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100배 즐기기 : 부암동.북촌.인사동.신사동.한남동.이태원 외 - 2011~2012년 최신판 100배 즐기기
권현지.윤혜진.장미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절판


서울에서 한 10년은 살고 내려왔기에 웬만한 곳은 가본 곳들이 아닐까 싶었다. 책을 펼쳐보고, 내가 못 가본 곳들이 거의 대부분이란 사실을 알고 나자 '아, 서울은 끝없이 변화하는 곳이로구나'와 '다시 가도 가 볼 곳이 무한해 좋구나' 라는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내려온지가 한 5년은 되어가는 것 같다. 한 자리에 계속 있는 남산, 고궁들과 달리 그동안 타임스퀘어, 그리고 각종 카페, 핫 스폿들이 샘솟아나왔다.

버스나 기차로는 2시간, KTX타면 1시간이면 갈 거리지만, 아기가 어려 그동안은 자가용으로만 여행을 다녔기에 서울 여행을 많이 가보지 못했다. 신랑 학회때 잠깐 하루 들렀다 오는게 전부였는데, 그때마다 최악의 교통 체증을 겪고 나자 차로는 못 갈곳이라는 인상이 신랑에게 각인되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대중 교통을 이용할거라면 몰라도 자가용으로 서울을 (서울 시민들에게는 익숙한 일이겠지만 잠깐만 차가 밀려도 싫어하는 신랑은 서울에서 운전하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여행하는 것은 머나먼 꿈과 같은 일이었다.

익숙한 곳들이 많겠지 싶었던 처음의 마음이 책장을 다 덮을 무렵에는 내가 지금 본 책이 해외 도시 관광 못지 않은 그런 책이 아니었나 싶은 마음으로 바뀌었다. 서울에 살적에도 우스개소리로 해외여행 가서 먹고 즐길 돈이면 한국, 그리고 직장 생활하는 이 서울에서도 충분히 맛집 투어하고, 재미난 즐길거리 마음껏 즐길수있다고 이야길 했었는데 요즘 나오는 서울 즐기기 책들로 인해 그 생각이 꿈이 아닌 현실로 옮겨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에도 여행을 못가는 사람들이 집을 떠나 호텔에서 1박하며 바캉스를 즐긴다는 뉴스들은 종종 접했다. 여행지도 아니고 서울에서 웬? 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지금은 절대 공감한다. 이제는 서울 시민도 아니고 지방에 내려와살다보니 서울에 올라가면 친척집에 머물지 않는 이상 호텔 등 다른 숙소를 생각해봐야할 형편이다. 제주도 등의 관광지처럼 리조트형 호텔이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인 특급 호텔들이 많이 밀집해있는 서울인지라 비행기 타고 떠나는 여행이 되지않더라도 도심에서의 멋진 휴가를 즐길 수도 있다. 또 부티크 호텔이라는 곳도 소개가 되어서 드라마나 뮤직 비디오에 소개된 감각적이고 예쁜 호텔에서 하룻밤을 청할 수도 있다. 아직 부티크 호텔에서는 자 본적이 없었는데 사진상으로 보니 무척 멋져서 한번 머물러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학교, 직장, 집, 그리고 가끔 친구들과의 만남, 나름 재미나게 살았다 생각했는데 거의 일상적이었던 그 생활을 되돌아보면 지금은 못 가본 곳들이 너무 많아 후회되는 삶이기도 하다. 그때도 서울에서 강남, 강북, 송파 등을 찍으며 무척 바쁘게 돌아다녔다 생각했는데 가본 곳이 무척이나 한정적이었던 모양이다. 못 가본 곳들 중에 명소가 무척이나 많아서 서울에 놀러가도 이 곳들을 언제 다 둘러볼수있을까 싶은 마음이 드니 말이다.

세계 맛집 투어가 하고 싶을때 간편히 떠날 수 있는 이태원 맛집 투어, 티브이에서만 많이 봐오고 실제로는 한 곳도 둘러보지 못한 북촌 8경, 청담동에 근무하면서도 막상 가로수길 카페는 한 곳도 둘러보지 않아 아쉽기만 한 신사동 가로수길 카페, 그나마 캠퍼스 투어는 다 둘러본 곳들이라 아쉬움이 덜한 편이었다. 서울대, 연세대, 경희대 등 몇 곳 소개되지 않아(내가 다닌 모교 둘다 안 나와서 아쉬웠다는!) 아쉬웠지만 그만큼 서울에 다른 갈 곳도 많다는 이야기가 될 터이니 열심히 눈으로 사진을 쫓고, 글을 찾아 읽었다.

