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초점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양억관 옮김 / 이상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 작가들의 미스터리 소설들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명칭 자체가 낯설었다. 처음에는 사회주의와 관련된 미스터리도 있나 싶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사회파란, 미스터리에서 사건을 해결하거나 트릭을 푸는 것만큼 사회적 배경과 동기를 중시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 주변에서 흔지 볼 수 있는 인물의 일상에서 언제들 벌어질 수 있는 일들을 소재로 작품을 완성하는 마스모토 세이초의 세계관을 사회파 미스터리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작품은 처음이었지만, 일본 문학의 거인, 일본 국민 문학 작가 등으로 칭송받는다는 작가라는 그 명성에 걸맞게 작품은 평이한듯 하다가 쉼없는 몰입으로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정말 순식간에 읽어내렸다. 비슷한 시기에 읽은 또다른 일본 작가의 추리소설이 속도가 너무 더뎠던 것에 비하면 이 책은 상대적으로 더욱 빛이 났다.

 

26살의 데이코는 올 가을 선을 보고 10살 연상의 우하라 겐이치와 결혼했다. 신혼여행을 다녀오고, 남편이 곧 도쿄로 복귀한다고 했지만 돌아온다는 엽서만 남긴채 실종되고 말았다. 선을 보고 갑작스레 결혼했기에 남편의 과거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던 데이코는 남편을 찾아 불안한 예감을 떠안고 남편이 근무했던 가나자와로 떠난다.

 

당시 배경은 2차대전 종전 이후의 미군이 주둔했던 일본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전통적인 여성상이 많이 무너지게 된 계기이자, 여성들에게 자유의 바람, 그리고 좀더 적극적이게 된 계기가 되었다는 바로 그 시기를 말이다.

남편이 결혼전 살았던 하숙집을 회사 사람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의문을 더욱 자아냈고, 남편을 찾기 위해 온 시아주버니 역시 그녀에게 뭔가를 숨기는 낌새로 혼자서 세탁소를 전전하며 남편의 옷을 수소문한다는 것이 더욱 이상했다. 데이코는  남편의 회사 후임인 혼다가 데이코의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 고마운 한편 아녀자이기에 거북함도 든다. 베일에 쌓인 남편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남편의 행적을 쫓는 와중에 살인 사건이 세 차례나 더 발생하게 되었다.

 

사라진 신혼 부부의 남편이라.. 데이코의 불안감이 가중될 수록 독자들의 궁금증 또한 갈수록 증폭되어갔다. 특별하게 잔인한 장면이 나온다거나 눈이 뜨일 트릭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적 미스터리라는 말에 걸맞게 사건의 원인과 배경이 더욱 주목을 받는다. 데이코 또한 크게 공감할 정도로 말이다. 내가 데이코라면 절대로 공감하지 못했을 그런 상황이었는데도 말이다. 어쨌거나 가녀린 여성의 몸으로 쓰러질것같은 상황 속에서도 그녀는 의연히 사건의 본질에 접근해 나갔다.

 

마쓰모토 세이초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제로의 초점이, 제로 포커스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하였다 한다. 국내에는 2010년에 개봉되었다는데,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영화였다니, 좋아하는 몇 안되는 일본 배우 중의 하나라 영화로도 언제 꼭 보고 싶어졌다. 현대의 아이돌인 그녀가 1950년대의 여성상을 어떻게 표현해냈을지 궁금해졌고, 이 영화로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되기 때문이었다.

 

다양한 트릭과 화려한 기교가 난무하는 추리소설 사이에서 코지 미스터리라거나 사회파 미스터리 라는 등의 새로운 용어들을 접하고 있는 요즘이다. 소설에서도 미스터리 한 분야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에 관심을 갖고 좋아하듯, 미스터리 또한 자극적이고 기교가 난무하는 그런 화려한 미스터리 뿐 아니라 이런 사회파 미스터리와 코지 미스터리 등에도 두루 눈길이 가고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장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떤 작가가 어떻게 썼는가의 차이가 더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워엔진 : 우주선 (책 + 우주선 장난감) - 꼬마 우주선 로키와 함께 우주 탐험 파워엔진 시리즈 9
삼성출판사 편집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1년 12월
절판


