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꿀잠 자는 아기 - 0~3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태교.육아 필독서
지나 포드 지음, 권도희 옮김 / 페이퍼스토리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임신했을때까지만해도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출산일줄만 알았다. 친구가 모유 수유라는 그 다음의 장벽이 있다고 했을 때에도 그저 웃어넘겼다. 친정 엄마께서 세남매를 모두 모유 수유로 키우셨고, 모유수유에 큰 어려움이 없으셨던지라 딸인 나 역시 잘 되리라 굳은 믿음이 있었나보다. 아기를 낳고 어떻게든 모유수유로 키우고 싶었는데, 다른 사람들에 비해 모유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출산의 충격으로 거의 몇주를 불면증에 시달렸다. 조리원을 나오고, 집에 돌아온 후에는 불면증이고 뭐고 내가 눈붙일 시간이 없었다. 아기가 바닥에 등이 닿자마자 눈을 번쩍 뜨고 울기 시작했고, 남들은 몇시간에 한번씩 깬다는데 우리 아이는 거의 몇십분 잘까 말까 그것도 엄마젖물고 있거나, 아빠나 엄마 배위에 있을때 (배위에서 잔 것도 백일이 훌쩍 지난 후부터 가능했다.)나 조금 눈을 붙이는 정도였다. 낮잠을 많이 자느냐, 하면 또 그것도 아니었다.

 

잠이 무척 많은 편이었던지라 아이가 잠을 잘 못자니, 그것만큼 힘든 일이 없었다. 모두 다 내 수유량이 적은 탓이다, 내 탓이다 싶으니 더욱 속이 상했다. 분유 수유로 대체할까 싶다가도, 양은 적어도 하루종일 물리고 있어 그런지, 아이 체중 늘어나는 것은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우등한 편이었다. 양이 충분해서 짜 놓을 정도가 된다면, 배불리 먹여 밤에 깊이 재울 수 있었을텐데, 그것을 못해서 자기 전 자정 무렵에 거의 아들의 자지러지는 울음을 들어야 했고, 젖은 안나고, 식은땀을 흘리며 엄마 아빠가 교대로 분유를 타올라치면, 분유는 또 죽어도 물지를 않았다. 밤마다 그렇게 아이가 우는게 이웃들에게 너무나 미안했는데도 이웃분들이 좋은 분들이셔서 아기가 우는 것으로 항의를 하는 사람이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한달, 혹은 백일이면 아기 잠자는게 자리잡힌다고 했는데 내 기억으론 우리 아기 잠이 조금이라도 길어진 것은 돌 이후로 기억을 한다. 7~8개월에는 아예 날을 꼬박 새우면서 잠을 자지 않아 일주일내내 걱정을 하다가 (어머님도 오셔서 대신 봐주시기도 하고, 친정 엄마도 오시고, 교대로들 많이 고생하셨다.) 결국 일주일째에 친정오빠와 함께 아기를 데리고 대둔산까지 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구름다리를 건너는등 (아기업고서.ㅠ.ㅠ)낮동안 바쁘게 돌아다니니 아이가 낮잠을 한숨도 못 자자, 밤에 잠이 들고 말았다. 그렇게 바뀌어버린 낮밤을 바로잡았다.

그때 눈물로 밤을 지새우며 검색끝에 구입했던 책이 베이비 위스퍼였다. 몇권을 세트로 구입하고 읽고 또 읽어도 내게 맞는 방법이 아닌듯했다.

 

이 책은 어떨까? 그런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지금 만 세돌이 넘은 우리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듯 스르르 잠이 든다. 사실 밤잠 재우기가 가장 무서웠고, 힘든 일이었기에 젖물려 재우는것도 무척 오랫동안 지속했는데, 젖을 뗌과 동시에 신기하게 엄마 팔베게하고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잠이 들기 시작했다. 첫 아이때 워낙 잠으로 고생한 경험이 있어 둘째 계획이 자꾸 미뤄졌다. 이 책은 사실 둘째를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완모를 해낸 첫 아이와 달리 둘째때는 완모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충분히 잘 나온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아이 잠도 못재워가면서 계속 물리고 있었던 것은 아이를 위해서나 나를 위해서도 못할 짓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모유량이 충분한 가정에서는 수유시간을 맞춰가면서 조절하는 방법도 배워봄직 할 것이다.