서울에 살적엔 몰랐는데 워낙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보니, 서울의 맛집 수준들이 뛰어나다는 것을 뒤늦게 실감하고 있다.

다시 올라가면 책에 나온 맛집들을 섭렵하고 내려오고 싶다. 고추장 불고기, 홍합밥, 스시, 그리고 다양한 브런치 등

국립 박물관, 전쟁 기념관 등의 대부분의 박물관, 미술관도 거의 가보지 못하고, 샤갈전 감상을 위해 들렀던 서울 시립 미술관에 대한 추억만 남아 아쉬움이 짙다.

서울 인근의 가깝게 둘러볼 곳들에 대한 소개도 돋보인다. 해외여행 100배 즐기기에서도 인근 가볼만한 명소들 소개가 나왔듯이 서울 100배 즐기기에서도 그랬다. 인천, 파주, 남양주, 양평,과천 등이 소개가 되었는데 인천 국제 송도같은 경우에 말로만 듣고 가보질 못했는데 최첨단 도시라는 말이 딱 맞는 곳이라고 하니 시간내서라도 들러보고 싶은 곳이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친구에게서 온 메일 한통에 더욱 가슴이 뛰었던 서울 100배 즐기기기도 하였다.

학창 시절 4년 동안 2년을 같이 룸메이트로 지냈던 친구, 지금도 동갑내기 아기를 키우며 가끔 전화상으로 목소리를 듣고 친구가 내려올때나 만날수있어 아쉽기도 한 우리의 우정, 얼마전 친구는 신랑 직장 일로 들렀던 캠퍼스 인근에서 예전 나와 함께 나누던 담소와 추억을 다시 떠올렸다며, 올해 꼭 한번 서울에 놀러오라고 같이 신촌을 다시 거닐고, 수다 떨고 그러자고 이야길 했다. 20대에 함께 나눈 그 추억을 30대에 혼자 돌아보려니 너무 아쉬웠다며 40이 되기전에 한번 또다시 같이 추억을 나누면 40이 되어 혼자 신촌에 가도 외롭지 않을 거라는 친구의 이야기에 가슴이 다 뭉클해졌다.



친구의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20대에 버스타고, 전철타고, 그리고 걸으며 다녔던 그 모든 곳들을 다시 찾아 눈으로 확인하고, 못 가본 곳들(예전부터 있었어도 못가본, 혹은 새로 생겨서 못 가본)에 대한 기대감으로 그리움을 채웠다.

어떤 테마로든 즐거운 서울 여행을 찾을수있을것이다.

연인들에게는 근사한 프로포즈 명소를 찾을 수 있는 곳이 될 터이고, 아이가 있는 가족들에게는 고궁, 박물관, 공원 등 둘러볼 곳이 무궁무진한 서울 투어가 될 것이다. 지방보다 몇개월, 많게는 몇년은 빠른 유행이 시작되는 패션의 선두도시 서울에서 미리 쇼핑을 하고 오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책을 다 보고 나니, 서울에 10년 살았다는 말이 무색해지기도 했다. 다시 올라가면 모르는 것들이 너무 많아 미리 공부하지 않으면 둘러보기도 힘들 느낌이 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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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아이밥상 - 대한민국 대표 아줌마 홍신애의
홍신애 지음 / 비타북스 / 2012년 1월
품절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단숨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었다가 소설에 붙는 최고의 찬사라면, 이 책대로 하면 정말 맛있다라는 표현은 레시피북에 붙는 최고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예쁘게 잘 만든 책보다 맛있게 잘 만들 수 있는 요리를 가르쳐주는 책이 주부들이 가장 희망하는 책이다. 요리법이 많고 다양한것도 중요하지만, 레시피대로 만들었을때 (하다못해 계량법까지 그대로 따라해도) 맛이 전혀 나오지 않으면 그게 잘 만든 요리책이 맞는가 의심이 가고, 이후로 그 책에 나온 새로운 요리를 해볼 엄두가 안나기도 한다. 어렵게 만든 요리가 실패작이 되면 그때의 기분은 참 씁쓸하기 때문이다. 식구들이 맛있게 먹어주는 것만큼 요리한 주부들을 뿌듯하게 만드는 일도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입이 짧은 경우가 많다. 좀더 자라서 한참 잘 먹을 나이가 되면 뭘 먹어도 잘 먹어서 걱정없다고 말하는 엄마들이 조금씩 늘어나겠지만 이유식을 막 마친 유아를 둔 엄마들이면 대부분 야채를 안 먹는다던지, 드물게 고기를 안먹는다던지 아니면 아예 밥 자체를 거부한다던지 하는 편식이나 입짧은 아이의 식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그런 주부 중 하나이다. 엄마가 고기를 좋아해 즐겨해줘서 그런지 고기는 잘 먹는데 어느순간부터인가 야채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나뭇잎이라 부르며 나뭇잎은 안먹겠다고 거부하곤 했는데 요즘 조금씩 노력을 해서인지 먹기 시작한 채소가 늘고 있다. 그래도 친구네 딸처럼 데친 브로콜리랑 생 파프리카도 와삭와삭 과자처럼 씹어먹었으면 좋겠고, 건강에 좋은 견과류와 콩 등도 잘 먹었으면 좋겠다고 갈수록 바램이 늘고 있다.


