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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아이 밥 - 1일 필요 영양에 맞춘 108가지 일품요리
김영빈 지음, 이선경 감수 / 수작걸다 / 2011년 11월
절판
우리나라 한식 밥상은 국, 찌개, 반찬, 김치 등이 골고루 갖춰져야해서 상을 차리는 주부들에게는 여간 손이 많이 가는게 아니다. 손에 익은 베테랑 주부님들은 차자작 멋지게 차려내겠지만, 주부 경력 몇년째지만, 여전히 손이 더딘 나로써는 반찬 한두가지 만드는데도 시간이 무척 많이 걸린다. 그래서 한그릇 밥상을 많이 차리는 편이었다. 어른들 입맛에 맞는 한그릇 요리는 많이 봤어도 아이용 한그릇 요리책은 처음 봤다. 평소 한그릇 요리를 좋아했던 터라 더욱 반가운 마음으로 펼쳐들었다.
우리 아들이 이제 네살, 만 세돌을 넘긴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매운 음식도 하나도 못 먹고, 언젠가부터 채소도 잘 먹지 않는다. 어른들에 비해 간도 약하게 해야하고, 스리슬쩍 어른 밥상과 반찬 비슷하게 먹여도 된다는 집들도 많지만 아직 우리집은 아이반찬과 어른 반찬이 구분이 가는 편이다. 한그릇 요리를 좋아했던 나로써는 아이 따로 신랑 따로의 반찬을 챙기다보니 나중에는 아이반찬을 해놓고 신랑에게 강요한다거나 콩나물국, 어묵탕을 끓여도 냄비 두개에 따로 끓여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했다.
이 책의 저자는 한식 요리 연구가이자 곧 6살이 될 귀여운 딸아이의 엄마이다. 10년만에 얻은 딸이니 오죽 소중했을까. 바쁜 직장일을 병행하다보니 아이의 건강과 입맛까지 챙겨가면서 키우기가 무척 어려웠을테고, 그 결과 빠르고 손쉽게 차리게 되는 한그릇 요리에 주목하게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영양소는 골고루 들어있을까 (사실 난 거기까지 신경 못 쓸때도 많다. 다만 고기만 먹는다 싶으면 야채를 추가해야할텐데 정도의 고민만 했는데 사실은 어른뿐 아니라 한창 성장기인 아이들 밥상은 5대 영양소를 골고루 먹일 수 있다면 더욱 금상첨화리라. ) 고민 많은 엄마들을 위해 매일 아이 밥을 놓고 고민에 빠진 엄마들을 위한 책이자 해결서입니다 라고 저자가 내놓은 책이다.
아이와 신랑 밥상 앞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은 나뿐 아니라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일년여를 밥상전쟁을 치루다보니 아이가 어느덧 어른다운 식사를 하게 되어 평화가 찾아왔다고 한다. 골고루 먹일 수만 있다면 그래서 어른들과 나란히 아이가 밥을 먹게 된다면 정말 우리집에도 밥상의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감을 가지며 4~11세를 위한 한그릇 아이밥 책 읽기에 들어갔다
책에 나온 메뉴와 양들은 모두 6~8세 아이를 기준으로 정해진 양이다. 그러므로 좀더 어린 우리 아이는 양을 약간 더 줄이고, 더 나이많은 아이의 경우에는 조금 더 늘리면 된다. 아이 반찬에 대한 여러 레시피북을 갖고 있는데 나이까지 고려해 이렇게 꼼꼼하게 나온 책은 보기 드물었다.
한그릇 메뉴는 참으로 다양하기도 하다. 세끼를 모두 한그릇으로 해결할수도 있고, 간식까지도 해결할 수 있다.
손이 빠른 엄마들에게는 웬 게으른 발상이냐 싶을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고마운 레시피북이 아닐수 없었다. 또 메뉴들도 평범한 메뉴도 있지만 전혀 처음 보는 색다른 메뉴들도 있어서 요리를 잘하는 기존 주부들이 참고하기에도 좋을 그런 메뉴들이었다 생각한다. 오징어땅콩 후리가케 비빔밥 등은 오징어, 어묵, 쇠고기 등으로 촉촉한 후리가케를 만들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참신한 메뉴였다. (저자는 일본인 친구네 집에 가서 생선살로 만든 촉촉한 후리가케를 처음 먹어봤다고 한다.)
아침으로 먹기 좋은 스프, 죽, 간단한 밥 메뉴등서부터 점심에는 좀더 칼로리가 높으면서도 든든한 메뉴들이 소개된다.