 

수면훈련법으로 잦아드는 울음 방법, 한밤중 방법, 우유 희석 방법, 울음 조절방법, 점진적인 후퇴 방법등이 챕터 2에 나와 있었다. 아이를 혼자 재우지 않고, 같은 침대, 혹은 같은 바닥에서 재우면서 옆에서 수시로 수유를 하며 재웠던 터라 따로 재우는 방법은 고려하기 힘들었다. 아이를 위해서라지만, 곁에서 지켜보는 쪽이 내게는 더 안심이 되었으니 말이다.

 

생후 6개월까지, 6~12개월까지, 그리고 12~24개월과 2~3세 사이의 재우는 방법들이 연령에 맞게 소개되어 있었다.

만 36개월까지의 수면법을 월령, 연령에 맞게 찾아보게 되어 있어서 나같이 아기의 불면으로 고생했던 엄마들에게는 유익한 참고서가 될 것 같았다.

생후 5개월의 타라가 체중이 너무 적게 나갈 정도로 모유량이 적어서 분유와 혼합 수유를 하게 되었더니 밤중에 잘 자게 되었다는부분이 주목할만했다. 큰 아이 완모를 한 경험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아이 수면은 너무나 힘든 일이었던 지라 둘째때는 적당한 타협선을 찾아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유식의 식재료 변화또한 아이의 잠을 방해할 수 있다고 하였다. 6개월에 시작했어야 할 바나나를 5개월에 일찍 시작해서, 소화가 잘 안되어 잠을 못 자기도 하고, 낮에 갑자기 우유를 끊어서 밤에 더 우유를 먹으려 일어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또 다른 가정의 큰 아이의 경우에도 갑자기 초컬릿을 먹은 후부터 밤중에 일어나 놀다 자는 버릇이 생겨서 음식의 사소해보이는 변화도 아이의 잠에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주의해서 살펴봐야함을 배웠다.

 

또 자다가 비명을 지르며 울면서 일어나는 아이의 야경증에 대한 이야기도 접할 수 있었다.

아이가 말이 늦게 트였던 지라, 자다가 자지러지게 울면서 일어나면 대처하기가 무척이나 힘들었다. 아파서 그러는 것인지 악몽을 꾼것인지 알수가 없었지만 아이를 안고 달래거나 업어서 안정을 시킨 후에 재웠던 기억이 있다. 리처드 퍼버 박사는 저서를 통해 어린 아이들이 야경증을 겪는 원인은 피곤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을 충분히 재우고, 경우에 따라 취침 시간을 앞당길 필요도 있다고 조언한다. 219p

너무 피곤하면 잠을 잘 못 잘수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대부분은 밤에 아이가 깊이 잠들길 바라면서 낮에 운동도 많이 시켜보고, (특히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운동을 많이시켜주셨었다.) 아이가 크고 나서는 낮잠도 너무 늦게는 재우지 않는 등의 방법을 썼었는데 너무 피곤하면 야경증이 생길수도 있다니 둘째가 만약 생긴다면 꼭 주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큰 지금도 너무 피곤하지 않게끔 잠을 재워야겠단 생각이다.

 

아이의 잠에 대해 여러모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책, 밤마다 꿀잠 자는 아기, 앞으로 아이의 동생이 태어나게 된다면 정말 꿀잠자는 아기가 되도록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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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콩 밥상
여익현 지음 / 미호 / 2011년 12월
절판


콩 보기를 돌같이 하는 우리 아들을 위해 콩요리책에 관한한 관심이 각별한 편이다.

나도 어릴적에 콩밥에서 콩을 발라냈던 것 같은데, 언젠가부터 그 콩이 무척 고소함을 알게 되면서 콩밥에서 콩 발라내기를 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아직 한참 어린 유아, 만 40개월난 우리 아들은 콩은 물론이고, 콩과 닮은 땅콩까지도 거부한다. 콩나물만은 잘 먹는게 신통할 정도로 말이다.