아이들 그림책 중에 미니 장난감이 들어있는 책들이 종종 있습니다. 삼성출판사에서도 그런 책이 잘 나오는 편인데, 아이가 무척 좋아해 웬만한 장난감 책들은 거의 다 구입을 한 편이었어요. 그러다 최근 나온 책 중에 파워엔진 시리즈에는 정말 더욱 세밀한 장난감들이 다양하게 들어있고, 여러 종류로 나뉘어 잘 나왔더라구요. 아이가 요즘 우주선과 로켓 등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던 터에 파워엔진 우주선 시리즈를 아이에게 보여주게 되어 행복한 시간을 보냈답니다.


웬만한 자동차 장난감은 종류별로 다 갖고 있는 네살 아들이지만 비행기, 우주선 등의 장난감은 따로 사려고 해도 시중에 나온 제품이 별로 없더라구요 만나기 어려운 우주선 시리즈라 더욱 반가웠어요. 아이도 우주선을 보더니 옷도 안 벗고 얼른 뜯어달라 하는통에 서둘러 아이옷을 벗겨주고 갖고 놀게 해주었답니다.


로켓을 가장 좋아하더라구요 엄마 눈에는 인공위성, 레이더 차 등 더 신기하고 재미난 장난감이 많았는데 그림책에서 자주 본 로켓이 가장 반가웠나봅니다. 들고서 푸슝푸슝 불꽃을 뿜으며 하늘로 날아가는 놀이도 하구요. 매일 우주비행사 그려달라고 했는데 우주비행사가 작긴 해도 두명이나 들어있으니 만져보고 신기해하고 좋아합니다.


그림책도 재미나하구요. 안그래도 요즘 밤에 잘 자기 싫어했던 우리 아들, 밤에 잠을 자지 않으면 장난감들도 스케줄이 엉망이 된다라는 (?) 상상력이 풍부한 재미난 스토리로 아이들을 끌어줍니다. 꼬마 우주선 로키가 희수가 자는동안 몰래 우주여행을 떠나는데 희수가 그 여행에 동참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어요. 희수라는 이름대신 우리아이 이름을 넣어 읽어주니 몹시 재미나하더라구요. 장난감도 재미나지만 워낙 그림책도 재미나게 잘 그려내는지라 아이가 책 역시도 좋아하기 마련이랍니다. 나중에는 장난감 없이도 책만도 무척 잘 보고 있구요 (기존 책들을 봐도 그렇듯이)




소방차와 중장비차를 좋아해 파워엔진시리즈로 구입해보려고 알아보니 전투차와 비행기, 기차까지도 좋아보여요 이러다 또 전 시리즈 모으게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요즘 아이가 하나를 사주면 책 뒤에 나온 시리즈 사진을 눈여겨봤다가 이것도 사줘요 이것도 사줘요가 입에 붙었거든요. 아이가 크니 이젠 사달라는게 늘어나네요. 어쨌거나 아이가 즐거워하면 엄마도 즐거운 그런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아도 세밀한 장난감이다보니 로켓 끝부분이 좀 뾰족해 어린 아이가 갖고 놀때는 약간 염려스러울 수도 있어요. 그래서 로켓 갖고 놀때는 엄마가 옆에 꼭 붙어 있었답니다. 다른 장난감들은 갖고 노는데 큰 염려가 되지 않았고 마음에 들었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뜨개쟁이의 행복한 손뜨개 - 처음 배워도 쉽고 재미있는 니트 만들기 행복한 손놀이
박형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장바구니담기


뜨개질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무척 잘 하고 싶은 재주 중의 하나가 뜨개질이기도 하다. 그리고 잘은 못해도 한코 한코 떠 나가는 그 기쁨이 무척 크다는 것은 짧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었다. 멋진 뜨개 소품이나 의상을 만들어 사랑하는 내 아이, 또는 조카 등에게 선물하면 얼마나 좋을까? 베이킹을 해서 정성어린 빵을 만들어 선물하고픈 욕심만큼이나 뜨개질에 대한 욕심도 크게 자리잡았다. 친정 어머니는 뜨개질도 요리도 무척이나 잘하시는데, 우리 엄마지만 솜씨가 참으로 좋으시니 부러운 분이 아닐 수 없다.