오후에 간식 한그릇으로 부족한 칼로리를 보충하고 저녁에는 가볍게 소화잘되는 요리로 마무리를 한다. 칼로리까지 계산된 메뉴들이니 여기 나온 메뉴들의 칼로리를 참고해 식단을 짜기에도 많은 도움이 될 듯 싶었다.
아이가 아플때 먹이기 좋은 한그릇 요리도 따로 소개되어 있었고, 소스까지 엄마표로 정성껏 만들어주라고 케첩, 돈까스 소스, 마요네즈 등의 홈메이드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었는데 게으른 나는 소스는 아이용으로 나온 것으로 구입해 사용하였는데 첨가물 걱정을 줄이기 위해서는 저자의 추천대로 직접 만들어 쓰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매번 비슷한 메뉴를 하면서도 늘상 식구들에게 뭐가 먹고 싶냐고 묻곤 한다.
신랑에게도 매일 물어봤는데 이젠 아기에게도 물어본다. 제법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아무래도 좋아하는것만 찾다보니 새로운 것을 아이에게 먹이기가 참 어렵기만 하였다. 색다른 방식으로 도전하면 먹게 되려는지.. 아이가 잘 먹지 않으려는 야채 등을 어떻게든 좀 섞여 먹여보려고 노력중인데 너무 색다르게 도전하면 아예 밥을 안먹을까 싶어서 아이에게 친숙한 메뉴를 섞어 천천히 다른 메뉴들도 범위를 넓혀가려 한다.
책을 넘기다 새우 파인애플 볶음밥이 소개되었기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파인애플 대신에 사과를 깍둑썰기해서 넣고 만들어주었다. 사과의 달콤한 맛과 아이가 좋아하는 새우 달걀 볶음밥의 맛이 잘 어우러졌는지 제법 잘 먹었다. 외식할때도 구운 파인애플이 들어간 볶음밥이나 철판 요리등을 잘 먹는 아기였던 지라 다음에 기회가 닿을때 파인애플도 사다가 볶음밥에 활용해주리란 생각이 들었다.
며칠 후 아이가 입맛은 없어하고, 밥은 먹여야겠고 무얼 해줄까 고민하다가 양송이미트볼 덮밥을 보았다.
홈메이드 소스는 아니었지만 우리아이 케첩인가 아이용으로 사놓은 케첩이 있었고 돈가스 소스도 있었기에 야채는 아쉬운대로 버섯과 양파 등으로 대신하고 미트볼은 얼마전 만들어서 냉동시켜둔 햄버그 스테이크를 꺼내 오븐에서 구운 다음 4등분해서 미트볼로 둔갑을 시켰다. 아이 밥을 챙겨주면서 햄버그 스테이크 하나를 더 구워 나는 미트볼 스파게티를 해서 치즈를 얹어 구워먹어야지 (엄마인데도 아이 입맛이라 파스타 등을 좋아한다.) 했는데, 이런, 새로 산 파스타 소스가 뚜껑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미트볼 덮밥은 그새에 모두 완성되고 파스타도 삶아놨는데 말이다.
아이밥을 후다닥 챙겨준후에 남는 소스에 우스터 소스와 케첩을 한 큰술씩 더 넣고 면 삶은 국물을 추가한후 면에 간이 배게 졸여서 먹으니 색다른 파스타 맛이 났다. 아이와 내 요리를 각각 만들어 먹으니 약간 귀찮기는 했어도 아이도 잘 먹고 나도 맛있어서 좋긴 했다. 햄버그 스테이크 소스보다 이게 더 맛이 있는지 제법 밥을 잘 먹는 아기를 보니 다음에 또 해줘야겠다. 싶었고, 이왕이면 소스도 내가 만든거면 좋읉텐데 하는 미안함이 들었다. 그 날 저녁은 전날 사둔 게살로 게살 스프에 도전을 했으니, 그날은 나름 며칠간의 부실한 식탁을 살짝 덮어쓰기 한 그런 날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도 내일 국으로 신랑은 매콤하게 청양고추를 넣은 된장국을, 아이는 순두부를 맑고 고소하게 끓인 탕을 해놓고, 남은 두부를 보며 뭘할까 생각했는데 이 책의 요리를 보니 두부로 만들 덮밥 메뉴도 제법 잘 나와 있었다. 매콤하지 않은 마파두부, 곰보할머니의 두부라고 하면 아이가 더 잘 먹는다고 하니 그 두부 덮밥을 해줘볼까 싶다. 반찬 한가지 휑하니 해놓으면 아이 식판이 참 무색해지게 마련이었는데 한그릇 밥상으로 영양까지 챙긴다 생각하니 요리시간도 짧아 수월하고 아이 건강 걱정도 덜하게 될것같아 안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