이 책은 식품생물공학 전공 공학박사 출신이자 풀무원 식문화연구원장으로 재직중인 여익현님의 책이다. 메뉴와 레시피에는 풀무원 조리연구실의 호텔 출신 셰프 네분이 참여를 했고, 푸드 스타일링은 더 디쉬라는 시누이 올케 사이인 푸드 스타일리스트 듀오가 담당했다. 더 디쉬의 한뚝배기 하실래요?라는 레시피북을 갖고 있어서 귀에 익은 분들이었다. 이렇듯 확실한 분업으로 나뉘어진 요리책은 또 처음 만난다. 풀무원에서 다양한 콩 제품들이 나오다보니, 요리책 편찬까지 참여하게 되었구나 싶었다.


영양소면 영양소, 레시피면 레시피,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만든 책이다보니, 콩 속에 꽉찬 10가지 영양소등에 대해서도 간단한 언급 정도가 아니라 각 영양소당 한 페이지를 할애할 정도로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콩을 통해 흡수할 수 있는 여러 영양소가 있지만, 골다공증을 예방하는 이소플라본 뿐 아니라 식물성 단백질도 동물성과 달라 양질의 단백질이라 당뇨병 환자들을 위해서도 매일 콩 섭취하는 것이 그렇게나 좋다고 한다. 식구들 중에 당뇨를 앓는 분들이 몇분 계셔서 콩요리를 더욱 권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콩요리로 가족의 매일 콩, 두부 밥상서부터 아이를 위한 밥상, 엄마를 위한 밥상, 그리고 전문점 요리를 따라잡는 중식, 양식 등 다양한 콩요리가 선보이고, 약보다 더 좋은 두부 콩 밥상 처방전까지 다양하게 분류가 되어 메뉴별로 봐도 좋지만, 목적에 따라 큰 분류를 챙겨서 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같은 경우 먼저 눈길이 간것이 우리 아들을 위한 파트였다.



안 그래도 요즘 들어 고기만 좋아해서 변비가 심해지는게 영 걱정스러웠는데, 두부 김밥, 두부 버거 스테이크 등을 해주면, 그냥 두부만 부쳐줄때보다 확실히 잘 먹을 것 같았다. 스프와 스무디를 좋아해 두유 감자 수프나 연두부 바나나 스무디를 해주어도 좋을 것 같았다.

두뇌 발달에 좋은 레시틴과 불포화지방산이 듬뿍 들어있다니 콩, 두부 반찬이 아이들에게 더욱 필요한 식재료임을 배울 수 있었다.



살이 부쩍 쪄서 다이어트 걱정을 해야하는 엄마를 위한 레시피도 눈길이 갔다. 두부 채소 꼬치구이는 두부와 채소를 맛있게 조리해먹어 든든한 끼니를 채우고, 아빠의 안주로도 좋을 메뉴였다. 다이어트 뿐 아니라 갱년기 장애 또한 하루 두부 반모로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두부 반모 대신 두유 두병이나 나또 한 팩도 같은 양의 이소플라본(갱년기장애와 골다공증 예방에 적합한 용량)을 섭취할 수 있다고 하니 엄마께도 꼭 권해드릴 용량이었다.

콩나물밥 등의 자주 접하는 메뉴도 나왔지만 두부를 이용한 자장면이나 두부 카페, 유부 해물 토마토 스파게티 등 호텔 출신 셰프들이 개발한 전문점 수준의 요리들도 돋보였다. 맛있어 보이는 다양한 레시피들이 콩부터 콩을 원료로한 두부, 두유, 된장 등을 재료로 해서 다양한 메뉴로 개발되어 소개가 되었다. 아이 뿐 아니라 신랑까지 요즘 변비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 밥상에 채소와 두부 등 식이섬유를 많이 올리지 못한 까닭이라 생각된다. 입에 맞는다고 육류를 자주 올렸더니 식구들의 건강까지 해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건강한 단백질인 식물성 단백질, 콩으로 눈길을 돌리고, 콩의 식이섬유와 올리고당으로 변비에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앞으로 콩요리를 더욱 애용해야겠단 마음이 더욱 들었다. 영양소에 대한 지식을 쌓으며 맛있는 레시피를 배울 수 있어 유익한 레시피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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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라는 남자 - 다가가면 갈수록 어려운 그 남자
마스다 미리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2월
구판절판


