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세이
가레스 하인즈 글.그림,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월
절판


드디어 그 궁금증을 풀었다.

오디세이는 어렸을 적 율리시스라는 만화를 보면서, 그 끝은 어찌 되는지, 실제 원작의 내용은 어떤지 궁금했지만 당시에 내가 구할수있는 책으로는 찾아볼 수가 없어서 궁금해했던 내용이었다. 기원전 8세기 경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특히나 고전, 해양모험 문학의 효시로 불리울 정도라 한다. 그 내용 또한 오늘날에 읽어도 흥미진진할 정도로 재미나다. 그 옛날 그런 상상을 해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말이다.



오디세이-이름이 시사하듯, 이 시는 지혜로 이름이 높은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Odysseus)- 로마식으로는 '율리시즈(Ulysses)'- 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출처: 네이버 지식사전



오디세이는 영웅 오디세우스가 10년여의 트로이전쟁을 끝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포세이돈의 아들,키클롭스에게 해를 입혀 저주를 받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게 된 이후 10여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릴적에도 고향에 돌아오지 못하는 운명의 주인공이 너무나 안타깝게 느껴졌었는데 그 원인은 바로 오디세우스가 살아남기 위해 무찔렀던 괴물 키클롭스때문이었다. 그리고 고향에는 그가 너무나 사랑하는 아내가 20년가까이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젊은이들의 구애를 거절하느라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갓난아기였던 아들은 어느새 자라 성인이 되었으나 부모의 재산을 축내며 먹고 마시고 자기들끼리 즐기는 구혼자들을 혼자 힘으로 무찌를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픽 노블의 첫 시작은 오디세우스를 그만 고향으로 돌려보내자는 신들의 의논으로 시작된다. 특히 아테나 여신이 나서서 아버지 제우스신께 간청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오디세우스의 뒤를 돌보며 그가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가게끔 도와주었다.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이후에 10여년간 겪은 일 또한 기이하고 놀라운 일들이 많아 흥미진진하였다. 사람을 잡아먹는 눈이 하나인 키클롭스 괴물 뿐 아니라 황홀경에 빠지는 유혹의 열매를 주는 섬, 바람을 부리는 재주가 있는 바람의 신 아이올로스 왕의 섬인 아이올리아, 오디세우스 일행에게 야만적으로 응대한 거인족의 나라, 사람들을 가축으로 만들어버리는 여신 키르케, 죽은 자들의 땅에서의 죽은이들을 만난 조언, 세이렌의 섬, 머리 여섯 달린 스킬라 괴물, 절대로 소(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소)를 잡아선 안되었던 트리나키아 섬 등, 오디세이가 수많은 만화나 책의 소재가 될 수있는건 바로 그런 기이한 해양 모험이 가득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려서 걸리버 여행기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던 느낌으로 오디세이 (이 책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쓰여진) 를 다시 재미나게 즐길 수 있었다. 신들과 각종 기이한 존재들이 가득한 이야기가 인간 세상사와 맞물려 흥미진진하게 펼쳐졌다.

게다가 글로 가득한 책이 아닌 그래픽 노블- 일반 만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청소년, 성인을 대상으로 하여 소설과 만화의 중간쯤 있는 단계로 느껴진다. 이전에도 몇권의 그래픽 노블을 읽어봤는데 우선 그림에도 꽤 신경을 많이 쓴 작품이 많고,(이 작품은 특히나 그림의 완성도가 더욱 높았다) 글 또한 많은 내용을 담아내다보니 일반 만화보다는 대화의 내용이 좀 긴 편이었다. 어쨌거나 글로만 읽어도 재미났을 오디세이를 운 좋게도 그래픽 노블로 읽어서 정말 생생한 그림으로 재연해서보니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정도였다. 깊은 밤 읽기 시작해 이 두꺼운 책을 언제 다 읽나 걱정했지만 걱정도 잠시, 어느 새 다 읽고서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날 발견하였으니 말이다.



