탁 외 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11년 11월
품절


제게는 절친한 친구들이 몇 있습니다. 그 중 두 친구가 저보다 4개월, 6개월 먼저 아기를 갖고 출산하게 되었지요.



친구 딸 백일선물즈음에 책 선물을 해주었어요. 저도 출산 전이라 아무것도 몰랐지만 검색하다보니 사랑하사랑해사랑해가 베스트셀러더라구요.



그래서 그 책을 포함한 여러권의 책을 묶어 선물로 보냈습니다.



세 아이가 모두 네살이 되었네요. 우리 아이만 아들이지만, 두 친구의 공주님들을 볼때마다 무척이나 잘 어울리고 서로 반가워합니다.



특히나 한 친구는 서울에 살아서 자주 못 보는데, 이번에 절 보러 내려왔어요. 아이까지 데리구요.



아이들이 보고 좋아하면서도 투닥대고, 그리고 또 금방 좋아서 서로 꼭 안아주고 화해하고 금새 싱글벙글.. 다음날 친구 이름을 부르며, 보고 싶다고 하는 아들을 보며, 그새 정이 든게 참 신기하다 느껴졌어요. 엄마들끼리 베프인걸 아들도 알고 있는 걸까요?



아직 셋다 둘째는 없었는데, 서울에서 절 보러 내려온 친구가 글쎄 둘째를 가졌다고 하네요.



어찌나 반갑던지요. 제 생일도 오늘이지만, 실은 친구 생일이 올 초였어요.



예전 대학생때는 서로 생일도 잘 챙겨주고 아니, 직장 다닐때까지만해도 그랬는데 결혼 후 생일도 서로 못 챙기고 문자만 보내고 그랬는데..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어 친구에게 책선물을 하려했어요. 제가 요즘 책을 워낙 좋아해 선물할 일이 있어도 책으로 하고 그런 식이거든요.



제가 읽은 책 중에 소설과 육아서, 요리 책 등을 꼽아봤었는데..



임신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고 그 책들을 모조리 꺼내고.. 모두 물갈이 했어요.



그 중 가장 선물하고 싶었던 책이 바로 한정판 사랑해 세트랍니다.


사랑해사랑해사랑해 한권은 친구도 갖고 있대요. 아마 국민 베스트셀러라 어느 집에나 있지 싶어요.



그러나 그 이후 시리즈가 나온것은 미처 모르고 있더라구요. 집에 없다고 하대요. 그래서 선물하기로 결심했답니다. 딱 한정판인데다가..포토북까지 스페셜로 들어있어서 아이의 탄생과정부터 돌, 그리고 그 이후의 소소한 삶까지 작은 앨범처럼 사연별로 간직할 수 있어서 무척이나 특별해보였거든요.



우리 아이 어릴적에도 이런게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었는데..지나간 추억을 회상하기 보다..앞으로 나올 아기를 위해 선물하는 마음이 더 컸답니다.



전 그만큼 친구를 사랑하거든요. 이녀석 지금쯤 자고 있을텐데 말이지요.


포토북은요..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시리즈의 책들 그림을 인용해 그 옆에 우리 아이 사진도 붙일 수 있게 되어 있어 더욱 소장가치가높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사랑해사랑해 사랑해와 넌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단다는 갖고 있지만, 2탄인 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는 없었어요.



이 모든 시리즈를 갖고 새로 태어날 아이에게 축복을 준다면 더욱 행복한 일이 되지 않을까 싶었네요.



사실 저처럼 임신 축하선물도 좋지만, 출산 선물이나 돌선물로도 안성맞춤일것같아요. ^ㅡ^





아직 옹알이나 할까 싶었던 어린 아들을 안고서 조용조용 읽어주었던 그 소중했던 동화책.


책을 읽다보면 정말 그 사랑하는 마음을 어쩜 이리 잘 묘사했을까 싶어 가슴이 뭉클하기까지했던 사랑해사랑해 사랑해..



왜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는 사랑해사랑해사랑해 시리즈를 한권이라도 접해본 엄마들이라면 아마 잘 알거라 믿어요.





