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 세계맛집 - 2천만이 검색한 세계음식 맛집 여행
이창용 지음 / 상상출판 / 2011년 12월
품절


서울에서 자취하며 직장생활을 할때, 심심하면 주로 검색해보는 것이 바로 맛집이었다. 지금처럼 블로그에 서평이든 뭐든 나만의 글을 쓰는 것도 아니었고, 블로그란 다만 검색후 필요한 정보를 비공개 등으로 스크랩해놓는 저장 창고와 같은 역할만 했다. 많지는 않았지만, 내 눈높이 선에서 찾아가기 쉬운 동선 (직장이나 집에서 대중교통 타고 갈만한 곳들) 위주로 해서 맛집을 찾아다녔던 경험이 있다. 워낙 맛집(식당, 레스토랑, 카페 등 다양하게 포함)에 관심이 많다보니 친구들 뿐 아니라 직장 동료들 사이에도 소문이 나서, 결혼 후 지방으로 내려와야했을 적에 "맛집을 모두 두고 어찌 내려가시냐"는 이야기까지 (진담 반 농담반으로) 듣게 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관심만 많았을뿐 많은 곳, 특별한 곳에 도전을 못해봤는데, 찾아갈만한 가까운 거리에 태국요리전문점이 있대서 똠양꿍과 파인애플 볶음밥을 시켜먹었던 기억이 난다. 확실히 낯선 맛이었는데, 좋아하는 사람들은 똠양꿍의 깊은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니 베트남 쌀국수처럼 몇번 더 먹어봐야 적응될 것 같기도 하였다. 베트남 쌀국수도 처음 먹었을땐, 이게 뭐지? 하고 낯설어 했으나 언제부터인가 모르게 팬이 되어서 쌀국수, 월남쌈 등도 선호하는 식당이 따로 생길 정도였다.



지방에 내려와 보니, 사람이 많아 맛집이 많이 몰린 서울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맛집에 솔직히 좀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들었다. 파스타 잘하는 곳만 해도 파는 곳은 많아도 정작 맛있게 하는곳은 많지 않아 결혼 후에는 직접 해먹는게 낫겠다 싶어 해먹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가끔 외식으로 먹는 맛있는 파스타가 몹시 그리워, 맛집을 찾아서라도 서울에 가고 싶은데 아이를 낳고, 아이가 어리니 교통지옥을 끔찍히 싫어하는 신랑을 두고 혼자서 서울에 갈 엄두가 도저히 나질 않아 못 가고 있는 신세였다. 그러면서 늘상 서울의 우후죽순 늘어나는 맛집들을 눈으로만 동경해왔는데, 거기에 마침표를 찍어줄 책을 한권 읽게 되었다.



서울속 세계맛집.

가끔 티브이에서도 서울 속 세계 맛집 탐방이라는 주제로 이태원, 동대문 거리 등을 소개해주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마린블루스>,< 마조앤 새디>로 유명한 정철연님도 아내분과 함께 이태원 맛집 탐방에 나서질 않았던가! 가장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세계여행이라면서 말이다.

서울 살면서 이태원에 가보지 못한게 (웬지 무서운 느낌에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맛집 경험의 세계를 너무나 많이 축소시킨 것 같아 아쉬웠다. 이 책은 네이버 파워블로거 잠든자유님이 출판사의 도움을 사양하고, 식당에 직접 내 돈내고 사먹은 솔직한 후기와 맛 품평 등을 담아낸 책이다. 작가라 했으면 홍보가 될 수 있으니 좀더 신경을 썼을테고, 그랬으면 다른 사람들이 가서 먹을때와 다른 퀄리티의 음식이 제공될 수 있으니 객관성이 떨어질텐데, 작가분의 세심한 배려로 보다 객관적인 후기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치즈를 잔뜩 넣은 요리를 무척이나 즐기기에 대학로 근방 스페인전문 요리점 알바이신에서 작가분이 먹은 마르미 타코를 보고는 정말 군침이 줄줄 흐를 정도였다.