오디세이.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소설로 읽어도 좋겠지만 이렇게 그래픽 노블로 훌륭한 그림과 함께 보는 것도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글만 가득한 고전책을 부담스러워하는 아이들도 그래픽 노블이라면 호기심에서라도 금새 끝까지 다 읽어내리지 않을까 싶다. 아직 유아인 우리 아이조차 엄마가 보는 이 그래픽 노블을 보더니 읽어달라고 해서 앞부분은 읽어주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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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 上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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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 서브 로사

모두 제목만 익히 들어 귀에 익은 책들이고 아직 읽어보지 못해 아쉬운 책이기도 했다. 책읽기전부터도 귀에 익을 정도면 꽤 유명한 책이란 사실만 미루어 짐작할 따름이었다. 그러다 로마 서브 로사의 작가인 스티븐 세일러의 로마에 대한 소설 두권이 새로 나옴을 알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최근에 로버트 해리스 저 임페리움과 루스트룸을 무척이나 재미나게 읽었기에 더더욱 로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터기도 하였다.

 

이 책은 로마의 건국에서부터 카이사르의 후계자에 이르기까지의 천년의 드라마를 신화적 상상력을 통해 재현해낸 작품이었다.

책을 읽기전 다른 이들의 리뷰를 먼저 읽으니 파스키누스라는 호신부가 두 귀족 가문과 연관되어 계속 이어지는 그런 줄거리라는 평이 많았다. 그런데 어디에고 파스키누스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지 않아, 사람 이름과도 비슷한 그것의 정체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파스키누스가 , 유피테르 (우리가 제우스, 주피터로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최고의 신)보다 훨씬 먼저 등장한 최초의 신을 통한 징표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증표로 남겨진 것은 모양이 참으로 독특한 것이었고, 그 첫 전수과정을 보고 앗, 설마 이렇게 계속 전수되는 것은 아니겠지? 하고 살짝 얼굴을 붉혀야했다. (이것이 힌트)

 

최초에 신처럼 등장해 계속 영험한 힘을 발휘할 것 같았던 파스키누스도 가문의 멸망과 화 등을 피해갈수는 없었던 것 같다.

신화로 시작했으나 이야기는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흘러간다는 말이다. 다만 파스키누스가 끊이지 않게 그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놀라웠을뿐.

최초로 파스키누스를 몸에 달게 된 여인에서부터 그 후손이 헤라클레스, 혹은 카쿠스 (인간으로 태어났으나 흉칙한 외모와 사람들의 괄시로 결국 괴물이 되고 말았다.) 어느 누구의 혈통인지 모를 아이를 낳게 되었고, 그 이후로 포티티우스 가문이 로마의 명문가로 자리잡게 되었다. 피나리우스 가문 역시 헤라클레스 제사에 같이 참여하는 명문가였으나 제사 당일 늦게 왔다는 이유로 포티티우스 가문에게 내장 먹는 주요 의식을 빼앗기고 늘 선수를 빼앗긴 위치처럼 되고 말았다. 후에 포티티우스의 후손 한 사람의 행보로 그의 가문은 쇠퇴의 길을 걷게 되고 피나리우스 가문만 굳은 명문가로 살아남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버지의 이름, 남편의 이름을 따서 아들, 아내의 이름이 정해지는 경우가 드물었으나 로마에서는 아주 당연시되는 일이었나보다. 귀족과 평민의 이름이 다르고, 나라마다 불리는 이름이 다르다. 그래서인지 몇 세대를 내려가면서도 같은 이름이 계속 쓰이고 있어 헷갈리기도 했다. 앞의 가계도를 다시 살펴보면서 어떤 관계인가 다시 짚어보고 넘어가기를 부지기수로 했던 것같다. 어느 소수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로마의 길고 긴 역사를 개국에서부터 왕정, 공화정 등의 정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다루면서 각 이야기마다 주인공들이 다르게 등장하기에 (그들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바로 파스키누스이다.) 어디까지 이야기가 흘러왔는지 다시 살펴보곤 하였다.

 

막연하게 알았던 로마의 공화정과 호민관, 집정관 등의 귀족과 평민의 대립과 충돌 이야기.

루크레티아와 베르기니아 두 비운의 여성의 사건을 계기로 하나의 중요 사건이 얼마나 크게 나라의 정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루크레티아의 이야기도 비극적이었으나 부르투스가 자신을 배반한 두 아들을 처형해야 했던 비극이나 베르기니아가 정욕을 위해 갑자기 노예라는 누명을 쓰고 사로잡혀 강간을 당하는 사건은 생각하기도 무서운 끔찍한 상황들이 아닐 수 없었다. 평민들은 분노했고, 그들을 괴롭힌 귀족들에게 가차없이 복수하였다. 그리고 그 희생양은 고귀한 혈통인 포티티우스 가문의 피를 타고 난 아이를 노예로 만들어버리는데까지 불똥이 튀기도 하였다.

