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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는 부모가 아이를 꿈꾸게 한다 - 따뜻한 마음으로 기다려준다면, 아이는 스스로 자란다
이영미 지음 / 와이즈베리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육아서를 읽으면 보통 반성부터 하게 된다. 아, 이런 엄마도 있는데 난 뭐람 하고 말이다. 이 책도 나의 잘못을 철저히 뉘우치게 만드는 책이었다. 책을 읽을땐 아이에게 좀더 잘해줘야지 생각하는데 막상 현실에서는 소리부터 지르고 마는 내 모습을 발견한다. 아들, 미안.
세상 어느 아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우리 아들은 내게는 정말 세상 최고의 보물과도 같은 존재이다. 보고 있어도 또 보고 싶은 그런 아들인데, 매일 뽀뽀하고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긴 하다. 재미있게 잘 놀아주고, 책도 많이 읽어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해줘야 하는데, 뭔가 뜻대로 잘 되지 않을때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다그치기 일쑤였다.
저자는 아이에게 바다를 보여주려 데려갔다가 코코아 한잔 자판기에서 뽑아주고 얼른 바닷가로 내려가려는데 아이가 오지 않더란다. 돌아보니 아이가 그 자리에서 뜨거운 코코아를 호호 불며 먹는데 심취해서 바다 볼 새 없이 코코아 마시기에 바빴다고 한다. 보통의 나라면 빨리 먹고 가자며 다그치기 일쑤였을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아들이 나가자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볼일이 있어 나가는 거면서도 마치 외출하는게 무슨 선심쓰는 것인양, 지금 안나가면 엄마 혼자 나가겠다는 등 아이를 다그쳐가면서 한창 재미나게놀고 있는 아들의 놀이를 방해하고, 옷을 두껍게 입혀 데리고 나간다. 외출이 늘 즐거운 것만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도 엄마랑 집에 단둘이 있는 것보다 낫지 않냐라는 것은 엄마만의 생각일 수 있는데.. 저자는 바다보다 코코아 한잔 마시는게 더 행복했던 둘째 딸 아이의 바램을 들어주고 기다려주었다.
저자의 큰 아이 또한 남들보다 뭐든 빨리 하지 않는 아이였다고 한다. 아이의 아버지는 자신을 닮아 영재가 될 줄 알았던 아이가 왜? 라는 의문을 가졌으나 저자는 마음을 열고 아이들을 기다려주고 받아주었다. 조금 늦되었다고 생각했을뿐, 언제고 꼭 하게 될거란 믿음을 갖고 기다리니 아이는 자기가 정말 하고 싶을때 하고, 독촉과 강요로 키워진 아이가 되지 않았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아이도 아마 자신의 아이 하나뿐이었을거라고 이야길 하기도 한다. 남편이 다 걱정할 정도로 말이다.
저자의 인생관을 그대로 따라하기엔 힘들겠지만 (나와 많이 다른 부분이 있어서) 하지만 저자의 아이들은 정말 행복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이들 나름대로 불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인생 목표가 성적이나 취직이 아니라, 자신이 지금 하고 싶은 것을 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기에 현재부터 행복한 그런 아이로 자라날 수 있으리라.
엄마를 만나 반가운 마음에 안기려는 아이에게 거부하듯 "잠깐만"이라고 말할 때 아이의 심정은 어떨까를 한번 생각해본다. 그리고 아이가 뭔가 이야기를 할 때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하던 일을 멈추고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들어주려고 한다. 아이들은 참 민감해서 엄마의 눈이 자기에게로, 엄마의 마음이 자기에게로 집중되는지 아닌지를 매우 잘 안다. 그런 사실을 확인할때마다 나는 매번 놀라곤 한다. 44p
이 부분을 읽으며 특히 마음이 아팠다. 그러고보니 우리 아이를 안고 뽀뽀해줄때를 제외하고 아이책을 읽을때는 아이를 안고 읽어준다면서 책만 바라봤고, 아이가 그림을 그리거나 뭔가를 하고 있을때는 기다려줄새 없이 나도 옆에서 책을 읽거나 전화를 하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아이는 하루종일 재잘거리며 내게 말을 거는데 아이와 눈을 직접 마주친 일이 많지 않았다. 대답도 건성일때가 많았다. 책을 읽고 너무 마음이 아파서 아이에게 엄마 눈 보고 이야기하자 했더니 낯설어한다. 아들 미안. 엄마가 너무 이기적이었구나.