아빠, 엄마 하면 이름만 불러도 다들 애틋한 그런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엄마라는 여자가 워낙에 엄마에 대한 따스하고도 깊이있는 사랑을 담고 있어서 아빠라는 남자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로 감동을 줄까 기대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 읽고 나서, 잠시 당황했습니다. 어? 조금은 낯선 아버지의 모습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면서도 우리 아버지와 닮은 점을 조금씩은 찾아낼 수 있었답니다.



엄마가 아무래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엄마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더 많은 경우가 많지요. 저자분의 경우에는 아빠의 성격이 좀 급하시고 호통을 잘치셔서 어릴때부터 눈치를 많이 본데다가, 딸들에 대한 애정표현이 서툰 면이 있어서 더더욱 엄마와 같은 그런 애정을 갖기가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언제나 넉넉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아버지에 대한 은근한 사랑이 배어있는 글입니다.



엄마라는 여자와 마찬가지로 부담없는 에세이와 함께 만화 형식이 교차적으로 소개되는 이야기인데, 성격면에서는 우리 아빠보다는 이모부와 비슷한 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책을 읽으며 이런 저런 모습들, 그리고 그 간단해 보이는 에피소드들이 계속 생각나 웃음짓기도 했는데, 아빠, 엄마와의 행복한 시간을 이렇게 되새겨보고 글까지 쓰는 일이 참 어려웠을 거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아빠 탐구생활 중에 아빠의 이런 저런 모습을 보며, 싱긋 웃으며, 못 참을 거예요. 아빠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건 아니예요. 하는 대목이 어째 씁쓸하기도 해야하는데, 고개를 옆으로 까딱 하고, 싱긋 웃는 장면이 만화가 아닌 무슨 cf를 보는 듯 해서 갑자기 웃음이 나기도 했네요. 재치있는 작가란 생각이 들었지요. 음, 그래도 아빠가 보심 속상하겠단 생각도 들었어요.



딸과 아빠가 가까워지는 것은 좀 어렵긴 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친구도 많으시고, 밖에선 누구보다 좋은 평가를 받으시는 아빠신데, 집에만 들어오시면 엄격한 아빠로 바뀌시는 듯, 어렵긴 어려웠거든요. 이유없는 호통이나 강제성은 없었지만 엄마보다 아빠가 훨씬 무서웠던 것은 사실이었답니다. 엄마에게는 자주 꼭 안고 애교도 피우고 하면서도 아빠에게는 그게 잘 되지 않았지요. 언젠가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다녀올 일이 있었는데 그때 참 어색했었는데 아빠가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생각해보면, 아빠와의 여행이 쉽지는 않아도 종종 해볼만한 여행이 아니었나 싶었답니다. 지금은 아기가 있어서 그때처럼 자유롭지는 않지만 말이예요.



게다가 대학생때 동생이 그런 말을 해줬어요. "언니 집에 전화해서 아빠 받으시면 아빠랑 통화 좀해. 엄마만 바로 바꿔달라고 하지 말고."

아빠가 늘 애들이 전화하면 왜 엄마만 찾느냐며 서운해하셨다는 거예요. 그다음에는 할 이야기가 따로 없어도 아빠와 반드시 통화하고 엄마를 꼭 찾았지요. 왜 엄마랑은 무궁무진한 수다가 아빠랑은 말문부터 막히는지. 하지만 그때 알았답니다. 아빠도 우리를 사랑하는 만큼 자식들의 거리감이 서운하셨다는 것을요.