 

귀족의 아이가 노예가 되어 다시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 것인가 궁금했는데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로마의 갈리아인들의 침공사건과 맞물려 신녀와의 이루어질수없는 사랑 이야기로 전개가 되었다.

정말 놀랍기만 하였다. 이것이 바로 허구인가. 파스키누스 호신부만이 허구일까. 물론 그 시대의 모든 이야기를 현대의 저자가 꿰뚫고 있을 수는 없으니 상당부분 허구이겠지만 정말 놀라운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쓰여져 허구라는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생생한 그 시대를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 했다.

 

로마의 길고 긴 역사를 두 가문의 희비의 교차, 그 중에서도 로미오와 줄리엣보다도 더욱 비극적인 연인들의 이야기 등이 맞물려 그냥 나열했으면 지루하기만 했을 그 역사가 너무나 흥미롭고 몰입도가 큰 그런 이야기로 새로 구성이 되었다. 정말 재미있어서 내리 읽고 싶었으나, 읽는 내내 잠시 여운을 두고 생각하는 시간을 갖다보니 책 읽는 호흡이 길어졌다. 그러나 분명 무척 재미있었다는 데는 반박할 여지가 없다. 지루한 역사가 아니라 흥미로운 역사였음을, 로마의 역사를 다시 알게 되었음을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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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똥꼬 까까똥꼬 시몽 5
스테파니 블레이크 글.그림, 김영신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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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그림책은 참으로 과감하다.

아기 똥꼬가 제목이라니.. 어떤 내용인지 제목만으로는 상상이 되질 않았다.

쫑긋한 두 귀에 망토를 두르고 복면까지 한 토끼가 아기 똥꼬라고 외치고 있다. 그게 뭐지? 아기 똥꼬가 토끼의 이름인가? 아니면 독자에게 하는 말인가? 뭐지? 표지 주인공의 모습은 슈퍼맨 같기도 하고, 쾌걸 조로 같기도 하다. 옮긴이는 이 그림책을 처음 보고 홀딱 반해서 한참을 노력한 끝에 7년만에 한국에서 발간하게 되었다며 행복해하였다.

시몽이 색색 블럭을 쌓아 아주아주아주 커다란 로켓을 만들어 차에 싣고 달리다가 그만 우당탕탕 커다란 로켓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무너져버렸다.

네살난 우리 아들도 (새해 들어 다섯살이 되었지만 네살때부터 읽어주었으니) 블록으로 로켓만드는 것을 눈을 빛내며 보더니 책을 다 읽고 색색 레고 블럭을 모아 자기만의 로켓 삼매경에 빠지기도 하였다.

시몽이는 쉬이이이잇 하고 엄마에게 훈계를 들었다. 우리집에는 갓난아기가 있으니 조용히해야한다는 것이다.

"너희 집으로 가! 이 아기 똥꼬야." 아기 똥꼬는 시몽이가 동생을 부르는 말이었다.

아기긴 아기인데 뭔가 얄밉고 그래서 붙여놓은 별명이 아니었나 싶다. 아기 똥꼬가 온지 3일이나 되었는데도 갈생각을 안하자 시몽은 불안해졌다.



설마 평생 같이 살아야하는 건 아니겠지? 동생이 생긴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굉장한 스트레스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시몽이의 천진스러운 고민을 듣자니 정말 아이에게는 청천벽력같은 문제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혼자서도 재미나게 놀아도 아무도뭐라고 하지 않던 것을 아기가 생김으로써 많은 제약이 생겼을 것이다. 엄마 아빠도 늘 아기먼저 챙기기 시작할 것이고 말이다. 시몽이는 그 스트레스를 미리 짐작한 것일까? 뭔가 귀찮은 것을 예감하며 고민끝에 아빠에게 묻자 아빠는 동생이니 당연히 평생 같이 살거라고 답을 해주었다. 평생~



혼자서 잠을 자야하는 시몽이는 엄마 아빠와 뽀뽀와 포옹 후에도 잠이 오질 않았다. 불꺼진 밤 혼자 누워있으니 늑대들이 우글거리는 것 같고, 아니 같은게 아니라 시몽 생각에는 이미 수천마리 늑대들에게 둘러싸여버렸다. 다음페이지에는 수십만 마리의 늑대들이 시몽이를 잡아먹으러 왔다고 말을 한다. 눈이 말똥말똥. 그럴리야 없겠지만 시몽이는 심각하다.