모양만 봐도 맛이 그려지는 듯 하다. 닭가슴살, 치즈, 토마토 등의 재료를 끓여낸 스튜 같은 음식이다. 치즈가 적당히 굳으면 잘 구워진 또띠아에 싸서 먹는다. 부드럽고 따뜻한 치즈와 고소한 또띠아의 궁합은 정말 끝내주는 맛이었다. 아, 스페인 사람들이 그렇게 정열적으로 춤을 추는 건 이러헤 맛있는 술과 음식 때문이었구나! 263p



물론 맛이란 개개인에 따라 무척이나 다른 것이다. 또한 기호도 다르다. 나만 해도 느끼하고 기름진 음식을 무척 즐기지만, 작가분이 책에서 너무나 칭찬한 양고기와 고수, 앤초비 등에는 아직 익숙해지지 못했다. 뭔가 이분은 진정한 맛의 세계를 터득한 고수 같은 느낌이 가득하다. 글 솜씨도 재미나다. 책을 읽다가 갑자기 블로그를 검색해 들어가 이웃을 맺고 나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해외여행을 할때도 그 곳의 맛집을 (관광객 위주의 맛집이라고 해도 말이다.) 반드시 경험하고 오겠다는 일념으로 다녀오고, 국내 여행을 가서도 꼭 미리 맛집을 검색하고 가는 나로써는 서울의 수많은 세계 맛집만 찾아다녀도 항공권 굳히며 재미난 해외맛집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되겠구나 하며 기대감이 샘솟았다. 아이가 크고 나서라면, 자주 비행기를 타지는 못하더라도 기차 타고 서울에 올라가 세계맛집을 일부러 찾아갈 경험 정도는 그렇게 비싼 값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맛집만 이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못보고 지낸 친구들 만나는 자리에서 매번 가던 프랜차이즈 레스토랑 말고, 기왕이면 근처 맛집을 따로 찾아 간다면 누이좋고 매부 좋고가 아닐런지)

깊은 밤 홀로 책 속 음식 사진이 뚫어질새라 바라보다, 결국 너무 배가 고파져, 애꿎은 초코파이만 두봉 뜯어먹고 말았다.

이태원, 홍대, 동대문, 강남, 다문화거리, 그리고 기타로 분류된 지역까지 (전국구까지 언제 나서주심 안될까요? 그래도 세계맛집은 아무래도 서울에 다 몰려있는 것일까? ) 각각의 나라 이름이 따로 붙은 레스토랑들이 소개가 되었다. 허름해도 맛이 좋아 친구들과 편하게 술잔을 기울이며 즐기고 올만한 곳부터 데이트하기 좋게 분위기까지 적당한 곳 등등, 읽다보면 데이트와 관련된 이야기가 꽤 많이 흘러나온다. 작가분의 여자친구분이 부러워지기도 하였다. 이 특이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모두 다 맛보았단 말인가. 데이트를 해도 영화 보고 밥 먹고 차마시고, 매번 비슷한 패턴에 비슷한 레스토랑이 지겨워질 많은 연인들이 부러워졌을, 아니 싱글들은 더 배아팠을지 모를 그런 이야기들이 많았다. 처음 만난 그녀와의 에베레스트에서의 네팔 요리, 여자친구의 동대문 쇼핑을 아무 말 없이 따라다녔더니 메뉴판에도 없는 놀라운 요리를 대접받았던 동화반점의 팔보환자(싯가) 등등 말이다.

처음에는 식당에 들어간 사연이나 식당 명칭 혹은 메뉴 등에 대한 언급이 이어지고, 이후 직접 맛본 요리의 사진과 더불어 품평이 세밀히 소개가 되었다. 맨 끝에는 식당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메뉴 가격등이 언급되어 맛집 책이 바로 실제 방문으로 이어지는데 확실히 도움을 주는 책이었다.

두루두루 작가분이 언급한 곳들을 모두 다 탐방할 수 있다면 참으로 좋겠지만 이제는 서울 시민도 아니니 그렇겐 힘들것 같고, 그래도 여긴 꼭 가보고 싶다 라는 곳들을 작가분의 추천 메뉴 등을 기억하며 인덱스를 붙이다보니,책에 거의 다 붙인 것처럼 되어버렸다.

우리나라에서 단 한곳 뿐이라는 오스트리아 전문 음식점인 쉐프 마일리. 저자분이 최고로 맛있는 안심 스테이크를 먹어본 곳이라니, 기회가 닿는다면 꼭 가보고 싶은 곳으로 우선 점찍어두었다. (이후로 점찍은 곳이 상당히 많아 다 소개하기도 어려울 판이다.)



