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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씌우기 1
오동선 지음 / 모아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김진명 작가님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그분이 최초로 추천사를 써준 책이라는 이 책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후속편을 기대하는 심정으로 책을 펼쳐들었고, 대부분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던 평소와 달리 추천사서부터 작가의 들어가는문까지 꼼꼼히 읽고 책에 대한 어느 정도의 사전 정보를 접하니 더욱 기대감이 커졌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역시 좌절된 우리나라의 핵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다루고 있었다.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에 대한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이 책에서는 소설이라기보다는 팩션, 아니 팩트 사실에 가까운 비화를 담고 있어서 조심스럽다라고 작가가 언급한 것이 돋보인다. 그냥 작가의 상상에만 치우친 것이 아니라 실제 방송 pd로 활동중인 저자가 보도형식으로 다루기엔 민감한 사안이고, 오프더 레코드 약속을 깰수도 없어서 소설 형식으로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핵개발 비사다. 즉 남핵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책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비밀 핵개발에 대해서는 잘 아는 독자도, 지난 10년 진보정권에도 핵개발 비사가 있었다면 깜짝 놀랐을 것이다. 14p 들어가는 문 중에서
소설은 전두환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던 때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 암살을 빌미로 많은 군 수뇌부에 누명을 씌워 잡아들이고, 자신이 그 자리에 우뚝 서면서 박대통령의 핵개발을 싫어했던 미국의 협조를 얻기 위해 그간의 핵개발을 백지화하려는 일들이 담겨있었다. 연구소를 급습하고 과학자들을 살해하고, 핵개발을 포기하며 스스로 자주독립국가이길 거부한 듯한 그 느낌이 참으로 아쉽지 않을 수 없었다. 핵포기는 물론이고 무기 국산화 사업을 포기해 무기는 전량 수입하겠다는, 말그대로 미국의 수족이 되어 놀아난 느낌이었다.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알아서 우리 자주 국방 사업을 내주고 있소. 세상에 이렇게 정신나간 군인들이 또 있겠소?" 129p
'모자 씌우기'란 표현에는 다양한 뜻이 담겨 있다.
이 책에서 사용된 의미는, 어떤 사물의 내용이나 본질을 가리기 위하여 겉으로 내건 명목을 비겨 이르는 말이다. 223p
박대통령 시절 핵개발 프로젝트의 핵심 멤버였던 민박사가 살해당하고, 이후 20년이 흐른 후 그의 아들이 미국 정부와 여러 기업에서도 스카우트를 할 정도로 레이저 분야에서는 이름을 날리는 박사로 성장하였다. 그에게 의문사로 죽은 아버지의 일기장이 도착하고, 그는 조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숙원사업의 뒤를 잇기 시작한다. 노태우 정부의 비핵화 선언때문에 자발적으로 핵 개발의 모든 끈을 놓아버린 우리나라의 불운한 처지에 그는 절망했지만 현 대통령조차 나서지 못하는 그 비밀스러운 연구개발을 같은 연구소내 직원들에게조차 비밀리에 붙여가며 (자발적인 미국의 스파이들이 숨어있기에) 성공적인 실험결과를 이끌어내었다.
더 답답한 것은 한국의 비대칭 무기 보유를 반대하는 미국으로부터 한국이 엄청난 액수의 재래식 무기 구매를 사실상 강요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무기 구입액 규모 3~4위를 차지하는 국가다. 또한 그 해외구입 대부분은 바로 미국으로부터다. 그것도 그들이 현재 사용하는 것보다 10년 정도 뒤진 무기들이며, 이것이 벌써 5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언제까지 이런 불평등한 관계를 지속할 것인가? 235p
문제는 우라늄이었다. 핵개발의 가장 중요한 원료가 될 우라늄을 어디서 구할 것인가?
이 문제를 두고 예전 아버지의 친구분이었던 황공필 논설위원을 찾다보니 한창혁 박사와의 끈이 이어지고, 숨겨두었던 우라늄까지도 찾아내게 되었다. 우리나라를 마치 손바닥위에 놓고 바라보는양 하나하나 감시하는 미국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움도 느꼈지만 제대로 된 시설 설비도 갖추지 못했음에도 절대 뒤지지않을 기술 개발력을 발휘하는 과학자들의 모습에 긍지까지 느껴졌다. 이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말이다. (저자는 소설이라기보다 사실에 가깝다고 강조했으니)
비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중에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결국 누군가의 농간이었음이 밝혀졌지만 말이다.
날이 새는지도 모르고 책을 읽어내렸다. 김진명 작가님이 단숨에 원고를 다 읽어내려갔다는 말에 나또한 공감하게 되었다. 조국의 현실이 안타깝고 박대통령 시절에 그토록 대접받던 과학자들이 지금은 추풍낙엽과 같은 신세로 전락한 것이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나라의 독자적인 개발, 그것이 무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물품일지라도, 이 제한되는 것은 과학 산업을 육성시키던 과거의 정책이 지금은 많이 묻혀졌기때문이 아닌가 다시 생각해본다.
이 소설의 끝은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나라의 핵 개발 현주소를 2부가 들려주게 될것인지 기대감을 갖고 2부를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