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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아날로그 책공간 - 오래된 책마을, 동화마을, 서점, 도서관을 찾아서
백창화.김병록 지음 / 이야기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을 좋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더욱 관심이 가는 책 한권을 읽었다.
아이에게 좋은 그림책을 보여주려고 도서관을 찾다 한계에 부딪쳐 책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좋은 책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려는 뜻으로 개인 도서관을 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유럽에 책마을이라는 것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럽의 도서관, 책 마을, 서점 등을 찾아 뜻이 있는 여행을 떠났다. 제주도 설문대 어린이도서관관장과 동행하게 되어 일행은 셋으로 늘어났고, 유럽에서도 지인들의 도움으로 통역, 번역 등에 도움을 얻기도 한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 중에는 목표가 뚜렷이 세워진 사람들도 있다. 작가가 되겠다, 개인 소장 책들로 도서관을 내겠다 , 북카페를 하고 싶다. 혼자서 책을 보던 때와 달리 인터넷 서점이나 포털의 서평단, 북까페 등을 통해 다양한 책 매니아들을 만나다보니 다른 사람들의 생각에도 조금씩 관심기 가기 시작했다. 아직 나는 무작정 책이 좋아서 읽고 있는 시점이다. 원래 어릴적부터 동화, 소설 등 재미난 책을 좋아해서 즐겨 읽었다가 공부를 해야한다며 책읽기를 그만두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책 읽기가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이후 중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직장을 거치는 동안 읽은 책은 초등학교때 읽은 책과 또 지금 아이엄마가 되어 읽고 있는 책들에 비하면 상당히 미미한 수준이다.
책이 좋아 책꽂이가 넘치도록 책 욕심을 부리면서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려는 마음을 쉬 갖지 못했다. 내 것이라는 욕심의 끈을 아직 놓지 못한 까닭이다. 좋아하는 책을 친구에게 선물한 경우도 있지만 많지 않았고, 또 정말 좋아하는 책은 갖고있는 책을 주기보다 친구에게 새로 사서 보내는 경우가 더 많았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 중에서는 나 같은 이기심을 넘어서서 진정 좋아하는 책을 공유하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분들도 있다. 책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 이 책의 저자부부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이다. 아마 내가 만난 많은 북홀릭들 중에서도 이런 꿈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으리라. 책을 너무나 사랑해서 많은 책을 읽고, 나누고 싶었고 그 마음을 더 채우기 위해 유럽의 책 공간을 찾아 떠났다.

도서관, 서점, 책마을, 그리고 동화마을까지..아이엄마이고, 어여쁜 동화의 꿈을 동경하다보니 볼거리가 많고 아기자기 예쁜 동화마을에 가장 관심이 갔다. 생전 처음 듣는 책마을이라는 것도 신기하였다. 그런가하면 다른여행서적에서도 많이 접했던 셰익스피어 앤 컴패니 서점의 본질을 새로 알고 놀라게 되기도 하였다.
아이 책을 읽어주며 나 또한 그림책의 세계에 새로이 눈뜨게 되었는데 어렸을적 심하게 축약된 동화책을 읽고 자랐다가 어른이 되고보니 동화들을 무삭제 완역본으로 접하면 성인 분량의 어마어마한 책들이 됨을 보고 놀랐다. 저자도 그런 경험을 책속에 잘 풀어내고 있다. 우리가 100페이지 내에서 마감했던 해저 2만리가 원래는 단행본 두권 분량인것을 알게 되었고,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심지어 다섯권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역시 성인용으로 완역했을 때 육백 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책으로 재탄생한 것을 보면서 거듭 놀랐다. 우리가 어떻게 이 책들을 읽었다고 할 수 잇을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에게 이 책들은 어린 시절에 읽기를 끝마치기를 요구받았던 동화였고 성인이 되어 다시 접근 할 수 있는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걸작들을 잃어왔는지도 모른다. 이번 여행길에서 나는 잃어버린 걸작의 세계를 다시 찾아보고 싶었다. 189p 나 또한 최근 읽은 삼총사 프랑스어 완역본이 500페이지가 넘는 두권짜리 책이었고 어릴적 읽었던 짧은 동화와 많이 달라 놀라운 느낌이었기에 저자의 말에 백분 공감했다.