책 속에 양고기 이야기가 꽤 많이 등장하는데, 초보자가 즐기기에는 알라딘이라는 곳이 좋고, 양꼬치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선족이 운영하는 동대문 양꼬치가 가히 가격대비로도 맛만으로도 최고로 느껴질 곳이라 하였다. 양고기를 거의 먹어보지 못했으나 처음에는 그 냄새에 적응하기가 힘들다는데 맛을 보면 다른 고기는 비할 바가 아니라고 하니, 언제 맛있는 양고기에 한번 입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었다.



재미나고 눈으로도 즐거운 미식 여행이었다. 너무나 꼼꼼히 읽으면서도 재미있어서 다 읽어버린게 아쉬울 정도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서울 맛집들이니 당장 찾아갈 상황이 되는 서울 독자분들이 한층 부러워졌다.

항공권을 사지 않아도 되니 우선 가격 저항은 크게 떨어지면서도, 맛있는 세계 맛집을 서울에서 두루두루 접할 수 있어 여행서 못지 않게 실용적인 책이 될 듯 하다. 지방사람으로썬 여행가서나 먹어보게 될 맛이지만, 서울시민들은 데이트코스로, 혹은 새로운 외식 메뉴가 땡길때 챙겨보면 유익할 그런 책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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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윈스턴, 지구온난화에 맞서다!
진 데이비스 오키모토 글, 예레미야 트램멜 그림, 장미정 옮김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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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는 좀 많은 글밥이었는데도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책이 바로 신기한 스쿨버스였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몇권 있는 그 책들을 무척 잘 보네요. 그 중에서 한국 어린이 준이 등장하는 <신기한 스쿨버스"지구 온난화를 막아라"> 이야기를 통해 아이가 북극의 지구 온난화에 대해 처음 들었답니다. 프리즐 선생님이 갖고 계신 예전 책에서는 북극 대부분이 다 얼음으로 뒤덮여있는데, 최근의 북극에는 얼음이 너무 많이 녹아 그림상으로도 횅해보이는 대조적인 면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기억하는모습과 많이 달라진 북극, 그 이야기를 북극곰들과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가 바로 이 책 <북극곰 윈스턴, 지구 온난화>에 맞서다 랍니다.



다른 동화책에서는 한두마리 등장할까 말까하는 북극곰이 이 책에서는 주인공이 되어 정말 많이 등장합니다. 가족 북극곰, 그리고 아저씨 북극곰들 (아이가 아저씨 레고 인형을 좋아해서 아저씨는 어디있어요? 하고 물어봐서 말이지요.)이 윈스턴 북극곰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몰려듭니다. 윈스턴은 용감하고 똑똑한 북극곰이라 그의말에 모두 귀를 기울이거든요.

얼음이 녹고 있어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북극곰들, 대책을 강구합니다.

윈스턴은 바로 그 대책으로 사람들을 설득해야한다고 말하지요. 바로 내일, 관광객들이 오면 그들에게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며 우리의 뜻을 보여주자가 윈스턴의 의견이었어요. 모두들 찬성을 외치는데, 단 한사람 반대를 말하네요.

바로 그의 아내였답니다.



윈스턴은 아내가 못마땅했으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어요.

처음엔 왜 북극곰이 굳이 입에 담배를 물고 등장하는지 엄마인 저도 살짝 못마땅했었는데, 여러 사연이 들어있음을 끝까지 읽고 나서야 완전히 이해하게 되었답니다. 윈스턴이라는 이름이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그냥 똑똑한 곰 이름이라 그렇게 지었나? 생각했는데, 손에 브이자와 시거까지.. 어디선가 본듯한 모습이 아니실까요? 바로 윈스턴 처칠을 패러디한 북극곰이랍니다. 그의 이름만 따온 것이 아니라 평생 골초였던 윈스턴 처칠의 습관과 브이자 행동까지 따라 창조한 캐릭터였어요.