우리 아이도 요즘 자꾸 공룡이 현관문 옆에 와있다면서 (공룡은 그림책에만 있다고, 절대 오지 않는다고 말을 해주어 잘 알고 있음에도 아이의 상상력은 늘 다시 고개를 들곤 한다.) 공룡때문에 자꾸 신경쓰인다고 한다. 나도 공룡은 없다고 하지만, 아이가 자꾸 그러니 공룡을 쫓아내는 시늉을 하기도 하고, 조금은 아이 장단에 맞춰주기도 한다. 하지만 시몽의 부모는 아마 너무 피곤했을 것이다. 나도 밤에는 졸려서 아이의 모든 장난을 다 받아주지 못하니 말이다. 시몽이는 결국 밤에 너무 무서워 잠이 들지 않는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 가보니..



바로 아기 똥꼬였다.

그리고 시몽이는 동생을 지켜줘야겠다는 , 특히나 늑대들로부터 동생을 지켜야겠다는 아주아주 기특한 생각을 하였다.

한동안 적대적일 것 같던 시몽이와 아기똥꼬는 그렇게 화해(?)하였다.

그 모습이 참으로 예쁘고 감동적이었다.



우리 아이는 어떠한가.

조리원 동기들은 벌써 동생들을 보고, 그 동생들도 돌을 훌쩍 넘겨 잘 자랐건만, 우리 아이는 아직도 동생이 필요없다고 말한다.

호비를 끊은 이유가 호비 동생 하나가 2단계부터 등장하는 것을 보고 갑자기 싫다고 도리질하기 시작한게 원인이었으니 말 다한 것.

그래도 이 책은 재미나게 봐주었다. 로켓 만들기도 재미나고, 자기전 엄마 아빠와 뽀뽀하는 것도 좋고 아이가 좋아할만한 요소가 아주 많았다.



아기 똥꼬, 동생을 인정하기가 아직은 힘들겠지만, 아직은 엄마도 동생을 갖지 않았지만 언젠가 갖게 된다면 아이가 시몽이처럼 동생을 잘 받아들여주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다.

그렇게 조금씩 스며들기를..

선물로 들어있던 까까똥꼬 가방은 부직포로 되어있어서 보조가방으로 들고다니기 (물론 나는 낯부끄럽고, 아이가) 좋았는데 특히 아이 그림책이나 장난감 등 외출시 꼭 필요한 물건 들고다니기가 좋았다. 그래도 대문짝만한 똥꼬라는 단어를 보면 보는 사람마다 환하게 웃는다. 해피바이러스를 퍼뜨리고 다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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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링은 외국인 1 달링은 외국인 1
오구리 사오리 글 그림, 윤지은 옮김 / 살림comics / 2011년 11월
절판


영화같기도 만화같기도 한 스토리구나 생각을 했는데, 국적이 다른 두 사람의 연애담을 직접 만화로 시리즈로 그려내었고, 이후 영화로까지 개봉되었다. 음, 역시 둘다 적합한 소재였군.

우리나라와 일본 만화풍이 비슷한 건지 아니면 일본 만화에 내가 그만큼 익숙해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우선 그림체가 익숙하다.



예전에는 드물었던 국제결혼도 이제는 꽤 많이 늘었다고 생각한다. 친구의 언니, 뭐 이렇게 한다리만 건너도 바로 외국인과 결혼한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내가 직접 아는 사람 중에는 없어서인지. 아, 아니다 예전 (대학을 두군데 입학했다.)대학 동창 중에 하나 있구나. 그 친구 결혼식에도 못 갔고, 결혼 후 캐나다에 살고 있어서 말로만 전해들어서 그런지 더더욱 외국인과의 결혼생활을 하는 지인을 알고 있다는 생각은 멀게만 드는 기분이다. 일본인들도 우리네와 비슷한 것일까? 외국인과 연애하고 결혼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도 여전히 호기심을 갖고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외국인 남자에 대한 환상, 저자가 말한대로 아침에 달콤한 목소리로 깨우며 침대로 모닝커피와 아메리칸 스타일의 아침식사를 갖다 주는 허황된 상상을 했을 수 있다. 저자는 꼭 현실은 그렇지 않음을 잘 보여준다.



