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은 용 모퉁이책방 (곰곰어린이) 14
루이사 비야르 리에바나 지음, 클라우디아 라누치 그림, 이선영 옮김 / 책속물고기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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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연재만화를 보니 아들이 어릴적에 자동차를 좋아하다가 좀더 크니 공룡에 홀릭하기 시작한 공룡기가 시작되었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들도 대단한 자동차, 특히 중장비와 소방차 홀릭이라 조만간 공룡을 좋아하겠거니 했어요. 동물들 중 징그러운 악어에도 관심을 갖고, 뽀로로의 크롱도 좋아했거든요. 공룡 책 보여줘도 무서운 거 싫어하는 우리 아들임에도 무척 즐겨봤구요 새해부터 다섯살이니 이제 좋아할 시기가 된건가 ? 했는데 얼마전부터 상상의 친구로 공룡이를 만들어냈어요.



엄마 공룡이가 현관에 들어와있어 혼내줘. 나 무섭게 하니까 혼내줘.

공룡이가 어지럽히고 청소 안했으니까 혼내줘.

이런 식으로요.

물론 아이도 알고 있어요 공룡이는 예전에 다 죽고 세상에 없어서 책 속에만 존재한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아이는 늘 상상 속 존재를 투명 친구 삼아 이야길 한답니다.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고 싶은 용은 우리나라에서 친숙한 용의 그림이 아니예요. 오히려 공룡에 가깝지요. 서양의 용은 우리가 기억하는동양의 길고 날씬한 용과 다른 것 같아요. 영화를 보면 익룡의 모습도 많이 나오고, 여기서도 그 모습에 더 가까운데 좀 체구가 커서인지 날개가 너무 귀엽게 나와버렸네요. 어찌 되었던 공룡과 흡사해 아이들에게 더욱 친근한 느낌을 주는 용입니다.



그거 알아요?

용들은 백년에 한번 잠에서 깨어난대요.

백년에 한번씩 깨어난 용 고도프레드는 친구들 용을 만나러 갑니다. 용은 사람들뿐 아니라 들국화며 자신을 상대하는 모든 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나봅니다. 용들을 축하하기위한 공연에서 바이올린 연주를 처음 들은 고도프레드는 그대로 그 음악에 반하고 말았지요. 그래서 남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작은 바이올린을 만져보다가 그만 망가뜨리고 말았어요.

너무 안타까웠지만 자신에게 맞는 다른 일을 찾아 나서게 됩니다. 친구인 들국화가 추천해주는 일부터 시작해서요. 특히 불을 끄는 소방관, (음, 불뿜는 용이 불끄는 소방관이라 걱정이 되기 시작했는데)은 옷도 멋지고 출동할때까지만 근사했어요.

소방관일에 실패하고 고도프레드는 다시 바이올린이 생각났으나 친구는 다른 일을 권합니다. 여행가는 어때? 운동선수는? 고도프레드는 바이올린 생각이 간절했지만 친구들의 조언을 따라 새로운 일에 계속 도전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추천받은 일을 해야하니 원하지도 않는데 하려해서 그런지 자꾸만 실패하게 되고 그럴수록 바이올린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깊어졌지요. 연주회에 다시 갔다가 바이올린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더욱 멋진 신비한 소리를 내고 큰 크기의 콘트라베이스를 만나게 되었어요.

드디어 고도프레드가 찾던 악기를 만나게 된 것이었지요 콘트라베이스라면 고도프레드 키에도 잘 맞고, 바이올린처럼 망가지지도 않을테니까요.



백년만에 깨어난 잠이어서, 자기에게 맞는 일을 찾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어렵고 보람있게 느껴졌을텐데, 계속된 실패로 좌절해 있기만했다면 고도프레드가 진정으로 찾던 일을 찾아내지 못했겠지요.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자신에게 맞는 일이 무엇인지, 뭐가 하고 싶은지를 계속 생각해왔기에 결국 하고 싶으면서도 할 수 있는 연주자의 꿈을 이룬게 아닌가 싶어요.



아이들에게도 그런 꿈을 심어줄 고도프레드의이야기가 아닌가 싶네요. 바이올린이 용에겐 너무 작은 사이즈지만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고도프레드의 일화를 통해 배웠듯이 아이들도 꿈을 갖고 노력하다보면 자신에게 맞는 진정한 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실패를 너무 두려워말라는 그런 교훈이 인상깊은 동화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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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라는 여자 - 그리면 그릴수록 그리운 그 여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엄마는 항상 애틋한 존재이다.