아이 요리책이 집에도 몇권 있는데 사실 손이 가는 요리책은 한정되어 있다. 요리 한두개 해보고 맛있는 레시피북을 골라 계속 그 레시피북만 참고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아이 요리라는게 한정적인 경우가 많아서 입 짧은 아이에게 맛있고 영양가 가득한 음식을 해먹이고 싶은 심정으로 아이 요리책을 사보고 서평단도 응모하고 그렇게 된다. 이 책의 경우에는 기존 평을 읽어보고 해보니 맛있었다란 이야기가 많아서 믿음이 가기 시작했다. 며칠전 쉽게 만드는 시금치 토장국의 경우에도 보통때처럼 멸치를 잔뜩 넣은 육수로 끓였다가 된장양이 문제였는지 멸치가 너무 많았는지 너무 짜서 아이도 신랑도 잘 먹지 않아 미안했던 때가 있었다. 이 책에도 마침 레시피가 나왔길래 만들려고 보니 만능육수, 해물 육수 등 저자가 소개하는 전용 홈메이드 육수가 따로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귀찮아서 그냥 에이 내 맘대로 그냥 멸치 다시마 육수로 해야지 했는데 어제는 그래? 해물 육수부터 차근차근 그대로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도전해봤다.

마침 재료도 집에 다 있었다. 건새우가 부족해서 육수는 만들었지만 시금치 된장국에 추가로 못넣어서 그게 좀 아쉬웠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사실 다른 책에도 홈메이드 육수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나오는데 정말 순전히 귀찮다는 이유 하나로 그냥 평소대로 멸치 다시마 육수만 밀고 나갔는데 며칠전 시금치 토장국을 실패한 전적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좀 제대로 맛을 내보고 싶었다. 그리고 어떤 맛이 나오는지도 사실 궁금했다.

해물육수라고 해서 모듬 해물을 넣어 우리는 줄 알았더니 멸치, 다시마, 건새우, 북어, 표고버섯, 무, 양파 등을 넣고 우리는 육수였다. 총 8리터의 생수가 필요했는데 냄비에 한번에 5리터가 못들어가고 4리터 간신히 들어가서, 재료 분량은 넣으란대로 넣었지만 물만 줄여진 상태로 끓였다. 끓이는 시간도 몇시간,이렇게 적혀있었으면 도전할 엄두가 안났겠지만 몇십분 내외로 오래 걸리는 시간이 아니었고 다 하고 나니 총 한시간 정도면 육수까지 완료할 수 있는 것 같아 부담이 덜했다. 나중에 2리터 정도의 생수를 더 추가했으니 책에서는 8리터, 나는 6리터의 생수, 총 세병의 생수를 부은 셈이다. 그리고 끓이면서 날아간 양, 국 끓이느라 4컵 사용한 것등을 제외하고 나니 식힌 육수를 병에 담으니 4리터가 못되게 양이 나왔다.