그림을 보면서도 마치 내 어린 아기를 보듯 감회가 새롭기도 하구요. 너무나 사랑하는 사랑해사랑해사랑해..



친구에게 행복한 임신축하 선물을 보낼 수 있어 더욱 뿌듯한 세트였답니다.



더불어 몇권의 책도 가득 넣어 같이 보냈지요. 오늘쯤 받았을거예요

설화와 비밀의 부채처럼 제 평생지기가 되어줄 소중한 내 보물..



우리는 전지현네처럼 오해하지말고 이 우정 영원히 간직하자 말하고 싶어 육아서와 그림책 사이에 끼워보낸 소설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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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 측 증인
고이즈미 기미코 지음, 권영주 옮김 / 검은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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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완벽하게 속아넘어갔다!

이럴수가..

책 표지의 여인은 힘없이 가련하게 쓰러져있지만 작가의 의도하에 철저히 속은 나도 이렇게 쓰러진 기분이었다. 사실 그 기분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우와. 하는 놀라움과 함께 억지스러운 설정이 아닌데 오히려 더욱 놀라고 감탄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책이 왜 서점가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지도 잘 알겠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 누구와도 공유하고 싶지 않은 전설의 걸작이라는 미치오 슈스케의 말, 이왕 공유할 거 젊은 이들이 보다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까지도 와닿았다. 사실 너무 괜찮은 맛집 등이 있으면 (내가 먹거리를 좋아해 비유를 해도 꼭 이렇게 한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게 싫어서라도 나 혼자만 알고 싶은 그런 비장의 숨겨진 맛집들이 한 두군데는 꼭 있지 않은가? 그러면서도 그 집이 유명해지면 아쉬운 마음이 들다가도 또 박수를 쳐 응원해주는 그런 마음도 든다. 아마 미치오 슈스케 작가도 그랬을 것이다. 그나저나 전설의 걸작이라는 말이 붙은 책은 도대체 어떤 스토리란 말인가.

 

한낱 클럽의 스트립 댄서였던 여자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신데렐라가 되어버렸다.

재벌가문의 외동아들과 만난지 얼마 안되어 전격 결혼을 하게 된 것이었다. 물론 남자쪽 집안의 반대가 극심했으나 둘은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고, 남편이 재벌가 내에서는 소문난 바람둥이거나 건달이거나간에 스트립 댄서일지언정 마음만은 순수했던 그녀는 그런 남편을 진심으로 믿고 사랑했다. 둘은 너무나 행복해 아무도 그 사이에 끼여들 틈이 없어보였다.

그리고 새 신부에게 아기가 생겼다는 기쁜 소식이 들리고, 그 소식을 전하고 아버지의 마음을 풀러 남편이 건너갔다.

 

목사는 우리에게 형식에 따라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때까지'라는 표현으로 영원을 맹세케 했는데 이 '죽음'이란 대체 누구의 죽음을 의미하는가? 18p

우리를 갈라놓은 것은 우리 둘 이외의 사람을 덮친 죽음이었다. 19p

 

너무나 명확히 사건의 흐름을 읽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변호측 증인이라는 제목을 가진, 증인 파트, 11장을 읽고 나서 반전도 이런 대 반전이 있을 수가 없었다. 너무 놀라 처음부터 다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너무나 놀라운건 내가 오해를 하고 읽었던 때와 오해를 하지 않고 읽었을때의 느낌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었다. 누가 나에게 그렇게 말해주지도 않았는데 나는 너무나 분명히 오해를 하고 있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만들수가 있지? 비슷한 느낌의 다른 책을 읽었지만 그때와 더욱 다른 신선함을 느꼈다.

책을 다덮고 눈을 똥그랗게 뜨고, 다시 숨을 고르고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하는 그런 느낌이 기분나쁘지 않고 오히려 유쾌한 그런 기분 말이다.

 

이 책을 누군가 읽게 된다면 반드시 처음부터 읽으라고, 끝이궁금하다고 절대 뒷장부터 읽으면안된다고 정중히 제안해주고 싶다.