학창시절에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집에 돌아가면 가장 먼저 하는 말이 "엄마, 어디있어?" 아니냐고 말이다. 정말 그랬다. 집에오면 습관적으로 엄마를 찾고 나서야 안심이 되었고, 늘 엄마는 포근하고 안정된 집과 같은 그런 존재였다. 엄마가 직장에 나가시면서는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보지 못해 안타까웠지만 어릴적에 충분히 곁을 지켜주신 것만으로도 소중한 안식이 되었다. 예전 직장 선배중 한분은 결혼하면 반드시 아이 어릴적에는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 있겠다고 호언장담하신 적이 있었다. 유치원 원장이었던 엄마가 늘 바빴기에 집에 가면 늘 열쇠로 혼자 문을 따고 들어가야 하는 처지가 너무나 씁쓸했다고 하면서 말이다. 그분은 아기를 낳고 아직도 직장에 다니고 계시지만..



어릴적 내 모든 것의 기본이었던 엄마, 내 사랑의 가장 큰 원천이었던 엄마, 그 위대한 이름이 드디어 내게 붙었다. 아직 난 우리엄마처럼 그런 위대한 이름이 불리워질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이가 나를 보고 엄마라 부르고 뽀뽀해주고 꼭 껴안아준다. 엄마가 자신의 모든 것을 담아 우리를 대해주셨듯이 나도 그렇게 내 아이에게 하고 싶은데 마음은 그런데 늘 정신은 딴데 가 있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엄마처럼, 희생적으로 살지는 못하더라도 그래도 그 반의반만이라도 하고 싶은데 말이다.

책 속 저자는 싱글이기에 결혼한 여동생보다 조금 더 자유롭다고 말을 한다. 따로 나가 살고 있어서 한번 집에 다녀오려면 돈도 시간도 많이 들지만 그럼에도 기쁜 얼굴로 맞아주시는 부모님을 생각해 일년에도 여러번씩 집에 방문한다고 하였다. 엄마의 딸에 대한 사랑도 극진하지만, 엄마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저자의 마음 또한 아름답기만 하다. 엄마가 소중히 여기는 사진첩 보는 시간 역시 허투루 여기지 않고 엄마의 진심을 위해 없는 질문까지 생각해내면서 엄마와의 대화시간을 즐기는 그녀, 참으로 멋지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보러 도쿄에 올라오는 엄마께는 꼭 엄마의 패션을 칭찬해 드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서울에 10여년 떨어져 살았던 때를 제외하고는 결혼하고서도 친정에 가까이 살게 되어서 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자부하면서도 막상 일일이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드린단 생각은 못해봤다.

그럼에도 엄마는 늘 딸들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씀하신다. 내게는 그런 딸이 없는데, 아들만 하나 있는데..엄마는 그런 날 보며 딸을 꼭 낳아야할텐데 하신다. 사실 나와 동생 모두 엄마를 극진히 사랑하면서도 실제 대할때는 자기도 모르게 퉁퉁 거릴때가 많았다. 이젠 나이가 들었다고 (엄마 연세 드시는 생각은 못하는건지) 어릴때와 달리 엄마를 짖궂게 놀리기도 하지만(예를 들어 건망증이라던지, 엄마의 독특한 습관 등) 그럼에도 엄마는 우리를 늘 사랑으로 대하신다.

여행갈때 손톱깎이까지 갖고 다닌다는 저자의 엄마를 신기하게 생각했다가 오늘 바로 같은 경우를 겪고 나서 깔깔 웃고 말았다. 논산에 다녀올일이 있었는데 아이 손톱이 긴데도 미처 깎아주질 못해 아이가 자꾸 얼굴을 긁다가 상처가 생겨 걱정만 하면서 차안에 있었는데, 갑자기 손가방에서 손톱깎이를 꺼내시는게 아닌가? 오잉? 책 속의 엄마가 여기도 계셨네.



편안한 에세이와 함께 저자의 만화가 에피소드로 다시한번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엄마의 사랑을 느끼며 책을 읽다보니 어느새 후딱 다 읽고, 우리 엄마를 다시 생각하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모든 일에 참 열심이신 엄마, 직장 일도 집안일도 모두 만능으로 척척 잘해내시고, 우리에게도 최고의 엄마가 되어주시는 내 영원한 사랑, 그 사랑을 이젠 나에 이어 우리 아이에게까지 이어주고 계시니 더욱 감사할 따름이다. 요즘 요 녀석이 그렇게 예뻐해주신 공도 모르고 자꾸 외할머니에게 퉁퉁거려서(최근에 무척 바쁘셔서 좀 못놀아주셨다고 아이가 좀 토라졌나보다) 나까지 죄송해지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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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래스팅 - 완결 이모탈 시리즈 6
앨리슨 노엘 지음, 김은경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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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행은 여기서 시작돼."