추운 겨울, 게다가 날이 갈수록 오늘보다 더 추운 내일이 기다리고 있는 요즘, 따뜻한 니트 의류와 소품에 눈길이 더욱 간다. 몹시 추운 날 목도리 하나만 둘러도 행복한데 거기에 니트 모자까지 쓴다면 눈만 빼꼼 내놓은채 밖을 마구 다녀도 좋을 것 같다. 아기에게도 니트로 된 다양한 의류와 소품을 장만해주고 싶은데 일일이 사주기 보다 이렇게 직접 만드는 재주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에 초보자가 읽기에도 좋은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실용 서적들의 고마움을 느낀다. 랜덤의 책들 또한 내가 즐겨보는 시리즈 중 하나다. 행복한 손놀이라는 귀여운 별칭이 붙은 이 책은 처음 배워도 쉽고 재미있는 니트 만들기라는 부제를 달고, 초보자들이 준비해야할 다양한 니트 재료들서부터 대바늘, 코바늘 뜨기의 자세한 도안은 물론, 꼭 필요한 코잡기, 코막음, 수술 달기 등은 실제 사진을 자세히 실어 직접 시연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주었다. 또 여러가지 예쁜 실 중에서도 초보자도 쉽게 뜨는 실과 아기 피부에 자극없이 부드러운 실 (아기엄마라 이런 유용한 정보가 눈에 쏙쏙 더 잘 들어왔다.) 등을 소개해주어, 어렵게 짠 니트가 아기 피부에 트러블이 난다거나 하는 것을 방지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요즘 유행하는 넥 워머서부터 다양한 디자인의 모자와 머플러, 그리고 가방과 귀마개 등의 빼놓을 수 없는 소품과 커플이라면 남자친구와 같이 하나씩 끼면 좋을 커플 하트 장갑까지, 참으로 다양한 패션아이템이 우리 눈을 즐겁게 해준다. 내 옷은 거의 사지 않고 늘 아기 옷, 아기 장난감, 아기 책 등에만 열광하는 내 눈에는 세번째 장인 아기에게 주는 손뜨개 선물이 더욱 눈에 들어왔지만 말이다.


아기선물들은 보기만해도 앙증맞고 예뻐서, 태교용으로 미리 만들어도 멋진 선물이 될 것 같고, 조카 선물로 만들어줘도 좋을 그런 선물들이었다. 당장 난 우리 아기 입힐 조끼나 모자 등이 더욱 눈에 들어왔지만 말이다.예쁜 공주가 있는 엄마라면 아이와 같이 커플로 코디해서 입어도 예쁠 청치마로 리폼한 리폼치마도 멋졌고, 빨간 망토 소녀가 생각나는 토끼털 장식 모자 망토도 엄마표라면 아이가 더욱 자랑스러워할 예쁘장한 아이템이었다.


크리스마스가 코 앞이니 지인에게 할 멋진 선물이나 아기를 위한 선물 등도 눈에 띈다. 집에 장식용으로 걸어둬도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살고, 아이들 욕심껏 커다랗게 만들어 선물을 넣어놔도 좋을 메리 산타 양말, 안 그래도 올해 아기 양말이 너무 작아 그 안에 선물은 못 넣어주겠지만 머리맡에 두고 자라곤 해야지 싶었는데, 이런 양말 한 짝있다면 아이가 더욱 행복해할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고, 직접 뜬 와인 홀더에 와인을 담아 선물하면 받는 이의 기쁨과 행복이 곱절로 늘어날거란 기대감도 들었다.