아내는 지구 온난화에 반대를 하려면 몸에 해로운 담배부터 스스로 끊어야 다른 북극곰과 사람들도 동조를 할거라며, 자신도 그래야만 시위에 참가하겠다 말을 합니다. 정말 그렇네요. 그래서 등장한 담배였던 거죠. 스스로 솔선수범을 보여야, 다른 이들도 그의 의견에 믿음을 보일 수 있듯 말입니다. 실제 윈스턴 처칠은 술과 담배를 끊지 않았지만, 북극곰 윈스턴은 과감히 결단을 내립니다.

우와 툰드라 관람차는이렇게 생겼나봐요. 얼음위, 눈위를 달려야해서 그런지 몰라도 바퀴에서 몸체가 꽤 높이 떠있네요.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신이 나서 구경합니다. 이게 무슨 차냐 물어보구요. 언제 실제 사진을 구해서 보여줘야겠어요.

관람객들은 북극곰을 구경할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어디에고 곰들이 보이지 않아 다들 실망하고, 불평도 나오기 시작했죠.

그때 북극곰들이 나뭇가지를 입에 문 한마리 용감한 북극곰을 따라 행진하는 것을 보고 다들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들이 지켜야 할 것들도 하나하나 글로만 길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곰들을 그려가며 그들의 피켓에 담겨 있어서 일부러 눈길이 가게 만든 점도 눈에 띄네요.



과식하지 말기.

샤워시간을 줄이세요.

내복 입기.

스프레이 사용 줄이기.

등등..



얼음이 녹는 것을 막고, 자신들의 터전을 보호하기 위한 북극곰의 이야기.

사람들에게 직접 이야기하지 못하는 그들의 사정을 인간 작가의 눈으로 생생하게 표현이 되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글과 그림으로 표현이 된 그런 책이었어요. 지구 온난화는 사람들에게도 결코 유익하지 않은 일이지요. 우선 당장 그 해악을 입게 되는 북극곰의 상황은 따로 말할 필요도 없구요. 다같이 나눠써야할 지구 환경, 자원을 너무 인간들이 독식한게 아니었나 싶어요.



지구 온난화라는 문제가 살짝 어렵겠지만 눈 똥그랗게 뜨고 책에 집중하더라구요. 예전 책보다는 도리어 쉬운 책이어서 아이도 북극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재미나게 읽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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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괜찮아 1 : 천둥 도깨비 편 - 배꼽 할아버지의 유쾌한 이야기 괜찮아요 괜찮아 1
하세가와 요시후미 글.그림, 양윤옥 옮김 / 내인생의책 / 2012년 2월
절판


그림이 참 낯익다 싶었는데, '하세가와 요시후미'라는 작가분의 또다른 그림책이 우리집에 있었어요. <오줌싸개 될래요>라는 책이랍니다. 그 책에서도 일상을 살짝 희화화한 그림체와 내용이 너무나 재미난 작품이었는데 아이 어릴적에 보여줘서 글밥도 많고 이해 못할 듯 싶어도 너무 재미있어 한 책이었답니다. 지금 다시 읽어주면 더욱 딱 맞게 좋아할 것 같아요.

괜찮아요 괜찮아가 3권 시리즈로 나왔던데 1권 읽고 나니 다른 책들도 기대가 됩니다.



1권은 천둥 도깨비편이예요.

일본 그림책을 몇권 읽어보다 보니 몰랐던 일본문화 등을 알게 되네요. <천둥 도깨비가 쿵>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처음 만나서, 이 책에서 또 만나니 반가운 마음까지 들더라구요. 또 얼마전 읽은 <열한마리 개구리>라는 그림책에서도 개구리가 배꼽이 없으니 같은 식구라는 내용이 계속 등장하더라구요. 배꼽이 없으면 개구리라는것이 그렇게 강조되는 것인지 몰랐거든요. 신기하게 이 책에서도 바로 그 내용이 나온답니다. 한권의 그림책을 보며 관련된 여러권의 그림책이 연상되니 참 즐겁네요 이 책 읽어주면서 다른 책들도 찾아서 다 꺼내놓고 같이 읽어줄까봐요. 어제는 열한마리 개구리를 동시에 찾아가면서 아이에게 이야기해주었어요." 여기봐봐, 배꼽이 없으면 개구리라는 내용이 바로 여기에도 나왔잖아." 하면서 말이죠.