노파는 우리 발을 가리켰다. 아니, 진흙을 가리킨 건지도 몰랐다. 나는 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노파와 다시 눈이 마주쳤을때 노파의 말이 진짜라는 사실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여행은 진실에서 끝나." 86p

 

에버모어로 시작했던 에버와 데이먼과의 만남은 이제 6권 에버래스팅을 끝으로 결말로 다가가고 있었다.

1권에서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었던 에버가 혼자서만 살아남고, 그 배후에는 데이먼이라는 불사자가 관련되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에버 또한 그의 도움으로 불사자가 된 것이다. 윤회를 거듭하면서 다시 태어나도 또다시 데이먼과 엮여지는 에버였지만 결국 그녀를 죽이는 또다른 불사자에 의해 그들의 사랑은 완성되지 못했다. 그 이후의 이야기가 에버모어 시리즈로 전개된다. 계속 죽임을 당했던 에버가 불사자가 되었고, 자신을 계속해서 죽인 드리나를 죽였다. 그리고 완성될것같았던 그들의 사랑은 또 다시 등장하는 새로운 불사자들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또한 에버의 친한 친구였던 헤이븐까지도 에버를 적으로 돌리고 증오하는 대상이 되었다.

 

불운한 연인이었던 데이먼과 에버가 둘다 불사자가 됨으로써 드디어 영원한 사랑을 이룰 수 있다 믿었지만, 뜻하지 않은 방해로 둘은 사랑의 결실을 이룰 수없는 운명이 되고 말았다. 직접 접촉하면 치명적인 위해가 가해지는 그런 독에 중독된 것이었다. 해독제를 가진 로만이 죽음으로써 둘의 사랑은 이대로 묻혀지는 줄 알았다.

 

서머랜드라는 아름다운 환상의 장소에서 둘은 뭐든 만들어낼 수 있는 환상 속에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 반대의 장소인 섀도우랜드로 불사자 몇을 보내고 나자 서머랜드의 진흙탕, 어두운 곳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불안한 느낌의 중심에 에버를 향해 자꾸만 뭐라 중얼거리는 웬 늙은 노파가 있었다. 에버래스팅은 그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데이먼은 자꾸 외면하려고 하지만, 에버는 자기도 모르게 그 할머니에게 이끌려 서머랜드에 들어가게 된다. 자꾸만 늘어나는 진흙탕이 자기 탓인 것만 같았고, 그 해결의 열쇠가 에버에게 있다고 하니 아니, 정확히는 에버를 아델리나라 부르며 아델리나에게 있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에버래스팅에서는 놀라운 진실이 밝혀진다. 데이먼이 불사의 삶을 살기 시작한 그 이전의 전생이 밝혀진 것이다. 데이먼 뿐 아니라, 에버와 드리나, 헤이븐 등 그들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그 최초의 전생에 맞닿아있었다.

 

불사자들의 사랑이야기의 결말이 어떻게 날지 사실 이야기가 시작되던 때부터 몹시 궁금했었다. 그냥 한번에 유야무야 해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처음에는 재미있다가도 뒷힘이 부족해 결말은 흐지부지한 영화와 책등을 많이 봐왔던 터라 걱정도 앞섰는데 다행히 이 시리즈의 결말은 그렇게 무책임하지가 않다. 청소년들이 즐겨 읽을 사랑이야기기는 해도 충분히 책임감있는 결말을 보여줘 다행이란 느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나의 이 짝 말고 또다른 짝을 만나 사랑하는 일을 많이 겪고, 전생에는 더욱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거라 믿는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는 단 하나의 사랑, 변치않는 단 하나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윤회를 거듭하면서도 그 대상은 변하지 않았다.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는 사랑. 현실에서는 사랑이란 유효기간이 무척 짧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책에서의 사랑은 한평생 그 이상을 다루고 있다. 몇세기를 거치고, 그 단하나의 사랑을 위해 불사자의 명약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불사의 꿈 뿐 아니라 모든 원하는 것들을 바로 그자리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갖추었던 사람들, 물질적인 풍요와 육체적 사랑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이 책에서는 다시 짚어보고 있었다.

서양의 소설이면서도 인도의 차크라, 불교의 윤회 사상 등을 다루며 동양의 신비로운 이야기가 주된 테마로 등장하는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랑을 쉽게 바라보는 현대의 사람들에게 이 책이 말해주는 사랑은 보다 더 특별한 것이 되지 않을까싶었다.