시금치 된장국은 짜지않고 달콤한 시금치 맛이 제대로 살아나면서도 은근한 맛이 참 좋았다. 육수 끓일때부터 신랑도 지켜봐서인지 유난히 더 맛있다고 말해주어 고마웠고, 입짧은 아가도 맛있게 먹어주었다. 무엇보다도 처음이 귀찮아 그렇지 해물 육수를 만들어두고 나니 금쪽같은 육수긴 해도 한동안은 이 육수로 다양한 국과 나물 등까지 책에 나온 여러 메뉴에 도전할 수 있어 더욱 기분이 뿌듯했다. 밑반찬 만들어놓고 행복해하는 주부들의 심정을 알 것 같았다. 내친김에 양지머리를 사다가 만능육수도 만들어볼까 싶기도 하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운 맛을 내는 레시피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음식이라 약간 싱겁기는 해도 신랑 또한 짠 것보다 오히려 싱겁고 담백한 음식을 선호해서 아이 반찬 중에 어른도 먹을 만한 메뉴를 만들면 어른 반찬 아이반찬 따로 할 필요가 없어 좋을 듯 하다. 그래서 가끔 매운 반찬으로 신랑 입맛 살려줄때를 빼고는 아이 요리책을 즐겨보고 있다.

든든한 기본 육수로 다른 책에서는 많이 못봤던 감자 양배추국, 콩가루 꽃게탕 등에도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새우와 감자로 만드는 새우 감자전도 맛있어 보였다. 기본적인 국, 밥, 반찬, 일품 요리등서부터 많은 엄마들이 고민하는 편식하는 아이들을 위한 코너도 따로 있어서 눈길이 갔다.

버섯으로 잡채를 만들어주고 몸에 좋은 천연 재료를 넣어 색색이 고운 알록달록 수제비를 만들어 (모양도 쿠키커터로 찍으면 아이가 더욱 좋아하는 수제비가 될수있다고 한다) 먹는것도 좋을 것이다. 특히나 수제비는 아이와 함께 만들어 더 맛있게 먹도록 하면 좋다고 하니 언제 아이와 색색 반죽을 해봐야겠다. 많은 엄마들이 아이와 같이 반죽하고 요리를 즐길때 항상 아이에게 멀리 가있으라고 했던 무심했던 엄마는 반성을 하게 된다.

스파게티 하나를 먹어도 동물 모양 파스타로 먹어야 맛있다 하고 주먹밥도 별모양, 하트모양으로 해주면 더 좋아하는데 수제비도 이렇게귀여운 꼴모양 하트 모양으로 찍어주면 너무너무 좋아할것같았다.

메뉴가 참 다양하다. 아플때 먹는 죽, 보양식과 파티요리 , 도시락까지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서 평소 먹는 요리서부터 외식할 때 즐길수 있는 요리등까지 모두 섭렵할 수 있을 것 같다. 조금 귀찮아도 육수 하나 만들어두면 요리과정이 그만큼 단축되면서 맛내기도 쉽다는 것을 배웠다. 아이와 내일은 무슨 요리를 해먹을까? 당장 수제비부터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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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씌우기 1
오동선 지음 / 모아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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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명 작가님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그분이 최초로 추천사를 써준 책이라는 이 책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후속편을 기대하는 심정으로 책을 펼쳐들었고, 대부분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던 평소와 달리 추천사서부터 작가의 들어가는문까지 꼼꼼히 읽고 책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 정보를 접하니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역시 좌절된 우리나라의 핵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었다.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소설이라기보다는 팩션, 아니 팩트 사실에 가까운 비화를 담고 있어서 조심스럽다라고 작가가 언급한 것이 돋보인다. 그냥 작가의 상상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실제 방송 pd로 활동중인 저자가 보도형식으로 다루기엔 민감한 사안이고, 오프더 레코드 약속을 깰수도 없어서 소설 형식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핵개발 비사다. 즉 남핵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비밀 핵개발에 대해서는 잘 아는 독자도, 지난 10년 진보정권에도 핵개발 비사가 있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14p 들어가는 문 중에서

 

소설은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던 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빌미로 많은 군 수뇌부에 누명을 씌워 잡아들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우뚝 서면서 박대통령의 핵개발을 싫어했던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그간의 핵개발을 백지화하려는 일들이 담겨있었다. 연구소를 급습하고 과학자들을 살해하고, 핵개발을 포기하며 스스로 자주독립국가이길 거부한 듯한 그 느낌이 참으로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핵포기는 물론이고 무기 국산화 사업을 포기해 무기는 전량 수입하겠다는, 말그대로 미국의 수족이 되어 놀아난 느낌이었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알아서 우리 자주 국방 사업을 내주고 있소. 세상에 이렇게 정신나간 군인들이 또 있겠소?" 129p