그래야 진정한 그 트릭의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게 추리소설의 참맛이로구나. 속아 넘어 가고서도 이렇게 유쾌할 수 있다는게 새삼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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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니아의 작은 집]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타니아의 작은 집 - 작은 집도 넓게 쓰는 독일식 정리.수납 생활
가도쿠라 타니아 지음, 조우리 옮김 / 홍시 / 2011년 9월
절판


독일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 요리전문학교 르 코르동 블루에서 요리를 공부한 후 현재 일본의 요리, 라이프 스타일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타니아의 책이다. 국내의 정리, 수납 책들이 노하우를 담아서인지 대부분 크고 두꺼웠던 것에 반해 이 책은 크기도 작고, 두께도 얇은 편이어서 처음에는 좀 놀랐다. 하지만 적은 페이지라도 사진과 알찬 정보가 충실한 편이어서 제법 도움이 되었다.

이사를 스무 번도 넘게 다닌 그녀였지만 집에서 지내는 시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독일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집에 대한 애착과 감각은 어려서부터 몸에 배인 그녀였다. 스스로 터득한 인테리어 방법과 어머니께 배운 집 꾸미기 아이디어, 그리고 독일인들의 생활방식을 담은 책이 이 책이라 한다. 주택 가격이 우리나라보다도 월등히 비싸서 대부분 좁은 평수의 주택에서 거주하는 일본 사람들 (특히 도쿄는 더욱 심하다)에게는 작은 공간을 보다 넓고 효율적으로 쓰는 이런 책이 무척 와닿을것이다. 그리고 우리네에게도 역시 공간을 넓게 쓰는 것은 필요한 인테리어법이다.

그녀의 소박한 라이프 스타일은 나의 상상을 초월했다.

사실 어느 집이건 거의 갖고 있지 않고 비워두어야 넓게 쓰고 청소하기도 쉬운게 사실이다. 아이를 키우다보니 장난감을 비롯한 아이 살림이 많이 늘고, 엄마 아빠도 버리기 싫어하고 무엇이든 쌓아두는 성격이다보니 자꾸만 집이 비좁아지고 청소도 더욱 번거롭고 어려워졌다. 집에는 꼭 필요한 물건만 둔다는 그녀는 공짜로 주는 소모품도 당장 필요하지않으면 거절하고, 수건 또한 사진에 보이는게 전부라는데 더더욱 믿기지 않았다. 우리집 같으면 아마 세탁기 한번 돌릴 분량이 저 정도의 수건이 나오고도 남음인데..그만큼 자주 빨고 말려서 쓴다는, 부지런하다는 반증인가 싶어 뭐든 넉넉히 쌓아두고 사는 나와 사뭇 대조를 이루는 그녀를 발견하였다. 우선 수건 양이 적으면 그만큼 공간을 적게 차지할테니 그 점만은 부러웠지만 수건은 많을 수록 좋다고 느끼는 나로서는 정말 충격을 먹은 첫 부분이었다.


수납장소를 정확히 지정하는 것으로 연락없이 방문하는 손님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깨끗한 집을 보여줄수 있다고 한다.(독일인 문화) 누가 온다고 해도 청소하는데 한참 걸리고 해놓아도 빛을 발하지 않는 덜렁이 주부로서는 뭐든 깔끔하게 딱 떨어지게 정돈하는 저자의 방식이 놀랍기만 했다.

역시 부지런해야한다. 수퍼도 우리집 식품 창고인양 미리 사두지않고 필요할때마다 사러 간다는 그녀. 매일 장보기 귀찮아서 마트에서 한꺼번에 쓸어오는 장보기를 하는 나로서는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현실이었다. 아침 일과 또한 청소로 시작하는 저자였다. 환기하고 침대보를 정리한 후 방 정돈에 들어간다는데(30분 소요) 청소기는 일주일에 한번만 돌리지만 화장실 청소(2~3분 소요)는 매일 한다고 한다. 청소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인양 해도해도 청소할 것이 나오는 우리집을 생각하면서 나도 약간만 더 부지런을 떨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워낙 좁은 주방이라지만, 주방 활용도 작은 책이라 믿기지 않을 정도로 유용하게 잘 나와 있었다. 전자렌지를 두지는 못했지만, 병원이나 식당 등에서 흔히 쓰는 이동 트레이를 이용해서 물건을 수납해 적절히 잘 활용하였다.