놀란것은 어른이 되어 아빠를 다시 보게 되었다는 점이었어요. 특히 제가 아이를 낳고 나니 손주를 대하시는 아빠의 모습이 정말 어찌나 다정다감하신지 주위 사람들이 다들 놀라워할 정도였답니다. 어머님 말씀에도 아버님께서도 아들들 대할때와 손자 대할때가 이리도 달라질수있느냐 하셨는데, 아버님 예전 모습을 몰라 전 실감 못했지만 우리 아빠를 보면 정말 제대로 실감케 되더라구요. 어릴적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아이에게 세상에서 가장 멋진 할아버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예전에 무서웠던 근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으시고 오로지 귀여운 손주만 바라보시는 손주 바라기가 되셨거든요. 아기 낳고 출산이 심한 충격이었는지 꽤 오래 불면증이 지속되었는데 조리원 들어가기전까지 (너무 밀려서 쉽게 방이 나지 않았어요.) 산부인과 병실(독실이라 보호자 침대도 따로 있는 곳이었어요)에 있었는데 신랑이 감기에 걸려서 같이 잠을 못자니, 아빠와 엄마가 교대로 주무시고 가셨어요. 특히 엄마보다도 아빠가 더욱 열성적이셔서 어찌나 감사하던지요.아기 백일때는 한번도 안해본 기저귀 빨래, 그것도 아기 똥싼 기저귀 빨래를 해주신 적도 있구요. 아이가 워낙 잠을 못 자서, 안아서 팔에서만 잠깐 눈을 붙이곤 했는데, 할머니 등에 업히기 전에는 안아서만 재워야해서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거든요. 힘드실텐데도 늘 오셔서 아기 안아서 재워주시고, 아빠 표정에는 언제나 빙그레한 미소만 가득했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외할아버지가 안아주시면 아이가 스르르 잠들곤 해서, 여태까지도 어머님께서 그 일을 두고두고 이야기하실 정도로 인상 깊으셨나봅니다.


그런가 하면 예전에는 완벽하게만 보였던 (엄마, 아빠는 특히 아빠는 실수 같은거 절대 안하실 것만 같았고 모든게 완벽하실 거라 생각했는데 ) 아빠도 실수도 하실 수도 있고, 그렇구나 하는 인간적인 면도 많이 보게 되었답니다. 아빠도 별거 아닌일에 화내실수 있는 거고, 엄마가 속상해하시는 모습 보면서, 결혼해 살고 있는 제 모습과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되었지요. 아, 남자들은 다 비슷한가? 싶은 그런 점을 말이예요. 물론 저도 화나고 엄마도 화나는 그런 상황이겠지만 여자들처럼 꼼꼼하게 끝까지 챙겨서 일하기 힘들고, 의외로 여자들보다 대범하지 못한 점들을 발견하면서 "맞아 맞아." 하면서 공감 수다를 떨게 되는 그런 일들이 생겨났지요. 저자의 이야기중에도 그런 부분이 나와요. 결혼한 여동생은 주부 동지로써 엄마와 교감한다라는 식의 내용이요. 제가 지금 그러고 있는 듯 싶네요.



얼마전 동생, 엄마와 마트에 갔다가 동생이 왕만두 먹고 싶대서 산 적이 있었어요. 양이 많은 포장이라 쪄서도 먹고, 설에 떡국에도 넣어야겠다고 당일에 떡만두국에 넣었더니 아빠왈, "난 이렇게 큰 만두가 싫어. 작은 만두가 좋아." 하셨다네요. 반찬 투정 전혀 안하실 것 같아도 은근히 반찬 투정 많이 하신다고, 만두 크기까지 따지신다며 "물만두 따로 사야겠다."며 엄마께서 웃으셨죠. 우리 신랑도 음식에 관한한 나름 고집같은게 있거든요. 사실 남자만 그런게 아니라 저 역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호불호가 분명하면서도 웬지 남자 어른들이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는게 낯설게 느껴진답니다. 저자분의 아빠는 어릴적 딸이 담아준 밥을 보고 "난 이렇게 담은 밥은 싫은데."라고 말해서 딸을 긴장시킨 적도 있다고 하네요. 그것 보고서 아빠의 만두 이야기가 생각났어요. 또 저자의 아빠는 된장국에 얼음을 넣어먹을 정도로 음식을 빨리 먹어야하고, 어려서 마음껏 먹지 못하고 자라서 고구마 줄기는 먹기 싫다며 누누히 역설하곤 하지요. 지금도 보리밥을 싫어하는 우리 아빠와 닮은 면이기도 합니다.