 

'모자 씌우기'란 표현에는 다양한 뜻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사용된 의미는, 어떤 사물의 내용이나 본질을 가리기 위하여 겉으로 내건 명목을 비겨 이르는 말이다. 223p

 

박대통령 시절 핵개발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였던 민박사가 살해당하고, 이후 20년이 흐른 후 그의 아들이 미국 정부와 여러 기업에서도 스카우트를 할 정도로 레이저 분야에서는 이름을 날리는 박사로 성장하였다. 그에게 의문사로 죽은 아버지의 일기장이 도착하고, 그는 조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숙원사업의 뒤를 잇기 시작한다. 노태우 정부의 비핵화 선언때문에 자발적으로 핵 개발의 모든 끈을 놓아버린 우리나라의 불운한 처지에 그는 절망했지만 현 대통령조차 나서지 못하는 그 비밀스러운 연구개발을 같은 연구소내 직원들에게조차 비밀리에 붙여가며 (자발적인 미국의 스파이들이 숨어있기에) 성공적인 실험결과를 이끌어내었다.

 

더 답답한 것은 한국의 비대칭 무기 보유를 반대하는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엄청난 액수의 재래식 무기 구매를 사실상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무기 구입액 규모 3~4위를 차지하는 국가다. 또한 그 해외구입 대부분은 바로 미국으로부터다. 그것도 그들이 현재 사용하는 것보다 10년 정도 뒤진 무기들이며, 이것이 벌써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불평등한 관계를 지속할 것인가? 235p 

 

문제는 우라늄이었다. 핵개발의 가장 중요한 원료가 될 우라늄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이 문제를 두고 예전 아버지의 친구분이었던 황공필 논설위원을 찾다보니 한창혁 박사와의 끈이 이어지고, 숨겨두었던 우라늄까지도 찾아내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마치 손바닥위에 놓고 바라보는양 하나하나 감시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도 느꼈지만 제대로 된 시설 설비도 갖추지 못했음에도 절대 뒤지지않을 기술 개발력을 발휘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에 긍지까지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저자는 소설이라기보다 사실에 가깝다고 강조했으니)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에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누군가의 농간이었음이 밝혀졌지만 말이다.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책을 읽어내렸다. 김진명 작가님이 단숨에 원고를 다 읽어내려갔다는 말에 나또한 공감하게 되었다. 조국의 현실이 안타깝고 박대통령 시절에 그토록 대접받던 과학자들이 지금은 추풍낙엽과 같은 신세로 전락한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개발, 그것이 무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물품일지라도, 이 제한되는 것은 과학 산업을 육성시키던 과거의 정책이 지금은 많이 묻혀졌기때문이 아닌가 다시 생각해본다.

 

이 소설의 끝은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나라의 핵 개발 현주소를 2부가 들려주게 될것인지 기대감을 갖고 2부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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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 역사와 예술이 숨 쉬는 이탈리아 기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최도성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2월
품절




여행을 무척 좋아하지만, 바라는 만큼 다닐 수 있게 시간과 여건이 허락되질 않아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얻곤 한다. 여행 가이드북으로 미리 여행 계획을 구상해보기도 하고, 여행 에세이 등을 통해 다닐때의 여러 노하우, 혹은 풍경의 멋진 모습등을 미리 즐기게 된다.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가 여행서로 많은 지인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알았지만, 일생에 한번은 몽골을 만나라를 선물받고도 여태 읽어보질 못했다. 최근 들어 이탈리아에 관한 문화, 소설, 다양한 여행서적등을 접하다가 일생에 한번은 이탈리아를 만나라 책이 나왔다는 이야기에 반갑게 집어들었다.




여행 에세이라기보다 인문서적에 가깝다고 말하는 저자의 표현대로 맛집과 여행에 관한 직접적인 후기등을 기대한다면 번짓수는 살짝 틀렸다. 하지만, 딱딱한 인문서로만 보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풍부한 경험과 학식이 녹아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여행지에 대한 상식과 배경 등에 관심이 많은 아버지께서 더욱 좋아하실 장르란 생각이 들었다. 나만큼이나 책도 좋아하고 여행도 좋아하시는터라 여러 여행서를 읽어보시지만, 읽어보시면 늘 호불호가 갈렸기때문이었다. 이 책은 정말 과감히 추천드릴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다.