직장맘이면 정말 일에 살림, 육아까지 병행하기가 너무나 힘들었을텐데도 아침 출근 시간에 어린 둘째 아이를 일부러 깨워 같이 시간을 보낸다. 아이와 잠깐이라도 놀아주고, 아이에게 뭔가를 만들어달라고 해서 학교에 가서 제자와 선생님들께 아이와의 약속대로 자랑을 하고 오는 것이다. 생활 하나하나가 참 현명한 어머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집에 와서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과감히 식사를 접고 밖에서 사온 음식으로 밤소풍을 즐기기도 하고, 아이들과 가벼운 밤산책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사실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엄마와 같이 있는 것, 이야기하고 나누는 그 자체일 수 있는데 나를 비롯해 가끔의 엄마들은 착각을 한다. 어딘가를 데려가줘야할것같고, 뭔가 대단한 것을 사줘야할것같고 등등을 말이다. 평소 소소한 것부터 이렇게 아이 눈높이에 맞춰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려 한다면 일부러 짬을내지 않아도 될 터인데 말이다.
또 그녀가 읽은 여러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책 속, 책 밖의 이야기로 나누어 이야기의 흐름과 연결지어 풀어낸것도 마음에 들었다.
내가 읽어본 최근의 육아서적도 꽤 많았기에, 다시 공감하고, 또 새로 읽을만한 좋은 책을 소개받을 수도 있었다. 그녀가 풀어놓은 방식대로 조언을 얻을 수도 있었고, 예전의 기억을 되짚어 이런 내용이 있었구나 다시 기억하기에도 좋았다.
그녀가 아이를 키우는 방식은 우리와 조금 다를 수 있다. 아니 나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면 그녀의 방식을 참고해보면 참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 사랑하는 아이에게 눈 한번 더 맞춰주고, 엄마의 꿈을 아이에게 대리 투영하지 않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나는 내 꿈을 투영시키고 있었다. 지금도 아이의 장래희망은 엄마의 꿈에 맞춰져 있다. 아이 스스로 원하는 꿈을 정하게 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든다. )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고 엄마의 속도대로 따라오라고 윽박지르기 전에 아이가 아직 어리고, 좋아하는 것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참 많이 배우게 해준 고마운 책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몰입해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책이기도 했다.
난 세상의 많은 부모들에게 간곡히 부탁하고 싶다. 아이를 아는 부모가 되자고. 사실 나도 많이 알지는 못한다. 그러니 함께 노력하자고 해야 옳을 것 같다. 아이가 무얼 하고 싶어하는지. 무얼 말하고 있는지 눈 맞추고 귀기울여 들어주자고. 이 아이가 얼마나 똑똑하고 장래성이 있을까 하는 눈으로만 보지말고, 아이를 무엇으로 만들겠다고 꿈꾸지도 말자고.
자식을 죽음의 문턱까지 보내본 내가 얻은 교훈이다. (첫째와 둘째가 터울이 진다. 그 사이에 잃은 아이들이 있어 아픔이 있다고 했다.게다가 7년만에 어렵게 얻은 둘째 아이가 선천성 심장병이 있어 태어난 해에 수술을 받아야했다. ) 자식은 내 옆에서 살아 숨쉬어주는 것만으로도, 오직 아침마다 두 눈을 떠 날 보아주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세상의 많은 엄마들은 모르는가 보다. 275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