엄마와 딸이 여행을 자주 다닌다기에 그럼 아빠는? 하고 궁금해졌는데, 성격이 급하고 독불장군같은 면이 있어서 은근슬쩍 엄마도 아빠와의 여행을 피하시는 것 같아요. 아빠가 자꾸 홋카이도로 여행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면 엄마가 못 들은 척 하다가, 혼자서 다녀오시라고 하신다네요. 음, 여행에 대해서도 아빠와 단둘이 다녀오시는 여행에 양가 어머님들이 힘들어하시는걸 보면 정말 그런가도 싶고, 굳이 독불장군이 아니더라도 남편과의 여행이 좀 힘든 면이 있나도 싶었어요. 사실 우리 신랑도 같이 여행가서 즐겁게 놀다오면 무척 좋을텐데 힘들면 힘들단 내색을 심하게 하고 입이 뽀로통해 있어서 여행을 즐기려는 맛이 좀 반감되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전 아직 다음 여행은 꼭 신랑과 가야지 하는 마음이 남아있네요.


가정적이든 그렇지 않든, 아빠들은 분명 가족을 사랑합니다. 여자들처럼 아기자기하게 그 마음을 표현하지는 못해도 말로는 못해도 늘 그 안에는 가족을 챙기려는 마음과 가족을 위한 마음이 가득 들어있지요. 아빠를 봐도 알수있고 신랑을 봐도 알 수 있어요. 저자도 아빠가 짧은 거리라도 차로 바래다주고, 또 어릴적 저자가 물에 빠질까 걱정하는 그 마음에 대해 아빠가 구해준다고 흔쾌히 말씀해주시는데서 안도했듯이 늘 그 든든한 울타리를 느끼고 살고 있을 거예요. 그렇죠. 그런게 아버지의 사랑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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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기차 - 2009년 라가치 상 뉴호라이즌(New Horizons Award) 부문 수상작 뜨인돌 그림책 29
사키 글, 알바 마리나 리베라 그림, 김미선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11년 12월
절판


라가치상 수상작품으로 예전에 하인츠 야니쉬의 <다리>라는 그림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라가치상 수상작으로는 그래서 두번째 책을 읽게 된 셈이었네요. 두 권의 책 다, 제 예상을 뒤엎는 독특한 발상이 눈에 띄는 점이있다는게 또다른 공통점일거예요.


이야기 기차는 그림책 표지가 신선한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기차를 좋아하는 우리 아들, 몇번이나 끼웠다 뺐다를 반복하면서 기차의 느낌을 살려 놀았을 정도지요. 표지에서 이렇게 옆으로 책을 빼내면, 스르르 빠지는 구조로 되어 있거든요. 보통 그림책에 한번더 포장이 되어있는 겉표지나 띠지는 엄마는 꼭 끼워놓는데 아이는 빼서 휙~ 버려버리더라구요. 그런데 이야기 기차 표지는 아이 마음에 들었는지 항상 끼워놓고 좋아하더군요.


한 부인이 아이 셋을 데리고 기차에 탔습니다.

아이들이 한창 개구질때인지, 동석한 다른 손님은 아랑곳않고, 각자가 자랑하는 개인기(옆에서 보는 사람은 참아주기 힘들 정도로)를 자랑하며 부산을 떱니다. 아저씨는 아주 노골적으로 싫은 내색을 하고 있구요. 아이들의 보호자인 부인은 조용히 시키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이야기 하나를 시작하지요. 착한 아이가 착했기때문에 목숨을 구한다라는 이야기였어요.



이야기를 다 듣고도 아이들은 재미없어하고, 같이 이야기를 들은 아저씨가, 또다른 이야기를 꺼내 아이들을 매료시킵니다.