지금의 내 인연이 그렇게 쉽게 이뤄진것이 아닐 거라는 그런 믿음을 심어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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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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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기둥서방 아이돌 스타에게 나쁜 벌레가 꼬이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지금 가즈오가 맡은 일이다. 내가 무슨 모기향이냐. 제대로 된 젊은이가 할 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130p

 

가즈오는 회사에서 후배의 억울한 일에 분통을 참지 못하고, 상사에게 덤벼들었다가 연예인 매니저라는 한직과도 같은 일을 맡게 되었다. 상대는 호시조노라는 꽃미남 스타 워처. 꽃미남 얼굴에 우아한 손짓(남자인 가즈오가 보기에 역할 정도로, 하지만 여성들에게는 무척이나 잘 먹히는 매력적인? 동작인 모양이다)등으로 가즈오를 더욱 기겁하게 만든다. 그의 첫번째 임무가 호시조노가 어느 산장 홍보를 위해 참여하게 된 일정에 따라가는 것이었다. 외딴 산장에는 호시조노와 같은 유명한 사람들(여성을 고객 타깃으로 지목해서 여성들에게 인기있는 사람들을 특히 모았다)이 모여들었다. 아카네라는 유명 방송작가와 그녀의 비서 아사코, UFO 신봉자 사가시마, 호시조노와 매니저 가즈오, 그리고 그들을 불러모은 사장 이시가와와 그의 비서 사이노, 정체를 알 수 없는 호들갑스러운 두 여성 유미와 미키코 그들이 모인 산장에서 의문의 살인이 발생하고, 때마침 눈사태가 일어나 산장에 고립되는 일이 발생했다.

 

가즈오는 호시조노의 외모와 행동만으로도 경멸감이 들었으나, 실은 호시조노가 억울하게 죽은 친구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한 행동임을 듣게 되자 그에 대한 사죄의 마음과 동시에 존경심이 들기 시작한다. 게다가 그는 몹시 총명한 사람이라, 살인 사건에 대한 탐정 수사를 시작하게 되고 가즈오는 그의 조수로 그를 열심히 조력하게 된다.

 

호시조노는 극히 평범한 말투로 이야기를 계속 했다. 영업용으로 쓰는 기둥서방의 얼굴 뒤에 엄청난 지성을 숨기고 있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줄은 몰랐다. 듣고 있는 이쪽은 머리에서 김이 피어오를것같은데 저쪽은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391p

 

추리소설에서는 평범하게 보이는 사건의 설정, 고립된 눈 내리는 산장의 살인, 그리고 범인과 피해자 모두가 한곳에 모인 사람들 중 일부라는 점, 연쇄 살인 등의 설정에다가 정공법으로 펼쳐지는 소거법까지.. 흥미롭기는 했으나 누가 범인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호시조노가 조목조목 짚어 설명하는 부분 (아마 이 부분을 이해하는게 백미일듯)에서는 가즈오와 다른 여성들뿐 아니라 나까지 머리가 팽팽 돌 지경이었다.

 

소거법에 의하면, 어느 누구나 혐의를 벗게 된다. 그러나 그 중 반드시 범인은 있다. 탐정 호시조노의 말을 따라가며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를 밝혀내다가 숨이 턱 막힐뻔했다. 헉, 그런 거였어? 그랬는데 놀라운 반전이 다시금 뒤따랐다.

 

단락별로 짤막하게 언급되는 줄거리 요약과도 같은 부분이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독자들로 하여금 정공법으로 달려가는 소설도 이리 재미있을 수 있음을 다시 알게 해준다. 저자인 구라치 준은 냉장고가 텅빌때까지 책을 쓰지 않아서 17년 저자 생활동안 단 12편의 작품만 내놓았다고 한다. 별내리는 산장의 살인은 결말부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그 진가를 알게 되는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닌, 상큼(?)한 시도의 반전이 눈에 띄었던 놀라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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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씌우기 2
오동선 지음 / 모아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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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자씌우기 1권도 흥미진진한 단계였지만 그에 비해 2권의 가독성이 훨씬 더 높아졌다. 첫 작품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지고, 사실을 바탕으로 했다는 것을 믿기 힘든, 한반도를 둘러썬 미일 양측간의 숨겨진 음모도 드러난다.

 

바로 어제 이란의 핵 물리학자가 미국 CIA에 의해 살해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모자 씌우기를 읽고 있던 중이라 더욱 수긍이 가는 대목이었다. 강대국 몇만 핵을 소지하려 하고, 타국이 핵을 소지하려 하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막으려하는 미국의 음흉한 속셈이 엿보여 책을 다 읽고 너무나 씁쓸해졌다.