매혹적인 표지를 보고서도 반했지만 책 중간의 피렌체 모습을 보고서는 한폭의 그림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를 지경이었다. 피렌체는 토스카나의 주도이다.

이탈리아는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특히, 토스카나는 사람을 두번 미치게 한다. 도착할때 한번, 떠날때 다시 한번.

저자는 어디에선가 이런 글귀를 읽고, 그동안 등한시했던 (조상 잘 둔덕에 풍요롭게 잘 사는 그런 부류의 나라라며) 이탈리아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르네상스의 발상지인 이탈리아를 왜 잊었을까? 하며 르네상스를 중심 테마로 이탈리아 여행기를 계획하게 되었단 이야기였다.

과거 영국의 상류층 자제들이 그랜드 투어를 떠나는 중심에 있었던 이탈리아. 1000년 가까운 문화적 번성도 모자라 그 역사적 자취와 흔적만으로도 로마의 이름을 전세계에 드높이고 있는 나라. 그러나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만큼 관광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야 하는데 서비스 정신은 그에 많이 못 미쳐 아쉽기도 한 곳. 아직 못 가본 유럽, 또 이탈리아지만, 가보지 않고 이탈리아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에 귀가 먼저 열리는 느낌이었다.


볼 것도 많고, 느낄 것도 많은 곳이지만, 조심해야할 소매치기와 속지 말아야 할 상술이 난무하는 곳이니 조심 또 조심해야한다는 것 ( 이 책 뿐 아니라 유럽 미식 등의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숱하게 접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예술가들을 반하게 하고, 수많은 작품을 낳게하고 또 작품 속 배경으로 당장하는 이탈리아-그 중에서도 베네치아 ,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진미가 있는 볼로냐, 르네상스 문화의 중심지 피렌체, 세계의 중심이었던, 그리고 여전히 그 문화적 구심점으로 자리하고 있는 유럽인들의 전설, 원형과도 같은 로마 등을 여행하며 풀어내는 이야기가 귀에 쏙쏙 들어온다.



카사노바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아니 꽤 길게 등장했지만 그 다음 세대의 카사노바라는 영국 시인 바이런의 이야기가 더욱 인상 깊었다.

'어느날 아침 자고 일어나보니 유명해졌다'라는 그의 말처럼 하루아침에 베네치아에서 유명해졌고 순식간에 그곳 여성들을 타락시켰다. 49p 유명해졌다라는 말이 시인으로서의 유명세를 말하는줄 알았는데 여성들에게의 인기, 오늘날의 아이돌 스타와 같은 인기를 말하는 것이었나 싶어 놀라웠다.



university와 college의 어원이 되는 설명도 재미났다. 학생조합과 교수조합이 장군멍군식으로 생겨난것이 오늘날의 대학의 기원이 되었고, 결국 볼로냐 대학이 세계 최초의 대학이라는 자부심으로 학문의 모교라는 뜻인 알마 마테르 스투디오룸으로 이름을 개명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말을 불러일으킨 귀도 레니의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에 관한 이야기는 더욱 가슴아프게 들렸다.

그러고보니 예전에도 이 작품에 얽힌 사연을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았는데, 책에서 보다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14살의 어린 베아트리체는 너무나 예쁜 외모로 친아버지에게 겁탈을 당하기 시작해, 감금된 상태에서 22세까지 숱한 성폭행을 당해야만했다. 그녀를 불쌍히 여긴 계모와 오빠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살해하고 체포되었을때 그녀의 사연을 알고 불쌍히 여긴 동네 주민들이 탄원을 냈지만 가문의 재산을 몰수할 욕심으로 교황은 그들을 사형에 처하고 그들의 재산을 몰수하였다. 너무나 아름다웠기에 비극의 주인공이 된 베아트리체가 단두대에 오르던 그 모습을 본 귀도 레니가 그녀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아 그림으로 남겼다는 것이다. 또 그 그림을 보고 스탕달이 다리에 힘이 풀릴 정도의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하여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는 것이다.


