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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엣 1 - 관 속에서 만난 연인
앤 포티어 지음, 서현정 옮김 / 노블마인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줄리엣이라는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벌써 로미오라는 이름이 떠오른다. 실과 바늘과도 같은 아름다운 두 연인, 하지만 그보다 더할 수 없는 비극의 주인공인 불운한 연인들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줄리엣을 다루고 있으면서도 셰익스피어의 줄리엣이 아니라는 점에서 신선하다.
이 책의 저자 앤 포티어는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비극이었던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실은 이탈리아의 작가 마수키오에 의해 한 세기도 더 전에 쓰여졌으며, 배경 또한 베로나가 아닌 시에나였고, 중세 후반 존재했던 두 원수 집안인 톨로메이 가와 살림베니 가의 이야기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형이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고 한다. 5년간의 자료 조사 끝에 완성된 이 소설이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파라마운트 사에서 영화화되었다는 소식도 눈에 뜨였지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아니라 원 소설이 따로 있다는 데서 더욱 호기심이 일게 되어 잡게 된 책이었다.
쌍둥이 자매였던 줄리와 제니스는 부모님 대신 키워주셨던 이모할머니 로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의외의 유산을 물려받게 되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이탈리아에서 미국으로 입양되었는데, 이탈리아로는 절대 가지도 못하게 했던 할머니께서 외모는 빼어나지만, 천방지축 제멋대로인 제니스에게 전재산을 물려주고 할머니를 잘 따르던 줄리에게는 이탈리아로 가서 엄마의 보물을 찾으라는 편지와 여권 등만 남겨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본명이 줄리에타 톨로메이라는 사실도 처음으로 전해듣게 되었다.
이탈리아 시에나에 와서 톨로메이라는 그녀의 이름을 말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어딜 가나 특별한 대접(?)을 받게 되었다.
살림베니가 여성을 만나 극진한 대접을 받는가 하면 의외의 시선을 접하게도 된다. 그리고 그녀가 알게 된 사실, 살림베니가와 톨로메이가는 절대적인 원수집안이었고, 그녀의 선조 중에 줄리엣 톨로메이가 있을 수 있으며 그녀가 바로 그 유명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그 줄리엣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엄마의 유품을 찾으러 왔을 뿐이었는데 누군가가 자꾸만 자신을 뒤쫓고, 호텔방을 뒤지는 등 무언가 그녀에게서 빼앗아가려는 행동을 취해 두려움을 느끼게도 되었다.
소설 전개 방식은 600여녀전의 실제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 그리고 현재의 (로미오와 ) 줄리엣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교차적으로 서술되었다.
이름마저 우리가 알고 있는 줄리엣 캐풀릿이 아닌 줄리에타 톨로미에라는 점도 놀라웠는데, 두 명의 줄리에타 톨로미에 이야기가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서술되는데, 작가의 허구적 상상력에 의해 오늘날의 줄리에타 톨로미에 또한 놀랍게도 로미오의 후손을 만나게 되는 설정, 그리고 그와 엮일 것 같은 사랑 이야기가 암시됨이 흥미롭게 구술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사실 한 가지 더.
셰익스피어 작품에서는 두 가문의 대립에 의한 이야기만 나왔는데 여기서 실제로는 세 가문의 이야기였다.
로미오는 살림베니가 가문이 아니었다. 살림베니가문이 줄리에타의 부모를 살해하고, 줄리에타만 간신히 살아남아 마레스코티 가문의 로미오와 관 속의 인연으로 만나게 되는 설정이 놀라웠다. 현대에서 살림베니가의 멋진 남자 알렉산드로가 줄리에타와 로미오보다 먼저 만나게 되는 점이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기대감을 북돋워주었다. 현대의 로미오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 알렉산드로가 로미오인가 생각했었는데, 600년전에 로미오가 줄리엣을 죽은 사람이었던 것으로 착각했듯이, 현대의 줄리에타 또한 로미오를 죽은 사람(고대의 영혼쯤으로)으로 생각하는데, 실제로 로미오가 존재한다는, 게다가 그의 쪽지까지 받게 되는 놀라운 이야기가 펼쳐졌다. 과거와 현대의 이야기가 공존하면서 끝없이 데자뷰를 일으킨다고나 할까? 과거의 일이 그 자체로 뭍히는게 아니라 동명이인의 줄리에타 톨로메이를 통해 비슷한 이야기가 진행될 듯 암시됨이 무척이나 흥미로워 정말 재미나게 몰두하며 읽었다.
어떻게 될 것인가.
2부를 코앞에 두고 교차적인 두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에 가슴이 다 두근거렸다.
줄리에타의 보물은 어떻게 될 것이고, 로미오와 줄리에타, 그리고 알렉산드로는 어떻게 될 것인지 더욱 기대감이 고조되었기 때문이었다.
표지의 매혹적인 여인 모습에 줄리에타의 모습을 투영시키며 보게 되었다. 사실 줄리엣 하면 그 옛날 눈이 크고 아름다웠던 영화 속 여주인공 올리비아 핫세를 잊을 수가 없었는데, 현대의 맹렬하고도 자유로운 여성의 모습을 보는 듯한 새로운 줄리에타의 모습도, 영화 속 청초하고 아름답지만 유약해보였던 줄리에타의 모습을 잊고 새로이 몰두하게 도와주었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새로 알아가다.
기존 1부에서는 예전 알고 있던 원작과 상당히 다른 듯 하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구성으로 진행되는 듯 하였으나 (현대의 이야기가 교차 진행된다는 것과 여러 차이점이 같이 공존하면서도 ) 2부는 현대 로미오의 등장으로 확 달라진 분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