1권 초반부에서 다뤄졌다가 잠시 잊혀졌던 과거의 사건들이 20년후 그 연관성을 찾으며 다시 펼쳐진다. 국정원 직원의 의문사로부터 민박사 아버지의 의문의 죽음의 연계성을 찾아나가기 시작하고,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려 한 민박사의 노력으로 드디어 그 원인을 밝히는 단계에까지 이른다.

 

우리나라 핵연구의 중추적 위치에 있는 민박사를 제거하기 위한 미국의 전문 킬러가 한국으로 잠입한다. 킬러는 숙련된 기계처럼 훈련받은 전문 살인청부업자 화이트 로즈였고, 거기에 변신까지 너무나 능해 꼬리를 잡기가 힘들었다. 그에 의해 민박사의 목숨을잃을뻔한 상황이 몇번이나 발생하였고, 한국의 핵 연구가 이대로 가라앉아버리나 걱정이 들 정도였다.

 

1권에서는 드러나지 않았던 일본의 핵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화두에 오르기도 한다. 사실 그간 무수히 뉴스에 거론된 북한 핵문제가 형식만 갖춘 대외 협박용 작업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북한은 핵을 갖추려 하는데 왜 한국은 안되는가? 의문스러웠다. 미국에 의한 핵 피폭 국가인 일본마저도 마음만 먹으면 핵무기를 단시일내에 완성할 수 있다는 풍문을 듣고, 한 귀로 흘려들었는데 이 책은 그 두려운 사실을 꼼꼼히 되살려주었다.

 

일본 정부 말로 퓨렉스 공법은 핵무기로 전용될 위험성이 없다고 하지만 그 공정 자체가 무기급 플루토늄을 추출해내기 위해 개발된 것입니다. 퓨렉스 공법은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서 플루토늄과 우라늄을 둘다 뽑아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가 추진하고 있는 파이로프로세싱 공법은 모범생같은 방식입니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질 낮은 우라늄만 분리하고, 위험한 플루토늄은 미량의 다른 핵 물질과 혼합된 상태로 남겨둡니다. 즉 핵무기의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 239를 따로 추출하거나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은 여전히 일본의 핵 재처리에는 관대하고 한국의 재처리에 대해서는 핵무기 제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지요. 281p

 

다시 동북아를 제패하려는 야욕이 드러나는 일본의 행태에도 화가 났지만, 한국을 보호해주겠다는 명목만 갖췄던 미국이 사실상 일본 핵 무기 제조 전초전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물론 뒷거래를 통해) 나서줬다는 것이 너무나 쓰디쓰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의 야욕을 모른채 한국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핵에 관련한 무조건적인 반대를 하고 있는 우리네 실정이 아무것도 모르는 우매한 사람들처럼 느껴져 안타까웠다. 진정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게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우리를 위해 이 책이 씌여진게 아닌가 싶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과거의 우리나라 핵 연구에 대한 이야기로 끝이 난다면 이 책은 작가 이름은 그에 못 미치지만, 절대 내용이나 필력 면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게다가 이야기 자체도 최근 우리나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부분들, 그리고 책 속 이야기가 사실이기를 바라고 싶은 (동북아 정세가 아닌 우리나라의 핵연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마음마저 들었다. 예전에는 나도 우리나라의 핵무기 제조는 언감생심 꿈도 못 꾸던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를 막고 있는 미국의 이중 잣대가 여실히 드러남을 보고 나니 왜 약소국에 대해서는 이리 억압적인지 싶어 분통한 마음마저 들었다. 정말 핵이 필요한 나라가 어느 나라인가 되묻고 싶어질 정도였다.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건가?  

 

정부 전체가 나서지도 못하고, 몇명의 한국인에 의해(그들의 출생의 비밀이 놀랍게 밝혀진다) 일본의 핵무기 제조를 위한 야욕과 행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배후에 미국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음도 밝혀진다. 한국의 핵 개발에 대해서는 으르렁거리며 덤벼들었던 부시 정부가 자신들의 뒷거래가 밝혀졌음을 알고 얼른 뒤덮으려는(그것 역시 적반하장격이라 더욱 화가 났다) 부분도 참으로 껄끄러웠다.

 

2권을 읽고 나니 모자씌우기의 진정한 재미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를 이용한다고 생각은 했지만 철저하게 이중잣대를 사용중인 줄은 몰랐던 미국에 대한 배신감에 몸서리가 쳐졌다. 내 조국의 힘이 이 정도까지였나. 왜 우리는 자주국방에 한걸음 다가서기가 이토록 힘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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