한권의 책을 다 읽고 나니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왔다기보다, 전반적인 재미난 이야기들을 모두 듣고 온 느낌이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에 열광하는 구나 싶었다. 이탈리아에 가도 그가 책속에서 들려준 이야기들이 머리에 떠오를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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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우리도 미래그림책 120
천 츠위엔 글.그림, 이도영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11년 12월
절판


우리 아이는 잠을 늦게 자는 편이었습니다. 그러다 바로 얼마전부터 몹시 피곤했는지 초저녁에 잠들어 다음날 일찍 일어나더라구요. 아빠가 늦게 퇴근하다보니, 아빠를 기다리고, 아빠 식사하신후 같이 놀고 잠들다보면 늘 늦게 잠들곤 했는데,아빠 퇴근전에 잠들고, 출근 후에 일어나서 결국 며칠째 아빠를 한번도 못보게 되었어요. 아이가 잠드니 아빠도 휴식 시간이 생기긴했지만 아빠도 어딘가 애닯아 하고 아이는 아빠와 놀 시간이 부족해 아쉬워했고, 그런 아이 모습을 보니 제 마음까지 찡해져왔습니다. 그냥 좀더 늦게 자게 놔둬야하는걸까. 3월부터 유치원에 다니려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니 지금 패턴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참 여러모로 고민이 되었답니다. 결국 아이는 며칠만에 졸린 것도 꾹 참고 아빠 퇴근 시간을 기다려 실컷 놀고서야 잠이 들었지요. 아니면 새벽에 일어나 놀기도 하구요. 그렇게 아빠를 좋아하는 아이인것을..



퇴근이 늦고 출근이 이를지언정, 장기 출장이 있는 직업은 아닌지라 아빠와 떨어져 잠을 자본적은 없었네요 그런데 친구 아빠들을 보면 집에 들어와 잠자는 시간이 무척 부족하거나, 아니면 수시로 해외 출장을 나가서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더욱 부족한 경우가 많기도 하더라구요. 어느날 친구 딸이 아빠에게 그랬답니다. "아빠는 왜 매일 집에서 자?" 라구요. 그전에는 매일 집에 못 들어왔던 것이지요.

책 속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따뜻한 곰돌이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데 마치 그 모습이 우리네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어 가슴 절절하게 와닿습니다. 그림톤도 글도 그렇게 차분하게 와닿더라구요. 내용이 그래서일까요. 정말 실제 있을법한 이야기인지라 코 끝 찡한 느낌으로 읽고, 아이에게 읽어주었어요.

아빠가 아주 먼 곳으로 6개월이나 장기 출장을 가게 되었어요. 삼남매와 엄마만 두고 말이지요. 엄마와 아빠도 모두 떨어져 사는 일에 걱정이 되었어요. 아이들도 슬펐겠지만 아직 어려서 그런지 떨어지는 의미를 잘 몰라 그런지 해맑은 모습으로 나왔답니다. 아니면 아이들이기에 더욱 순수하고 밝은 모습으로 꿋꿋이 그리움을 이겨냈는지도 모르겠구요

슬퍼보이는건 우선 엄마와 아빠였지요.

떠나는 날 아침 아빠는 일찍 일어나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하나씩 아빠를 기억할 선물을 남겨두고 떠납니다. 아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도 잊지 않았구요. 출장 간 그곳에서 아빠는 밥도 혼자 먹고,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에서 바쁘게 일만 하다가 아무도 없는 텅빈 숙소로 돌아와 외로움을 느낍니다. 그렇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느끼며 가방을 연 순간 가족의 사랑스러운 선물을 발견하고, 힘을 얻게 되지요.

그 마음,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뻐 코끝이 괜히 찡해졌답니다. 이 책은 아빠와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담긴 그림책이라 엄마보다도 아빠가 읽어주어야 더욱 와닿을 것 같아요. 아빠와 잠깐 떨어져 잠잤던 기억이 그러고보니 지난 여름 아빠 근무하는 동안 외가 식구들과 여행 갔을때 딱 한번 있었네요. 아빠는 놀러간 식구들을 그리워했고, 우리도 아빠가 그리웠지만 놀다보니 잘 적응했다는 슬픈(?) 후기를 남기렵니다. 그래도 아빠와 함께 하는 여행이 훨씬 재미있을 거라 기대가 되기도 하였구요 역시 가족은 하나가 되어야 비로소 완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다시 만날 그 날까지 서로가 서로를 그리워하며 힘을 내어 지내다가 비로소 가족이 한데모여 다시 행복해진다는 이야기였답니다.

아빠와 떨어져지내는 가족이 있다면 코끝 정도가 아니라 마음 한구석이 찡해올, 그런 따뜻한 동화가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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