언제나 깨끗해야하는 주방 청소법을 그때그때 닦아내고, 설거지 후에도 최종 정리하는 법까지 귀찮을 수 있겠지만 한번씩만 꼭 따라해보라고 반짝 반짝 주방이 새것처럼 빛나 기분이 좋아진다고 이야길 한다.



커튼 뒤에 수납공간을 만든 것도 정말 주목할만한 아이디어였고, 요리 전문가답게 작은 책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 스파게티 레시피와 아인토프, 샐러드 등 독일식 요리에 대한 레시피도 충실히 실어주었다.



작아도 핵심만 쏙쏙 담겨있어 유용하다 싶었는데 안 그래도 최근에 구스다운 침구류를 살까 하고 알아보던 중에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가격이 천차만별인 구스다운이 무척 궁금했다.) 이 책을 읽고 많은 도움을 얻었다. 독일은 워낙 추워서 딸을 시집보낼때 혼수품으로 우모 이불이 필수였다고 한다. 그래서 딸이 태어나면 집에서 거위를 키워 크리스마스가 되면 고기를 먹고 남는 털은 모아모아 나중에 이불을 만들때 보탰다고 한다. 지금은 집에서 직접 만드는 풍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우모이불을 필수로 여기는것은 변함이 없다고 한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정보는 깃털(feather)이 15%이상 섞여있다면 가격이 저렴해도 구매하지 말라는 충고였다. 좋은 품질의 우모이불은 작고 푹신푹신한 솜텅(down)의 비율이 높은 것이란다. 그리고 입체 퀼트로 나뉘어져있을 것을 명심하란다. 우모이불 관리법까지 나와있어서 정말 내가 얇은 책을 읽은게 맞나 싶을 정도로 궁금했던 정보를 얻어 행복한 독서가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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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 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
제니퍼 바게트.할리 C. 코빗.아만다 프레스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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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28이라는 숫자는 20대 초반에는 결혼 적령기로 받아들여졌지만, 막상 내가 그 나이가 되자 갑자기 결혼이라는 현실이 막막해졌고, 언제 다가올지 몰라 애태우는 그런 미래의 순간이 되고 말았다. 직장생활은 하고 있으나 결혼을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새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는 그런 나이였다. 내 친구의 경우에는 그 나이에 아니 29세던가? 아뭏든 과감히 회사에서 보내주는 대로 미국 지사 발령에 동참해 2년이었는지 3년이었는지 하는 기간동안 나름 고속 승진을 하고 잘나가는 커리어우먼이 되어 돌아왔다. 결혼을 하지 않고는, 혹은 결혼할 상대가 정해지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새로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나와 달리 말이다.

 

여기 스물 여덟, 세 청춘의 이야기가 있다. 당시 나와 똑같은 고민을 하던 세 명의 여성 이야기이나 그들이 미국 그것도 뉴욕에 살고 있는 여성들이라는게 차이라면 차이일뿐. 남자친구가 있는 이도 있었고 없는 이도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이렇게 또 떠나보겠냐는 일념으로 셋은 의기투합해서 일년여간 세계 일주를 하기로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라는 제목이 그래서 붙었나보다.

사실 제목만 읽고서는 좀 비극적인 인생 이야기를 떠올렸는데 표지와 내용이 여행기여서 놀라기도 했다. 