어느날 갑자기 집안에 천둥도깨비가 들어온다면 너무 무섭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도 항상 공룡이 찾아올까봐 두려워하곤 합니다. 예전 은사님 아드님이 고양이를 무서워한다고 해서 학생이었던 그때는 유아들의 그런 심리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특정 동물이나 특정 대상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 아이들의 심리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아요. 아뭏든 도깨비라고만 생각해도 무서운데 두명이 집안에 들어왔으니 놀랄만 합니다. 아이는 겁에 질렸지만 할아버지가 있어 안심하는 눈치네요.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이구요. 게다가 할아버지는 늘상 "괜찮아요 괜찮아."를 입에 달고 사십니다.



표지를 보고 할아버지가 왜 이마에 손을 짚고 계신가 싶었어요.

책을 끝까지 다 읽으면 그 사연을 알게 됩니다. 에구구 할아버지..그건 괜찮은 문제가 아니예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호탕하게 웃어넘깁니다. 그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너무 재미나요 크크크 웃게 되네요.

다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요.

할아버지는 사양하는 도깨비 부자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도 않고 괜찮다며 허허 웃고 저녁 밥도 같이 먹자 하고 목욕도 하자 합니다.

도깨비들이 사양하자, 할아버지부터 팬티를 벗으시네요. 정말 아이들이 우하하 웃을 내용들이 많이 들어있어요. 41개월 우리 아들도 무섭지 않은 천둥도깨비들과 할아버지의 "괜찮아요 괜찮아"하는 호탕한 말투 - 억양 넣어서 말해주면 더욱 좋아해요.-를 너무나 좋아하네요.

거기에 스스럼없이 등까지 밀어주어요. 사람들 사이에서도 이렇게 첫 손님에게 다정한 사람이 없을진대, 천둥도깨비를 상대로 할아버지는 정말 아무 겁 없이 편안하게 대해주시네요. 손자 또한 할아버지처럼 스스럼없이 도깨비 아이에게 대하게 되구요.

목욕을 마치고 할아버지 팬티까지 내어주겠다했는데 쏜살같이 도망가버리는 도깨비들.

다음날 일어나보니 이런! 배꼽이 없어진거예요.



이게 무슨 내용일까? 일본의 풍습과 문화를 이해 못하면 갑자기 어리둥절해질 부분이었어요.

천둥이 치고 소나기가 내리면 기온이 뚝 떨어집니다. 얇은 여름옷을 입고 있던 아이들은 이런때에 배탈이 나기 쉽습니다. 그래서 천둥이 치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어서 옷입어라. 천둥 도깨비가 배꼽 떼어갈라." - 역자후기

우리도 이불 잘 안덮는 아이들에게 배는 꼭 덮어야 한다고 강조하잖아요. 그게 천둥 도깨비라는 설화와 연관되어 이렇게 이야기되는 줄은 처음 알았네요. 아뭏든 배꼽없는 개구리 신세가 될뻔 했던 아이 앞에서도 할아버지는 괜찮아요 괜찮아를 외쳤어요.

천둥도깨비들이 버릇처럼 떼어간 배꼽을 되돌려주었는데, 배꼽, 따로 떼어놓고 보니 좀 징그러울 것도 같았네요.



우리 아들 배꼽은 어디있지? 배꼽이 있다 없다 그러니, 아이 배꼽이 어디있는지 물어보기에도 재미나네요. 아들이 옷을 들추고 어디있나 알려줍니다. 밤에 이불 잘 덮고 자야~ 천둥 도깨비가 못 가져가겠네~ 하고 말해주었어요. 이불을 마구 차내고 자서 자다 깨면 늘 다시 덮어주어서 수면조끼 입혀 재울때도 많거든요.



참 재미난 그림과 이야기였어요.

맨 마지막장 그림을 보니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등장하더라구요. 아이가 손으로 가리키며 누구냐 물었는데 아마 2부의 내용이 아닐까 싶어요. 띠지에 적힌 말들을 보니 일본에서도 꽤 유명한 베스트셀러인가봅니다. 그런데 그런 말 다 필요없이 직접 읽어보면 그 재미를 제대로 느낄 그런 책이었어요



괜찮아요 괜찮아. 세상 모든일이 다 괜찮을 수 없겠지만 아무리 무섭고 견디기 힘든 일이 생겨도 할아버지처럼 이렇게 긍정적인 마인드로 살아간다면 세상살이가 좀더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어요. 별것 아닌 일에도 미리 걱정하고, 작은 일도 늘 걱정하는 저로썬 걱정을 좀 덜고 살면서 "괜찮아 괜찮아"를 외쳐봄직하다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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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 도둑을 잡아라! - 위치와 방향 456 수학동화 7
최옥임 글, 민은정 그림, 강완 감수 / 미래엔아이세움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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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이가 레고 인형으로 아빠와 잘 하는 놀이가 있다.