니트는 뜨는 사람뿐 아니라 받는 사람의 기쁨까지 예상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물론 나의 것을만들수도 있겠지만 그 따스함을 함께 나눌 누군가를 생각하며 한땀 한땀 떠나가는게 더욱 행복한 일이 될 것 같다. 그런 기쁨을 누리기 위해 엉성하나마 나도 조금씩 시도를 해보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부드러운 양상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소 에쿠니 가오리만의 문체를 무척 아끼고 좋아하는 편이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몇 권의 소설과 시집, 그리고 수필도 조금씩 읽고 있었는데 그러다 푸드 에세이를 내었단 소식에 반가운 마음으로 읽어내렸다. 나 또한 음식과 관련된 소소한 이야기들을 무척 좋아하기에, 좋아하는 작가의 푸드 에세이가 어떤 느낌일까 기대되었던 것.

이 책을 읽은 다른 분의 서평을 잠깐 읽어본 적이 있는데, 다소 실망스러웠다란 글을 접하고,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읽는 내내 그야말로 난 정말 행복한 기분이었다.

 

공감! 이란 말로 그 기분을 대신하고 싶다.

특히나 흰빵, 검은빵을 발견했을때는 너무 반가워 읽고 또 읽었다.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작은 발견이랄까.

사실 나도 어릴적에 알프스 소녀 하이디에 나온 많은 대목 중에서도 주인공 소녀가 처음 맛본 흰빵에 감격해 할머니 갖다 드리고 싶어서 모으고 또 모으는 부분을 보면서 도대체 흰빵이 무얼까? 너무 궁금해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런 소소한 것, 특히나 먹을 것에 집착하고 궁금해하는 모습이 좀 부끄럽게도 느껴지고, 그런 대목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거라 생각했는데, 에쿠니 가오리의 글에서 만나게 되다니.. 저자 또한 흰빵이 뭔지 궁금해 엄마에게 묻고 또 물어도 "네가 평소에 먹는거"란 답변에 실망했다고 한다. 이제 그녀는 흰빵이 아닌 검은빵을 오히려 훨씬 더 좋아한단다. 중학생때는 이미 검은 빵파(아버지가 명명)였고, 생일이나 축하할 일이 있을때나 먹고 싶은게 있으면 말하라고 할 때면 검은빵이라고 대답해, 부모님이 종종 독일 음식점에 데려가 주었다. 검은 빵과 풋콩으로 만든 수프가, 당시의 내게는 황홀할 정도로 맛있는 최고의 식사였다. 81p

흰빵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될 무렵, 난 엉뚱하게도 흰빵이 혹시 호빵인가? 하는 결론을 내리고, 내 나름대로 호빵을 소중하게 야금야금 먹어본 기억도 있었다. 아마도 검은빵은 호밀 등의 잡곡이 들어간 다소 거친 느낌의 빵이고, 흰빵은 부드러운 흰 밀가루로 만든식빵 등의 보통 빵이 아닐까 싶다.

 

어쩐지 편견 같은 것이 있어서 여린 감수성의 저자분은 학과 같은 고고한 삶을 살 것만 같았다. 물론 에쿠니의 식성은 동물성 단백질을 거의 섭취하지 못하는 철저한 채식과 과일 위주의 식사라 한다. 그런 그녀가 술과 담배를 좋아한다니 그건 의외였다. 게다가 약간 결벽증도 있는 듯 하지만 그녀의 많은 부분들이 글 속에 녹아나는 방식은 참으로 마음에 들었다. 담담하면서도 청아하게 다가오는 글들은 여전히 내 마음 속에 작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참 좋다.이런 기분.

 

한편 한편의 이야기가 음식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억지스런 느낌이 없어 좋았다.

