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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위 0.1%의 자식교육 - 성공한 명문기업가의 자녀들은 무엇을 배우는가
이규성 지음 / 행복에너지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아이를 키우다보니, 키우기 전과의 마음이 많이 달라졌다. 예전엔 예사로이 볼 것들도 한번씩 더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다양한 육아서를 읽어보면서 모든 걸 다 적용해볼수없으니 취사선택할 것도 많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이의 모든 것에 관심을 보이는 헬리콥터 맘은 될 생각도 없고, 자질도 없지만 아이 교육에 있어서는 흥미 이상의 관심이 있다. 평범한 집안이고, 꿈이 대한민국을 가로지를 만큼의 배포가 큰 사람이 아니기에 대한민국 상위 0.1%의 자식교육까지 내가 읽을 필요가 있냐 싶기도 했지만, 또 전국 1등 학생들의 인터뷰처럼 "교과서만 팠어요." 식의 보여주기 위한 일반적이고도 원론적인 이야기 일색이면 어떠냐도 생각되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생각과 가치관은 평범한 사람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는 궁금한 점이었다.
알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알고 있을, 하지만 나처럼 모르고 있는 그런 족벌 가계도도 살짝 등장한다고 할 수 있다.
삼성, 신세계, cj, 한솔 등이 모두 고 이병철 회장의 자녀들이 운영하는 회사라는 것도 놀라웠다. 삼성과 신세계가 같은 소속에서 출발한 것은 알았지만 cj는 긴가민가 한솔은 처음 안 사실이었다. 부친이 키워낸 그룹을 세계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잡게 만든 더욱 큰 그릇을 보인 사람이 바로 이건희 회장이다. 말수가 적은 그의 품성 등은 어려서부터 가족과 떨어져 지내며 혼자 일본, 미국 등에서 유학하며 외로움을 극복해야했던 것이 그를 내성적이면서도 생각을 아주 깊이있게 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가족의 사랑이라는 울타리를 무척 중시하는 내 관점에서는 최고의 경영자가 된다는 것이 (드라마 상에도 딱딱한 상류사회의 느낌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지 못할 만큼의 거리를 느낄 수도 있겠구나 싶은 (책의 논점에서 살짝 벗어난 나만의)다른 생각도 느끼게 해주는 부분이었다. 엄격했던 이병철회장에 비해 이건희 회장은 어려서부터 자식들을 끔찍히 사랑하고 가정에 충실함을 잃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무척 인상깊었다.
그는 끈기있게 생의 데이터를 모아야한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그것이 중요한 것인지 그렇지 않은 것인지는 훗날 판명되며, 역사의 차이는 곧 기록의 차이라는 것이다. 데이터, 경험, 역사, 이것은 돈주고도 못 사는 것이란게 이회장의 생각이다. 40p 삼성 이병철 회장
이건희식 입체 영화보기, 신문활용을 통한 자식 경제교육 하기 등은 원론적인 내용 일색일거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을 뒤엎는 부분이기도 했다. 국가에 영향을 미칠만큼의 대기업들을 이끌어가는 총수와 그들의 자녀 교육이 일반인들의 그릇 크기와 다른 큰 인재 육성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하겠지만 일반인들 또한 어려서부터 강조해야할 인성 교육의 측면이나 글로벌 인재로 육성되기 위해 초점을 맞추면 좋을 부분들을 말뿐인 교육보다 조금 더 구체화된 느낌으로 만난 느낌이었다.
사실 여러 재벌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공통적으로 강조된 인성교육, 도덕성 교육 등에서 눈길을 떼지 않을 수 없었다. 최고의 그룹 총수가 된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겠지만 (그리고 사실 모든 재벌 총수가 도덕적으로 깨끗한 사람이라고만 볼수도 없겠지만 ) 적어도 어려서부터 주입식 지식 교육에만 치중하기보다는 부모가 직접 효를 행하고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연배가 높은 부하직원에게 말을 놓지 않은 정부회장(현대)의 이야기 등도 인상 깊었다.
삼성, 현대,LG, SK, 롯데, 한화, 두산, 효성, 코오롱, 대림, 동원, 배상면주가, 샘표식품, 에이스 침대, 안철수 원장 등 위대한 기업가들의 다양한 자녀 교육 방식이 소개되었는데 앞부분의 삼성, 현대, LG 등의 비중이 높았던 반면 상대적으로 다른 대기업들은 좀 많이 축소되어 소개된 것은 아쉽기도 했다. 아마 대중에게 더욱 많이 알려진 기업 위주로 이야기를 정리하다보니 비중 면에서 큰 차이가 도드라졌겠지 싶기도 했지만 두루두루 좋은 정보를 접하고 싶었던 독자 입장에서는 살짝 아쉬운 면이었다.
우리나라의 침대 사업의 양대산맥을 차지하는 에이스침대와 시몬스 침대가 형제가 경영하는 두 회사라는 것을 뒤늦게 안 독자로서 놀랍기도 했다. 거기에 형제의 아버지인 안유수 회장이 또다른 침대 브랜드로 두 아들을 괴롭히고 있다니, 더욱 놀라웠다. 2002년 미국 침대업계 2위 썰타침대의 판매 라이선스를 따내 시장에서 아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침대시장을 놓고 삼부자가 선의의 경쟁을 하는 셈이다. 319P 어려서부터 침대공장에서 놀다시피한 형제들이 나중에 공장 안내를 받게 될때 이미 모든 것을 다 쉽게 파악한 상태라 따로 세세한 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짠돌이 경영을 한 부친의 영향으로 직접 용돈 벌이를 하며 어렵게 번 돈의 중요성을 깨달았던 자녀들이었고, 부친에게서 받은 짠돌이 경영 마인드로 남의 돈으로 사업을 이끌지 않는 무차입 경영을 하는 것도 일반 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면이라 주목할만 했다.
최고의 인재 등용을 중시하고, 인맥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삼성, 프로가 되기 위한 자세를 갖추고 팀워크까지 갖춰야하는 a자형 인재가 되기를 강조한 안철수 원장의 인재상 등 인재 육성의 중요한 사항들도 눈에 띄었다.
딱딱한 이야기로 일관된 것이 아니라 기업가들의 가족 이야기서부터 몰랐던 재벌 그룹들 사이의 관계들까지 다양하게 소개된 책이라 충분히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그들의 자녀교육 마인드 외에도 여러 가지를 얻어가는 느낌이었다.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 것이 참 힘들단 생각을 요즘 들어 더욱 하고 있다. 생각만 많고 정작 아이가 스스로 클 힘 등에 신경을 못 써준게 아닌가 싶어 미안하기도 하다. 소중한 아이가 거친 세상에서 훌륭하게 우뚝 선 인재로 (재벌가 총수 등에까지 이르지 않더라도, 그쪽에는 워낙 생각이 없기도 하고 ) 커나가기 위해서는 유아기때부터 여러 학원, 지식 주입 등에 연연하기 보다 인생의 큰 흐름을 파악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겠단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다. 그리고 그 밑그림을 그리고 아이가 꿈을 키워나가는데 옆에서 보조가 될 수 있도록 엄마도 노력하고, 지나치게 앞서 가는 엄마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다잡는 마음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