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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ㅣ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품절
어려서부터 강아지는 몇번 길러봤지만 고양이를 길러본 적은 없었다. 아주 어릴적 우리집과 시골 할머니 댁에 그냥 알아서 들어온 길고양이가 자리잡았던 기억은 난다. 길렀다기보다 그냥 들고 난 정도랄까. 예전에 <행복한 길고양이> http://melaney.blog.me/50098182584라는 종이우산님의 책을 읽고 가슴이 참 뭉클했던 기억이 있었는데, 이용한님의 안녕 고양이 시리즈는 같은 회사에서 출판되어 벌써 세권째로 접어들고 있었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로 유명하고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 명랑하라 고양이>의 뒤를 이은 이 책이 바로 그 세권째 마지막 권인 <나쁜 고양이는 없다> 이다. 종이우산님의 길고양이 따라다니는 족적을 보며 참으로 대단한 사람이 다 있구나 싶었는데 이용한님의 글을 읽으니 아예 길고양이들을 안타까이 여기고 배려하는 마음이 정말 더욱 애닲은 그런 분이었다
닉네임으로 러브캣을 쓰고는 있지만 누누히 말했듯이 사실 난 고양이보다는 강아지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고양이는 할퀼 것 같아 무섭고 (아마 그럼 사람들이 댁이 더 무섭수 라고 말하겠지만) 강아지처럼 살갑게 따르지 않아 차갑게 느껴졌다. 그러나 고양이도 따뜻한 피가 흐르는 동물이다. 다만 천성이 강아지와 좀 다를 뿐. 요즘 고양이에 대한 책들을 읽으며 없었던 애정이 새록새록 샘솟고 있다. 수많은 웹툰 작가나 만화가들이 왜 고양이와의 동거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지, 그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존재인지 새삼 와닿는 듯 하였다. 직접 기르는 애완묘 말고도 자유로이 길을 떠도는 길고양이들에 대한 너그러운 시선과 베푸는 마음을 지닌 이용한님 (일명 구름씨)의 자애로운 시선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나처럼 고양이에 대한 없던 애정이 샘솟는 사람들이 늘어날수 밖에 없을 것이다. 광주에 사는 어느 소녀가 암에 걸린 언니가 유언처럼 건네 준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를 읽고 언니 말대로 자신도 모르게 사료를 들고 길거리에 나서게 됐다는 사연도 인상깊었다. 할 수 있는 일은 많은데 시작을 못하고 있을뿐..
예전 행복한 길고양이 리뷰때도 이야기했지만 시어머님께서 집에서 기르는 개(강아지라기엔 이미 중장년층) 이외에도 본의아니게 매일 밥을 챙겨주시는 고양이가 있었다. 엄마 고양이가 새끼고양이를 한마리 데려와 같이 저녁을 먹고 가기 시작하더니, 아예 자리를 잡아서 어느샌가부터 엄마는 보이지 않고 아기 고양이만 왔다 하셨다. 그 고양이도 발길을 잠깐 끊어 혹시 짠 멸치를 많이 먹어 그런가 눈물지으셨는데 얼마 후 또 가보니 고양이가 또 와 있었다. 다시 어딘가 방황하고 돌아온 모양이었다. 이제는 제법 자란 아기고양이가 친구 고양이까지 데리고 같이 와 두마리가 또 자리를 잡았다 한다. 제법 대담해져서 어머님을 냐옹 거리며 불러내고, 저녁뿐 아니라 아침까지 거하게 얻어먹는걸 당연하게 여긴다 하시었다. 사료도 아니고 (개도 사료를 안먹어 밥 챙겨먹이시느라 고생이 많으셨다. 워낙 입이 짧은 도도하신 진돗개님이셔서 ) 밥에도 정성을 들이시니(남는 밥 대충 말아 먹이시는게 아니라 길고양이, 집 강아지의 밥 한끼라도 정말 정성을 기울이신다.) 고양이들도 입맛이 높아져서 맛있는 밥이 나올때까지 기다린다고 한다. 고양이들과 개 걱정에 마음대로 여행도 못 가시고, 한 끼라도 거를까 늘 걱정인 마음이 따뜻하신 우리 어머님, 옆에서 보는 사람은 걱정이 다 되지만 어머님은 내가 아니면 배가 곯을 동물들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하시었다. 사실 개때문에 이사도 못 가시고 계신다. 편하다는 아파트로 가시고 싶으시지만, 아파트에 가면 진우를 누구에게 맡길수가 없으니 (성격이 까칠한 개라 시댁 아니고선 아무데서도 받아주지 않을거라 걱정하셨다.) 개가 자연스레 생을 다할때까지 그냥 그 집을 지키고 사신다 하시었다.