뉴욕에 놀러가서 친구를 만날때의 폭설이 내리던 어느날, 우연히 들어가게 된 첫 스타벅스의 경험이라던지 (스타벅스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는지 공공연히 가지 않겠노라 선언했던 그곳이었다한다.), 방황하는 웨이터란 제목이 붙은 단편은 그녀가 유일하게 대식을 했던 시절 만난 어느 레스토랑의 기억에 남는 직원을 그 이후로도 종종 다른 레스토랑에서 계속 만나게 된 재미난 인연 등을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편의 정말 공감갔던 글, <버터밀크의 수수께끼>

어렸을때 읽은 외국 이야기들 속에는 잘 모르는 음식이 이것저것 많았다. 요크셔 푸딩, 티티새 파이, 감초 사탕, 크럼피트 등, 잘 몰라도-라기보다 모르기때문에 멋대로 상상했다.-그 맛과 냄새와 색깔과 모양과 특성을 충분히 음미할 수 있었고, 그것들은 '아주 좋은', 내 주위에 있는 실제 먹을 거리와는 위상이 다른 '빛나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172p

 

책 이름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데, 조금 오래된 어린이 책에 버터밀크가 종종 등장했다. 그것은 우선 마시는 것이다.(책 속에서 아이들이 꼴깍꼴깍 마신다. 맛있게, 소리까지 내면서) 그 앞에 종종 '신선한' 이나 '갓 짠' 이라는 형용사가 붙어있기도 했다. 그러니 밀크를 사용한 음료인 것은 확실한 듯 했다. 거기까지만 알 수 있었다. 173p

 

나도 어릴적 읽었던 책들에서, 특히 서양의 책 등에서 나오는 처음 접하는 음료, 음식 앞에 그런 궁금증이 더해졌다.

쌍둥이 로테에 나오는 진저 에일이라던지 레모네이드(지금은 레몬에이드가 나름 대중화되었지만 어릴적 우리 주위에선 흔하게 만날 음료는 아니었다.) 등은 참으로 생경한 동경의 음료였다. 도대체 무슨 맛일까? 아주 어릴 적엔 약수조차 궁금해하기도 했다. 약수는 톡 쏘는 맛이 나는 광천수가 약수인줄 알았다. 나중에 맹물맛을 느끼고, 엥. 이게 뭐람 하고 실망했던기억도 난다. 서양과자와 빵 등의 용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 다양한 명칭 앞에서 에쿠니 가오리가 느꼈던 그런 느낌을 어릴 적의 나 또한 갖고 있었다. 게다가 난 그녀와 달리 꽤나 서양 음식이 입에 잘 맞는 편인지라 (고기도 좋아하고, 각종 서양 음식이 고루 입에 잘 맞는다.) 어른이 되어 실제 접하게 된 그 맛들에 나름 만족한 것도 꽤 많았다. 아직 진저 에일에만 도전을 못해봤지만 말이다. 버터밀크는 어릴적 내가읽은 책에선 못봤던 부분인데 그녀에겐 참으로 궁금증을 안겨주었던 음료였나보다. 로라 잉걸스 와이더의 초원의 집에 등장한다니, 나도 그 작품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읽기 전 막연하게 느꼈던, 기분 좋은 예감이 어김없이 들어맞아버렸다. 게다가 마치 잊었던 기억이라도 되찾은양 행복한 기분마저 들었다. 에쿠니 가오리의 부드러운 양상추, 어릴 적의 나로도 잠깐 되돌아가는 추억의 여행도 하게 해주고, 다양한 그녀의 시선을 따라 여행하는 기분 또한 쏠쏠하게 느끼게 해준 고마운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 작은도서관 37
정영애 지음, 원유미 그림 / 푸른책들 / 2011년 12월
장바구니담기


크리스마스가 벌써 코앞이네요.

선물 준다고 하는 사람은 없는데 여전히 제 마음은 설레기만 합니다. 사실 예수님 탄생을 축하드려야 할 날인데, 성스러운 그런 분위기를 넘어서서 괜스레 들뜨게 만드는 선물 받는 날이 되어버린듯해요. 어쨌거나 신나게 만드는 행복한 캐롤과 예쁜 알전구가 가득 달린 크리스마스 트리 등을 보면 가슴이 두근두근 설레고 말아요. 어릴적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감정이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네요. 작년에 만 두돌의 어린 나이로 처음 산타 할아버지를 봤던 우리 아들은 너무 놀라 울고 말아서 (외할아버지가 산타복장을 하고 등장하셨는데,엄청 울고 그때의 여파로 산타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산타할아버지가 선물만 주고 몰래 가신다고 해도 오지 말라 합니다. 외할아버지는 좋아하는데 빨간 옷을 입고 몰라보게 분장한 산타 할아버지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나 봐요. 언제쯤 산타를 좋아하게 될런지..



