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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종로산책 - 종로에서 찾은 매력 만점 산책 코스 20 ㅣ 동네 한 바퀴 시리즈 2
종로구.남상욱.송소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1월
품절
대학 4년과 직장 생활, 모두를 합해 총 10년을 서울에서 살았다. 서울이 고향도 아니었고, 또 지금 살고 있는 곳도 아닌지라 10년을 살았음에도 몇년이 지난 지금은 잠시 여행이라도 다녀온 그런 기분이 든다. 친구 사귀는 것을 좋아해 친구도 많이 만나고 일도 만남도 꽤 줄기차게 이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돌아보니 내가 다녀 본 곳들이 꽤나 한정되어 있어서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람도 많고 차도 많고 볼거리 놀거리 먹을 거리도 풍성한 그곳,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관광지가 아님에도 요즘 수많은 여행서로 서울을 집중 조명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친근한 곳 종로를 산책하며 그 여유를 느낄 수 있는 종로구 특화 여행서가 나왔다. 관공서인 종로구가 지은이에 들어가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집필에 참여한 책이기도 하다.
종로는 인사동, 삼청동, 광화문 일대와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까지는 다녀봤어도 여러번 들른 곳들조차 매번 가는 곳만 가서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모르고 가보지 못한 곳들이 너무 많음에 놀라게 되었다. 게다가 부암동, 이화동, 사직동, 효자동 등 못가본 곳들이 매력적인 곳들이 얼마나 많은지.. 서울 사는 사람들은 참 좋겠다 싶다가도 모르면 못 가게 되니 몇년 전 내 모습과 다를 바 없이 가는 곳만 가는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 중에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지방 사는 나같은 사람들도 서울에 가면 몇 곳 가봐야겠다 마음먹기 좋고, 서울 사는 사람들조차 색다른 산책 여행을 계획하며 휴일을 아기자기하게 보내기에 유용한 도움이 될 책 같았다.
경복궁, 경희궁 등의 고궁서부터 예쁜 벽화로 채워진 이화동, 가볼만한 카페가 가득한 부암동, 새로이 단장된 이후로 한번도 못 가본 청계천, 사람 사는 내음이 가득한 시장과 낡고 오래되었지만 옛 추억을 되짚어주는 오래된 가옥들, 그리고 조상들의 온기를 느낄만한 종로의 소중한 기억이 담긴 명소들. 장소에 얽힌 이야기와 함께 커다란 사진 등이 시원시원하게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고, 책 속 일러스트 지도로 산책 코스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것도 계획을 짜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처음 등장했던 사진 중 눈길을 사로잡았던 초록 향기가 가득한 길은 창성동 한옥마을이라고 했다. 오래된 한옥을 찾아다니다보면 쌍홍문 터를 알리는 표지석을 발견하게 된다. 어머니를 욕보이려는 왜구를 맨손으로 맞서다 죽은 두 형제의 지극한 효심을 기리기 위해 나라에서 쌍홍문을 세웠고 이후 쌍효자 거리로 불리던 것이 나중에 종로구 효자동이 되었다고 한다.
파란 나팔꽃이 시원하게 그려진 멋스러운 벽화는 이화동의 것이었다. 달동네라 불리고, 관광객의 발길이 뜸했던 소외된 지역에 유명작가, 미대생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온 동네에 예쁜 벽화가 그려지면서 하늘 동네 이화동은 서울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네, 가장 가보고 싶은 동네가 되었다 하였다
청계천이 복원된지 8년이나 지났으니 서울에 살때 얼마든지 가볼수 있는 명소였음에도 직장에서도 워낙 멀고, 따로 약속잡기도 애매해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멋지게 변화된 청계천을 볼 기회가 없었다. 이후 티브이로만 보게 된 청계천은 정말 가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곳이었는데 말이다. 특히 청계천의 "이곳도 놓치지 말자"로 소개된 카페 이마는 한번밖에 못가봤음에도 두고 두고 생각나는 맛을 지닌 햄버그 스테이크로 사진을 다시 보니 다시 짙은 그리움이 생겼다. 인기있는 와플보다도 햄버그 스테이크의 인상이 그만큼 강렬하고도 깊었다.
즐겨 찾던 인사동, 삼청동 등도 다시 보니 무척 반가웠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명소지만 못 가본 곳들은 또 여전히 존재한다.
일러스트 지도를 보니 내가 가본 곳보다 못 가본 곳들이 더 많았다. 몇년 전과 유행 명소도 좀 달라진 것 같고, 새로운 명소들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증폭되었달까
종로구 일대를 한눈에 미리보기로 일러스트 지도를 만들어소개하였는데, 책의 맨 뒷장에 다시 한번 일러스트 지도와 명소가 소개된다. 처음 그 지도를 보고, 숭인동의 나무 앞에 서 있는 소복입은 여자의 정체가 궁금했다. 누굴까? 그 곳은 동망봉으로 바로 비운의 왕비 단종의 비, 정순왕후가 매일같이 올라가 통곡했다는 곳이었다. 18세에 지아비를 잃은 슬픔을 평생 간직한 그녀였는데 거기에 역적의 아내로 몰려 관노비 신세가 되어 궁에서 쫓겨나 살얼음판 걷듯 위태로운 삶을 64년이나 보냈다고 한다. 단종과 마지막으로 이별했던 영도교와 함께 비운의 왕비 정순왕후의 애끓는 사랑을 접할 수 있는 곳이라 역사를 기리며 꼭 한번 방문해보고픈 마음이 들었다.
해외여행이나 제주, 경주 등 국내 유명 관광도시로 떠나지 않아도 둘러보면 얼마든지 가볼 좋은 곳들이 있다.
랜덤의 동네 한바퀴 시리즈 두번째로 소개된 두근두근 종로산책은 그 묘미를 제대로 살린 책이라 할 수 있다. 살아갈 터전이 아닌 앞으로는 여행할 도시가 되어버린 서울이지만, 친구들 만나러도 자주 올라가고 싶고 (아이가 좀더 크면 이라는 전제가 붙음에도 ) 그 짧은 순간에에도 주로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프랜차이즈 카페를 찾던 예전 모습에서 벗어나 서울의 색깔을 살리는 그런 명소를 찾아 한 곳이라도 더 추억을 공유하고 돌아오고픈 마음이 생겼다. 또 아이와 함께 이 곳은 이런 곳이란다. 이야기 한줄 더 섞어 가면서 둘러볼 서울의 명소로 두근두근 종로산책을 참고하기에도 참 좋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