 

 한 사람이 아닌 세 사람이 돌아가면서 여행기를 쓰고 있어서 읽다보면, 누구의 이야기인지 다시 밑을 확인해 이름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하기도 했다. 여자 셋이 모여 그런지 정말 할말이 많아 여행기가 글로 빼곡히 가득차 버렸다. 첫 부분은 여행기라기보다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일어나는 갈등 같은 구조까지 담아내고 있어서 여행기에 들어가기까지 좀 숨을 골라야 할 정도기도 했다. 그리고 인상깊었던 부분은 돌아가면서 여행기를 쓰다보니, 앞서 말하기는 정말 최선의 최고의 숙소였다고 대만족했던 호스텔이 뒤에 다른 친구가 말하기로는 최악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서로의 입장차가 분명히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돌아가면서 글을 쓰다보니 헷갈리는 부분도 많았지만, 생각의 차이가 있으면 그 부분에 대해서 서로의 입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해, 아만다와 젠, 할리의 각각의 입장을 조금씩 이해할 수 있게 되어 그 점은 신선하다 느껴졌다. 

 

나의 첫 해외여행은 친구와 셋이 함께 떠난 2박3일의 짧은 홍콩 자유여행이었다.

기간도 지역도 이들에 비해 무척이나 짧았지만 나이는 비슷한 또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첫 해외여행에 많이 들뜨고 설렜던 나는 거의 한달을 준비해 가고 싶은 곳들, 가야만 할 곳들(?), 그리고 부족한 외국어 실력을 보완해줄 보다 완벽한 정보를 찾아 자료를 수집하고 또 수집했다. 친구들과 성격이 달랐던 탓인지 여행 준비는 거의 나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졌고, 여행지에 가보니 그 많은 곳들을 다 가볼수는 없었지만 참고하기에 충분히 도움은 되었다. 다만, 그 짧은 기간에도, 또 죽이 잘 맞는 친한 친구들이었음에도 여행지에서는 서로 취향의 차이로 갈등을 빚을 수 밖에 없었다. 명품 가방을 사고 싶었던 친구들, 그러나 명품엔 전혀 관심이 없어 그 시간에 다른 관광이나 특이한 소품 등을 사보고 싶었던 나, 욕심만 앞서 빽빽히 여행하다가도 또 쉬고 싶은 친구들 마음에는 그런 일정이 고되었을 테고, 어느 누구 하나라도 인상이 굳어질 무렵에는 다 같이 웃으며 간식이나 먹고 갈까? 하면서 망고 주스를 찾아 허유산으로 가고 시원한 주스 한잔에 (다들 맛있는 음식앞에선 금새 기분이 풀어졌다.) 기분이 누그러져서 다시 호호 웃으며 여행을 마칠 수 있었다.

 

가장 궁금했던 점이 세 친구가 (아만다와 젠은 워낙 기존에 알고 있던 친한 친구였고 할리는 아만다의 어시스트였나? 직장 동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행을 더욱 좋아하는 할리였기에 과감히 떠나는 여행 앞에서 가장 박수를 보내고 적극적으로 동참해준 친구기도 했다.) 그 긴 시간 동안 험난하다면 험난할 일정 속에서 충돌 없이 보낼 수 있느냐는 점이었다. 나 뿐 아니라 세계 많은 곳의 여행지에서 그들의 여행행로를 들은 타인들이 "세 친구가 거의 싸우지 않고 보낸 일년"을 거의 불가사의하게 여겼다 하였다. 사실 갈등이 없을 수는 없었다.

 

워낙 일욕심이 많아서 이번 여행조차도 여행작가를 꿈꾸는 자신의 발판으로 삼고 싶었던 아만다,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런 기회를 노트북 등의 문명의 이기에 보내는 시간에 맡기는게 너무나 무모하다 믿었던 젠, 혼자 하는 여행이 아니었으니 여행을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이런 가치관의 차이가 오는 것은 정말 당연할 수 밖에 없었다.

또 어디서 묵건 크게 신경을 안 쓰고 잘 자는 아만다와 젠과 달리, 어느 오지라도 적응 잘하는 줄 알았던 할리는 오히려 잠을 자는데 있어서는 다인실의 공용 게스트하우스보다 3인실을 원하거나 독실을 원하는 등, 철저한 개인 공간을 원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놀땐 확실히 즐겨도 수면 공간은 제대로 보장되지않으면 불면에 시달리는 사람말이다.