착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심하게 착한 아이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아이들은 또 착한 이야기야? 하며 지루해할뻔 하다가 심하게, 엄청나게라는 표현에 매료되어 아저씨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이런? 책을 보다보니, 이 착하다는 아이, 어디선가 본 것 같네요. 아이들의 똘망똘망한 예쁜 모습을 닮은게 아니라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준 부인과 눈매며, 얼굴, 그리고 머리위 빨갛고 어색한 리본까지 똑 닮았습니다.



엄청나게 착해서 메달을 세개나 받은 소녀 베르타, 말 잘 듣는 상, 공부 잘 하는 상, 바른 생활 상 세개의 메달을 쩌렁쩌렁 걸고 다녀서 온 마을에 그녀를 모르는 이가 없었고 왕자님에게까지 초대를 받기에 이르지요.



착하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어려서부터 저도 권선징악적인 교훈을 담은 이야기, 그림책을 주로 읽고 자랐고, 마땅히 그렇게 살아야한다고 생각했으나 자라면서 그게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 육아서에도 잘 나와있지요. 착하지? 우리 아들, 그러니까 네가 양보해야지. 하는 식으로 아이의 의견을 묵살하고, 착한 행동만 강요하는 것이 아이 교육에 바람직한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말입니다. 특히나 아이가 얌전하고,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성격이라고 더욱 그런 성격을 강요하면, 앞으로 자기 주장을 펼칠 위치와 나이가 되어도 절대 자기 주장 하나 마음껏 내세우지 못하고, 착한 아이 신드롬에 빠져 자존감이 낮은 아이로 자라날 수 밖에 없다는 것을요.



그럼에도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착한 것을 강요하는 책이 옳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늘 들어왔어요 대부분의 그림책이 그런 책이 많구요. 특히 전래동화가 그렇지요.

그런데 이 책은 아이들 그림책이라는 느낌을 확 벗어난, 어른조차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아직 어린 우리 아들은 제대로 그 깊이있는 내용을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구요. 이야기 기차에는 쏙 빠져들었는데 책 내용에는 끝까지 집중을 못했지요. 게다가 끝의 결말은 저도 들려주기 살짝 무서울 정도였어요. 아이가 겁이 좀 많은 편이라 그런 결말이라면 두려워할게 뻔했거든요. 되도록 발랄하게 후다닥 끝을 마무리하며 읽어주려고 했는데 좀더 자라서 현실과 이상을 확실히 구분하게 되면 겁을 덜 내고 읽을 수 있겠지요. 그리고 착하다는 것을 강요받기보다, 아이들이 진심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행동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게 되는 때 이 책이 와닿지 않을까 싶었답니다. 그리고 그때는 진정 착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생각하고 물을 수 있는 아이가 되어 있겠지요. 통속적이고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아니라 신선하기도 했고, 그냥 와닿기보다 한번은 더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라 독특했던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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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강자 - 이외수의 인생 정면 대결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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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외수님이 요즘처럼 티브이에 자주 얼굴을 내미시기 전에도 종종 티브이에서 뵈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놀랐습니다. 저자분의 책을 아직도 한권도 읽어본적이 없음에 말이지요. 그분의 일생 이야기 한토막 한토막 듣다보면 특이한 기인이 아니신가 싶었는데, 글을 읽기 않았다니요. 참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괴물, 황금비늘, 하악하악, 아불류 시불류, 코끼리에게 날개 달아주기 모두 귀에는 익은 제목들인데 그만큼 베스트셀러는 되었으나 제가 읽어보지는 못했다는 이야기겠지요. 그분의 신간 절대강자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냥 저자분이 살아오신 이야기만 전해들었을뿐 책속에서 만나뵙는건 처음이었는데 글이 참으로 와닿아 더욱 놀랐습니다. 시일수도 있고 에세이일수도 있고 짧고 간결한 글들이 눈에 띕니다. 마치 여백의 미를 살리는 수묵화의 장점이 생각나기도 합니다. 글은 짧으나 그 안의 생각의 깊이는 깊어집니다.