저자는 자신이 사는 마을의 길고양이들에게 이름을 하나씩 다 붙이고 내가 보기엔 그 모습이 그 모습인 고양이들을 모두 구분해내기까지 했다. 새로 온 고양이도 알아보고, 몇 달만에 돌아온 고양이도 알아봤다. 사람 이름도 잘 기억 못하는 둔감한 체질의 나로써는 고양이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저자가 정말 대단해보이지 않을 수없었다. 본인도 아내가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도와야할 형편이라 짬내기가 어려우면서도 사료를 주지 않으면 밥을 굶을 고양이 걱정에 바쁜 짬짬이 사료를 챙겨들고 여기저기 동네를 나서 돌아다닌다. 그러면서도 그가 씁쓸해했던 것은 각박해진 마을의 인심이었다. 마을 동네 어른들이 고양이가 텃밭의 채소를 파헤치고 농사를 망친다고 쥐약을 놓아 고양이를 죽이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채소 하나만도 못한 고양이 목숨이라는 것은 그에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잔인함이었다. 그렇게 만삭의 어미 고양이가 죽어가고, 귀여운 아기 고양이 두 마리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책을 통해 인기를 얻은 파란대문집 할머니의 단짝 식구였던 달타냥도 주위 이웃 할머니들의 성화에 목줄을 매어놨더니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싶었던 달타냥이 끈을 풀기 위해 발버둥을 치다가 목이 졸려 역시 무지개 다리를 건넌 슬픈 사연도 있었다.
저자의 분노도 느껴지고, 고양이들을 지키기 위해 할머니들께 뇌물까지 드려가면서 어떻게든 고양이를 돌봐보려는 저자의 마음씀씀이가 눈물겨웠다. 열심히 농사짓는 사람들 눈에는 고양이 역시 새와 들쥐, 멧돼지처럼 야생동물의 피해라고만 생각이 될 따름이었나보다. 양 쪽 입장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만삭의 어미고양이와 아기고양이가 쥐약을 먹고 세상을 떠난 것만은 정말 너무 슬픈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들과 행복한 공존을 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걸까..
저자는 길고양이를 사랑한 그 몇년간의 기록을 책으로 남김과 동시에 올 11월에 세계 최초로 길고양이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내놓았다.
<고양이 춤>이라는 영화로 말이다. 어떤 내용일까. 책에 담긴 사진과 글이 참 좋아서, 동영상으로 보는 영화 속 길고양이들도 참 멋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들에게도 삶과 애정, 그리고 탄생과 죽음, 다양한 여정이 있다. 인간의 힘으로 제약을 가하기에는 너무 가슴아프고 연약해보이는 그런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파란 대문집의 달타냥을 사랑하던 할머니와 전원 주택의 할머니만이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넘쳐나는 듯 보였다.
저자 또한 이웃 할머니들의 눈치를 봐가면서 007작전 펼치듯 내가 주는 사료도 몰래몰래 줘야했기에 긴장하고 서운했던 마음이 전원주택에 들어서면 눈녹듯 사라져버린다 하였다. 길고양이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할머니의형편을 알아서인지 고양이들 또한 그들의 천국인 터전을 지키기위해 서로 경합을 벌이고 치열한 영역 확보를 하기도 하였다.) 주인 할머니의 너그러운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곳. 마을의 다른 곳곳에서는 그들의 목숨을 노리는 수상한 밥들이 숨겨져 있거나 또다른 고양이로부터 해코지를 당할 소지가 있었다.
또 마당 고양이 삼월이의 아기고양이들이 소개되는데 너무나 귀여웠다. 예전에 키우던 우리집 강아지 아롱이 다롱이를 닮은 바둑이 고양이가 특히나 귀여웠는데 저자의 아내도 바로 그 아기 고양이에 한눈에 반했다 한다. 어린 아기도 있고 이미 집에 다섯마리 정도의 고양이가 있어 더 키울 형편이 못되었지만 그의 집 마당에는 길고양이들을 위한 사료가 항상 놓여있었다. 사료 배달은 또다른 그의 업무기도 하였지만.. 자신의 집을 찾아오는 고양이들에게 그는 항상 마음의 문을 열어두었던 것이다. 또 세상을 떠난 달타냥을 닮은 크림색 고양이에 대한 그의 애정도 드러났다. 특히나 예뻤던 아기 고양이들. 적적해하시는 파란대문집 할머니께 그 크림색 고양이를 입양시켜드리고 싶었는데 역시나 이웃 할머니들때문에 일이 틀어져버리고 주인 할아버지가 수많은 아기고양이들을 같이 키울 형편이 못되어 어디론가 모두 보내버리고 말았다한다. 고양이들의 삶 속에 깊이 들어가 그들의 슬픔과 고뇌까지 같이 나누는 저자의 이야기. 그의 이야기가 영화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너무 궁금해지는 책이었다. 안녕 고양이 시리즈 중 마지막권을 가장 먼저 읽게 되었지만 이분의 글솜씨와 고양이 사랑, 그리고 고양이 모습들에 반해 한번에 얻어지는 모습이 아닌 정을 주고 자신의 고양이인양 돌봐온 마을 전체의 길고양이들이 통째로 사랑스러워지는 그런 기분이었다.
책 한 권의 힘이 참 강하단 생각이 든다. 난 내 닉네임 그대로 고양이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