"느림보 @@@ 날 잡아 봐라~ "하면서 아빠가 도둑인형으로 도망을 치면, 아들이 경찰차 등으로 쫓아가는 놀이를 하는 것이다.

매번 비슷한 것 같은데도 아이는 참 좋아한다. 아이의 다양한 자동차와 비행기 장난감 등을 블럭 인형과 더불어 같이 놀다보니, 도둑을 잡으러 가는 경찰 등에 대해 재미나게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그때 읽어준 책이 바로 <생선도둑을 잡아라>.

첫 장면에서 시끌벅적 가게들이 하나하나 살펴보면 참으로 재미난 상황이 잘 묘사되어 그려져 있었다. 다양한 동물들이 지금 뭐하고 있나 둘러보며 아이와 이야기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이다. 일례로 저 너머 횡단보도를 건너오고 있는 것은 뱃속이 아닌 유모차에 아기를 태운 캥거루가 아닌가.

 

검은 고양이 네옹이 흰곰 아주머니네 생선 가게의 생선을 도둑질해가고 말았다. 이후 부르독 형사가 나타나 가게 안과 밖을 꼼꼼히 살피며 조사하고 cctv를 보고 도둑의 인상착의를 알아내 벽보를 붙이고 신문에 광고를 내었다.

벽보를 보고, 염소아저씨가 네옹이인줄 알고 신고했던 고양이는 반대쪽 눈에 흉터가 있는 고양이었다. 

또 네옹이 또한 벽보를 보고 얼른 염색을 해서 흰 고양이로 변신한후 더욱 대담한 도둑질을 하고 다닌다.

 

재미난 동화에 몰두하다보면 안, 밖, 오른쪽, 왼쪽 등의 글씨에 빨간색으로 표시된 것이 눈에 띈다. 수학 동화중 한권인 이 책에서는 바로 그 위치를 파악하게 하는 위, 아래, 앞, 뒤, 왼쪽, 오른 쪽 등 세가지 축을 정확하게 이해하도록 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부르독 형사가 네옹을 추적하고 뒤쫒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이 용어들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익히고, 나도 해볼래를 통해 아이가 직접 도둑을 찾아나서게도 만들어준다. 어른들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당연하게 느껴지는 그 모든 것들을 우리 아이들에게는 하나하나 다 가르쳐줘야하는데, 이렇게 동화의 재미난 내용과 연계하여 가르쳐주니 아이도 받아들이기가 훨씬 수월하고 자연스러울것 같았다.

 

생선도둑인 네옹이를 뒤쫓는 과정이 아이가 요즘 한참 재미나게 하고 있는 도둑잡기 내용이라 그런지 더욱 재미나하며 , 처음 읽어주자마자 " 또 읽어줘요."를 외쳐서 한동안 읽고 읽고 또 읽어줘야했던 그림동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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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다 우리시대의 논리 12
서형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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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극장 흥행작으로 저예산 영화인 <부러진 화살>이 엄청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접했다. 국민 배우 안성기 주연이라는데 눈길이 갔고, 어떤 내용이길래 흥행몰이를 하는지 궁금했다. 검색해보고,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리고 무엇보다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았던 김명호 교수를 이야기한 영화라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판사를 향해 석궁을 쏜 교수가 있다는 뉴스를 접했던 것 같다. 자세히도 아니고, 제목으로 말이다. 시사와 뉴스에 문외한이었던지라 더이상 깊이있게 알아보지 못하고 넘어갔던 사건이었는데 소설 도가니가 영화 도가니로 개봉되면서 실화 사건이 다시 부각되었듯, 이 책도 김명호 교수와 석궁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정확히 짚어주는 계기를 마련해준 책이 아닌가 싶다.