그들의 일상이 늘 코믹한 것만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 이렇게 깨가 쏟아져요. 라는 이야기만 들려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수십년 다른 가정에서 자라온 같은 나라 남녀가 만나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힘든 법인데, 아예 쓰는 말, 자라온 환경, 먹거리 등이 전혀 다른 두 남녀가 만나 생활하게 된다면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는 것만도 아주 큰 수확이 아닐 수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인상깊었던 점은 덥수룩한 수염을 가진 토니(수염이 그렇다고해서 야성적이라기보다 어깨도 동그랗고 사실 초식남에 가깝다고는 하지만)가 꽤나 감성이 여리고 충격을 잘 받는다는 점이었다. 그저 놀라운 상식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상처입고 괴로워한다. 그것을 살짝 즐기기도 하는 저자.

그들의 생활 방식은 만화 바깥에서는 쿨해보인다. 물론 둘 사이에는 나름 전전긍긍하는 기류도 있겠지만 적어도 그래보인다. 서로 맞춰줄 것은 맞춰주고, 참을 것, 양보할 것 등등을 생각할 터이기에 말이다. 우선 일본으로 건너온 토니, 그는 헝가리,이탈리아의 혈통을 이어받고 미국에서 교육을 받은 후 일본어가 좋아 일본으로 건너온 철저한 어학 마니아이다. 일본어를 깊게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고 즐긴다. 연인(나중에 아내가 된다)이 영어를 싫어하는 것 같자, 잠꼬대도 영어로 하다 만다. (여기서 여자는 남자의 철두철미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지만 말이다.)

또 워낙 감정 표현이 큰 외국인들인줄은 알았지만 토니의 반응은 정말로 코미디 그 자체였다.

재미난 것 하나. 일본 영화를 볼때는 일본어로 감탄사를, 프랑스 영화를 볼때는 프랑스어로 감탄사를 외친다.

영화를 보다가 충격에 직접 뛰어오르기도 하고 (그래서 만화나 영화로 제작이 가능한 소재가 아닌가 싶었던 부분들), 극장에서 영화를 보다가도 잠시 감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독자적으로 갖기도 한다. 옆에서 보는 사람들은 도대체 뭐하는 상황인가? 짐짓 의아해질정도로 말이다.



모든 외국인들이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토니 한사람이 좀더 감수성이 풍부할 수도 있겠지만 웬지 낯설었던 그들을 조금은 들여다본 기분이었다. 연인의 눈으로 철저히 살펴본 저자에 의해 말이다. 토니는 웬지 자신이 나쁜 모습이 많이 그려졌다며 서운해했다는데, 만화 한권을 다 읽고 어디가 나쁘다는 거지? 갸웃거리게 되었다.



아뭏든 알콩달콩 연애하는 사람들의 곁에만 있어도 웬지 생기가 전해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은데, 문화적 충돌로 잘 안맞을 것 같은 동서양의 연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좀더 아기자기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잘 맞으니 이후 후속편들에서는 아기낳고 사는 이야기까지 나온 것이겠지만 말이다.



부부의 아기 낳고 키우는 좌충우돌 이야기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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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부름 가는 길에
미야코시 아키코 글.그림, 김숙 옮김 / 북뱅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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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며칠전 쌓인 눈이 녹지 않고 있다. 아이와 밖에 나서면 미끄러지기라도 할까봐 손을 꼭 잡고 걷게 된다.

눈이 수북하게 쌓인 숲길을 지나 할머니 댁에 케이크 심부름을 가는 여자아이 키코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할머니댁에 눈을 치우러 가신 아빠가 깜빡하고 케잌을 두고 가셨다. 키코는 먼저 나서서 갖다 드리러 혼자 다녀오겠다고 한다. 이제 갓 다섯살이 된 우리 아이 제법 잘 자라서 집안에서는 곧잘 심부름도 척척 해내는데 아직 밖에서 혼자 다녀오는 심부름은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차이를 아직 잘 모르지만, 아들도 똘망똘망한 눈으로 그림책을 들여다보았다. 사실 처음에는 색감이 없는 그림이라 낯설게 느꼈지만, 흑백의 그림속에 깃든 따뜻함을 느낀 걸까? 아이도 재미난 이야기속, 그리고 환상적인 동화 속으로 이내 빠져들었다.