 

 많은 여행기가 사진과 더불어 짧은 감상 등으로 이루어졌던 것에 비해, 말 많은 세 여성의 가득찬 입담으로 글이 채워지다보니, 속을 알 수 없었던 (경험해보지 않은 뉴요커들이기에) 미국 여성들의 생각과 일상 등도 조금씩 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모든 미국인들이 그렇게 여행을 다니는 것은 아니겠지만, 주로 한국인들의 여행서를 접하다 미국 세여성의 책을 읽으니 그들의 생각이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것으로 오해살만하기도 했다. 파티문화를 즐기지 않는 나(친구들과 조용히 즐기는 파티는 좋아한다. 그러나 술마시고 춤추는 광란의 밤은 나와 너무나 거리가 멀다)와 달리 그들은 파티 문화를 좋아하고 여행지에서도 그런 기쁨 누리는 기회를 결코 마다하지 않는다. 그리고 감정 조절도 이성 문제가 섞여 있어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좀 기복이 큰 편이었다. 20대 후반의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라기 보다는 천방지축 통통 튀는 대학생 같은 면이 있기도 하고...(생각과 표현이 다소 극단적일 때가 있어서 놀랍기도 했으니 말이다.) 읽다보니 그들이 미국인이어서가 아니라 그들이었기 때문이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쨌거나 그들은 아마존, 브라질, 케냐, 인도, 태국, 베트남, 뉴질랜드 호주 등 참으로 많은 곳을 경험하고 돌아왔다.

관광일정만 짜여진 것이 아니라 케냐 오지마을에서는 십대 여학생들을 위하 자원봉사를 하기도 하고 인도 요가학교에서 심신 수양을 배우기도 한다. 모두의 취향이 아닌 단 한사람의 바램이 있어도 그것이 반영된 것이었기에 할리가 꿈꾸었던 요가는 결국 두 친구의 완성된 동참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혼자만 완료하는 것으로 끝나기도 했다.

 

여행의 전후는 분명히 달랐다. 일년여의 과감한 세계일주를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아만다는 4계단을 건너뛴 초고속 승진으로 캐스팅되지도 못했을테고, 젠은 예전의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이어졌을 것이지만, 그와는 힘들게 결별했어도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한눈에 반한 사랑에 빠져들기도 한다. 두 친구에 비해 안정적인 현실(아파트와 남자친구)로 돌아올거라 믿었던 할리도 남자친구와 장거리 연애로 끝이 났지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이루고 그 꿈을 지속해내기 위해 여전히 박차를 가하며 살고 있다. 

 

내가 다시 28살로 돌아간다면 나도 이렇게 과감히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

대학때 못 간 유럽 배낭여행을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경비 마련을 위해) 한달동안 같이 떠나자고 절친한 친구와 굳게 약속을 했었는데, 약국을 다녔던 친구가 직장을 그만두었던 것과 달리 쉽게 그만두기 힘든 직장(들어가기도 나오기도 힘들었다. 무서운 상사의 눈 부라림에 시달렸달까) 을 다녔던 나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그녀를 초면의 룸메이트와 함께 여행을 하게 만들었다. 한달 후 친구가 가져온 사진에는 너무나 밝게 웃는 한층 더 성숙해진 그릇의 친구가 담겨 있었고, 고생스러운 면도 있었지만 다시 못 올 그 기회가 너무나 만족스러웠단 말에 나도 꼭 가봐야지했는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니 한달은 커녕 며칠도 짬내기가 어려움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아마 평생동안 나는 그런 여행은 못 가보게 될 것이다. 포기할 것이 많은 그런 모험이 많은 미래를 꿈꾸기에 나는 너무나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삶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래도...

그녀들의 에필로그에는 또다시 설레였다.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고 있다. 길을 잃는 것을 피하지 말고 기꺼이 받아들여라. 틀에 박히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해 익숙한 생활을 두고 완전히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그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은 믿고 뛰어내리지 않으면 결국 후회하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61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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