 

책 <부러진 화살>은 소설이 아니다. 저자 서형님이 우리나라 3대 권력기관(청와대,국회, 대법원) 앞의 일인 시위자들을 인터뷰한 기록들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김명호교수에 대해 알게 되었고, 석궁사건과 그 자세한 재판 진행과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객관적으로 기록하기 위해 노력한 책이다. 저자가 만난 김명호 교수는 주변 사람들을 편하지 않게 만드는 불편한 성격을 갖고 있다 하였다. 옳다 생각한 것에 대해서는 굽히지 않는 소신과 강직함을 지녔지만 주위와 타협하고 부드러운 언행을 구사하는 것은 결핍되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 최고 명문대를 나오고, 외국 유학까지 다녀온후 성균관대 수학과 조교수로 부임받아, 부교수 발령을 코앞에 둔 그가 갑자기 왜 사법부를 상대로 투쟁하는 전사가 되어버린 것일까?

1995년 성균관대 본고사 입시에서 수학 문제의 오류를 발견한 김교수가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수학과 교수들의 눈밖에 나서,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게까지 되었다. 이를 부당하다 여긴 김교수가 대한수학회의 검증을 받고, 법원의 공정한 판결을 받고자 소송을 냈으나 대한수학회는 답변을 거부하였고, 법원에서는 "승진 임용은 학교 자유 재량 행위"라는 이유 하나로 기각했다.

 

크게 실망한 김교수가 해외에 나가 새로운 인생을 살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수월하지않았다. 그의 사건이 과학 저널 사이언스지와 수학저널에 실려 "정직한 답변에 대한 비싼 대가" 등의 제목으로 소개되니, 외국의 김교수 상급자들은 그를 약자로 인식해 그의 연구 실적을 마구 가로채기에 이르렀다. 10여년을 고생만하다 돌아온 그는 처음부터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었기에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으나 일은 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자꾸 꼬여갔다. 그러다 석궁 사건이 발생한 것이었다. 판사를 향해 석궁을 쏘았다는 사건의 진실, 부러진 화살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그 진실 말이다.

 

소설이 아닌 실화라 믿기에 그의 인생과 도전은 정말 계란으로 바위 치기식으로 너무나 무모해보였다.

정정당당하게 법으로만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재판 과정은 읽는 이까지 안타깝게 만들었다.

 

며칠 후 대법원 판결문 2008도2621이 도착했다. 4쪽에는 부러진 화살이 언급됐다. 박훈 변호사는 피고인에게 불리할 결정적인 증거물을 수사기관이 일부러 폐기 또는 은닉할 이유가 없으므로 라고 읽다가 주먹으로 책상을 쾅 내리쳤다.

"피고인에 불리한 부러진 화살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게 왜 피고인에게 불리하냐? 유리하지!" 161.162p

 그저 씁쓸하기만 했다.

교수노동조합 소속으로 김교수 석방을 촉구하며 여덟번째로 일인시위를 한 최갑수 교수의 말에 이런 말이 있다.

내가 김명호 교수라면 다른 방식으로 싸웠을 것 같아요. ..김명호 교수는 한국 현실에 대해 약삭빠르지 못한 사람이거든요. 차라리 그랬으면 자기 살 길 찾았을지 몰라요. ..우리는 김명호 교수를 통해 현대사의 기막한 한 부분을 보고 있는 거예요.193p

 

현실과 철저하게 타협하며 살아왔던 내가 그저 부끄럽게만 느껴진 김교수의 투쟁이었다. 본고사 입시 문제 오류 지적에서 시작된 사건은 17년이 지나는 동안 그의 인생을 꼬이게 만들었고 결국 구속되게까지 만들었다. 최근 뉴스글에 보니 대한 수학회에서 이제야 당시의 입시문제 오류를 인정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너무나 늦은 발표와 인정이 아닐 수 없었다.

 

영화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이 책이 있고 나서 (2009년판이 이번에 새로 개정되어 나온 것이다.)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법정실화극이라고는 해도 영화이기에 주인공의 이름도 살짝 바뀌었고, 내용도 완전히 같을 순 없다고 하였다. 사실에 더 가까운 기록은 그러니 책이 될 것이다. 실화의 기록이라기에는 너무나 처절했던 한 사람의 약하지만 강한 투쟁이야기. 부러진 화살에 그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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