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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가락 - 신은 그들의 손가락에 위대한 수갑을 채웠다
사토 다카코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표지 그림이 만화같은 그림이라 그런가 책을 갖고 그러면 안되는데,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신의 손가락이라는 제목을 나 혼자 신의 손꾸락이라고 부르며 빙그레 웃는것. 흘낏 내가 읽던 책을 본 신랑은 "신의 물방울"을 카피한 제목 아니냐고 했지만, 내용은 전혀 다르다.
폭력을 싫어하지만 천부적인 감을 가진 재능있는 (?) 소매치기 쓰지, 표지도 그렇고 대충 그를 본 누구나 묘령의 미모의 여인으로 볼만한 아담한 체구의 남자 히루마 (그의 직업은 거리의 점성술사, 아카사카의 공주이다.). 이 둘의 만남은 둘다 지쳐있던 어느 날 아주 우연히 일어나고,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쓰지가 1년여 남짓의 짧은 복역기간을 마치고 출소한 날, 양어머니와 함께 집에 돌아가다가 자신의 주무대인 전철에서 양어머니의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는 것을 경험하고 상대가 어린 학생들이었다는 점과 미리 막아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충격을 받고, 집에 돌아가지도 못한채 복수를 꿈꾸게 된다. 그 과정에서 쫓아가던 소년의 놀라운 힘에 의해 팔을 부상당하고, 의식이 혼미해져가는 그를 구해준게 친절한 여인, 알고보니 남성이었던 히루마였다. 그날의 도움을 인연으로 어찌어찌 얽힌 그들은 같은 집에 살며 서로와 얽힌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다.
히루마의 타로 카드를 섞는 손, 쓰지의 소매치기에 사용되는 날렵한 오른손, 처음에는 점성술사에까지 신의 손가락이라는 칭호를 붙이는게 이상했는데, 카드를 다루는 그의 직업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되는 대목이었다. 책은 5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그러나 사건이 꽤 촘촘하고도 빠르게 진행이 되어 뒷장이 궁금해 빠르게 몰두할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자존심을 다쳤다고 생각해 청소년 소매치기 일당에 집착하는 쓰지와 자신을 찾은 손님 중 나가이라는 얼핏 봐도 약하고 무시당하기 좋은 존재였던 소녀의 불운한 카드에 마음이 쓰여 계속 관심을 갖게 된 히루마. 사실 히루마는 아버지와 누나는 잘 나가는 변호사로 둔 남자로, 자신 역시 우등생을 강요당했던 (?) 청년이었다. 어느 사건을 계기로 점성술사라는 직업에 빠져들게 되었지만 천성이 여리고 마음 씀씀이가 착한 사람이라 점술만 보는게 아니라 손님의 마음을 헤아려주는데도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이었다.
사실 중후반부로 가면서 더욱 긴박해지는 사건 전개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단순한 청소년 소매치기 일당인 줄 알았는데, 감이 좋지 않은 천재적인 소매치기 소년이 그 중심에 있었다.
소년의 등장으로 마리아 비틀의 악마 소년이 자꾸 연상되었다. 어른들이 보기에 성역처럼 여겨졌던 어리고 약할 것 같은 (물론 요즘 청소년들이 굳이 어리고 약하다 표현할 바는 아니겠지만 어른에 비히 상대적으로 힘도 연륜도 부족할것만 같은데 ) 아이들의 무대와 그릇이 어른의 것을 넘어서는 아이가 존재한다는 것. 악인같지 않을 것 같은 악인을 만들어내기 위해서인가. 어찌 됐건 마리아 비틀의 끔찍한 악마소년이 자꾸 연상되서인지 사건의 중심에 있던 그 소년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더욱 크게 만들어나갔다.
쓰지와 히루마를 눈으로 좇아 달려가면서 소년에게 접근해 가는 그 과정을 나 또한 같이 동참해 참여하게 되었다.
결론은 어쩐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산뜻하기까지 한 까까머리였고, 큰 키를 엉거주춤 구부리고 현관 앞에 서 있는 모습을 보자 히루마는 끝이 무한 반복되는 특별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510p라는 에필로그 때문일까? 다시 또 다시 또..
정답 인생을 살아가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소매치기와 도박에 빠졌던 점성술사 두 주인공을 들여다보고 있는 일은 불편한 감정이 들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작가는 그런 거부감의 터울을 없애는데 주력해준 느낌이다.
소매치기 사이들 간에도 분명 쓰지의 양할아버지, 니시카타, 쓰지 같은 형사들조차 존중할만한 그런 소매치기들도 존재하는 걸까? 다른 사람을 괴롭히는 나쁜 직업을 가진 이들임에도 그들이 좇는 일이 무사히 해결되도록(?) 마음의 응원을 보내게 되는 건 쓰지와 히루마 안에 있는 참된 마음을 읽게 해서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