눈쌓인 숲길에서 아빠 발자국을 발견하고 따라가다가 넘어져서 그만 케이크 상자가 찌그러지고, 케이크도 망가지고 말았다. 속상한 키코가 얼른 아빠를 따라가니 처음 보는 낯선 집으로 아빠가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창밖에서 본 아빠는 모자를 벗은 모습을 보니 아빠가 아니라 옷을 입은 커다란 곰이었다. 너무 놀란 키코 앞에 어린 양이 다가와 숲속 파티에 같이 들어가자고 하였다. 이때의 어린양의 모습은 키코 또래의 친구 아이처럼 보였다. 어른들과 달리 아이들은 동물들에게 무척 친근함을 느낀다. 그래서 아이들이 즐겨보는 책에서부터 다양한 장난감 등에도 동물들의 모습이 새겨진다. 처음 만난 동물친구로 어린 양, 딱 좋은 친구가 아니었나 싶다. 아무리 귀엽다고 해도 좀더 무서운 동물이 다가와 같이 들어가자 했으면 키코가 겁먹지 않았을까? 우리 아이도 즐거운 마음으로 양과 함께 문을 열고 따라 들어갔다.

키코가 들어서자 갑자기 음악이 뚝 끊기고 동물들이 모두 새로운 손님을 바라봤다. 눈이 아주 똥그래진게 키코 뿐 아니라 바라보는 나까지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다음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불안과 긴장 등이 적절히 조화되어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다음 장을 열었다.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아이들 책인데 (조금 더 큰 아이들 책에는 가끔 나쁜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어른들의 소설책에는 나쁜 일이 아주 당연하게 일어나는게 현실의 수순이라 슬프다.) ...

너무나 반갑게도 모든 친구들이 키코를 반기며 환대하였다. 놀라긴 하였으되 다들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친구들이었던 것.

마치 내가, 또 내 아이가 환대를 받은 것처럼 따뜻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동물이 친숙하기는 해도 또 의인화된 동물들이라고는 해도 동물 책에서는 동물들끼리만, 사람이 주인공인 책에서는 또 사람들만 (동물이 나와도 의인화된 동물 말고 대개는 동물과 사람의 수직적인 관계가 이뤄지기 일쑤였다.) 나오는 동화를 많이 보곤 했는데, 이렇듯 의인화된 동물들과 스스럼없이 친구가 되는 동화책을 읽어주니 아이도 뭔가가 새로운 기분이 들었나보다. 말로는 좋아하는 동물들이 있었어도 또 직접 친구가 되고 초대받고, 환대받는 것은 또다른 경험이니 말이다.

모두 키코와 이야기하고 싶어하고, 키코의 망가진 케이크를 걱정해 자기가 먹을 케이크들을 모아 너무 정성스럽고 예쁜 모듬 케이크를 완성해주기도 한다. 정말 이렇게 따뜻한 친구들이 어디 있을까. 길 잃은 아이들이 불안함을 느끼지 않도록 소중한 사람들, 아니 소중한 새로운 친구들이 나타나 도움을 주는 모습이 참으로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전해져왔다. 아이를 제외한 풍경과 동물, 가족들 모두 흑백으로만 처리가 되었는데 모두가 십시일반 걷어준 케이크가 알록달록 예쁜 컬러 케이크가 되었다. 아이가 전해받는 그 따뜻한 감동을 더욱 배가시킨 극적 효과가 아니었나 싶다. 처음부터 모두 알록달록한 컬러 색깔이었으면 그 케이크가 더욱 두드러져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왜 다른 것에는 색깔을 칠하지 않았냐며 자기가 색칠하겠다고 하는 아이를 말리느라 조금 힘들긴 했지만, 작가가 전해주는 의미를 엄마는 조금은 깨달을 수 잇었던 것 같아 행복했다. 아이가 좀더 자라면 그 의미를 따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게 되겠지. 그런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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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1-09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라면 아이에게 칠하라고 크레파스나 색연필 줄 것 같아요. 케이크의 색이 좀 바래더라도. 바우어의 색깔의 여왕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저의 아이들도 그 그림책에 그리고 싶더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그리라고 했어요. 저의 애들은 거기에다 신나게 그리더라구요.지금 펼쳐보면 그게 추억이 되더라구요. 러브캣님의 아이가 흑백의 그림을 칠하고 싶다는 말, 이쁘네요. 어쩜 그런 생각을 다 했을까 싶은게.

러브캣 2012-01-10 06:11   좋아요 0 | URL
^^ 그러고보니 그렇네요. 스케치북 외에는 책에는 글이나 그림, 색칠등을 못하게 많이 말렸거든요. 음..생각했단것 자체만으로도 참 예쁜 것인데 그 생각까지는 미처 못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