글도 그림도 참 생동감 있어서 더욱 와닿았던 동화를 한 편 읽었어요. 안에 그림이 알록달록 무척이나 사실적으로 잘 그려져있어서 아직 유아인 울 아이가 보아도 좋아하더라구요 특히나 주인공 국수의 귀신방을 가장 좋아하네요 우리 아이도 이렇게 나중에 놀이방 하나를 만들어주면 좋아하려나? 아파트에서는 힘들겠지? 그런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작가 또한 크리스마스를 무척 좋아한다고 해요. 받고 싶은 선물이 많으니 산타를 사로잡으면 그 선물이 다 내것이 되려나? 하는 작은 생각에서부터 이 길고 긴 동화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해요 즐겁고 재미난 동화에 가족의 아픔과 고민까지 녹여내기 위해서 많은 생각을 하여 완성하게 된 동화랍니다. 그래선지 글도 내용도 참으로 훌륭합니다. 표현도 인상깊었구요.



주인공 국수는 초등학교 3학년 아이예요.

아빠 없이 회계사인 엄마랑 단 둘이 살고 있구요. 그래도 씩씩하게 잘 살고 있지만, 가족 사진을 내라고 할때는 아빠가 없다는게 알려지는게 싫어서 전전긍긍하는 평범한 아이지요.


어느 날 엄마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웬 아저씨와 갑작스러운 만남을 주선하고 국수는 자기 이름을 갖고 놀리는 아저씨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게다가 바로 다음 날은 아빠와 8년만에 처음으로 만나는 면접 교섭권이 진행되는 날이기도 했구요. 엄마는 혼자서 힘들게 아이를 키워왔는데 뒤늦게 아이를 보겠다 주장한 아버지에게 원망이 깊습니다. 그래도 재판 결과 상 하는 수 없이 국수와 아빠와의 만남을 인정해주었지요.


어색하긴했지만 아빠와 국수는 참으로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철없다는 엄마의 말대로 아빠는 아직도 안정된 삶을 살지 못하고 있었지만요. 그래도 친아빠에게 국수는 참으로 마음이 기우는 그런 경험을 하기도 하고, 속상한 그런 일도 겪고 많은 일들이 진행이 됩니다. 그러다 학교에서 산타할아버지가 있냐 없냐로 토론이 벌어졌는데, 국수가 있다고 주장하자, 아이들이 "아빠 없는 집에만 산타가 가나?" 라는 말로 국수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말아요. 국수는 보란듯이 산타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산타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에 들어갑니다.

글도 재미났고, 그림도 이런 그림이 다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세밀하게 인물들의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어서 참 재미나게 본 동화였어요. 귀여운 스파게티라는 별명으로 불린 (국수는 무척 싫어했지만 그 별명이 너무나 와닿더라구요 참 귀여운 별명이다 싶은..) 주인공 국수의 깜찍한 구상을 들여다보면서 키득키득 웃기도 했구요. 아이지만 참으로 해맑다 싶은 그런 생각이 마구마구 들었답니다.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는그림이 있으니 더욱 실감났는지도 모르구요.



책을 읽는 동안 옆에서 귀여운 우리 아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국수를 보며 내 아이 같다는 생각으로 읽어가게 되었어요 아이가 울면 같이 속상하고 아이가 행복하면 저까지 기분좋아지구요. 국수의 산타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이 사실 쉬울리는 없겠지만 아이들이라면 산타할아버지의 거짓 유무를 언제쯤 알게 될 그날이 올때까지 바라고 또 바라는 산타 할아버지 사로잡기 작전이 아닐까 싶었어요. 사실 저도 초등 저학년까지만 해도 굳게 믿고 있었거든요. 아니라고 밝혀져서 선물도 뚝 끊기는 바람에 아쉬웠지만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읽어 그런지 더욱 재미나게 와닿고, 즐거웠던 동화였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