우리나라에도 만화 둘리 테마공원이 생겼단 이야기를 들었다. 유명해진 하나의 주제로 마을 전체가 관광산업이 된다는게 아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고, 관광객들에게 어릴적 꿈을 다시 심어줄수있다면 상혼과 만날것이언정 그 뜻이 그리 나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유럽의 동화마을에서도 앨리스와 관련한 여러 추억과 피노키오 마을, 하이디 마을, 피터래빗을 찾아 떠난 곳 등의 저자 여행을 따라다니며 나 또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들었다. 피노키오 마을에서는 디즈니 피노키오와 다른 (어릴 적 세계 명작은 다 디즈니 모습으로만 기억을 한다.) 피노키오를 만나고, 하이디 마을에서는 성숙한 하이디 소녀의 충격을 먹은 저자가 "네가 하이디?" 라며 놀라기도 한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이디 소녀의 작고 앙증맞은 모습에 익숙한 우리 세대이기에 그들이 내세운 모습이 생소했을 것이다. 다른 마을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하이디마을은 일본 중년 부인들이 주로 찾는 상흔으로 얼룩진 마을이라는 유럽인 친구의 만류가 있어 걱정스럽기도 했지만 어릴적 추억을 되새기며 잘 만들어지고 동화의 내용 그대로 구성된 하이디 하우스를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하는 그런 과정을 거칠 수 있다. (하이디가 그보다 50년전 먼저 나온 독일의 동화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었다고 한다.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그저 발길 따라 다니며 사진과 여행기만 접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읽은 책 속 이야기까지 같이 포함되어 유럽의 책공간을 거닐며 친근한 책 이야기를 전해 듣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가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아이가 없어서, 같은 대학 총장의 딸인 앨리스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지은 동화가 요즘의 불후의 명작 동화가 되었다는 배경은 물론이고, 셰익스피어 앤 컴패니가 <비포 선셋>이라라는 영화로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사장될뻔했던 소설 율리시스의 출판을 직접 나서서 맡게 되어, 묻힐뻔한 명작을 우리에게 남기게 해준 실비아의 공간이었고, 그 뒤를 이은 서점 주인 조지 휘트먼 (지금의 서점 명으로 개명한 ) 역시 가난한 작가들에게 침대와 먹거리를 제공하며 마음껏 글을 쓰고 출판하게 도움을 준 비범한 사람이었다. 영업이 늘 어려우면서도 돈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한 서점 주인들의 노력으로 오늘날의 셰익스피어 앤 컴패니가 완성이 되었다. 그런 공간이었기에 저자의 남편 역시 가장 인상 깊은 곳으로 셰익스피어 앤 컴패니의 인상을 받았다 한다.
세련된 서가, 잘 배열된 책들, 이래도 안 사갈래 하면서 으르렁거리는 대형서점의 모습이 아니라 책들 하나하나가 자신의 가치를 뽐내면서 그 수많은 책이 모여 향기를 뿜어내는 모습에 반해버렸다고 했다.
확실히 이곳은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고 숨막힐듯 가득차 보이지만 결코 짧은 시간 인위적으로 만들어지지않아 시간이 주는 안정감, 가득찬 것은 책이 아니라 이곳을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임을 읽어냈을때 확 밀려오는 따뜻함이 있다. 153p
저자 부부는 지금 충북 괴산에 내려가 예전의 도서관을 다시 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전의 도서관이 아닌 유럽의 책마을과 같은 공간을 꿈꾸고 있다. 한국에도 파주 헤이리에 책을 위한 신도시가 건립이 되었지만 그들이 꿈꾸는 것은 도시가 아닌 시골이고, 정부의 후원이 아닌 개인의 의지로 갖춰진 유럽의 책마을을 표방한다. 책마을은 또 어떤 곳인가 싶어 그들의 발길을 따라다니다보니 도시에서 책방과 출판사가 점점 설자리를 잃어가고, 농촌은 농촌대로 사람들이 없어서 마을이 공동화되어 가는 현상이 심해졌다고 한다. 이때 책을 사랑하는 이들과 농촌 살리기 정책이 결합돼 시골마을 곳곳에 '책마을'을 만드는 프로젝트가 이어졌다. 252p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서문 인용편)
35일동안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영국의 책공간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돌아왔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전국의 어린이 도서관을 수소문해 일년여동안 차근차근 살펴본후 충북 괴산의 도서관 건립을 꿈꾸는 그들, 그들을 따라 유럽을 돌고 전국을 다니지는 못했겠지만 충북 괴산 어린이 도서관이 생기면 아이와 함께 꼭 들러보고픈 마음이 생겼다. 또 책속의 책들에도 관심이 생겨서 읽고 싶은 책 몇권을 적어두었다.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2011년 라가찌상 논픽션 부문 대상을 우리나라 작가가 수상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기에 창비의 <마음의 집>이라는 책을 사보려 한다. 런던 워터 스톤즈에서 스페셜 코너로 만난 그림책 작가 에밀리 그라벳의 <겁쟁이 꼬마 생쥐 덜덜이>도 아이에게 읽어주고 싶다. 마지막 반전이 통쾌한 그림책이라니 무척 기대가 된다. 한권의 책을 읽고, 유럽 여행도 다녀오고 책에 대한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