이외수님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지만, 그분의 이름을 너무나 익히 잘 알고 있어 그런지 그분 아드님을 만나본 일은 기억이 나네요 저랑 동갑인것으로 아는데 대학생때 친구의 친구로 한번 본 적이 있었답니다. 키도 훤칠하게 크고 인물도 훤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저자분께는 죄송하지만 미인인 엄마를 닮으셨나? 싶었답니다. 히힛



대하기 어려운 지나친 무게와 깊이를 자랑하지 않아도 대중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음을 글로써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님 댁 앞에서 제자로 받아들여달라며 무릎꿇고 며칠 기다렸다는 어느 청년은 무얼 배우고 싶냐는 저자분 말씀에 "무술"이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저자분이 무술도 잘하시던가요? 아뭏든 참 재미난 세상입니다.


절대강자.

이외수님의 책이기에 읽어보고 싶기도 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을 괴롭히던 그 쓸데없는 고민들을 몰아낼수있을 것 같아 펼쳐든 까닭도 있습니다. 직장 생활 다닐때야 이런 저런 고민이 끝도 없이 이어졌지만 결혼 후 방콕하고 있으니 고민할 거리도 대폭 줄어들었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사람이 있는 곳은 어디든 중원이 되는법,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인연을 쌓다보니 좋은 일만 있다기 보다 상처입을 일도 많이 생겨났답니다. 잘 아는 사이도 아닌데, 더불어 일(?)로 만난 어중간한 사이에도 그렇게 마치 자신이 상사인양 정나미 떨어지게 대하는 사람을 보니, 제가 직장에 취업이라도 한건가? 직장 다닐때도 이런 일은 없었는데 싶은 것이 황당하기 그지 없었답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절대강자에는 자기 자신의 마음을 먼저 돌아보고 다스려야 함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저자분 또한 당했던 황당한 이야기들이 유머처럼 숨겨져 나옵니다. 처제의 일기장 이야기는 다른데서 패러디된 이야기를 제가 전해들은 건지 , 저자분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겪으신건지, 아뭏든 다시 읽어도 재미난 부분이었습니다.


중간중간 입체느낌이 잘 살아있는 유물 그림은 또 어떻구요. 정태련님이 그린 그림이라는데, 우리나라 아름다운 유물의 느낌을 잘 살려 그린 것이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이외수님의 글을 잘 닮아있습니다.


아내를 사랑하면서 존경하고, 그러기에 두려워할 수도 있는 부분도 잘 드러나있습니다. 가정이 화목한 사람이 바깥일도 잘할 수 있음을 다시 깨닫습니다. 화장품 한번 안사주냐 묻는 아내에게, 당신같은 미인에게 화장품을 사주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이라 받아칠 수 있는 은근한 낭만이 있는 남편, 얼마전 모 유머란에 아내의 얼굴을 사진에 담아 다닌다는 어느 남자의 글귀가 생각나 더욱더 비교되는 대목이었습니다. 이런 여자랑도 사는데, 이보다 더 최악일 수는 없는데 라는 식의 댓글에 웃음보다는 아내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생겨났습니다. 그런 신랑 뭐가 예뻐서 뒤치닥꺼리 다 해주고 살까 싶은 그 아내분이 말이지요. 이외수님 같은 분이라면 아내들도 힘이 나서 신랑을 위해 정성껏 내조할 자신이 생겨나겠지요. 저도 자상한 우리 신랑 앞으로 더욱 잘해줘야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슴이 탁 막혀 답답한 그 누구라도 이 책을 읽고 나면 비실비실 웃음도 새어나오고, 잠깐 쉬어가는 여운도 느끼고 여러모로 휴식을 느끼게 될것 같네요. 개인사만 갑갑할까요. 나라일 돌아가는 것도 속상하고 갑갑한 일 투성이인데, 담아두고만 살면 쌓여서 폭발하지 않을까요. 누가 이렇게 글로 시원하게 어루만져 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것 같아요.



절망아, 내가 죽기 전에는 절대로 너한테 진거 아니거든.

살아있는 것이 죽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도 있지만, 살아있기에 우리는 이미 절대강자인지 모릅니다. 소중한 우리 인생, 절대 하찮은 일로 쉽게 포기하거나 깊은 절망에 빠져있지 않도록 건져내고 다독이시길 바랄께요.

이외수님께 깊은 한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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